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자가 알아야 할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지식을 담아 ‘최소한의 주식 공부’를 연재합니다. 주식이라는 자산의 근본적인 실체에서 시작해, 의사결정의 주요 원칙과 피해야 할 함정에 대해 홍진채 라쿤자산운용 대표가 독자 여러분과 함께 고민합니다. ― 버핏클럽
지금까지 프리미엄을 줄 수 있는 조건으로서 ‘성장’과 ‘안정’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다루었습니다. 이 외에도 프리미엄의 조건은 많습니다. 주주환원이 될 수도 있고, 탄탄한 입지나 기술력 우위 및 원가 우위, 규모의 경제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하여 우리는 특정 기업의 이익 혹은 자기자본에 대해서 다른 기업의 그것보다 더 높은 가치를 매길 수 있습니다. 이 모든 요건은 결국 ‘얼마나 먼 미래의 현금흐름을’ ‘얼마나 가시성 높게’ 추정할 수 있는가로 귀결됩니다. 투자자가 먼 미래를 자신 있게 바라볼 수 있을수록 기업에 더 큰 가치를 매길 수 있습니다.
‘인식’과 프리미엄
결국 가치는 주관적이라는 것이고, 합리적이고 건전한 이성적인 투자를 주장하더라도 주관적인 넓은 범위의 가치를 매길 수밖에 없습니다. 가치 기반의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투자’를 지향한다 하더라도, 우리는 그 합리성의 범주 내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낙관적으로 합리적인’ 가치를 매길 수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비관적으로 합리적인’ 가치를 매길 수 있는지 파악한다면 투자에 매우 요긴한 무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본인이 합리적이라 생각하고, 옆에서 보기에 광기에 휩싸여 있는 것 같은 사람도 막상 본인은 합리성으로 무장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대부분 마음속에 정답은 정해져 있고, 그걸 합리화할 뿐입니다.
투자자의 ‘인식’이 가치 부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몇 가지 예를 들어봅시다.
넷플릭스는 엄청난 프리미엄을 받고 있습니다. 과거 5년 평균 PER은 50배를 상회합니다. 우리가 넷플릭스를 인지한 이래 늘 그랬습니다. 이익이 줄어도, 현금흐름이 마이너스여도, 코로나 수혜가 끝나도 말입니다. PSR은 무려 7배입니다. ‘주식으로서’ 넷플릭스의 가장 큰 강점은 전 세계 사람들이 그 서비스를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매일 스마트폰을 켜면 넷플릭스가 나에게 콘텐츠를 추천해줍니다. 얼마나 훌륭한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피부로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서비스’ → ‘주가 상승’의 연결이 쉽습니다.
아마존을 볼까요. 적자였던 시절이 있으니 PER을 논하는 건 어렵고 PSR로 봅시다.
물론 아마존은 엄청난 성장주입니다. PSR 또한 3배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긴 하지만 넷플릭스에는 못 미칩니다. 아마존은 아직 넷플릭스만큼 전 세계에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합니다. 넷플릭스는 현재 190개국 이상 진출해 있고, 아마존은 100개국을 넘긴 수준입니다. 아마존의 미국 매출 비중은 약 70%에 달하지만, 넷플릭스의 미국 매출은 44%로서 이미 절반 이하로 줄었습니다. 또한 넷플릭스의 서비스는 일반 투자자가 피부로 접할 수 있는 반면, 아마존의 이익의 큰 축인 AWS는 개발자들만 접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물론 아마존이 훌륭한 회사라는 건 이견의 여지가 없습니다. 여기서는 투자자들이 얼마나 쉽게 그 훌륭함을 ‘인식’할 수 있느냐를 다루는 중입니다.)
애플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음에도 PSR 6배, PER 25배에 달합니다. 애플은 전 세계에 탄탄한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고, 애플의 제품은 소비자가 직접 손으로 만져볼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하드웨어 완제품 회사가 받는 프리미엄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구글(알파벳)은 모두가 알고 있는 강력한 회사이고 여전히 20%가량의 이익 성장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PSR은 6배, PER은 29배로서, 매출액과 이익 성장률이 한 자릿수로 둔화된 애플보다 조금 높은 프리미엄을 부여받고 있습니다. 구글의 주력 사업은 광고업이고, 광고 집행 효율과 광고업은 해당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니면 피부로 느끼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번 돈은 무언지 알 수 없는 신사업에 엄청나게 쏟아붓고 있습니다. (물론 그러한 신사업에 대한 광범위하고 과감한 투자가 구글의 강점이긴 합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여기서는 투자자의 ‘인식’을 다루고 있습니다.)
인식의 변화
한편 투자자의 인식은 계속 변화합니다. 같은 기업이라도 상황에 따라 다른 프리미엄을 부여합니다.
테슬라는 과거 PSR 20배를 받을 정도로 프리미엄이 하늘을 찔렀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PSR 5배 수준으로, 여전히 ‘제조업체’치고는 높은 프리미엄을 부여받고 있지만, 소위 ‘테슬람’이라 불리는 ‘광신도’를 만들어낼 정도의 과거 높은 위상에 비하면 격세지감입니다. 당연히 과거 대비 매출액과 이익의 성장 폭이 줄었고, 전방산업인 전기차시장이 과거만큼의 성장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금리도 높다는 게 일차적인 이유입니다. 하지만 과거 ‘테슬람’들에게는 우리 ‘머스크 형’은 그 모든 대외 악재를 뚫고 올라갈 수 있는 훌륭한 경영자라는 믿음이 있었지요. 테슬라에 조금만 비판적인 시각을 보여도 수많은 ‘감정적인’ 공격을 당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성장성이 수 년간 세 자릿수에 달하고 주가가 하늘을 찌를 때의 테슬라는 ‘단순한 제조회사로 보아서는 안 된다’, ‘에너지회사이자’, ‘자율주행 등 소프트웨어를 판매할 수 있고’, ‘로봇까지 만들어내는’, ‘플랫폼기업이자 기술기업’이라는 인식이었습니다. 이제는 어떻죠? ‘그냥 자동차회사’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