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선정단의 일원으로 참여한 ‘2021 우량 투자서 35선’ 프로젝트의 결과가 〈버핏클럽〉을 통해 공개된 뒤로 벌써 1년이 흘렀다. 가끔 인터넷 블로그나 카페를 둘러보다 이 우량 투자서 리스트를 참고해 책을 골랐다는 내용을 담은 글을 읽으면 초보 투자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에 혼자 뿌듯해하기도 했다.
인스타그램에 독서 감상을 올리는 개인 계정을 운영하고 있는데, 지난 1년간 기록을 보니 주식 책이 꽤 많았다. 그만큼 투자 관련 신간 출간이 활발히 이뤄졌다는 얘기다. 아마 출판사에서 강세장 때 기획한 도서들의 출간이 몰린 결과가 아닐까 추측한다. 우량 투자서 공개 이후로 시장은 내내 약세였고 지금은 주식의 인기도 시들하지만 공부하기 좋아하는 투자자들에겐 읽을거리가 풍부한 환경인 셈이다.
실제로 도서 선정단에서 신간 추천을 위해 리스트업을 해보니 1년간 나온 투자서가 이렇게 많았나 싶을 정도였다. 양뿐 아니라 질도 우수한 책이 많다 보니 투표하는 데도 애를 먹었다. 약세장의 영향을 받을 내년엔 리스트를 또 한번 업데이트할 정도의 가짓수가 나올지 모르겠으나, 일단 2001~2022년만큼은 모으고 추리고 가려서 추천했다고 하기에 충분한 유효경쟁이 있었다.
전문가 평가단의 추천과 독자 투표로 최종 선정된 리스트를 확인하는 순간 가장 반가웠던 책은 《가치투자는 옳다》였다. 작년 선정이 진행 중일 때 출간되어, 아쉬운 마음에 기고문을 통해 추가 추천서로 언급한 바로 그 책이어서다. 번외에서 정규로 승격된 느낌이랄까, 어쨌든 장마리 에베이야르의 오랜 팬으로서 기쁜 결과였다.
역시나 팬덤이 두텁게 형성된 대가들이 직접 썼거나 그들의 투자법을 다룬 책이 다수 추천되었다. “나의 투자법은 80%는 그레이엄으로부터, 20%는 피셔로부터 왔다”는 버핏의 고백에 등장한 두 거장이 주인공들이다. 《필립 피셔의 최고의 투자》는 그의 저서가 두 권뿐이라는 통념을 깨며 홀연히 등장했고, 《벤저민 그레이엄의 성장주 투자법》은 그레이엄과 성장주는 상충한다는 고정관념에 도전하며 투자자의 관심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