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딥다이브 1] 환상인가, 현실인가?

아직 실수가 있지만 거의 완성되었다는 평가도 받는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며, 이런 소프트웨어를 완성하기 위해 칩부터 설계하고 컴퓨팅 하드웨어도 직접 제작하는 회사. 전기차 사업과 밸류체인을 수직 통합한 데 이어 AI와 에너지 저장 장치 개발, 위성 통신 사업까지 수평으로도 확장하는 테슬라. 주요 언론과 유튜브 등을 통해 친절한 테슬라 삼촌으로 알려진 박형근 연구원이 테슬라가 그리는 미래와 현재, 나아가 여러 혁신 기술의 상용화, 대중화 가능성 등을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 연재합니다. - 버핏클럽


자동차가 스스로 운전하고, 화성에서 인류가 거주하며, 로봇이 사람 대신 일하는 미래를 꿈꾸는 괴짜 사업가가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사기꾼!’이라는 시각은 머스크가 테슬라의 CEO가 된 2008년 이후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이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괴짜 CEO는 실험적인 첫 모델 ‘로드스터’를 내놓은 지 16년 만에 연간 180만 대를 판매하는 세계 최대의 순수 전기차회사로 테슬라를 이끌었습니다.

테슬라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도 적지 않지만, 이 회사가 전기차시장의 성장을 주도한 사실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테슬라가 등장하기 전에는 전기차가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 많았고 많은 자동차 제조사가 전기차 사업에 회의적이었습니다. 그러나 테슬라는 이러한 의문을 불식하며 전기차 판매량과 기업 가치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섰습니다. 전기차 대량 생산 시스템을 구축해 오랜 기간 20%가 넘는 높은 판매 마진을 실현했고, 현재도 경기 침체에 따른 공격적 가격 인하 전략에도 불구하고 10%가 넘는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완성차업계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지요.

다른 완성차 업체들이 ‘Next 테슬라’가 되기를 희망하며 기술적으로 진보한 전기차 플랫폼을 출시하고 있지만, 테슬라와 비교할 때 여전히 많은 격차가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토요타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자동차를 생산하지만 전동화 차량의 비율과 순수 전기차 판매량이 상대적으로 낮아, 테슬라보다 미래 지향적 이미지가 약하다고 평가받습니다.

테슬라는 전기차뿐만 아니라 충전 인프라, 에너지 저장 시스템, 휴머노이드 로봇, 자율주행 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통해 자동차산업의 미래, 즉 C.A.S.E.(Connected, Autonomous, Shared, Electrified) 시대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소프트웨어 기반의 차량 설계 전략을 사용해서 차량의 소프트웨어를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이를 통해 시간이 지나도 최신 기능을 제공할 수 있는 차량을 만듭니다. 이는 주행 거리와 가속 성능 향상, 능동형 서스펜션 같은 하드웨어 운용의 최적화로 이어집니다.

붕어빵 찍듯 '기가캐스팅'

테슬라는 흔히 자동차 하드웨어보다는 IT화된 이동 기기를 만드는 테크기업으로 각인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테슬라의 차량 내부를 살펴보면 기본기가 얼마나 탄탄한지 놀랄 수밖에 없습니다. 테슬라의 대중화를 열었다고 평가되는 모델 3와 Y 전기차 출시 이후, 많은 엔지니어가 차를 분해해 분석했습니다. 이 가운데서도 미국의 자동차 분해 분석 전문가 샌디 먼로는 그 전까지 테슬라에 큰 기대감이 없었지만 모델 Y를 분석한 후 완전한 테슬라 팬보이가 되었습니다. 완성차 대량 생산 체계를 갖춘 지 몇 년 되지 않은 기업이, 기존 기업들이 시도하지 않은 혁신 기술들을 빠르게 적용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테슬라는 전기차 제조 과정에 혁신 기술인 ‘기가캐스팅’을 도입해서 자동차업계의 기존 생산 방식에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기가캐스팅은 마치 붕어빵을 찍듯이 대형 알루미늄 합금 판에 높은 압력을 가해서 일체화된 섀시를 생산하는 기술로서, 생산 공정을 혁신적으로 단순화하고 공간과 비용을 절약하는 데 기여합니다. 테슬라의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 언더바디를 단 세 개 부품(프론트 캐스팅, 리어 캐스팅, 배터리팩)으로 구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모델 3의 리어 언더바디에 이미 적용되어 기존 금속 패널 70여 개를 대체했습니다. 기가캐스팅 도입으로 테슬라는 전통적인 금속판재 스탬핑과 점용접 조합에 의존하는 대량 생산 방식에서 벗어나 생산 효율성과 조립 품질을 향상시켰습니다.

