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0월 3일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타바버라 허브 케이 학부 경제학과 강연

나는 주제를 개략적으로 언급하고 나서 여러분이 질려서 나를 끌어낼 때까지 질문을 받겠습니다. 짐작하시겠지만 나는 수십 년 전부터 소프트 사이언스(soft science, 정치학·경제학·사회학·심리학 등 사회과학·행동과학) 사이의 교류 개선에 관심이 있었으므로 오늘 강의를 수락하게 되었습니다.

경제학은 여러 측면에서 소프트 사이언스의 여왕입니다. 사람들은 경제학이 다른 소프트 사이언스보다 나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나는 경제학이 다른 소프트 사이언스보다 다학제 측면에서 낫다고 봅니다. 그러나 경제학은 여전히 엉망이라고 보며, 이 문제점에 대해서도 논의하고자 합니다.

이제 경제학의 강점과 약점을 논의할 텐데, 먼저 여러분에게 밝혀두어야 할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나는 경제학 과목을 수강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사실입니다. 이렇게 자격도 갖추지 못한 사람이 왜 뻔뻔스럽게 여기서 이 강의를 하는지 궁금할 것입니다. 뻔뻔스러운 면에서는 내가 (태권도의) 검은 띠 보유자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아는 일부 여성은 소비 면에서 검은 띠 보유자입니다. 타고난 재능이지요. 이들은 내가 뻔뻔스러운 면에서 검은 띠 보유자라고 평가합니다.

나는 두 가지 경험을 통해서 경제에 대해 유용한 통찰을 얻었습니다. 하나는 버크셔 해서웨이이고 다른 하나는 나의 독특한 교육 이력입니다. 물론 버크셔는 마침내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되었습니다. 워런이 버크셔를 인수하던 시점에는 시가총액이 약 1,000만 달러였지만 40년 뒤에는 유통 주식 수가 많이 증가하지 않았는데도 시가총액이 약 1,000억 달러로 1만 배나 증가했으니까요. 이후 해를 거듭하면서 버크셔는 실패 사례도 거의 없이 착실하게 성장했습니다. 아마도 워런과 나의 미시경제학 지식이 유용했다는 뜻이겠지요.

효율적 시장 이론을 무시하는 버크셔

노벨상을 받은 한 경제학자는 오래전부터 버크셔의 성공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먼저 그는 버크셔가 주식 투자로 얻은 초과수익은 1시그마(3분의 1 확률) 사건일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행운이 아니면 아무도 초과수익을 낼 수 없다면서 말이지요. 당시 대부분 경제학과에서는 이 강형 효율적 시장 이론을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학생은 아무도 초과수익을 낼 수 없다고 배웠습니다. 그러나 이후에도 버크셔가 계속 탁월한 실적을 기록하자 그는 2시그마(22분의 1 확률) 사건이라고 말했고, 그다음에는 3시그마(370분의 1 확률) 사건, 4시그마(1만 6,000분의 1 확률) 사건이라고 말했으며, 마침내 6시그마(5억분의 1 확률) 사건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너무 웃어서 더는 주장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후 그는 설명을 180도 바꾸어 “여전히 6시그마 사건이지만, 6시그마에 해당하는 실력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슬픈 이야기를 보면 《가난한 리처드의 연감》에 실린 벤저민 프랭클린의 통찰이 옳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누군가를 설득하려면 이성이 아니라 이기심에 호소해야 한다는 것 말입니다. 그 경제학자는 상황이 바뀌자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견해를 바꾼 것입니다.

나는 UCLA 줄스 스타인 안과 연구소(Jules Stein Eye Institute)에서도 똑같은 현상을 보았습니다. 나는 친구에게 왜 그렇게 낡아빠진 백내장 수술 기법만 가르치는지 물었습니다. 친구가 대답했습니다. “찰리, 가르치기에는 기막히게 좋은 수술 기법이거든.” 하지만 그 수술 기법을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거의 모든 환자가 그 수술 기법을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역시 누군가를 설득하려면 이성이 아니라 이기심에 호소해야 합니다.

버크셔는 강형 효율적 시장 이론에 털끝만큼도 관심을 두지 않고서 이 모든 실적을 달성했습니다. 또한 이 이론의 파생 개념에도 털끝만큼의 관심조차 두지 않았습니다. 경제학에서 기업 금융 분야로 넘어가 자본 자산 가격 결정 모형(capital asset pricing model)으로 변신한 그 역겨운 개념 말입니다. 단지 변동성 높은 주식에 투자하기만 해도 초과수익 연 7% 포인트를 쉽게 얻을 수 있다고 믿으려면 이빨 요정(tooth fairy)을 믿을 정도가 되어야 합니다.

믿기 어렵겠지만 줄스 스타인 박사처럼 사람들도 한때 이런 개념을 믿었습니다. 그 믿음은 보답받았고 널리 확산했습니다. 지금도 이 개념을 믿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나 버크셔는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세상이 우리 방식으로 돌아가고 있고 시장이 완벽하다는 사고방식은 사라지고 있습니다.

