감당 못 할 위험을 떠안으면
최근 미국 은행들이 직면한 난제들을 고려할 때, 미국 은행업종의 위험과 기회를 어떻게 평가하나요?
워런 버핏 은행에 관한 질문에 답하려면 먼저 은행 용어를 사용해야 하고 찰리도 나서야 합니다. (웃음소리와 박수갈채)
현재 은행들의 상황은 늘 그러했던 과거와 매우 비슷해서, 공포가 항상 전염되는 모습입니다. 역사를 돌아보면 이런 공포는 타당했던 적도 있고 타당하지 않았던 적도 있습니다. 1931년 나의 아버지는 대규모 예금인출사태(bank run) 때문에 실업자가 되었습니다. 당시 알라모 내셔널뱅크 대표는 말했습니다. “우리 은행은 국법은행(연방정부의 인가를 받은 은행)입니다. 국법은행은 예금인출사태가 발생한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국법은행에도 똑같이 예금인출사태가 발생했습니다.
한 은행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면 다른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따라서 줄을 섰습니다. 지금까지 항상 그랬습니다. 1907년경 예금인출사태가 발생했을 때, 시드니 와인버그는 골드만삭스의 러너(매매 주문을 플로어 트레이더에게 전해주는 사람)였습니다. 그가 1주일 쉬어도 좋은지 상사에게 묻자, 요즘은 일이 많지 않으니까 쉬라고 허락했습니다. 그는 은행에 가서 줄을 섰고, 그가 선 줄이 앞이 되자 그 자리를 다른 사람에게 팔았습니다. 그는 은행 계좌가 없었습니다. (웃음소리)
세월이 흐르면서 은행 시스템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설립은 대단히 합리적인 결정이었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 직후 1년 동안 파산한 은행이 무려 2,000개였습니다. 예금인출사태는 일부 문제에 불과했습니다. 사람들이 은행 예금이 불안해서 인출하려고 모두 달려들면 경제가 잘 돌아갈 리 없습니다. 그러므로 FDIC 설립은 매우 타당했습니다. 이제 FDIC는 실질적으로 예금을 전액 보장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주기적으로, 지역적으로, 또는 온갖 이상한 방식으로 여전히 불안해합니다.
이렇게 사람들이 불안해하면 안 됩니다. 이는 메시지 전달이 매우 부족했다는 뜻입니다. 정치인들의 메시지 전달이 부족했는데, 간혹 정치인들은 메시지를 부족하게 전달해야 유리해집니다. 그러나 정부 기관들의 메시지 전달도 부족했고, 언론의 메시지 전달도 부족했습니다. 사람들이 오해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
FDIC의 예금보장 한도가 25만 달러이긴 하지만, 은행이 파산해서 사람들이 예금을 잃게 되면 FDIC에도, 정부에도, 미국 대중에게도 이롭지 않습니다. 주말에 실리콘밸리은행 시범 사업이 있었지만 대중은 여전히 혼란스러워하고 있습니다. 1934년에 발효된 FDIC 관련 법은 은행 시스템 못지않게 중요한데도,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나는 미국 대중이 그 정도로 어리석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도쿄에 머무는 동안 나는 100만 달러짜리 내기를 제안했습니다. 나는 미국 대중이 은행에 맡긴 요구불 예금은 금액에 상관없이 잃지 않는다는 쪽으로 걸었는데, 아직 내기에 응한 사람이 없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습입니다. 성냥불은 대화재를 부를 수도 있고 그냥 꺼져버릴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는 아무 걱정 없습니다. 버크셔는 분기 말 현재 현금과 단기 국채 형태로 1,280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은행 시스템이 일시적으로 정지하더라도 우리는 이에 대응하고자 합니다. 물론 은행 시스템이 정지해서는 안 되고, 정지하지 않으리라 생각하지만, 정지할 수도 있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나는 현재 은행 규제 장치가 엉망진창이라고 생각합니다. 은행 규제를 엉망으로 만들어야 유리한 사람이 매우 많기 때문입니다. 패니메이(Fannie Mae)와 프레디맥(Freddie Mac)은 미국 주택담보대출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40%였습니다. 이 두 회사만 감시하는 연방 규제기관까지 있었습니다. 150명으로 구성된 이 기관은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대한 감시만 전담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감시 역할은 나도 할 수 있었고 찰리도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 규제기관에 조력자가 필요했는지도 확실치 않습니다. 그러나 이 규제기관은 열의가 전혀 없었습니다. 2008년 8월까지도 분명히 잘 돌아가던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은 9월 초 법정관리에 들어갔습니다.
이제는 상황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바뀌었습니다. 전에는 은행 창구 직원이 돈을 천천히 세는 동안 사람들은 줄을 서서 하염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은 어디에서든지 버튼만 누르면 예금이 인출됩니다. 몇 초 만에 예금인출사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사람들이 예금을 언제든지 인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앞으로는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부당한 행위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불이익을 주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 연차보고서에 의하면, 이 은행이 대규모로 제공하는 비정부보증 주택담보대출은 최장 10년까지 고정금리가 적용됩니다. 이는 말도 안 되는 조건입니다. 금리가 하락해서 은행에 유리한 상황이 되면 고객들이 찾아와 더 낮은 금리로 재융자를 받습니다. 반면 금리가 상승해서 은행에 불리한 상황이 되면 고객들은 기존 조건을 그대로 유지합니다. 이런 선택권을 고객에게 함부로 제공하면 안 됩니다.
그런데도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은 이렇게 뻔히 보이는 선택권을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이 문제를 무시하던 중 마침내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런 은행들의 내부자들은 보유 주식을 매도했습니다. 이들에게 대응 방안이 있었는지, 아니면 문제를 감지하고서 곧바로 매도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사들은 CEO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CEO가 은행을 곤경에 빠뜨리면 CEO와 이사들이 모두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아무 잘못 없는 미래의 주주들이 대가를 치러서는 안 됩니다.
