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후 2024년 1월 1일 만 100세 생일을 맞는 찰리 멍거가 인생을 통틀어 처음으로 팟캐스트에 출연했습니다. 지난 10월 29일 방송된 어콰이어드(ACQUIRED) 팟캐스트입니다. 어콰이어드 호스트인 데이비드 로젠탈(David Rosenthal)과 벤 길버트(Ben Gilbert)가 찰리 멍거의 로스앤젤레스 자택에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하워드 막스의 아들인 앤드루 막스도 참석해서 의견을 보탰습니다. 버핏클럽의 필진 변영진(generalfox) 님이 인터뷰 전문을 번역했습니다. 중간중간 파란색 글씨로 주석을 달아서 독자의 이해를 도왔습니다. 이 번역문은 변영진 님의 블로그에도 소개되었습니다. ― 버핏클럽
우리 시대의 전설, 찰리 멍거를 모셨습니다. 오늘 인터뷰는 그가 99년의 삶을 통틀어 처음으로 팟캐스트에 출연했다는 의의가 있습니다. 지난 몇 년간 ‘어콰이어드 인터뷰’에서 정말 특별한 대화를 나눴지만, 이번 편이 그중에서도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그의 자택에서 함께 식사하며 찰리는 그의 경력, 나아가 버크셔 해서웨이를 매개로 워런 버핏과 함께한 50년의 세월을 회상했습니다. 여기에는 오늘날의 투자자를 위한 교훈과 조언뿐 아니라 그가 가장 좋아하는 기업인 코스트코의 우위에 관한 내용도 담겨 있습니다. 그와의 대화를 기록하고 청취자 여러분과 공유할 수 있어 정말 기쁩니다. 노트북을 꺼내서 볼륨을 높여 찰리 멍거 특유의 재치와 지혜를 즐기시기를 바랍니다.
데이비드 로젠탈(이하 데이비드) 벤, 지난번 공개한 에피소드에서 거물과의 인터뷰 계획을 밝혔더니 사람들이 정말 각양각색의 추측을 했죠?
벤 길버트(이하 벤) 사람들은 찰리 멍거가 아니라면 워런 버핏 또는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 미국 팝가수)일 것으로 생각하더군요. 많은 사람이 정확히 맞혔습니다.
데이비드 테일러 씨, 저희는 언제나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메일로 연락하세요!
벤 지금보다도 더 많은 대중의 관심을 원하신다면 저희는 언제나 환영합니다.
데이비드 트래비스(테일러 스위프트의 연인인 미식축구 선수 트래비스 켈시(Travis Kelce)를 가리킴)가 연락해주셔도 되고요.
벤 이제 본격적으로 인터뷰를 시작해보죠. 훌륭한 테크기업과 그 이면에 숨겨진 스토리와 각본을 소개하는 팟캐스트 ‘어콰이어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는 벤 길버트입니다.
데이비드 저는 데이비드 로젠탈이고요.
벤 데이비드와 저는 정말 의미 있는 이번 에피소드의 호스트를 맡았습니다. 저희와 절친한 앤드루 막스(Andrew Marks: 하워드 막스의 아들이자 TQ 벤처스의 공동 창업자)가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찰리의 자택에서 그와의 저녁 식사를 주선했습니다. 앤드루가 찰리에게 질문하는 내용이 팟캐스트에 몇 번 등장할 것입니다. 이번이 찰리가 역사상 처음으로 팟캐스트에 출연한 것이리라 확신합니다.
현재 99세인 찰리는 파트너 워런 버핏과 함께 역사상 가장 많은 돈을 번 투자자입니다. 내년 1월 1일은 그가 태어난 지 100년이 되는 날입니다. 물론 위대한 찰리가 등장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번 인터뷰는 정말 흥미로울 텐데요. 이를 떠나 인류 역사를 99년간 지켜본 사람이 바라보는 관점이라는 면에서 더욱 특별합니다.
또한 지난 50년간 유통기업에 투자했던 역사에 관해서도 대화했습니다. 당연히 코스트코 이야기도 했고요. 나아가 훌륭한 협업 관계 구축에서 중요한 것과 최근 글로벌 주식시장의 문제점, 도박과 비교한 투자의 본질, 현재 투자 기회는 어디에 있는지도 이야기했습니다.