주식시장이 완벽하게 효율적일 수 없다는 사실이 내게는 항상 명확하게 보였습니다. 10대 시절 패리 뮤추얼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오마하 경마장에 가보고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내게는 명확하게 보였습니다. 딜러인 경마장의 몫이 17%라면, 돈을 걸 때마다 손실이 17%보다 훨씬 적은 사람도 있고 17%보다 훨씬 큰 사람도 있었습니다. 따라서 오마하 경마장의 이 시스템은 완벽하게 효율적인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주식시장은 항상 효율적이므로 주가도 항상 합리적이라는 주장을 나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말과 배당률 분석에 탁월한 사람이 장외 경마에서 실제로 돈을 번 사례도 있습니다. 이런 능력을 갖춘 사람이 미국에 많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는 있습니다.

나의 교육 이력은 흥미롭습니다. 부족한 교육과 독특한 기질이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어떤 까닭인지 내게는 일찌감치 극단적인 다학제 기질이 있었습니다. 인접한 다른 학문 분야에서 핵심 개념이 보이면, 내 학문 분야에서 사소한 개념을 배우는 것으로는 도저히 만족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정말로 효과적인 핵심 개념을 배우려고 사방팔방을 뒤졌습니다. 그렇게 하라고 가르쳐준 사람은 없었습니다. 타고난 열망 때문이었습니다. 통합에 대한 열망도 천성이었습니다. 나의 시도는 종종 실패했는데, 그러면 당분간 접어두었다가 다시 시도했습니다. 문선명 목사의 개종 기법이 효과적인 이유를 깨닫기까지 20년이 걸렸습니다. 그러나 심리학계는 아직도 깨닫지 못했으므로 내가 앞선 셈입니다.

내게는 이런 문제에 도전하는 기질이 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났을 때 나는 물리학에 빠져들었습니다. 항공단에 입대한 이후 칼텍에서 물리학을 더 공부해 기상학자가 되었습니다. 젊은 나이에 하드 사이언스(hard science, 물리학·화학·생물학·지질학·천문학 등 자연과학)의 기본 특성과 사상에 매료되었습니다. 이 경험은 엄청나게 유용했습니다. 이제부터 그 사상을 설명하겠습니다.

여러분은 자신의 전공 분야 핵심 개념보다 더 기본적인 핵심 개념을 모든 학문 분야에서 파악해야 합니다. 어떤 문제든 가장 기본적인 방식으로 설명해야 제대로 설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가장 기본적인 개념에서 원인을 찾아야 합니다. 예컨대 물리학 관련 문제라면 물리학에서 원인을 찾아야 하고 생물학 관련 문제라면 생물학에서 찾아야 합니다. 나는 이 사상이 내 사고 체계 구성에 유용하다는 점을 일찌감치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하드 사이언스는 물론 소프트 사이언스 분야에서도 이 사상이 매우 유용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하드 사이언스는 물론 소프트 사이언스 분야에서도 이 사상을 움켜쥐고 평생 계속 사용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한 것은 커다란 행운이었습니다.

하드 사이언스에서 이 사상이 얼마나 유용한지 보여주는 극단적인 사례가 있습니다. 물리학에는 볼츠만 상수(Boltzmann constant)라는 기본 상수가 있습니다. 여러분 모두 잘 알 것입니다. 흥미롭게도 이 상수를 발견한 사람은 볼츠만이 아닙니다. 그러면 왜 볼츠만 상수가 되었을까요? 이 상수를 최초로 발견한 사람보다 볼츠만이 더 기본적인 방식으로 기초 물리학에서 이 상수를 유도해냈기 때문입니다. 하드 사이언스의 사상은 기본 지식 체계에 의한 환원주의(reductionism, 복잡한 명제 등을 더 단순하게 바꾸어 설명하는 이론)를 강력하게 선호하므로, 누군가 더 기본적인 방식으로 설명하면 최초 발견자는 곧바로 역사에서 사라지게 됩니다. 나는 이렇게 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볼츠만 상수가 된 것이 타당하다는 말입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나와 버크셔는 경제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한때 경제학계에서 크게 유행하던 강형 효율적 시장 이론과, 여기서 파생되어 더 무력해진 자본 자산 가격 결정 모형을 무시하면서 말이죠. 당연히 나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오늘 내가 뻔뻔스럽게 이 자리에 선 것은, 이력이 독특한 것도 있지만 젊은 시절에 그다지 멍청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버드 법학대학원에 다니던 첫해 나는 약 1,000명 중 2등을 했습니다. 나보다 훨씬 똑똑한 사람은 항상 많지만 두뇌 게임이라면 전혀 망설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경제학의 강점

