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의 재발견] 경기순환주 투자 원칙과 가치평가

전통적 가치투자는 재무제표와 계량적 지표로 기업의 가치를 측정해왔지만, 이제 숫자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가치의 영역이 커지고 있습니다. 현대 기업들은 장부에 기록되지 않는 방식으로 가치를 창출합니다. 기업의 내러티브와 숫자는 동전의 양면처럼 펀더멘털의 두 측면을 보여줍니다. ‘가치의 재발견’ 시리즈는 재무적 분석이라는 단단한 기반 위에서 기업의 스토리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가치의 지평을 탐구합니다. 전통적 가치평가의 지혜를 잃지 않으면서도,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서 기업의 실제 가치를 발굴하는 새로운 프레임워크를 제시합니다.​​​​​​​​​​​​​​​​ ― 버핏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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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는 자동차, 반도체, 철강, 조선, 화학, 건설 등 경기순환적(시클리컬) 산업이 주류를 이룹니다. 경기순환주란 경기 사이클에 따라 기업의 매출과 이익, 주가가 반복적으로 상승과 하락을 경험하는 주식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기업들은 개별적인 경쟁력이나 내부 경영 성과보다는 거시경제 환경, 산업별 수요와 공급 변화, 원자재 가격 변동, 금리 및 정부 정책 등의 외부 요인에 의해 실적이 크게 영향을 받습니다. 일반적으로 경기 확장기에는 소비와 투자가 증가하면서 기업의 실적이 개선되고 주가가 상승하지만, 경기 침체기에는 수요 둔화와 비용 증가 등의 이유로 실적이 악화되며 주가가 하락합니다. 따라서 경기순환주의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투자하면 경기 고점에서 매수하여 장기간 하락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 산업이 경기순환에 민감한 것은 여러 경제적, 구조적 요인에 기인합니다. 한국은 글로벌 밸류 체인에서 중요한 중간재 제조 및 수출국으로 자리 잡고 있어 세계 경제의 변동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수출 의존도가 높아서 GDP 대비 수출 비중이 약 45%에 달합니다. 특히 반도체, 자동차, 철강 등 주요 산업이 글로벌 밸류 체인의 핵심 역할을 해서 수출 실적이 세계 경제의 흐름에 크게 좌우됩니다. 수출품은 대부분 중간재로 구성되어 최종 소비자 시장의 변화가 제조업과 수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이로 인해 세계 경제가 호황일 때는 수출이 급증하지만, 불황일 때는 민감하게 감소하는 패턴을 보입니다.

또한 채찍 효과(Bullwhip Effect)가 강하게 작용하는 점도 경기순환 민감성을 높이는 요인입니다. 채찍 효과란 공급사슬에서 최종 소비자의 작은 수요 변화가 소매점, 도매점, 제조업체, 원자재 공급 업체로 이어지면서 점점 더 증폭되는 현상입니다. 한국은 글로벌 공급사슬의 중간 단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선진국 소비 시장의 변화가 한국의 수출과 생산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미국 소비 지출이 1% 증가하면 한국의 수출이 5~10%까지 확대될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한국 산업의 경기순환 민감성은 건설업과 같은 내수 중심 산업에서도 두드러집니다. 건설업은 GDP에서 약 10~15%를 차지하는 중요한 산업이지만 경기 변동에 따라 투자 규모가 크게 달라지는 특성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건설 투자가 부진한 흐름이며 이는 전체 경제 성장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한국은 ‘탄광 속의 카나리아’라는 비유처럼 세계 경기 흐름을 먼저 반영합니다. OECD 국가 중에서도 선행 지표 역할을 하는 한국 경제는 글로벌 경기 변동에 따른 민감도가 높으며 이는 코스피와 같은 금융시장에서도 관찰됩니다.

한국 제조업은 국가 경제의 핵심 기반이며 경기순환 산업으로서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이는 글로벌 밸류 체인에 대한 높은 의존도, 세계 경기 변동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구조, 채찍 효과로 인한 변동성 증폭, 그리고 주요 제조업의 특성에서 기인합니다. 제조업 내 주요 산업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경기순환성을 보여줍니다. 반도체는 세계 시장에서 기술 혁신과 수요 변동에 따라 생산량과 가격이 크게 변화하며 한국 경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자동차 산업은 글로벌 소비 시장 변화와 노동 비용 상승 등에 민감하며 국내외 수요 변화가 실적에 직접적으로 반영됩니다. 석유화학 산업은 중국의 저가 공세와 공급 과잉으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으며 한국 제조업의 경기 민감도를 높입니다.

