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주식 공부 16] 산업 공부 ④ 방위산업
주식 투자자가 알아야 할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지식을 담아 ‘최소한의 주식 공부’를 연재합니다. 주식이라는 자산의 근본적인 실체에서 시작해, 의사결정의 주요 원칙과 피해야 할 함정에 대해 홍진채 라쿤자산운용 대표가 독자 여러분과 함께 고민합니다. ― 버핏클럽
오랜만에 ‘최소한의 산업 공부’로 돌아왔습니다. 이번 주제는 방위산업, 줄여서 방산입니다. 방산에는 상당히 중요한 여러 가지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이에 따라 관련 주식의 가격도 많이 올랐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방산은 다수의 투자자에게는 생소한 산업이고, 방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들어본 적조차 없습니다. 그렇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이스라엘이 중동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한국의 방산 기업들은 변화하는 국제 정세로부터 좋은 기회를 포착해오고 있습니다. 방위산업의 특징을 고려해볼 때 수출 증가는 단순한 이익 증가뿐 아니라 상당한 프리미엄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방위산업의 특징
보험 성격의 수요
무기의 구매자는 국가입니다. 국가의 국방예산에서 무기 발주가 나옵니다. 국방비는 전쟁으로부터 자국을 방어한다는 명분으로 책정됩니다. 얼마만큼의 국방비 지출이 적정한지 책정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우선 개별 무기의 성능을 측정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무기의 성능이란 파괴력, 살상력, 방어력, 내구성, 기동성, 지속성, 보급 용이성 등 상당히 다양한 요소로 측정할 수 있습니다. 특히나 ‘적’의 공격을 방어하고 ‘적’을 파괴하고 ‘적군을 살상’하는 일을 가치로 환산해야 하는데, 도저히 쉽지 않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산업에서 가치를 산정하는 일이 어렵기는 매한가지입니다만 방산업은 가격도 불확실합니다. 당장 무기를 사 오는 가격은 눈에 보이지만, 실제로 무기 체계를 운용하다 보면 수많은 부대비용이 들어갑니다. 무기를 운용하는 인력을 교육하는 비용, 각종 소모품 비용, 고장과 파괴에 대비한 부품 재고 비용 등 많은 비용이 듭니다. 무기란 전반적인 무기 체계 내에서 운용되어야 하므로 기존 무기 체계와 호환되지 않으면 이러한 각종 비용들은 또 더욱 늘어납니다. 심지어 무기는 개발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기 때문에 수요자들의 구매 의사결정이 먼저 있고 나서 개발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이 경우 전체 수요를 가정해서 비용을 산정하고 역으로 가격을 책정하는데, 개발 도중에 수요자가 구매를 취소해버리면 단위비용이 증가하면서 가격을 다시 산정하는 일도 발생합니다.
개별 무기의 경우에도 이렇게 가성비를 논하기가 매우 어려운데요. 전체 지출 예산으로 보면 그 적정성을 평가하기는 더욱 어려워집니다. 기본적으로 방위비는 보험 성격의 예산입니다. 전쟁이 일어날 경우에 대비해서 방위력을 갖추는 거죠. 그런데 적절한 방위력을 갖추어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역설적으로 그만큼의 방위비가 적절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깁니다. 연 50조 원을 지출했고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사실 40조 원만 지출했어도 되는 거 아냐?’라는 비판을 받는 거죠.
그러다가도 만약에 전쟁이 일어나버리면? 그리고 심지어 전쟁에서 져버리면? 그동안 얼마를 지출했든 간에 충분하지 않았다고 후회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보험료를 대할 때의 기분이 이와 비슷하지 않나요?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보험료를 내면서, 보험금을 받을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보험료가 아깝다고 느끼지만, 보험금을 받을 일이 발생하고 나면 차라리 이런 일이 일어나지 말았으면 하죠.
여기서 또 더 복잡한 관계가 생깁니다. 우리가 보험을 많이 든다고 해서 그 사건이 일어날 확률이 더 높아지진 않죠. 보험을 가입하는 행위와 보험이 보장하는 사건이 일어날 확률은 독립적입니다. 그러나 누군가 의도적으로 보험 사기를 치고자 한다면 보험 가입 행위와 사건 발생 가능성 사이에 상관관계가 생긴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멀리 가지 않더라도, 보험을 들었으니까 좀 더 부주의하게 지내다가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겠습니다. 보험 가입 행위와 보장 사건 발생 확률이 완전히 독립적이라고 볼 수 없는 거죠.
