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주식 공부 20]
생활 주변에서 발견하라?

주식 투자자가 알아야 할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지식을 담아 ‘최소한의 주식 공부’를 연재합니다. 주식이라는 자산의 근본적인 실체에서 시작해, 의사결정의 주요 원칙과 피해야 할 함정에 대해 홍진채 라쿤자산운용 대표가 독자 여러분과 함께 고민합니다. ― 버핏클럽

Getting your Trinity Audio player ready...

생활 주변에서 투자 아이디어를 발견하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피터 린치가 《월가의 영웅》에서 이야기하면서 유명해졌는데요. 그는 쇼핑몰, 식료품점, 또는 가족과 대화하는 일상적인 상황에서 투자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특정 제품이나 브랜드가 인기를 끌거나 소비자들 사이에서 자주 사용되는 것을 관찰하면 해당 기업을 조사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많은 투자자가 이런 ‘기법’을 따라 하고자 했고, 상당히 많은 성공 사례를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내가 사용하는 전자제품, 자동차, 좋아하는 아이돌 등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성공한 사례가 많습니다. “테슬라 차량을 타보고 마음에 들어서 테슬라 주식을 샀더니 차량 가격 이상을 벌었다”라는 이야기는 얼마나 매력적입니까.

그런데 이런 투자의 이면에는 문제도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제품을 만드는 회사의 주식을 샀는데 주가는 오르지 않는 경우가 아주 많고요. 반대로 내가 싫어하는 제품을 만드는 회사의 주식이 오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생활 주변에서 발견하라는 아이디어가 오히려 독이 되는 거죠. 그리고 기본적으로, 이런 식으로 투자하면 내 투자 대상이 소비재(혹은 내가 업무를 하면서 사용하는 B2B 제품)로 국한된다는 한계가 생깁니다.

피터 린치가 실제로 한 말은 ‘아는 것에 투자하라(Invest in what you know)’였습니다. 생활 주변에서 접하는 제품과 서비스라면 내가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으니 성공 ‘확률’이 높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고 생활 주변에서 투자 아이디어를 발견하라는 발상이 잘못된 건 전혀 아닙니다. ‘생활 주변에서 발견한 투자 아이디어’, ‘아는 것에 투자하기’, ‘성공 확률’, 이들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오늘은 이 이야기를 자세히 다루어보겠습니다.

피터 린치가 실제로 남긴 말은 '생활 주변에서 투자할 기업을 찾으라'가 아니라 ‘아는 것에 투자하라(Invest in what you know)’였다. 돋보기를 든 피터 린치 모습은 생성형 AI 챗봇(Grok 3)으로 제작한 이미지.

투자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투자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이 필요할까요? 물론 사람마다 투자 스타일이 다르고, 별생각 없이 무언가를 샀다가도 대박이 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지속 가능성(여러 번 반복할 수 있는가)과 복제 가능성(내가 따라 할 수 있는가)의 관점에서 살펴보아야 합니다.

그러한 관점에서 투자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과정이 필요합니다.

  • 투자 대상에 대한 이해 (ie. 주식이란 무엇인가, 어떤 사업을 하는 회사인가)
  • 투자 대상의 현재 상황에 대한 이해 (ie. 현재 재무 상태와 최근 실적, 산업과 경쟁사, 매크로 동향)
  • 투자 대상에 향후 일어날 수 있는 일들 (ie. 낙관적·비관적인 시나리오에서의 장단기 실적 추이, 기타 이벤트)
  • 다른 투자자들이 이 투자 대상에 기대하는 것 (ie. 최근 주가 추이, 긍정적·부정적인 이벤트에 대한 민감도)

투자자인 나의 상태에 대한 이해(재산 상태, 건강 상태, 지출 계획 등), 다른 투자 대상과의 관계(포트폴리오 기여) 등 다른 요소도 중요하지만 여기서는 특정 대상 하나에만 국한해서 이야기하겠습니다.

