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크셔와 S&P500의 실적 비교(연간 변동률)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 귀하:
오랜 동업자 찰리 멍거와 나는 수많은 개인 주주의 저축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거의 평생에 걸친 주주 여러분의 변함없는 신뢰에 감사합니다. 이 서한을 쓸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분들이 바로 그 헌신적인 주주들입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은퇴 후에도 생활 수준을 유지하려고 젊은 시절에 저축합니다. 이런 통념에 의하면 유산은 대개 가족에게 남겨지며, 친구나 자선단체에 전달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경험한 바는 다릅니다. 버크셔 개인 주주 대부분은 일단 저축을 시작하면 언제까지나 저축을 유지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생활이 풍요로워서 결국 재산 대부분을 자선단체에 기부하게 됩니다. 그러면 이 자금은 최초 기부자와 무관한 수많은 사람의 삶을 개선하는 용도로 재분배됩니다. 여기서 간혹 놀라운 성과가 나오기도 합니다.
돈 쓰는 방식에서 인품이 드러납니다. 기쁘게도 찰리와 나는 버크셔가 창출한 막대한 자금을 우리 주주들이 공익 용도로 사용하는 모습을 지켜보았으며, 과시하듯 재산 축적과 가문 부흥에 사용하는 모습은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이런 주주들을 위한 일이라면 누가 해도 즐겁겠지요?
우리가 하는 일
찰리와 나는 여러분의 저축을 두 가지 유관 자산에 배분합니다. 첫째, 대개 지분 100%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경영권까지 확보하면서 기업에 투자합니다. 버크셔는 이런 자회사들의 자본배분을 지시하고, 일상 업무를 판단하는 경영자도 선정합니다. 대기업 경영에는 신뢰와 원칙 둘 다 지극히 중요합니다. 버크셔는 신뢰를 이례적으로 (심지어 극도로) 강조합니다. 실망은 피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수는 우리도 이해하지만 개인의 불법 행위는 조금도 용인하지 않습니다.
둘째는 우리가 기업의 일부를 소극적으로 보유하는 상장주식 매수입니다. 상장주식을 보유할 때 우리는 경영에 관여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이 두 가지 자산을 보유하는 목적은 경제적 특성이 오래도록 유리하면서 경영자도 신뢰할 만한 기업에 거액을 투자하는 데 있습니다. 특히 우리는 노련하게 매매하려고 상장주식을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 사업 실적이 유망한 주식을 보유하는 것이라는 사실에 주목하시기 바랍니다. 요컨대 찰리와 나는 종목을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을 선정합니다.
그동안 나는 실수를 많이 했습니다. 그 결과 우리가 사 모은 기업 중에는 현재 경제성이 정말로 탁월한 기업이 몇 개 있고, 매우 훌륭한 기업이 다수 있으며, 미미한 기업도 다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품이 팔리지 않아 파산한 기업들도 있습니다. 자본주의에는 양면이 있습니다. 자본주의 시스템은 개선된 상품과 서비스를 대량으로 쏟아내지만, 동시에 실패자도 계속해서 양산합니다. 슘페터(Joseph Schumpeter: 오스트리아 출신 미국 경제학자)는 이런 현상을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라고 불렀습니다.
상장주식의 장점 하나는 가끔이나마 훌륭한 기업의 일부를 훌륭한 가격에 살 수 있다는 점입니다. 흔히 주식은 높은 가격에든 낮은 가격에든 정말 어이없는 가격에 거래된다는 사실을 반드시 이해해야 합니다. ‘효율적’ 시장은 교과서에만 존재하는 개념입니다. 사실 주식과 채권의 가격 흐름은 당혹스러워서, 대개 사후적으로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경영권을 확보하는 기업 인수는 성격이 전혀 다릅니다. 이런 기업들은 가격이 터무니없이 높을 때는 가끔 있지만, 헐값에 팔리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압박을 받는 상황이 아니면 기업 소유주는 절대 헐값에 팔려고 하지 않습니다.
이제 나의 성적표를 공개할 시점입니다. 버크셔를 경영한 58년 동안 나의 자본배분 결정 대부분은 평범한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때로는 매우 큰 행운 덕분에 나의 잘못된 결정이 무사히 지나가기도 했습니다. (자칫 재해가 될 뻔한 US에어(USAir)와 살로몬(Salomon)을 기억하시나요? 나는 분명히 기억합니다.)
우리가 만족스러운 실적을 달성한 것은 정말로 훌륭한 결정 약 12건(약 5년에 1건)과 (가끔 망각하지만) 버크셔 같은 장기 투자자가 누리는 이점 덕분입니다. 이제 그 내막을 들여다봅시다.
