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투자 ‘현안’에 대한 거의 모든 ‘대안’
가치투자자 3인이 최근 투자 현안과 향후 전망에 대해 견해를 펼쳐 보였다. 탄탄한 공부를 바탕으로 뛰어난 투자 성과를 올려온 고수들다웠다. 견해가 예리하고 깊이가 있으며 남달랐다. 이들은 자산주부터 바이오주 같은 섹터, 4차 산업혁명 같은 테마 등도 심도 있게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네오위즈홀딩스, 대웅제약, 에코마케팅, JB금융지주 등 종목이 거론됐다.
“하지만 저는 성향상 아마존 매수를 주저하게 되네요.”(남산주성)
“미국의 버핏지수(시가총액/GDP)도 148%까지 올라왔습니다. 지금은 급락해도 이상할 게 없는 시장이라고 생각합니다.”(바람의숲)
“저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을 좋게 봅니다. 인구 구조가 매우 좋고 발전 욕구가 강해서입니다.”(좋은습관)
혼자 가는 길은 어렵다. 처음 가는 길이라면 더 그렇다. 투자자들이 투자 대가들의 방법론을 배우고 모임을 통해 다른 동료들과 토론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적 투자 대가들의 전략을 적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들이 활동한 시기와 무대, 환경이 지금의 우리와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비슷하게 시작한 국내 투자자들의 성공 스토리를 듣는 것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시행착오를 줄이고 한국에 적합한 투자법을 배우는 기회가 될 것이다.
5월 10일, 서울 당산동에 있는 이언투자자문 회의실에서 김태석 가치투자연구소 대표(필명 남산주성), 김철광 보수적인 투자자는 마음이 편하다 대표(바람의숲), 구도형 현명한 투자자들의 모임 대표(좋은습관) 3인의 좌담회가 열렸다.
이날 좌담회에서 이들은 카페 회원들의 다양한 질문을 놓고 깊이 있게 토론했다. 이들은 투자자들이 자산을 증식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한다며 조언을 이어갔다. 사회는 가치투자로 유명한 신진오 밸류리더스 회장이 맡았다.
버핏에게 현금 조절 기준을 묻고 싶다
신진오 밸류리더스 회장(이하 신 회장) 지난 주말에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가 열렸습니다. 만약 이번 주총에 참석했다면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에게 무엇을 묻고 싶은가요? 지난해 버크셔 주총에 참석한 경험을 곁들여 남산주성 님부터 답변해주시죠.
김태석 가치투자연구소 대표(이하 남산주성) 주총장에 10시간 넘게 있으니 힘들더군요. 버핏은 1930년생이니 한국 나이로 구순이고, 멍거는 버핏보다 6살이 많죠. 저는 요즘 매너리즘과 슬럼프에 빠져 투자에 대한 열정이 식어서 고민입니다. 두 대가는 그 연세에도 열정적으로 일하는 비결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오랜 기간 유지할 수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구도형 현명한 투자자들의 모임 대표(이하 좋은습관) 한국은 주주 문화가 없습니다. 기업의 주인이 주주가 아니라 오너 한 사람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죠. 또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는 쪽에서는 주주 자본주의를 비판합니다. 한국은 주주 문화가 싹도 틔우지 못한 재벌 자본주의 사회잖아요. 주식을 보유한 주주가 주주총회에 참석하는 비율이 0.01%도 안 됩니다. 미국의 초기와도 다르죠. 버핏이라면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투자할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김철광 보수적인 투자자는 마음이 편하다 대표(이하 바람의숲) 버크셔는 지난해 현금 비중이 30%를 넘었습니다. 그간 현금 비중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 적이 없습니다. 살 주식이 없으면 현금 비중을 높이고, 있으면 줄인다는 정도였습니다. 어떤 기준으로 현금을 보유하고 비중을 조절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아마존 매수, 나는 성향상 주저하고 있다”
신 회장 최근 버핏이 아마존 주식을 샀습니다. 못 사서 아쉽다는 말을 계속하다가 얼마 전에 샀죠. 버핏은 최근 뉴스에서 “아마존 주식 매입은 가치투자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바람의숲 버핏은 아마존의 해자를 본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는 아마존을 통해야만 살 수 있는 것이 많습니다. 버핏은 질적인 투자를 하는데 그간 아마존의 해자가 얼마나 두터운지 파악 못해서 사지 않다가 이번에 산 게 아닌가 싶습니다.