데이비드 이번 인터뷰는 벤과 저에게 정말 특별한 경험일 것으로 믿습니다. 결국 찰리와의 인터뷰를 성사했고, 이를 기록해서 후대를 위해 공유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믿기 어려울 정도의 업적이 아닐까요?
벤 청취자 여러분의 이해를 위해 한 가지 말씀드리죠. 오늘 찰리와 저녁을 함께하는 것은 사전에 확정했지만 녹음 가능 여부는 불확실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찰리가 허락해서 이렇게 여러분과 공유하게 되었습니다.
슬랙 채널(acquired.fm/slack)에 가입하시면 모든 에피소드와 뉴스에 관한 토론에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이메일 주소를 등록하시면(acquired.fm/email) 에피소드 관련 수정과 후속 콘텐츠, 다음 에피소드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고요. 다음으로 이번 인터뷰의 유일한 후원사를 소개하겠습니다.
데이비드 특별한 대화는 특별한 후원자를 필요로 하는 법입니다. 어콰이어드를 오랫동안 구독한 청취자는 이에 걸맞은 어콰이어드 후원사 하나가 떠오르실 텐데요. 사업의 모든 면에서 찰리와 워런을 벤치마킹한 타이니(Tiny, https://www.tiny.com/)가 그 주인공입니다.
벤 인터넷 분야의 버크셔 해서웨이라 할 만한 타이니는 버핏과 멍거의 청동 흉상을 제작하는 회사를 설립했을 정도로 두 사람의 열정적인 팬입니다.
데이비드 버크셔는 거의 200년 전 매사추세츠에서 설립된 섬유 공장이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타이니의 공동 창업자 앤드루 윌킨슨(Andrew Wilkinson)과 크리스 스팔링(Chris Sparling)은 ‘인터넷 섬유 공장’으로 볼 수 있는 디자인 에이전시 메타랩(MetaLab)을 설립했습니다. 메타랩은 슬랙과 우버(Uber), 틴더(Tinder), 헤드스페이스(Headspace: 명상 전문 앱과 콘텐츠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코인베이스(Coinbase) 등 유명 스타트업의 UI를 디자인했죠. 이후 두 사람은 ‘찰리와 워런이 우리 시대에 사업을 시작했다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 결과 섬유가 아닌 다른 사업에 진출한 버크셔처럼 두 사람도 훌륭한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틈새 사업인 인터넷을 발견했습니다. 실제로 인터넷은 버크셔의 씨즈캔디(See’s Candies)나 블루칩스탬프(Blue Chip Stamps)보다 더 뛰어났죠. 자본적 지출이 필요하지 않고, 소프트웨어는 이익률이 높으며, 세계적인 브랜드를 구축하는 데 씨즈캔디의 50년보다는 짧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벤 앤드루와 크리스는 메타랩과 다른 사업에서 발생하는 초과 현금흐름을 활용해 세계 최초이자 최고의 인터넷기업 지주회사를 설립했습니다. 나아가 큰 성공을 거두었죠.
데이비드 타이니의 성공 덕분에 이러한 기회는 더 이상 비밀이 아닙니다. 많은 사람이 이러한 사업 아이디어가 성공을 낳는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버크셔와 마찬가지로 앤드루와 크리스에 필적하는 경험과 기질, 자본 접근성, 평판을 두루 갖춘 기업가는 없었어요.
저와 벤은 빌 애크먼(Bill Ackman: 퍼싱스퀘어 대표)과 하워드 막스(Howard Marks: 오크트리캐피털 대표)와 함께 타이니에 투자했습니다. 두 투자자와 마찬가지로 타이니 역시 자기 영역에서 장기 투자자로서 입지를 구축했습니다. 수익성 있는 인터넷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이 영구적인 보금자리를 찾거나, 공동 창업자나 벤처캐피털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자본 파트너가 필요하다면 타이니가 적격입니다.