비결
1994년 8월(네, 1994년입니다) 버크셔는 현재 우리가 보유한 코카콜라 주식 4억 주 매수를 7년 만에 완료했습니다. 취득원가 합계액은 13억 달러였는데, 당시 버크셔에는 매우 큰 금액이었습니다.
1994년 우리가 코카콜라에서 받은 현금 배당은 7,500만 달러였습니다. 2022년이 되자 배당은 7억 400만 달러로 성장했습니다. 해마다 어김없이 생일이 찾아오듯 해마다 배당이 성장했습니다. 찰리와 내가 하는 일이라곤 분기마다 코카콜라에서 보내준 배당 수표를 현금화하는 것뿐이었습니다. 우리는 이 배당이 앞으로도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American Express: 아멕스)도 거의 같은 이야기입니다. 버크셔가 아멕스 주식 매수를 완료한 시점은 1995년이었고, 공교롭게도 취득원가 역시 13억 달러였습니다. 연간 배당은 4,100만 달러에서 3억 200만 달러로 성장했습니다. 이 배당도 성장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이런 배당 성장이 만족스럽긴 해도 극적인 수준은 절대 아닙니다. 하지만 배당 성장은 커다란 주가 상승을 동반합니다. 지난 연말 우리가 보유한 코카콜라 주식의 시장 평가액은 250억 달러였고 아멕스는 220억 달러였습니다. 현재 두 주식이 버크셔의 순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오래전과 마찬가지로 각각 5% 수준입니다.
이번에는 내가 1990년대에 비슷한 금액을 잘못 투자했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리고 2022년에도 이 자산의 시장 평가액이 13억 달러로 유지되었다고 가정합시다(예컨대 30년 만기 우량등급 채권에 투자했다고 가정). 그러면 이 실망스러운 자산이 현재 버크셔의 순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겨우 0.3%에 불과할 것이며 연간 소득도 여전히 8,000만 달러 정도일 것입니다.
이 사례가 주는 교훈은 꽃이 활짝 피면 잡초는 시들어 사라진다는 사실입니다. 세월이 흐르면 성공한 투자 몇 건만으로도 기적이 이루어집니다. 물론 투자를 일찍 시작해서 90세 넘게 장수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작년 실적 요약
2022년 버크셔는 실적이 좋았습니다. 영업이익 308억 달러로 기록을 세웠습니다(우리가 정의하는 ‘영업이익’은 ‘일반회계원칙(GAAP)에 의한 이익’에서 보유 주식의 ‘자본손익’을 제외한 이익입니다). 찰리와 나는 이 영업이익을 주목하며, 여러분도 그렇게 하시길 강력하게 권합니다. 자본손익을 제외하지 않은 GAAP 이익은 보고일마다 거칠고 변덕스럽게 변동합니다. 2022년에도 곡예하듯 오르내렸는데 이것이 일상적인 모습입니다.
GAAP 이익은 분기 단위로 보면(심지어 연간 단위로 보아도) 100% 오해에 빠집니다. 물론 지난 수십 년 동안 자본손익은 버크셔에 엄청나게 중요했으며, 우리는 앞으로도 수십 년 동안 좋은 실적이 나오리라 기대합니다. 그러나 언론에서 아무 생각 없이 수시로 보도하는 분기별 이익 등락은 터무니없는 오해를 부릅니다.
작년 버크셔에 긍정적이었던 두 번째 사건은 앨러게이니(Alleghany Corporation) 인수로서, 조 브랜든(Joe Brandon)이 경영하는 손해보험사입니다. 조는 과거에 나와 일한 적이 있어서 버크셔와 보험사업 둘 다 잘 알고 있습니다. 앨러게이니는 우리에게 특별한 가치를 제공합니다. 버크셔의 보험 자회사들은 버크셔의 비길 데 없는 재무 건전성 덕분에, 거의 모든 경쟁사가 실행할 수 없는 유용하고도 지속적인 투자 전략을 실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앨러게이니 인수에 힘입어 우리 보험 플로트(float)는 2022년에 1,470억 달러에서 1,640억 달러로 증가했습니다. 원칙을 고수하는 보험영업 덕분에 우리 플로트는 장기적으로 공짜 자금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1967년 버크셔가 처음으로 손해보험사를 인수한 이후 우리 플로트는 기업 인수, 보험영업, 혁신을 통해서 8,000배나 증가했습니다. 재무제표에는 표시되지 않아도 이 플로트는 버크셔에 엄청난 자산입니다. 새 주주들은 A-2페이지에서 매년 개정되는 플로트 설명을 읽으면 플로트의 가치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2022년 버크셔의 주당 내재가치는 자사주 매입을 통해서 매우 조금 상승했고, 우리가 거액을 투자한 애플과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였습니다. 버크셔는 자사 유통주식의 1.2%를 매입해 우리 특별한 기업 수집품에 대한 여러분의 지분을 직접 높였습니다. 애플과 아멕스 역시 자사주를 매입한 덕분에 버크셔의 지분이 공짜로 조금 증가했습니다.
