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단상] 주도주 좇기보다 리스크에 민감해야
시장에 난무하는 소음 속에서 중심을 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럴수록 기본에 집중하고 올바른 원칙을 지켜야 하지만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투자 단상’은 현직 펀드매니저가 시의적절한 고민을 함께 나누는 코너입니다. 투자 대가들이 역경을 이겨낸 방법을 소개하고 실패 사례에서 배우는 기회도 마련하겠습니다. ― 버핏클럽
“리스크를 알아볼 수 있는 역량이 가장 중요합니다.”
후계자의 가장 중요한 역량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워런 버핏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당시 투자자 대부분은 버크셔 해서웨이의 규모가 크니까 당연히 ‘리스크 관리’ 역량이 중요하겠거니 생각하고 크게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투자의 본질을 고민해본 투자자라면 이것이 투자의 핵심이라는 것을 압니다.
‘리스크’가 중요한 것은 투자가 장기적인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투자에서 결국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대박이 아니라 장기적인 복리수익 극대화를 추구해야 합니다. 복리수익을 극대화한다는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이익의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것을 말합니다.
리스크를 가볍게 여기면 어떻게 될까요? 수익의 규모가 커질수록 오히려 자산은 ‘위험’해지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리스크가 실현될 때 입을 손실의 규모가 그만큼 막대해지기 때문입니다. 감수하는 리스크의 규모가 너무 크면 재기 불능이 될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지속적인 복리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리스크를 잘 이해하고 회피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문제는 ‘리스크’가 드러나 있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대부분 ‘주도주’에 대한 로망이 있습니다. 시장을 주도하는 주식에 올라타서 큰 수익을 내는 게 인간의 본성과 부합하기 때문입니다.
주류에 속해 있으면서 남들보다 더 큰 수익을 내는 상태는, 무리 속에 있으면서 남들과 비교하며 자존감을 형성하려는 우리의 본성에 맞습니다. 때문에 시장에는 현재 주도주가 더 크게 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려는 전문가가 넘쳐납니다. 차기 주도주에 대한 관심도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모두의 관심을 받다 보니 주가가 고공행진하면서 그만큼 내재한 리스크의 규모도 커진다는 데 있습니다. 현재 수준의 펀더멘털을 넘어 먼 미래까지 주가에 반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강력한 ‘내러티브’가 뒷받침하기 때문입니다.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세력들도 나타나면서 리스크는 주가와 함께 극한까지 올라가게 됩니다.
물론 펀더멘털이 계속 좋아져서 주가에 반영된 미래가 정당화될 수도 있습니다. 리스크는 그야말로 확률적인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리스크가 크다고 해서 무조건 돈을 잃는 상황은 아니고 그럴 가능성이 커진 상태일 뿐입니다. 다시 말해 리스크가 크다고 해서 백 퍼센트 손실을 본다는 것은 아니며, 발현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수익을 낼 수도 있습니다. 다만 그 확률이 낮게 평가될 뿐입니다.
주도주만 좇으면 결과적으로 큰 리스크를 계속 지게 됩니다.
투자는 반복적인 게임이기 때문에 결국 감수하는 리스크가 발현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설령 주도주에 일찍 올라타서 수익을 몇 번 크게 내더라도 이후 큰 규모의 손실이 불가피해지는 것입니다. 만일 계속되는 성공 속에서 자신감이 커져 무리한 레버리지라도 쓰게 된다면 그야말로 회생이 불가능해지는 상황을 초래합니다.
복리수익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큰 손실’을 보지 않는 것입니다. 중간중간에 손실 규모가 크면 복리 효과를 거두기 어렵습니다. 가장 중요한 ‘시간’만 허비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한 해에 두 배 수익이 나더라도 이듬해 -50%가 된다면 원금 규모는 제자리로 돌아갑니다. 시간만 2년을 허비한 셈이 되는 거죠. 물론 인플레이션의 기회비용과 급등락에 따른 정신적 충격은 따지지 않은 결과입니다.
장기적인 게임을 지속하려면 쉽게 드러나지 않는 ‘리스크’에 민감해야 합니다.
최근 모니시 파브라이는 자신의 석탄 광산 투자 성공에 대해 유튜브에서 설명한 바 있습니다. 몇몇 석탄 광산에서 발견한 기회 요인과 함께 당시 리스크가 극도로 낮은 상황임을 오랜 시간을 할애해서 설명했습니다.
“저는 엔비디아에는 관심이 조금도 없습니다.”
저는 파브라이의 설명 중에 특히 이 부분이 귀에 들어오더군요. 당시 엔비디아는 글로벌 주도주로 하루가 다르게 주가가 치솟던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투자자들은 엔비디아의 일거수일투족에 주목했습니다. 그러나 파브라이로서는 엔비디아에 대한 지식 수준이 낮을뿐더러 엔비디아의 주가 수준도 높아 리스크가 극대화된 상태였습니다. 이후 엔비디아는 조정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성공적인 투자자는 ‘독립적인 사고’와 연관이 높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주도주에 올라타지 말라는 말은 아닙니다.
본인이 주도주에 대한 지식 수준이 높고 반영된 주가 수준보다 더 멀리 볼 수 있다면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리스크는 ‘주관적’이기 때문입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투자에도 적용됩니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먼 미래까지 볼 수 있다면 그만큼 리스크는 낮아지게 됩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주가가 먼 미래 수준을 반영하고 있다면 회피하는 게 장기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가진 확신과 지식 수준이 백 퍼센트가 아니고, 계속 높은 주가 수준에 베팅한다면 성공 확률은 그에 반비례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두려워할 땐 오히려 리스크가 내려가고 용기를 낼 땐 그만큼 리스크가 올라가는 것은 항상 반복됩니다. 시장에 넘쳐나는 기회 요인보다 항상 리스크 수준을 먼저 보려 노력한다면 장기적인 투자 게임에서 승자로 남을 것입니다.
‘리스크에 대한 안목’을 후계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꼽은 버핏의 지혜를 항상 염두에 두면서 장기적인 성공을 누리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