따라서 경기순환주에 투자할 때는 단순한 저PER(주가이익배수) 전략이 아니라 경기 흐름, 산업 특성, 정상이익(normalized earnings)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최적의 매수·매도 타이밍을 설정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경기 흐름을 잘못 읽고 저PER 주식을 매수하면 심각한 밸류트랩에 빠질 가능성이 큽니다. 경기 확장기에는 기업의 이익이 급증해 PER이 낮게 보이지만 이후 공급 과잉이나 경기 침체로 인해 급격한 하락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경기순환 산업은 다음과 같은 분야가 대표적입니다.

◇ 자동차: 경기 확장기에는 소비자들의 차 구매가 증가해 실적이 개선되지만 경기 침체기에는 수요가 급감하면서 실적이 악화됩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현대차와 기아차의 판매량이 감소했지만 2010년 이후 경기 회복과 함께 다시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 반도체: 글로벌 IT 기기, 서버, 스마트폰 등의 수요 변화에 따라 실적이 변동하며, 반도체 가격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호황과 불황이 반복됩니다. 2017년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인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이 급등했지만 2018년 이후 업황이 둔화되면서 주가가 하락했습니다.

◇ 철강·조선: 글로벌 인프라 투자, 해운 업황 등에 따라 실적이 크게 변합니다. 2015년 중국 철강 수요 둔화로 인해 철강·조선업 실적이 악화되었으나 2021년 이후 조선업 회복과 함께 반등했습니다.

◇ 정유·화학: 원유 가격과 글로벌 경기 흐름에 따라 실적이 변하며 경기 확장기에는 원유 수요 증가로 실적이 개선됩니다. 2020년 유가 폭락으로 SK이노베이션과 S-Oil 등의 실적이 악화되었으나 2021년 이후 유가 상승과 함께 실적이 반등했습니다.

◇ 항공·여행: 소비자들의 여행 수요와 글로벌 경제 상황에 영향을 받으며 경기 침체기에는 실적이 급감합니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실적이 악화되었으나 2022년 이후 여행 수요 회복과 함께 실적이 개선되었습니다.

정상이익 산정하기

전설적인 가치투자자 존 네프(John Neff)는 경기순환주의 과도한 변동성을 역이용해 저점에서 매수하고 고점에서 매도하는 역발상 전략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그는 시장이 경기순환주에 대해 과도한 낙관과 비관을 반복하며 비효율적으로 반응한다고 보았고 이러한 시장의 과민 반응을 기회로 삼았습니다.

경기순환주는 실적이 경기 사이클에 따라 급등락하기 때문에 단기 실적만 보고 투자 판단을 내리면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습니다. 네프는 기업의 단기 실적 변화를 무시하고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정상이익을 기준으로 평가함으로써 경기 변동성에 휘둘리지 않는 투자 전략을 구축했습니다. 이를 통해 주가가 과도하게 하락한 경기순환주를 저평가된 상태에서 매수하고, 반대로 시장이 경기 호황을 과도하게 반영해 주가가 상승했을 때 매도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극대화했습니다.

네프는 경기순환주가 단기적으로 실적이 급등하거나 급락하는 특성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일정한 평균 이익 수준으로 회귀하는 경향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특정 시점의 이익이 아니라 과거 5~10년의 평균 이익을 기반으로 기업의 정상적인 수익성을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상이익을 산정하고 이용하는 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과거 5~10년의 기업 이익을 분석해 장기 평균을 구한다.
  2. 경기 호황기와 불황기의 극단적인 수치를 배제하고 경기 고점과 저점의 중간값을 기준으로 정상이익을 설정한다.
  3. 이 정상이익을 기준으로 PER을 계산해 현재 주가가 실제로 저평가되었는지 판단한다.

경기 호황기에는 일시적으로 높은 이익을 내고 경기 침체기에는 일시적으로 큰 적자를 기록하는 경기순환주의 특성을 고려한 방식입니다. 존 네프는 시장이 경기순환주를 평가할 때 현재 이익만 보고 PER을 계산하는 오류를 범한다고 보았고, 정상이익을 기준으로 하면 경기 고점에서 주가가 저평가된 것처럼 보이는 착시 효과를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철강업과 정유업 같은 경기순환주는 업황이 좋을 때 영업이익이 급증해 PER이 낮아 보이지만 이는 지속 가능한 수익성이 아니라 일시적인 호황 효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경기 침체기에 접어들면 실적이 악화되어 PER이 급등하고 기업이 심각한 위기에 빠진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상이익 개념을 적용하면 단기 실적이 아니라 장기 평균 이익을 기준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경기 변동성에 따른 착시 효과를 피할 수 있습니다.

