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 멍거 특집 7] 어콰이어드 찰리 멍거 인터뷰 완역본

두 달 후 2024년 1월 1일 만 100세 생일을 맞는 찰리 멍거가 인생을 통틀어 처음으로 팟캐스트에 출연했습니다. 지난 10월 29일 방송된 어콰이어드(ACQUIRED) 팟캐스트입니다. 어콰이어드 호스트인 데이비드 로젠탈(David Rosenthal)과 벤 길버트(Ben Gilbert)가 찰리 멍거의 로스앤젤레스 자택에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하워드 막스의 아들인 앤드루 막스도 참석해서 의견을 보탰습니다. 버핏클럽의 필진 변영진(generalfox) 님이 인터뷰 전문을 번역했습니다. 중간중간 파란색 글씨로 주석을 달아서 독자의 이해를 도왔습니다. 이 번역문은 변영진 님의 블로그에도 소개되었습니다. ― 버핏클럽


우리 시대의 전설, 찰리 멍거를 모셨습니다. 오늘 인터뷰는 그가 99년의 삶을 통틀어 처음으로 팟캐스트에 출연했다는 의의가 있습니다. 지난 몇 년간 ‘어콰이어드 인터뷰’에서 정말 특별한 대화를 나눴지만, 이번 편이 그중에서도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그의 자택에서 함께 식사하며 찰리는 그의 경력, 나아가 버크셔 해서웨이를 매개로 워런 버핏과 함께한 50년의 세월을 회상했습니다. 여기에는 오늘날의 투자자를 위한 교훈과 조언뿐 아니라 그가 가장 좋아하는 기업인 코스트코의 우위에 관한 내용도 담겨 있습니다. 그와의 대화를 기록하고 청취자 여러분과 공유할 수 있어 정말 기쁩니다. 노트북을 꺼내서 볼륨을 높여 찰리 멍거 특유의 재치와 지혜를 즐기시기를 바랍니다.

데이비드 로젠탈(이하 데이비드)  벤, 지난번 공개한 에피소드에서 거물과의 인터뷰 계획을 밝혔더니 사람들이 정말 각양각색의 추측을 했죠?

벤 길버트(이하 벤)  사람들은 찰리 멍거가 아니라면 워런 버핏 또는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 미국 팝가수)일 것으로 생각하더군요. 많은 사람이 정확히 맞혔습니다.

데이비드  테일러 씨, 저희는 언제나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메일로 연락하세요!

 지금보다도 더 많은 대중의 관심을 원하신다면 저희는 언제나 환영합니다.

데이비드  트래비스(테일러 스위프트의 연인인 미식축구 선수 트래비스 켈시(Travis Kelce)를 가리킴)가 연락해주셔도 되고요.

 이제 본격적으로 인터뷰를 시작해보죠. 훌륭한 테크기업과 그 이면에 숨겨진 스토리와 각본을 소개하는 팟캐스트 ‘어콰이어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는 벤 길버트입니다.

데이비드  저는 데이비드 로젠탈이고요.

 데이비드와 저는 정말 의미 있는 이번 에피소드의 호스트를 맡았습니다. 저희와 절친한 앤드루 막스(Andrew Marks: 하워드 막스의 아들이자 TQ 벤처스의 공동 창업자)가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찰리의 자택에서 그와의 저녁 식사를 주선했습니다. 앤드루가 찰리에게 질문하는 내용이 팟캐스트에 몇 번 등장할 것입니다. 이번이 찰리가 역사상 처음으로 팟캐스트에 출연한 것이리라 확신합니다.
현재 99세인 찰리는 파트너 워런 버핏과 함께 역사상 가장 많은 돈을 번 투자자입니다. 내년 1월 1일은 그가 태어난 지 100년이 되는 날입니다. 물론 위대한 찰리가 등장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번 인터뷰는 정말 흥미로울 텐데요. 이를 떠나 인류 역사를 99년간 지켜본 사람이 바라보는 관점이라는 면에서 더욱 특별합니다.
또한 지난 50년간 유통기업에 투자했던 역사에 관해서도 대화했습니다. 당연히 코스트코 이야기도 했고요. 나아가 훌륭한 협업 관계 구축에서 중요한 것과 최근 글로벌 주식시장의 문제점, 도박과 비교한 투자의 본질, 현재 투자 기회는 어디에 있는지도 이야기했습니다.

