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단상] 강력한 브랜드 파워 가진 기업 발굴하기

시장에 난무하는 소음 속에서 중심을 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럴수록 기본에 집중하고 올바른 원칙을 지켜야 하지만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투자 단상’은 현직 펀드매니저가 시의적절한 고민을 함께 나누는 코너입니다. 투자 대가들이 역경을 이겨낸 방법을 소개하고 실패 사례에서 배우는 기회도 마련하겠습니다. ― 버핏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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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파워’는 많은 가치투자자가 좋아하는 단어입니다. 워런 버핏의 전매특허 ‘소비자 독점’을 가능하게 해주는 강력한 해자(moat)이기 때문이죠. 제2차 세계대전과 냉전을 거치면서 글로벌 브랜드를 갖춘 기업들이 글로벌 소비의 시대를 맞아 큰 성장을 이뤄낸 바 있습니다. 이 흐름에 제대로 올라탄 투자자가 바로 버핏이죠.

2000년대 이전 버핏의 수익률은 저세상 어나더 레벨 수준이었습니다. 물론 버핏이 평생 이룬 전체 수익 규모를 고려하면 당시에 벌어들인 수익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절대적인 수익률 수치는 대단한 수준이었습니다. 브랜드 파워를 먼저 알아본 덕택입니다.

버핏이 질레트, 코카콜라로 소위 ‘날리던’ 시절로부터 20년 이상 흘렀지만 ‘브랜드’는 여전히 강력한 성장동력이자 경쟁우위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현재의 투자자들도 브랜드의 파워를 알아보는 능력을 중요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품을 위주로 브랜드 경쟁력과 관련된 중요한 지표 하나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제품이 팔리는 경로는 크게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나뉩니다. 온라인은 기업이 직접 운영하는 공식 몰이나 외부 쇼핑몰을 통해 매출이 일어납니다. 오프라인은 지역별 매장을 통해 매출이 발생합니다. 이 중 오프라인 매출이 온라인보다 브랜드의 충성도를 평가하기 좋습니다. 지역별 매장은 커버하는 지역의 한계가 비교적 뚜렷하기 때문에 기존 고객의 반복 구매에 의한 매출 성장인지 여부를 알기가 쉽기 때문입니다. 브랜드의 파워가 강하다면 기존 고객에 대한 락인(lock-in) 효과가 그만큼 강할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의 동일점 매출성장률(Same store sales, Comparable store sales 등)을 시장에서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브랜드는 단순히 신규 매장을 확대하는 것만으로도 회사 전체 매출을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만일 기존점 매출은 떨어지는 상황에서 신규 매장 확대로만 전체 매출이 성장한다면 전체적인 성장이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겠죠. 신규 매장 확대 속도는 점차 느려질 수밖에 없고, 매장 확대가 멈춘다면 이후 전체 매출은 침체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비용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꾸준히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 이익의 훼손도 가팔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존점 매출을 성장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기존점 매출의 장기적 성장은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닙니다. 기존 고객들의 반복 구매를 끌어내야 하고, 그 규모도 지속적으로 증가시켜야 하며, 고객의 지인들까지 구매에 나서야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제품의 품질을 인정받아야 하며, 브랜드에 대한 고객들의 좋은 인상도 유지되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브랜드와 제품에 대한 꾸준한 투자가 진행되어야겠죠. 단기전이 될 수 없는 이유입니다.

반면에 신규 매장 출점에 의한 매출 성장은 비교적 쉽습니다. 자금을 조달해서 공격적으로 출점하는 것만으로도 단기간 내 눈에 띄는 성장을 이뤄낼 수 있습니다. 단기적 관점을 가진 경영진 입장에서는 달콤한 유혹이 될 수 있겠죠. 오랜 기간 사람들의 마음을 얻으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새로움을 제공하고 거기에 단기적인 드라이브를 걸어주는 능력을 갖추면 됩니다.

미국 상장기업 랄프로렌(Ralph Lauren)은 기존점 매출에 집중한 오랜 결과가 어떠한지를 잘 보여줍니다. 랄프로렌은 2000년대 중반 이후 과도한 매출 성장을 지향하면서 브랜드 파워가 훼손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2017년에 영입한 프랑스 출신 현 CEO 파트리스 루베에 의해 화려하게 재기했습니다.

루베 CEO는 먼저 양적 확대를 포기하고, 랄프로렌이 가진 근본적 경쟁력인 ‘트렌디하지 않은 디자인’과 품질에 집중했습니다. 매장 확대를 포기함으로써 월가의 단기적 기대에는 부응하지 못했지만 주가가 장기간 횡보해도 크게 상관하지 않았습니다. 중국 일변도의 공급망도 꾸준히 다양화했고요.

오랜 노력이 2023년이 되어서 꽃을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연간 두 자릿수의 동일점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시장은 다시 랄프로렌을 주목하게 되었죠. 자신감을 얻은 루베 CEO는 신규 매장 확대 로드맵까지 발표하게 됩니다. 이후 좋은 실적과 함께 주가는 사상 최고가를 구가하고 있습니다.(랄프로렌에 대한 투자 추천이 아니며 투자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국내 한 유명 프랜차이즈 회사의 어려움은 사실 예견된 부분이 있습니다.

기존점 매출 성장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신규 매장 확대에만 올인한 듯한 모습을 꾸준히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급기야 기존점 점주들의 원성이 극에 달하고 신규 매장 확대도 어려워지면서 회사는 풍전등화의 상황에 몰린 듯합니다. 상장으로 유입된 현금을 뿌리면서 여론을 잠재우려 하고 있지만 이는 단기책일 뿐입니다.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보유한 브랜드들의 기존점 매출 성장을 고민하고 답을 내는 것일 것입니다. 본질적인 경쟁력에 집중해서, 발길을 돌린 기존 고객들을 꾸준히 회유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회사가 이후 공표한 소스 사업 확대 등의 전략은 브랜드의 기본과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기업이 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은 지난할 수 있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숫자보다 본질적인 부분을 손대야 하기 때문에 시장의 화려한 집중을 받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나 그런 과정을 거쳐 장기적인 성과를 낸다면 그만큼 탄탄한 펀더멘털 위에 올라설 수 있습니다. 물론 시장은 장기적인 우상향의 주가로 화답할 것입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투자자는 그런 보석 같은 기업들을 잘 골라내서 창출하는 가치를 함께 향유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버핏클럽의 모든 글은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에 대한 모든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귀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