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은 여전했다. 미국 경제에 대한 신뢰와 낙관을 견지했다. 5월 2일 온라인으로 열린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버핏은 “미국에서는 항상 기적이 일어났다”며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워런 버핏   이번 버크셔 주주총회는 주주총회 기분이 나지 않는군요. 나의 60년 동업자 찰리 멍거가 여기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나는 여기 오는 사람들 대부분이 찰리의 말을 들으러 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걱정하지 마세요. 찰리는 96세이지만 장담컨대 건강합니다. 그는 예전처럼 사고력도 양호하고 목소리도 또렷하답니다. 다만 이번에 오마하까지 먼 길을 오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았을 뿐입니다. 찰리는 활동을 다양하게 늘리면서 새로운 생활을 즐기고 있습니다. 그래서 매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있으며, 기술 분야에서는 나보다 앞서가고 있습니다. 아무튼 찰리는 건강하므로, 내년에는 이 자리에 다시 올 것입니다. 내년에는 모든 면에서 정상적인 모습으로 주주총회를 진행하게 될 것입니다.

보험 사업을 담당하는 부회장 아지트 자인도 뉴욕에서 안전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자인 역시 무리해서 오마하까지 올 필요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대신 보험 사업을 제외하고 모든 사업을 담당하는 그레그 에이블이 내 왼쪽에 있습니다. 그레그가 경영하는 수십 개 기업은 매출액 합계가 1,500억 달러 이상이며 종업원도 30만 명이 넘습니다. 아지트와 그레그가 없어도 내가 현재 업무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물론 지난 몇 개월 동안 모두가 궁금해하는 사항은 ‘미국의 보건과 경제 상황이 향후 몇 개월 어쩌면 몇 년 동안 과연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입니다. 보건에 대해서는 나 역시 아는 바가 정말 없습니다. 학창 시절에 회계학 공부는 그럭저럭 했지만 생물학은 엉망이었거든요. 이런 다양한 문제에 대해서 나도 여러분과 똑같은 방식으로 배우는 중입니다.

그러나 지금 이 상황에서는 보건 분야에서 매우 다양한 사건이 발생할 수 있고, 경제 분야에서도 매우 다양한 사건이 발생할 수 있을 듯합니다. 보건과 경제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건 분야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지만 나는 우리 상황이 최선도 아니고 최악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초기에 코로나 바이러스의 잠재력을 평가하기는 정말 어려웠습니다. 지금도 코로나에 대해 많이 배워가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매우 현명한 사람들이 코로나 연구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보건 분야의 변수는 범위가 다소 축소되었을지 몰라도, 경제 분야의 변수는 범위가 여전히 매우 넓습니다. 사회의 상당 부분이 자발적 폐쇄 상태에 들어갈 때 어떤 일이 발생할지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2008~2009년에는 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모두 위기에 처해 미국 경제가 탈선했습니다. 이번에도 미국 경제는 탈선 상태가 되었으며, 높은 생산성과 거대 인구를 보유한 초일류 국가의 노동자들이 엄청난 불안과 혼란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래도 나는 미국 경제의 미래에 대해 말하고자 합니다. 나는 여전히 확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도 미국 경제의 미래를 확신했고, 쿠바 미사일 위기에도 확신했으며, 9·11 테러와 금융위기 역시 미국을 막을 수 없다고 확신했습니다. 우리는 과거에도 커다란 문제에 직면했습니다. 물론 코로나와 똑같은 문제는 아니며, 이와 비슷한 문제는 직면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더 어려운 문제에도 대처했고, 미국에서는 항상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이번에도 그럴 것입니다.