데이비드  이번 인터뷰는 벤과 저에게 정말 특별한 경험일 것으로 믿습니다. 결국 찰리와의 인터뷰를 성사했고, 이를 기록해서 후대를 위해 공유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믿기 어려울 정도의 업적이 아닐까요?

 청취자 여러분의 이해를 위해 한 가지 말씀드리죠. 오늘 찰리와 저녁을 함께하는 것은 사전에 확정했지만 녹음 가능 여부는 불확실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찰리가 허락해서 이렇게 여러분과 공유하게 되었습니다.
슬랙 채널(acquired.fm/slack)에 가입하시면 모든 에피소드와 뉴스에 관한 토론에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이메일 주소를 등록하시면(acquired.fm/email) 에피소드 관련 수정과 후속 콘텐츠, 다음 에피소드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고요. 다음으로 이번 인터뷰의 유일한 후원사를 소개하겠습니다.

데이비드  특별한 대화는 특별한 후원자를 필요로 하는 법입니다. 어콰이어드를 오랫동안 구독한 청취자는 이에 걸맞은 어콰이어드 후원사 하나가 떠오르실 텐데요. 사업의 모든 면에서 찰리와 워런을 벤치마킹한 타이니(Tiny, https://www.tiny.com/)가 그 주인공입니다.

 인터넷 분야의 버크셔 해서웨이라 할 만한 타이니는 버핏과 멍거의 청동 흉상을 제작하는 회사를 설립했을 정도로 두 사람의 열정적인 팬입니다.

데이비드  버크셔는 거의 200년 전 매사추세츠에서 설립된 섬유 공장이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타이니의 공동 창업자 앤드루 윌킨슨(Andrew Wilkinson)과 크리스 스팔링(Chris Sparling)은 ‘인터넷 섬유 공장’으로 볼 수 있는 디자인 에이전시 메타랩(MetaLab)을 설립했습니다. 메타랩은 슬랙과 우버(Uber), 틴더(Tinder), 헤드스페이스(Headspace: 명상 전문 앱과 콘텐츠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코인베이스(Coinbase) 등 유명 스타트업의 UI를 디자인했죠. 이후 두 사람은 ‘찰리와 워런이 우리 시대에 사업을 시작했다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 결과 섬유가 아닌 다른 사업에 진출한 버크셔처럼 두 사람도 훌륭한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틈새 사업인 인터넷을 발견했습니다. 실제로 인터넷은 버크셔의 씨즈캔디(See’s Candies)나 블루칩스탬프(Blue Chip Stamps)보다 더 뛰어났죠. 자본적 지출이 필요하지 않고, 소프트웨어는 이익률이 높으며, 세계적인 브랜드를 구축하는 데 씨즈캔디의 50년보다는 짧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앤드루와 크리스는 메타랩과 다른 사업에서 발생하는 초과 현금흐름을 활용해 세계 최초이자 최고의 인터넷기업 지주회사를 설립했습니다. 나아가 큰 성공을 거두었죠.

데이비드  타이니의 성공 덕분에 이러한 기회는 더 이상 비밀이 아닙니다. 많은 사람이 이러한 사업 아이디어가 성공을 낳는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버크셔와 마찬가지로 앤드루와 크리스에 필적하는 경험과 기질, 자본 접근성, 평판을 두루 갖춘 기업가는 없었어요.
저와 벤은 빌 애크먼(Bill Ackman: 퍼싱스퀘어 대표)과 하워드 막스(Howard Marks: 오크트리캐피털 대표)와 함께 타이니에 투자했습니다. 두 투자자와 마찬가지로 타이니 역시 자기 영역에서 장기 투자자로서 입지를 구축했습니다. 수익성 있는 인터넷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이 영구적인 보금자리를 찾거나, 공동 창업자나 벤처캐피털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자본 파트너가 필요하다면 타이니가 적격입니다.