벤 예컨대 타이니는 영화 팬을 위한 최고의 소셜 네트워크 레터박스드(Letterboxd)를 인수했습니다. 창업가가 12년 동안 회사를 운영한 시점이었고 앞으로도 계속 타이니와 함께 일할 것입니다. 최고의 인터넷기업을 물색하고, 30일 안에 실사를 끝내며, 창업자가 계속하든 오랫동안 일할 새로운 경영진을 물색하든 독립 경영을 보장하는 타이니의 정신을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데이비드 후원해주신 타이니에 고마움을 전합니다. 벤이 말한 것처럼 타이니는 유일한 후원사이고, 버크셔처럼 거의 영원히 존재할 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초 상장하면서 이제 100만 달러부터 최대 2억 5,000만 달러에 이르는 인수 거래를 할 수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은 hi@tiny.com으로 이메일을 보내세요. 벤과 데이비드의 추천을 받았다고도 꼭 말씀하시고요!
벤 마지막으로 찰리 멍거의 청동 흉상은 여러분의 업무 공간에 ‘찰리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질문을 환기하는 완벽한 제품입니다. 링크(https://www.berkshirenerds.store/)에서 구매 가능합니다. ‘워런’이라는 사람의 흉상도 재고가 충분합니다.
이제 더 이상 설명할 필요는 없을 듯하지만, 어콰이어드 팟캐스트는 투자 조언의 성격을 갖지 않습니다. 데이비드와 저는 팟캐스트에서 다루는 기업에 투자한 때도 있습니다. 특히 인터뷰 콘텐츠는 정보 전달과 엔터테인먼트 차원에서 이해하시기를 바랍니다.
벤 이제 오늘의 주인공 찰리로 넘어가겠습니다.
찰리, 제가 지난 주말에 NFL 경기를 봤는데요. 이제 스포츠 방송에 나오는 모든 광고가 스포츠 도박 업체 것 같더라고요. 이것이 과연 미국에 도움이 될까요?
찰리 멍거(이하 찰리) 당연히 그렇지 않습니다. 미국의 경견장(dog track)과 경마장, 카지노가 과연 미국에 도움이 되었느냐는 질문과 똑같습니다. 모두 도움이 안 됩니다. 그냥 인기가 많을 뿐이죠.
데이비드 그래도 워런은 경마장에서 시작하지 않았던가요?(버핏은 초등학생 시절 경마장에서 버려진 마권을 모아 팔고 경마지를 직접 만드는 사업을 했다.)
찰리 하지만 워런은 도박은 하지 않았습니다. 경마장을 고객으로 뒀을 뿐입니다. 그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자기에게 유리한 확률 게임을 원했습니다. 워런에게는 아주 간단한 판단이었을 것입니다. 즉 도박꾼이 아니라 도박장이 되어야 했죠.
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주제는 개인 투자자의 주식 거래에 관한 것입니다. 많은 미국인은 주식 투자가 도박과 똑같다고 생각하는 듯한데요.
찰리 많은 개인 투자자가 도박하듯 투자합니다. 기업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죠. 주가가 오를지 내릴지를 두고 도박만 합니다. 저에게 결정권이 있다면 단기 시세 차익에 세금을 부과하고, 손실을 보상하는 어떠한 장치도 두지 않았을 것입니다. 차라리 많은 사람이 ‘도박’ 게임을 접는 편이 낫습니다.
앤드루 막스(이하 앤드루) 르네상스테크놀로지(Renaissance Technologies) 등이 사용하는 알고리듬 기법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찰리 르네상스의 첫 번째 알고리듬은 아주 단순했습니다. 과거의 모든 데이터를 모아서 주가의 흐름을 분석했습니다. 결과는 이틀 단위로 종가가 ‘상승 후 상승’이나 ‘하락 후 하락’ 패턴이 많았습니다. ‘하락 후 상승’이나 ‘상승 후 하락’보다도요.
여기에는 추세를 따르는 인간의 기본적인 심리보다 더 깊은 차원의 원인이 있습니다. 즉 주식시장 참가자가 단기적인 도박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죠. 그래서 르네상스는 첫날 상승한 주식을 사서 다음 날 장 마감 전에 파는 알고리듬을 개발했습니다. 매일 그 기법을 반복했죠. 결제 대행 기관은 매일 상황을 보고했습니다. “오늘 850만 달러를 결제하셔야 하고 내일은 940만 달러를 결제하셔야 합니다.”