좋은습관 버크셔의 투자금은 약 800조 원에 이릅니다. 시가총액 수천억 원 수준의 기업은 가치가 높아도 (투자금 대비 규모가 작아서) 살 수 없고, 조 단위 기업 중에서 상대적 가치를 보고 투자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아마존은 매출이 꾸준히 증가했지만 수익성 밸류가 너무 높아 보입니다. 미래를 위해 수익을 쓰는 면이 있죠. 큰 비전을 제시하고, 연구개발(R&D) 비용도 세계 1위일 정도로 많이 쓰고 있고요. 전자상거래 1위 기업으로서 판매 수수료 등을 지속적으로 인하하는 것을 보면 삼성전자가 치킨게임으로 경쟁자들을 물리쳤을 때와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 것을 감안하면 버핏이 살 수 있는 조 단위 회사 중 상대적 가치가 있는 기업이었기에 아마존을 샀을 거라고 봅니다. 하지만 버핏의 자금이 800조 원이 아니라 800억 원이라면 아마존보다 더 싼 기업을 샀을 거라고 봅니다.
남산주성 버핏이 직접 아마존을 선택한 것은 아닌 것 같아요. 버핏의 후계자로 거론되는 토드 콤즈(1971년생)가 산 것 같다는 말이 있습니다. 제가 보기엔 버핏은 애플 주식을 산 후 IT 종목에 대한 관심이 좀 생긴 것 같습니다. 아마존 시가총액은 1,000조 원입니다. 우리나라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이 1,400조 원인 것과 비교하면 엄청나죠. 앞서 두 분이 말씀하신 대로 아마존의 해자는 어마어마합니다. 세계 전자상거래시장에서 규모가 가장 큰 미국 시장의 5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클라우드 사업도 잘하고 광고시장도 상당 부분 차지했습니다. 앞으로 전자상거래는 계속 늘어날 것이고 아마존이 더 많은 시장을 차지할 것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입니다. 그럴 때 투자자로서 아마존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마음이 불편하지 않을까요.
아마존은 1995년 상장해 올해로 24년이 됐습니다. 그간 주가는 연평균 33% 올랐습니다. 상장 때 주식을 100만 원어치 샀다면 지금 10억 원이 되는 셈입니다. 충분히 살 만하다고 생각하지만 비싼 것 역시 사실입니다. 부연하면 가치투자를 논할 때 싼 것과 좋은 것으로 나눕니다. 싸고 좋은 기업을 사는 거죠. 사실 좋고 싼 기업이 제일 좋은데 찾기가 어렵습니다. 그런 면에서 좋고 비싼 기업도 나중에 보면 싸질 수 있습니다. 아마존이 그런 표본이 되는 회사라고 버핏은 판단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성향상 아마존 매수를 주저하게 되네요. 사실 해외 계좌부터 개설해야 하는데 미루다가 아직 하지 못했습니다.
“미국 주가 높아… 급락해도 이상하지 않은 수준”
신 회장 최근 버크셔가 또 자사주를 매입했습니다. 그간 주당순자산가치(BPS) 1.2배를 기준으로 매입한다고 했는데, 요즘 기준을 완화한 것 같습니다. 어떤 인터뷰에서는 BPS가 의미 없다고 했고, 투자할 대상이 없어서 자사주를 매입할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오네요. 이런 자사주 매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남산주성 미국 시장에서 더 이상 싸고 좋은 기업을 찾기 어려워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회사 주식이 시장에 있는 다른 회사 주식보다 싸고 좋다면 자사주 매입은 당연한 일이라고 봅니다. 미국 기업들은 자사주를 매입하면 당연히 소각하는데 우리 기업들도 이런 문화를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저평가되고 현금이 많은 기업도 많은데 자사주를 안 사잖아요. 사도 소각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고요.
좋은습관 미국 시장에서 더 이상 싸고 좋은 기업을 찾기 어려워졌다는 남산주성 님 의견에 동의합니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10년 전 약 14조 달러에서 현재 약 19조 달러로 대략 35% 증가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다우지수는 약 8,000에서 약 26,000으로 3배 이상 올랐습니다.