 예컨대 타이니는 영화 팬을 위한 최고의 소셜 네트워크 레터박스드(Letterboxd)를 인수했습니다. 창업가가 12년 동안 회사를 운영한 시점이었고 앞으로도 계속 타이니와 함께 일할 것입니다. 최고의 인터넷기업을 물색하고, 30일 안에 실사를 끝내며, 창업자가 계속하든 오랫동안 일할 새로운 경영진을 물색하든 독립 경영을 보장하는 타이니의 정신을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데이비드  후원해주신 타이니에 고마움을 전합니다. 벤이 말한 것처럼 타이니는 유일한 후원사이고, 버크셔처럼 거의 영원히 존재할 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초 상장하면서 이제 100만 달러부터 최대 2억 5,000만 달러에 이르는 인수 거래를 할 수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은 hi@tiny.com으로 이메일을 보내세요. 벤과 데이비드의 추천을 받았다고도 꼭 말씀하시고요!

 마지막으로 찰리 멍거의 청동 흉상은 여러분의 업무 공간에 ‘찰리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질문을 환기하는 완벽한 제품입니다. 링크(https://www.berkshirenerds.store/)에서 구매 가능합니다. ‘워런’이라는 사람의 흉상도 재고가 충분합니다.

찰리 멍거와 워런 버핏의 청동 흉상

이제 더 이상 설명할 필요는 없을 듯하지만, 어콰이어드 팟캐스트는 투자 조언의 성격을 갖지 않습니다. 데이비드와 저는 팟캐스트에서 다루는 기업에 투자한 때도 있습니다. 특히 인터뷰 콘텐츠는 정보 전달과 엔터테인먼트 차원에서 이해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제 오늘의 주인공 찰리로 넘어가겠습니다.
찰리, 제가 지난 주말에 NFL 경기를 봤는데요. 이제 스포츠 방송에 나오는 모든 광고가 스포츠 도박 업체 것 같더라고요. 이것이 과연 미국에 도움이 될까요?

찰리 멍거(이하 찰리)  당연히 그렇지 않습니다. 미국의 경견장(dog track)과 경마장, 카지노가 과연 미국에 도움이 되었느냐는 질문과 똑같습니다. 모두 도움이 안 됩니다. 그냥 인기가 많을 뿐이죠.

데이비드  그래도 워런은 경마장에서 시작하지 않았던가요?(버핏은 초등학생 시절 경마장에서 버려진 마권을 모아 팔고 경마지를 직접 만드는 사업을 했다.)

찰리  하지만 워런은 도박은 하지 않았습니다. 경마장을 고객으로 뒀을 뿐입니다. 그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자기에게 유리한 확률 게임을 원했습니다. 워런에게는 아주 간단한 판단이었을 것입니다. 즉 도박꾼이 아니라 도박장이 되어야 했죠.

 청취자 여러분, 다음 주제는 개인 투자자의 주식 거래에 관한 것입니다. 많은 미국인은 주식 투자가 도박과 똑같다고 생각하는 듯한데요.

찰리  많은 개인 투자자가 도박하듯 투자합니다. 기업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죠. 주가가 오를지 내릴지를 두고 도박만 합니다. 저에게 결정권이 있다면 단기 시세 차익에 세금을 부과하고, 손실을 보상하는 어떠한 장치도 두지 않았을 것입니다. 차라리 많은 사람이 ‘도박’ 게임을 접는 편이 낫습니다.

앤드루 막스(이하 앤드루)   르네상스테크놀로지(Renaissance Technologies) 등이 사용하는 알고리듬 기법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찰리  르네상스의 첫 번째 알고리듬은 아주 단순했습니다. 과거의 모든 데이터를 모아서 주가의 흐름을 분석했습니다. 결과는 이틀 단위로 종가가 ‘상승 후 상승’이나 ‘하락 후 하락’ 패턴이 많았습니다. ‘하락 후 상승’이나 ‘상승 후 하락’보다도요.
여기에는 추세를 따르는 인간의 기본적인 심리보다 더 깊은 차원의 원인이 있습니다. 즉 주식시장 참가자가 단기적인 도박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죠. 그래서 르네상스는 첫날 상승한 주식을 사서 다음 날 장 마감 전에 파는 알고리듬을 개발했습니다. 매일 그 기법을 반복했죠. 결제 대행 기관은 매일 상황을 보고했습니다. “오늘 850만 달러를 결제하셔야 하고 내일은 940만 달러를 결제하셔야 합니다.”
가장 쉬운 방법은 선행매매(front run)일 텐데요. 인덱스펀드의 평균 매수가가 얼마인지 정확히 알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모두가 그 정보를 알고 있었죠. 매년 수익을 달성하는 방법은 바로 장중에 레버리지를 사용해서 자기자본 대비 수익을 높이는 것이었습니다. 아주 많은 거래에서 아주 조금씩 수익을 냅니다. 그 결과 레버리지 위험이 극도로 높은 수준에 이르렀는데요. 저는 그런 위험을 감수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알고리듬으로 높은 수익을 내는 방법은 막대한 레버리지를 사용하는 것뿐입니다. 이미 상당한 돈을 가진 사람이 이렇게 막대한 레버리지를 사용하면 결국 미쳐버리고 말 것입니다.


