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의 주주서한 분석 2021] 확신하면 신고가에도 ‘불타기’ 매입

‘주가가 충분히 하락해서 시장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을 때 묵묵히 줍줍에 나선다.’ 워런 버핏의 투자 행보를 이렇게 이해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버핏은 경제적 해자를 확신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신고가를 경신하는 중에도 과감히 매입한다. 과거 애플 매수 때 그랬고, 최근 옥시덴탈 매수 때에도 그랬다. 애플의 경우 버핏이 매수한 뒤 주가가 조정받기도 했지만, 5년여간 4배가 넘게 올랐다. 옥시덴탈은 어떤 성과를 보여줄까?


2021년 한 해 동안 버크셔 해서웨이 주식의 주가는 29.6% 올라, 28.7% 상승한 S&P500 지수를 0.9%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버핏이 경영권을 확보한 1965년 이후 2021년까지 버크셔의 주가는 연평균 20.1% 상승했고, 동일 기간 배당을 포함한 S&P500 지수는 연평균 10.5% 상승했다. 누적하면 버크셔 해서웨이 주가는 3,641,613%, S&P500 지수는 30,209% 상승했다. 즉 1965년부터 버크셔 주식을 보유했다면 2021년 연말 기준으로 약 36,416배 상승했다.

버크셔는 다양한 유형의 기업들을 소유하고 있고, 핵심적인 미국의 상장기업들 지분 일부를 소유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일부는 외국 기업들이며, 합작 투자와 공동 투자도 여러 건 있다.

어떤 형태로 소유하건 간에, 강력한 경쟁우위와 일류 경영자를 갖춘 기업을 소유하는 것이 버크셔의 목표라고 워런 버핏은 언급한다. 때문에 상장 주식들도 장기 사업 실적이 유망한 것들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버핏은 항상 ‘사업적’ 관점에서 주식에 접근하라고 조언해왔다.

그는 또 주식시장에서 상장 주식을 매수하는 것의 이점을 언급한다. 보통 기업을 인수할 때에는 내재가치 대비 크게 할인된 가격에 인수하기가 쉽지 않은데, 주식시장은 때때로 이런 기회를 제공한다. 훌륭한 기업의 일부를 아주 매력적인 가격에 매수하는 거래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또한 투자에 실수가 있을 경우 시장에 바로 매각하면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그 기업에서 빠져나오기가 쉽다.

버핏은 기업 인수와 상장 주식 매수를 병행하는 전략의 이점을 언급해왔다. 버크셔의 뛰어난 성과는 지난 56년 동안 이러한 투 트랙 전략을 성공적으로 고수해온 결과라 할 수 있다.

서프라이즈, 서프라이즈

버크셔의 자산은 금융 분야에 집중되어 있다는 세간의 오해에 대해 해명한다. 2021년 말 기준 버크셔 전체 자산 9,580억 달러 중 1,580억 달러를 인프라 사업에 투자했고 인프라 자산을 계속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다. 재무제표상 이 부분은 향후 사업이 성장하면서 더욱 커지겠지만, 특정 산업에 중점적으로 투자하지는 않는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버크셔는 매년 연방정부에 막대한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고 밝힌다. 2021년 법인세는 33억 달러였는데, 미국 재무부 1년 법인세 세수가 4,020억 달러였다. 게다가 주정부와 외국에도 거액의 세금을 납부하니 전체 세수에서 버크셔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다. 이런 결과는 놀라운 일이라고 버핏은 버크셔의 역사를 소개하며 설명한다.

