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회] 애덤 시셀, 배재규, 고영태 "빅테크에 가치투자하라"

《돈은 빅테크로 흐른다》의 저자이자 미국에서 자산운용사 그래비티캐피털을 운영하는 애덤 시셀이 한국을 방문했다. 2024년 6월 7일 고영태 KBS 기자(《돈은 빅테크로 흐른다》 역자)가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와 애덤 시셀을 만나 빅테크 투자 방법을 논의하고 미국 증시 전망을 들어보았다. ― 버핏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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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미국 시장에 관심이 있는 개인 투자자들의 화두는 단연코 엔비디아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한마디 하면 미국 증시는 물론 한국 증시까지 출렁인다. 엔비디아 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왠지 모르게 손해를 본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엔비디아뿐만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알파벳(구글), 메타, 애플, 테슬라 등 미국의 빅테크(Big Tech)를 대표하는 매그니피센트7 주식(M7)이 S&P500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이달 초에 이미 31%를 넘어섰다. 월가도 내년까지는 빅테크 주도로 미국 증시가 상승한다는 데 베팅하는 분위기다.

아직 미국 기술주에 투자하지 못한 이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이라도 투자를 시작해야 하는 것일까?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빅테크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빅테크 밸류체인 ETF의 상장에 맞춰 《돈은 빅테크로 흐른다(Where the Money Is)》의 저자이자 미국 자산운용사 그래비티캐피털(Gravity Capital Management) 대표인 애덤 시셀을 초청했다. 이 책을 번역한 나(고영태)와 한국투자신탁운용 배재규 대표가 애덤 시셀을 만나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가치투자 방법을 논의하고 미국 증시의 전망을 들어보았다.

왼쪽부터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 애덤 시셀 《돈은 빅테크로 흐른다》 저자, 고영태 《돈은 빅테크로 흐른다》 역자

고영태:   애덤 시셀 님은 그래비티캐피털 창립자이자 CEO입니다. 한국의 투자자들을 위해 간략하게 회사를 소개해주십시오.

애덤 시셀:   그래비티캐피털의 고객은 개인과 기관 투자가들입니다. 우리는 시장에 대한 장기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상대적으로 집중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좋은 기업을 장기간 보유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이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비티가 운용하는 자산 규모는 대략 5,000만 달러입니다.

애덤 시셀은 투자업계에 뛰어들기 전에 기자로 일했다. 그래서인지 여전히 자신이 저널리스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객이 돈을 벌 수 있도록 투자의 진실을 알리려고 노력한다는 점에서, 투자 자문과 기자에게 필요한 기술은 똑같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워런 버핏도 투자자가 되지 않았다면 기자가 됐을 것이라는 말을 여러 번 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배재규 사장은 《돈은 빅테크로 흐른다》의 역자인 나보다 책에 관해 더 깊이 있는 질문을 했다. 그가 시셀에게 한 첫 질문은 “가치투자 신봉자가 어떻게 워런 버핏의 투자 방식을 버리고 테크기업 투자의 전도사로 변하게 되었는가?”였다.

시대가 변하면 투자 방식도 바뀌어야

배재규:   당신은 초기에 워런 버핏의 투자 방법을 적용해 성공했지만 기술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투자 방식을 바꾸었습니다. 액티브 매니저 상당수는 자신의 투자 방식이 현재 시장과 맞지 않아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시장 트렌드가 바뀌기를 기다립니다. 워런 버핏은 평생 자신의 투자철학을 고수했습니다. 당신은 투자 방식을 바꾸고 책까지 썼는데 이유가 무엇인가요?

애덤 시셀:   매우 단순합니다. 투자자는 야구 선수와 같습니다. 슬럼프에 빠지면 “내가 무엇을 바꿔야 할까? 내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나?”라고 자신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나는 2016년에 이런 과정을 겪었고 힘들었지만 도움이 되는 경험이었습니다. 물론 때로는 현재 방식을 유지하면서 시장이 자신의 사고방식을 따라올 때까지 기다려야 할 때도 있습니다. 내가 틀렸고 시장이 옳은지, 아니면 내가 옳고 시장이 틀렸는지 판단하는 일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내가 틀렸다는 사실이 명백해졌습니다. 이것이 건전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의 특징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을 돌아보고 상황이 변화를 요구하면 투자 방식을 바꿉니다.

