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행 재무제표를 ‘선행지표’로 활용하는 법

주가는 미래를 반영하면서 움직인다. 재무제표에 기록된 수치는 과거의 것이다. 그렇다면 재무제표에는 주식 투자에 활용할 자료가 별로 없지 않을까? 책 《재무제표 모르면 주식 투자 절대로 하지마라》를 쓴 사경인 공인회계사는 재무제표는 활용하기 나름이라고 말하며, 재무제표의 흐름을 알면 초과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들려준다. 재무제표를 선행지표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손익계산서보다 재무상태표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재무제표는 이미 모두에게 공개된 정보인 데다 지나간 과거의 자료인데 그걸로 어떻게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는가?”

10년 넘게 재무제표를 바탕으로 투자하고 그 내용을 강의하면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 중 하나다. 재무제표가 투자수익을 얻는 데 도움이 될까? 거꾸로 이 질문을 사람들에게 던져보면 반응은 크게 둘로 나뉜다.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집단은 ‘재무제표는 투자의 기본이며 당연히 도움이 된다’고 하는 반면, 또 다른 집단은 ‘한국에서 재무제표 믿고 투자했다가는 큰코다친다’고 주장한다.

어느 주장이 맞을까? 필자의 주식 투자 경험에 비추어 보면 정답은 이 둘의 사이에 존재한다. 재무제표는 분명 투자에 도움이 되지만, ‘당연히’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보고 해석할 줄 알아야 도움이 된다.

재무제표는 후행지표인가?

재무제표가 실전 투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은 주로 재무제표가 과거 자료라는 데 근거한다. 시장 상황은 하루하루 급변하는데 재무제표는 석 달, 분·반기의 경우에도 45일 뒤에나 받게 된다. 재무제표는 흔히 말하는 ‘후행지표’에 해당하기에, 미래를 반영하며 움직이는 주가를 예상하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재무제표를 ‘손익계산서’에 한정해서 생겨나는 오해다. 흔히 말하는 ‘재무제표를 통해 회사 실적을 확인’하고 투자하는 경우 대다수가 손익계산서에 기록된 매출액과 영업이익 등 손익을 분석하고 의사 결정을 한다. 이런 식으로 해석하면 재무제표는 후행지표가 될 수밖에 없다. 중국 수출로 이익이 크게 증가한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화장품 업종에 투자하거나, 신약에 대한 기술 수출로 이익을 기록한 다음 제약회사에 투자해서는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들다. 손익계산서에 숫자가 찍히면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

재무제표는 손익계산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표만 해도 재무상태표, 현금흐름표, 자본변동표가 따로 있고 이들 각각의 역할이 있다. 재무제표에서 분량이 가장 많은 것은 표로 된 숫자가 아니라 말로 된 주석이다. 손익계산서만 확인하고 재무제표를 봤다고 주장하는 것은 장님이 코끼리 다리만 만져보고 코끼리를 안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재무제표로 경영 활동을 파악하는 방법

재무제표는 건물의 도면과도 유사한 측면이 있다. 건물의 도면을 확인하는 사람은 다양한데 각자 목적이 다르다. 최초 도면은 건축주의 요구 사항을 시공자에게 전달하고 조율하는 목적으로 작성된다. 이를 보고 관공서의 공무원은 인·허가 여부를 검토하고 판단한다. 부동산 투자자는 건물의 가치를 평가하는 데 참조하기도 한다. 하지만 건물의 가치 산정에 도면을 참고한다고 해서 투자자의 관점에서 도면을 그리지는 않는다.

가치투자자들은 흔히 재무상태표는 자산가치 추정에 활용하고 손익계산서는 수익가치 추정에 활용한다. 재무제표가 가치를 측정하는 자료로 유용한 것은 사실이나, 가치 평가를 염두에 두고 투자자의 관점에서 작성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PBR만 보고 저평가라고 판단하거나 “재무제표에는 무형자산의 가치가 반영되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재무제표의 본래 목적은 경영 활동을 보여주는 것이다. 재무제표를 선행지표로 활용하려면 재무제표에서 경영 활동의 흐름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전통적으로 양대 재무제표라고 하면 과거에 대차대조표라고 불렸던 재무상태표와 손익계산서 두 가지를 의미한다. 경영 활동의 흐름에서 보면 손익계산서는 마지막에 나타나는 결과여서 후행지표가 될 수밖에 없다.

회사의 경영 활동은 일반적으로 ‘자금 조달–투자–성과’의 순서로 이어진다. 경영 성과를 얻으려면 선행적으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고, 투자하려면 자금이 필요하므로 먼저 이를 조달해야 한다. 회사의 재무상태표와 손익계산서는 바로 이런 경영 활동을 들여다볼 수 있는 도구에 해당하며 다음 그림과 같이 나타난다.