먼저 경제학의 명백한 강점부터 논의하겠습니다. 경제학의 명백한 강점은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곳에서 등장했다는 점입니다. 200년 전 기술 개발 등으로 문명이 발전하면서 문명 세계의 실질 1인당 생산량이 연복리 2% 수준으로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전에는 수천 년 동안 1인당 생산량 실질 성장률이 0%를 미미하게 웃도는 정도였습니다. 이렇게 엄청난 성공에 힘입어 경제학도 성장했습니다. 경제학은 이 성공을 어느 정도 지원했고 어느 정도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당연히 경제학도 성장했습니다. 이후 공산주의 경제가 모두 붕괴하자 자유 시장 경제가 번창했고 경제학의 평판은 더 높아졌습니다. 경제학은 학계에서 매우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경제학은 나머지 소프트 사이언스보다 다학제 성향이 더 강했습니다. 필요한 개념이 외부에 있으면 그냥 가져다 사용했습니다. 이런 성향은 맨큐(Nicholas Gregory Mankiw)의 새 교과서 《맨큐의 경제학(Principles of Economics)》에서 절정을 이루었습니다. 나는 이 교과서를 확인해보았습니다. 나처럼 이 책이 출간되자마자 구입한 기업인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나는 이 친구가 경제학을 얼마나 크게 발전시켰는지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맨큐의 신입생 교과서를 빠르게 훑어보았는데, 경제학 원칙들이 들어 있었습니다.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은 강력한 개념이므로 정답을 찾으려는 사람은 누구나 사용해야 합니다. 인센티브도 강력한 개념입니다.

끝으로 캘리포니아대 샌타바버라의 생태학 교수 개릿 하딘(Garrett Hardin)이 보급한 공유지의 비극 모형도 있었습니다.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에 대응해서 하딘은 ‘보이지 않는 발’이라는 사악한 개념을 도입했습니다. 나는 하딘의 이 모형 덕분에 경제학이 더 완벽해졌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은 하딘이 이 모형을 내게 처음 소개했을 때부터 나는 이 모형이 결국 경제학 교과서에 실릴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놀랍게도 약 20년 뒤 마침내 경제학 교과서에 실렸습니다. 맨큐가 다른 학문 분야로 손을 뻗어 하딘의 모형 등 유용한 개념을 가져온 행위는 옳았습니다.

경제학이 초기부터 소프트 사이언스에서 최고의 두뇌를 끌어들인 것도 경제학 발전에 유용했습니다. 경제학은 현실 세계와의 상호 작용도 다른 소프트 사이언스 학계보다 많았습니다. 그 결과 경제학 박사 조지 슐츠(George Shultz)와 로렌스 서머스(Lawrence Summers)가 장관에 임명되는 등 훌륭한 성과도 나왔습니다. 이것도 경제학의 커다란 강점입니다.

경제학은 초기부터 세계 역사상 최고의 저술가를 끌어들이기도 했습니다. 먼저 애덤 스미스를 봅시다. 당시 그는 매우 훌륭한 사상가이자 저술가여서, 당시 독일 최고의 지성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는 “독일에는 애덤 스미스에 필적할 인물이 없다”라고 선언했습니다. 칸트보다도 더 간결하게 말하는 볼테르(Voltaire)가 곧바로 응수했습니다. “프랑스에는 애덤 스미스와 비교할 인물조차 없습니다.” 이렇게 경제학은 처음부터 매우 훌륭한 인물과 저술가를 확보했습니다.

이후 존 메이너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 같은 훌륭한 저술가도 등장했습니다. 그는 내가 항상 인용하는 인물로서 내 인생에 많은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현대에 와서는 폴 크루그먼(Paul Krugman) 같은 저술가도 등장했습니다. 그의 유창한 글은 탄성을 자아내게 합니다. 그의 정치적 견해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의 글은 정말 좋습니다. 나는 그가 현존하는 저술가 중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경제학은 전설적인 저술가를 계속 끌어들였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탁월한 글솜씨로 경제학 분야 밖으로도 엄청난 영향을 미쳤습니다. 다른 학문 분야에서는 보기 어려운 모습입니다.

경제학의 문제점

이제 칭찬 대신 비판을 할 시간입니다. 지금까지는 경제학이 다른 소프트 사이언스보다 여러모로 낫다고 인정했습니다. 문명 세계의 자랑이었지요. 이제는 경제학의 문제점도 살펴보아야 공평하겠지요.

치명적 단절성

내가 생각하는 경제학의 문제점은 9가지인데 일부 문제점은 더 세분해서 설명하겠습니다. 경제학의 문제점 하나는 앨프리드 노스 화이트헤드(Alfred North Whitehead, 영국의 철학자, 수학자)가 일찌감치 언급한 ‘학문 사이의 치명적 단절성’입니다. 각 분야의 교수는 다른 분야의 모형을 알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 학문을 통합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화이트헤드는 싫어하겠지만 요즘 이런 사람을 가리키는 명칭이 ‘멍청이’입니다. 완전히 미친 행동 방식이지요. 그런데도 경제학은 다른 학문처럼 지나치게 배타적입니다.

이런 행동 방식이 이른바 ‘망치 든 사람 증후군’을 유발합니다. ‘망치 든 사람에게는 모든 문제가 못으로 보인다’는 말에서 따온 표현입니다. 이 증후군은 모든 전문직, 모든 학문, 대부분의 실생활을 놀라울 정도로 망쳐놓습니다. ‘망치 든 사람 증후군’을 피하는 유일한 해결책은 도구 한 세트를 모두 갖추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망치뿐 아니라 모든 도구를 갖추어야 합니다.