배재규:   워런 버핏은 투자의 거장으로 존경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조업 시대의 현자였지, 기술 시대에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요?

애덤 시셀:   대체로 동의합니다. 제조업과 현재의 기술 시대 사이에 브랜드와 매스미디어의 시대가 있었습니다. 버핏은 이 분야에서 천재였습니다. 버핏이 보유했던 코카콜라, 디즈니, TV 네트워크 등은 모두 20세기 후반에 그가 찾아낸 훌륭한 기업이었습니다.

버핏은 나이 때문에 젊은 사람들처럼 디지털 시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버핏은 이메일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성장을 위해 많은 투자를 하려는 야심 찬 기업들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는 코카콜라 같은 브랜드 기업이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주들에게 많은 초과수익을 돌려줄 수 있었던 시대에 성장했습니다. 그는 이것을 가치 창출과 동일하게 생각했지만, 오늘날 시장에서는 이익을 내고 이를 다시 투자하는 디지털기업이 투자자들에게 더 높은 수익을 돌려준다고 생각합니다.

가치투자 3.0: BMP 템플릿

B: Business(비즈니스 품질)
비즈니스의 시장 점유율이 낮은가?
크고 성장하는 시장에 속하는가?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가 있는가?

M: Management(경영진의 자질)
경영진이 소유주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가?
비즈니스 가치를 높이는 핵심 요인을 아는가?

P: Price(가격)
주식 수익률이 합리적인가?

BMP 분석의 핵심은 Business와 Price의 균형 찾기

배재규:   벤저민 그레이엄은 가치투자 1.0, 워런 버핏은 2.0, 그리고 당신은 3.0이라고 불립니다. 당신은 BMP 템플릿에서 BMP라는 세 가지 기준으로 재무제표를 분석하면 테크기업에서도 가치를 찾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가치투자 3.0은 성장주 투자와 어떻게 다른가요?

애덤 시셀:   좋은 질문입니다. 나도 그 질문에 대해 많이 생각했습니다. 가치투자자는 BMP를 볼 때 지불하는 가격인 ‘P’를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습니다. 반면 성장주 투자자는 비즈니스의 미래 잠재력인 ‘B’를 최우선 순위로 생각합니다. 내 생각에는 모두 틀렸습니다. 비즈니스 품질(기업의 경쟁력)과 가격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가치투자자는 나쁜 기업을 저렴한 가격에 사서 실패하고, 성장 투자자는 좋은 기업을 비싼 가격에 사서 실패합니다. 핵심은 좋은 기업을 좋은 가격, 또는 최소한 합리적인 가격에 매수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성장’과 ‘가치’가 올바른 용어가 아닌 이유 가운데 하나입니다. 버핏은 가격이 싸다고 해서 좋은 투자가 아니고, 가격이 비싸다고 해서 나쁜 투자도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버핏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네이버는 어떨까?

고영태:   한국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네이버 등 우수한 테크기업들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네이버에 관심이 많다고 아는데, 미국과 투자 환경이 다른 한국 기업에도 BMP 템플릿 투자 방식이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애덤 시셀:   BMP 템플릿은 전 세계 모든 지역에 있는 모든 기업에 적용될 수 있습니다. 당신이 나를 한국의 한 찻집에 데려가도 나는 BMP 분석을 할 수 있습니다. 그곳에서 파는 차는 어떤가? 경쟁 찻집보다 맛이 더 좋은가? 이유가 무엇일까? 경쟁 찻집보다 더 비싸게 판매해도 고객이 다시 찾게 만드는 ‘비법’이 있을까, 아니면 평범한 찻집일까? 마찬가지로 찻집의 경영진(주인)은 어떤가? 그들은 훌륭한가? 서비스도 좋고 가게도 잘 운영하고 있는가? 일하는 사람들이 혁신적인가, 아니면 게으른가? 여러 가지를 분석할 수 있습니다.