국방비에서는 이런 관계가 좀 더 직접적으로 드러납니다. 아무리 보험 성격의 비용이라 한들, 무기 지출이 완전히 방어만을 위한 지출이라고 주변국에서 믿어주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영국이 독일과의 동맹을 거절하게 한 1907년 ‘크로 메모’는 군비 증강의 역설을 알려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해당 문서에서 작성자 에어 크로는 ‘무력을 가진 자의 의도보다는 그러한 무력을 가졌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타국이 우리를 침략할 의도가 있는지 없는지 고민하는 것보다는 우리를 침략할 힘을 가졌다는 사실에 집중해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는 거죠.
우리와 관계가 소원한, 그래서 우리를 침공할 여지가 있는 나라에서 군비를 늘리고 있으면 우리도 함께 늘리는 게 합당해 보입니다. 그런데 이런 판단이 맞다면, 누군가 군비를 늘렸을 때 주변국들이 다 같이 군비 증강 태세에 돌입하고, 그러면 그 주변 나라들이 또 군비를 증강하는 악순환이 쉽게 발생합니다. 양의 피드백(Positive feedback)의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무한히 군비를 늘릴 수만은 없는 게, 무기는 생산적인 일에 재투입되는 물건이 아닌지라 무기 생산에 나라의 자원이 지나치게 배분되면 결국 나라의 전반적인 생산력, 즉 국력이 망가집니다. 큰 전쟁이 일어나지 않은 채로 군비만 늘리다 보면, 군비에 지나치게 투자한 나라의 국력이 오히려 쇠퇴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따라서 단기적인 방위력 증강과 장기적인 생산력 훼손 사이에서 예산 지출 정도를 선택해야 하고, 그 선택은 각 나라의 의사결정 체계에 따라 달라집니다. 왕정국가나 독재국가라면 소수의 누군가가 결정할 테고, 민주국가라면 의회의 결정을 따르겠죠. 왕정이나 독재국가라 하더라도 여론을 살피는 일이 많습니다. (오히려 더 많이 신경 쓸지도 모릅니다.) 국력 약화는 전 국민이 피부로 느끼게 마련이거든요. 그 정도 상황까지 가버리면 정권이 뒤집힐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정리하자면 방위산업의 수요는 국가가 결정하고, 적정 규모를 책정하기 어렵고, 주변국의 지출 추이와 여론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수출이 어렵다
무기는 기본적으로 전쟁을 수행하는 도구입니다. 수입은 다른 나라에서 만든 물건을 들여오는 일입니다. ‘무기 수입’이라는 단어는 본질적으로 어폐가 있습니다. 우리의 전쟁 수행 능력을 타국이 만든 물건에 의지한다는 뜻이 되니까요.
어느 정도 제조업 생산 기반을 갖춘 국가라면 자국 방위를 위한 제조 시설을 자국 내에 두기를 원하게 마련입니다. 아무리 동맹과 신뢰로 맺어져 있다 하더라도 세상 일은 어찌 될지 모르고, 목숨보다 소중한 건 세상에 몇 없습니다.
지난번 화장품 산업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화장품 ODM이 발달한 나라로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캐나다 등이 있음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 나라들은 이미 일반적인 공산품 제조에서 아시아에 주도권을 거의 뺏겼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요 생산 기지로 남아 있음은 그 산업의 독특한 특색을 시사하지 않을까 말씀드렸습니다.
방위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무기 수출을 많이 하는 나라는 미국, 러시아, 프랑스, 중국, 독일, 이탈리아, 영국, 스페인 등입니다. 미국, 중국, 독일이야 워낙 제조 강국이라 그렇다 치고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스페인은 조금 특이하지 않나요? 앞서 언급한 화장품 ODM 강국들과 꽤 겹쳐 보입니다. (수입국은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우크라이나, 파키스탄 등입니다.)
아무리 신흥 제조 강국이 치고 올라온다 하더라도, 그 나라에서 생산하는 무기를 수입하려면 상당히 많은 허들이 필요합니다.