한 가지 요령이 더 필요합니다. 이들 도구를 체크리스트 방식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필요할 때마다 적합한 도구가 저절로 튀어나올 것으로 기대하면 낭패를 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도구 한 세트를 모두 갖춘 상태에서 체크리스트 방식으로 그 도구를 살펴보면 다른 방식으로는 찾지 못한 해답을 많이 찾게 됩니다. 화이트헤드를 괴롭혔던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체크리스트 방식을 사용해야 합니다.

‘망치 든 사람 증후군’의 특수 사례는 경제학을 비롯해 사업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도 끔찍한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사업에서 나타나면 정말 끔찍합니다. 복잡한 시스템에서 많은 숫자가 쏟아져 나오면 사람들은 이 숫자로 일부 요소를 측정합니다. 그러나 숫자로 측정할 수는 없지만 대단히 중요한 요소도 있습니다. 중요하지만 숫자가 없는 예도 있습니다. 그러면 거의 모든 사람이 숫자로 표시되는 요소를 중시합니다. 학교에서 배운 통계 기법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더 중요할지 모르지만 숫자로 표시되지 않는 요소는 무시합니다. 나는 이런 실수를 피하려고 평생 노력했으며 전혀 후회하지 않습니다.

칼텍 교수였던 토머스 헌트 모건(Thomas Hunt Morgan)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생물학자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정량 요소만 중시하고 비정량 요소를 무시하는 잘못에서 벗어나기 위해 극단적이지만 매우 흥미로운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당시에는 컴퓨터가 없었으므로 자연계와 공학계 학생은 프라이든 계산기를 사용했습니다. 칼텍에도 프라이든 계산기가 넘쳐났는데 모건 교수는 생물학과에서 이 계산기 사용을 금지했습니다. 학생들이 “교수님, 도대체 왜 그러십니까?”라고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나는 우리가 1849년 새크라멘토 강둑에서 금을 찾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네. 조금만 머리를 쓰면 땅속에서 큼직한 금덩어리를 캘 수 있지. 나는 생물학과 학생이 사금을 채취하느라 소중한 자원을 낭비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라네.” 그는 평생 이런 방식으로 살았습니다.

나도 똑같은 기법을 선택했습니다. 80세인 나는 지금까지 사금 채취를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항상 희망했듯이, 앞으로도 그 넌더리 나는 사금 채취를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물론 내가 대학병원 의사라면 통계와 씨름하면서 사금 채취를 해야겠지요. 그러나 몇 가지 좋은 기법을 배워서 토머스 헌트 모건처럼 문제를 해결한다면 여러분도 사금 채취를 하지 않고 더 큰 일을 해낼 수 있습니다.

인용 표시 누락

《맨큐의 경제학》의 문제점은 다른 학문에서 가져온 개념에 인용 표시를 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맨큐는 외부에서 가져온 기초 지식의 출처가 물리학인지, 생물학인지, 심리학인지, 게임 이론인지 제대로 밝히지 않았습니다. 이런 방식은 엉성한 자료 정리 시스템으로 사업을 벌이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면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습니다. 맨큐는 매우 현명해서 불완전한 기법으로도 훌륭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그는 가장 향상된 교과서를 저술했습니다. 그러나 하드 사이언스의 사상까지 수용해서 인용 표시를 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입니다.

인용 표시를 생략한 채 원하는 것만 가져다 쓰는 맨큐의 기법을 나는 ‘마음껏 드세요’라고 부르거나 ‘키플링주의(Kiplingism)’라고 부릅니다. 키플링주의라고 부를 때는 키플링의 다음 시가 떠오릅니다. “호머가 아름다운 수금(竪琴)을 연주하자, 육지와 바다에서 남자들의 노래가 들렸다, 도움을 청해도 된다고 생각한 호머는, 다가가서 붙잡았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맨큐도 이런 방식이었습니다. 그는 그냥 붙잡았습니다. 물론 붙잡지 않는 것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그러나 모든 지식을 동원해 환원주의를 최대한 따르면서 충실한 인용 표시를 한 것보다는 훨씬 못합니다.

물리학 선망

경제학의 세 번째 문제점은 이른바 ‘물리학 선망(physics envy)’입니다. 이는 세계적인 멍청이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가 쓴 개념 ‘남근 선망(penis envy, 남근을 가지고 싶어 하는 여성의 억압된 욕구)’에서 따온 표현입니다. 당시 프로이트는 인기가 매우 높아서 이 개념이 널리 유행했습니다.

