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주식 공부 1] 주식의 가장 강력한 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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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이라는 자산은 장기로 채권, 부동산, 금 등 다른 전통 자산군 대비 뛰어난 수익률을 보여줍니다. 믿기지 않겠지만요. 더욱 믿기지 않는 사실은, 투자 기간을 장기적으로 늘린다면 수익률의 ‘변동성’ 또한 대폭 줄어든다는 점입니다.

투자 기간을 장기로 늘렸을 때 주식은 다른 자산보다 ‘위험은 작고 수익은 더 큰’ 아주 희한한 자산이 되어버립니다. 버핏클럽의 독자라면 익숙한 이야기일 테니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익숙하지 않다면 《거인의 어깨》에 상세히 나오니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주식이 이렇게 이상하리만치 뛰어난 성과를 낼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오늘은 주식의 매우 기본적이고, 매우 중요하지만, 흔히 간과되는 한 가지 속성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이걸 이해한다면 여러분의 투자는 아주 명쾌해지고 편안해질 수 있습니다.

주식의 아주 특이한 속성 하나는 ‘이익잉여금의 내부 유보를 통한 성장’입니다. 용어가 썩 쉽진 않지요? 차근차근 살펴봅시다.

주식은 ‘기업의 자기자본에 대한 소유권’입니다. 다들 아시죠? 주식회사는 주주로부터 돈을 받아서 열심히 사업을 한 다음 남은 돈을 주주에게 돌려줍니다. 문제는 올해 얼마를 남길지 아무도, 심지어 회사 경영진조차 모른다는 점이고, 돈이 남았다 한들 그 돈을 올해 당장 전부 주주에게 돌려주지도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불확실한 점이 많으니 가격이 매일같이 요동칩니다.)

회사가 돈을 벌었으면 이제 그 돈을 돌려주면 될 텐데 당장 돌려주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죠? 어차피 돌려줘 봤자 다른 데에 투자해야 할 텐데, 차라리 지금껏 사업을 잘 해온 우리 회사에 이 돈 – 이익잉여금 – 을 남겨서 사업을 확장하는 데 쓰면 나중에 더 큰 이익으로 돌아올 수도 있겠지요. 회사가 남긴 이익이 100% 주주에게 배당되지 않고 일부 회사에 남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주식의 ‘복리 성장의 마술’은 바로 여기에서 나옵니다. 다른 어떤 자산도, 스스로 창출해낸 현금흐름이 내부적으로 재투자되어서 새로운 성장을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채권에서는 이자가 나옵니다. 투자자가 이 이자를 재투자하려면 새로운 채권을 구매해야 합니다. 부동산 소유자는 임대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 임대료를 계속 부동산에 투자하려면 다른 부동산을 구매해야 합니다. 금은요? 나에게 돌려주는 현금흐름 자체가 없죠.

주식에서도 물론 배당금이 나오긴 하고, 이 배당금을 재투자하려면 새로이 주식을 사야 합니다. 자, 여기부터가 중요합니다.

주식에서 받은 배당금을 주식에 재투자하려면 주식을 시장가격에 사야 합니다. 훌륭한 회사라면 시장가격이 장부가 대비 꽤 비싸겠지요. 배당을 하지 않고 내부에 유보하여 재투자한다면 장부가에 재투자하는 격이 됩니다. 이 차이는 어마어마합니다. 회사가 훌륭할수록 말입니다.

ROE(자기자본이익률)는 자기자본 대비 순이익을 의미합니다. ROE가 10%라면 자기자본 100억을 투입해서 10억의 순이익을 낸다는 뜻입니다. 주식의 본질, 즉 ‘주주로부터 돈을 받아 가서 사업을 해서 남은 돈을 돌려준다’라는 개념에 비추었을 때, 그 본질적인 활동을 얼마나 잘 수행하느냐를 뜻하는 지표입니다.