가장 쉬운 방법은 선행매매(front run)일 텐데요. 인덱스펀드의 평균 매수가가 얼마인지 정확히 알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모두가 그 정보를 알고 있었죠. 매년 수익을 달성하는 방법은 바로 장중에 레버리지를 사용해서 자기자본 대비 수익을 높이는 것이었습니다. 아주 많은 거래에서 아주 조금씩 수익을 냅니다. 그 결과 레버리지 위험이 극도로 높은 수준에 이르렀는데요. 저는 그런 위험을 감수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알고리듬으로 높은 수익을 내는 방법은 막대한 레버리지를 사용하는 것뿐입니다. 이미 상당한 돈을 가진 사람이 이렇게 막대한 레버리지를 사용하면 결국 미쳐버리고 말 것입니다.
벤 제가 얼마 전 코스트코의 리처드 갈란티(Richard Galanti: 1993년부터 코스트코 CFO로 재직 중)를 만나서 몇 시간 대화할 기회가 있었는데요. 잘 아시는 분이죠?
찰리 그는 제대로 된 전문가입니다. 평생을 코스트코에 바친 사람이죠.
벤 코스트코의 경영진은 모두가 그런 사람 같습니다.
데이비드 네, 그들 모두 평생을 코스트코에서 일했죠.
찰리 맞습니다. (1997년부터 코스트코 이사를 맡아온) 저는 누구보다 잘 알죠.
벤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코스트코나 프라이스클럽을 어떻게 처음 알게 되셨나요?
찰리 로더릭 힐스(Roderick Hills: 멍거와 함께 멍거, 톨스, 힐스 앤드 리커쇼서(Munger, Tolles, Hills, and Rickershauser) 로펌을 설립했고 이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가 솔 프라이스(Sol Price: 페드마트(Fed Mart)와 프라이스클럽을 설립했고, 프라이스클럽은 제자 짐 시네걸이 설립한 코스트코와 1993년 합병했다)와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여서 솔이 하는 사업을 알고 있었습니다. 로더릭이 저에게 반드시 솔을 만나봐야 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차를 몰고 그의 매장에 가서 솔을 만났습니다. 정말 똑똑한 사람이었죠. 솔은 서른아홉 살까지는 평범한 변호사였지만 이후 공무원 대상 할인점을 설립했습니다.
데이비드 페드마트 시절에 그를 만나셨나요?
찰리 아니요, 제가 그를 만났던 시점은 솔이 페드마트를 독일인에게 매각한 후였습니다.
벤 휴고 만(Hugo Mann)이 페드마트를 인수했죠.
찰리 맞습니다.
벤 코스트코와 합병하기 전 프라이스클럽에도 투자하셨나요?
찰리 네, 투자했습니다. 하지만 공개시장 거래를 통해 주식을 매수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누구에게도 특혜를 받지 않았고요.
벤 짐 시네걸(Jim Sinegal)은 어떻게 알게 되셨는지도 궁금하네요.
찰리 시네걸이 코스트코의 이사가 되어달라고 워런에게 부탁했습니다. 그는 금융업계에서 좋은 평판이 있는 사람을 찾고 있었죠.
벤 사외이사로서 말이죠?
찰리 네, 하지만 워런은 거절했습니다. 그러고는 찰리에게 부탁해보라고 말했다더군요. 본인은 이사회에 참석하느라 긴 시간 비행하고 싶지 않다면서요. 그래서 제가 맡았습니다.
벤 버크셔 해서웨이는 코스트코의 주주가 되거나 인수를 시도한 적이 있나요?
찰리 프랑스 유통기업인 까르푸(Carrefour)가 워런에게 자사를 인수하라고 제안했지만, 거절한 적이 있습니다. 그는 유통업을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데이비드 워런이 유통업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제외하고 다른 큰 반대 의견은 없었나요?
찰리 유통업계의 절대강자로 불렸던 기업이 사실상 모두 사라졌습니다. 시어스로벅(Sears Roebuck)을 비롯해 대형 백화점이 다 망했죠. 그는 유통업에서 오랫동안 꾸준함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앤드루 다이버시파이드 리테일링(Diversified Retailing: 버핏과 멍거는 이 회사를 통해 호크실드콘(Hochschild Kohn)이라는 백화점을 인수했다)에서도 고전하셨죠?
찰리 네, 다이버시파이드를 통해 돈을 번 것 빼고는 다 힘들었습니다. 엄밀히 말해서 유통업에서는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돈은 많이 벌었죠.