투자 아이디어는 어디서든 접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로부터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고, 다른 분석 자료를 읽을 수도 있고, 어떤 지표들을 조합해서 기준을 만족하는 주식의 리스트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투자 아이디어를 얻는 건 투자 의사결정 과정의 일부분일 뿐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과정들, ‘숙제’라고도 표현하는 과정들을 수행해야 현재의 투자안이 나에게 유리한 확률분포를 가지는지를 추론할 수 있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피터 린치는 ‘스타벅스 커피가 맛있었다 해서 곧장 스타벅스 주식을 사라는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능력범위

위의 네 가지 과정을 수행함에 있어 내가 ‘실생활에서 접하고 있다’는 건 상당한 강점이 될 수 있습니다. 특정 제품이나 브랜드를 직접 경험하면 소비자의 입장에서 그 품질과 매력을 판단할 수 있고, 이를 통해 해당 기업이 성장할 가능성을 가늠해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한 사용자 경험이 곧바로 투자로 이어져서는 안 됩니다. 소비자로서의 시각은 제한적일 수 있으며, 기업의 실적이나 산업 내 경쟁 구도를 고려하지 않으면 왜곡된 판단을 내릴 위험이 큽니다.

예를 들어 한 소비자가 특정 브랜드의 전자제품을 만족스럽게 사용했다고 가정해봅시다. 이 제품이 뛰어난 품질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 기업이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경쟁사 대비 원가 구조가 불리하거나, 연구개발 비용이 과도하게 들거나, 특정 지역에서만 강한 브랜드일 가능성도 고려해야 합니다. 즉 실생활에서 접하는 정보는 기업을 이해하는 하나의 단서일 뿐, 보다 종합적인 분석이 필수적입니다.

A라는 브랜드의 화장품을 써보고 품질이 뛰어나다고 느꼈다고 한다면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필요합니다.

  • 이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은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
  • 이 브랜드가 속한 회사는 전체적으로 어떤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는가?
  •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는가?
  • 경쟁사 대비 차별점이 무엇인가?

내가 이 제품을 선호한다는 건 시장 전체에서는 ‘한 명의 소비자가 이 제품을 선호한다’라는 정보일 뿐이죠. 정보를 넘어서서 추론의 단계로 가는 과정이 위와 같은 질문이고, 추론을 통해 우리는 투자 의사결정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내가 직접 경험해보았다’라는 것은 ‘나’라는 한 명의 소비자의 선호를 넘어서 ‘다른 사람’이 어떤 선호를 가질 것인가를 추론하는 데 중요한 정보가 됩니다.

소비재 트렌드

생활 속에서 접하는 많은 투자 아이디어는 소비재와 관련이 있습니다. 음식료, 화장품, 전자기기, 의류 등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분야이며, 그만큼 투자 아이디어를 얻기가 쉽습니다. 그러나 소비재 트렌드는 매우 빠르게 변합니다.

예를 들어 한때 유행했던 ‘건강음료’의 시장을 생각해봅시다. 처음에는 혁신적인 제품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경쟁이 심화되고 새로운 트렌드가 등장하면서 성장이 둔화됩니다. 즉 특정 브랜드가 인기를 얻었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투자처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트렌드의 지속 가능성을 분석해야 합니다.

‘생활 주변에서 발견하라’라는 아이디어를 단편적으로 받아들이면, 내 주변에서 많이 쓰면 주식을 사고, 내 주변에서 덜 쓰기 시작했을 때 주식을 파는 형태의 의사결정이 될 수 있겠죠. 동일한 전략을 쓰는 남들과 같은 의사결정이 될 수밖에 없고, 주가가 오를 때 따라 사고 떨어질 때 따라 파는 행태와 다를 바가 없어집니다. (돈을 못 번다는 뜻이 아닙니다. 구조적 우위가 없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기업과 주식의 본질적인 요소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지난번 ‘프리미엄의 조건’과 ‘최소한의 산업 분석’ 시리즈를 참고하시면 도움이 될 텐데요. 락인 효과, 구매 주기, 규모의 경제 등 사업의 지속 가능성과 주식의 프리미엄을 구성하는 여러 요인이 있고, 이에 기반해서 투자하는 일은 다른 투자자 대비 구조적 우위를 가져다줍니다. (모두가 트렌드 예측에만 시간을 쏟고 있으니까요.)

