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의 주주서한 2020] 전문

버크셔와 S&P500의 실적 비교(연간 변동률)

주: 실적은 역년(曆年: 1월 1일~12월 31일) 기준. 단, 1965년과 1966년은 9월 30일 결산 기준이고, 1967년은 12월 31일 결산이되 15개월의 실적임.

버크셔 해서웨이(주)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 귀하:

2020년 버크셔가 일반회계원칙(GAAP)에 따라 벌어들인 이익은 425억 달러입니다. 이익의 네 가지 구성을 보면 영업이익 219억 달러, 실현한 자본이득 49억 달러, 보유 투자 유가증권의 미실현 자본이득 증가로 인한 이익 267억 달러, 몇몇 자회사와 관계회사에 대한 상각 손실 110억 달러입니다. 이들 이익은 모두 세후 기준입니다.

이익 중에는 영업이익이 가장 중요합니다. 지난해 우리 GAAP 이익 중 금액이 가장 크지 않더라도 말이지요. 버크셔의 주안점은 영업이익을 늘리고 유망한 대기업을 인수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목표를 하나도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대기업을 인수하지 못했고, 영업이익은 9% 감소했습니다. 그렇지만 버크셔의 주당 내재가치는 증가시켰습니다. 유보이익을 증가시켰고 자사주를 약 5% 매입했기 때문입니다.

GAAP 이익 중 자본이득이나 자본 손실은 (실현 금액이든 미실현 평가액이든) 주식시장의 등락에 따라 해마다 변덕스럽게 오르내릴 것입니다. 그러나 내 오랜 동업자 찰리 멍거와 나는 오늘 자본 손익이 얼마이든 우리 투자 유가증권이 장기적으로는 많은 자본이득을 안겨줄 것으로 확신합니다.

여러 번 강조했지만 찰리와 나는 버크셔가 보유한 유가증권(연말 평가액 2,810억 달러)을 우리가 사 모은 기업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들의 영업은 우리가 관리하지 않지만 이들의 장기 번영은 우리가 공유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회계 관점에서 보면 이들의 이익 중 우리 몫은 버크셔의 이익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이들의 이익 중 우리가 배당으로 받은 금액만 버크셔의 이익에 포함됩니다. GAAP에 의하면 우리 몫 중 이들이 유보한 막대한 금액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유보이익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마음에서도 멀어지면 안 됩니다. 보이지 않아도 유보이익은 버크셔의 가치를 크게 높여주기 때문입니다. 이들 피투자회사는 유보이익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기업을 인수하며, 부채를 상환하고, 종종 자사주를 매입합니다(자사주를 매입하면 미래 이익 중 우리 몫이 증가합니다). 지난해 주주 서한에서도 언급했듯이 유보이익은 미국의 역사 기간 내내 미국 기업들의 성장을 견인했습니다. 유보이익은 카네기와 록펠러를 거부로 만들어주었듯이 오랜 기간에 걸쳐 수많은 주주도 마법처럼 부자로 만들어주었습니다.

물론 우리 피투자회사 중 일부는 유보이익으로 회사의 가치를 거의 높이지 못해 실망을 안겨줄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피투자회사들은 가치가 크게 높아질 것이며 몇몇은 가치가 극적으로 높아질 것입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버크셔의 피투자회사들(이른바 우리 주식 포트폴리오)의 막대한 유보이익 중 우리 몫에서 결국은 자본이득 이상의 이익이 나올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 예상은 지난 56년 동안 적중해왔습니다.

마지막 GAAP 숫자인 꼴사나운 상각 손실 110억 달러입니다. 이는 전적으로 내가 2016년에 저지른 실수의 결과입니다. 그해 프리시전 캐스트파츠(Precision Castparts Corp: PCC)를 인수할 때 내가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지불했기 때문입니다. 아무도 나를 속이지 않았습니다. 단지 내가 이 회사의 정상 수익 잠재력을 지나치게 낙관했을 뿐입니다. 지난해 PCC의 주요 고객인 항공산업이 전반적으로 침체하자 나의 오판이 드러난 것입니다. 버크셔가 인수하던 시점에 PCC는 최고의 성과를 내던 훌륭한 기업이었습니다. CEO 마크 도네건(Mark Donegan)은 인수 전과 다름없이 사업에 계속 에너지를 쏟아붓는 열정적인 경영자입니다. 그에게 경영을 맡긴 것은 우리의 행운입니다.