벤 다이버시파이드 리테일링이 유통업으로 돈을 번 것이 아니라고요? 그렇다면 어떤 방법을 통해서였나요?
찰리 아주 간단했습니다. 볼티모어주에 있는 별것 아닌 백화점 하나를 샀습니다. 큰 실수였죠. 경쟁이 너무 심했습니다. 인수 계약서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끔찍한 실수를 했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워런과 저는 파산하는 것보다는 상황을 되돌려 우리가 멍청이라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 낫다고 결정했습니다.
당시 우리는 인수가의 절반에 해당하는 무담보 차입금을 이미 조달한 상태였습니다. 백화점에는 초과 현금이 있었고 우리가 투자한 주식은 상승세가 엄청났습니다. 경기 침체의 한가운데를 지나며 계속해서 주식을 사고 또 샀습니다. 그렇게 번 돈으로 또 다른 주식을 샀죠. 가만히 앉아서 돈을 세 배로 불렸습니다.
벤 그때 블루칩스탬프도 인수하셨죠?
찰리 네, 블루칩이 성공 가도를 달리던 시절이었죠.
벤 놀랍습니다. 하지만 워런은 유통기업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셨는데요.
찰리 블루칩은 두 분이 잘 모르는 일도 했습니다. 워런과 저는 약 2,000만 달러를 지급하고 조그마한 저축대부은행을 인수했습니다(1969년 버크셔를 통해 인수한 일리노이내셔널뱅크(Illinois National Bank)를 말한다). 이후 은행을 정리하면서(1980년 규제로 인해 버크셔 주주에게 주식 배당하는 방식을 택했다) 우리는 2,000만 달러를 들여 인수한 기업에서 유가증권 투자로 20억 달러를 벌었습니다. 이를 네브래스카주 보험사의 기초 자본으로 투입했습니다(버크셔와 웨스코파이낸셜(Wesco Financial)이 합작 설립한 웨스코파이낸셜 인슈어런스 컴퍼니(Wesco-Financial Insurance Company, Wes-FIC)를 말한다). 아주 훌륭한 출발이었습니다. 누구에게나 그런 출발이 필요한 법이죠.
벤 놀랍습니다.
데이비드 어콰이어드는 코스트코 에피소드에서 유명한 농담을 다뤘는데요. 10년 전 버크셔 주주총회에서 워런이 당신과 함께 비행기를 타고 가다가 납치당하는 상황을 가정하고 했던 이야기죠. 납치범이 마지막으로 원하는 것을 묻는다면 당신은 코스트코에 관한 강의를 하고 싶다고 말할 것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찰리 워런은 제가 계속해서 코스트코 이야기를 하니 분명 신물이 났을 것입니다.
데이비드 네, 그래서 워런은 그 강의를 듣느니 자기를 먼저 죽여달라고 납치범에게 요청하겠다고 했죠. 하지만 저희는 그 강의를 듣고 싶습니다.
찰리 제가 하도 코스트코 이야기를 하니 지겨워진 워런이 농담한 것입니다. 향후 훌륭한 성과를 낼 것으로 확신하는 기업을 발견하고 또 그 판단이 전적으로 옳다고 확신할 수 있는 때는 평생에 걸쳐 몇 번 찾아오지 않습니다. 아마 평생 대여섯 번 정도 기회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삶의 초반부에 두세 번 그런 기회를 잡은 사람은 이것이 쉬운 게임이라고 생각한 끝에 결국 파산하고 맙니다. 사실 그런 기회는 아주 드뭅니다.
벤 코스트코를 두고 평생에 걸쳐 몇 번밖에 찾아오지 않는 기회라고 생각하셨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찰리 코스트코는 규모가 크고 효율적인 매장을 통해 미국 내 어떤 유통기업보다도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판매합니다. 주차장 1면의 폭은 업계 표준이었던 2.4~2.7미터가 아니라 3미터로 설계했습니다. 유통기업에 필요한 모든 기능을 잘 수행했고 주차 면수도 많았습니다. 그런데도 매장을 방문하지 않고(주차장만 이용) 대량으로 구매하지 않는 고객도 있었죠. 그래서 코스트코는 매장을 방문하도록 보상 포인트를 제공하는 특별 프로그램도 시행했습니다.
벤 이그제큐티브(executive) 멤버십을 말씀하시는 것이죠?