여러분이 태어날 시점과 장소를 선택할 수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여러분은 남자가 될지 여자가 될지 모르고, 지능이 높을지 낮을지도 모르며, 특별한 재능을 타고날지 결함을 안고 태어날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이 선택하는 시점은 1720년도, 1820년도, 1920년도 아닐 것입니다. 여러분은 바로 오늘, 바로 미국을 선택할 것입니다. 1789년 미국 독립 이후 사람들은 미국으로 오고 싶어 했습니다. 지난 231년 동안 미국으로 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항상 있었다는 말입니다. 미국은 대단히 젊은 나라입니다. 찰리와 나와 그레그 에이블의 나이를 더하면 미국의 나이보다 많습니다. 그 정도로 미국은 매우 젊은 나라입니다. 그런데도 미국은 기적을 이루었습니다. 이 짧은 기간에 미국이 이룬 기적을 생각해보십시오.

1789년 미국 인구는 390만이었고 그중 70만이 노예였습니다. 세계 인구의 0.5%에도 못 미치는 인구였습니다. 그들 중 어느 누구도, 가장 낙관적인 사람조차 231년 후 미국의 모습을 제대로 상상한 사람은 없었을 것입니다. 이제 미국 도로에는 자동차만 2억 8,000만 대가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5시간이면 항공기로 대륙을 횡단할 수 있고, 어느 주(州)에나 훌륭한 대학교들이 있고, 훌륭한 병원 시스템이 있으며,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사람들은 오락을 즐기고 있습니다. 미국은 231년 후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기적을 이루어냈습니다.

그러나 내 편견이겠지만 주식시장이 내일, 다음 주, 다음 달, 내년에 어떻게 될지는 나도, 그리고 아무도 모릅니다. 장기적으로 미국은 계속 발전할 것입니다. 하지만 9·11 테러 전날에도 우리는 바로 이튿날 시장조차 내다보지 못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생한 것은 불과 몇 개월 전입니다. 미국은 틀림없이 발전하겠지만 시장에서는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투자에는 조심해야 합니다.

1987년 10월 19일 월요일, 시장은 단 하루 만에 22%나 폭락했습니다. 1914년에는 주식시장이 약 4개월 동안 문을 닫았고, 9·11 테러 당시에는 4일 동안 문을 닫았습니다. 내일 무슨 일이 발생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내가 열한 살에 처음으로 주식을 산 이후 미국은 거대한 순풍을 탔습니다. 그러나 순풍이 하루도 빠짐없이 부는 것은 아니며, 내일 시장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므로 코로나 같은 세계적 전염병이 돌면 시장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빌린 돈으로 투자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버크셔 역시 차입금으로 투자하는 일은 없습니다. 우리는 투자할 때 말 그대로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며, 그것도 한 분야가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동시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를 생각합니다. 아무리 큰 수를 여러 번 곱해도 거기에 제로를 한 번만 곱하면 모두 제로가 됩니다. 그러므로 순풍을 타고 가는 미국에 투자하더라도 빌린 돈으로 투자해서는 안 됩니다.

내가 보기에 미국에 부는 순풍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미국 주식을 장기간 보유하면 좋은 성과를 얻을 것입니다. 30년 만기 미국 국채는 현재 수익률이 1.25%에 불과하며, 여기서 소득세까지 납부해야 합니다. 게다가 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는 연 2%입니다. 주식의 수익률은 장기 국채보다 높을 것이고, 단기 국채보다도 높을 것이며, 매트리스 밑에 숨겨둔 현금보다도 높을 것입니다. 안전마진을 충분히 확보한 건전한 투자라면 미국 주식은 대단히 훌륭한 투자입니다.

우리는 주식이 기업의 일부라고 항상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주식을 대하는 태도는 다릅니다. 주식은 분 단위로 가격이 형성되며 언제든 매매할 수 있어서 사람들은 매 순간 평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정말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1949년 벤저민 그레이엄은 내게 가르쳐주었습니다. 주식은 차트에 따라 가격이 오르내리는 종이 쪼가리가 아니라 기업의 일부라고 말이지요.