또한 네프는 경기순환주에서 저PER이 반드시 저평가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기업의 장기 이익 창출 능력을 평가하고 기업이 정상적인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 확인한 후 투자 결정을 내렸습니다. 즉 일시적으로 낮아진 PER에 현혹되지 않고 정상이익을 바탕으로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 경기순환주 투자에서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를 통해 경기 고점에서의 밸류트랩을 피하고, 경기 저점에서의 저평가 기회를 포착하는 전략을 실행할 수 있습니다.

경기순환주의 가치 평가하기

경기순환주는 PER과 PBR(주가순자산배수)의 움직임이 일반적인 가치주와는 다릅니다.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살펴보겠습니다.

PER 역설

경기순환주의 PER 역설은 시장의 미래 지향적 성격과 기업 이익의 변동성에서 비롯됩니다. PER은 주가를 이익으로 나눈 값이므로 이익이 증가하면 PER이 낮아지고 이익이 감소하면 PER이 높아집니다. 그러나 경기순환주는 이 패턴이 더욱 극단적으로 나타나며 성장주와 정반대의 흐름을 보입니다.

성장주는 지속적인 이익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에 시장이 이를 반영하여 높은 PER을 허용합니다. 기업의 이익이 증가할수록 미래의 성장 가능성이 더욱 강조되며 투자자는 높은 밸류에이션을 기꺼이 받아들입니다. 따라서 성장주는 이익 증가에 따라 주가가 상승하고 PER도 높게 유지되거나 상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성장성이 둔화되거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발표하면 주가가 급락하고 PER도 빠르게 낮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시장은 성장주의 가치를 장기적인 수익성 증가에 기반을 두고 평가하기 때문에, 단기적인 이익 변동보다 향후 성장 가능성이 더욱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경기순환주는 경제 사이클에 따라 이익이 급격히 변동(등락)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에 시장은 이익의 증가가 장기적으로 이어질 거라고 믿지 않습니다. 호황기 후반에는 기업의 이익이 최고점에 도달하지만, 시장은 이미 향후 경기 둔화를 예상하고 있기 때문에 주가는 상승을 멈추거나 하락하기 시작합니다. 이에 따라 이익 상승에 비례하지 않는 주가의 캡이 씌워져 PER이 매우 낮아집니다. 이 시점에서 투자자는 낮은 PER을 보고 저평가되었다고 오해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향후 이익 감소와 경기 둔화로 인해 주가 하락이 예상되므로 오히려 매도해야 할 시기입니다.

반대로 불황기 후반에는 기업의 이익이 극도로 낮아지거나 적자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이익이 급감하면 PER의 분모(이익)가 축소되면서 PER이 인위적으로 높아지거나 무한대에 가까운 수준으로 상승하다가 마이너스로 전환합니다. 하지만 시장은 경제가 순환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으며 향후 경기 회복을 예상해 주가가 먼저 반등하기 시작합니다. 따라서 높은 PER 또는 마이너스 PER은 기업의 실적이 바닥을 찍었고 향후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투자자는 높은 PER을 보고 고평가되었다고 오해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매수해야 할 시점입니다.

결국 성장주는 이익 증가에 비례해 PER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경기순환주는 이익 증가와 반대로 PER이 저항을 받아 낮아지는 흐름을 보입니다. 경기순환주 투자에서는 저PER에서 매도하고 고PER에서 매수하는 역발상 전략이 필요합니다. 주가는 현재가 아니라 미래를 반영하는 특성이 있으며, 투자자는 경기 사이클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활용해야만 효과적인 매매가 가능합니다

2017~2018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PER 저점이 5배 이하로 낮아 보였던 것은 두 회사가 당시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호황 덕분에 기록적인 실적을 올렸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는 2017년 연간 영업이익 53.65조 원과 순이익 42.18조 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습니다. 2018년에도 매출 243.77조 원, 영업이익 58.89조 원으로 2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냈습니다. SK하이닉스도 2017년 영업이익 13.72조 원과 순이익 10.64조 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18.7% 증가했습니다.

당시 스마트폰,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으로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급증했고,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해 D램 가격이 37.3% 상승하면서 두 기업의 수익성이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SK하이닉스의 2017년 말 PER은 4.3~5.2배 수준이었고 삼성전자도 유사한 수준의 낮은 PER을 기록했습니다. 실적 호조에도 불구하고 두 회사의 PER이 낮게 유지된 것은 이익 증가가 주가 상승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었고 시장이 메모리반도체 업종의 특성을 고려해 향후 실적 둔화를 예상했기 때문입니다. 반도체 산업의 주기적 특성을 고려해 호황기 실적을 일시적인 것으로 평가하는 경향도 있고, UBS 등 일부 분석 기관은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공급 과잉 가능성을 경고하며 2018년부터는 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실제로 이후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과 수요 둔화가 발생하면서 두 회사의 주가는 조정을 받았습니다. 2025년 현재는 SK하이닉스의 PER이 8.49배, 삼성전자는 13.58배로 당시보다는 높습니다.