은행을 경영하다가 망가뜨린 사람이 아무 처벌도 받지 않고 여전히 부를 유지하면서 자선 활동을 한다면, 이런 사건은 경제 주도층 등 누구에게도 교훈이 되지 않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의사소통을 막아서 해결을 방해하지 않는다면 말이죠. 찰리?
찰리 멍거 나는 구닥다리여서 은행들이 투자은행업(증권업)을 하지 않던 시절이 좋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내가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사람이 되겠지만 말이죠.
버핏 한동안 국가는 이런 행위가 대중의 이익을 침해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은행들은 다시 증권업에 진출하고자 했습니다.
멍거 그들은 항상 그런 식입니다. 진정한 은행가는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모두 돈 벌어 호사를 누리려는 생각뿐입니다. 그러나 은행가는 돈벌이 대신 문제 방지에 노력하는 일종의 엔지니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수갈채) 그러면 훌륭한 은행가가 될 수 있습니다. 모두가 부자가 되려고 은행에 들어가는 상황이라면 우리는 큰 실수를 하는 것입니다. 자가당착입니다.
버핏 우리는 글래스 스티걸법(Glass-Steagall Act: 은행의 증권업을 금한 1933년 은행법)을 통과시켰지만 은행들은 다시 증권업을 하고자 했습니다. 대공황 이후 증거금 비율을 결정하게 된 연준은 증거금 비율을 자주 변경했습니다. 사람들의 차입금이 과도하게 증가하면 은행 시스템이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은행들은 증거금 비율 규제를 우회하는 수많은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은행들은 파생상품 등 온갖 방법으로 1929년 대공황에서 배운 교훈을 완전히 무시했습니다.
멍거 은행의 파생상품 거래를 생각해보십시오. 제정신이라면 누가 그런 거래를 허용했을까요?
버핏 돈벌이가 되니까요.
멍거 은행에 돈벌이가 되니까 파생상품을 거래하는 겁니다. 그러나 그 결과가 사회에는 보탬이 되지 않습니다.
버핏 1931년과 1932년에 결정을 내렸던 상원 위원회가 1990년대 말에도 결정을 내렸습니다. 밥 룰먼(Bob Ruhlman) 등은 파생상품이 현대 세계가 만들어낸 도구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은행은 온갖 새 발명품을 이용할 수 있지만 과거의 가치관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발생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현재 상황에서는 수많은 일이 발생할 수 있으니까요. 은행에 예금한 사람들은 돈을 잃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주주, 채권 투자자, 지주회사 등은 모두 돈을 잃어야 합니다. 상업용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받은 사람들은 대출이 연장되지 않으면 부동산을 내놓아야 합니다. 안타깝지만 무리하게 대출받은 사람들은 그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미래에 사람들의 행동이 바뀌려면, 감당 못 할 위험을 떠안은 사람들은 책임을 져야 합니다. (박수갈채)
모든 은행의 예금 보장이 미치는 영향
실리콘밸리 은행 사건 때문에 지금은 사실상 모든 은행의 예금이 보장되었는데, 이 조치가 대형 은행과 지역 은행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버핏 건전한 기법을 사용하는 은행을 선택한다면 은행은 완벽한 투자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찰리와 나는 1969년 처음으로 버크셔에서 은행을 인수했습니다. 당시 우리가 은행에 투자한 금액이 1,900만 달러였고 보험사에 투자한 금액이 1,700만 달러였습니다. 1970년 은행지주회사법이 통과되지 않았다면 우리는 보험사 대신 은행을 다수 보유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인수할 은행을 더 찾던 우리는 해리 키프(Harry Keefe)의 안내를 받으며 시카고를 돌아다녔습니다. 그러나 1970년 은행지주회사법이 통과되었으므로 우리는 보유 은행을 10년 안에 처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멍거 그 은행은 회수 불능 대출금이 전혀 없었습니다. 불필요한 비용도 전혀 없었으며, 위험을 떠안지 않고 돈을 벌었습니다. 정부에 떠넘기는 예금보험위험도 전혀 없었습니다. 지역 사회에 기여하는 건전하고 훌륭한 금융기관이었습니다. 자격을 갖춘 사람이라면 누구나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버핏 우리는 은행을 더 인수할 생각이었고, 실제로 은행을 더 인수했다면 십중팔구 보험사업을 확장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은행지주회사법 때문에 우리는 은행을 처분하고 보험사업을 확장했습니다. 은행이 규모도 더 크고 인수 대상도 더 많아서 우리에게 더 매력적이었지만 말이죠.
당시에는 은행을 지극히 건전하게 경영할 수 있었고, 양도성예금증서(CD)도 없었습니다. 지금도 은행을 건전하게 경영하면 큰돈을 벌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은행을 더 발굴할 수도 있었지만 은행지주회사법 때문에 불가능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발생했을 때 우리는 제일 먼저 은행 주식을 매도했고 지난 6개월 동안에도 추가로 매도했습니다. 지금 대형 은행이나 지역 은행 주주들이 어디로 이동하는지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나는 FDIC 보장 한도가 넘는 돈을 지역 은행에 예금하고 있지만 전혀 걱정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은행의 미래는 사건에 따라 결정되며 정치인들이 개입하기도 합니다. 은행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매우 많습니다. 게다가 이와 관련된 미국 대중과의 의사소통에도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그래서 미국 대중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은행에 대해 혼란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이런 혼란은 영향을 미치지만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모든 사건은 다른 모습으로 전개되기 때문입니다. 물리학에서는 어떤 일이 발생하더라도 원주율이 3.14로 시작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러나 예금의 유동성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습니다. 2008년에 예금의 유동성이 바뀌었고 이로 인해 모든 것이 달라졌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은행주 보유에 매우 신중합니다. 아직 은행주 한 종목을 보유 중이지만 이는 뱅크 오브 아메리카와의 거래(신주인수권부 우선주 인수)에서 비롯된 주식입니다.
