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누가 초과수익을 가져가는가

개인 90%가 손실을 보고 기관도 대부분이 시장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초과수익을 가져가는가? 유튜브 채널 ‘월가아재의 과학적 투자’ 운영자이자, 가치투자 반자동화 플랫폼 Valley AI를 개발하는 핀테크 스타트업 뉴로퓨전의 대표인 최한철(월가아재) 님은 이 질문의 답은 헤지펀드에 있다고 말한다. 헤지펀드 대가들의 투자철학과 운용 전략을 담은 책 《헤지펀드 열전》(11월 하순 출간 예정)에 쓴 최 대표의 추천사를 소개한다. ― 버핏클럽


시중에서는 종종 펀드들의 수익률 통계 자료를 근거로 기관투자가 대부분이 주가지수 수익률을 이기지 못한다고 이야기한다. 보통 지수 추종 전략이나 패시브 인덱스펀드의 우월성을 강조하기 위한 이야기다. 개인 투자자 계좌의 90% 이상이 손실 상태라는 통계 이야기도 들린다. 그다음은 마찬가지로 이 통계를 근거로 개인은 인덱스펀드에 돈을 넣는 것이 최선이라는 패배주의적 조언이 이어진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는 뭔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이야기임을 금방 깨달을 수 있다. 주가지수의 수익률은 주식시장의 평균적인 수익률을 반영한다. 개인 90%가 손실을 보고 기관 대부분이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면, 도대체 누가 평균 이상의 수익률을 내는가? 세상 모든 사람이 ‘평균 이하’ 수익률을 내는 것은 평균이라는 정의와 정면으로 모순된다. 누군가는 반드시 주가지수 수익률을 초월하는 수익률을 내야만 하는 것이다.

그게 과연 누구일까? 답은 바로 ‘헤지펀드(hedge fund)’에 있다.

일반적으로 주가지수 수익률과 비교 대상이 되는 펀드 수익률 통계는 대부분 뮤추얼펀드들의 성적을 기반으로 작성된다. 지수를 기계적으로 추종하는 패시브 펀드가 아닌, 펀드매니저가 자의적으로 초과수익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액티브하게 운용하는 펀드는 대체로 뮤추얼펀드와 헤지펀드로 나뉜다. 뮤추얼펀드는 개인 투자자가 자유롭게 가입 및 철회가 가능한 반면, 헤지펀드는 소수의 부자만 투자 가능하다. 뮤추얼펀드는 소액 투자하는 개인이 많이 가입하므로 정부의 규제가 강하고 여러 공시 의무들이 있어 전략이 투명해야 하는 반면, 헤지펀드는 그런 규제에서 자유로워 공매도와 파생상품 등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이런 이야기를 하기는 조심스럽고 또 피터 린치(Peter Lynch)와 같은 극소수의 예외도 존재하기는 하지만, 적어도 미국에서는 대체로 업계에서 시장을 이겨보려는 뛰어난 인재들은 뮤추얼펀드가 아닌 헤지펀드로 몰린다. 그도 그럴 것이, 뮤추얼펀드는 운용 자금의 0.5~1.5%만 기본 수수료로 가져가는 반면, 헤지펀드는 기본 수수료 1~2%에 성과에 대한 성과보수를 15~35% 가져가는 구조로 운용되기 때문이다. 만약 1조를 운용해서 20% 수익률을 내 2,000억을 벌었다면, 뮤추얼펀드 매니저는 수익과 관계없이 100억 정도를 가져가지만 헤지펀드 매니저는 100억에다 수익의 20%인 400억을 더 가져갈 수 있다. 게다가 뮤추얼펀드는 아무나 언제든 가입과 철회가 자유롭기 때문에, 시장이 좋을 때 자금이 유입되고 시장이 좋지 않을 때 자금이 유출되는 현상에 노출된다. 시장의 고점에서 추가 매수를 하고 시장의 저점에서 현금 유동화를 해야 하니 펀드매니저가 모래 주머니를 달고 운용하는 셈이다. 반면에 헤지펀드는 소수의 부자만 상대하는 데다 상환 유예 기간(lock-up period)을 설정해두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에서 자유롭다.

그럼 과연 뮤추얼펀드가 이기지 못하는 주가지수를 헤지펀드는 이길까? 헤지펀드들은 공시 의무가 없을뿐더러 본인들의 전략이 공개되는 것에 극도로 민감하기 때문에 수익률 자료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본인들이 보유한 리서치나 투자 전략이 노출되면 초과수익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국의 데이터회사 프레퀸(Preqin)과 AIMA(Alternative Investment Management Association)가 공동으로 2,300개 헤지펀드의 평균 샤프지수를 S&P500지수의 샤프지수와 비교한 2017년의 연구가 존재한다. 샤프지수는 업계에서 표준으로 사용하는 리스크 대비 성과 척도로서, 단순 수익률은 더 많은 리스크를 짐으로써 인위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연구에 따르면 당시 시점부터 과거 10년 동안 헤지펀드들의 샤프지수는 0.73으로, S&P500의 0.41과 채권 인덱스의 0.13보다 높았고 이는 1년, 3년, 5년, 10년을 봐도 동일한 순서로 나타났다.

그렇다. 개인도 90%가 손실을 입고, 뮤추얼펀드도 대부분 시장 평균인 주가지수 수익률에 미치지 못하면 과연 누가 초과수익을 가져가는가에 대한 답은 이 헤지펀드들에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헤지펀드 열전》은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기라성 같은 헤지펀드 대부들의 이야기를 담은 귀한 책이다.

그럼 개인 투자자는 왜 이 책을 읽어야 할까?