 제가 얼마 전 코스트코의 리처드 갈란티(Richard Galanti: 1993년부터 코스트코 CFO로 재직 중)를 만나서 몇 시간 대화할 기회가 있었는데요. 잘 아시는 분이죠?

찰리  그는 제대로 된 전문가입니다. 평생을 코스트코에 바친 사람이죠.

 코스트코의 경영진은 모두가 그런 사람 같습니다.

데이비드  네, 그들 모두 평생을 코스트코에서 일했죠.

찰리  맞습니다. (1997년부터 코스트코 이사를 맡아온) 저는 누구보다 잘 알죠.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코스트코나 프라이스클럽을 어떻게 처음 알게 되셨나요?

찰리  로더릭 힐스(Roderick Hills: 멍거와 함께 멍거, 톨스, 힐스 앤드 리커쇼서(Munger, Tolles, Hills, and Rickershauser) 로펌을 설립했고 이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가 솔 프라이스(Sol Price: 페드마트(Fed Mart)와 프라이스클럽을 설립했고, 프라이스클럽은 제자 짐 시네걸이 설립한 코스트코와 1993년 합병했다)와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여서 솔이 하는 사업을 알고 있었습니다. 로더릭이 저에게 반드시 솔을 만나봐야 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차를 몰고 그의 매장에 가서 솔을 만났습니다. 정말 똑똑한 사람이었죠. 솔은 서른아홉 살까지는 평범한 변호사였지만 이후 공무원 대상 할인점을 설립했습니다.

데이비드  페드마트 시절에 그를 만나셨나요?

찰리  아니요, 제가 그를 만났던 시점은 솔이 페드마트를 독일인에게 매각한 후였습니다.

 휴고 만(Hugo Mann)이 페드마트를 인수했죠.

찰리  맞습니다.

 코스트코와 합병하기 전 프라이스클럽에도 투자하셨나요?

찰리  네, 투자했습니다. 하지만 공개시장 거래를 통해 주식을 매수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누구에게도 특혜를 받지 않았고요.

 짐 시네걸(Jim Sinegal)은 어떻게 알게 되셨는지도 궁금하네요.

찰리  시네걸이 코스트코의 이사가 되어달라고 워런에게 부탁했습니다. 그는 금융업계에서 좋은 평판이 있는 사람을 찾고 있었죠.

 사외이사로서 말이죠?

찰리  네, 하지만 워런은 거절했습니다. 그러고는 찰리에게 부탁해보라고 말했다더군요. 본인은 이사회에 참석하느라 긴 시간 비행하고 싶지 않다면서요. 그래서 제가 맡았습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코스트코의 주주가 되거나 인수를 시도한 적이 있나요?

찰리  프랑스 유통기업인 까르푸(Carrefour)가 워런에게 자사를 인수하라고 제안했지만, 거절한 적이 있습니다. 그는 유통업을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데이비드  워런이 유통업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제외하고 다른 큰 반대 의견은 없었나요?

찰리  유통업계의 절대강자로 불렸던 기업이 사실상 모두 사라졌습니다. 시어스로벅(Sears Roebuck)을 비롯해 대형 백화점이 다 망했죠. 그는 유통업에서 오랫동안 꾸준함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앤드루   다이버시파이드 리테일링(Diversified Retailing: 버핏과 멍거는 이 회사를 통해 호크실드콘(Hochschild Kohn)이라는 백화점을 인수했다)에서도 고전하셨죠?