장기적으로 PCC의 순유형자산이익률이 높을 것이라는 나의 판단은 옳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미래 평균 이익에 대한 나의 판단은 틀렸고, 따라서 내가 계산한 적정 인수 가격도 틀렸습니다. 이는 기업 인수 거래에서 내가 저지른 첫 번째 실수가 아닙니다. 그러나 커다란 실수입니다.

우리의 대비책

흔히 버크셔는 복합 기업으로 분류됩니다. 복합 기업은 다양한 자회사를 마구잡이로 보유한 지주회사를 가리킵니다. 이 표현은 버크셔에 들어맞지만, 부분적으로만 맞습니다. 역사를 조금만 살펴보면 우리가 전형적인 복합 기업과 어떻게 다르고 왜 다른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복합 기업들은 기업을 통째로 인수하는 방식에만 전념했습니다. 그러나 이 전략에는 두 가지 커다란 문제가 있습니다. 하나는 해결 불가능한 문제로, 진정으로 위대한 기업들은 다른 기업에 인수되기를 원치 않는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기업 인수를 갈망하는 복합 기업들은 영속적인 주요 경쟁력이 부족한 그저 그런 기업들을 집중적으로 인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는 그다지 훌륭한 시장이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그저 그런 기업 인수에 집중한 복합 기업들은 피인수 기업을 유혹하기 위해 대개 막대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불해야만 했습니다. 복합 기업들은 이 ‘과도한 가격’ 문제의 해법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자기 회사 주식을 엄청난 고평가 상태로 만들어 ‘인수 대금’으로 지불하는 방법이었습니다(“당신 개를 1만 달러에 사는 대가로 내 5,000달러짜리 고양이 두 마리를 주겠소”).

복합 기업들이 자기 회사 주식을 고평가 상태로 만드는 수단으로는 흔히 선전 기법과 ‘창의적’ 회계 조작이 사용되었는데, 이는 좋게 보아도 속임수였고 때로는 선을 넘는 사기 행위였습니다. 이런 속임수가 ‘성공’하면 복합 기업은 자사 주가를 예컨대 기업 가치의 3배로 끌어올려 피인수 기업에 기업 가치의 2배 가격을 지불할 수 있었습니다.

투자자들의 착각은 놀라울 정도로 오랫동안 이어질 수 있습니다. 월스트리트는 거래에서 나오는 수수료를 좋아하고 언론은 다양한 주장이 빚어내는 스토리를 좋아합니다. 때로는 인기 주식의 치솟는 주가가 착각을 현실로 둔갑시키는 ‘증거’가 되기도 합니다.

물론 파티는 마침내 끝나게 되며, 많은 기업이 ‘벌거벗은 임금님’으로 밝혀집니다. 금융계의 역사에는 이런 유명 복합 기업이 매우 많습니다. 처음에는 언론, 애널리스트, 투자은행들로부터 천재 기업으로 찬양받았으나 결국은 쓰레기 기업으로 전락하는 복합 기업이 많습니다.

그래서 복합 기업은 평판이 매우 나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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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와 나는 우리 복합 기업 버크셔가 경제성이 좋고 경영자가 훌륭한 다양한 기업의 전부나 일부를 보유하길 바랍니다. 버크셔가 경영권을 확보하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내가 이 사실을 깨닫기까지는 오랜 세월이 걸렸습니다. 나는 버크셔의 직물 사업 때문에 20년 동안 고생했습니다. 그러나 한계 기업의 지분을 100% 보유하면서 고전하는 것보다 훌륭한 기업의 지분을 일부만 보유하는 편이 더 수익성 높고 재미있으며 훨씬 편하다는 사실을 찰리가 깨우쳐주었습니다.