가격 요소도 찻집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주인이 찻집을 얼마의 가치로 평가하는지 알려주고 재무제표를 보여주면 ‘B’와 ‘M’을 분석한 후 ‘P’가 적정한지 아닌지를 알 수 있습니다.

기술 혁신, 누가 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느냐가 핵심

고영태:   한국에 오기 전에 대만 TSMC를 방문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또 대만에 머무는 동안 세계 최대의 IT 쇼인 ‘컴퓨텍스 2024’도 열렸습니다. 컴퓨텍스 2024에서 엔비디아의 젠슨 황과 AMD의 리사 수 등 미국의 빅테크 CEO들이 기조연설에서 새로운 칩과 기술을 소개했는데, 투자 전략에 도움이 되는 인사이트를 얻었습니까?

애덤 시셀:   나는 기술 분야의 개별적 발전이나 신제품 발표에 그렇게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편입니다. 기업은 홍보를 통해 자사의 신제품이 ‘차세대 선도 제품’이라고 소비자들이 믿기를 바라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습니다. 대신 나는 어떤 기업이 어떤 혁신적 제품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인지에 초점을 맞춥니다. 누가 클라우드 컴퓨팅을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을 가지고 있을까? 인공지능? 무인 자동차? 양자 컴퓨팅? 가상 현실? 거의 모든 경우 이 질문의 답은 빅테크입니다. 빅테크기업만 이런 기술 트렌드를 활용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자금과 인적 자원을 갖추고 있습니다.

시대가 변하면 회계 원칙도 바뀌어야

배재규:   BMP 템플릿 분석에는 분석하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는 정성적 요소가 몇 가지 있습니다. 또한 가치평가 방법도 전통적인 회계 방법과 다릅니다. 이런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애덤 시셀:   두 번째 질문에 먼저 답하겠습니다. 회계 방법에 관해서는 그레이엄부터 버핏, 그리고 오늘날의 테크기업에 이르기까지 모든 훌륭한 분석가들이 현실을 반영하기 위해 회계를 조정합니다. 하지만 회계가 현실을 설명하지 못할 때는 기업의 ‘언어’인 회계를 바꿔야 합니다. 회계가 한국어나 영어의 문법과 같다고 생각해보십시오. 때때로 사람들은 의미를 더 잘 표현하기 위해 문법의 규칙을 어기기도 합니다. 회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비즈니스와 회계 양쪽을 모두 잘 알고 있는 제프 베이조스 같은 CEO는 현재 수익에 타격을 주지만 3~5년 후에 많은 수익을 낼 만한 투자를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이것이 재무제표에는 불리하게 작용하지만 비즈니스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잘 압니다.

BMP에 대한 정성적 판단에 관해서는 당신의 주장이 100% 옳습니다. 투자 분석과 연구는 객관적이라기보다는 주관적인 판단에 관한 것입니다. 이것이 인간을 독특하고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새로운 ETF를 출시해야 할까? 그렇다면 어떤 종류의 ETF를 어떻게 출시해야 할까? 가격은 얼마로 정해야 할까?’ 이 모든 일이 경영진이 결정해야 하는 정성적인 요소입니다. 주식 선택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종목 선택을 “과학이라기보다 예술이다”라고 말합니다.

테슬라에 투자하지 않은 것은 머스크 때문

배재규:   BMP 템플릿에서는 애플과 테슬라 같은 기업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합니까? 특히 애플은 적은 R&D 지출과 자사주 매입에 의존하고 있고, 테슬라는 여전히 기대감이 높지만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습니다. BMP 템플릿 분석을 통해서도 좋은 가치평가를 받지 못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애덤 시셀:   나는 경영진 평가 요소인 M 때문에 테슬라를 자세히 들여다본 적이 없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역사에 위대한 발명가로 기록될 인물입니다. 하지만 나는 그와 동업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테슬라 이사회가 지난 2018년에 머스크에게 준 수십억 달러 규모의 주식 보너스를 주주들이 주총에서 부결시킬지 아닌지 지켜보는 일은 흥미로울 것입니다. 나는 부결되기를 바랍니다. [편집자 주: 좌담회 이후 6월 14일(한국 시간) 테슬라 주주총회에서 이 안건은 가결됐습니다.]