찰리  네, 다이버시파이드를 통해 돈을 번 것 빼고는 다 힘들었습니다. 엄밀히 말해서 유통업에서는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돈은 많이 벌었죠.

 다이버시파이드 리테일링이 유통업으로 돈을 번 것이 아니라고요? 그렇다면 어떤 방법을 통해서였나요?

찰리  아주 간단했습니다. 볼티모어주에 있는 별것 아닌 백화점 하나를 샀습니다. 큰 실수였죠. 경쟁이 너무 심했습니다. 인수 계약서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끔찍한 실수를 했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워런과 저는 파산하는 것보다는 상황을 되돌려 우리가 멍청이라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 낫다고 결정했습니다.
당시 우리는 인수가의 절반에 해당하는 무담보 차입금을 이미 조달한 상태였습니다. 백화점에는 초과 현금이 있었고 우리가 투자한 주식은 상승세가 엄청났습니다. 경기 침체의 한가운데를 지나며 계속해서 주식을 사고 또 샀습니다. 그렇게 번 돈으로 또 다른 주식을 샀죠. 가만히 앉아서 돈을 세 배로 불렸습니다.

 그때 블루칩스탬프도 인수하셨죠?

찰리  네, 블루칩이 성공 가도를 달리던 시절이었죠.

 놀랍습니다. 하지만 워런은 유통기업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셨는데요.

찰리  블루칩은 두 분이 잘 모르는 일도 했습니다. 워런과 저는 약 2,000만 달러를 지급하고 조그마한 저축대부은행을 인수했습니다(1969년 버크셔를 통해 인수한 일리노이내셔널뱅크(Illinois National Bank)를 말한다). 이후 은행을 정리하면서(1980년 규제로 인해 버크셔 주주에게 주식 배당하는 방식을 택했다) 우리는 2,000만 달러를 들여 인수한 기업에서 유가증권 투자로 20억 달러를 벌었습니다. 이를 네브래스카주 보험사의 기초 자본으로 투입했습니다(버크셔와 웨스코파이낸셜(Wesco Financial)이 합작 설립한 웨스코파이낸셜 인슈어런스 컴퍼니(Wesco-Financial Insurance Company, Wes-FIC)를 말한다). 아주 훌륭한 출발이었습니다. 누구에게나 그런 출발이 필요한 법이죠.

 놀랍습니다.

데이비드  어콰이어드는 코스트코 에피소드에서 유명한 농담을 다뤘는데요. 10년 전 버크셔 주주총회에서 워런이 당신과 함께 비행기를 타고 가다가 납치당하는 상황을 가정하고 했던 이야기죠. 납치범이 마지막으로 원하는 것을 묻는다면 당신은 코스트코에 관한 강의를 하고 싶다고 말할 것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2011년 4월 30일 개최된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버핏이 멍거와 코스트코를 들어 농담하는 장면

찰리  워런은 제가 계속해서 코스트코 이야기를 하니 분명 신물이 났을 것입니다.

데이비드  네, 그래서 워런은 그 강의를 듣느니 자기를 먼저 죽여달라고 납치범에게 요청하겠다고 했죠. 하지만 저희는 그 강의를 듣고 싶습니다.

찰리  제가 하도 코스트코 이야기를 하니 지겨워진 워런이 농담한 것입니다. 향후 훌륭한 성과를 낼 것으로 확신하는 기업을 발견하고 또 그 판단이 전적으로 옳다고 확신할 수 있는 때는 평생에 걸쳐 몇 번 찾아오지 않습니다. 아마 평생 대여섯 번 정도 기회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삶의 초반부에 두세 번 그런 기회를 잡은 사람은 이것이 쉬운 게임이라고 생각한 끝에 결국 파산하고 맙니다. 사실 그런 기회는 아주 드뭅니다.