앞서 무기의 가격이 의외로 계산하기 어렵다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이는 해당 무기를 도입하더라도 실제 운용에서 다양한 고려 사항이 있음을 의미하기도 하는데요. 무기를 실제 전쟁에 투입하려면 여러 가지가 필요합니다. 인력을 훈련해야 하고, 소모품 보급 체계도 마련해야 하고, 파괴·손상된 무기를 대체하기 위해 계속 새 무기를 보충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모든 걸 잘 준비해두었다 하더라도, 실제 전쟁에서 기대한 만큼 이 무기가 잘 작동하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따라서 ‘구관이 명관’이라는 격언이 가장 잘 작동하는 분야가 방산 분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좀 더 우아한 표현으로는 ‘레퍼런스’ 혹은 ‘전쟁 수행 경험’이라고 부르죠. 실제 전쟁에서 적의 공격을 방어하고 적을 타격하는 일을 수행한 적이 있는 무기는 다른 무기보다 훨씬 신뢰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기존 무기 체계와 호환이 가능한 체계, 예를 들어 동일한 스펙의 탄약을 사용한다든가 작동하는 인터페이스가 유사하다든가 하면 작전 수행이 용이해지기 때문에 무기 도입에서 고민거리가 유의미하게 줄어듭니다. 거꾸로 말해 생소한 무기 체계일수록 신규로 도입 계약을 따내기가 (다른 산업에 비해) 매우 어렵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기존에 무기를 잘 팔아서 ‘레퍼런스’와 ‘레거시’를 잘 구축해놓은 국가들이 향후에도 무기를 계속계속 잘 팔 수 있고, 그 결과 과거에 전쟁을 많이 했고 무기를 많이 팔았던 나라들이 여전히 무기 수출국 리스트 상위에 이름을 올릴 수 있습니다.
개발비가 많이 들고 기간이 오래 걸린다
무기란 기본적으로 무언가를 파괴하는 도구입니다. 효과적으로 목표물을 파괴하고(물리적으로든 화학적으로든), 파괴로부터 지켜야 할 대상을 잘 방어하는 게 무기의 기본 덕목입니다.
그렇다면 훌륭한 무기의 개발 과정은 어떠할까요? 파괴의 반복입니다. 전자제품의 낙하 테스트와 방수 테스트는 모두 제품을 파괴하는 테스트이고 비용이 많이 듭니다. 자동차의 충돌 테스트 1회 비용은 1억 원이 훌쩍 넘습니다. 전자제품과 자동차는 고유의 용도가 있고 낙하·방수·충돌은 안전을 위한 테스트입니다. 그러나 무기는 파괴와 그로부터의 방어 자체가 목적이기 때문에 개발의 많은 과정이 파괴입니다. 보통의 민간용 제품이라면 큰맘 먹고 한 번씩 하는 파괴 테스트가 무기 개발에서는 일상입니다.
그리고 앞서 언급했듯이 보험 성격의 지출이기 때문에, 현존하는 가능한 최신의 기술을 써야 합니다. 적국의 무기보다 약간 뒤처지는 성능의 무기를 도입했다가는 치명적인 결과가 될 수 있습니다. 10:9의 무기 성능이 실제 전쟁에서 10:1의 결과를 낳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그 외에도 개발비가 높은 이유는 셀 수 없이 많습니다. 가혹한 환경에서도 작동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에 품질 기준이 엄격합니다. 민간 제품보다는 소량 생산합니다. (총이 아무리 많이 팔려도 휴대폰만큼 많이 팔리지 않고, 전차 자주포가 아무리 많이 팔려도 자동차만큼 많이 팔리진 않죠.) 보안 요구 사항도 높아서 프로젝트 관리비와 개발 인력 비용이 높아집니다.
방산 기업의 디스카운트 요소(수출이 없을 때)
위 사항들을 종합해보면 방위산업은 수출이 매우 어렵고, 수출이 안 되는 상황에서 방산 기업에 높은 프리미엄을 부여하기는 어렵습니다. 몇 가지 요인을 꼽아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제한된 수요
기업은 이익을 내야 하고 이익의 기본은 교섭력입니다. 교섭력은 수요자가 다수냐, 공급자가 다수냐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수출이 어려운 방산 기업이라면 고객은 단 하나, 국가입니다. 기업이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었다 하더라도 애초에 물건을 사줄 곳이 한 군데밖에 없다면 돈을 많이 벌 수 없습니다. 더구나 무기라는 특성상,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재고가 소진되지 않습니다. 어느 정도 목표 수량을 구매하고 나면 이후는 훈련용으로 소진되는 소모품과, 내구연한이 끝났을 때의 대체 수요밖에 없습니다.
제한된 마진
개발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이익률을 높이 내기 어렵습니다. 개발비가 막대하기 때문에 국가 예산이 투입되어 개발하는 경우도 많고, 그렇기 때문에 이익률을 높이기는 더더욱 어렵습니다. 나랏돈을 받아서 개발해놓고는 나라를 상대로 물건을 팔면서 높은 이윤을 취한다? 어불성설이죠.