나는 뱅크 오브 아메리카를 좋아하며 그 경영진도 마음에 듭니다. 이 거래도 내가 제안한 것이므로 이 주식을 계속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주식이 어떻게 될지는 나도 모릅니다. 최근 수개월 동안 전혀 예상 못 했던 사건이 매우 많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미국 대중이 은행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하며 일부 의원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는 나의 믿음은 더 굳어졌습니다. 나도 이해하지 못하는 일이 수없이 많지만, 의원이 되면 온갖 일에 대해 견해가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 일을 실제로 이해하면 자신의 견해를 그대로 밝히지 않는 편이 유리할 때도 가끔 있습니다. 찰리?
멍거 내가 살아오는 동안 은행업에 많은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나는 뱅크 오브 아메리카(Bank of America)가 설립 초기에 실행했던 적격 이민자 우대 정책을 모두 환영했습니다. 그리고 은행에서 처음 제공한 신용카드들은 모두 문명에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은행업은 더 불건전해질수록 증권업의 모습을 띠게 되었고, 나는 시민으로서 더 싫어하게 되었습니다. 모두가 부자가 되길 원하면서 남들을 질투하는 상황을 나는 싫어하며 깊이 불신합니다. 이런 분위기는 지극히 해롭습니다.
버핏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실화 하나를 또 들려드리겠습니다. 실명은 밝히지 않겠지만 피트 제프리스(Pete Jefferies)는 아닙니다. 우리 영웅 진 아베크(Gene Abegg)가 은퇴해야 하는 시점이 와서 우리는 그를 대신할 인물을 고용했습니다. 사업을 완벽하게 유지하려고 우리가 영입한 사람은 찰리의 센트럴고등학교 동창이었습니다. 내가 이 친구를 선택했다는 사실을 찰리는 알지 못했습니다.
멍거 버핏이 내게 물어보았다면 그를 고용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웃음소리)
버핏 내가 찰리에게 물어보았다면 아무도 고용하지 않았을 겁니다. 이 친구는 매우 예의 바르고 풍채도 좋아서 어느 모로 보나 은행가처럼 보였습니다. 우리 은행은 내실은 훌륭했으나 건물은 그 일대에서 가장 초라했으므로, 이 친구가 제일 먼저 원한 것은 새 건물이었습니다. 당시 우리는 수익성이 가장 높은 은행이었지만 건물은 그렇게 보이지 않았거든요. (웃음소리)
하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훌륭한 은행가였지, 훌륭한 건물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건물을 원하는 대로 구입해도 좋지만 우리 경쟁사 건물보다 높으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그는 흥미를 모두 잃었습니다. (웃음소리) 그는 도심에서 가장 높은 건물의 최상층에서 근무하고 싶었는데, 나는 건물의 수평 증축은 상관없지만 수직 증축은 안 된다고 말했으니까요.
나는 이 친구가 인생에서 바라던 바를 알게 되었습니다. 결국 그는 은행 경영을 맡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내가 은행업에 관해서 아는 전부입니다.
달러가 기축 통화 지위를 잃을 가능성
나는 13세이고 이번에 6번째 주총에 참석하는 대프니(Daphne)입니다. 현재 미국의 부채 추정치는 31조 달러로서 GDP의 약 125%입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과 싸운다고 주장하면서도 지난 몇 년 동안 막대한 돈을 찍어냈습니다. 중국, 사우디, 브라질 등 세계 주요 경제국들은 달러 사용에서 멀어지고 있습니다. 장차 달러가 세계 준비 통화의 지위를 잃을 것으로 보나요?
버핏 당신에게 이 자리에 와서 질문에 답해달라고 부탁하고 싶군요. 매우 흥미로운 질문입니다. 현재 달러를 대신해서 준비 통화로 선택할 만한 통화는 보이지 않습니다. 이 상황을 제이 파월(Jay Powell)만큼 잘 이해하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재정정책은 관리하지 않지만 가끔 몇 가지 힌트를 줍니다.
최근 코로나 팬데믹이 발생했을 때 우리는 사실상 준전시(準戰時)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지폐 발행이 어느 수준에 이르면 통제 불능 상태가 되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특히 세계 준비 통화라면 그 답을 아는 사람이 더 없습니다. 그렇다고 지폐를 계속 발행해서 어느 수준에 이르면 통제 불능이 되는지 확인해볼 수도 없습니다. 그 수준에 이르면 만사가 끝장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매우 신중해야 합니다.
미국은 케인스 이론을 제2차 세계대전에 적용해서 이득을 보면서 전시 인플레이션을 방지하려고 모든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1945년 8월 전쟁이 끝났고 1946년 1월경에는 인플레이션이 아마 1%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1946년 말에는 15% 수준까지 상승했습니다. 미국은 많은 일을 쉽게 벌일 수 있지만, 그래도 정도가 지나치면 회복하기 어렵습니다. 지니가 병에서 빠져나오면 다시 병 속에 가두기 어려운 것처럼 말이죠.