이 계산은 복잡하지 않습니다. 유통주식 수가 감소하면 보유 기업에 대한 지분은 증가합니다. 가치를 창출하는 가격(내재가치보다 낮은 가격)에 자사주를 매입하면, 매입 규모가 작아도 남아 있는 주주들에게 이익이 됩니다. 반면 과도한 가격에 자사주를 매입하면, 남아 있는 주주들은 손실을 보게 됩니다. 이때 이익을 보는 사람들은 주식을 팔고 떠나는 주주와, 어리석은 조언을 하고서도 비싼 보수를 받는 투자은행뿐입니다.
강조하건대 가치를 창출하는 가격에 자사주 매입이 이루어지면 모든 면에서 모든 주주에게 이익이 됩니다. 사업을 잘 아는 주주 세 사람이 자동차 대리점 하나를 소유하면서 그중 한 사람이 대리점을 경영한다고 가정합시다. 그리고 주식만 보유하던 주주 한 사람이 나머지 두 주주에게 매력적인 가격에 자기 지분을 되팔고자 한다고 가정합시다. 이 거래가 이루어지면 누군가 손해를 보나요? 경영자가 남아 있는 주주보다 어떤 식으로든 이득을 보게 되나요? 일반인이 피해를 보나요?
모든 자사주 매입이 주주나 국가에 해롭다고 주장하거나 특히 CEO들에게 이롭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경제 문외한이거나 언변 좋은 선동 정치가(또는 둘 다)입니다.
2022년 버크셔 영업 관련 끝없는 세부 사항들은 K-33 ~ K-66페이지에 나옵니다. 다른 버크셔 주주들과 마찬가지로 찰리와 나도 이 섹션에 실린 많은 사실과 숫자들을 탐독합니다. 그러나 이 섹션을 꼭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버크셔의 주주 중에는 억만장자가 많고, 우리 재무 실적을 전혀 공부해본 적이 없는 억만장자도 많습니다. 이들은 우리 가족과 가까운 친구들처럼 단지 찰리와 나를 알고 버크셔에 거액을 계속 투자하면서, 우리가 우리 돈을 운용하듯이 자기 돈도 운용해주리라 믿었을 뿐입니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약속입니다.
끝으로 중요한 경고를 하겠습니다. 우리가 지지하는 영업이익 숫자도 경영자가 원하면 손쉽게 조작할 수 있습니다. 흔히 CEO, 이사, 고문들은 이런 조작이 정교한 업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와 애널리스트들도 이런 조작을 수용합니다. 그리고 실적이 ‘기대치’를 초과하면 경영자의 업적으로 보도합니다.
이런 활동은 역겹습니다. 실적 조작에는 재능이 필요 없습니다. 속이려는 강한 욕구만 있으면 됩니다. 한 CEO가 자신의 속임수를 내게 설명하면서 지칭했던 ‘대담한 창의적 회계’가 이제는 자본주의의 수치가 되었습니다.
지난 58년과 몇 가지 숫자
1965년에 버크셔는 유서 깊지만 운이 다한 뉴잉글랜드 직물회사 하나만 보유한 단일 사업 회사였습니다. 그 유일한 사업이 죽음의 행진을 하고 있었으므로 버크셔는 곧바로 다시 출발해야 했습니다. 돌아보면 나는 문제의 심각성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그런데 행운이 찾아왔습니다. 1967년 우리는 내셔널 인뎀너티(National Indemnity)를 인수할 수 있었으므로 자원을 보험 등 직물 이외의 사업으로 배분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2023년까지 평탄치 않은 여정이 이어졌는데, 우리 주주들은 (이익 유보를 통해서) 계속 저축했고, 우리는 복리의 위력을 이용했으며, 커다란 실수는 저지르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미국 경제에 순풍이 불었습니다. 미국은 버크셔가 없었더라도 순조롭게 성장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이 없었다면 버크셔는 순조롭게 성장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제 버크셔는 다양한 거대 기업들을 보유한 압도적 기업집단이 되었습니다. 먼저 뉴욕 증권거래소, 나스닥 등에서 매일 거래되는 약 5,000개 상장기업을 살펴봅시다. 여기에는 유명한 미국 대기업들로 구성된 엘리트 집단인 S&P500지수 기업들도 포함됩니다.
2021년 이 500개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은 모두 1.8조 달러였습니다. 2022년 결산 실적은 아직 입수하지 못했습니다. 2021년 실적에 의하면 이익이 30억 달러 이상인 기업은 500개 중 (버크셔를 포함해서) 128개에 불과합니다. 23개는 적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