바람의숲 미국 시장을 보면 지난 1년간 월봉 기준으로 양봉 12개가 나왔습니다. 이런 일이 지난 100년간 두 번 있었다고 합니다. 한 번은 대공황 직전이었습니다. 시장은 과열되었습니다. 지금은 미국 주식에 투자한 사람들이 모두 돈을 벌어서 투자 고수인 것처럼 거론됩니다. 하지만 버핏은 현금 비중을 높이고 있고 자사주를 사겠다고 합니다. 미국 시장에서 보수적인 가치투자자로 꼽히는 사람들이 시장 하락에 베팅하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엔 버핏도 숏을 치고 싶지만 자신의 명예가 있으니 현금 비중을 높이고 자사주를 사는 듯합니다. 버핏지수(시가총액/GDP)도 148%까지 올라왔습니다(버핏지수 100 이하는 저평가, 120 이상이면 과열, 200 이상이면 거품으로 본다 – 편집자 주). 최근 30년 동안 이 정도 수치를 기록한 것은 2008년과 지금뿐입니다. 지금은 급락해도 이상할 게 없는 시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산주성 하지만 버핏은 시장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 같진 않습니다.
신 회장 버핏은 시장 전망을 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좋은습관 시장을 전망하지는 않아도 시장 평균이 싼지 비싼지는 계속 판단해왔다고 봅니다. 버핏을 알려면 언론이 전하는 단편적인 부분보다 그의 행동을 보아야 합니다. 버크셔는 현금 비중이 30%나 되고 작년에도 자사주를 매수했으며 앞으로도 계속 매수할 수 있다고 합니다. 싼 게 별로 없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네요.
한국에서도 버핏식 장기 투자가 가능할까?
신 회장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죠. ‘한국에서 버핏식 장기 투자가 가능할까요’라는 질문입니다. 여기 있는 분들도 장기 투자 종목이 있으십니까? 장기 투자가 국내에서도 가능할지 의견 주시죠.
바람의숲 제가 10년 이상 보유 중인 것은 두 가지뿐입니다. 하나는 맥쿼리인프라인데 초장기 투자 종목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하나는 상장 인덱스펀드인 KODEX 200 ETF이고요.
신 회장 개별 종목으로는 그렇게 장기 보유할 만한 것이 없었다는 뜻인가요?
바람의숲 개별 기업으로는 비상장 기업을 사서 오래 갖고 있었습니다. 이건 좀 비자발적인 장기 보유네요. 사실 대부분의 종목을 살 때 장기 보유를 꿈꾸지만 실제로 그렇게 보유하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한국 시장에는 경기순환을 타는 기업이 너무 많습니다. 소위 ‘2호선 종목’이라고 하는데, 오래 보유하고 있으면 결국 원위치죠. 버핏도 우리나라에서 태어났다면 장기 투자가 쉽지 않을 겁니다.
좋은습관 미국과 다르게 한국은 경기순환 종목이 대부분입니다. 대외 변수의 영향도 크게 받고요. 주주 자본주의가 정착되지 않아서 회사를 마냥 신뢰하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저는 보유한 기업보다 확실히 더 싸고 좋은 기업이 있으면 교체 매매를 했습니다. 제일 길게 보유한 건 4~5년 정도입니다.
남산주성 버핏의 장기 투자는 ‘복리 수익이 가능하고 끊임없이 성장한다’라는 기준에 부합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높은 자기자본수익률(ROE)이 꾸준히 유지되는 회사가 되겠죠. 국내에서 꼽자면 삼성전자가 대표적이겠네요. 하지만 삼성전자는 버핏이 좋아하는 종류의 회사는 아닙니다. 버핏은 코카콜라 같은 소비재 기업을 좋아하죠. 미국 내의 압도적 소비력을 바탕으로 성장하면서 세계 시장을 석권할 수 있는 기업이 되니까요. 우리나라는 경기순환 종목이 많고 시장이 작아서 큰 성장이 제한됩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쉽진 않지만 버핏식 투자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싸다고 생각하고 10년 넘게 들고 있는 종목도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참 인정해주지 않지만요. 최근 3~4년은 모 제약회사에도 투자하고 있습니다. 당장은 밸류에이션이 높아도 장기적으로 크게 성장 가능한 회사라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버핏이 제일 많이 들고 있는 업종은 은행, 보험사 등입니다. 우리나라도 은행, 증권 등 금융주가 진짜 쌉니다. 경쟁력이 없거나 밸류에이션 매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너무 외면받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네오위즈홀딩스 현금이 시가총액의 2배”
신 회장 좋은습관 님은 자산주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레이엄과 버핏의 투자 관점 차이는 무엇인가요?