 코스트코를 두고 평생에 걸쳐 몇 번밖에 찾아오지 않는 기회라고 생각하셨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찰리  코스트코는 규모가 크고 효율적인 매장을 통해 미국 내 어떤 유통기업보다도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판매합니다. 주차장 1면의 폭은 업계 표준이었던 2.4~2.7미터가 아니라 3미터로 설계했습니다. 유통기업에 필요한 모든 기능을 잘 수행했고 주차 면수도 많았습니다. 그런데도 매장을 방문하지 않고(주차장만 이용) 대량으로 구매하지 않는 고객도 있었죠. 그래서 코스트코는 매장을 방문하도록 보상 포인트를 제공하는 특별 프로그램도 시행했습니다.

 이그제큐티브(executive) 멤버십을 말씀하시는 것이죠?​

찰리  네. 효과가 좋았습니다.

 저희가 공부해보니 자본 집약도가 정말 낮은 비즈니스 모델이더군요.

찰리  코스트코는 재고자산에 돈이 묶여 있지 않습니다. 공급업체는 판매가 일어난 후에야 대금을 정산받는데, 기꺼이 기다립니다.

 전 세계 900여 개 창고형 매장에 고품질 상품이 가득하지만, 재무상태표에 깔고 앉은 재고자산이 없더군요.

찰리  맞습니다.

데이비드  저희가 알기로 프라이스클럽은 코스트코와 합병하기 전에 이미 상장한 상태였는데요. 자본이 필요하지 않았기에 증자한 적이 없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찰리  자본이 필요할지는 미리 알 수 없습니다. 솔은 유능한 자본가였고, 거래를 좋아하고 부동산도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방식은 말이 안 됩니다! 코스트코 수준의 대형 기업을 운영하면서 주차장이 좁아서 불편하거나 주차할 공간이 없는 것은 격에 맞지 않습니다. 그러한 자본 정책으로 할인점이 많은 돈을 버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공감합니다.

찰리  솔이 대규모 자본을 ‘원하지’ 않았다는 것이 정답에 가까워 보이네요.

 코스트코처럼 제한적인 SKU(stock keeping unit: 재고 관리를 위한 최소 단위)를 통해 우위를 확보하는 다른 기업 사례도 있을까요?

찰리  아주 많습니다.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겔슨브러더스(Gelson Brothers)라는 작은 식료품 체인점도 그 사례입니다. 높은 재고자산 회전율과 낮은 자본적 지출을 목표하기에 이익률을 높이려고 노력하지 않았습니다. 매장을 방문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주차장을 사용하지 못하게 했고요.

 일생의 기회라 부를 만한 훌륭한 기업 몇 개를 돌아보면서, 각자 일생의 기회를 찾고 있는 데이비드나 저 같은 젊은이에게 해주실 조언이 있다면요? 무엇이 중요했습니까?

찰리  투자하고 나서 5년이 지나야 그것이 기회였는지 알 수 있습니다. 좋은 성과를 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투자한 사람의 사고 능력은 향상합니다. 하지만 자신이 우위에 있다고 확신한다면 대규모로 투자해야 합니다. 이는 내가 옳다는 것을 내가 알 때를 말합니다. 경영대학에서는 그런 것을 가르치지 않죠. 미친 짓입니다. 당연히 각자 가진 가장 좋은 기회에 대규모로 투자해야 합니다.

 그 정도로 무언가에 확신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나요?

찰리  계속해서 노력해야죠.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만나세요.

데이비드  반세기 넘게 워런과 정말 아름답기까지 한 협업 관계를 유지해오셨는데요. 저와 벤은 이제 10년이 되었습니다. 비결이 있을까요?

찰리  우리가 처음으로 함께 일했을 때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쉽게 알아볼 수 있는, 낮게 걸린 과일 따위는 없었죠.

 투자 기회 측면에서 그러했다는 말씀이죠?

찰리  맞습니다.

데이비드  워런과의 협업 관계 측면은 어떠했나요?

찰리  워런과 저는 어느 정도 비슷했습니다. 가족의 안전을 기하고 투자자에게 좋은 성과를 돌려주고 싶었죠. 태도 면에서도 비슷했고요.

데이비드  시간이 지나면서 변한 것이 있나요?

찰리  없습니다. 워런은 지금도 다른 무엇보다 버크셔 주주의 안전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레버리지를 조금 더 활용했다면 지금보다 세 배는 더 나은 실적을 냈을 것입니다. 위험 수준도 똑같은 비율로 증가하지 않았을 테고요. 하지만 워런과 저는 우리의 기본적인 피난처(버크셔)에 관해서라면 확률이 얼마나 유리하든 관계없이 무너질 가능성이 존재하는 방법은 택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레버리지를 더 많이 활용했다면 무너질 가능성이 있었다고 보시나요?