남근 선망이 경제학에 악영향을 미친 사례 중 터무니없는 것이 있는데, 강형 효율적 시장 이론을 억지로 적용하는 과정에서 나왔습니다. 이 잘못된 이론을 따르면 어떤 기업도 자사주 매입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주가는 절대적으로 효율적이어서 자사주 매입에 아무 이점도 없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한 맥킨지(McKinsey) 파트너는 경영대학원 시절에 배운 효율적 시장 이론을 맹신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워싱턴 포스트〉의 컨설턴트가 되었습니다. 당시 〈워싱턴 포스트〉의 주가는 내재가치의 5분의 1 수준이었는데, 오랑우탄도 간단히 계산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컨설턴트는 경영대학원에서 배운 이론을 굳게 믿었으므로 자사주 매입을 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습니다. 다행히 당시 워런 버핏이 〈워싱턴 포스트〉의 이사회 구성원이었습니다. 워런은 이사회를 설득해서 유통 중인 자사주의 절반 이상을 매입하게 했고 그 결과 주주의 재산이 10억 달러 이상 증가했습니다. 적어도 〈워싱턴 포스트〉에서는 잘못된 효율적 시장 이론이 곧바로 기각되었습니다.

경제학은 하드 사이언스의 기초 사상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충실하게 인용하는 습관을 들여야 하며, 물리학 선망에 빠져 과도한 정밀성을 갈망해서는 안 됩니다. 경제학에서는 볼츠만 상수 같은 정밀한 공식이 나올 수 없습니다. 경제학에 포함되는 시스템은 너무도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물리학 같은 정밀성을 갈망하면 어리석은 맥킨지 컨설턴트처럼 곤경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아인슈타인과 샤론 스톤(Sharon Stone)에 주목하면 경제학자는 훨씬 부유해질 것입니다. 아인슈타인은 유명한 말을 했습니다. “모든 것을 더 단순화할 수 없을 정도로 최대한 단순화하라.” 동어(同語) 반복이지만 매우 유용한 말입니다. 허버트 스타인(Herbert Stein, 미국 경제학자)도 비슷한 동어 반복을 했는데, 내가 무척 좋아하는 말입니다. “영원히 가지 못하는 것은 결국 멈추기 마련이다.” 배우인 샤론 스톤도 유명한 말을 했습니다. 누군가 그에게 남근 선망에 시달리지 않느냐고 묻자 대답했습니다. “전혀요. 지금 가진 것조차 감당하기 어렵답니다.”

과도한 정밀성 갈망에 대해 논할 때마다 나는 아서 래퍼(Arthur Laffer, 미국 경제학자)가 떠오릅니다. 그는 나처럼 공화당 지지자이며 경제학 분야에서는 역대 최상급 얼간이입니다. 그의 문제점은 과도한 정밀성 갈망인데 경제학에서는 어른스러운 방식이 아닙니다. 그를 생각하면 미국 주 의회에서 일어났던 사건이 떠오릅니다. 주 의회는 어린 학생이 계산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원주율을 3.2로 반올림하자는 법안을 올렸습니다. 여러분은 이렇게 터무니없는 주 의회와 래퍼 교수를 비교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러나 감히 말하건대 그에 대한 나의 비판은 오히려 부족합니다. 설령 주 의회가 원주율을 반올림해도 그 오차는 크지 않습니다. 그러나 경제학처럼 복잡한 시스템에 과도한 정밀성을 적용하면 그 오차가 증가해, 엉터리 조언을 한 맥킨지 파트너보다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경제학은 물리학의 기초 사상을 받아들이되, 그 학문처럼 정밀성을 추구해서는 안 됩니다.

거시경제학 중시

경제학의 네 번째 문제점은 거시경제학을 지나치게 중시한 나머지 미시경제학을 경시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해부학과 화학도 모르는 채 의학을 통달하려고 시도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미시경제학은 매우 재미있는 학문입니다. 게다가 거시경제학을 정확히 이해하는 데도 유용합니다. 정말 기막히게 유쾌한 학문이지요. 반면 거시경제학은 그 정도로 재미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 가지 이유는 거시경제학 시스템이 극도로 복잡한 탓에 자주 틀리기 때문입니다.

두 가지 문제를 풀면서 미시경제학의 위력을 확인해봅시다. 하나는 쉽고 하나는 조금 어려운 문제입니다. 첫 번째 문제입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최근 캔자스시티에 가구 및 가전제품 매장을 새로 열었습니다. 당시 가구 및 가전제품 매출 세계 1위 매장은 다른 지역의 버크셔 해서웨이 매장으로서 연 매출이 3억 5,000만 달러였습니다. 그런데 낯선 도시에 새로 연 매장의 매출이 연 5억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개장 첫날부터 3,200대를 수용하는 주차장이 모두 찼습니다. 새 매장이 순식간에 매출 세계 1위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째, 새 매장은 저가 제품 매장입니다. 고가 제품 매장이라면 낯선 도시에서 순식간에 성공하지 못합니다. 둘째, 가구는 부피가 커서 5억 달러어치를 판매하려면 매장이 엄청나게 커야 합니다. 거대 매장에는 어떤 장점이 있나요? 고객이 다양한 제품 중에서 선택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제품을 제공하는 저가 제품 매장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을까요?

