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고 해도 오늘 매수할 주식은 있다

2020년 새해 첫날 2,200을 기록한 코스피지수는 코로나19 사태로 3월 19일 1,457의 저점을 찍고 반등해 7월 1일 2,106까지 회복했다. 미국의 S&P500지수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이 반등의 여러 요인 중 하나가 우리나라의 ‘동학개미’와 미국의 ‘로빈후드 투자자’ 같은 개인의 유동성 공급과 투자 열풍이다. 이들은 과거 금융위기의 경험을 통해 폭락장이 저점 매수 기회라고 판단하고 겁내지 않고 투자에 뛰어들었다. 이들이 위기 상황에 바이블로 삼을 만한 투자 지침서가 있으니, 2011년 〈월스트리트 저널〉이 펴낸 투자 가이드 시리즈 중 하나인 《The Wall Street Journal Guide to Investing in the Apocalypse(종말 상황에서의 투자 가이드)》(알투처 제임스, 더글러스 시즈 지음, 하퍼비즈니스 펴냄, 2011, 한국 미출간)다. 이 글에서는 책의 핵심을 간략히 요약 소개한다.


가장 큰 자본시장을 가진 미국의 역사적 재난 상황들, 즉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 핵전쟁 위협과 쿠바 사태, 아랍의 석유 엠바고, 1982년 남미 부채, 1987년 시장 붕괴,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2001년 9·11 테러, 2008년 금융위기를 생각해보자. 이러한 사건들의 공통점은 투자자들의 공포와 히스테리를 자극해 주식시장의 투매와 폭락을 야기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다른 공통점은 주식시장은 이 모든 사태를 결국 극복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문제는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공포를 극복할 것인가’이고, 또한 이러한 위기에서 ‘살아남을 뿐 아니라 오히려 더 성장하도록 투자 전략을 만드는가’다.

전문 투자자를 포함한 보통 사람들이 위기 상황에서 주식을 투매하고 금이나 현금 같은 안전 자산으로 갈아탈 때가 오히려 역발상 투자를 추구할 큰 기회라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왜냐하면 자본주의와 시장경제가 작동하는 한 문제는 이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을 부르고 투자자는 그들의 혁신과 성공을 통해 결국 보상받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단, 위기 상황을 이용한 사건 기반 투자는 사건의 본질과 관련 위험, 기회를 꿰뚫어 보는 안목을 요구한다. 예를 들면 각종 위기는 진행 사이클과 소요 시간이 다 다르다. 테러와 암살은 매우 중요하지만 짧은 기간에 그치는 반면, 대공황, 세계대전, 바이러스를 통한 팬데믹, 지구 온난화는 매우 오랜 기간 진행된다. 공포의 종류도 다르다. 테러는 긴박하지만 팬데믹은 공포가 점증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신선한 물의 부족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공포다. 투자자는 매수·매도 시점을 포착하기 위해 이러한 사건들의 본질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대중이 사건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들이 위험과 공포를 느끼는 시점을 적절히 찾는 것이 종말 상황을 이용한 역발상 투자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이들이 제시하는 원칙 세 가지는 무엇인가?

종말적 상황에서의 세 가지 투자 원칙

① 원칙 1. 공포를 극복하라(Fade the fear): 아무리 나쁜 일이 일어나도 그렇게 나쁜 건 아니다. 결국은 상황이 나아질 것이다. 물론 미래 어느 날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해 모든 게 끝날 수도 있다. 그러나 나쁜 일이 일어나면 보통 사람들이 최악을 생각하고 행동할 때 여러분은 다르게 행동할 수 있다. 최악의 상황은 궁극적으로 점점 나아진다. 공포를 극복하고 다른 사람들이 팔 때 사는 사람은 평균보다 네 배 정도 수익률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시장지수뿐 아니라 개별 종목에서도 그러하다. 공포를 붙잡고 있지 않는 한 공포는 당신의 친구라는 것이 저자들의 메시지다.