ROE는 당연히 높을수록 좋습니다. ROE가 20%라면 자기자본 100억을 투입해서 20억을 번다는 뜻이죠. 10%짜리 회사보다 훌륭합니다. 그렇다면 이 회사의 주식은 시장에서 얼마에 거래될까요?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ROE 10%짜리 회사보다는 훨씬 비싼 값에 거래되겠죠. 예를 들어 PBR 2배, 즉 시가총액 200억이라고 해봅시다.

그리고 내가 이 회사 주식을 전체의 10%, 20억 원어치 보유하고 있다고 합시다. 회사가 이번에 번 20억을 전액 배당해서 내가 2억을 수령했고, 나는 이 돈을 재투자할 예정입니다. ROE 20%짜리인 회사에 다시 투자하고 싶지만 가격이 비쌉니다. 2억 원어치 모조리 주식을 사면 지분을 1% 늘릴 수 있습니다.

이 회사가 다음 해에 또 ROE 20%를 내서 20억을 벌고 전액 배당했을 때 나에게 돌아올 몫은 2.2억이겠지요. 이익률 20%짜리 회사에 2억을 추가 투자했는데 돌아오는 돈이 2천만 원 늘었으니 나의 수익률은 10%에 불과합니다. ROE 10%, PBR 1배짜리 주식에 투자한 것과 동일합니다.

그런데 만약에 이 회사가 첫해의 20억을 배당하지 않고 내부에 유보했고 여전히 ROE 20%를 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일단 나는 받은 배당이 없으니 재투자를 고민할 것도 없습니다. 재투자는 회사가 이미 했습니다.

회사의 자기자본은 100억에서 120억으로 늘었습니다. ROE 20%를 유지했다면 두 번째 해의 순이익은 24억이 됩니다. 이 24억을 전액 배당한다면 내가 받을 배당금은 얼마가 되지요? 짜잔, 2.4억이 됩니다.

회사는 잉여금을 유보했고, 두 번째 해에 나에게 들어오는 현금흐름은 첫해(에 들어올 수 있었던) 현금흐름에서 20% 증가했습니다. 회사의 ROE만큼 내가 받을 이익이 늘어난 거죠.

워런 버핏은 1977년 〈포춘〉의 기사에서 “이익잉여금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자본주의의 경이로움 중 하나”라고 했습니다. 이익잉여금이야말로 복리 성장의 핵심 요소입니다.

우리는 ‘복리의 마술’에 대해서는 많이 들어보았지만, 그 복리가 창출되는 과정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자세히 들여다보지 못했습니다. 순수하게 복리라는 공식만 놓고 보자면, 예금에만 돈을 넣어도 복리로 늘어나기는 합니다. (그 수익률의 폭이 인플레이션을 따라잡기도 버겁다는 게 문제죠.) 숱한 ‘리딩방’ 등에서도 “매월 30% 복리의 마술을 누리세요”따위의 광고를 합니다. (거짓말입니다. 도망가세요.)

연 10% 이상의 ‘의미 있는’ 복리를 ‘실제로’ 창출해나가는 현상을 목격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기업의 ‘내부 유보를 통한 재투자’는 우리 주변에서 가장 높은 빈도로 발견할 수 있는 ‘실제’ ‘의미 있는’ 복리 성장 사례입니다.

‘경제적 해자’라는 논리적 귀결

찰리 멍거의 다음 말은 주식 투자의 처음이자 끝입니다. 이 말만 제대로 이해해도 우리의 투자는 매우 간결해집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주식 투자를 통해 그것을 발행하는 기업보다 훨씬 더 나은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ROIC(투하자본이익률)가 40년 동안 6%인 기업의 주식을 사서 40년 동안 유지한다면 처음에 주식을 대폭 할인된 가격에 매입했더라도 투자 수익은 6%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반대로 ROIC가 20년이나 30년 동안 18%인 기업의 주식을 사서 20년이나 30년 동안 유지한다면 처음에 주식을 비싸게 산 것 같더라도 결과적으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영국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는 테리 스미스라는 펀드매니저가 있습니다. 이분 역시 저 멘트를 자주 인용하는데요. 다음과 같은 예시로 잘 설명해줍니다. (《퀄리티 투자, 그 증명의 기록》이라는 책으로도 출간되어 있으니 읽어보시면 좋습니다.)

