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 주가, 계산보다 ‘안전마진’과 ‘해자’를 보라

천하의 워런 버핏도 내재가치 추정에서 ‘신(神)의 계산’을 하지는 못한다. 더구나 현실에서 기업의 주주이익은 예상을 벗어나기 일쑤다. 그럴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 버핏은 안전마진을 따져봤다. 또 장기 성장성을 담보할 ‘경제적 해자’라는 개념을 적용했다.


워런 버핏은 기업의 내재가치를 ‘미래현금흐름의 현재가치 총합’으로 규정하는 존 버 윌리엄스(John Burr Williams)의 정의에 따라 판단한다. 여기서 현금흐름은 ‘주주이익(Owner’s Earnings)’을 가리킨다. ‘주주이익’은 ‘순이익’에 현금이 유출되지 않은 비용을 더하고 자본적 지출을 빼서 구한다. 비현금유출비용은 주로 감가상각비로 구성된다. 주주이익은 주주 입장에서 실질적으로 의미가 있는 현금흐름을 말하는 것이다.

주주이익은 현금흐름할인모형(DCF)의 잉여현금흐름(FCF)과 비슷하다. 잉여현금흐름은 세후순영업이익(NOPLAT)에서 비현금유출비용을 더하고 자본적 지출을 빼서 계산하는데, ‘주주이익’은 이자비용까지 감안된 순이익에서 산출하는 것이 다르다.

회계적인 주주이익과 순이익이 어떤 경우에 차이가 나는지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자본적 지출이 큰 기업들의 경우다. 자본적 지출이 비현금유출비용보다 크면 주주이익은 순이익보다 작아진다. 물론 그 반대도 가능하다.

자본적 지출이 큰 기업은 PER이 낮다

버핏은 주주이익을 현재가치로 계산하기 위한 할인율로 ‘무위험수익률’과 ‘인플레이션율’을 사용한다고 주주서한 곳곳에서 힌트를 주고 있다. 할인율은 투자자 입장에서 그 기업에 요구하는 ‘요구수익률’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기업에 투자하지 않을 경우 최소한 얻을 수 있고, 얻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수준의 수익률이다. 버핏은 해당 기업이 최소한 무위험수익률과 인플레이션율보다는 높은 주주이익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무위험수익률은 장기 미국 국채 수익률을 가정하고 있다.

이상의 사항을 정리하면 버핏이 기업가치를 계산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즉, 기업가치는 주주이익을 (할인율-성장률)로 나누어 계산할 수 있다. 주주이익은 순이익에서 출발하므로, 기업가치는 ‘순이익’과 ‘순이익의 배수(PER)’의 곱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물론 ‘주주이익의 배수’와 ‘순이익의 배수’는 같을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다. ‘순이익=순자산×ROE’이므로 ‘순자산’과 ‘순자산의 배수(PBR)’로도 정의할 수 있다.

앞서 주주이익과 ‘순이익’이 다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자본적 지출이 큰 기업들은 주주이익이 순이익보다 작기 때문에, 회계적 순이익이 동일하더라도 이런 기업들의 내재가치는 낮게 계산된다. 벌어들인 돈 중 상당 부분을 재투자해야 한다면, 당연히 번 돈의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자본적 지출이 큰 기업들이 저(低)PER을 받는 이유다.

ROIC 높고 ‘해자’를 갖춘 기업을 발굴

주주이익은 ‘(순이익+비현금유출비용)×(1-재투자율)’로 다시 표현할 수 있다. ‘재투자율=성장률/투하자본이익률(ROIC)’이기 때문에, 결국 ‘주주이익=(순이익+비현금유출비용)×(1-성장률/ROIC)’가 된다. 즉, ROIC가 높을수록 재투자율은 낮아지고 주주이익은 커진다. ROIC가 높은 기업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크게 계산된다. 버핏은 이런 기업들을 좋아한다.

ROIC가 높은 기업들은 필연적으로 심한 경쟁을 겪게 마련이다. 투하자본에 대한 이익률이 높은 사업이라면 너도나도 뛰어들지 않을 이유가 없다. 어떤 기업의 ROIC가 장기간 높게 유지되고 있다면, 이런 경쟁을 물리치고 견고한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버핏이 기업의 경쟁우위 요소인 ‘경제적 해자(economic moat)’를 강조한 이유다.

버핏은 기업의 경제적 해자가 주주이익의 장기적인 성장률과 관련이 크다고 보고 있다. 강력한 경제적 해자를 갖춘 기업이 높은 배수를 적용받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높은 배수를 적용받으려면 인플레이션율 이상의 이익성장률을 장기적으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이익을 장기적으로 확실히 성장시킬 수 있는 요소로 그는 ‘가격 결정 능력’과 ‘비용 통제 능력’에 주목했다. 브랜드를 통해 가격 인상이 가능한 ‘소비재’ 기업들과, 제품은 차별성이 없더라도 탁월한 비용 절감 능력으로 가격경쟁력을 갖춰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우수한 기업을 집중적으로 사들인 배경이다.

버핏은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율보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는 기업들이 최소한 ‘무위험수익률’만으로 할인한 가치는 인정받을 수 있다고 봤다. 그렇게 판단한 수준의 가치보다 충분히 싸게 거래되고 있다면 ‘안전마진’이 확보된 가격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