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아재의 과학적 투자 1] 세상의 무작위성과 초과수익 기회

유튜브 ‘월가아재의 과학적 투자’ 운영자이자 가치투자 반자동화 플랫폼 Valley AI를 운영하는 뉴로퓨전 최한철 대표의 칼럼을 연재합니다.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주식시장에서 개인 투자자가 초과수익을 얻기 위해 갖춰야 할 것을 근본부터 짚어보는 ‘월가아재의 투자론’입니다. 주요 칼럼은 Valley AI 플랫폼(비공개)에도 게재됩니다. ― 버핏클럽


세상은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러나 조금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 불확실성의 정도는 사건마다 다릅니다. 예를 들어 ‘내일 날씨가 맑을까, 흐릴까?’는 굉장히 불확실한 질문입니다.하지만 1월 겨울에 ‘내일 날씨가 추울까?’는 꽤나 답이 확실한 질문입니다.

똑같은 질문에 대해서도 가지고 있는 지식에 따라 답이 다릅니다. 임신한 아이가 아들인지 딸인지, 과거에는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16주 차 초음파 때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올 확률도 얼핏 생각하면 50 대 50입니다. 그러나 초정밀 카메라로 나노초마다 측정하고 바람의 세기와 공기 저항까지 측정한다면, 시점에 따라 확실성이 높아질 것입니다.

즉 우리가 나이브하게 ‘무작위성’이라고 부르는 불확실성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 자연적인 무작위성: 1982년 프랑스 물리학자 알랭 아스페(Alain Aspect)가 실험을 통해,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의 “신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라는 말이 틀렸음을 정면에서 반박하며, 자연에 순수한 무작위성이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이는 우리가 관찰하지 못하는, 영원히 알 수 없는 무작위성입니다.

△ 지식과 정보의 부족에서 나오는 무작위성: 사실은 무작위가 아닌데, 가지고 있는 지식과 기술이 부족해서 무작위로 느껴지는 불확실성입니다. 과거에는 초 단위로 주가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기술의 발달로 호가 데이터에 대한 빠른 연산과 측정이 가능해지면서 초고빈도 매매는 밀리세컨드 단위에서 주가를 예측하고 매매합니다.

투자자와 세 가지 무작위성

이러한 불확실성의 분류가 투자자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첫째, 투자 공부를 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사람에게 세상은 그저 순수한 무작위성으로 보입니다. 그렇기에 본인이 건전한 지식을 쌓으려는 노력도 하지 않고 정보를 습득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은 채로 투자한 것에서 큰 손실을 입게 되면, 마치 원시인들이 자연재해가 신의 노여움이라 말하듯 무언가 본인의 마음이 납득 가능한 설명을 찾기 위해 때로는 음모론적인 생각에 빠지기도 합니다.

둘째, 투자 공부를 하는 사람에게 세상의 무작위성은 설명 불가능한 무작위성, 설명 가능한 무작위성, 예측 가능한 무작위성으로 나뉩니다. 설명 불가능한 무작위성은 받아들이고, 설명 가능한 무작위성은 관리하며, 예측 가능한 무작위성에서는 수익을 내는 것이 우리가 할 일입니다.

셋째, 투자 공부를 하면 할수록 설명 혹은 예측 가능한 무작위성은 늘어납니다. 펀더멘털 공부를 전혀 하지 않고 재무제표를 읽을 줄 모르는 사람에게 개별 종목들의 움직임은 설명 불가능한 무작위성입니다. 그러나 공부하는 사람은 종목 선택의 영역에서 설명 가능한 무작위성과 예측 가능한 무작위성을 조금씩 확보해나갑니다.

넷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명하지 못하는 무작위성은 언제나 상존합니다. 공부를 통해 조금씩 설명 가능한 무작위성과 예측 가능한 무작위성의 영역을 넓혀나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시장의 다음 움직임을 완전히 예측 가능하다는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때가 가장 위험한 순간입니다. 크게 레버리지를 일으키거나 많은 자금을 하나의 바구니에 담았다가 뼈저린 패배를 하게 됩니다.

불확실성을 줄이기

불확실성은 시장의 알파이자 베타이자 오메가입니다. 불확실성이 없는 시장에서는 수익 기회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시장의 수익은 타인의 실수(알파)에서 오거나, 리스크에 대한 보상(베타)에서 오기 때문입니다.