우리 복합 기업은 지배 기업은 물론 비지배 기업도 계속 보유할 것입니다. 찰리와 나는 오로지 기업의 영속적 경쟁력, 경영자의 능력과 인품, 기업의 가격을 기준으로 자본을 가장 타당하게 배분할 것입니다.

이 전략에는 노력이 적게 들어갈수록 더 좋습니다. 다이빙 경기에서는 ‘난도(難度)’가 높을수록 높은 점수를 받지만, 투자에서는 난도가 높다고 수익성도 높아지지는 않습니다. 로널드 레이건(Ronald Reagan)은 경고했습니다. “근면해서 죽은 사람은 없다고 하지만,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있겠는가?”

우리가 가보에서 주주의 몫을 늘리는 방식

페이지 A-1에 열거된 다양한 버크셔 자회사의 연말 종업원은 약 36만 명입니다. 이들 자회사에 대해 더 자세한 내용을 원한다면 이 연차보고서 뒤에 실린 10-K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일부 지분만 보유할 뿐 경영하지 않는 주요 기업들의 목록은 이 서한의 7페이지에 있습니다. 이렇게 구성된 포트폴리오 역시 규모가 크고 다양합니다.

그러나 버크셔의 가치 대부분은 4개 기업 안에 들어 있습니다. 3개는 우리가 경영하는 기업이고 1개는 지분 5.4%만 보유한 기업인데 4개 모두 보석 같은 기업입니다. 가치가 가장 높은 가보(家寶)는 우리 손해보험 사업으로서 53년 동안 버크셔의 핵심이었습니다. 우리 보험사들은 보험업계에서 유례없는 존재입니다. 1986년 버크셔에 합류한 아지트 자인(Ajit Jain) 역시 유례없는 경영자입니다.

우리 보험사들이 운영하는 자본은 전 세계 경쟁 보험사들보다 훨씬 많습니다. 우리 보험사들은 재무 구조가 건전한 데다가 버크셔의 비보험 자회사들로부터 매년 막대한 현금이 유입되고 있으므로 주식 중심의 투자 전략을 안전하게 실행할 수 있습니다. 반면 경쟁 보험사 대다수는 규제와 신용등급 문제 탓에 주로 채권에 투자해야 합니다.

지금은 채권에 투자할 시점이 아닙니다. 믿기 어렵겠지만, 연말 0.93%인 국채 10년물의 수익률은 1981년 9월 수익률 15.8%에서 94%나 하락한 수준입니다. 독일과 일본 등 주요 국가의 수조 달러에 이르는 국채는 수익률이 마이너스입니다. 연금 기금, 보험사, 퇴직자 등 전 세계 채권 투자자들은 암울한 미래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다른 채권 투자자들처럼 일부 보험사는 매수 대상을 신용도 낮은 채권으로 교체해 수익률을 억지로 높이려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신용도 낮은 채권은 수익률을 높이는 정답이 아닙니다. 30년 전 한때 막강했던 저축대부조합들이 이 원칙을 무시한 탓에 자멸했습니다.

현재 버크셔의 보험사들이 보유한 ‘플로트(float)’는 1,380억 달러입니다. 플로트는 우리 돈은 아니지만 우리가 주식과 채권 또는 단기 국채 같은 현금성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자금입니다. 플로트는 은행 예금과 비슷한 점이 있습니다. 매일 현금 유출입이 발생하지만 보험사가 보유한 플로트 총액은 거의 바뀌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버크셔가 보유한 막대한 플로트 총액은 향후 장기간 현재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며, 지금까지 누적 기준으로 보면 공짜 자금이었습니다. 물론 이렇게 유리했던 조건은 바뀔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여전히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나는 주주 서한에서 보험 사업에 관해 거듭 (끊임없이) 설명했습니다. 올해는 2019년 보고서에 실었던 보험 사업과 플로트에 관한 글을 A-2 페이지에 다시 실었습니다. 새로 주주가 된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은 우리 보험 사업이 주는 기회는 물론 위험도 반드시 이해해야 합니다.