그런 와중에 잊을 만하면 터지는 방산 비리, 뇌물 등의 사건은 투자자 입장에서 더욱더 매력을 떨어트리는 요인입니다.
나쁜 여론
방산 기업을 대하는 여론도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어느 정도의 방위비가 적정한지 알 수도 없는데 ‘우리 세금이 저런 곳에 쓰이고 있다’는 건 방산업계 이해당사자를 제외하고는 좋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전쟁 위기가 고조되는 때가 아니라면요. (그래서 누군가는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는 여론몰이를 할지도 모릅니다. 특히나 우리의 군비 증강이 타국의 군비 증강으로 이어지면서 오히려 전쟁 가능성이 높아지는 메커니즘도 있으니, 여론의 중요성은 다른 어떤 산업보다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국민 정서가 안 좋은 기업, 담배나 카지노 기업들은 높은 프리미엄을 받기 어렵습니다. 프리미엄을 받더라도 규제가 도입되는 움직임이 보이면 수시로 주가가 급락합니다. 방위산업도 유사합니다. 그 출발은 우리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고귀한 업이지만 현실적인 여러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국민 감정은 좋지 않고, 간헐적으로 터지는 비위 사건 때마다 이런 디스카운트 요소는 더욱 부각됩니다.
방산 기업의 프리미엄 요소(수출에 성공했을 때)
이렇듯 수출이 어려운 방위산업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 가치가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그러나 수출에 성공했다면 양상이 전혀 달라집니다.
긴 라이프사이클
무기는 기본적으로 수명이 깁니다. 개발비가 워낙 많이 들기 때문에 개발에서 도입까지 신중에 신중을 거칩니다. 그렇게 성공적으로 한번 도입하고 나면 웬만하면 바꾸지 않습니다. 소소한 업그레이드는 꾸준히 하지만, 전체 라인업을 갈아엎는 의사결정은 함부로 할 수 없습니다. 새로운 무기 체계가 대세가 되고, 여기에 대응하지 않으면 국방력이 현저히 낮아질 것이 명백해 보일 때 큰 변화를 수용합니다.
K2 소총은 1972년 개발을 시작하여 1985년 군에 배치되었고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습니다. 미군의 M16은 1967년에 보급하여 지금까지 현역이죠. K-1 전차는 1970년대 중반 개발 시작, 1984년 개발 완료, 1987년 실전 배치되었고 2014년이 되어서야 후계기 K-2 전차가 대체하고 있습니다.
한번 납품하기 시작하여 장기간 꾸준히 매출이 발생할 수 있다는 건 프리미엄을 높여주는 요소입니다. 앞서 음식료 섹터에서, 맛은 보수적인 감각이라 외국인의 입맛을 잡기가 어렵지만 한번 입맛을 잡고 나면 이후의 지속 가능 기간은 생각보다 길다는 말씀을 드린 바 있습니다. 무기 수출도 이와 유사합니다.
타국의 무기를 도입했다면, 자국산 무기를 채택했을 때만큼 장기간 사용하지는 않을 수 있겠지만, 각종 훈련 비용과 유지보수 비용, 기존 체계와의 호환 등을 생각하면 쓰던 무기를 계속 쓰는 경향에서 자유롭기 어렵습니다.
높은 가격, 규모의 경제
한국의 예산을 받아서 개발한 무기를 한국 군대에 팔 때는 마진이 제한적이죠. 계약상으로든 논리적으로든 도의적으로든 영업이익률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외국의 정부에 판매할 때는요? 마진을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국위 선양이죠.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지원해준 개발비를 통해서 더 많은 매출액이 창출될 수 있으면, 개발비 지원을 적게 할 수도 있고(세금 보전), 더 많이 할 수도 있고(더 좋은 무기를 개발하여 국방력 강화), 국내 도입 가격을 낮출 수도 있으니(규모의 경제, 원가 분산) 장려할 일입니다. 기술 유출 등의 보안 사항이 수출을 제한하는 고려 요소가 되겠지요.
기업 입장에서는 이미 양산 체계가 돌아가는 제품이니까 초기 수율 같은 이슈는 많이 잡은 이후일 테고, 기존 공장의 감가상각비는 상당히 떨어졌을 것입니다. 생산 인력도 꽤 숙련되어 있겠죠.