△ 알파: 적정 가치가 10만 원인 주식을 7만 원에 사서 3만 원의 초과이익을 내려면, 시장의 다른 누군가가 10만 원인 주식을 7만 원에 파는 실수를 해야 합니다. 이 수익을 알파라고 하며, 시장에 불확실성이 없다면 실수하는 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 베타: 주식은 예금보다 위험한 상품이기에, 주식의 기대수익률이 예금보다 높지 않다면 사람들은 주식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고, 회사는 자본 조달을 하지 못할 것입니다. 따라서 정상적인 주주환원주의가 작동하는 주식시장(= 미국)에 투자하면, 투자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예금이자와 인플레이션에 비해 3~5%포인트 정도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고, 이를 리스크 프리미엄이자 베타 수익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 베타 또한 불확실성에서 기인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불확실성 개념에 대한 인지, 불확실성에 대한 존중, 불확실성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불확실성에 대한 인지와 존중만 있다면 베타 수익을 꾸준히 얻을 수 있고, 불확실성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노력하면 알파 수익을 추구할 수 있습니다.

초과수익이란 남에게는 완전한 불확실성인 영역에서 조금이라도 설명 및 예측 가능한 구석을 발견할 때 생겨납니다. 예를 들어 모두가 다음 FOMC 때 파월(Jerome Powell)이 금리를 동결할 거라는 사실을 안다면, 그곳에 초과수익의 기회는 없습니다. 다음 FOMC 때 동결할지 인상할지가 반반인 상황에서 내가 부단히 노력한다면, 그곳에 초과수익의 기회가 있을 수 있습니다.

큰 불확실성일수록 큰 초과수익 기회가 있고, 작은 불확실성에는 작은 초과손실 기회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양날의 검임을 인지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최근 FOMC에서의 파월의 비둘기성 발언은 예측하기 힘든 영역이었고, 그 전에 베팅했다면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11월 9일(한국 시간 11월 10일) 시장을 톤다운시키려는 파월의 매파적 발언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영역이었기에, 이에 베팅했다면 로우 리스크 로우 리턴이었을 것입니다.

이는 펀더멘털 투자에서도 적용됩니다. 테슬라나 아크인베스트(ARK Invest)가 투자하는 종목처럼 먼 미래에 명운이 걸려 있는 종목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투자가 되고, 미래 가치에 대한 할인율의 영향을 많이 받으므로 금리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반면 맥도날드나 코카콜라와 같은 종목은 현재나 미래나 비즈니스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고, 불확실성이 크지도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리스크도 높지 않고 리턴도 꼬박꼬박 배당을 받는 안정적인 수준입니다.

따라서 ‘내가 어떤 투자를 추구할 것인가’의 저변에도 반드시 불확실성을 단단하게 인지해야 합니다.

투자 공부는 인생 공부

불확실성의 개념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90%의 개인 투자자들보다 더 우위에 설 수 있고, 타인의 실수를 발견해 알파를 낼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리고 이는 비단 투자뿐만 아니라 인생의 모든 면면과 단계에도 적용됩니다. 제가 투자 공부는 인생 공부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기업과 산업에 대한 공부와 매크로에 대한 공부는 결국 사람과 사회와 그 흐름을 읽고 불확실성 속에서 예측 가능한 불확실성을 찾으려는 노력입니다.

제가 이전 시황일주 방송(https://youtu.be/8RD0c8DKOcw?si=zD5f0x2UuuDRAyK1)에서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님과 나영석 PD님은 주식 투자를 업으로 했어도 잘하셨을 것 같다고 말한 것이 그 이유입니다. 늘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트렌드를 읽으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이 주식 공부는 각 잡고 책상 앞에 앉아서 고리타분한 책을 읽으며 회계 용어를 암기해야 하는 것으로 오해합니다. 물론 기본적으로 지식적 요소를 습득하기는 해야 합니다. 그러나 ‘생각보다’ 지식적 요소는 본업이 있는 개인 투자자가 주말에 3~4시간 할애해 1~2년 정도 꾸준히 한다면 충분한 일이고, 나머지는 인생과 사회 공부를 통한 사고력을 증진해야 하는 부분이 큽니다. 그리고 후자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독서와 일기 쓰기입니다.

이 글을 읽는 많은 분이 불확실성에 대한 인지를 바탕으로 올바른 투자로 나아가길 기원합니다.

※ 버핏클럽의 모든 글은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에 대한 모든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귀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