좋은습관 그레이엄은 증권 분석과 가치투자의 기본 틀을 제시했지만 시대가 달랐다고 봅니다. 심리학에서 프로이트의 이론을 바탕으로 후학들이 더 의미 있는 이론을 제시했다고 해서 프로이트가 그들보다 못하다고 할 수는 없죠. 그레이엄도 그렇다고 봅니다.
남산주성 초점을 맞추는 부분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레이엄은 싼 것에 집중했고 버핏은 좋은 것을 강조했죠. 이때 좋은 것은 해자 등을 갖춰 계속 성장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신 회장 현재 우리나라에 그레이엄식 투자가 가능한 종목이 있다면 투자하실 건가요?
좋은습관 이분법적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고 봅니다. 처음 투자 종목을 고를 때 그레이엄 식으로 안전마진을 확보한 후 다른 현인들의 방식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신 회장 종목을 스크리닝할 때 어떤 사람은 좋은 기업 중에서 싼 것을 고르고 또 어떤 사람은 싼 기업 중에서 좋은 것을 고르는데, 좋은습관 님은 후자라는 뜻인가요?
좋은습관 둘 다 하지만 대체로 후자입니다.
남산주성 저 역시 그렇게 해왔지만 조금 바꾸고 있습니다. 좋은 기업 중에서 싼 것을 고르고, 좀 비싼 기업이라도 성장하면 사고 싶습니다. 그런데 실수가 자꾸 나옵니다. 성장할 줄 알았는데 안 하는 경우도 많고요.
바람의숲 보유 자산의 가치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선박 펀드인 하이골드 8호는 배를 팔아서 자산 전체를 나눠주기 때문에 시가총액이 자산가치보다 낮으면 무조건 벌 수 있는 종목입니다. 배가 얼마에 팔리는지가 중요하니 그에 대한 연구가 선행되어야겠죠. 부동산 개발 펀드인 에이리츠도 비슷합니다.
남산주성 저도 선박 펀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주가가 많이 내려서 매력이 있는 거지, 처음에 들어간 사람들은 손해도 많이 봤습니다. 현재 하이골드 12호는 매월 배당이 1.1% 정도 나와서 배당수익률이 연 13~14%에 달합니다. 배당 투자로 굉장히 좋지만 지속 가능성을 계속 살펴야 할 것 같습니다.
신 회장 주의 깊게 보고 있는 자산주가 있나요?
좋은습관 네오위즈홀딩스라는 종목이 있습니다. 회사가 가진 현금이 시가총액(5월 10일 종가 기준 1,169억 원)의 2배가 넘습니다. 부채도 거의 없고요. IT 기업에서 이 정도 현금이 많은 곳은 흔치 않습니다. 계열사인 네오플라이를 통해 블록체인 기술을 선도적으로 키우고 있습니다. 현재 가치와 향후 성장성이 기대할 만한데 이에 대해 공부하는 투자자들이 거의 없네요. 네오위즈홀딩스 현 대표도 대학생 때 창업한 한국 IT 1세대 선구자입니다. IT 역사를 알면 원클릭, 세이클럽 등은 알 겁니다. 공부하고 추적해볼 만한 종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평가된 은행주에 대한 생각들
신 회장 버핏 초기의 ‘담배꽁초 투자 기법’이 국내 시장에서 비교적 소액으로 투자하기에 적절하냐는 질문이 있습니다.
남산주성 형편없거나 망해가는 회사인데 자산이 시가총액보다 많아서 인수하면 한 모금 빨고 버릴 수 있다는 점에서 담배꽁초라고 표현한 것입니다.
좋은습관 대한방직 같은 기업이죠.
남산주성 돈 못 버는 자산주를 담배꽁초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복리 효과가 나올 정도는 아니어도 돈을 어느 정도 벌고 있으며 자산도 많은 기업을 담배꽁초라고 하면 폄하하는 표현입니다. 예를 들어 은행주는 PBR 0.5배 이하, PER 3~5배 정도입니다. 이런 기업을 담배꽁초라고 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좋은습관 은행주들이 왜 저평가되었다고 보시나요?