우리는 향후 40년간 한 기업에 투자할 계획입니다. 선택지는 2개입니다. A 기업은 ROIC가 20%이고 B 기업은 ROIC가 10%입니다. A 기업은 밸류에이션이 비싸서 PBR 4배에 사야 하고, 40년 후에 매도할 때는 밸류에이션이 하락하여 PBR 2배에 팔아야 합니다. B 기업은 상대적으로 싼 PBR 2배에 살 수 있고, 40년 후에는 밸류에이션이 두 배로 올라서 PBR 4배에 팔 수 있습니다. 두 기업 모두 중간에 배당은 하지 않고 ROIC는 40년간 유지됩니다.

두 투자안의 성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A 기업은 7만 3,000퍼센트, 연환산 17.9%를 벌었습니다. B 기업은 8,900퍼센트, 연환산 11.9%를 벌었습니다. 연환산 6%p 차이는 복리로 수만 퍼센트의 차이를 냈습니다. 멋지죠? 이게 진짜 ‘복리의 마술’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ROIC가 장기간 유지된다’는 가정입니다. (멍거는 ROIC를 사용했고 테리 스미스는 ROCE(사용자본이익률)를 사용했는데, 여기서는 크게 중요하지 않으니 넘어갑시다. 저는 앞에서 ROE를 사용했습니다.)

기업은 규모가 커질수록 비효율성이 증대되어 높은 ROIC를 유지하기가 어렵습니다. 20%라는 높은 ROIC를 40년간 유지한다면 엄청난 성과가 나지만, 다시 말해 그만큼 장기간에 걸쳐 높은 ROIC를 유지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렵다’와 ‘불가능하다’는 다릅니다. 아주 드물게 소수의 기업은 그 어려운 일을 해냅니다. 그럼 주식 투자자로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장기간 높은 ROIC를 유지할 것으로 믿을 수 있는 기업을 가려내고, 대단히 비싸지 않은 가격에 사고, 가만히 지켜보는 일이겠지요.

그게 바로 버핏과 멍거가 수십 년간 해온 일이고, 테리 스미스가 해온 일입니다. 버핏의 투자법을 흔히 ‘경제적 해자’에 기반한 투자라고 부르는데요. 경제적 해자라는 말이 여러 의미로 쓰이지만 그 정의는 명확합니다. 투자자의 기회비용을 뛰어넘는 자본이익률을 장기간 유지할 수 있는 힘입니다. 그 원천이 브랜드 파워든, 원가경쟁력이든, 락인효과든 뭐든 간에요.

경제적 해자가 깊고 넓을수록, 즉 ROIC가 높고 오래 지속될수록 주주에게 돌려줄 수 있는 몫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집니다. 주식은 내부 유보를 통한 재투자로 가치의 복리 상승을 이끌어낼 수 있고, 복리 상승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꾸준히 높은 ROIC를 유지해야 합니다.

경제적 해자에 기반한 투자는 단순히 하나의 ‘기법’이 아니라 주식이 가지는 본질적인 속성에 따른 논리적 ‘귀결’입니다.

‘장기간’에 걸친 ‘높은’ 자본이익률

자본이익률을 볼 때 주의 사항이 있습니다. 사실 꽤 많습니다.

우선 단순히 한두 해의 높은 자본이익률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그냥 업황이 좋거나, 단기간에 고성장을 이뤄냈을 때 일시적으로 자본이익률이 높아집니다. (여기서 자본이익률은 ROIC, ROC, ROE 등을 통칭합니다.)

장기간에 걸쳐서 높은 자본이익률을 내기 위해서는 꾸준한 신사업 발굴, 원가 관리 능력, 주주 중시 성향 등이 필요합니다. 주주로부터 받은 소중한 돈을 허투루 쓰지 않겠다는 문화가 조직에 전반적으로 퍼져 있어야 가능합니다.

