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환석 대표, ‘포스트 코로나’ 시대, 더 넓은 시장서 투자하라
페트라자산운용은 해외에서 더욱 인정받는, 탁월한 수익률의 투자회사다. 용환석 페트라자산운용 대표는 우리나라를 벗어나 투자할 대상을 찾으라고 조언한다. 미국의 신기술 분야 등에서 성장하는 회사를 들었다. 또 내수 시장이 큰 중국 기업에 대한 관심도 크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주가가 저평가된 요인 중 하나로 인색한 주주환원 정책을 들었다.
페트라자산운용은 한국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하다. 전체 설정액의 70~80%가 해외 투자자에게 받은 자금일 정도다. 주요 고객은 장기 투자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자 하는 해외 기금이다. 또 한국 회사로는 유일하게 미국, 유럽 등에서 열리는 가치투자 관련 콘퍼런스에 참여해 투자 전망과 종목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페트라자산운용은 대체투자 등에 눈을 돌리지 않고 주식에만 투자하는 가치투자 하우스다. 최근엔 해외에서 투자를 받는 것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 대한 투자도 늘리고 있다. 미국, 중국, 일본 등의 대표주에 투자한다.
수익률이 탁월하다. 2009년 운용을 시작해서 2019년까지 11년 동안 누적 수익률 202.9%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17.8% 오르는 데 그쳤다. 연평균 수익률은 10.5%에 이른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의 연평균 수익률은 1.6%였다.
5월 14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페트라자산운용 사무실에서 용환석 대표를 만났다. 용 대표는 “한국 주식시장이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규모는 2~3% 정도”라며 “국내 개인 투자자와 기관투자가의 관심이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시장을 예측하기 어려운 시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만 보면 큰 위기는 지나간 듯합니다. 이번 위기는 2008년 금융위기 등 과거의 위기들과 결이 다릅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위기 전후로 주도주가 변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2008년 위기 이전에는 원자재 등 중국 관련 주식이 부각되었지만 회복 이후 이런 종목들은 크게 하락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코로나19 문제 이전에 주목받던 분야가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배달과 같은 언택트 서비스는 성장 업종으로 꼽히고 있었고 코로나19를 계기로 급성장하고 있죠. 주가 흐름도 비슷합니다. 주식시장이 크게 하락했다 반등하는 과정에서 주도주는 덜 떨어졌다가 더 오르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나요?
“지금까지는 전 세계 주식시장이 코로나 자체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바이러스로만 본다면 결국은 없어집니다. 시간문제일 뿐이죠. 그러나 실물 경제는 좀 다를 수 있습니다. 한국은 아니지만 미국, 유럽 등 주요 선진국들은 도시가 셧다운되었습니다. 경제활동이 완전히 멈췄습니다. 실물 경제 지표가 나쁘게 나오기 시작하면 주식시장에 다시 한번 충격이 가해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한국은 셧다운은 없었지만 대외무역 의존도가 높습니다. 글로벌 증시 충격에서 예외가 되긴 힘들 것입니다. 물론 지난 3월 말처럼 급격한 변동은 아닐 것으로 예상합니다. 다만 당분간은 변동성이 지속될 것이기 때문에 안심하긴 이른 상황입니다.”
현재의 위기를 과거 외환위기와 연결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외환위기 때보다는 현 상황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때는 국가 부도 위기로 나라가 망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닙니다. 변동성을 고려하더라도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코로나19 전에도 굉장히 쌌습니다. 지난 3월 코스피지수가 1,400대까지 간 적이 있지만 순간이었고 거기에 머무르진 않았습니다. 너무 싼 가격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어떻게 대응하는 게 좋을까요.
“이미 주식을 보유한 경우라도 기회가 있습니다. 주가가 많이 빠져 매력적인 수준이 된 주식에 투자하는 등 포트폴리오를 바꾸는 것이지요.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에 대한 예상이 시시각각 바뀌고 있고, 이에 따라 회사 전망, 가치도 변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전보다 변화무쌍한 흐름이 이어질 것입니다.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집중적으로 분석하지 않으면 투자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다만 이런 분석을 이어간다면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변동성 장세에도 페트라자산운용의 수익률은 나쁘지 않습니다.
“3월 중순 이후로 주가가 많이 하락하는 과정에서는 대응하지 않았습니다. 2019년 말에 IT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했는데 그 방향이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주가가 하락할 때 시장을 면밀히 살폈습니다. 위기가 오면 대개 시장을 주도하는 섹터가 바뀌는데 그렇지 않아 보였습니다. 바이러스로 인해 오히려 모바일 트렌드가 가속화된다고 파악했습니다. 실제로 그 생각이 맞았습니다. 시장이 회복되면서 주도주 중심으로 수익이 나고 있습니다.”