우리 두 번째 가보는 버크셔가 지분 100%를 보유한 BNSF로, 물동량 기준 미국 최대 철도회사입니다. 세 번째 가보는 지분 5.4%를 보유한 애플입니다(현재 두 자산의 가치는 거의 같습니다). 네 번째 가보는 우리 지분이 91%인 버크셔 해서웨이 에너지(Berkshire Hathaway Energy: BHE)입니다. BHE는 매우 이례적인 공익기업(utilities)으로, 우리가 보유한 21년 동안 연간 이익이 1억 2,200만 달러에서 34억 달러로 증가했습니다.

BNSF와 BHE에 관해서는 서한 뒤편에서 더 논의하겠습니다. 지금은 버크셔의 ‘4대 가보’에 대한 여러분의 지분을 높이려고 우리가 주기적으로 하는 활동을 중점적으로 설명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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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리는 247억 달러를 들여 ‘A주’ 8만 998주 상당의 자사주를 매입함으로써 주주 지분 확대 의지를 보여드렸습니다. 이 자사주 매입을 통해서 여러분은 한 푼도 안 쓰고 버크셔 모든 기업에 대한 지분을 5.2% 높이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추천해온 기준에 따라 자사주를 매입했습니다. 그러면 계속 남아 있는 주주들의 주당 내재가치가 높아지며 자사주 매입 후에도 기회나 난관에 대처할 자금이 충분하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더라도 주가에 상관없이 버크셔 자사주를 매입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강조하는 것은, 부끄럽게도 그동안 미국 CEO들은 주가가 하락했을 때보다 상승했을 때 자사주 매입에 투입한 자금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우리 방식은 정반대입니다.

버크셔의 애플 투자는 자사주 매입의 위력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우리는 애플 주식 매수를 2016년 말에 시작해 2018년 7월 초 10억 주(주식 분할 반영) 남짓 보유했습니다. 이는 버크셔가 회사 계정으로 보유한 수량이므로, 별도 관리 계정으로 보유하다가 매도한 소량의 주식은 제외한 숫자입니다. 2018년 중반 매수를 완료했을 때 버크셔가 회사 계정으로 보유한 애플 지분은 5.2%였습니다.

이 지분의 취득원가는 360억 달러였습니다. 이후 우리는 연평균 7억 7,500만 달러에 이르는 배당을 정기적으로 받았고, 2020년에는 일부 지분을 매도해 110억 달러를 회수했습니다. 이렇게 매도했는데도 보시다시피 현재 버크셔가 보유한 애플 지분은 5.4%입니다. 우리는 단 한 푼 쓰지 않았는데도 지분이 증가했습니다. 그동안 애플이 끊임없이 자사주를 매입해 유통주식 수를 대폭 줄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좋은 소식이 더 있습니다. 지난 2.5년 동안 우리도 버크셔 자사주를 매입했으므로, 이제 여러분이 간접적으로 보유한 애플 지분은 2018년 7월보다 무려 10%나 증가했습니다. 이렇게 기분 좋은 흐름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버크셔는 연말 이후 자사주를 더 매입했으므로 장래에는 유통 주식 수가 더 감소할 것입니다. 애플 역시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공표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유통 주식 수가 감소하면 버크셔 보험그룹, BNSF, BHE에 대한 우리 주주들의 지분은 물론 애플에 대한 간접 지분도 증가할 것입니다.

자사주 매입의 효과는 천천히 나타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강력해집니다. 자사주 매입은 탁월한 기업에 대한 투자자의 지분을 지속적으로 높여주는 단순한 방법입니다. 관능적인 여배우 메이 웨스트(Mae West)는 말했습니다. “좋은 것이라면 지나치게 많아도 환상적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