당시 낮은 PER은 단순히 기업의 저평가를 의미한 것이 아니라 시장이 미래의 경기 둔화와 실적 감소를 미리 반영한 결과였습니다. 경기순환주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으로, 투자자가 PER 지표를 해석할 때 현재 실적뿐만 아니라 미래 전망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PBR 활용

경기순환주는 경제 사이클에 따라 실적 변동이 크기 때문에 PER만으로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호황기 후반에는 실적이 최고치에 도달하면서 PER이 낮아 보이지만 이는 오히려 고점 신호일 가능성이 크며, 반대로 불황기에는 실적이 악화하면서 PER이 높아 보이지만 오히려 저점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는 지표로 PBR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PBR은 기업의 시가총액을 순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주가가 장부가치 대비 얼마나 저평가되었는지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특히 조선, 철강, 건설과 같은 자산 중심 산업에서는 PBR이 통상 1배 이하(실제로는 산업과 기업마다 저점이 다릅니다)로 떨어질 때 저평가 신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들 산업은 대규모 자산을 보유하고 경기 사이클에 따라 자산 활용도와 수익성이 크게 변동하지만 기본적인 자산 가치는 비교적 안정적인 편입니다. 따라서 PBR이 1배 이하로 하락한 경우 기업의 시장가치가 순자산가치보다 낮아졌다는 의미이므로 투자 기회를 포착하는 데 유용할 수 있습니다.

2015~2016년 철강 산업이 침체되면서 포스코의 PBR이 0.3배까지 하락한 적이 있습니다. 포스코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이었고 당시 중국의 철강 공급 과잉과 글로벌 수요 감소로 인해 철강 업황이 극도로 악화되었던 시기입니다. 하지만 이후 철강 수요가 회복되면서 포스코의 실적도 개선되었고 주가는 크게 반등했습니다. 이 사례는 경기순환주에서 극심한 불황기에 낮은 PBR이 오히려 매수 기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PBR 1배 이하는 기업의 시가총액이 장부상 순자산가치(청산가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론적으로는 기업을 청산하고 모든 자산을 매각한 후 부채를 상환하더라도 현재 시가총액보다 더 높은 가치가 남을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 기업이 청산되는 경우는 드물지만 기업이 시장에서 과도하게 저평가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그러나 PBR이 낮다고 해서 무조건 투자 기회로 해석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낮은 PBR의 원인을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고, 특히 ROE(자기자본이익률)가 지속적으로 낮거나 산업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경우 낮은 PBR이 장기적이고 추세적인 기업 가치 하락을 반영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ROE가 낮다면 자본 성장률도 낮아지고 이에 따라 기업의 시장 가치가 지속적으로 할인될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단순히 PBR이 낮다는 이유로 매수할 것이 아니라 해당 기업의 수익성 회복 가능성과 산업 사이클의 전환점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국 경기순환주 투자에서는 PER과 PBR을 함께 활용하는 전략이 효과적입니다. 경기 저점에서는 실적이 악화되어 PER이 높아 보일 수 있지만 정상이익을 기준으로 보면 저평가된 상태일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 PBR은 순자산을 기준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경기 사이클에 따른 이익 변동성의 영향을 덜 받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가치 평가 지표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투자 전략을 수립할 때는 단순히 낮은 PBR만 기준으로 하기보다는 과거의 PBR 변동 밴드와 현재의 산업 사이클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PBR이 유효한 지표로 작용하는 산업인지도 검토해야 합니다. 유형자산이 많은 조선, 철강, 건설 등의 기업에서는 PBR이 유용한 지표가 될 수 있지만, 무형자산이 중요한 IT, 서비스 업종, 자사주를 지속적으로 매입·소각하는 기업(예: 애플)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최근 한국 주식시장에서 대표적인 경기순환주인 포스코홀딩스, 현대차, 기아 등이 PBR 1배(사실상 상단 캡) 이하로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 상황이 반드시 투자 기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역사적 패턴과 산업 사이클을 분석해 저평가된 기업을 발굴하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글로벌 실물 경기의 변동은 철강, 자동차, 건설 등의 경기순환 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거시경제 환경과 함께 분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경기순환주에서 PBR은 PER의 한계를 보완하는 중요한 지표로 활용됩니다. 특히 유형자산 중심 산업에서는 PBR이 1배 이하로 떨어질 때 저평가 신호일 가능성이 크며, 정상이익과 ROE 회복 가능성을 함께 분석하면 더 정확한 투자 판단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PBR만을 기준으로 투자 결정을 내리는 것은 위험할 수 있으므로 산업 구조, 수익성 지표, 경기 사이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밸류트랩

경기순환주에서 고ROE, 저PER, 고PBR이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은 경기 사이클의 흐름과 밀접하게 관련되며 투자자에게 강력한 착시 효과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특히 이 조합은 경기 확장기 후반부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데, 이 시기에 발생하는 밸류트랩을 인지하지 못하면 고점에서 매수해 큰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습니다.