알지 못하는 것에는 투자할 수 없나?

‘생활 주변에서 발견하라’를 뒤집으면 ‘생활 주변에서 발견할 수 없으면 투자하지 말라’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면 B2B 기업과 B2G 기업 대부분이 투자 대상에서 제외될 테고, B2C에서도 내가 쓰는 제품과 서비스가 아니라면 투자 대상에서 제외되겠지요. 투자자로서 너무 불리합니다. 선택지가 많아야 유리한 거래를 만들 수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안다’라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스마트폰이 없으면 살 수 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스마트폰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모릅니다. 무선통신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이해하는 사람이 전체 인구의 몇 퍼센트일까요? (일단 저는 아닙니다.) 화장품은 늘상 사용하지만 화장품 구성 성분들의 화학적인 상호작용을 모두 이해하는 건 아닙니다. 한국은 반도체 강국이지만 반도체에서 일어나는 양자 현상을 이해하는 사람은 전 세계에 거의 없습니다.

일상 용어에서 무언가를 ‘안다’는 것은 따져보면 실제로 ‘안다’는 게 아닙니다. 그렇다면 ‘모른다’는 것도 사실은 일상 용어로 치자면 모르는 게 아닐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을 대하는 미국의 태도로부터, 종전이 되더라도 유럽과 각 나라의 국방 예산이 줄어들지 않을 수 있다고 추론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각국의 각자도생을 강조하고, 우크라이나 개입의 대가로 막대한 자원 채굴권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결국 미국의 안보우산에 기대는 비용이 점점 높아짐을 의미하고, 각국에서는 미국에 의지하는 것보다는 각자가 국방력에 투자하는 게 낫다고 판단할 수 있겠죠. 그게 애초부터 트럼프가 주장했던 바이기도 하고요. (물론 틀릴 수 있습니다만.)

위와 같은 추론은 어떻게 가능한 걸까요? 우리가 그간 배워온 역사가 있고, 최근의 국제 정세 흐름, 이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있죠. 인간은 물리적 실체를 가지고, 실제로 주변과 상호작용하면서 이 세계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학습합니다. 우크라이나에 가본 적이 없어도 우크라이나의 참상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입장과,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면서도 너무 많이 지원하는 것은 부담스러워하는 유럽의 미온적인 반응과, 그에 분개하면서 미국의 자원을 이용하는 것의 대가를 톡톡히 받아내려는 미국의 태도를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

이 모든 상상력의 기반은 우리가 가지고 태어난 유전자와, 우리 생명이 형성된 이래 주변과의 상호작용으로 인한 학습의 결과입니다. 결국 내가 가진 모든 지식은 내 생활 주변에서 습득한 지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중요한 것은 ‘내가 알고 있는 세계관’을 토대로 한 ‘합리적인 추론이냐’, 그리고 내가 알고 있는 세계관이 잘못되었다는 게 드러났을 때 ‘세계관을 수정할 수 있느냐’입니다. 그 두 조건에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있다면 우리는 소위 ‘모르는 것’에도 투자할 수 있습니다.

‘아느냐 모르느냐’보다는 ‘합리적으로 추론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훨씬 중요한 질문이 됩니다.


정리해보겠습니다.

  • 생활 주변에서 아이디어를 발견하는 일은 투자 의사결정의 성공 확률을 높여준다.
  • 내가 선호하는 제품·서비스를 만드는 기업의 주식을 막 사라는 뜻이 아니다.
  • 중요한 건 기업이 처해 있는 상황과 이에 대응하는 기업의 경쟁력을 추론해낼 수 있느냐다.

감사합니다.


※ 버핏클럽의 모든 글은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에 대한 모든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귀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