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자가 알아야 할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지식을 담아 ‘최소한의 주식 공부’를 연재합니다. 주식이라는 자산의 근본적인 실체에서 시작해, 의사결정의 주요 원칙과 피해야 할 함정에 대해 홍진채 라쿤자산운용 대표가 독자 여러분과 함께 고민합니다. - 버핏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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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간에는 ‘싼 것’에 대해 이야기해보았습니다. 이번에는 ‘비싼 것’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가치 대비 비싼 게 아니라, 일견 비싸 보이지만 잘 따져보면 비싼 값을 하는 물건을 명품이라 부릅니다. 주식에도 명품 대우를 받음직한 주식들이 있지요. 비싼 대우를 받아 마땅한 주식이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안다면, 그만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을 때 좋은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한 편으로 끝날 이야기가 아니라서 앞으로 여러 편에 걸쳐서 말씀드리게 될 것 같네요. 명품의 조건은 한두 개가 아니지 않습니까, 하하.

오늘은 ‘성장’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비싼 주식은 보통 성장성이 높습니다.

음, 먼저 여기서 비싼 주식이 뭐냐는 것도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는데요. 간단하게 PER이 평균보다 높은 주식이라고 정의합시다. (순이익이 없다면 PSR로 보아도 무방합니다.)

PER이 높은 주식은 대체로 올해나 작년의 이익 대비 내년 혹은 그 이후의 이익 성장률이 큽니다.

성장은 모두가 좋아하는 요소입니다. 그래서 가격을 비싸게 매길 수 있습니다. 한편, 성장에도 질의 차이가 있고, 그 차이에 따라서 프리미엄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성장할 것이 명백해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프리미엄을 못 받기도 하지요. 이런 주식을 몇 년 동안 들고 있으면, 성장에 대한 예측이 맞았음에도 PER이 계속 낮아지면서 주가가 제자리에 있는 경험을 할 수도 있습니다.

성장을 바라볼 때 어떤 요소를 좀 더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할까요?

TAM(최대 도달 가능 시장)

시장점유율을 이야기할 때 그 ‘시장’이 어떤 시장을 이야기하는지 고민해본 적이 있으신가요? 보통 업체들은 자기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시장을 설정해서 점유율을 이야기합니다. 입지가 강건해 보이고 싶으면 시장을 좁게 설정해서 점유율을 높아 보이게 하고, 규제를 피하고 싶으면 시장을 넓게 설정해서 점유율이 얼마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시장의 단계는 TAM, SAM, SOM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TAM은 전체 시장(Total Addressable Market), SAM은 유효시장(Service Available Market), SOM은 수익시장(Service Obtainable Market)입니다.

TAM은 비슷한 제품·서비스가 적용되는 모든 시장을 망라한 개념입니다. 구글을 예로 든다면 전체 광고시장이 되겠지요.

SAM은 그 안의 세부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도달할 수 있는 시장입니다. 구글은 온라인 광고업을 영위합니다. 그러니 TV 광고나 지하철 옥외 광고 같은 시장은 SAM이 아닙니다.

SOM은 SAM 내에서 실제 확보 가능한 시장 규모입니다. 온라인 광고 내에서도 메타나 아마존 등 다른 사업자들이 있지요. 구글이라면 구글이 실제로 확보한 점유율을 뜻할 테고, 스타트업이라면 초기에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미니멈 시장 규모를 뜻할 수도 있습니다.

자, 이 설명을 듣다 보면 조금 모호한 점이 생깁니다. TAM과 SAM의 차이는 정확히 뭐죠? SOM에서 경쟁사로 부를 회사들은 어디까지 포함해야 하죠? 광고시장을 온라인·오프라인으로 구분할 수도 있지만, PC·모바일·오프라인으로 구분할 수도 있겠고요. 넷플릭스는 구독료를 받고 콘텐츠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는 회사였지만(따라서 광고회사의 고객이었지만), 최근에는 광고를 포함한 저가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광고업에 진출했습니다.

사람들은 직관적인 것에 반응합니다. SAM과 SOM을 세세하게 구분하려면 생각이 복잡해집니다. 심지어 현재의 시장을 누가 얼마나 가져가고 있느냐가 아니라 ‘앞으로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는데?’를 고민하는 상황이라면 가장 중요한 건 TAM입니다.