경기가 회복기에 접어들면 기업의 매출과 이익이 급증하면서 ROE가 빠르게 상승합니다. 이익이 늘어나면서 PER이 낮아지고, 주가가 높아지면서 PBR이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그러나 이는 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이 강화되었다기보다는 경기 호황으로 인해 실적이 일시적으로 개선된 결과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 시기에 ROE가 높고 PER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저평가되었다고 판단하면 큰 착각일 수 있습니다. 경기 확장기 후반부에는 기업의 실적이 정점에 도달해, 이후 경기 사이클이 둔화되거나 침체기에 접어들면 급격한 실적 악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큽니다.

이러한 착시 효과로 인해 투자자는 고ROE, 저PER을 저평가 신호로 오인하고 매수에 나섭니다. 하지만 주가는 이미 경기 호황을 반영하여 PBR이 상승한 상태이며, 이후 실적이 둔화되면 PER이 급등하고 ROE가 하락합니다. 결국 경기 정점에서 고ROE, 저PER, 고PBR 조합을 형성한 기업들은 경기 하강 국면에서 저ROE, 고PER, 저PBR로 급변할 가능성이 높아지며 이에 따른 주가 하락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경기 침체기에는 기업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ROE가 하락하고, 일시적인 이익 감소로 인해 PER이 높아지며, 주가 하락으로 PBR이 낮아지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이는 기업의 근본적인 펀더멘털이 붕괴된 것이 아니라 경기 순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때 PER이 높아 보이더라도 경기 회복기에 정상적인 이익 수준을 회복하면 PER이 다시 낮아질 수 있으니, 단순한 수치만 보고 고PER을 회피하는 전략은 비효율적입니다.

경기순환주에서 밸류트랩을 피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PER이 낮다고 해서 저평가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경기 사이클의 흐름 속에서 현재 위치를 정확히 분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ROE가 높고 PER이 낮은 경우, 그것이 일시적인 경기 호황의 결과인지 혹은 기업의 구조적인 경쟁력 강화 덕분인지 구분해야 합니다. 또한 PBR이 이미 높은 상황이라면 시장이 경기 호황을 반영했을 가능성이 크며 이후 주가 하락 위험을 경계해야 합니다. 결국 경기순환주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특정 지표의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경기 사이클 속에서 그 지표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분석하는 것입니다.

조선업은 대표적인 경기순환 산업으로서 글로벌 경기 흐름과 선박 발주량에 따라 실적이 크게 변동합니다. 2007년부터 2008년까지 글로벌 경기 호황과 함께 조선업체들의 수주량이 급증하면서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의 실적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선박 가격 상승과 수주 증가로 인해 조선 3사의 ROE는 30~40% 수준까지 급등했고 이로 인해 PER이 5배 이하로 하락했습니다. 또한 주가 상승과 함께 PBR도 4~5배 수준으로 높아졌고 조선업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이 시장을 지배했습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선박 발주량이 급감하고 조선업체들의 실적이 빠르게 악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2010년대 초반까지 조선업체들의 ROE는 급락하고 주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했으며, 많은 투자자가 저PER을 저평가 신호로 착각해 고점에서 매수한 후 큰 손실을 입었습니다.

2011년 이후 LNG선 수요 증가로 인해 조선업체들이 다시 한번 호황을 맞이했습니다. 이 시기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ROE는 20%가 넘었고, PER은 6배 이하로 낮아졌으며, PBR도 2~3배 수준으로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2014년 이후 글로벌 경기 둔화와 유가 하락으로 LNG선 발주량이 감소하면서 조선업체들의 실적이 악화되었고 주가는 다시 장기 하락세로 접어들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글로벌 해운 물동량 증가와 친환경 선박 수요 확대가 맞물리면서 조선업이 부활했습니다.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조선 3사는 대규모 선박 수주에 성공했고, 이로 인해 실적이 급격히 개선되면서 ROE가 10% 이상 상승하고 PER은 10배 이하로 낮아졌으며 PBR도 2배 이상으로 상승했습니다. 그러나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건비 부담 증가로 인해 조선업체들의 수익성이 다시 악화되면서 주가는 조정을 받았습니다. 단순한 저PER을 기준으로 투자하기보다는 정상이익과 경기 사이클을 고려해 적절한 매수·매도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안전마진으로서의 배당