그러면 왜 전에는 이런 성공 사례가 없었는지 궁금할 것입니다. 이번에도 즉시 답이 떠오릅니다. 이렇게 큰 매장을 연 것은 운이었다고요. 전에는 큰 매장을 연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말입니다. 금방 답이 나왔습니다. 기본 개념 몇 가지만 있으면 이렇게 어려워 보이는 미시경제학 문제도 뜨거운 칼에 버터 녹듯 쉽게 풀립니다. 나는 이렇게 수지맞는 유연한 사고방식을 좋아합니다. 여러분도 미시경제학을 잘 배우시기 바랍니다.

이번에는 더 어려운 문제입니다. 북서부에 타이어 체인점이 하나 있습니다. 50년에 걸쳐 천천히 성공을 거둔 레스 슈왑 타이어 체인점입니다. 이 회사는 설립 초기부터 굿이어 등 대형 타이어 제조업체가 보유한 매장과 경쟁해야 했습니다. 대형 타이어 제조업체가 보유한 매장은 제조업체로부터 온갖 혜택을 받았으므로 커다란 원가 우위를 확보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레스 슈왑은 경쟁을 통해서 시어스 로벅 등을 물리쳤고 이후 코스트코와 샘스클럽 같은 대형 할인 매장도 물리쳤습니다. 이제 레스 슈왑은 매출이 수억 달러에 이릅니다. 레스 슈왑은 80대이고 교육을 제대로 받은 것도 아니었는데 이 모든 일을 해냈습니다. 어떻게 해냈을까요?

이번에도 미시경제학의 관점에서 생각해봅시다. 레스 슈왑이 어떤 파도를 타지 않았을까요? 이 질문을 던지는 순간 답이 떠오릅니다. 일본 제품은 타이어시장에서 점유율이 제로였으나 이후 급증했습니다. 레스 슈왑은 초기에 틀림없이 이 파도를 탔을 것입니다. 이후 천천히 성공을 거둔 데도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가 엄청나게 잘한 일이 있을 것입니다. 맨큐가 말한 ‘인센티브의 위력을 잘 활용한 것’도 그 잘한 일 중 하나겠지요. 그는 틀림없이 매우 교묘한 인센티브 구조로 사람을 조종했을 것입니다. 독창적인 인력 선발 시스템 등도 갖추었을 것입니다. 틀림없이 광고에도 탁월했겠지요. 그는 말하자면 달인이었습니다. 그는 틀림없이 ‘일본 타이어의 침공’이라는 파도를 탔을 것입니다. 실제로 이 침공은 성공했고요. 이후 이 열정적인 달인은 수많은 일을 잘 해냈고 빈틈없는 시스템으로 잘 유지했을 것입니다.

이번 문제도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이 색다른 성공 사례에 다른 원인은 없을까요? 이런 문제를 푸는 데는 경영대학원 졸업생을 써도 별로 나을 게 없습니다. 아마 그래서 경영대학원 졸업생을 거의 고용하지 않는 것이겠지요.

나는 이런 문제를 어떻게 풀었을까요? 나는 머릿속에 있는 검색 엔진을 체크리스트 방식으로 가동했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복잡계에서 잘 작동하는 알고리즘을 사용했습니다. 예를 들면 이례적인 성공은 다음 요소가 결합할 때 나타난다는 식의 알고리즘입니다.

    A) 1~2개 변수의 극대화나 극소화. 예: 코스트코, 버크셔 가구 및 가전 매장.
    B) 성공 요소를 계속 추가하면 이들이 더 많이 결합해 성공하게 됩니다. 그러면 중단점과 임계 질량 개념이 보여주는 것처럼 흔히 비선형적 성과가 나옵니다. 투입량을 조금 더 늘려 이른바 롤라팔루자 효과를 얻는 것입니다. 나는 평생 롤라팔루자 효과를 탐색했으므로 관련 모형에 관심이 많습니다.
    C) 다수 요소에서 탁월한 성과. 예: 토요타, 레스 슈왑.
    D) 큰 파도 올라타기. 예: 오라클. 오라클 CFO가 오늘 여기서 강연한다는 사실을 알고서 예로 든 것은 아닙니다.

문제 해결에는 폐부를 찌르는 알고리즘을 사용하기 바랍니다. 정방향은 물론 역방향으로도 사용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내가 어려운 문제를 내면 우리 가족은 짜증을 냅니다. 얼마 전 내가 가족에게 낸 어려운 문제가 있습니다. “한 미국인이 1 대 1 경기에서 전국 우승자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사람은 65년 후 또 전국 우승자가 되었습니다. 어떤 경기일까요?” 이번에도 여러분 모두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이군요. 우리 가족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아들 하나는 나와 비슷한 방식으로 사고 훈련을 받은 물리학자입니다. 그가 곧바로 정답을 냈습니다. 추론 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손과 눈을 함께 사용하는 경기는 절대 아닙니다. 85세가 되면 아무도 전국 테니스 대회는 물론 전국 당구 대회에서도 우승할 수 없습니다. 불가능합니다. 아들은 체스를 매우 잘하는데 체스는 너무 힘들어서 역시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복잡한 게임이라서 체력 소모가 너무 크다고 보았습니다. 아들은 체커(checkers) 게임을 떠올렸습니다. “아하! 85세에도 풍부한 경험만으로 우승할 수 있는 게임이지.” 실제로 정답이었습니다. 나는 이렇게 정방향은 물론 역방향으로도 뒤집어 생각하는 사고 훈련을 여러분 모두에게 추천합니다. 그리고 경제학도 이런 미시경제학을 더 중시하라고 권유합니다.