여러분이 코로나 발생 이전부터 좋아하던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면, 단지 주가가 바뀌었다는 이유로 주식을 매도할 필요는 없습니다. 여러분이 그 기업과 경영진을 정말 좋아하며 기업의 본질이 바뀌지 않았다면 그 주식은 여전히 매우 유리한 투자가 됩니다. 아니면 미국에 투자해도 됩니다. 개별 종목을 독자적으로 평가할 생각이 아니라면 사람들 대부분에게는 미국의 대표 주식들을 매수해서 묻어두는 편이 좋습니다. 내가 대학 졸업 시점에 그렇게 투자했다면 투자 원금은 100배가 되었을 것이며 덤으로 내가 받은 배당도 계속 증가했을 것입니다.

미국에는 놀라운 순풍이 불고 있습니다. 그러나 순풍은 중단될 때도 있고, 그 시점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이때 차입금 때문에 또는 심리적 불안감 때문에 타격을 받아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미국 주식을 수십 년 동안 계속 보유할 수 있다면, 여러분은 국채를 보유하거나 남들의 조언을 따를 때보다 훨씬 좋은 성과를 거두게 될 것입니다. 사람들은 아무 소용 없는 조언에 막대한 비용을 치르고 있습니다. 남의 조언 덕분에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정말로 잘못 판단하는 것입니다.

미국을 대표하는 우량주에 투자하십시오. 대부분 사람들에게 최선의 선택은 S&P500 인덱스펀드를 보유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S&P500 인덱스펀드는 팔아도 남는 것이 많지 않으므로 금융사 직원들은 다른 상품을 권유할 것입니다.

나는 평생 미국에 돈을 걸겠습니다. 버크셔의 내 후계자도 그럴 것으로 기대합니다. 버크셔가 미국에 돈을 거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우리는 기업을 통째로 인수하거나, 기업의 일부를 매수합니다. 지금이 주식 매수에 적기라는 말은 아닙니다. 나는 주가가 언제 상승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미국 대표 주식들을 매수해서 20~30년 동안 보유할 수는 있습니다. 누구나 동업자가 된다는 생각으로 주식을 매수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주식을 가격 등락에 따라 사고파는 종이 쪼가리로 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지난 4월 우리는 주식 약 60억 달러를 순매도했습니다. 이는 주식시장 침체를 예상해서도 아니고, 누군가 목표 주가를 낮춰서도 아니며, 기업들이 올해 이익 추정치를 낮추어서도 아닙니다. 단지 내가 평가에서 실수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매도했습니다. 이해할 수 있는 실수였습니다. 주식을 매수할 때 우리는 확률가중 판단을 했습니다.

우리는 항공사 주식들이 매력적이라고 판단해서 투자했습니다. 4대 항공사 주식 약 10%씩을 70~80억 달러에 매수했고, 여기서 나오는 이익(배당 + 유보 이익 중 버크셔의 몫)이 약 10억 달러라고 평가했으며, 향후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았습니다. 항공사 주식은 뉴욕증권거래소를 통해서 매수했지만, 우리는 기업을 통째로 인수한다는 생각으로 매수했습니다. 그러나 항공사에 대한 내 생각은 틀린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탁월한 4대 항공사 CEO들의 잘못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내 생각이 틀리길 바라지만, 4대 항공사들은 상황이 크게 변화한 탓에 각각 평균 100~120억 달러 이상을 차입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일부 항공사는 주식을 발행하거나 신주인수권을 판매해야 할 것입니다. 항공사 승객 수가 작년 수준으로 회복되려면 2~3년이 걸릴지도 모릅니다.

버크셔가 지분을 매각한 4대 항공사를 밝혀주시겠습니까?

버핏   우리는 항공사 경영진에 대해 실망해서 매도한 것이 절대 아닙니다. 단지 항공산업에 대한 평가가 달라졌을 뿐입니다. 우리가 매도한 미국 4대 항공사는 아메리칸항공, 델타항공, 사우스웨스트항공, 콘티넨탈항공입니다. 이제 항공산업의 환경이 바뀌었습니다. 항공사들의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기를 바랍니다. 여러 산업 중에서도 특히 항공산업이 통제 불능 사건에 의해서 큰 타격을 입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레그, 보탤 말 있나?