찰리  아주 조금이라도 성과는 더 좋았을 것입니다.

 버크셔와 여러 기업을 비롯해 두 분의 현재가 존재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었다고 보시나요?

찰리  아닙니다. 결과는 여전히 괜찮았을 것입니다.

데이비드  워런도 그렇게 생각할까요?

찰리  우리가 현명했다면, 상황이 허락하는 선에서 쥐어짜 내면 어떻게든 되었겠죠.

데이비드  레버리지를 쓸 때, 우리가….

찰리  사실 레버리지는 사업에서 자동으로 일어납니다! 자본 없이 신규 매장을 열더라도 당연히 레버리지가 발생합니다. 상황이 그러한데도 재고자산이 없는 기업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요?

 아주 중요한 지적입니다. 아주 많은 사람에게 (저렴한 판매가 등 코스트코 방식으로) 상품을 제공할 책임이 있으니까요.

찰리  그런데 상품 회전율이 아주 높죠.

데이비드  네, 여기서 말하는 레버리지가 차입금에서 비롯하지 않았다는 점이 흥미로습니다. 부채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찰리  많은 사람이 부채를 활용합니다. 제품을 만드는 기업은 아주 많고, 놀라우리만치 강력한 힘을 지닌 유통기업은 공급업체에 재고자산을 부담하게 합니다. 우리(코스트코)만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죠.

 협업 관계 이야기로 돌아가서, 데이비드와 저는 함께 팟캐스트를 한 지 10년이 되었습니다. 투자업과는 다르지만 복리 성장이 가능하다는 면에서는 유사합니다. 워런과 함께한 50년을 돌아볼 때 이러한 관계를 지속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개인적인 조언을 하나 해주시겠습니까?

찰리  서로를 좋아하고 함께 일하는 것을 즐기면 확실히 도움이 되겠지요.

데이비드  네, 저희도 그렇습니다.

찰리  좋네요. 하지만 저는 한 가지 공식에 천착하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잘 작동했던 여러 관계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각자 잘하는 것이 서로 다른 때가 많습니다. 자연스럽게 일을 나눕니다. 게다가 각자 자신이 맡은 일을 좋아합니다.
코스트코 사례를 볼까요? 짐 시네걸 외에도 아주 똑똑하지만 유통업계 출신이 아닌 제프 브로트먼(Jeff Brotman)이 있었습니다. 처음에 두 사람은 업무를 나눠서 브로트먼이 회장 겸 CEO를 맡기로 했습니다. 애초에 먼저 코스트코를 함께 설립하자고 한 건 그였으니까요. 하지만 시네걸은 자기가 CEO를 맡겠다고 했습니다. 그리 유쾌하지 않은 안건으로 이사회가 열렸고, 내부적으로 큰 갈등을 겪은 결과 브로트먼이 생각을 접었습니다.

데이비드  당신이 이사회에 합류한 후에 일어난 일인가요?

찰리  그 전이었습니다.

데이비드  워런과 같은 도시에 살지 않는 것이 두 분의 관계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보시나요?

찰리  도움이 되었을 수도 있지만, 워런은 다른 사람과도 아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버크셔 본사에서 매주 토요일에 모여 함께 점심을 먹죠. 그가 사는 지역에 오랜 친구가 없어서 저와의 관계를 소중히 생각한 것은 아닙니다.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일상적인 일이 아닐 때 그러한 관계에 도움이 된다고 보시나요?

찰리  물론 우리 둘 다 어렸을 때는 할 일이 그리 많지 않았기에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제는 각자 할 일이 많아졌지만 대부분 일상사에 국한된 차이일 뿐입니다.

 그렇군요.

데이비드  벤과 저는 할 일이 아주 많이 남은 것 같습니다.

찰리  물론 두 사람은 할 일이 많습니다. 투자를 잘하기는 몹시 어렵습니다. 벤처캐피털이 계속해서 좋은 투자를 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데이비드  고백건대 벤처캐피털에 관한 당신의 생각을 정말 듣고 싶었습니다.