1955년 두 방직기업 버크셔와 해서웨이는 더 효율적이고 강한 방직기업으로 태어나기 위해 합병을 단행했으나, 이후 9년간 순자본은 5,140만 달러에서 2,210만 달러로 오히려 감소했다. 9년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적자를 피하기가 어려웠는데 버크셔 해서웨이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뉴잉글랜드 지역 방직산업 자체가 쇠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버핏은 1965년 초 버크셔에 새로운 경영진을 앉혔고, 자본을 다양한 좋은 사업들에 재배치했다. 이후 이익 재투자의 복리 효과로 주주들은 풍성한 과실을 얻었고, 재무부도 이런 결과를 함께 누렸다. 1955년 합병 후 9년간 버크셔가 납부한 세금 33만 7,359달러는 하루 100달러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하루 900만 달러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물론 이런 번영은 버크셔가 미국이라는 강력한 국가 기반에서 사업을 해왔기 때문이라며, 그 공로를 국가에 돌리고 있다. 미국이라는 번영의 기반하에 자본을 성공적으로 재배치한 덕에 주주들과 국가가 엄청난 성장의 과실을 함께 누리게 되었다는 말이다.

버크셔는 1967년 보험사 내셔널 인뎀너티를 860만 달러에 인수했다. 이후 지속적인 성장을 통해 버크셔는 ‘플로트’ 기준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보험사가 되었는데, 이 또한 놀랄 만한 일로 소개하고 있다. 버크셔의 플로트는 내셔널 인뎀너티 인수 당시 1,900만 달러에서 2021년 말 기준 1,470억 달러로 증가했고, 버크셔의 장기 투자 재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버크셔의 플로트는 비용이 전혀 들지 않았다. 보수적인 보험 인수를 통해 받은 금액보다 돌려주는 금액이 항상 적었기 때문이다. 물론 향후 보험영업손실이 크게 나는 해도 있겠지만, 버크셔는 이런 재해에 충분히 재무적으로 대비했다고 버핏은 주주들을 안심시킨다.

버크셔는 쇠퇴해가던 방직사업에서 다양한 사업으로 자본을 재배치한 결과, 지난 56년 동안 성장을 거듭해왔다. 그 과정에서 국가 재정에 크게 기여하고 주주들에게 훌륭한 성과를 돌려줄 수 있었던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라고 회고한다.

버크셔를 구성하는 네 가지 축

버크셔는 다양한 기업들과 일부 지분들을 소유한 구조이지만, 크게 4개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즉 버크셔의 내재가치를 이끄는 네 가지 축이다.

먼저 보험업이다. 보험업은 특히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투자에 활용할 막대한 플로트를 창출해준다. 보험업의 상품은 진부해지지 않고, 경제 성장과 인플레이션에 발 맞추어 매출이 계속 증가할 것이다. 건전성과 자본이 중요함은 물론이다.

다음은 애플 지분이다. 1년 전 5.39%이던 지분율이 5.55%로 증가했는데, 애플의 자사주 매입 덕분이다. 버크셔는 애플이 지급한 배당금 7억 8,500만 달러만 회계상 이익으로 인식할 수 있지만, 버크셔가 보유한 지분율에 해당하는 이익 규모는 56억 달러에 이른다. 자사주 매입에 자본을 재배치하는 CEO 팀 쿡에 대한 칭찬도 덧붙인다.

셋째는 철도 자회사 BNSF이다. 버크셔뿐만 아니라 미국에 없어서는 안 될 자산으로 성장했다고 자평한다. BNSF가 담당하는 물동량을 트럭으로 대체한다면 미국의 탄소 배출량이 급증하게 된다고 지적함으로써, 기후변화 완화에 기여한 부분도 빼놓지 않는다. BNSF는 2021년에 60억 달러의 이익을 거두었는데, 월스트리트에서 유행하는 ‘수정이익’이 아니라 모든 비용을 차감한 후의 진짜 이익이다. 참고로 2021년 투자 관련 이익을 제외하고 버크셔 사업 부문이 벌어들인 전체 세전 이익은 320억 달러이고 BNSF는 78억 달러를 거두어서 24%를 차지했다. 작년 한 해 동안 1억 4,300만 마일을 운행하면서 화물 5억 3,500만 톤을 운송해서, 미국의 다른 어느 운송업자보다 큰 규모다. 미국 내륙 운송에서 없어서는 안 될 기업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넷째는 전력회사 버크셔 해서웨이 에너지BHE다. 2021년에 40억 달러를 벌어들여서, 버크셔가 인수한 2000년의 이익 1억 2,200만 달러보다 30배 이상 증가했다. 버크셔 사업 부문이 벌어들이는 전체 이익의 10% 수준을 차지한다. 2000년에는 BHE에 풍력과 태양광 발전 실적이 전혀 없었지만 지금은 미국 내 풍력과 태양광 발전을 선도하고 송전 사업도 하고 있다.

