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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홍진채입니다.

지난 글에서 우리는 주식의 가장 강력한 속성이 무엇인지 살펴봤습니다. 주식이 장기간 말도 안 되게 뛰어난 성과를 올릴 수 있었던 이유는 ‘내부 유보를 통한 재투자’ 덕분임을 알았습니다. 기업은 이익잉여금의 내부 유보를 통한 재투자로 성장할 수 있고, 그걸 효율적으로 장기간 해온 기업은 엄청난 가치 상승을 일으킵니다. 여기에 함께한 투자자는 복리로 자산이 늘어나는 경험을 누릴 수 있지요.

오늘은 투자자로서의 우리 모습에 대해 살펴볼까 합니다. 좋은 자산을 가지고 있다 한들, 그걸 다루는 나 자신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좋은 자산을 가지고도 형편없는 성과를 낼 개연성이 높습니다. ‘훌륭한 투자자가 될 자질은 무엇인가’에 대해 제 나름의 생각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여유로운 상태

훌륭한 투자자의 첫 번째 자질은 ‘마음의 여유’입니다. 삶에서 단 한 번이라도 협상을 해보신 분은 아시겠지요. 협상은 언제나 ‘조급한 사람’에게 불리한 형태로 진행된다는 것을요. 주식은 면 대 면으로 협상하는 게임이 아닌데 조급함이 무슨 상관이냐 싶겠지만, 저는 조급한 사람이 손해 보는 광경을 매일 목격합니다.

지난 글에서 이야기한 복리의 마술을 누리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많은 시간 동안에는 많은 굴곡이 잠재해 있습니다. 내가 아무리 분석을 잘했다 한들, 마음이 조급하거나 재산 상태에 여유가 없다면 나쁜 가격(높은 가격)에 성급히 매수에 나서거나, 나쁜 가격(낮은 가격)에 울며 겨자 먹기로 재산을 팔아야 할 수 있습니다.

버핏은 친구 릭 게린에 대해서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릭 게린은 버핏이 ‘그레이엄-도드 마을의 뛰어난 투자자들’이라는 글에서 언급할 정도로 뛰어난 자질을 가진 투자자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빠르게 부자가 되고 싶어 했고, 레버리지를 쓰다가 1974년의 급락장에서 파산하고 말았습니다.

여유로운 상태란 ‘재산이 많은 상태’를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일단 버는 것보다 적게 써서 매달 잉여현금흐름이 쌓이는 상태여야 합니다. 또 특정 기간 내에 반드시 목표 수익률을 달성해야만 하거나, 자산의 가격이 특정 수준 이하로 하락하면 큰일 나거나 하는 상태가 아니어야 합니다.

반대로 이야기해볼까요? 아무리 재산이 많고 버는 돈이 많더라도 그보다 더 많이 쓰는 사람은 여유롭지 않습니다. 특정 기간 내에 재테크로 어떤 수익률을 달성해야만 삶이 유지되면 조급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짧은 기간, 이를테면 1년 이내에 달성해야 하는 수익률 지표가 존재한다면, 주식은 애초에 좋은 투자 대상이 아닙니다. 누구도 주식을 이용해서 매년 특정 수준 이상의 수익률을 달성할 수 없습니다. (누군가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면, 도망가세요.)

레버리지, 즉 빚을 져서 하는 투자는 기초 자산의 가격이 특정 수준 이하로는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는 강한 확신을 전제로 합니다. 주식은 얼마든지 0원이 될 수 있습니다. 앞의 글에서 이야기했다시피 주식의 가치란 경영진의 사업 역량과 주주를 대하는 태도에 달려 있습니다.

이 중 하나라도 만족하지 못한다면 주식의 가치는 0원입니다. 회사가 현재 얼마나 돈을 잘 벌고 보유 자산이 얼마나 많든 간에, 배당 등으로 당장 주주에게 돌려주는 몫을 제외한 나머지는 경영진이 주주를 대하는 태도에 따라 얼마든지 0원이 될 수 있습니다.

주식은 변동성이 큰 자산입니다. 마음이 여유롭지 않다면 주식이 장기적으로 가져다줄 수 있는 과실에 욕심내지 않는 게 좋습니다.

독립적 사고

남과 같이 하면 남과 같은 결과를 낼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이 또한 나쁘지 않은 전략입니다. 요즘에는 ‘패시브 투자’라고 알려져 있죠. 주식이라는 자산이 전반적으로 어떤 성과를 냈는지는 지난 글에서 말씀드렸고, 따라서 ‘내가 남과 딱히 다르지 않다’, ‘남을 이길 생각이 없다’라고 한다면 비용을 최대한 낮추고 ‘전체 시장’에 투자하는 인덱스 펀드를 사면 됩니다. 그게 수많은 ‘알파(초과수익)를 추구하는 불나방’ 투자자들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내는 길이기도 합니다.

물론 그 경우에도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주주 가치를 인정해주는가 정도의 질문에는 대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질문에 ‘아니요’라고 답한다면, 그 시장에서는 시장 전체에 투자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좋은 성과를 내기가 어렵습니다.

개별 주식에 투자할 때에 독립적인 사고의 중요성은 매우 두드러집니다. ‘경제 상황이 좋다더라 ⇒ 주식을 사자’ 이런 건 아주 단순한 발상입니다. 그 반대 방향, ‘경제 상황이 나쁘다더라  ⇒ 주식을 팔자’도 마찬가지고요.

단기적으로 주식은 사람들의 기대감에 따라 엄청난 오르내림을 보입니다. 때때로 남과 같이 움직이는 것이 좋은 성과를 주기는 하겠지만, 그렇게 실제 실력보다 자신감이 더 강한 사람에게 닥쳐올 미래는 한 가지, 커다란 손실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