그 전에, 당신은 왜 애초에 주식이나 금융시장에 관련한 책을 읽으려 하는가? 십중팔구 주식에서 수익을 내기 위해서이다. 조금 더 엄밀히 이야기하자면 주식에서 평균을 상회하는 초과수익을 내기 위해서이다. 그게 아니라 시장 평균으로 만족할 것이라면 주가지수에 투자하는 인덱스펀드를 가입하거나 인덱스 ETF를 매수하는 패시브 투자를 하는 게 합리적일 테니까. 그러니 당신이 초과수익을 내기 위해 이러한 책도 읽으면서 지식을 습득한다고 가정하겠다.

그렇다면 다음 질문, 왜 당신은 스스로가 시장 참여자 평균보다 나은 초과수익을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가?

이 질문은 다름 아닌 투자철학에 관한 질문이기도 하다. 이 질문에 명확히 답을 하지 못했다면 당신에게는 투자철학이 없다고 할 수 있다. 투자철학이 있다 해서 반드시 이익을 내는 건 아니지만, 투자철학이 없으면 장기적으로는 반드시 손실을 낸다. 가치평가의 아버지라 불리는 세계적인 석학 애스워드 다모다란 뉴욕대 교수는 투자철학을 ‘시장의 작동 원리와 투자자의 실수를 바라보는 일관된 사고방식’으로 정의했다. 왜 투자자의 ‘실수’일까?

이렇게 생각해보자. 적정 가치가 10만 원인 주식을 7만 원에 사는 것은 모든 투자자가 희망하는 일이다. 그러나 매매는 양방향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내가 10만 원짜리 주식을 7만 원에 사기 위해서는 이 시장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10만 원짜리 주식을 7만 원에 파는 ‘실수’를 저질러야만 한다.

다시 말해 초과수익이란 다른 누군가의 실수로 인한 초과손실에서 비롯되며, 시장 평균 수익률을 둘러싸고 우리는 제로섬 게임을 하고 있는 것과도 같다. 물론 증권사 수수료까지 더하게 되면 마이너스섬이라 할 수 있다. 이 게임에서 과연 다른 시장 참여자들은 어떤 실수를 하는지, 그리고 왜 그 실수로부터 내가 초과수익을 낼 수 있는지, 그에 대한 사고 논리가 바로 투자철학이며, 투자 전략은 투자철학에 기반하여 파생되어 나온다.

그러면 개인 투자자의 입장에서 도대체 이러한 투자철학은 어떻게 확립할까? 교과서적인 방법은 시장에서 직접 투자를 하면서 여러 실패도 겪어보고 수익과 손실의 순환 속에서 서서히 정립해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지나치게 오래 걸릴뿐더러 실수와 손실의 고통이 수반된다. 이보다 조금 덜 고통스럽고 더 빠른 방법은 타인의 투자철학과 실수에서 배우는 것이며, 바로 이 책에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다양한 기법들과 투자철학, 투자 전략들의 이야기가 당신으로 하여금 간접 경험을 통해 스스로의 투자철학을 정립해나가는 데 큰 도움을 주리라 생각한다.

요즘 시절이 하 수상하다. 2000년대 초 중국의 WTO 가입으로 시작된 세계화 흐름은 전례 없는 평화의 시기를 만들어냈고, 그 속에서 우리는 저물가·저금리의 호황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이 촉발되며 전 세계는 전화(戰火) 속으로 들어가고 있고, 미·중 패권 전쟁은 과거 플러스섬 시기에서 트럼프 시절 무역전쟁을 하던 제로섬 시기를 지나 이제는 마이너스섬 시기로 치닫고 있다. 또 미·중 간의 공급망 디커플링(decoupling)과 전쟁의 영향, 전례 없는 부채 파티로 인해 40년 만에 살아난 인플레이션은 고금리 기조를 연장시키고 있다.

한마디로 마음 편하게 우상향하는 주식시장과 제로금리 시장 체제는 당분간은 보기 힘들 가능성이 높다. 이런 시기에는 결국 기업이든 투자자든 옥석이 가려지기 마련이다. 저물가·저금리 시기에는 정말 형편없는 기업들도 낮은 금리로 정크본드를 대량 발행해서 살아남았다. 파산하지 않고 좀비 기업으로 연명할 수 있었으며, 그런 기업들 중에는 밈(meme) 주식이 되어서 주가가 폭등한 기업도 많다.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면 이제 그런 기업들은 파산으로 치달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면서 자격 있는 우량 기업들은 더 전진할 것이다.

투자자도 투자철학을 정립했느냐, 하지 못했느냐에 따라 옥석이 가려지리라 생각한다. 아무런 노력 없이, 대가 없이 불로소득을 얻길 원하는 사람, 잘 다져진 철학 없이 지수 추종을 하는 사람, 9% 이자로 신용미수를 활용해 빚을 내 투자하는 사람은 퇴출될 것이고, 재무제표를 읽을 줄 아는 사람, 사업보고서를 한 번이라도 읽고 투자하는 사람, 경제지표와 시황을 읽으려 노력하며 투자하는 사람에게는 점진적으로 부가 집중되리라 생각한다.

어려운 시기이겠지만 이런 시기일수록 노력하는 사람이 급격한 계층 이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옛말에 길할 때는 자중하고 흉할 때는 물러나 실력을 기르라고 했다. 이 책에 담겨 있는 다양한 거장들의 인생사와 투자사가, 당신이 실력을 기르고 올바른 투자철학을 정립하는 데 크게 일조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 버핏클럽의 모든 글은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에 대한 모든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귀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