통화에 대한 믿음을 상실하면 사람들의 행동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은행 예금이나 연금에 대한 생각도 달라지고, 소비생활도 화폐의 구매력이 비슷하게 유지되던 시점과 달라집니다. 그러면 온갖 일이 발생할 수 있지만 어떤 일이 발생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좋은 일이 아닌 것은 분명합니다.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는 양당의 정치인들에 한정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태도를 취하는데 이들 중에는 상황을 이해하는 사람도 있고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나도 의료 위원회에 선출된다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사람이 만사에 통달할 수는 없으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잘못이 아닙니다. 모든 사람이 아이작 뉴턴(Isaac Newton)처럼 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아이작 뉴턴 행세를 하면서 돌아다니거나 결정을 내려서는 안 됩니다. 이제는 자기 충족 현상이 된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억제하기가 전보다 많이 어려워졌습니다.
연차보고서에서도 언급했듯이 버크셔는 인플레이션에 잘 대비하고 있지만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으므로 완벽하게 대비할 방법은 없습니다. 이제 인플레이션은 매우 정치적인 결정이며 어느 정도는 부족주의(部族主義) 결정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리더가 문제를 인식해서 실제로 대응해주길 기대합니다. 미국은 온갖 재화가 모여드는 부유한 나라이지만 그래도 무한히 돈을 찍어 부채를 키울 수는 없습니다. 어떻게 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입니다. 찰리?
멍거 어느 시점에 이르면 돈을 찍어서 표를 사는 행위가 역효과를 낳을 것입니다. 그 시점이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역효과를 낳는 위험한 행위는 멀리해야 합니다. 일본처럼 문화가 이례적으로 강한 나라는 다소 이상한 일을 벌이기도 합니다.
일본은 국채 대부분을 되샀고 보통주와 채권도 대량으로 매수했습니다. 일본 중앙은행이 사실상 일본 전체를 보유하고 있는데도 나라가 돌아가고 있습니다. 30년째 경제가 정체 상태이지만 일본은 망하지 않을 것입니다. 나는 일본을 높이 평가합니다. 그러나 미국이 일본을 모방해서는 안 됩니다. 미국 문화는 일본처럼 강하지 않으니까요.
버핏 일본은 화합하는 문화이지만 미국은 그런 문화가 아니지요.
멍거 네. 그렇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모두 잘 받아들이고 잘 대처하지만 미국 사람들은 불평합니다. (웃음소리)
버핏 내년 주총에서는 더 어려운 질문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웃음소리) 감사합니다.
나는 오늘 미국에 다시 태어나도 기쁠 것입니다. 미국은 멍청한 짓을 잔뜩 저지르고서도 잘 빠져나갈 수 있으니까요. 물론 잘못을 무한히 저지를 수는 없겠지요. 이런 잘못을 막으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려면 지극히 인기 없는 사람이 될 각오를 해야 합니다. 연준의장 시절 폴 볼커(Paul Volcker)는 그런 각오 덕분에 매우 거북한 역할도 해낼 수 있었습니다.
예전에 네브래스카에도 그런 정치인이 있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낙태를 주장할 수 있느냐?” 등 정말로 어려운 질문을 받으면 그는 눈을 똑바로 보면서 “내 견해가 옳습니다”라고 말하고 다음 이야기로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정치인들은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도 어떤 식으로든 “내 견해가 옳습니다”라고 말하지만, 이런 행동이 초래할 결과에 대해서는 제대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흥미롭게도 이들은 자기 말에 실제로 책임을 지는 대신, 하원의원 435명 중 한 사람이 되려고만 합니다.
아무튼 실제로 대신할 통화가 없는 상태에서 세계 준비 통화가 사라지는 상황은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계속 돈을 찍어내는 것도 미친 짓입니다. 사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동안 (필연적으로) 돈을 찍어내면서 경제가 성장했습니다. 그 결과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겪었지만 이제는 그 여파가 당시보다 10배나 더 클지도 모릅니다.
이제 달러 대신 부동산이나 회사 지분 등 다른 것을 보유하고 싶어지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상의 대비책은 자신의 수익력을 키우는 것입니다. 그 도시에서 최고의 의사, 변호사, 교사가 되거나 심지어 10위만 되더라도 풍요롭게 생활할 수 있습니다. 생산적인 경제에서는 자신의 재능으로 성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단지 달러를 비축하는 방법으로는 성공하지 못할 것입니다. 지역 사회에 이바지하면서 자신의 가치를 유지해야 성공합니다. 그러므로 최상의 투자는 항상 자신에 대한 투자입니다. 이것이 내 대답입니다.
멍거 이제 돈은 조금씩만 찍어내게 되고 수많은 젊은이가 곧바로 자산운용업계에 뛰어드는 상황이 오겠군요. (웃음소리)
버핏 우리가 그랬듯이 말이죠. (웃음소리)
멍거 네. 바로 우리가 그랬지요. 우리가 나쁜 본보기였습니다. 내가 진입하던 시점에는 자산운용업계가 이렇게 거대해질 줄 몰랐습니다. 이에 대해 사과하고 싶습니다. (웃음소리)
버핏 그래도 멍거는 잘 해냈습니다. (웃음소리)
파일럿을 보유하게 돼 기쁩니다
올해 버크셔가 지분 41.4%를 인수하면서 지불한 가격으로 계산하면 파일럿 플라잉 J(Pilot Flying J)의 전체 가격은 약 190억 달러입니다. 이는 BP가 트래블 센터스 오브 아메리카(Travel Centers of America)를 인수한 가격의 6배이지만, 파일럿의 시장점유율은 트래블 센터스의 3배에 불과합니다. 연료 이윤이 유난히 컸던 2022년 실적을 기준으로 최종 인수 가격을 정한 것은 큰 실수 아닌가요?
버핏 매우 좋은 질문입니다. 우리는 3단계에 걸쳐 지분을 인수하기로 했습니다. 첫 번째 단계에서 우리가 인수한 가격은 매우 매력적이었습니다. 두 번째 단계는 경유 사업에 매우 유리한 해였으므로 매도자에게 매우 좋은 가격이었습니다. 세 번째 단계에서는 지분 20%를 처분할 수 있는 선택권이 매도자에게 있습니다.