경기순환주 투자에서는 배당이 중요한 안전마진 역할을 합니다. 지금까지 설명한 것처럼 경기순환주는 저PER만을 기준으로 투자하면 큰 손실을 볼 위험이 있습니다. 따라서 배당수익률과 기업의 현금흐름을 면밀히 분석해 하락장에서의 방어력을 높이고 장기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배당은 경기 하락기에 주가 하락을 방어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주가가 급락하는 상황에서도 일정 수준의 배당을 유지하는 기업이라면 배당수익률이 높아져 자연스럽게 투자 매력이 부각될 수 있습니다. 투자자는 주가 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배당을 통해 일정 부분 보전하고, 배당을 지급하는 기업은 시장에서 신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배당이 안정적인 기업은 재무적으로 건전하고 경기 변동에서도 일정 수준의 이익을 창출하는 경쟁력을 갖춘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장기 투자 관점에서 유리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포스코입니다. 철강업은 전형적인 경기순환 산업이어서 글로벌 경기 흐름에 따라 실적이 크게 좌우됩니다. 2015년과 2016년 철강업이 침체기에 접어들었을 때 포스코는 주가가 급락했지만 배당을 꾸준히 유지하면서 투자자에게 일정한 수익을 제공했습니다. 당시 주가 하락으로 인해 배당수익률이 4~5% 수준까지 상승했고 이로 인해 하락장에서의 방어력이 강해졌습니다. 이후 철강 업황이 회복되면서 포스코 주가도 반등했고 장기 보유한 투자자들은 배당과 함께 주가 상승에 따른 추가 수익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정유업 또한 경기순환 산업에 속하며 유가 변동에 따라 실적과 주가가 크게 흔들립니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유가가 폭락하면서 정유업체들의 실적이 악화되었고 SK이노베이션과 S-Oil의 주가도 급락했습니다. 하지만 두 기업은 배당을 유지하면서 투자자에게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제공했습니다. 당시 주가 하락으로 배당수익률이 높아지면서 투자자의 관심을 끌었고 이후 유가가 상승하면서 주가도 큰 폭으로 회복되었습니다. 이처럼 배당이 유지되는 경기순환주는 하락장에서는 방어력을 제공하고 경기 회복기에는 배당과 주가 상승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기순환주의 배당을 안전마진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배당수익률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투자해서는 안 됩니다. 충분한 현금흐름이 뒷받침해야 하고 배당성향도 적정 수준을 유지해야 합니다. 배당성향이 지나치게 높다면 기업이 이익 대비 과도한 배당을 지급하고 있다는 의미이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배당을 축소하거나 중단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따라서 배당을 통한 안전마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배당수익률뿐만 아니라 기업의 현금 창출 능력과 재무 건전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합니다.

사이클별 투자 전략

경기순환주 투자에서는 경기 사이클별로 적절한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경기순환주의 특성을 활용해 보다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침체기 후반(저점 단계)

침체기 후반은 기업 실적이 저점에 머물러 있지만 주가는 서서히 반등할 조짐을 보이는 시점입니다. 이 시기에는 경제 지표(예: 제조업 PMI, 소비자심리지수, 금리 정책 변화 등)가 개선되기 시작하며 시장 참가자들이 향후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 시작합니다.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해 자동차·반도체 업종은 심각한 실적 악화를 겪었지만 2009년부터 글로벌 경기 부양책이 시행되면서 수요가 회복되리라는 기대감이 형성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현대차, SK하이닉스 등의 주가는 실적 회복 전에 선제적으로 상승했습니다. 또 2020년 초에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조선·철강 업종이 침체를 겪었지만 이후 글로벌 경기 부양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철강·조선 업황이 개선되리라는 기대가 반영되면서 포스코, 현대제철, 대우조선해양 등의 주가가 상승했습니다.

이 시점에서 PER이 높아 보일 수 있지만 이는 기업 실적이 바닥을 찍고 반등하기 전의 착시 현상일 가능성이 큽니다. 정상이익을 기준으로 저평가된 기업을 매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회복기 초반~중반

경기 회복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기업의 실적과 시장 기대감이 빠르게 개선되는 구간입니다. 이 시기에는 산업별로 강한 상승 모멘텀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2020년 팬데믹 이후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2021년 초반부터 반도체 업황이 강하게 회복했습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의 주가는 실적 개선이 본격화되기 전부터 강한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2015년에는 경기 침체를 겪은 중국이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단행하면서 철강·화학 업종이 빠르게 회복되었습니다. 포스코, LG화학 등의 기업들은 실적 개선과 함께 주가가 강한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이 구간에서는 정상이익 대비 저평가된 종목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투자 확대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특히 경기 민감주와 원자재 관련 기업들이 상승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호황기 중반~정점

기업 실적이 최고조에 달했으나 주가는 점차 약세를 보이기 시작하는 시점입니다. 이 시기에는 PER이 낮아 보이더라도 기업 실적이 정점에 도달해 향후 하락할 가능성이 높은 신호일 수 있습니다.