그레그 에이블    보탤 말 없습니다.

버핏   제2의 찰리가 등장했군요.

항공사 투자는 내 실수였습니다. 확률이 낮아도 가끔 발생하는 사건이 있는데, 이번에는 항공산업에서 발생했습니다. 투자를 결정한 사람은 바로 나였습니다.

4대 항공사 지분을 모두 처분하셨나요?

버핏   네. 모두 매도했습니다. 우리는 보유 지분을 매도하면 대개 모두 매도합니다. 조금만 파는 방식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어떤 기업의 지분을 100% 인수하면, 일부를 매각하고 90%나 80%만 보유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지요. 마음에 드는 기업이면 지분을 최대한 인수해서 최대한 오래 보유합니다. 항공사 주식은 매수한 가격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매도했습니다.

당신은 주주들에게 주식을 매수하라고 권유하지만, 버크셔는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주식 매수를 꺼리는 듯합니다.

버핏   현재 우리 포트폴리오 규모는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최악의 가능성을 생각할 때, 나는 확률이 희박한 사건에 대해서도 생각합니다. 그런 사건이 발생하지 않길 바라지만, 그래도 발생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예컨대 보험 사업을 하다 보면 사상 최대 규모의 허리케인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1개월 후에 사상 최대 규모의 지진까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한 가지 사건에만 대비하지 않습니다. 문제가 가속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에도 대비합니다.

예컨대 2008~2009년 세계 금융위기에서도 첫날에 모든 문제가 한꺼번에 발생하지는 않았습니다. 9월 초 패니메이(Fannie Mae), 프레디맥(Freddie Mac) 등 정부지원기관(Government Sponsored Enterprises)이 법정관리에 들어가자 문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이어서 MMF시장이 붕괴하면서 순자산가치가 액면가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이렇게 한 사건이 다른 사건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최악의 사례보다 훨씬 나쁜 시나리오에 대비합니다.

나는 주식을 오늘, 내일, 다음 주, 다음 달에 매수하라고 권유하는 것이 아닙니다. 매수 시점은 여러분의 상황을 고려해서 선택해야 합니다. 그러나 매우 장기간 보유할 생각이고 금전적·심리적 충격까지 버텨내기로 각오한 사람이 아니라면 주식을 매수해서는 안 됩니다. 농부들이 농지 시세에 관심 기울이지 않고 계속 농지를 보유하듯이 주식 시세에 관심을 기울이지 말고 계속 보유해야 합니다. 주가가 바닥일 때 매수하려 해서도 안 됩니다. 여러분에게 바닥 시점을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주식을 매수하고 나서 주가가 50% 이상 폭락해도 느긋한 태도로 견뎌낼 수 있어야 합니다.

몇 년 전 연차보고서(2017년 주주서한)에서 밝혔듯이, 버크셔도 주가가 50% 이상 폭락한 적이 3회 있었습니다. 만일 차입금으로 버크셔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면 포지션이 청산되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주가가 50% 이상 폭락했을 때, 실제로 버크셔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만약 주가가 폭락하는 모습을 보고 대응하려고 했거나 남의 조언을 들었다면 주식을 계속 보유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투자 심리가 흔들려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공포감에 쉽게 휘둘리거나 부주의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바이러스에 유난히 취약한 사람들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손실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투자 심리가 불안정한 사람은 주식을 보유해서는 안 됩니다. 잘못된 시점에 주식을 매수하거나 매도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의 조언에 의지해서도 안 됩니다. 자신이 스스로 이해하고 결정해야 합니다.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면 남의 말에 휘둘리게 되니까요.

오늘이 매수에 적기인지 나는 알지 못합니다. 1~2년 보유하면 좋은 실적이 나올지도 나는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20~30년 보유한다면 좋은 실적이 나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