통합 부족

경제학의 다섯 번째 문제점은 통합이 매우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전통 경제학 외부 문제와의 통합도 부족하지만 경제학 내부 통합도 부족합니다. 나는 경영대학원 두 곳에서 다음 문제를 냈습니다. “여러분은 수요와 공급 곡선을 배웠습니다. 가격을 올리면 수요가 감소하고, 가격을 내리면 수요가 증가한다고 배웠습니다. 이렇게 배운 것이 맞습니까?”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계속 말했습니다. “가격을 올려야 수요가 증가하는 사례들을 말해보십시오.” 그러자 오랫동안 섬뜩한 침묵이 흘렀습니다. 경영대학원 두 곳에서 사례를 하나라도 말한 사람은 약 2%에 불과했습니다. 이들은 간혹 가격이 높으면 품질도 높다는 신호가 되어 매출이 증가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내 친구 빌 볼하우스도 같은 사례를 경험했습니다. 그는 복잡한 제품을 생산하는 베크만 인스트루먼츠(Beckman Instruments)의 책임자였습니다. 이 제품은 고장이 발생하면 구입 고객이 엄청난 피해를 보는, 비유하자면 유정 바닥에 설치하는 펌프 같은 제품이었습니다. 그는 자사 제품이 타사 제품보다 품질이 좋은데도 판매가 부진한 것은 가격이 낮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보통 가격이 낮으면 품질도 낮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격을 약 20% 인상하자 매출이 증가했습니다.

그런데 경영대학원 두 곳에서 이런 사례나마 제시한 사람은 2%에 불과했습니다. 그중 한 곳은 들어가기 어려운 명문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이었는데도 말이죠. 게다가 내가 원하는 답을 제시한 사람은 아직 아무도 없습니다. 가격을 인상해서 벌어들인 추가 수익으로 경쟁사 거래처의 구매 담당자에게 뇌물을 제공하면 어떨까요? 효과가 있을까요? 미시경제학에서 다루는 내용 중에 이런 방식이 있을까요? 가격을 인상해서 얻은 추가 수익을 매출 증대에 사용하는 방식 말입니다. 발상을 전환하기만 한다면 수없이 많습니다. 매우 간단합니다.

가장 극단적인 사례가 자산 운용 업계에서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여러분이 펀드매니저라고 가정합시다. 여러분은 펀드 판매를 늘리고자 합니다. 이때 흔히 사용하는 방식이 펀드의 판매 보수를 인상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고객의 수익률은 낮아지고 고객의 구매 담당자에게는 뇌물을 제공하는 셈이 됩니다. 보수를 인상해서 고객에게 받은 돈을 중개인에게 뇌물로 제공해 중개인이 고객을 배신하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늘어난 펀드 매출이 적어도 1조 달러는 될 것입니다. 이는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을 이용하는 전술이므로 내가 평생 철저하게 피했던 방식입니다. 자신도 사지 않을 상품을 팔면서 평생을 보내야 할까요? 비록 불법이 아니더라도 좋은 방식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을 모두 거부한다면 취업이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취업을 원한다면 이런 방식을 일부라도 받아들여야 합니다.

통합에 관한 두 번째 문제에는 경제학에서 가장 유명한 두 가지 개념이 포함됩니다. 하나는 리카도(David Ricardo)의 비교 우위론 개념이고 다른 하나는 애덤 스미스의 핀 공장 개념입니다. 두 개념은 1인당 생산성을 엄청나게 높여줍니다. 둘 다 가장 능숙한 사람에게 역할을 맡긴다는 점에서 비슷합니다. 그러나 두 개념은 전혀 다른 면도 있습니다. 핀 공장은 누군가가 전체 시스템을 계획하는 극단적인 사례이고, 비교 우위론은 무역에서 저절로 발생하는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통합에 재미를 느껴본 사람이라면 곧바로 ‘둘은 상호 작용을 할까?’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물론 두 개념은 멋지게 상호 작용을 합니다. 덕분에 현대 경제 시스템이 강력해졌습니다. 나도 오래전에 그런 상호 작용 사례를 경험했습니다. 버크셔가 보유한 저축대부조합이 할리우드 파크 경마장 건너편 호텔에 대출을 해주었습니다. 그런데 머지않아 그 지역은 폭력단, 포주, 마약상이 우글거리는 장소로 바뀌었습니다. 마약 중독자가 벽에서 구리관까지 뜯어냈고 총 들고 드나드는 사람도 많아서 호텔에 오는 손님이 없었습니다. 우리는 두세 번 담보권을 실행했으므로 이제는 담보 가치도 사라졌습니다. 이 미시경제 문제에는 해결책이 없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우리는 맥킨지나 하버드 출신 교수에게 문제 해결을 의뢰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랬다면 무서운 이웃 탓에 망해가는 호텔의 회생 방안이 담긴 25센티미터 두께의 보고서를 받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호텔에 ‘매물, 임대도 가능’이라고 쓴 표지판을 달았습니다. 표지판을 보고 한 사내가 찾아와 말했습니다. “주차장을 퍼팅 그린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용도 변경 승인을 받아주면 내가 20만 달러를 들여 호텔을 수리하고서 신용 대출을 받아 고가에 인수하겠소.” 우리가 대답했습니다. “호텔인데 주차장은 있어야지요. 도대체 무슨 생각이신지요?” 그가 말했습니다. “내가 하는 사업은 플로리다에서 항공편으로 노인을 데려와 공항 근처에 숙박시키면서 버스로 디즈니랜드 등 다양한 곳을 구경시키는 일입니다. 내 고객은 호텔 안에 머물게 되므로 지역 주민이 아무리 거칠어도 걱정 없습니다. 고객은 모두 아침에 버스로 나갔다가 저녁에 돌아오므로 주차장 대신 퍼팅 그린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이 사내와 계약했습니다. 이후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렸고 대출금도 회수되었습니다.