② 원칙 2. 간접 승부하라(Invest through the back door): 백 도어 투자 전략이다. 저자 중 〈월스트리트 저널〉 칼럼니스트 더글러스 시즈의 투자 원칙 KISS(Keep It Simple, Stupid)를 반영한 접근법이다. 안전한 해법을 추구하는 방식이다. 부채가 많지 않고 제품군이 다양하며 현금흐름이 경기를 타지 않는 기업을 고르되, 위기 관련 사업도 진행하는 기업을 선택해 기회를 놓치지 않는 전략이다.

③ 원칙 3. 직접 승부하라(Invest through the front door): 프런트 도어 투자 전략이다. 만약 위기가 매우 오랜 기간 천천히 진행되는 것, 예를 들면 코로나19 바이러스나 지구 온난화 같은 이슈라면 문제 해결 능력이 있는 기업을 리서치를 통해 골라내는 방식이다. 저자 중 한 명인 트레이더 알투처 제임스의 접근법이 반영된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좋은 기업, 혁신적이고 세상을 바꿀 일들에 대비하는 기업이 좋은 기업이고, 혁신적이지 않다면 그 기업은 말 그대로 죽고 있는 것이라는 철학 위에 펀더멘털 분석 및 마이크로-매크로 분석을 병행하는 전략이다.

다양한 지구 종말적 상황에 적용하는 방법

① 전염병의 지구적 대유행: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의 유행은 이벤트 취소, 이동 제한, 공급망 교란, 생산 중단에 의한 소득 감소, 소득 감소에 따른 수요 감소, 산업 위험의 금융기관 전이를 통해 모든 기업의 운전자본 확충을 압박하고 수취 채권의 신용 위험을 증가시킬 것이다. 결국 팬데믹은 감염자 확산 차단 혹은 치료제 개발을 통해 진정되겠지만, 보건 상황이 종료되어도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지속될 수 있다는 문제가 남는다. 그럼에도 과거 사스와 메르스도 결국 극복되었다. 그러므로 주식에 투자해야 한다. 문제는 시점인데 저자들은 팬데믹의 공포를 견인하는 전 세계적 감염증 확산에 따른 주식시장의 패닉 반응을 주목하라고 한다. 구체적으로 구글 트렌드 검색 등을 통해 공포의 정도를 주시하라고 제안한다. 백 도어 투자 전략으로 백신 개발에 관심이 있는, 재무적으로 탄탄한 거대 제약사를 추천하고, 프런트 도어 투자 전략으로는 특정 백신을 개발하는 소규모 기업들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라고 권유한다.

② 물 부족: 전 세계 표면의 70%가 물이지만 문제는 그 물의 97%가 짠 바닷물이라는 사실이다. 나머지 3% 중 2%는 얼음 대륙에 있고 나머지 1% 중 30%, 즉 0.3%가 지하수이며 1%의 1%가 호수와 강, 늪지 같은 민물이다. 이 작은 비율의 물이 전 세계 인구를 먹여 살려야 하는데 2020년에 78억 명인 인구는 2050년까지 97억 명으로 증가할 것이고, 인구 증가는 물 부족 국가에 집중되어 있다. 지금 물 사용량 중 69%는 농작물 재배에 들어가고, 산업과 가구가 각각 15%를 차지한다. 감자 1kg을 키우는 데 물 500리터, 밀 1kg에는 900리터, 벼 1kg에는 1,920리터, 햄버거 하나에는 2만 5,000리터가 들어간다. 물 사용량은 점점 많아지는 추세다.

따라서 산업과 생산의 증가, 농촌 인구의 도시 유입 등으로 물의 수집, 수송, 사용 후 처리 등 물의 일생에 수자원 관리의 중요성이 커진다. 저자들은 크레디트 스위스의 보고서를 인용해 백 도어 투자 전략으로 공급 증가 활동 및 기술(담수화, 공업용수 재활용), 물 관련 인프라 건설(정화 시설, 댐, 상하수도), 수요 감소 기술(농업 및 공업 기술, 가정용 상하수 기술), 수자원 관리를 제시한다. 특히 수자원 기술을 가진 거대 기업과 음료수시장의 강자인 코카콜라를 생각해볼 것을 제안하며, 프런트 도어 투자 전략으로 담수화, 수질 검사 등 특정 기술 기업들을 제시한다. 제시된 기업들의 2011년 이후 실적을 살펴본 결과 대부분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