기존 가격대로 받더라도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고, 만약 타국의 경쟁 제품보다 성능이 좋다면 시장 논리에 따라서 가격을 더 높일 수도 있겠지요. 이래저래 운신의 폭이 넓어지고 이익은 기대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습니다.
레퍼런스 확보
무기 수출을 어렵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가 레퍼런스입니다. ‘실전에 투입된 적 없는 무기를 굳이 우리가 왜 먼저 사냐?’라는 건 구매자 입장에서 당연한 의문입니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경력직 신입’을 원하는 상황이죠. 어떤 이유로든 한두 군데 레퍼런스만 생기면 수월하겠는데 그게 참 어렵습니다. 반대로 말해, 한두 군데만이라도 레퍼런스가 생기면 그다음 계약을 따내기는 훨씬 수월해집니다.
따라서 하나의 수출 계약이 성사되면 당연히 해당 계약으로 인한 이익 증가 기대감으로 주가가 오르겠지만 그다음 계약이 발생할 확률이 비약적으로 높아지는데, 시장은 그렇게까지 구조적으로 바라보지 않을 때가 많기 때문에, 주가가 급등하더라도 오히려 여전히 가치보다 싼 가격일 수 있습니다.
만약 초기에 레퍼런스를 쌓기 위해서 낮은 마진을 감수했다면 투자자 입장에서 또 재미있는 운용의 묘가 발생합니다. 수출에 성공했으니 이익이 늘어날 거라는 기대감으로 주가가 막 올랐다가, 막상 실적 발표를 하니 오히려 마진이 줄어들거나 아예 이익이 역성장하는 일도 있습니다. 그러면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뀌면서 주가가 급락하는데 이게 오히려 기회일 수 있는 거죠. 기업은 레퍼런스를 확보했고 그다음 계약은 진짜 좋은 가격을 맺을 가능성이 커진 것이니까요.
이렇듯 수출에 성공한 방산 기업의 가치는 상상 이상으로 커집니다. 어떤 방산 기업이 수출이 붙으면서 매출액이 100에서 200이 되었을 때, 이익은 10에서 (20이 아닌) 40이 될 수 있고, 프리미엄은 x10에서 x20 혹은 x30이 될 수도 있습니다. 매출액 100, 이익 10짜리 기업의 적정 시가총액이 100이라면, (수출이 가세한) 매출액 200짜리 기업은 이익 40에 시가총액 800 혹은 1,000 이상이 될 수도 있는 거죠.
시장의 다른 투자자들이 단순히 특정 수출 계약으로 인한 이익 상승 폭만 계산하여 시가총액 100에서 200으로 상승시켜놓고 ‘이제는 적당한 가격이네’ 하고 있다면, 이는 어쩌면 꽤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한국 방위산업의 경쟁력
최근 한국의 무기 수출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국제 무기 거래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2012~2016년 1.0%에서 2017~2021년 2.8%로 증가했습니다. 5년간 177% 증가해서 상위 25개 무기 수출국 중 가장 빠른 성장세입니다. 전체 수출 금액으로 세계 8위의 수출국이 되었습니다. 한국은 무기 강국입니다.
이런 방산 수출 성장의 근원은 무엇일까요? 급변하는 국제 정세가 무기 수출 증가에 영향을 많이 주었겠지만, 다른 무기 수출국 대비 강점이 있었으니 상대적인 성장세 또한 이렇게 높았을 것입니다.
빠른 납기
사실 한국의 전통적인 강점은 가성비였으나 무기에서는 가성비를 논하기가 어렵습니다. 물론 기업들은 가성비에 강점이 있다고 주장할 때가 많지만,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가격’과 ‘성능’ 각각이 모두 측정하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 방산업의 특징이기 때문에, 기업이 주장하는 가성비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게 낫습니다.
한국 방산 기업의 확실한 강점은 빠른 납기입니다. 각종 언론 보도(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시피, 한국 방산 기업은 구매 계약에서 납기까지의 기간이 이례적으로 짧습니다. 무기 분야에서 ‘단납기’라는 특징은 다른 분야에서보다 매우 큰 강점이 됩니다. 전쟁이 일어나면 실시간으로 무기가 소진되고, 빠른 보충은 생사를 가릅니다.
나토 호환성
한국은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무기 체계에 호환되는 무기를 만드는 것을 기본으로 합니다. 나토는 냉전 시기에 소련에 대응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기구이지만 현재는 서방 자유주의 진영의 안보를 대표하는 기구가 되었으며, 나토 회원국들은 나토 표준 무기 체계를 따르고자 합니다.