애플에 관해서는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보다 R&D 지출이 적고 주주에게 더 많은 자본을 환원한다는 데 동의합니다. 버핏이 애플을 좋아하는 중요한 이유이지요. 그는 주주에게 현금을 돌려주는 성숙한 기업을 좋아하는데, 과거에 그런 방식으로 투자에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애덤 시셀 그래비티캐피털 대표

엔비디아, '제2의 인텔' 될 수도

고영태:   2023년부터 인공지능(AI)과 관련된 주식 투자 붐이 일고 있는데, 한국인이 가장 많이 투자한 주식 가운데 하나가 엔비디아입니다. 엔비디아가 BMP 기준을 통과할 수 있다고 보는지요? 그렇지 않다면 이유는 무엇입니까?

애덤 시셀:   나는 엔비디아도 깊게 연구한 적이 없습니다. 대체로 하드웨어회사보다 소프트웨어회사를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역사적으로 볼 때 디지털 반도체 사업은 매우 무자비했습니다. 역사상 최고 반도체기업의 가장 훌륭한 CEO는 인텔의 앤디 그로브였습니다. 그의 회고록 제목이 ‘오직 편집증 환자만 살아남는다(Only the Paranoid Survive)’입니다. 제목을 보면 반도체는 생존하기 매우 어려운 사업처럼 보입니다. 단지 생존을 위해 편집증 환자가 되어야 하는 기업에 왜 내가 투자하겠습니까? 그리고 실제로 인텔은 지금 엔비디아에 뒤처졌습니다.

나는 엔비디아도 언젠가 인텔과 같은 처지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엔비디아가 경쟁우위를 가지고 있고 당분간 그런 우위가 지속될 수도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나는 엔비디아에 관해 이처럼 상반된 견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평가를 받는 회사에 대해서는 당연히 연구나 투자를 하지 않습니다. 시장에는 선택할 수 있는 기업이 너무 많고, 내가 보유한 주식에 대해서는 100% 확신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배재규:   테크 분야의 주요 기업은 대부분 미국 기업이고 기술 혁신 또한 주로 미국에서 일어납니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 테크기업에 대한 투자가 장기적으로 가장 적절한 투자라고 생각합니까? 이런 추세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면 어떤 요인이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까요?

애덤 시셀:   미국 테크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역사적으로 새로운 비즈니스와 스타트업이 성장하는 데 가장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국가입니다. 조만간 이것이 바뀔 것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는 미국인들이 자녀를 인도와 중국에 있는 학교에 보내기 시작하면 그때가 바로 걱정해야 할 때라고 항상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가까운 시일에 그런 일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인도, 중국, 심지어 한국의 많은 부유층은 자녀들이 미국에서 교육받기를 원합니다. 훌륭한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도 있지만, 자녀들이 미국이 가진 혁신의 ‘비밀 소스’를 배우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고영태 KBS 기자

기술주 투자, 하락을 이겨내는 방법 배워야

고영태:   한국의 젊은 세대가 성장성이 높은 미국 테크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가치투자자로서 변동성이 큰 기술주에 투자하려는 한국 투자자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은지요?

애덤 시셀:   먼저 나의 책 《돈은 빅테크로 흐른다》를 읽어보십시오. 이 책을 읽으면 과거의 투자 방식과 디지털시대의 현대적 투자 방식을 결합하는 방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책에는 젊은 투자자를 위한 조언을 다룬 별도의 챕터가 있습니다.

책을 읽어보면 당신의 투자 성향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책의 첫 부분에는 2007년에 아이폰이 나왔을 때 애플에 투자한 내 친구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는 지금은 부자가 되었지만 주식시장에서 애플의 가치가 3분의 1로 떨어졌을 때 여러 차례 어려움을 경험했습니다. 기술주 투자자는 이런 하락을 무시하고 견뎌내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BMP 템플릿에 비춰 볼 때 모든 기준이 괜찮다면, 더 많은 주식을 매수하는 방식으로 조정이나 하락을 이용하면 훨씬 더 좋을 것입니다.