작년에 이어 버크셔를 이끄는 네 가지 축에 애플 지분이 포함된 부분이 인상적이다. 사실 버크셔의 상장 주식 투자 이익만 놓고 보면 2000년대 중반 이후 줄곧 S&P500 지수보다 뒤처졌다. 때문에 버핏은 공개 석상에서 구글과 아마존에 투자할 기회를 놓친 것을 후회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6년 시작한 애플 투자에 성공하면서 투자 이익뿐만 아니라 전체 이익 수준이 한 단계 올라섰고, 주가는 이를 반영하게 되었다. 애플 보유 지분 가치는 2021년 말 기준 1,610억 달러로 버크셔 총자산 9,580억 달러의 16.8%, 보유 상장 주식 총액 3,500억 달러의 46%를 차지한다.

상장 주식 투자

2021년 한 해 동안 버크셔 상장 주식 포트폴리오에는 주목할 만한 변화가 없었다. 가장 큰 변화라면 2020년 포트폴리오에 편입되었던 애브비와 머크 등 제약회사 주식들이 빠진 정도다. 또한 미쓰이물산 등 일본 종합상사 기업의 주식이 추가로 올라왔다. 버크셔는 일본 종합상사 주식을 2020년 하반기에 매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외 다른 종목들은 비중이 달라진 수준이다. 예를 들어 셰브런은 비중을 줄였고 버라이즌은 비중을 키웠다. 또한 100억 달러에 달하는 옥시덴탈 우선주와 워런트 투자는 기타에 포함되어 있다.

[표] 2021년 말 현재 시장 평가액이 가장 큰 보통주 15종목

실제 매입 가격이며 세무보고 기준임. ** BHE가 보유. 그러므로 버크셔 주주들의 실제 지분은 이 지분의 91.1%에 불과. *** 우선주 및 (보통주 인수) 워런트로 구성된 옥시덴탈 페트롤리움 투자 100억 달러 포함. 현재 평가액은 107억 달러.

오히려 버핏은 주주서한을 공개한 2월 이후 공격적인 투자들을 단행했다. 3월에 보험사 앨러게이니를 116억 달러에 인수했고, 우선주와 워런트를 보유한 옥시덴탈의 상장 주식을 2월 말에서 3월 중순까지 약 70억 달러어치 매수했다. 이후 꾸준히 추가 매수해 6월 27일 기준으로 약 90억 달러에 달한다. 단일 주주로는 최대 주주이며, 우선주와 워런트 가치까지 감안하면 옥시덴탈 지분율은 25%가 넘는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가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를 발표한 1월 이후 액티비전 블리자드 지분을 9.5% 매수해서 현재 시가총액 609억 달러 기준으로 약 58억 달러 규모다.

특히 옥시덴탈 주식 매수가 인상적이다. 2021년 내내 주가가 20~ 30달러 박스권에서 움직일 때 매수하지 않고, 고유가와 함께 박스권을 뚫고 올라가는 와중에 공격적인 매수를 단행했다. 물론 기존에 보유한 우선주 전환 가격이 60달러이기 때문에, 공격적인 추격 매수를 단행한 40달러 중후반 가격도 버핏 입장에서는 충분히 저평가된 수준으로 판단할 수 있다.

버핏은 이후 주주총회에서 옥시덴탈 주식을 공격적으로 매수한 이유를 설명했다. 2월 말 열린 옥시덴탈의 IR 행사에서 CEO 비키 홀럽(Vicki Hollub)이 언급한 경영 성과를 듣고 모든 내용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경영 개선 현황과 부채 감축 계획, 배당 확대, 장기적인 현금흐름 창출 계획 등이 합리적이고 이해할 만한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이후 2월 말부터 버핏은 공격적으로 주가를 올려가며 매수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