나토 체계에 호환되는 무기를 만든다 함은 나토 회원국 모두를 잠재적인 구매자로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비나토국에도 좋은 강점이 됩니다. 나토 회원국이 아닌 나라도 나토라는 거대한 공급 체계에서 만들어지는 무기를 구매하는 것이 그들의 전쟁 수행 능력에 큰 도움이 되니까요.
북한과의 대치
한국은 북한과 대치 중이고 산발적으로 교전이 발생합니다. 물론 전면전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교전에 투입된 무기는 일부일 뿐입니다. 북한과 대치 중이니 한국의 무기는 ‘전쟁 참여 경험이 있다’라고 주장하는 건 약간 무리한 느낌입니다.
그러나 북한과의 대치는 여러 가지 심리적, 물리적 강점이 있는데요. 냉전 종식 이후 글로벌 국가들은 군비 지출을 줄여왔습니다. 그러면서 방위산업은 불황이 되었고 방산 강국들의 생산 캐파 또한 이에 맞추어 줄어들었습니다. 한국은 여전히 북한이라는 전쟁 위협 요소가 있기 때문에 방산 캐파를 늘리면 늘렸지, 줄일 수 없었습니다. 첨단 무기 체계를 개발하는 건 물론이고요.
무기는 갑자기 공급을 늘리기가 어렵습니다. 개발비 항목에서 언급했다시피 무기 개발과 생산에는 모든 단계에서 보안 승인이 필요합니다. 해당 기술을 가진 엔지니어와 숙련공이 있다 해도 그냥 현장에 투입하면 되는 게 아니라 각종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공장 설비도 마찬가지고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시 유럽의 무기 지원이 늦었던 것도 캐파 문제가 한몫했습니다.
심리적으로도 적국과 국경선을 마주하는 국가에서 개발한 무기라는 건 꽤 설득력이 있습니다. 한국 무기는 누가 보더라도 자국이 실제로 전쟁 위협을 느끼면서 개발한 무기이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 잘 개발했을 거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에 더해서 아마도 한국이라는 나라의 위상이 높아진 것도 영향이 없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국방부 고위층의 자제가 BTS의 팬이라면 한국 무기 도입에 적어도 악영향은 안 미쳤겠죠.)
반도체
반도체는 전략 자원입니다. 미국이 기를 쓰고 중국의 반도체 개발을 누르려고 하는 것도 반도체가 현대 산업의 핵심일 뿐만 아니라 안보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품이기 때문입니다. (《칩 워》라는 책을 보시면 좋습니다.)
1965~1973년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미군은 수십만 명이고 사망자는 6만 명에 달합니다. 아프가니스탄에 투입된 미군도 거의 10만 명에 달했지만 미군 사망자는 약 3,000명 수준입니다. 동일하게 ‘수렁에 빠진 게릴라전’으로 묘사되지만 피해 양상은 사뭇 다릅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기의 첨단화가 상당히 기여했습니다. 1980년대 반도체와 컴퓨터 보급이 늘어나고 연산 능력과 속도가 발달하면서 유도무기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상승했습니다. 미군의 압도적인 힘은 공군과 해군에서 나오고, 하늘과 바다에서의 폭격이 적의 전략 거점들을 초토화할 수 있으니 육군의 부담이 줄어듭니다.
유도무기뿐만 아니라 통신, 정보처리, 운송 체계 등 전쟁 수행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반도체가 사용되다 보니 필요할 때 반도체를 빠르게 공급받는 능력은 전쟁 수행 능력에도 크게 영향을 미칩니다. 물론 한국의 반도체는 메모리에 큰 강점이 있지만 메모리의 중요성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커지는 중입니다.
‘한국은 디램 강국이니까 한국산 무기를 채택하자!’라는 식의 의사결정이 이루어지지는 않겠지만, 반도체를 외부에서 수입해야 하는 나라의 방산 기업보다는 한국의 방산 기업이 여러모로 유리합니다.
전쟁 종료와 군비 축소 리스크
자, 수출을 못 할 때의 방산 기업과 수출을 해냈을 때의 방산 기업은 그 가치가 완전히 다르다, 그리고 현재는 수출이 잘되고 있고, 이를 뒷받침하는 상당한 경쟁력이 있다, 까지 왔습니다.
너무 좋은 이야기만 한 것 같은데 나쁜 이야기도 해보겠습니다.
일반적으로 많이 언급하는 리스크 요인은 전쟁 종료와 군비 축소(군축)입니다.