배재규:   스마트폰은 사람과 인터넷을 연결하는 테크 시대의 관문입니다. 앞으로도 스마트폰이 이런 역할을 계속하리라 생각합니까? 아니면 다른 디바이스(예를 들면 웨어러블)가 그 역할을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애덤 시셀:   한마디로 말하면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나는 플랫폼이 어떻게 진화하는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것입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플랫폼이 무엇이든 빅테크가 계속 우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떤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하더라도 오로지 빅테크기업만이 플랫폼을 구축하고 활용하고 수익화할 자금과 기술 인재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고영태:   책을 읽어보면 당신은 달러제너럴 같은 비(非)테크기업에도 일정 부분 투자하고 있습니다. 비테크기업에 투자하려는 사람들을 위해 미국 시장에서 어떤 섹터나 산업이 유망하다고 생각하는지 말씀해주십시오.

애덤 시셀:   여전히 성장하고 있는 모든 산업은 연구해볼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그래비티캐피털은 항공우주기업을 많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성숙기에 접어든, 상품화된 기업인 항공사(airlines)가 아니라 비행기에 들어가는 부품을 제조하는 기업들입니다. 또한 보험회사에도 많이 투자하고 있습니다. 보험사는 미래에 지급할 보험 계약자의 돈을 보유하면서 투자할 수 있어서 어느 정도 꾸준히 성장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지난 6월 9일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진행한 애덤 시셀 북사인회 모습

기업이 성장하면 미국 시장도 상승할 것

고영태:   요즘 미국 시장에는 비관론자가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월가의 애널리스트 거의 모두가 미국 시장이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심지어 몇몇 하락론자조차 자신의 견해가 틀렸다고 고백하면서 강세론자로 돌아섰습니다. 혹자는 이것이 미국 시장이 정점에 이르렀음을 암시한다고 합니다. 몇몇 대형 기술주가 전체 시장을 주도하면서 시장의 폭도 좁아졌습니다. 현재 미국 시장을 어떻게 평가합니까?

애덤 시셀:   “미국 주식시장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기억하십시오. 답은 간단합니다. ‘미국 기업의 집합체’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자신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보십시오. “지난 100년 동안 미국 주식시장이 연평균 8~9%씩 상승한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 기업이 성장하고 번영했기 때문에 주식시장 가격도 따라 오른 것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당신의 의문점이 해소될 것입니다. 미국 시장이 정점에 이르렀다고 주장한다면 미국의 기업과 경제가 정점을 찍었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습니다. 당신은 정말 그렇게 생각합니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확신합니다. 미국은 혁신과 가치 창출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고 모든 상황이 미국이 계속해서 세계를 이끌어갈 것이라는 사실을 암시합니다. 그래서 나는 미국 시장이 계속 성장할 것으로 봅니다. 생각 없이 하는 말이 아니라 분석에 따른 것입니다. 나는 미국 주식시장이 무엇을 상징하는지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미국 주식시장은 미국 기업을 대신하는 것이고 나는 미국 기업이 앞으로도 계속 번영할 것이라는 믿음이 확고합니다.


대담을 마치면서 워런 버핏의 충고가 뇌리를 스쳤다. 버핏은 2021년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절대 미국에 반대로 투자하지 마십시오(Never bet against America)”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232년 동안 미국만큼 인간의 잠재력을 발산시킬 수 있는 인큐베이터는 없었다면서 “몇몇 심각한 난관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경제 발전은 숨 막힐 정도로 대단합니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 시장을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대한 시셀의 답변 역시 미국의 성장을 믿고 미국에 반대되는 투자를 하지 말라는 버핏의 충고와 일맥상통한다. 투자의 대상이 기술주든 기술주가 아니든, 기업의 성장을 믿고 투자하라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 글: 고영태 _ KBS 기자, 《돈은 빅테크로 흐른다》 《원칙(PRINCIPLES)》 등 다수의 양서를 옮겼다.

· 사진: 한국투자신탁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