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도 주주서한은 전체적으로 투자자들이 버크셔 해서웨이의 내재가치를 맛볼 수 있는 레시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버핏의 방식으로 구한 버크셔의 내재가치는 5,449억 달러로 추정되어, 버크셔의 2019년 4월 말 시가총액 5,164억 달러보다 큰 규모다. 이번 주주서한은 버크셔의 희로애락이 담긴 한 편의 드라마라 할 만하다. 버크셔의 성공에 크게 기여한 가이코부터 실패로 이어진 크래프트 하인즈 투자까지 살펴볼 수 있다.


2018년 버크셔 해서웨이는 순이익 40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영업이익 248억 달러에 비해 매우 작은 액수다. 2018년부터 보유 유가증권의 평가손익을 손익계산서에 반영하게 한 변경 회계원칙에 따라 버크셔 보유 유가증권의 평가손실 206억 달러가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 크래프트 하인즈 무형자산 상각 비용 30억 달러와 유가증권 매각에 따른 자본이득 28억 달러가 포함되었다.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는 변경 회계원칙 때문에 버크셔 손익계산서의 손익 변동이 클 거라고 예고한 바 있다. 평가손익을 배제한 수치로 버크셔의 펀더멘털을 바라봐야 한다고 언급해왔다.

2018년 평가손실 206억 달러를 제외하면, 사업 자회사들의 이익은 대부분 2017년 대비 탄탄하게 성장했다. 철도 사업(BNSF)의 이익은 2017년 39억 달러에서 2018년 52억 달러로 증가했고, 에너지 사업은 20억 달러에서 26억 달러로, 나머지 제조와 서비스 사업들은 72억 달러에서 93억 달러로 성장했다. 심지어 2017년 22억 달러 손실을 기록했던 보험영업이익도 15억 달러 흑자로 전환했다. 미국의 전반적인 호경기가 뒷받침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버크셔의 상장 주식 보유 규모가 막대해 2018년 말 기준 약 1,730억 달러에 이르기 때문에, 하루 평가액 변동 규모가 20억 달러를 쉽게 넘긴다. 따라서 순이익보다 영업이익에 주목해달라고 요청한다.

순자산가치를 언급하지 않은 배경은?

한 해 동안의 순자산 증가 규모를 언급하며 주주서한을 시작한 과거와 다르게, 2018년에는 손익계산서의 이익 규모를 언급한다. 순자산가치 추이를 내재가치에 대한 척도로 제시해왔던 관점을 바꾼 것이다.

시장성이 있는 유가증권 보유 비중이 높았던 버크셔는 끊임없는 인수를 통해 사업 자회사들의 비중이 더 커지고 있다. 회계원칙상 버크셔의 순자산 중 시장성 유가증권은 시가로 반영되지만 사업 자회사들은 순자산가치로 반영된다. 버핏은 사업 자회사들의 비중이 커지면서 내재가치 증가 폭이 순자산가치 증가 폭보다 더 커졌고, 최근 들어 이러한 내재가치와 순자산가치의 괴리가 확대되었다고 본다.

또한 대대적인 자사주 매입 계획도 순자산가치의 활용도를 떨어뜨리는 변수다. 내재가치보다 낮은 가격에 자사주를 매입하면 회계상 순자산가치는 줄어들지만 내재가치는 증가하기 때문이다.

버크셔가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심도 있게 고려하는 배경은 1,000억 달러가 넘는 현금성 자산을 적절하게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자사주를 100억 달러 이상 매입해 소각할 경우, 2018년 말 기준 3,487억 달러 규모인 순자산가치는 의미 있게 줄어들게 된다. 자사주 매입을 내재가치보다 낮은 수준에서 지속적으로 진행하면 내재가치가 증가한다. 이런 부분을 순자산가치는 반영하지 못하지만 장기적인 주가는 반영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버핏은 향후 버크셔 성과의 평가 척도를 주가로 바꾼 것으로 보인다.

버크셔 ‘숲’의 다섯 개 ‘과수원’을 보라

버핏은 버크셔의 내재가치를 판단할 때 5개 부문으로 나눠서 봐야 한다고 언급한다. 2018년 말 기준 63개(버크셔 해서웨이 에너지, 마몬 그룹을 각각 1개 회사로 가정) 자회사를 개별적으로 판단하는 것보다 유형별로 나눠서 보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고 적절하다는 것이다. 그의 견해에 따라 버크셔의 내재가치를 평가해보자.

그는 기업의 내재가치를 판단할 때 ‘주주 이익(owner earnings)’을 기반으로 한다고 언급해왔다. 주주 이익은 순이익에 비현금지출 비용을 더하고 고정자산 투자 규모를 뺀 수치로, ‘주주 입장에서 의미 있는 현금흐름’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기준을 토대로 버핏은 비보험 자회사들의 주주 이익을 구하는 데 필요한 숫자들을 친절하게 알려준다.

먼저 비보험 자회사들을 하나의 ‘과수원’으로 묶어서 보라고 제안한다. 과수원은 버크셔라는 숲을 구성하는 작은 숲을 가리킨다. 각종 제조 및 서비스 회사들이 여기 속하는데, 2018년 한 해 동안 168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이 수치는 세금, 지급이자, 경영자 보상, 구조조정 비용, 감가상각비, 상각비, 본사 일반관리비를 차감한 후 기준이다.