찰리 네. 효과가 좋았습니다.
벤 저희가 공부해보니 자본 집약도가 정말 낮은 비즈니스 모델이더군요.
찰리 코스트코는 재고자산에 돈이 묶여 있지 않습니다. 공급업체는 판매가 일어난 후에야 대금을 정산받는데, 기꺼이 기다립니다.
벤 전 세계 900여 개 창고형 매장에 고품질 상품이 가득하지만, 재무상태표에 깔고 앉은 재고자산이 없더군요.
찰리 맞습니다.
데이비드 저희가 알기로 프라이스클럽은 코스트코와 합병하기 전에 이미 상장한 상태였는데요. 자본이 필요하지 않았기에 증자한 적이 없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찰리 자본이 필요할지는 미리 알 수 없습니다. 솔은 유능한 자본가였고, 거래를 좋아하고 부동산도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방식은 말이 안 됩니다! 코스트코 수준의 대형 기업을 운영하면서 주차장이 좁아서 불편하거나 주차할 공간이 없는 것은 격에 맞지 않습니다. 그러한 자본 정책으로 할인점이 많은 돈을 버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벤 공감합니다.
찰리 솔이 대규모 자본을 ‘원하지’ 않았다는 것이 정답에 가까워 보이네요.
벤 코스트코처럼 제한적인 SKU(stock keeping unit: 재고 관리를 위한 최소 단위)를 통해 우위를 확보하는 다른 기업 사례도 있을까요?
찰리 아주 많습니다.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겔슨브러더스(Gelson Brothers)라는 작은 식료품 체인점도 그 사례입니다. 높은 재고자산 회전율과 낮은 자본적 지출을 목표하기에 이익률을 높이려고 노력하지 않았습니다. 매장을 방문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주차장을 사용하지 못하게 했고요.
벤 일생의 기회라 부를 만한 훌륭한 기업 몇 개를 돌아보면서, 각자 일생의 기회를 찾고 있는 데이비드나 저 같은 젊은이에게 해주실 조언이 있다면요? 무엇이 중요했습니까?
찰리 투자하고 나서 5년이 지나야 그것이 기회였는지 알 수 있습니다. 좋은 성과를 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투자한 사람의 사고 능력은 향상합니다. 하지만 자신이 우위에 있다고 확신한다면 대규모로 투자해야 합니다. 이는 내가 옳다는 것을 내가 알 때를 말합니다. 경영대학에서는 그런 것을 가르치지 않죠. 미친 짓입니다. 당연히 각자 가진 가장 좋은 기회에 대규모로 투자해야 합니다.
벤 그 정도로 무언가에 확신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나요?
찰리 계속해서 노력해야죠.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만나세요.
데이비드 반세기 넘게 워런과 정말 아름답기까지 한 협업 관계를 유지해오셨는데요. 저와 벤은 이제 10년이 되었습니다. 비결이 있을까요?
찰리 우리가 처음으로 함께 일했을 때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쉽게 알아볼 수 있는, 낮게 걸린 과일 따위는 없었죠.
벤 투자 기회 측면에서 그러했다는 말씀이죠?
찰리 맞습니다.
데이비드 워런과의 협업 관계 측면은 어떠했나요?
찰리 워런과 저는 어느 정도 비슷했습니다. 가족의 안전을 기하고 투자자에게 좋은 성과를 돌려주고 싶었죠. 태도 면에서도 비슷했고요.
데이비드 시간이 지나면서 변한 것이 있나요?
찰리 없습니다. 워런은 지금도 다른 무엇보다 버크셔 주주의 안전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레버리지를 조금 더 활용했다면 지금보다 세 배는 더 나은 실적을 냈을 것입니다. 위험 수준도 똑같은 비율로 증가하지 않았을 테고요. 하지만 워런과 저는 우리의 기본적인 피난처(버크셔)에 관해서라면 확률이 얼마나 유리하든 관계없이 무너질 가능성이 존재하는 방법은 택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벤 레버리지를 더 많이 활용했다면 무너질 가능성이 있었다고 보시나요?
찰리 아주 조금이라도 성과는 더 좋았을 것입니다.
벤 버크셔와 여러 기업을 비롯해 두 분의 현재가 존재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었다고 보시나요?