한국의 무기 수출 증가는 아무래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의 영향을 많이 받았겠지요. 당장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느라 서유럽 국가들의 재고가 비기도 했고, 우크라이나 지원이 아니더라도 자국 방어를 위한 국방비 지출을 늘려야 하겠죠. 폴란드가 대표적인데, 폴란드와 우크라이나가 중부 유럽에서 러시아로 넘어가는 전략적 완충 지대 역할을 오랫동안 해왔음을 감안하면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럼 반대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군비 증강 추세가 반대로 가는 거 아니냐는 생각 역시 자연스럽습니다. 당연히 전쟁은 안 일어나는 게 좋고, 방산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 전쟁이 오래가기를 바라는 것도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전쟁은 끝나는 게 좋고, 끝날 수 있고, 끝나면 주가는 단기적으로 영향을 받겠지요. 많은 사람이 그것만 바라보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세상에 전쟁이 러-우 전쟁만 있는 게 아닙니다. 당장 이란-이스라엘만 하더라도 점점 분위기가 격화되고 있습니다. 중국-대만도 심상치 않고 인도 접경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릅니다. 중동에서의 갈등이 이스라엘 관련 갈등만 있는 것도 아니죠.
좀 더 큰 그림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의 국제조약에서 무력을 통한 침략 행위는 불법이지만, 사실 국가 간 관계에서 ‘불법행위’라는 건 국내 관계에서의 불법행위와는 유의미하게 다릅니다. 국내 관계는 명확한 위계가 존재하고 법을 집행할 강제력이 존재합니다. 국제 관계에서는 국가들은 기본적으로 동등한 지위이며, 법을 집행할 강제력이 모호합니다.
국제 질서는 질서를 주도하는 특정 강대국의 취향을 반영하게 마련이고(‘질서 주도국 편향’이라고 합니다), 현재의 국제 질서는 당연히 미국의 취향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미국은 세력권 다툼보다는 규칙에 의한 질서를 추구합니다.
강대국이 국제 질서에 취향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들고, 그에 상응하는 반대급부가 있어야만 비용 지출이 정당하다는 ‘여론’을 얻습니다. 미국은 민주주의 국가로서 여론이 허락하지 않는 외교를 할 수 없습니다.
미국은 1차 대전 말기에 ‘규칙에 의한 질서’를 제시했다가 실패했고, 2차 대전 이후 또 한 번 시도했습니다. 여러 혼란(한국 전쟁, 베트남 전쟁)이 있었지만 냉전에서 승리했고, 냉전 이후 줄곧 질서를 주도해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질서 유지에 드는 비용 대비 효용이 안 나온다고 판단했는지, 중동에서 손을 떼고 유럽과 아시아에도 자생을 권합니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은 21세기에도 침략 전쟁이 있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면서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오바마 정부가 ‘피봇 투 아시아’를 내건 것이 2012년이었고 2년 후 크림반도 합병이 있었습니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한 것이 2021년이었고 1년 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습니다. 2024년 현재 이스라엘은 이란에 미사일을 퍼붓고 있고요. ‘세계 경찰’을 자처하던 나라가 세력권을 이야기하고 각자도생, 방위비 분담을 이야기하니 억눌렸던 분쟁이 터져 나오는 건 자연스럽습니다. 규칙에 의한 세계 평화는 인류사에서 잠깐의 일탈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다시 방위산업으로 돌아와서, 방산이 침체되려면 여러 국가 간의 군축 합의가 있어야 합니다. 혹은 합의를 떠나서 더 이상 방위비에 돈을 쓸 체력이 안 남아 있거나요. 제가 아는 한, 근대 사회에서 군축은 세 번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1차 대전 종료 이후이고, 두 번째는 냉전 중 데탕트(1970년대 초중반) 시기, 세 번째는 냉전 종료(1991년) 직후입니다.
1차 대전 때는 미국(윌슨 대통령)이 유럽에 강요한 질서로 군축이 있었습니다. 오히려 프랑스를 압박하고 독일의 재무장을 촉진한 실패 사례로 끝났습니다.
냉전 때는 절반의 성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핵전쟁은 일어나지 않았고 소련의 힘이 약화되었습니다. 그러나 군축의 효과를 내부에 설득하기 전에 닉슨 대통령이 하야했고, 데탕트는 포드 이후까지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레이건 정부가 힘을 과시하면서 소련이 무너졌습니다. (물론 그 이전부터 소련 체제는 하락세에 있었습니다.)
냉전 종료 이후의 군축은 9.11 테러와 함께 다시 군비 증강 기조가 되었습니다.
