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관련 책은 꽤 읽었지만, 이렇게 대규모로 책을 추천하는 행사의 중요한 자리에 한 자리를 차지해도 되는 것일까 고민이 들었다. 함께 참여하시는 분들의 명성에 묻어가고자 하는 호기로운 마음이(하하) 행사에 참여하게 된 큰 동기인 것 같다.
이번 목록에서 눈에 띄는 차이라면, 입문 단계부터 추천하는 아주 유명한 책들이 의외로 고급 단계로 배치되어 있다는 점일 것이다. 《현명한 투자자》와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는 (워런 버핏을 비롯하여) 거의 모든 사람이 추천하는 훌륭한 투자서다. 나도 당연히 이 책으로 여러 번의 독서 모임을 진행해보았다. 모임 멤버들의 반응은 압도적으로 어렵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우선 옛날 책이기도 하고, 디테일한 공식과 원론적인 이야기들이 뒤섞여 있다.
경험치가 많이 쌓인 사람은 이미 머릿속에 투자와 관련한 여러 개념의 지형도가 펼쳐져 있고, 훌륭한 책은 그 지형도를 아예 뒤바꾸거나, 읽을 때마다 계속 깊이를 더해가는 역할을 해준다. 그러나 경험이 덜 쌓인 분이 읽으면 모호한 메시지를 읽어나가기도 벅찬 와중에 백지상태에서 지형도를 그리기는 무척 난망한 일이다.
따라서 초·중·고급의 기준을 콘텐츠의 난이도에만 두지 않고 ‘친절한 정도’라는 척도를 추가했다. 선정된 책은 다 너무나 훌륭하고, 곱씹을수록 그 가치를 더한다. 이 중 초급으로 분류된 책은, 투자를 처음 접하는 사람 입장에서 친절하게 끌어주는 느낌을 받는 책이다. 반면 고급 책은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 혹은 ‘열심히 읽긴 했는데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어요’라는 느낌을 받는 책이다. (물론 아주 주관적인 평가다. 그냥 다 읽으시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