종합적으로 말하면 우리는 그 가격에 지분 80%를 인수했다는 사실에 매우 만족합니다. 물론 첫 단계에 지분 80%를 인수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말이죠. 마지막 지분 20%의 처분 선택권은 매도자에게 있는데 이런 거래 구조는 현명한 방식이 아닙니다. 다른 방식으로 거래한 사례도 있습니다. 약 40년 전인 1983년 8월 30일 우리는 네브래스카 퍼니처 마트(Nebraska Furniture Mart)의 지분 80%를 인수했는데 완벽한 거래였습니다.
이제 우리는 매우 좋아하는 기업의 지분 80%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파일럿을 트래블 아메리카와 비교하는 것은 겉치레에 불과합니다. 트래블 아메리카는 규모도 훨씬 작을뿐더러 부동산을 모두 임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우리는 주간 고속도로 수천 곳에 이른바 상업 구역 약 6만 제곱미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주간 고속도로를 놔두고 2마일이나 우회할 일은 없을 것입니다.
나는 투자설명서를 읽어보았으므로 BP의 거래가 얼마나 유리했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물론 BP가 이 거래로 큰 성과를 낼 수도 있겠지만, 나는 파일럿의 경영진이 마음에 듭니다. 특히 새로 CEO가 되는 친구가 매우 마음에 듭니다. 새 CEO 애덤 라이트(Adam Wright)는 오마하 출신이지만, 오마하 출신이라서 CEO에 선정된 것은 아닙니다. 그는 내 아내가 졸업한 노스하이(North High)공립학교를 나왔습니다. 내 손주도 동문입니다.
그는 네브래스카대학교에 다녔는데, 약 3,600야드에 이르는 미식축구 러싱(rushing) 기록을 세웠습니다. 그는 세 가지 일을 하면서 공부했는데, 20년 전에는 미드아메리카(MidAmerica)에서 인턴으로 근무했고, 그의 어머니도 일을 해서 그를 졸업시켰습니다. 그는 역경을 딛고 성공한 가난한 소년의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이제 우리는 파일럿의 훌륭한 사업을 훌륭한 새 CEO에게 맡겼습니다.
나는 파일럿을 보유하게 되어서 매우 기쁩니다. 첫 거래에서 지분 100%를 인수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런 거래는 가능하지 않았습니다. 네브래스카 퍼니처 마트도 마지막 지분 20%는 소유주가 팔려고 하지 않아서 우리는 80%만 인수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다양한 방식으로 다양한 거래를 했습니다. 가장 좋은 방식은 수표를 주고 주식을 모두 인수하는 것입니다.
TTI는 그런 방식으로 거래했지만 항상 그런 방식으로 거래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업도 매우 마음에 들고 사람들도 매우 마음에 들면 우리는 그들의 요구에 맞춰 거래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선호하는 방식은 수표를 주고 회사를 통째로 인수한 다음 그 경영진에게 회사를 계속 맡기는 것입니다. 찰리, 보탤 말 있나?
멍거 없네.
버핏 애덤 라이트 같은 사람이 잘 풀리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정말 멋집니다. 그의 어머니가 얼마나 벌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는 여기서 4~5마일 거리에 있는 노스하이고등학교에 다녔습니다. 그는 바닥에서 시작해서 출세했습니다. 그는 짧은 기간 퍼시픽 가스 앤드 일렉트릭(Pacific Gas and Electric)에서 근무했고, 이제는 파일럿을 맡게 되었습니다.
작년에는 경유 가격이 올해보다 훨씬 높아서 파일럿의 매출이 800억 달러에 육박했습니다. 지금은 경유 가격이 정상이어서 작년의 절반을 약간 웃도는 수준입니다. 40대인 애덤은 그레그 에이블(Greg Abel)이 관리하는 조직에서 성장하여 이제는 거대한 사업을 경영하고 있습니다. 버크셔에서 이렇게 출세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더 유명한 경영대학원 출신도 있겠지만 나는 관심 없습니다. 지금까지 애덤의 능력을 지켜보았으니까요.
해로운 사람을 멀리하세요
우리가 투자와 인생에서 어떤 중대한 실수를 피해야 하나요?
버핏 미국에 사는 사람들은 운이 좋습니다. 세계 어디에도 미국처럼 선택권이 많은 나라는 없습니다. 그러나 먼저 자신의 사망 기사를 쓰고서 그 기사에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십시오. 그러면 살아가면서 점점 더 현명해질 것입니다. 재기 불능이 될 정도로 중대한 실수를 저지르지 않도록 주의하십시오. 밤잠을 설칠 정도로 걱정스러운 투자는 절대 하지 마십시오.
지출은 수입보다 적어야 합니다. 지출이 수입보다 많으면 부채가 증가하며 부채에서 영영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주택담보대출은 예외로 인정하겠습니다. 우리는 신용카드 사업으로 대성공을 거두고 있으며, 이 사업을 계속하면서 경쟁에서 앞서나갈 것입니다. 그러나 신용카드 이자로 12~14%를 내는 사람은 투자수익을 12~14% 이상 올리겠다고 말하는 셈입니다. 그런 능력이 있다면 버크셔 해서웨이로 오십시오.
톰 머피(Tom Murphy)는 처음 만났을 때 내게 두 가지를 말해주었습니다. 먼저 “당신은 언제든 누군가에게 내일 뒈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는데, 당시에는 훌륭한 조언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PC 앞에 앉아 있는 사람에게도 훌륭한 조언일까요? 30초 만에 내일 뒈지라는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인생을 영원히 망치게 됩니다. 한번 보낸 메시지는 지울 수 없으니까요.