‘A 회사가 광고업에 진출한대’ 하면 ‘1조 달러 시장에 진출한다’와 같은 개념이 되는 거죠. 충격이 큽니다. 어떤 세부 시장에서 얼마나 점유율을 가져갈 거냐는 부차적인 이야기입니다. ‘지금 돈을 잘 벌고 있으니 어떻게든 할 수 있지 않을까’ 정도로 퉁치고 넘어갈 수 있습니다.

‘전기차를 만든다’라고 하면 ‘전체 자동차시장에서 전기차 침투율이 얼마이며 이 회사의 점유율이 얼마일까’라는 건 그다지 따지지 않습니다. 그냥 ‘3조 달러 시장’에 진출하는 거죠. 아니면 완전히 실패하거나요. 여러 번 말씀드리지만 주식 투자라는 건 비대칭성을 먹는 게임이며, 하방은 거의 언제나 마이너스 100%, 전액 손실입니다. 상방이 많이 열려 있을수록 사람들은 열광합니다.

여기에 더해서 TAM 자체가 바뀌면 더욱 열광합니다. TAM이 바뀌는 건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요. 하나는 TAM의 성장입니다. 광고시장, 자동차시장은 이미 성숙해버린 시장이라서 TAM이 커지기는 어렵겠죠. 그러나 항암제라면요? 2,000억 달러 시장이 매년 10%씩 커집니다. 미용기기는요? 전 세계 소득 수준이 높아질수록 시장이 계속 커집니다. 당뇨병 치료제는 비만 치료제로 시장을 넓혀나가고 있고요. (물론 이 경우에는 TAM보다는 SAM의 확장에 가깝겠지만.. 넘어갑시다.)

또 하나는 새로운 TAM을 개척하는 일입니다. 구글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합니다. 회사들이 각자 서버를 구축하던 시장을 자신의 TAM으로 가져온 거죠. 아마존도 유통업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추가했습니다. 앞서 넷플릭스가 광고 서비스를 갖다 붙인 것도 좋은 사례일 테고요. 테슬라는 전력 인프라를 판매하고, 자율주행 SW도 판매하겠다고 합니다. 애플은 컴퓨터회사에서 휴대폰회사를 거쳐 ‘피부에 접촉하는 거의 모든 소비자향 전자기기’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새로운 TAM을 갖다 붙일수록, 그리고 그걸 성공시킨 이력이 늘어날수록 사람들의 기대치는 무궁무진해집니다.

인공지능은 어떨까요? 인공지능 하면 아직도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긴 사건을 떠올리거나 혹은 ‘스타크래프트’ 게임에서 컴퓨터를 상대로 대전할 때 나오는 그 인공지능을 떠올리신다면 시대에 한참 뒤처진 겁니다. (놀랍게도 실제로 있습니다. 많습니다.)

현재의 딥러닝 기반 생성형 인공지능은 (독창성이 부족하다는 한계는 있지만) 로봇 제어, 자율주행, 이미지와 영상 및 음원 생성, 단백질 시뮬레이션 등 무궁무진한 분야에 사용될 수 있습니다.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일어나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제 곧 로봇이 빨래를 개줄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말도 안 되게 넓은 TAM을 가지고 있으니, 거기서 선두를 달려가는 업체들은 엄청난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 뒷단에는 GPU가 핵심 하드웨어인데, 이걸 제대로 만드는 회사는 현재로서는 엔비디아밖에 없고, 수년 후 미래를 보더라도 몇 개 회사밖에는 늘어날 수 없는 게 자명합니다. 그러니 엔비디아가 높은 프리미엄을 받는 거죠. 이런 회사에 대해서 현재의 이익 대비 60배 정도의 PER로 ‘비싸다’고 결론짓는 건 매우 위험한 일이 될 수 있습니다.

돈을 벌 수 있는 성장인가

또 고민해야 할 요소는 쉽게 말하면 ‘수익성’입니다. 성장을 이야기할 때 수익성을 따지는 건 좀 고루해 보입니다. 그러나 이익이 검증된 분야와 그렇지 않은 분야에 대해서 붙일 수 있는 프리미엄은 달라집니다.

테슬라가 전기차를 처음 만들었을 때, 아마존이 AWS를 처음 내놓았을 때, 그 가치를 인정받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결국 큰돈을 쏘는 건 기관투자자들인데, 그들은 내부적으로 여러 심사 단계를 거쳐야 주식을 편입할 수 있습니다. 검증된 비즈니스 모델이 아닌 경우에는 편입할 수 있는 기관투자자가 제한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