컬러로 표시된 모델 3 언더바디 부품은 기가캐스팅을 통해 171개에서 2개로 줄었고 용접점도 1,600개 이상 줄었다.

일론 머스크는 이 기술로 조립 품질을 ‘마이크로 밀리미터’ 단위로 개선할 것이라 강조했습니다. 기가프레스는 하루 최대 1,000번 캐스팅할 수 있는 내구성을 지녔고, 알루미늄 합금 소재가 비싸지만 생산 단가를 약 20%(테슬라 발표 당시 목표는 40%) 절감할 수 있다고 합니다.

업계는 현실화가 어렵거나 생산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현재 샤오펑과 니오 같은 중국 전기차회사들이 이미 동일한 기술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볼보, 폭스바겐, 현대자동차 등 레거시 기업들도 2025년부터 적용 차량들을 출시할 것으로 보입니다.

테슬라의 혁신은 여러 방면에서 보이는데 2023년 12월 출시한 사이버트럭이 그러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우선 2020년 선보인 4680 배터리(지름 46밀리미터, 높이 80밀리미터의 원통형 배터리)가 2024년부터 본격 양산되어 사이버트럭에 담길 것으로 보입니다.

배터리데이에 선보인 4680 배터리의 콘셉트에는 이목을 끌 만한 요소가 여럿 있었습니다. 우선 원통형 배터리는 오랜 기간 검증된, 가장 생산성이 높은 방식입니다. 연간 2,000만 대 생산 체계 구축을 목표로 하는 테슬라는 가장 빠르고 가장 저렴한 생산 공정을 고민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원통형 배터리셀을 자동차의 네모난 바닥면에 담으려면 필연적으로 원통과 원통 사이에 빈 공간(dead space)이 생깁니다. 가능한 한 많은 에너지를 담아야 하는 전기차 입장에서는 단점일 수밖에 없습니다. 테슬라는 18밀리미터(모델 S, X) 또는 21밀리미터(모델 3, Y)이던 원통의 지름을 46밀리미터로 키워 배터리셀 스스로 구조적 강성을 지니게 했습니다.

그리고 기존 배터리 패킹 방식인 셀-모듈-팩(Cell-Module-Pack)에서 중간의 모듈을 제거한 셀투팩(Cell-to-Pack) 기술을 이용함으로써 구조를 단순화하고 팩 에너지 밀도를 높였습니다. 4680 배터리의 구조적 강성과 냉각 효율 제고로 배터리팩 내부의 여러 충돌 안전 구조물과 냉각 시스템을 단순화했기에 가능한 변화였습니다.

또한 아직은 일부에만 적용된 것으로 보이지만, 배터리셀의 전극 공정에 건식 코팅 기술을 도입하면서 100미터가 넘는 건조로를 제거해서 설비 규모를 크게 줄였습니다. 생산 속도가 올라갈 뿐만 아니라 설비 면적과 투자비가 크게 줄어 원가 혁신에 큰 도움이 되는 기술입니다.

다른 기업들이 성능 향상을 통한 상품성 향상에 치중할 때, 테슬라는 시장에 필요한 기술 수준에 맞춘 제품을 매우 저렴하게 생산하는 엔지니어링의 기본에 집중하는 모습들이 결과로 확인됩니다.

기괴한 프로젝트 '사이버트럭'

사이버트럭은 여러모로 의심스러운 프로젝트였습니다. 3톤이 넘는 육중한 철판색 사이버트럭을 보았다면 참으로 기괴한 디자인이라고 느꼈을 법합니다. 외판으로 사용된 스테인리스 강판은 자동차업계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소재입니다. 스테인리스는 이름에 걸맞게 녹이 슬지 않는다 하여 자동차 내부의 구조용 부품 정도로 고려되었습니다. 게다가 워낙 단단해서 가공하기 어렵고, 뜨겁게 달군 후 프레스 금형으로 찍어 눌러야만 모양이 잡히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니켈과 크롬 등 비싼 원료가 들어가서 가격도 일반 철판보다 두세 배 높습니다.