그리고 “칭찬 대상은 이름을 밝히고, 비판 대상은 이름을 밝히지 마십시오”라고 말했습니다. 더없이 타당한 말입니다. 나를 비판하는 사람을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토론할 때도 꼭 상대를 비판해야 내 주장이 입증되는 것은 아닙니다.
친절한 사람은 죽을 때 곁을 지키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부자 중에는 죽을 때 가족은 물론 친구조차 없는 사람이 많습니다. 나는 50년 동안 톰 머피를 지켜보았지만 그가 모질게 행동하는 모습을 한 번도 보지 못했고, 어리석게 행동하는 모습도 좀처럼 보지 못했습니다. 그가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것은 그럴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인생에 중요한 것이 뭐지, 찰리?
멍거 아주 간단합니다. 지출이 수입보다 적어야 하고, 투자에 빈틈이 없어야 하며, 해로운 사람들과 해로운 활동을 피해야 하고, 평생 계속 배워야 하며, 만족 지연을 많이 해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 거의 틀림없이 성공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하지 않고서 성공하려면 많은 행운이 필요합니다. 많은 행운이 없어도 이길 수 있는 게임을 하십시오.
버핏 한 가지 덧붙이자면,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어떻게 조종하는지는 알아두되, 자신이 다른 사람을 조종하려는 유혹은 억누르십시오.
멍거 인생이 주는 중요한 교훈은 속이려 하거나 거짓말하는 해로운 사람들을 즉시 멀리하는 것입니다. 곧바로 멀리해야 합니다. (박수) 곧바로.
버핏 그리고 찰리도 전적으로 동의하겠지만 가능하면 요령껏 그들을 멀리하십시오. 그들을 당신 인생에서 내보내세요.
멍거 네. 조금 요령껏 해도 괜찮습니다. (웃음소리) 조금 돈이 들어도 괜찮습니다. 관건은 즉시 그들을 멀리하는 것입니다.
가족처럼 멀리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
행복한 인생을 살려면 해로운 사람들을 멀리하라고 하셨는데, 해로운 사람이 가족처럼 멀리할 수 없는 사람이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버핏 어렵겠지만 접촉을 최소화하십시오. 이것이 의심할 여지가 없는 답입니다. 요령의 대가 찰리가 해준 말이 있습니다. “반드시 행실이 좋은 사람들과 교류해야 합니다. 물론 가족은 예외로 해야 합니다.” 못살게 구는 주정뱅이 아버지와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나는 모릅니다. 그런 아버지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맥아더 재단을 설립한 존 맥아더(John MacArthur: 미국 목회자)에 관한 이야기가 매우 흥미롭습니다. 맥아더를 포함한 5형제 중 4명은 이런저런 분야에서 슈퍼스타가 되었으나, 이들에게는 떠돌이 주정뱅이인 미친 아버지가 있었습니다. 형제들은 즉시 집을 떠나야 한다고 판단했고, 맥아더가 형제 셋을 데리고 나왔습니다.
찰리와 나는 결함이 많았는데도 아버지가 잘 돌봐주었으니 운이 좋았습니다. 아버지가 자식을 돌보지 않으면 매우 어려운 문제가 됩니다. 내가 그런 상황이었더라도 아마 어떻게든 벗어났겠지만 내 인생은 많이 달라졌을 것입니다. 찰리?
멍거 보탤 말 없습니다.
정말 대단한 제품
프루트 오브 룸(Fruit of the Loom)은 다양한 소매점에서 판매하는데, 가라니멀(Garanimals)은 왜 월마트(Walmart)에서만 판매하나요?
버핏 좋은 질문입니다. 좋은 제품이 있으면 누구나 유통망을 통제하고 싶어 합니다. 유통망이 공급해달라고 요청하는 제품이면 매출총이익을 높일 수 있습니다. LVMH의 창시자 베르나르 아르노(Bernard Arnault)에 관한 기사가 나왔는데, 그는 블루박스(보석 포장 용기)로 유명한 티파니(Tiffany)를 인수했습니다.
블루박스도 대단한 물건이지만 코카콜라 병도 대단한 물건입니다. 1920년대에 있었던 콜라병 블라인드 테스트 분석에 의하면, 코카콜라를 구분해내는 사람의 비중이 매우 높았습니다. 사람들이 제품뿐 아니라 용기까지 구분할 수 있으면 매출총이익이 높아집니다. 그러나 수백 가지 콜라 중 하나에 불과하면, 월마트 같은 유통망을 확보해도 매출총이익이 높아지지 않습니다.
1886년경 존 펨버턴(John Pemberton)은 애틀랜타주에서 코카콜라를 발명했고 광고에 막대한 돈을 지출했습니다. 반면 허쉬(Hershey’s)는 광고에 돈을 전혀 지출하지 않았습니다. 찰리와 나는 수많은 제품과 수많은 소매 기법을 관찰했습니다. 우리는 제품과 유통에 대해 아는 것도 많지만 모르는 것도 많습니다. 우리는 소매업에 직접 뛰어들려는 생각이 아니라 소매업에서 무엇을 피해야 하는지 파악하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정말 대단한 제품을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가라니멀이 그런 대단한 제품입니다. 월마트는 이 제품의 유통을 매우 훌륭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가라니멀은 월마트에도 좋은 제품이고 우리에게도 좋은 제품입니다. 반면 프루트 오브 룸은 다양한 속옷을 대량으로 판매하지만 큰돈은 벌지 못합니다. 경쟁 제품이 매우 많아서 투하자본이익률 등이 높지 않습니다.
가라니멀 파자마는 아이가 원한다고 해서 부모가 20마일이나 운전해서 사러 가는 제품은 아닙니다. 그러나 부모가 월마트에서 아이에게 입힐 파자마를 고를 때, 가격도 합리적이고 모든 면에서 만족할 만한 제품입니다. 우리는 이런 제품을 막강한 월마트 유통망에 공급하게 되어서 기쁩니다. 그리고 월마트도 그 제품을 유통하게 되어서 매우 기뻐합니다.