회사의 자금 조달 내역은 재무상태표의 오른쪽에 나타난다. 재무상태표의 왼쪽은 자산, 오른쪽은 자본이다. 흔히 자산은 회사가 가진 가치 있는 것들, 부채는 갚아야 할 것, 자본은 갚고서 남는 가치로 보지만, 경영 활동 차원에서는 자산과 자본을 달리 해석할 수 있다. 자산(資産)이 자금으로 생산한 것, 즉 사용처를 나타낸다면, 자본(資本)은 그 자금의 근본 출처를 나타낸다. 회사의 주인이 자기 돈을 내놓았으면 자기자본(자본)이 되고, 남의 돈을 빌렸으면 타인자본(부채)이 된다. 따라서 회사의 경영 활동을 파악하기 위해 재무상태표 오른쪽의 자금 조달 내역을 먼저 확인하고, 이렇게 조달한 자금이 어디에 투자되거나 사용되었는지 보기 위해 자산 내역을 확인한다. 이렇게 투자해서 달성한 성과가 손익계산서에 나타난다.

재무제표를 선행지표로 활용하는 법

눈치가 빠른 독자라면 손익계산서는 왜 후행지표가 되는지, 재무제표를 선행지표로 활용하려면 어느 부분을 확인해야 할지 감이 올 것이다. 손익계산서에 성과가 나타나는 것은 경영 활동의 마지막 단계다. 따라서 손익계산서를 보고 하는 의사 결정은 늦을 확률이 높다. 물론 회사의 원가 구조와 레버리지를 파악하고 미래의 이익을 추정하는 데 활용할 수도 있지만, 이는 상당한 재무 지식을 기반으로 응용하는 작업이다.

재무제표를 선행지표로 활용하려면 손익계산서보다 재무상태표에 집중해야 한다. 성과가 나타나기 전에 투자가 먼저 이루어지므로 회사의 투자 내역을 볼 필요가 있다. 이 구조를 이해한다면 재무제표에 보고되기 전에 투자에 대한 공시나 회사의 투자 계획을 보고 의사를 결정할 수 있다.

몇년 전 필자가 투자했던 에스티아이라는 회사의 사례를 살펴보자. 필자가 이 회사의 재무제표에서 주목한 것은 영업자산이익률이었다.

회사의 자산은 크게 영업용자산과 비영업자산으로 나뉜다. 제품을 생산하는 기계 장치와 설비, 영업을 위해 필요한 재고자산과 매출채권 등이 영업용자산에 해당하고, 금융자산과 투자자산 등은 비영업자산에 해당한다. 영업자산을 활용하면 영업이익을 얻고, 비영업자산에서는 영업외수익을 얻는다.

영업이익을 영업자산으로 나눈 값을 필자는 영업자산이익률이라고 부르는데, 이 회사는 영업자산이익률이 50%가 넘었다. 영업자산에 투자하면 단 2년 만에 투자금을 회수한다는 얘기다. 비영업자산에 해당하는 여유 현금이 많고 여기에서 나오는 수익률이 낮아 총자산수익률(ROA)은 낮았지만 영업자산만 고려한 수익률은 무척 높은 상태였다.

이 상태에서 회사가 2016년에 신규 설비 투자를 늘렸다. 전년도에 비해 유형자산이 40%가량 증가했다. 수익률이 1%대이던 비영업자산을 수익률이 50%대인 영업자산으로 바꾼 것이다. 이후 회사의 이익이 증가하고 주가도 올라 100%가 넘는 수익을 얻고 매도할 수 있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자금 조달이 선행지표가 되기도 한다. 선수금 증가가 가장 대표적이다. 수주업은 계약금 일부를 선수금으로 받아 영업자금으로 사용하는데, 기업 입장에서 가장 매력적인 자금 조달 형태 중 하나다. 재무제표를 단순 분석할 경우, 유동부채에 해당하는 선수금이 증가하면 부채 비율이 증가하고 유동 비율이 감소해 재무적 안정성이 악화되는 것으로 해석하게 된다. 하지만 선수금 증가는 수주가 증가했다는 얘기이고 앞으로 매출액이 증가할 것이라는 선행지표가 된다.

필자가 얼마 전 투자해서 지켜보고 있는 회사는 고객사에 유상증자를 했다. 자금 사정이 어렵지 않은데 예상치 않게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그 대상이 회사의 매출처가 될 수 있는 잠재 고객이었다. 이 회사 제품에 대한 대량 수요를 가진 잠재 고객사가 제품을 안정적으로 확보함과 동시에 이익 증가를 예견하고 지분투자를 행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물론 자금 조달 단계에서는 투자안이나 성과에 대한 예측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지만, 어느 정도 미래 성과에 대한 선행지표로 활용할 수 있다.

이렇듯 재무제표 자체는 과거 자료에 해당하더라도 활용하고 해석하는 방법에 따라 얼마든지 선행지표로 사용할 수 있다. 일반 투자자에게는 생소하겠지만, 재무제표의 작성과 표시에 기초가 되는 개념을 정립하는 ‘재무 보고를 위한 개념 체계’에 재무 정보가 갖춰야 할 특성으로 예측가치를 포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