찰리 아닙니다. 결과는 여전히 괜찮았을 것입니다.
데이비드 워런도 그렇게 생각할까요?
찰리 우리가 현명했다면, 상황이 허락하는 선에서 쥐어짜 내면 어떻게든 되었겠죠.
데이비드 레버리지를 쓸 때, 우리가….
찰리 사실 레버리지는 사업에서 자동으로 일어납니다! 자본 없이 신규 매장을 열더라도 당연히 레버리지가 발생합니다. 상황이 그러한데도 재고자산이 없는 기업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요?
벤 아주 중요한 지적입니다. 아주 많은 사람에게 (저렴한 판매가 등 코스트코 방식으로) 상품을 제공할 책임이 있으니까요.
찰리 그런데 상품 회전율이 아주 높죠.
데이비드 네, 여기서 말하는 레버리지가 차입금에서 비롯하지 않았다는 점이 흥미로습니다. 부채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찰리 많은 사람이 부채를 활용합니다. 제품을 만드는 기업은 아주 많고, 놀라우리만치 강력한 힘을 지닌 유통기업은 공급업체에 재고자산을 부담하게 합니다. 우리(코스트코)만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죠.
벤 협업 관계 이야기로 돌아가서, 데이비드와 저는 함께 팟캐스트를 한 지 10년이 되었습니다. 투자업과는 다르지만 복리 성장이 가능하다는 면에서는 유사합니다. 워런과 함께한 50년을 돌아볼 때 이러한 관계를 지속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개인적인 조언을 하나 해주시겠습니까?
찰리 서로를 좋아하고 함께 일하는 것을 즐기면 확실히 도움이 되겠지요.
데이비드 네, 저희도 그렇습니다.
찰리 좋네요. 하지만 저는 한 가지 공식에 천착하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잘 작동했던 여러 관계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각자 잘하는 것이 서로 다른 때가 많습니다. 자연스럽게 일을 나눕니다. 게다가 각자 자신이 맡은 일을 좋아합니다.
코스트코 사례를 볼까요? 짐 시네걸 외에도 아주 똑똑하지만 유통업계 출신이 아닌 제프 브로트먼(Jeff Brotman)이 있었습니다. 처음에 두 사람은 업무를 나눠서 브로트먼이 회장 겸 CEO를 맡기로 했습니다. 애초에 먼저 코스트코를 함께 설립하자고 한 건 그였으니까요. 하지만 시네걸은 자기가 CEO를 맡겠다고 했습니다. 그리 유쾌하지 않은 안건으로 이사회가 열렸고, 내부적으로 큰 갈등을 겪은 결과 브로트먼이 생각을 접었습니다.
데이비드 당신이 이사회에 합류한 후에 일어난 일인가요?
찰리 그 전이었습니다.
데이비드 워런과 같은 도시에 살지 않는 것이 두 분의 관계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보시나요?
찰리 도움이 되었을 수도 있지만, 워런은 다른 사람과도 아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버크셔 본사에서 매주 토요일에 모여 함께 점심을 먹죠. 그가 사는 지역에 오랜 친구가 없어서 저와의 관계를 소중히 생각한 것은 아닙니다.
벤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일상적인 일이 아닐 때 그러한 관계에 도움이 된다고 보시나요?
찰리 물론 우리 둘 다 어렸을 때는 할 일이 그리 많지 않았기에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제는 각자 할 일이 많아졌지만 대부분 일상사에 국한된 차이일 뿐입니다.
벤 그렇군요.
데이비드 벤과 저는 할 일이 아주 많이 남은 것 같습니다.
찰리 물론 두 사람은 할 일이 많습니다. 투자를 잘하기는 몹시 어렵습니다. 벤처캐피털이 계속해서 좋은 투자를 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데이비드 고백건대 벤처캐피털에 관한 당신의 생각을 정말 듣고 싶었습니다.
찰리 일부 기업에 대한 투자는 너무 과열되어서 아주 빠른 속도로 결정해야 하는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도박의 성격이 짙어집니다.
벤 벤처캐피털이 사회에서 맡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다고 보시나요?
찰리 아니요. 아주 형편없다고 생각합니다.
찰리는 이 주제를 상세하게 다뤘지만 팟캐스트에 공개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다음 주제인 비트코인으로 바로 넘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