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꽤 많이 읽는 편이다 보니 ‘투자자를 위한 도서 선정단’에 참여해달라는 요청에 호기롭게 응했다. 하지만 수많은 책을 추천 도서 몇 권으로 압축하는 건 주식을 고르는 일만큼이나 만만치 않았다. 한마디로 버릴 책을 꼽기가 어려웠다. 그 과정은 내가 그동안 읽어온 다양한 책에서 길어 올린 여러 자양분으로 구성된 투자자라는 사실을 깨닫는 시간이기도 했다.
기준을 정했다. 도서 추천을 원하는 분들은 현재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지 궁금해하는 주식 초보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가정했다. 더불어 책을 읽고자 한다는 건 배움에 대한 욕구가 있다는 뜻이니 궁극적으로는 직접 기업을 분석하고 종목을 고르는 경지까지 이르고 싶어 한다고 추측했다. 솔직히 고백하면 여기에 더해 독자들을 가치투자의 길로 인도하고자 하는 사심도 도서 선정에 반영했다.
가장 처음 읽으면 좋을 책은 무엇일까? 독자의 가슴이 뜨거워지도록 만드는 저자, 즉 롤 모델과의 만남을 추천한다. 주식 투자의 동기가 돈을 버는 것이라는 명제를 부정하지 않지만, 이 동기로 평생 지속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주식으로 돈이 안 벌리는 기간은 어떻게 버텨낼 것인가? 비유하자면 농구에 열정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농구 교본에 앞서 마이클 조던의 플레이 영상을 먼저 봐야 한다.
그래서 워런 버핏, 피터 린치, 필립 피셔, 존 네프, 앙드레 코스톨라니, 크리스토퍼 브라운, 랄프 웬저 등 투자 대가들이 쓴 책들을 대거 추천했다. 특히 피터 린치가 쓴 《월가의 영웅》은 투자가 재미있는 지적 활동이며 상식적인 투자가 승리할 수 있음을 보여줘 개인 투자자들이 꼭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다. 워낙 고전인 데다 팬층이 두터워 설문조사에서도 높은 득표를 했으리라고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