마찬가지로 한두 해 이익률이 낮다 해서 회사의 역량을 폄하해서도 안 됩니다. 업황이 안 좋아서일 수도 있고, 미래의 성장을 위해 현재 대규모 투자를 하는 중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이유로 현재 이익률이 낮은지 파악하려면 거시경제 동향과 산업의 흐름, 경쟁사의 상태 등을 모두 분석해야 합니다.

또한 회계상의 영업이익이나 순이익이 실제 현금흐름으로 들어올 수 있는 이익인지도 살펴야 합니다. 회계란 마치 소셜 미디어에 올린 사진과 같습니다. 아예 거짓은 아니지만 회사가 원하는 모습대로 마음대로 꾸며낼 여지가 많습니다. 때때로 일부러 망가진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지요.

늘 말씀드리지만 개별 기업에 투자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이렇게 힘들 거면 다른 투자 ‘기법’과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외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큰 차이가 있습니다. ‘노동’과 ‘위임’의 차이입니다. 투자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할 수 있습니다. 내가 열심히 ‘노동’하는 방식이 있고, 남에게 ‘위임’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노동’이라 함은 내가 매일매일의 뉴스를 체크하고, 거시경제를 예측하고, 회사와 미팅하고, 이익을 예측하고, 수급 동향을 파악해서 주식을 사고파는 일을 뜻합니다. ‘위임’이라 함은 ‘누구를 믿을 것인가’를 결정하고, 맡기는 일을 뜻합니다.

주식시장에서 열심히 ‘노동’을 해서 돈을 벌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노동’을 해서 돈을 벌 거면 본업에 충실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애초에 투자를 왜 하는 걸까요? 내가 더 이상 ‘노동’을 하지 않고 자본이 벌어들이는 이익을 통해 삶을 영위하고자 함이 아닌가요? (물론 투자라는 ‘지적 유희’를 통해 ‘내가 옳았음을 입증’하고 ‘자아를 실현’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각자의 삶은 다르니 존중하도록 합시다.)

본업에서 노동을 하면 적어도 돈을 잃지는 않습니다. 주식시장에서는 노동을 하고도 손실을 입을 수 있습니다. (‘불로소득’이라는 말은 참으로 묘합니다. 타인에게 나의 노동력을 제공하지 않았으니 ‘근로소득’이 아닌 건 맞는데, ‘노동손실’의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으니 결과의 한 단면만을 강조하는 표현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위임’을 했을 때도 약간의 ‘노동’은 필요합니다. 주기적으로 ‘수임자’는 ‘성적표’, 즉 매 분기 실적 자료를 나에게 가지고 옵니다. ‘위임자’로서 나는 이 실적이 잘한 건지 못한 건지 평가해야 하죠. 그 평가를 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거시경제나 산업 동향을 살펴야 합니다. 그러나 최종 결론이 다릅니다.

‘노동하는 투자자’의 최종 질문은 ‘그래서 내일 주가가 어떻게 될 건데?’입니다. 피곤하죠. 맞히기도 힘들고, 맞히더라도 그다음 날은 또 힘듭니다. 매일이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게임판의 연속입니다.

‘위임하는 투자자’의 최종 질문은 ‘계속 이 회사를 믿어도 되는가?’입니다. 단순합니다. 틀릴 수도 있지만, 믿을 만한 회사를 잘 골랐을 때 돌아오는 보상은 어마어마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매일 주가를 보지 않아도 마음이 평온하다는 겁니다.

매일 평온하게 발 뻗고 잘 수 있는 즐거움의 가치를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주식은 그러한 평온함을 줄 수 있는 자산입니다.

이런 훌륭한 자산을 가지고 ‘노동’을 하며 괴로워하는 투자자가 아직도 많습니다. 앞으로도 많을 거고요. 그건 우리 버핏클럽 독자들에게 좋은 일입니다.

여러분이 장기 투자자가 아니라면, 주식시장에서 대체 뭘 하는 건지 궁금하다. 언젠가 여러분도 스스로 궁금해질 것이다. – 테리 스미스, 《퀄리티 투자, 그 증명의 기록》 中


※버핏클럽의 모든 글은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에 대한 모든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귀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