이것은 분명히 비교 우위론과 핀 공장 개념이 상호 작용한 사례입니다. 이 사내가 설계한 특이한 사업 시스템은 핀 공장 개념이었고, 이 사내를 찾아낸 것은 비교 우위론 개념이었습니다. 두 개념은 상호 작용을 했습니다. 지금 여러분은 통합을 배우는 중입니다. 통합은 깊이 들어갈수록 더 어려워집니다. 민간 기업의 활동은 얼마나 되어야 하고 정부의 활동은 얼마나 되어야 하며, 어떤 요소에 의해서 두 부문이 어느 기능을 맡게 되고 왜 실패 사례가 발생하는지 등을 파악하고자 한다면 말이지요.

지능 지수 높은 경제학과 출신이라면 누구나 이런 통합 아이디어에 대해 매우 설득력 있는 보고서를 10페이지 정도 작성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장담하건대 미국 모든 경제학과 학생에게 이런 보고서를 작성하게 하면 매우 형편없는 보고서만 나올 것입니다. 로널드 코스(Ronald Coase, 노벨상을 받은 영국 경제학자)의 거래 비용을 언급하겠지요. 교수가 가르쳐준 잡다한 내용을 그대로 뱉어낼 것입니다. 그러나 단언하건대 통합 과정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누구든 이런 시도를 원하는 사람은 해보기 바랍니다.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언급하고 싶은 인물이 플랑크 상수를 발견해 노벨상을 받은 막스 플랑크입니다. 그도 한때 경제학을 공부하려 했으나 포기했습니다. 그는 역사상 최고 수준으로 똑똑한 사람이었는데 왜 경제학을 포기했을까요? 답은 그의 말에 들어 있습니다. “너무 어렵습니다. 최고의 해법조차 혼란스럽고 불확실합니다.” 질서 정연한 해법을 갈망하던 그는 결국 실망해 포기했습니다. 막스 플랑크조차 완벽한 질서에 절대 도달할 수 없다고 절감하고서 일찌감치 포기했다는 말입니다. 장담하건대 여러분도 결과는 모두 똑같을 것입니다.

출처는 의심스럽지만 플랑크에 관해서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습니다. 노벨상을 받고 나서 수많은 강의 요청을 받은 그는 기사 딸린 자동차로 독일 전역을 순회하면서 공개 강의를 했습니다. 하루는 강연 내용을 모두 암기한 기사가 그에게 제안했습니다. “플랑크 교수님, 교수님 대신 제가 강의를 해보면 어떨까요?” 그러고서 기사는 강단에 올라가 강의를 했습니다. 강의가 끝나자 한 물리학자가 일어나서 지극히 난해한 질문을 했습니다. 답변을 미리 준비해둔 기사가 대답했습니다. “뮌헨처럼 발전한 도시의 시민이 그렇게 초보적인 질문을 하다니 놀랍군요. 내 기사가 대신 답할 것입니다.”

심리학에 대한 무지

경제학의 여섯 번째 문제점은 다학제 관점 부족에 포함되는 문제로, 심리학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되는 극심한 부작용입니다. 여기서도 매우 단순한 문제를 드리겠습니다. 단순한 문제가 내 전문입니다. 여러분이 라스베이거스에 소규모 카지노를 가지고 있다고 가정합시다. 카지노에는 표준 슬롯머신 50대가 있습니다. 50대 모두 겉모습이 똑같고 기능도 똑같습니다. 배당률도 똑같습니다. 배당률 산정 공식도 똑같으며 당첨 확률도 똑같습니다. 그런데 한 기계는 어느 곳에 설치해도 결국 당첨금이 25% 더 나옵니다. 고장은 아닙니다. 이 기계는 무엇이 다를까요? 누가 답할 수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