남산주성 시장에서 저평가되는 이유를 굳이 달자면 관치와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간섭이 일부 있지만 예전처럼 부실기업에 대한 대출 압력 같은 건 거의 없어 보이고, 부동산 담보 대출의 위험 부담도 실제로는 거의 없습니다. 총부채상환비율(DTI)이 40%밖에 안 되는 상황이잖아요.
좋은습관 담배꽁초 투자 기법이라는 말은 벤저민 그레이엄을 폄하하려고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남산주성 용어 그대로만 보면 담배꽁초 투자는 권할 만하지 않습니다. 단지 자산만 많은 기업들은 적대적 인수 또는 회사와 싸울 생각이 없다면 투자하기가 망설여지네요. 비자발적인 장기 투자가 될 가능성이 높죠.
신 회장 좋은습관 님은 은행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좋은습관 자산 세부 내역을 알 수 없어서 디테일하게 분석하기가 어려운 기업들이라고 봅니다. 해외 금융 기관에 비해 금융 노하우가 적습니다. 차별성도 없고 천수답 경영을 하는 것 같습니다. 거의 다 외국인이 최대 주주라는 점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요인입니다. 정부가 계속 관리하는 것도 한계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상당히 싸기 때문에 저도 관심이 있습니다.
남산주성 은행주의 평균 배당률이 4~5%에 달합니다. 안정적이고, 망할 가능성도 별로 없죠. 우리나라 퇴직연금은 수익률이 지난해 1%대입니다. 실제로는 마이너스 수익률이라고 보면 맞습니다. 퇴직연금 같은 자금들이 왜 은행주처럼 안정적인 배당주를 사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예를 들어 JB금융지주는 올해 배당도 상당히 늘어날 듯한데,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하게 저평가되어 있습니다.
좋은습관 은행주보다 더 싼 증권주도 많습니다. 배당도 많이 줍니다.
신 회장 많이 저평가된 종목을 보유할 경우, 목표 가격에 도달하기 전이라도 과열 정도에 따라 일부 매도 후 재매수 전략을 쓰시나요? 보유 종목의 등락 폭이 클 때 중도에 매도해 현금을 확보하고 가격이 떨어지면 재매수하는 마켓 타이밍과 밸류 타이밍 전략을 사용하는지요?
바람의숲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리츠와 선박 펀드의 청산이 확정될 경우, 청산가치 대비 주가가 높다면 무조건 팔아야 합니다. 매출이 늘어나는 기업은 좀 더 복잡합니다. 생각했던 주가까지 올랐을 때 일부를 팔 수도 있고 지켜볼 수도 있습니다.
좋은습관 초기에 투자하게 된 아이디어가 아니라 이상한 테마로 주가가 올라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경우 다시 내려올 것이라고 보고 일부를 팝니다. 물론 다시 내려오지 않고 주가가 날아가는 경우도 나오죠.
남산주성 저도 비슷합니다. 기업 가치와 상관없는 테마로 오르는 상황에서는 차익을 일부 실현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후 주가가 더 오를 때도 있습니다. 이때는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더 오르면 일부라도 남아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떨어지면 그래도 조금이라도 팔아서 좋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웃음) 꾸준히 성장하는 기업은 장기 보유하면서 끝까지 과실을 따먹는 게 좋다고 봅니다.
신 회장 트레이딩 기법도 사용하는지 궁금합니다.
남산주성 한국에는 경기순환을 타는 회사가 많습니다. 대외 변수에 취약하기도 하고요. 일정 부분 매매하는 것이 수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신 회장 앞의 진단과 일부 중복됩니다. 장기 투자하기에는 우리나라 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에 트레이딩을 겸해야 한다는 의견이시군요. 사실 세 분은 고수이고 전업으로 투자하는 분들도 있으니 가능한데, 일반적인 직장인은 트레이딩이 쉽지 않습니다.
남산주성 본업이 있으면서 투자할 때는 목표 수익률을 낮추고 배당을 우선시하고 안전마진을 확보하는 것이 좋습니다.
신 회장 트레이딩 중심보다는 배당주, 저평가주에 투자해야 한다는 조언인가요?
좋은습관 직장인은 경쟁우위가 약해서 타이밍 전략이 적합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