모든 면을 고려할 때, 무명의 캔디회사보다 씨즈캔디(See’s Candies)를 보유하는 편이 확실히 더 좋습니다. 특히 1년에 두 번 선물로 살 때는 씨즈캔디가 낫습니다. 여자 친구에게 선물하거나, 입원한 사람에게 선물하거나,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거나, 함께 저녁 먹으러 가서 초콜릿 상자를 건네주면서 “아주 싸게 팔길래 이걸로 샀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분위기를 깨버릴 테니까요. 사람들이 정말로 보고 싶은 것은 받는 사람의 얼굴에 떠오르는 미소입니다. 그래서 씨즈캔디 초콜릿이 유통되는 방식은 청량음료와 전혀 다릅니다.
씨즈캔디는 판매되는 나라가 많지 않습니다. 허쉬 초콜릿도 마찬가지입니다. 영국에서 인기 있는 초코바가 미국에서는 인기가 없습니다. 코카콜라는 판매되는 나라가 매우 많습니다. 약 200개 국가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약 180개 국가에서는 시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실을 어떻게 아느냐고요? 1886년부터 공부하면서 올라오면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방식으로 공부하면서 많이 배웠고 가라니멀 같은 제품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가라니멀이 다시 등장했을 때 이 제품을 들어본 사람이 없어서 우리가 매우 낮은 가격에 인수했습니다. 20년 전에도 가라니멀을 아는 사람이 없었지만 상관없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가라니멀을 아는 사람이 조금씩 증가하자 이야기가 퍼져나갔습니다. 그렇게 해서 아는 사람이 해마다 계속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애완용 돌처럼 일시적 유행으로 끝나는 제품도 있습니다. 우리는 항상 배우고 있습니다. 찰리?
멍거 보탤 말 없습니다.
버핏 찰리는 가라니멀을 사본 적이 없는 모양입니다.
멍거 나는 사본 적도 없고 입어본 적도 없습니다. (웃음소리)
버핏 찰리에게는 맞지 않는 옷입니다. (웃음소리)
스트리밍 전쟁의 전망
버크셔가 약 9,400만 주를 보유한 파라마운트 글로벌(Paramount Global)은 최근 분기 실적이 실망스러웠으며 배당을 80%나 삭감했습니다. 스트리밍 전쟁(넷플릭스 등 스트리밍 기업 간의 경쟁)이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나요? 파라마운트 글로벌은 펀더멘털을 근거로 투자했나요, 아니면 인수 목적으로 투자했나요?
버핏 당신이라면 우리 자산운용을 무료로 해주시겠습니까? (웃음소리) 우리는 주식에 관한 조언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만일 우리가 사람들에게 주식에 관한 조언을 제공하면, 주식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큰돈을 벌 수 있겠지요.
어느 기업이든 배당을 대폭 삭감한다면 좋은 소식은 분명 아닙니다. 모니터나 휴대전화를 보면서 오락을 즐기는 사람이 많다는 점에서 스트리밍 사업은 지극히 흥미롭습니다. 그러나 스트리밍 사업을 하는 기업이 많아서 가격을 올리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인기 시리즈물이 나가는 동안 가입한 고객들을 계속 잡아두기도 어렵습니다. 그런 고객은 잡아두더라도 겨우 한 달 정도입니다. 어떻게 될지 곧 드러나겠지요.
나는 21~22세에 여기서 4~5마일 거리에 주유소를 갖고 있었습니다. 근처에 경쟁 주유소도 하나 있었습니다. 우리 주유소의 이익을 결정한 사람은 경쟁 주유소 주인이었습니다. 우리는 매일 그가 정한 가격을 보았습니다. 우리가 가격을 내리면 그도 따라서 내렸지만 우리가 가격을 올릴 수는 없었습니다. 그의 판매량이 두 배였으므로 그가 승리했습니다. 일부 업종에는 다른 업종에 없는 기본적인 제약이 있습니다.
디즈니(Disney)는 1930년대와 1940년대에 만화영화를 공급한 유일한 기업입니다. 디즈니는 처음 개봉할 때 제작비용을 상각했고 백설 공주 등 모든 작품을 7년마다 재개봉했는데, 훌륭한 전략이었습니다. 그러나 세상이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관객 수도 급증하지 않고 사람들이 소비할 시간도 급증하지 않습니다. 영화를 계속 공급하려는 기업은 여전히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격이 어떻게 될지 누가 알겠습니까? 누구든 미래에 가격이 어떻게 될지 안다고 말하는 사람은 착각하는 것입니다.
찰리는 할리우드에 관련된 경험이 풍부합니다. 그는 나를 만나기 전에 그쪽 일을 많이 했습니다. 찰리?
멍거 나는 영화 사업이 힘든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버핏 연기자도 돈을 벌고 에이전트도 돈을 법니다. 그러나 현재 영화관의 수입은 코로나 팬데믹 이전의 70%에 불과합니다. 크게 성공한 영화의 총수입은 엄청납니다. 그러나 영화의 공급량은 축소할 수 없습니다. 사람들이 하루에 소비할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눈알도 둘뿐입니다. 게다가 선택할 수 있는 영화는 전보다 많으며, 더 싼 가격에 똑같은 경험을 제공하는 서비스도 있습니다.
특히 상영 중인 대성공작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을 두 배로 늘리거나 눈알을 두 배로 늘릴 수는 없습니다. 연기자에게는 반드시 돈을 지급해야 하며, 어떻게든 그의 재능을 종합적으로 이용하려면 더 많은 돈을 지급해야 합니다. 영화를 공급하는 강력한 경쟁사들도 사업을 중단할 생각이 없습니다.