2017년 반도체 업황이 슈퍼사이클을 맞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의 기업들이 기록적인 실적을 기록했지만 2018년부터 수요 둔화가 감지되면서 주가는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당시 SK하이닉스의 PER이 4배까지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는 저평가가 아니라 업황 둔화의 신호였습니다. 철강·조선업은 2011년까지 강한 업황을 보였지만 2012년 이후 글로벌 경기 둔화와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인해 포스코, 현대제철, 현대중공업 등의 주가가 지속적인 약세를 보였습니다.

이 시기에는 투자자들이 저PER을 저평가로 착각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금을 일부 확보하거나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하강기 초기~침체기

기업 실적이 급감하고 재무 구조가 취약한 기업들의 도산 위험이 커지는 시기입니다.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에서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을 피하고 하락장에서 방어적인 전략을 취해야 합니다.

2014년 이후 글로벌 선박 발주량이 급감하면서 성동조선해양, 한진중공업, STX조선해양 등의 조선사들이 유동성 위기를 겪고 결국 구조조정에 들어갔습니다. 2022년 이후에는 미국 연준의 긴축 정책으로 인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이 급락하며 고성장 테마주들이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고평가된 성장주는 물론 부채 부담이 높은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하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이 시기에는 재무 건전성이 튼튼한 기업을 선별하고 고배당주와 방어적 업종(필수소비재, 헬스케어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투자 유의 사항

밸류트랩 피하기

낮은 PER만 보고 경기순환주를 매수하면 경기 고점이어서 큰 손실을 볼 수 있습니다. 예컨대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에 철강업체들의 PER이 매우 낮아 투자자들이 저평가로 착각하고 매수했다가 경기 침체로 수년간 하락세를 경험한 사례가 있습니다. 따라서 단기적인 PER이 아니라 과거 5~10년의 정상이익을 고려하여 역사적인 사이클 대비 진정한 저평가 구간에서만 매수해야 합니다.

재무 건전성 확인하기

경기 침체기에는 부채가 많은 기업이 유동성 위기에 처하거나 심지어 도산할 위험이 증가합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처럼 부채비율이 높은 조선 기업들이 위기에 빠지면서 큰 손실을 기록했습니다. 따라서 투자 전에는 반드시 기업의 부채비율과 현금흐름을 점검해 재무 건전성이 튼튼한 기업을 선별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경기순환주 vs. 구조적 성장주

일부 경기순환 산업은 단순한 경기 흐름을 넘어서 구조적 성장성을 보이기도 합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기업들은 순환성을 보이면서도 데이터센터, 인공지능 등 기술 혁신을 통한 구조적 성장의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2차전지 산업 역시 경기 변동에 따라 실적이 변동하긴 하지만 장기적으로 전기차 보급 확대라는 구조적 성장 요인이 있습니다. 따라서 투자자는 단순한 경기 흐름뿐 아니라 구조적 성장 가능성까지 함께 평가하여 장기적으로 유망한 경기순환주를 선별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투자 핵심 원칙 네 가지

경기순환주 투자는 일반적인 가치투자와는 다른 접근이 필요합니다. 존 네프는 경기순환주 투자에서 “싸게 사서 비싸게 팔라”, “정상이익을 기준으로 평가하라”, “경기 흐름을 읽고 적절한 타이밍을 잡아라”라는 세 가지 원칙을 강조했습니다. 이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실천하면 경기순환주 투자에서도 높은 수익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원칙을 현실에서 적용하는 것은 쉽지 않으며 여러 가지 실천의 어려움이 존재합니다. 또한 경기순환주로 분류된 기업이 시간이 지나면서 성장형 기업으로 변화하거나 반대로 쇠락형 기업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합니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팔라