테슬라 사이버트럭(출처: 테슬라)

그러나 아마도 일론 머스크는 자신이 운영하는 스페이스X의 스타십 우주선에 사용하는 이 소재에 매력을 느낀 것 같습니다. 도색하지 않아도 멋스러운 외관과, 우주에서 사용해도 될 만한 터프함이 미국에서는 인기 있는 픽업트럭의 소재로 딱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릅니다.

자동차 외판을 두꺼운 스테인리스로 하게 되면 여러 장점이 생깁니다. 우선 색을 입히지 않음으로써, ‘판금-도장-조립’으로 이루어진 자동차 전통 생산 방식 가운데 도장 공정(페인트샵)을 없앨 수 있습니다. 도장 공정은 긴 컨베이어와 도장 로봇으로 인해 투자비가 만만치 않습니다. 게다가 자동차 제작에 들어가는 에너지와 물의 절반 이상이 이 공정에 집중됩니다. 공정 하나를 없앰으로써 비용이 크게 절감됩니다.

또 다른 장점은 단단한 외판으로 인해 내부 구조물을 단순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사이버트럭은 도어 내부의 임팩트빔이 없습니다. 임팩트빔은 자동차 측면 충돌로부터 탑승자를 보호하기 위한 충돌 안전 부재입니다. 소재가 단단하니 두꺼운 외판만으로 충돌하는 차량의 충격을 막아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에 따라 테슬라는 사이버트럭이 갑각류의 외골격 구조를 닮았다고 하여 엑소스켈레톤 구조라고 부릅니다.

사이버트럭은 다른 신기술도 여럿 선보였는데 그중 핵심은 바로 스티어바이와이어(Steer-by-Wire, SbW)와 48볼트 시스템입니다. 그동안의 조향 장치는 스티어링휠과 양 바퀴를 두꺼운 회전축으로 연결했는데, 스티어바이와이어는 전자식 와이어로 연결합니다. 커다란 축을 제거하니 엔진룸 내부에 여유가 생기고 스티어링휠의 위치가 매우 유연해졌습니다. 특히 바퀴를 완전하게 한 방향으로 틀려면 스티어링휠을 두세 번 돌려야 했는데, 이제는 사용자 편의에 따라 보다 직관적으로 회전각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앞바퀴와 뒷바퀴를 각각 제어하니 저속에서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여서 회전 반경을 크게 줄이고, 고속에서는 같은 방향으로 회전해서 빠른 차선 변경을 돕습니다.

초기 내연기관차 시절에도 기본 조명을 켜고 시동을 걸기 위해 6볼트 배터리를 사용했습니다. 이후 파워 윈도와 라디오 등 전자 부품이 늘어나며 1970년부터 12볼트로 올려 반세기 이상 사용하고 있습니다. 독자 중에서는 엔진룸 내 12볼트 배터리를 갈아본 분도 많을 것입니다.

자동차가 전자기기화되면서 전기 사용이 늘자 소켓과 전선 등에 해당하는 와이어링 하네스 부품이 적게는 30킬로그램, 전기차의 경우 고전압 배터리 전장까지 합치면 100킬로그램에 육박하게 되었습니다. 완성차업계 내에서도 저전압 전기 시스템을 48볼트로 올려 와이어링 하네스 부담을 줄이자는 움직임이 있었으나, 테슬라가 사이버트럭 출시와 함께 48볼트 시스템을 장착해 전장 무게를 70% 이상 줄이면서 한 걸음 앞서 나갔습니다. 이더넷 차량 통신을 도입하며 전원 공급선과 통신선을 통합해 추가로 3%를 줄였다고 합니다. 속도 면에서 사실상 다른 기업들이 테슬라를 따라오기 어렵습니다.

문제는 기존 전자 부품들도 모두 48볼트에 맞추어 재설계하고 공급망을 재정비해야 하는 등 생태계 조성 자체가 필요했다는 것인데, 테슬라는 각 완성차 기업 CEO에게 가이드북을 보내 생태계 참여를 요청했다고 합니다.