멍거 영화 사업이 힘들다고 생각하면 전통적인 뉴욕 공연계(음악, 무용, 연극 등)에 투자해보십시오. 그런데 이들은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려는 행위를 공연 사업에 대한 배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웃음소리)
버핏 네. 찰리는 그런 상황을 실제로 많이 보았습니다.
멍거 그래서 나는 공연 사업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버핏 공연은 누구나 매력을 느끼는 사업이어서 진입하고 싶어 하며, 진입하면 어느 정도 심리적 소득을 얻게 됩니다.
멍거 나는 경주마도 소유한 적이 없습니다.
버핏 장인과 나도 아크사벤(Ak-Sar-Ben) 경마장에서 경주마 구입에 대해 말하곤 했지만 실제로 구입한 적은 없습니다. 우리는 함께 경마장에 다니면서 아주 재미있게 보냈습니다. (웃음소리)
풍력발전 현황
버크셔는 2049년까지 석탄발전소를 모두 폐쇄할 계획이라고 했는데, 운영비용도 비싸고 탄소 배출량도 많은 석탄발전소를 더 일찍 폐쇄할 수는 없는지요?
버핏 매우 흥미로운 질문입니다. 아이오와주에서는 우리 고객들이 사용한 에너지 총량보다 우리가 생산한 풍력 에너지가 더 많습니다. 그러나 풍력은 하루 24시간 생산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도 아이오와주의 대다수 카운티는 우리의 풍력발전을 환영합니다. 물론 지역이기주의를 드러내며 풍력발전을 거부하는 카운티도 일부 있습니다. 그리고 소규모 대지로도 돈을 벌 수 있어서 좋아하는 카운티도 있습니다. 세금 수입이 증가하는 것도 장점입니다.
미국에서 풍력 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주 하나를 꼽는다면 바로 아이오와주입니다. 아이오와주에는 다른 대형 전력회사가 있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전력을 판매하는 온갖 소규모 협동조합은 어디에나 있지만, 아이오와주에는 우리와 경쟁하는 대형 전력회사가 있습니다. 전력 요금은 우리가 훨씬 쌉니다. 우리 전력회사 오마하 퍼블릭 파워 디스트릭트(Omaha Public Power District)는 3~4마일 떨어진 아이오와주에 전력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 전력회사는 1930년대에 조지 노리스(George Norris: 미국 정치인)가 네브래스카주에 세운 회사인데도 아이오와주에 더 싸게 전력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네브래스카주는 풍력발전에 대해 아이오와주보다 더 반대했지만 우리는 풍력발전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아이오와주 경쟁사는 풍력발전을 제대로 시도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풍력 및 태양광 발전 실적에서 미국 전력회사 중 1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대부분 전력회사가 이익의 70~80%를 배당으로 지급하지만, 우리는 20년 동안 배당으로 지급할 막대한 자금을 재투자해왔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2억 달러였던 이익이 40억 달러로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투하자본이익률은 초기보다 높지 않습니다. 이익을 계속 재투자했으므로 사업에 투자한 자본이 훨씬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이 자리에 그레그가 없어서 더 자세히 설명할 수가 없군요. 말하자면 BHE(버크셔 해서웨이 에너지)는 미국의 모든 전력회사와 정말로 실적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찰리, 자네도 지켜보지 않았나.
멍거 나도 지켜보았습니다. 나는 지구 온난화가 얼마나 심각할지 알지 못합니다. 해수면 상승이 5cm에 그칠지 6m에 이를지 확실히 아는 사람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밝혀지지 않은 사실이 많은 세상에는 거짓 주장이 많은 법이지요.
버핏 와이오밍주는 바람이 많은 지역이어서, 우리는 이곳에서 서부까지 이어지는 송전선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 지시를 받은 시점은 제2차 세계대전 기간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워싱턴의 권력자가 “그냥 실행하세요”라고 지시할 수 있었습니다. 헨리 카이저(Henry Kaiser: 미국 조선의 아버지)에게 선박 건조를 지시했듯이 말이죠.
현재 진행 상황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부진합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자금도 있고 기술도 있습니다. 올해 우리 전력회사의 감가상각비는 40억 달러가 넘습니다. 여기에 추가로 지출할 금액이 30억 달러이므로 아마 70억 달러를 쓰게 될 것입니다. 감가상각비 대비 지출액이 이렇게 많은 전력회사는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송전선이나 송전탑을 원치 않는 사람들이 곳곳에 있습니다. 이것이 민주주의의 문제점입니다. 그래도 아이오와주의 대다수 카운티는 풍력발전을 환영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부 카운티는 풍력발전을 좋아하지 않지만, 협력 의사가 있는 카운티와는 협력할 예정입니다. 우리는 누구에게도 협조를 강요할 수가 없습니다. 어느 주(州)나 공익사업위원회가 전력회사들의 업무와 이익을 관리하는데, 여기에는 아무 문제 없습니다. 그러나 주 단위 시스템이 아니라 전국 단위 시스템을 확장하는 사업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멍거 우리가 지구 온난화를 걱정하지 않더라도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서 탄화수소를 보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로지 탄화수소로만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므로, 한정된 자원인 탄화수소를 보존해야 합니다.
버핏 풍력발전은 비용 면에서도 훨씬 더 효율적입니다. 현재 우리가 진행 중인 사업을 보면 풍력발전 타워가 훨씬 효율적입니다. 그런데도 되지도 않을 일에 대해 말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멍거 이 분야에는 허튼소리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허튼소리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이 분야가 안성맞춤입니다. (웃음소리)
버핏 그런데 우리가 이 분야에 들어와 있군요. (웃음소리)
멍거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