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식 투자의 3대 키워드: 현금, 무형자산, 복리


가치투자는 벤저민 그레이엄식 가치투자와 워런 버핏의 가치투자로 나눌 수 있다. 그레이엄식 가치투자가 ‘데이트’라면 버핏의 가치투자는 ‘결혼’에 비유된다. 그레이엄은 주가가 내재가치에 수렴하면 매도한 후 새로운 투자 대상을 찾는 데 비해 버핏은 매우 신중하게 대상을 골라 최대한 장기 보유하면서 복리 혜택을 누리는 식이다. 이 같은 가치투자의 방법과 관련해 주목할 특징이 두 가지 있다.

첫째, 투자자들은 그레이엄식 가치투자만 가치투자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버핏의 가치투자는 경쟁우위의 지속성이 있는 우량 기업을 합리적 가격에 매수해 집중투자하는 방법이다. 그런데도 한국에서는 그레이엄식 가치투자가 주류인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 상장기업은 역사적으로 유형자산 기반 기업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에서 찾을 수 있다.

외국으로 눈을 돌려보면 많은 우량 기업이 장부상 기록되지 않지만 실제로 현금 창출(내재가치) 능력이 있는 무형자산을 기반으로 사업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현금 창출 무형자산은 인적자산, 독점력 있는 플랫폼, 브랜드 등으로 이뤄진다. 그런 외국 기업으로는 시즈캔디, 코카콜라, 애플, 버크셔 해서웨이, 마이크로소프트, 에르메스, 구글, 아마존, 미국 3대 신용평가회사, 마오타이, 텐센트 등을 꼽을 수 있다. 국내에는 KT&G홍삼사업부, 네이버, 넷마블 등이 있다.

특히 미국은 20세기 후반부터 전통 제조 기업이 본격 쇠퇴하고 이후 무형자산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이 산업의 주류로 등장하면서 무형자산에 자본배분을 집중한다. 버핏의 투자 방법론에서는 회계상 부채인 경우도 자산이 될 수 있고, 회계상 자산이라도 부채일 수 있다. 즉, 회계상 계정과목 명칭과 장부 계상 여부와 무관하게, 실제 현금을 창출하는지에 따라 자산과 부채를 판단하는 것이다.

버핏의 1972년 시즈캔디 투자, 1988년 코카콜라 투자 시점에 두 기업의 주가순자산배수(PBR)는 모두 3이 넘었다. 그 당시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8~9%를 초과한 것을 감안해 현재 기준으로 보면 PBR 10 이상의 기업에 투자한 것으로, 그레이엄식 가치투자자는 안전마진이 없는 완전한 투기로 볼 수도 있다.

버핏 자신도 시즈캔디에 투자하면서부터 비로소 무형자산에 대한 눈이 열렸다고 말했다. 버핏은 최근 1년간 애플을 집중 매수해 3대 주주가 되었는데 애플 역시 PBR 5가 넘는다. IBM 투자는 PBR 9를 초과한다.

지속 가능한 ROE 15% 이상이 기준

둘째, 버핏의 투자 방법이 그레이엄식 가치투자에서 지금의 방법으로 변하며 발전한 것은 필립 피셔와 찰리 멍거의 영향이 크다. 버핏의 자본이 커지면서 매번 담배꽁초식 가치투자를 하기가 어려워진 것도 한 이유다. 명확한 것은 지금의 버핏은 독점성 있는 기업에 자본을 장기 배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정량적·정성적 분석을 결합한 이상적인 가치투자자로서 ‘복리 기계’(기업)를 원한다.

버핏에게는 지속 가능한 자기자본이익률(ROE) 15% 이상(부채 없거나 최소)이 투자의 최소 기준이자 목표 수익률이기도 하다. 투자자는 중장기적으로 투자한 기업의 ROE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버핏은 복리를 주는 자산에 낮은 가격으로 편승하는 방법을 통해 지금도 부를 효과적으로 늘리고 있다.

“나의 부는 복리, 미국에서 출생한 것,
그리고 아버지로부터 받은 유전자에 기인한다.” -워런 버핏

신뢰성과 투자수익률의 관계

버핏은 신뢰할 수 있는 기업과 국가에 우선적으로 자본을 배분한다.

최근 10년간 미국, 한국, 중국의 인덱스펀드 수익률은 어떻게 될까? 미국(S&P500 연복리 7%), 한국(KOSPI 200 2%), 중국(CSI 300 -30%) 순이다. 그 이유는 미국, 한국, 중국 기업의 신뢰성(투명성)과 수익성(자본생산성)의 차이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 S&P500 기업은 현금흐름과 당기순이익이 대부분 동반하며, 역사적 ROE가 평균 15%다. 중국 기업은 ROE가 평균 15%지만, 현금흐름과 당기순이익이 지속적으로 동반하는 기업은 상장기업의 10% 미만이다. 중국 기업 회계 및 재무 자료의 철저한 검증이 필요한 이유다.

“당신이 노를 잘 젓는 것보다, 처음부터 물이 새지 않는 배를 타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워런 버핏

한국 상장기업의 평균 ROE는 8~9%로, 수익성이 미국보다 낮다. 한국 기업의 자본생산성은 미국의 절반이다. 따라서 역사적 주가수익배수(PER)도 미국의 절반 전후인 것은 당연하며, 한국 기업의 주가가 미국보다 저평가되었다는 주장은 맞지 않다.

중국 인덱스펀드가 부진한 다른 이유

중국에 한국 투자자들이 본격 투자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왜 중국 인덱스펀드 투자, 액티브펀드 투자자 및 개별 기업 투자자는 보통의 투자 실적부터 손실을 기록하고 있을까?

충분히 필터링되지 않은, 신뢰성이 낮은 중국 상장기업들의 기업공개(IPO) 시 물량(발행 주식수와 금액)이 한국의 통상 5~10배를 초과해 중국 주식시장 전체 시가총액만 매우 커졌다. 또한 현재도 소액주주의 이익을 크게 침해하는 유상증자가 대량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중국 주식시장의 오래된 문제로, 조금씩 개선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심각하다.

그러므로 중국 주가종합지수에 투자하는 인덱스펀드는 최근 10년 장기 투자하는 경우에도 인덱스펀드 가입 시기와 거의 무관하게 수익률이 좋지 않다. 중국 주식은 지수 투자가 아니라, 반드시 신뢰성 있는 소수 우량 개별 기업에 집중투자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