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단상] 변동성을 기회로 삼아 수익을 극대화하려면
시장에 난무하는 소음 속에서 중심을 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럴수록 기본에 집중하고 올바른 원칙을 지켜야 하지만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투자 단상’은 현직 펀드매니저가 시의적절한 고민을 함께 나누는 코너입니다. 투자 대가들이 역경을 이겨낸 방법을 소개하고 실패 사례에서 배우는 기회도 마련하겠습니다. ― 버핏클럽
좋은 기업을 싸게 사라
이 말은 투자의 핵심이고 정수지만 모순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좋은 기업이 싸게 거래될 가능성은 아주 낮기 때문입니다. 좋은 것은 비싸기 마련이고, 싼 것은 비지떡인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래서 일부 투자자는 전체적인 시장의 붕괴 시기를 언급하기도 합니다. 모든 자산이 극도로 저렴하게 거래되기 때문에 좋은 기업을 싸게 살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그런 시기는 드문 데다가, 막상 그런 시기를 맞닥뜨리면 용기를 내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인도의 투자자 풀락 프라사드는 자신의 책 《투자, 진화를 만나다(What I Learned About Investing from Darwin)》에서, 시장과 상관없이 좋은 기업이 싸게 거래될 수 있는 이유를 진화론의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유전적 진화의 속도가 측정 기간에 반비례한다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기간을 짧게 잡으면 진화가 오히려 느리게 진행된다는 건데요. 단기간에는 부분적인 변형이 다양하게 발생하지만 전체적인 형질 자체는 거의 변화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투자에 적용해보면 짧은 시기에는 여러 이슈가 많이 발생하지만 그 기업의 기본적인 ‘형질’까지 바뀔 가능성은 낮다는 거죠. 시장이 단기적 악재에 반응해서 주가가 폭락한다면 ‘좋은 기업’을 싸게 살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결론입니다. 좋은 기업을 만들어주었던 기본적 특성이 단기간에 변할 가능성은 진화론적 근거상 낮기 때문입니다.
자동차보험사 ‘가이코’에 대한 워런 버핏의 투자 사례가 좋은 예가 될 수 있습니다. 가이코는 공격적으로 영업하면서 리스크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보험료를 책정하는 바람에 한때 파산 위기까지 갔습니다. 당시 버핏은 가이코 특유의 저비용 사업 구조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고, 신규 경영진이 이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밝히자 가이코 주식을 헐값에 대량 매수했습니다. 이후 가이코는 본질적 형질인 ‘저비용 사업자’의 경쟁력을 되찾았고 크게 성장하게 됩니다. 찰리 멍거는 오늘날의 버크셔 해서웨이를 만든 위대한 투자 몇 가지 중 하나로 가이코를 들었죠.
좋은 투자 기회의 ‘제한된 리스크’만 취하고자 하는 투자 구루들의 행보와 일맥상통합니다. 진화론을 통해 과학적인 근거를 찾아낸 저자의 노력에 감탄할 뿐입니다.
물론 단기적 이슈가 형질 자체의 변화는 아니라는 판단을 정확히 하려면 그 기업에 대한 지식 수준이 높아야 합니다. 때문에 ‘잘 아는’ 기업에 대해서만 판단을 내려야 합니다. 또한 저자는 ‘소수의 위대한 기업들’로 한정합니다. 웬만한 환경 변화에도 좋은 형질을 유지할 확률이 훨씬 높기 때문입니다.
물론 좋은 기업을 만들어준 형질 자체가 변화할 확률이 ‘낮다’는 것이지, ‘제로’는 아니라는 부분도 유의해야 합니다.

이때 매도하라
이에 대한 답은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 출신 피터 오펜하이머의 책 《바람을 보는 투자(The Long Good Buy)》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오펜하이머는 주가를 4단계로 구분해서 설명합니다. ‘절망, 희망, 성장, 낙관’입니다. 재미있게도 주가 상승이 가장 크게 나타나는 구간은 ‘희망’과 ‘낙관’입니다.
‘희망’은 아직 이익 성장이 나타나지는 않지만 투자자들이 기대감을 가지는 시기를 말합니다. 기대감을 갖고 매수세가 들어오면서 밸류에이션만 높아지는 시기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진화론 관련 내용과 연계해서 설명하면, 단기 악재로 주가가 급락했더라도 쉽게 팔아서는 안 된다고 결론지을 수 있습니다. 시장이 다시 변하지 않은 형질에 기대하게 될 때 주가가 가장 크게 반등하기 때문입니다.
당장 실적 회복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기대를 가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때 주가는 소위 ‘선반영’을 하면서 크게 오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저자는 통계적 자료를 근거로 설명합니다. 물론 이런 시기가 싸게 살 수 있는 최고의 시기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역설적으로 정작 실적이 제대로 나오는 ‘성장’ 구간에는 주가 상승률이 가장 낮다고 언급합니다. 이미 희망 단계에서 주가에 선반영했기 때문인데요. 그런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으로 실적이 나오지 않는 이상 주가 상승은 미미한 상황에서 긴 기간 조정을 거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고 희망 구간의 절정에서 잘 팔아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오히려 미미한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성장 구간 동안 버틸 필요가 있습니다.
실적이 제대로 나오는 모습이 지속되면서 시장이 열광하는 ‘낙관’ 구간에도 주가 상승이 크기 때문입니다. 온갖 내러티브가 붙으면서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게 되는 시기이고, 주가 변동성도 커지면서 급격한 상승을 보여주는 구간이기도 합니다.
이 낙관의 시기가 이상적인 ‘매도’ 시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후 이익은 높아진 기대를 충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주가가 급락하면서 ‘절망’의 구간으로 들어간다고 오펜하이머는 설명합니다.
주식시장에 대한 견해지만 개별 주식에도 적용할 수 있는 통찰이 아닐까 싶습니다.
《투자, 진화를 만나다》의 저자 풀락 프라사드는 소수의 위대한 기업들을 좋은 시기에 집중적으로 매수해서 그냥 깔고 앉는 전략을 선호한다고 말합니다. 피터 오펜하이머가 언급한 ‘낙관’의 시기에도 팔지 않고 버티는 건데요. 설령 ‘절망’의 시기가 다시 와서 오랜 기간 주가가 빠지더라도 소수의 ‘위대한 기업들’은 본질적인 좋은 형질을 되찾을 가능성이 높고 이는 이후 더 큰 주가 상승을 가져다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낙관의 시기에는 전량 매도하는 게 현실적인 판단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본질적인 좋은 형질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높기 때문입니다.
1980년대 말 버핏은 코카콜라에 투자해서 10배 이상의 수익을 냈음에도 계속 보유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코카콜라는 10여 년간 주가 조정을 보였는데요. 훗날 코카콜라 투자에 대해 버핏은 적절한 시기에 매도하지 못했음을 후회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애플 주식의 대량 매도는 이와 무관해 보이지 않습니다.
반복되는 결론이지만 투자에는 구체적인 ‘정답’이 없습니다. 다만 투자자 본인의 성향에 맞는 원칙과 철학이 있을 뿐이죠. 장기적으로 좋은 성과를 낸 전략이라면 그게 정답일 것입니다.
투자의 세계를 오랫동안 경험하고 통찰해온 구루들의 책을 보며 자신의 철학을 더욱 다져가시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