경기순환주는 경제 사이클과 함께 움직이며 일반적인 주식과는 반대의 가격 흐름을 보입니다. 호황기 후반에는 이익이 최고 수준으로 증가하지만 PER이 낮아지고, 불황기 후반에는 이익이 급감하면서 PER이 높아지는 특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낮은 PER을 보고 매수하거나 높은 PER을 보고 매도를 결정하면 오히려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큽니다. 경기순환주에서는 일반적인 직관과 반대로 PER이 낮을 때 매도하고 PER이 높을 때 매수하는 역발상 전략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시장 심리에 휘둘리기 쉽다는 점입니다. 경기순환주에서는 투자자의 감정이 극단적으로 변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호황기에는 낙관적인 전망을 앞세워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서며 낮은 PER을 매수 기회로 판단합니다. 반대로 불황기에는 기업 이익이 급감하고 높은 PER이 형성되면서 시장이 극도로 비관적인 분위기에 휩싸이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감정적으로 대응하기 쉬우며, 높은 PER을 보고 불안해져 매수 기회를 놓치거나, 낮은 PER을 보고 매수했다가 이후 주가 하락을 겪는 실수를 범할 수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려면 주가와 시장 심리에 흔들리지 않고 기업의 정상이익과 경기 사이클을 냉정하게 분석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정상이익을 기준으로 평가하라

경기순환주는 단기 실적 변동이 크기 때문에 특정 시점의 이익만 보고 기업 가치를 평가하면 오판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존 네프는 개별 기업의 단기 실적이 아니라 경기 주기 전체에서 지속 가능한 이익 수준(정상이익)을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상이익을 추정하기 위해서는 과거 여러 경기 주기의 평균 이익을 분석하거나, 산업 특성을 고려하여 이익 변동성을 감안한 평가 방식을 적용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현재의 실적이 일시적인지, 장기적으로 유지될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상이익을 평가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경기순환주는 산업별로 주기가 다르고 경제 환경 변화에 따라 이익 변동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과거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상화된 이익을 계산하더라도, 산업 구조가 변화하거나 특정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될 경우 과거 수준의 이익이 미래에도 유지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경기순환 업종에서는 기술 변화, 글로벌 공급망 재편, ESG 규제 강화 등으로 인해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주기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투자자는 정상이익을 단순한 과거 평균값으로 계산하기보다는 산업 구조적 변화와 기업의 경쟁력을 함께 고려해 현실적으로 예측해야 합니다.

경기 흐름을 읽고 적절한 타이밍을 잡아라

경기순환주는 경제 사이클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개별 기업 분석뿐만 아니라 거시경제 흐름과 산업 주기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경기 침체가 깊어지는 시점에서는 주가가 바닥을 형성하기 시작하며 이때 기업의 이익은 여전히 저조하지만 향후 개선될 가능성이 큽니다. 반대로 경기가 과열되면서 기업 이익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시점에서는 시장이 이미 향후 하락을 반영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매도를 고려해야 합니다. 이러한 경기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거시경제 지표(예: 선행지수, 소비 및 투자 지표, 기업 설비투자 동향)와 업종별 재고 및 수요 변화를 면밀히 분석해야 합니다.

그러나 경기순환주 투자의 가장 큰 난관은 경기 사이클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경기 침체가 언제 끝날지, 회복 국면이 얼마나 지속될지, 다음 불황이 언제 도래할지에 대한 예측은 많은 변수를 고려해야 하며, 경제학자들조차 완벽하게 예측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단기적인 경기 흐름 예측에 의존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경기 사이클 패턴을 분석하고 분할 매수·매도 전략을 활용해 리스크를 줄이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경기순환주가 성장형 기업으로 변화하거나 쇠락형 기업으로 전환될 가능성을 고려하라

경기순환주라고 해서 반드시 같은 패턴을 반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 기업은 기술 혁신, 시장 점유율 확대 등을 통해 성장형 기업으로 변모할 수도 있고, 반대로 산업 내 경쟁 심화, 원가 상승, 수요 둔화 등을 통해 쇠락형 기업으로 전락할 수도 있습니다.

과거 전형적인 경기순환주로 분류되던 기업이 전기차, 반도체, 클라우드 등 새로운 산업 구조 변화에 성공적으로 적응하면 성장형 기업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면, 전통적인 경기순환 업종이라 하더라도 산업 경쟁력이 약화되거나 구조적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경기순환주에서 벗어나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일 위험이 있습니다. 따라서 경기순환주 투자자는 이 기업이 단순히 경기순환주인지, 성장 가능성이 있는지, 혹은 구조적 하락 위험이 있는지를 면밀히 분석해야 합니다.


경기순환주 투자는 높은 분석력과 심리적 인내심을 요구하는 전략입니다. 경기순환주 투자를 성공적으로 실행하려면 경기 사이클과 기업의 장기적 경쟁력을 깊이 분석하고, 감정적인 결정을 피하며,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분할 매매 전략을 병행해야 합니다. 존 네프의 원칙을 실천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이를 꾸준히 익히고 적용한다면 경기순환주에서도 충분한 투자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 버핏클럽의 모든 글은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에 대한 모든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귀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