버핏은 월가에서 언급되는 ‘조정 EBITDA’에 회의적인데, 명백한 비용들을 차감하지 않고 이익을 부풀리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스톡옵션 비용과 구조조정 비용을 들 수 있다. 비일반회계원칙(non-GAAP) 방식으로 추정해 발표된 이익을 보면 위의 비용들이 더해진 것이 심심찮게 확인된다. 구조조정 비용은 국내 기업들에서도 ‘일시적’인 비용으로 포장되곤 한다.

또한 현금지출을 동반하지 않더라도 실제 발생한 비용이라면 빼야 한다고 언급해왔다. 예를 들어 감가상각비는 실제 사업에 활용된 유형자산의 가치가 시간이 흐를수록 감소하기 때문에, 당장 현금이 지출되지 않더라도 실질적인 비용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유형자산 투자 금액과 함께 이익에 반영해야 한다. 반면 무형자산 상각비는 다르게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객 관계’처럼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가 더 커지거나 실제적인 가치 감소가 일어나지 않는 비용은 회계적인 이유로 상각되지만 이익에 더해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유형자산 투자를 고려하지 않고 감가상각비를 무조건 더해 이익의 질을 낮추는 EBITDA 수치는 불신한다. 그러나 2018년 버크셔에서 발생한 자회사 인수 관련 상각비 14억 달러는 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버크셔 사업보고서의 무형자산 내역을 보면 특허권과 고객 관계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다.

버크셔의 감가상각비는 84억 달러지만, 이는 사업 유지에 들어가는 고정자산 투자 비용 145억 달러를 고려하면 과소평가되었다고 본다. 145억 달러의 89%는 미국에 투자되고 있다.

언급된 숫자들로 비보험 자회사들의 주주 이익을 구하면 121억 달러로 추정된다.

버크셔의 비보험 자회사들은 대부분 미국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대표 지수인 S&P500의 주가수익배수(PER)를 적용해서 가치를 추정할 수 있다. 2019년 4월 기준 S&P500 지수의 실적 기준 PER은 18~20배(Yardeni Research 4/11 리포트 자료)다. 이를 적용하면 버크셔 비보험 자회사들의 가치는 2,178~2,420억 달러로 추정된다.

버핏은 둘째 과수원으로 버크셔가 보유한 상장 주식 포트폴리오를 꼽는다. 2018년 말 기준 1,730억 달러에 달하는 주식 포트폴리오는 거대 기업들의 지분 5~10%로 구성되어 있다. 투자한 회사들에서 받은 배당금은 38억 달러지만, 투자한 회사들의 유보이익 중 보유 지분율에 해당하는 금액은 이보다 훨씬 크다. 버크셔가 투자한 주요 5개사, 즉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애플, 뱅크 오브 아메리카, 코카콜라, 웰스 파고만 고려해도 68억 달러에 달한다.

버크셔가 투자한 회사들은 유보이익 1달러가 1달러보다 높은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자기자본수익률(ROE)이 높다는 얘기다. 따라서 버핏은 보유 주식 포트폴리오의 실제 가치는 더 크다고 본다. 특히 자사주 매입은 지분율을 늘리기 때문에 주주 가치가 증대되는 좋은 사례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를 들어 설명했다.

버크셔의 주식 포트폴리오의 가치는 1,730억 달러에서 매도 시 부과될 세금 147억 달러를 빼면 1,583억 달러(2018년 말 기준)로 평가된다.

셋째 과수원으로 소개된 부분은 동업자와 함께 경영권을 확보한 4개 기업이다. 지분은 크래프트 하인즈 27%, 버카디아 50%, 일렉트릭 트랜스미션 텍사스 50%, 파일럿플라잉J 39%이다. 이들 4개 기업의 세후 영업이익에 대한 버크셔의 몫은 약 13억 달러다. 지분법 손익은 27억 달러 손실을 기록했는데, 대부분 크래프트 하인즈의 영업권 상각에 따른 것이다.

다음으로 현금성 자산 1,120억 달러와 채권 200억 달러를 넷째 과수원으로 분류하고 있다. 버크셔 재보험 사업이 보장하는 최악의 재난 상황에 대비한 200억 달러를 제외하고, 나머지 920억 달러에 달하는 현금성 자산은 향후 영구 보유 기업들을 인수하거나, 시장성 지분증권에 투자될 것이라고 언급한다. 현재는 장기적인 전망이 좋은 기업들의 인수 가격이 내재가치 대비 너무 높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시장성 지분증권에 투자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해서 주식시장을 좋게 보고 있다는 말은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

버핏은 버크셔의 내재가치를 구할 때, 위에서 언급한 네 개 과수원의 가치를 더한 뒤, 유가증권 매각 시 부과되는 적정 세금을 차감하면 된다고 친절하게 안내한다. 이 방식으로 내재가치를 구하면 대략 5,449억 달러가 된다.

다섯째 과수원으로 보험업의 ‘플로트’를 빼놓을 수 없다. 플로트는 손해보험사의 보험료로 구성되며 향후 보험료를 지급하게 되는 시기까지 차입금처럼 활용할 수 있다. 차입금의 성격이지만, 장기적으로 보험영업이익을 창출하기 때문에 무이자 차입금 이상의 가치가 있다. 플로트를 통해 창출된 자금이 나머지 네 개의 과수원을 일구는 데 크게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