10년 가까이 해외 투자자 유치를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그간 해외 투자자들의 한국에 대한 시각에 변화가 있습니까.
“안타깝지만 외국인들은 한국이라는 나라를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시아 국가는 일본이나 중국 정도 알지요. 물론 시간이 갈수록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삼성전자와 같은 세계적 브랜드가 나오고, K-POP, 영화 ‘기생충’ 등에서 확인된 것처럼 문화도 인정받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주식시장은 이런 관심과는 좀 다릅니다. 해외 투자자들은 아무래도 기관투자가가 많은데 이들은 주가가 올라갈 것 같아야 투자합니다. 한국 시장은 최근 10년만 봐도 다른 시장에 비해 매력 있는 곳은 아닙니다. 또 한국 시장은 주식시장 분류에서 신흥국에 속하는데 이들 국가가 최근 선진국에 비해 성적이 떨어지다 보니 더욱 관심이 적습니다.”
특히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에 관심이 없는 이유는 뭘까요.
“가장 큰 이유는 주가입니다. 주가가 올라가야 관심을 갖는데 10년째 제자리이다 보니 정말 오를까 하는 의구심이 큰 것 같습니다. 또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고 주주환원 정책이 약한 것도 외국인 투자를 가로막는 걸림돌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문제들이 개선되면 투자가 늘어날 수 있을 겁니다.”
용 대표는 2019년 말 출범한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에 참가하고 있다. 이 포럼은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모색하는 모임이다. 강성부 KCGI 대표, 김봉기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홍성국 미래에셋대우증권 전 대표(현 국회의원), 황성환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대표 등이 발기인으로 함께 참여했다.
한국이 지배구조, 주주환원 정책 등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나요?
“많이 떨어집니다. 먼저 우리나라 상장사 대부분은 재벌이건 작은 회사건 지배 주주가 경영합니다.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주주는 소외되는 상황입니다. 냉정하게 보면 회사 경영자의 성과는 급여나 성과급으로 받아야 합니다. 주주로서는 차별이 있어선 안 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경영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시장에서 주식을 산 주주들이 보유한 비중만큼 가치 공유가 되어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됩니다.”
왜 그런 현상이 나타날까요.
“과거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봅니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까지 고속 성장했습니다. 주주환원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투자를 통해 빠르게 성장했고 주가도 올랐죠.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상장사가 많지만 성장하는 산업은 많지 않습니다. 수익이 크게 증가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꾸준하게 발생합니다. 하지만 새롭게 투자할 곳은 마땅치 않습니다. 그렇다고 주주들에게 돌려주지도 않습니다. 그냥 현금만 쌓아놓고 있는 거죠. 임대하려고 부동산을 샀는데 지급된 월세를 인출하지 못하는 상황과 유사합니다. 선진국의 주주환원 정책 등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주가가 쌀 수밖에 없죠.”
배당, 자사주 매입 등은 기업 성장을 저해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주주환원은 평균적인 얘기이고, 모든 회사가 투자하지 말라는 것은 아닙니다. 새로운 사업에 투자해야 하는 회사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회사도 많습니다. 특정 업종을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전통 산업의 회사들은 투자할 곳은 없고 현금은 많습니다. 그런 회사들이 주주들에게 환원하라고 하는 겁니다. 새로운 분야에 투자할 기회가 많은 회사더러 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용환석 대표 약력
서울대 전자공학과 졸업
UCLA MBA 졸업
전 일신창투 Associate
전 Pan Asia Capital 포트폴리오 매니저
전 Pinnacle Investments CIO
현 (주) 페트라자산운용 대표이사 겸 CIO
한국에서는 삼성전자처럼 투자가 많이 필요한 기업이 주주환원도 늘리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수익성은 한국 기업 중 뛰어나게 높습니다. 하지만 시선을 조금만 돌려 미국 시장을 봅시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신사업에 투자해도 돈이 남는 기업이 많습니다. 삼성전자도 그런 케이스입니다. 주주환원 늘렸다고 투자를 못 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투자와 관련이 크지 않은데 주주환원을 하지 않는 기업들이 핑계 대는 것 같기도 합니다. 투자를 주주환원 때문에 못 하는 회사는 없습니다. 어떤 산업이 성장하지 않는 것 자체는 잘못이 아닙니다. 모든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사업이 어려워질 때를 대비한다는 것을 고려해도 한국 기업들의 주주환원은 너무 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