군축은 외교 이벤트 중에서도 매우 섬세한 조약입니다. 군축이 효과를 보이기 위해서는 1) 얼마만큼의 군사력 캡이 적정한가 2) 군축을 이행했는지 어떻게 감시할 것인가 3) 군축을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어떻게 제재할 수 있는가에 대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모두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이보다 훨씬 난이도가 낮은 석유 감산도 카르텔 내 배신이 빈번합니다. 군축은 정말 전 세계가 다들 전쟁에 지쳐서 힘겨워할 때 반기적적으로 일어나는 이벤트입니다. (제가 틀릴 수 있지만 최소한 역사는 그렇게 이야기해주고 있습니다.)
한국 방산의 단점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언급하는 전쟁 종료 리스크가 사실 그렇게 큰 위협이 아니라면 다 좋은 걸까요? 사실 한국 방산은 아직 넘어야 할 명백한 한계점들이 있습니다. 이는 구조적인 요인이고 장기간 지속될 요인이므로, 소위 ‘전쟁 종료 리스크’보다 더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품 자급률
한국 무기는 예전보다야 상당히 국산화가 되었지만 아직 핵심 부품을 미국, 독일 등 해외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핵심 부품을 해외에 의존하면 일단 계약상 수출 제한이라는 직접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부품을 도입하면서 해당 부품을 사용한 무기를 타국에 수출하려 하면 그 부품 제조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독일산 변속기를 쓴 전차라면 수출할 때 독일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입니다.
이런 직접적인 수출 제한 외에도 실제로 경쟁 입찰에서 불리한 점이 많습니다. 우선 부품을 수입해야 하니까 원가가 상승하고 제품 단가가 비싸집니다. 단가를 낮추면 기업의 마진이 줄어듭니다. 그리고 부품을 직접 만든 게 아니니까 섬세하게 수리하기가 어렵고, 고장이 나면 부품을 통으로 교체해야만 할 수 있습니다. 유지보수 비용이 높아지는 거죠. 우리의 부품이 아니니까 기술적인 이해도가 떨어지고 제품의 신뢰도에도 흠이 갑니다.
결국 여러 요인을 고려했을 때 구매자 입장에서 한국 제품의 가성비가 그렇게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수출 제한
앞서 언급한 부품 자급 외에도 한국의 수출을 막는 요인이 더 있습니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강대국에 둘러싸인 나라입니다. 이러한 입지 요인은 현재에도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현재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러시아나 중국에 무기를 수출하기는 매우 요원합니다. 전쟁이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에 직접 무기를 팔자니 러시아와 중국, 나아가 북한까지 자극할 우려가 있습니다. 서구 열강(?!)에 무기를 팔 수는 있겠지만, 그건 그들이 집중하지 않는 재래식 무기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동유럽 나토 국가라면 그나마 미국 눈치를 보지 않고 무기를 수출할 수 있고, 특히나 이들은 러시아와의 긴장이 격해지고 있으니 빨리 방위력을 확보해야 해서 한국의 단납기 특성에 높은 가치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공산주의 진영 빼고 미국·유럽 다 빼고 보면 중동이 한국 무기를 팔기에 좋은 지점입니다. 석유가 나오니까 돈은 많고, 서로 사이가 안 좋으니까 무기는 사야겠고, 내부 제조업 기반이 없으니까 외부에서 사 와야 하는데, 기존 나토 무기는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에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러니 한국 무기가 꽤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그 외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이 괜찮은 지역이겠지만, 아시아는 중국 무기를 쓸 수도 있고(중국 수출의 85%가 아시아·오세아니아), 아프리카는 구매력이 넉넉지 않습니다.
한국의 주요 수출 대상국은 폴란드(27%), 필리핀(19%), 인도(15%) 등입니다. (2019~2023 기준)
수주 뉴스는 중동이 많지만 막상 구입은 동유럽과 아시아가 많습니다. 이러한 온도 차이는 고민해볼 여지가 있습니다.
정리해보겠습니다.
1. 방산은 원래 수출이 어렵고, 수출이 안 되는 방산은 디스카운트 요인이 많다.
2. 방산 수출이 가능해지면 프리미엄 요소가 많아진다.
3. 한국의 방산은 외부 요인과 내부 요인이 결합하여 수출이 매우 잘되고 있다.
4. 외부 요인은 단기적으로 꺾일 수 있으며, 내부 요인(경쟁력)은 아직 부족한 점이 있다.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