레고 조립하듯 '언박스드 프로세스'

일론 머스크는 그동안 자신의 비전을 담은 마스터플랜을 통해 재생에너지 확산, 전기차 생산,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대한 로드맵을 그려왔습니다. 2023년 4월 발표한 마스터플랜 파트 3에는 3세대 플랫폼을 소개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시장에서는 사이버트럭에 이어 테슬라에 필수적인 세그먼트로 여겨지는 소형차, 속칭 모델 2 혹은 ‘레드우드’로 추정되는 프로젝트를 기대하며, 이 소형차가 3세대 플랫폼에 기반한 첫 차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3세대 플랫폼의 핵심은 자동차를 해체한 박스처럼 펼쳐 조립하는 ‘언박스드(Unboxed)’ 프로세스입니다. 오랜 세월 전통적인 자동차 생산 방식은 차체를 가장 먼저 조립해 페인트 도장한 후 내부 부품을 장착하는 순서를 따랐습니다. 하지만 언박스드 프로세스는 도장 공정을 없애거나 최소화하고 차체 조립 공정을 가장 마지막으로 미루어 기존 공정을 뒤바꿀 것으로 보입니다.

언박스드 프로세스(출처: 테슬라)

핵심은 차량을 여섯 개 블록으로 나누어 동시에 조립한 뒤 하나로 완성하는 방식입니다. 생선뼈 모양과 유사하다고 해서 ‘피시본(fishbone)’ 공정이라 합니다. 판금과 도색을 거쳐 만든 차체를 컨베이어 벨트에 올리고 작업자들이 비좁은 도어 링을 타고 넘나들며 작업하는 기존 방식과 비교됩니다. 차체를 이렇게 레고 블록처럼 크게 나누어 조립하면 부품 단위별 동시 조립이 가능하고 작업자의 접근성이 크게 향상되어 생산성이 높아질 것입니다. 특히 작업자의 접근성 개선은 자동화와 휴머노이드 로봇의 투입이 쉬워진다는 의미여서 2,000만 대 대량 생산 체계로 가야 하는 테슬라에는 넘어서야 할 매우 중요한 마일스톤으로 보입니다.

테슬라는 전기차 초기 시장의 경쟁우위 확보를 위해 자동차 생산뿐만 아니라 배터리 직접 생산, 원료 수급을 위한 리튬과 니켈 광산 확보, 리튬 정제 사업까지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수직 통합 작업은 결과적으로 다른 완성차회사와 차별화되는 부품 통합 능력과 원가 경쟁력으로 이어졌습니다. 전기차 생산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레거시 업체들이 경기 침체까지 겹쳐 대당 3~4만 달러의 손실을 보고 있을 때, 테슬라는 공격적 가격 인하로 수요를 방어하면서도 10%대의 높은 수익률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입니다.

테슬라의 차량당 평균 제조 원가는 2022년 4분기 3만 9,500달러에서 2023년 4분기 3만 6,000달러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습니다. 2023년 4분기 평균 판매가가 4만 7,000달러를 넘었으니 테슬라는 아직도 1만 달러 가까이 가격 인하 여력이 있습니다.

이러한 테슬라는 최근 말하는 SDV(Software-Defined Vehicle,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시대에 더 높은 기대감을 갖게 합니다. 차를 약 5만 달러에 판매한 후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보험, 에너지, 네트워크 등 서비스를 판매해서 차 생애 주기 10년 동안 하드웨어 5만 달러에 가까운 매출을 추가로 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고 에너지 저장 장치를 만들고,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고, 차를 탈 때마다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해서 새 차처럼 느끼게 해주는 기술을 제공하며, 아직 실수는 있지만 완성에 가까워졌다고 평가받는 자율주행 기능을 개발하는 회사, 이러한 소프트웨어 완성을 위해 칩부터 설계하고 컴퓨팅 하드웨어도 직접 제작하는 테슬라를 자동차회사라고만 볼 수 있을까요?

다음 편에서는 자동차회사인지, 에너지회사인지, AI회사인지 헷갈리는 테슬라의 미래를 다루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버핏클럽의 모든 글은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에 대한 모든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귀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