찰리  일부 기업에 대한 투자는 너무 과열되어서 아주 빠른 속도로 결정해야 하는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도박의 성격이 짙어집니다.

 벤처캐피털이 사회에서 맡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다고 보시나요?

찰리  아니요. 아주 형편없다고 생각합니다.​

찰리는 이 주제를 상세하게 다뤘지만 팟캐스트에 공개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다음 주제인 비트코인으로 바로 넘어갑니다.


 비트코인에 관해 발언하셨던 것을 모두 읽어봤습니다. 다음 관점에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듣고 싶습니다. 비트코인은 특히 자국 내 안정적인 가치 저장 수단이 없는 국가 간 송금 거래를 가능케 한다는 것인데요. 개별 국가에 연동되지 않은 가치 저장 수단이 존재하는 것은 좋은 면도 있지 않을까요?

찰리  물론 세계 전체에서 통용되는 화폐가 있다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이 문제를 두고 투자업계에서는 과거 영국 파운드화를 기축 통화로 두는 해결책을 내놓았습니다. 이후 달러화가 그 위치를 차지했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국은 우리가 만든 달러를 상당량 보유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계속해서 종이만 찍어낼 뿐인데 다른 사람들은 이를 돈으로 여겨 거래하는 상황이죠.

 미국 달러에 대한 접근성이 제한된 일부 가난한 국가의 서민은 어떻게 될까요?

찰리  그들도 돈을 벌면 똑같이 할 것입니다. 달러화는 대체 가능성이 높기에 어디서나 구할 수 있습니다.

 벤처캐피털이 사회에서 맡은 역할에 관한 이야기로 돌아가서, 혁신을 위한 완벽한 자본 조달 시스템을 설계한다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합니다.

찰리  일을 제대로 하면 됩니다. 올바른 사람에게 힘을 실어주고 육성하며 도움을 주면 되는 문제입니다. 벤처캐피털은 사업의 많은 요령을 알고 있으므로 신생 기업이 사업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물론 미움받지 않으려면 그리 많이 간섭하면 안 되겠죠.
벤처캐피털에서 자금을 조달한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을 만나보면 대체로 벤처캐피털리스트를 싫어한다고 답하는 비율이 높더군요. 투자한 회사에 도움을 주는 파트너가 아니라 자기 이해관계만 챙기는 집단으로 여기는 듯했습니다. 그리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와 다른 방식도 가능하다면 방법은 무엇일까요?

찰리  버크셔에서는 상황이 완전히 다릅니다. 임직원은 워런과 제가 가장 높은 인수가 제안을 받아들여 그들을 저버리는 결정을 하지 않으리라는 점을 알고 있습니다. 투자은행 사람이 찾아와서 순이익의 20배나 그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안해도 우리는 팔지 않습니다. 물론 그 사업에 우리가 해결 불가능한 문제가 내재한다면 팔겠지만, 평균 정도는 되는 준수한 사업이라면 절대 팔지 않습니다. 이를 통해 버크셔는 자회사 및 계열사와 함께하려는 공동체적 정신이 강하다는 평판을 얻었고, 이는 다시 버크셔에 도움이 됩니다.

 투자자와 경영진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려면 ‘매수 후 보유(buy and hold)’ 전략을 사고방식 차원에서뿐 아니라 실행으로도 보여주는 것이 필수라고 생각하시나요?

찰리  호스트 두 분도 잘 알겠지만, 그런 일은 아주 드뭅니다. 모두가 각자 일하는 방식이 있고 변호사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투자에서는 모두가 똑같은 방식으로 일하고, 똑같은 척도의 결과를 마주하며, 투자 과정에서 똑같은 우여곡절을 겪습니다. 그래서 투자자를 망쳐가면서까지 돈을 벌고 싶어 하지는 않는 경영진이 표준이라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벤처캐피털에서는 그것이 통용되지 않습니다.
벤처캐피털 세계는 골드만삭스 출신 무한책임 파트너가 모여 1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운용하는 폐쇄형 펀드로 넘쳐납니다. 운용보수로 2%를 떼어 가고 따로 성과보수도 받습니다. 이 파트너들은 멋진 삶을 누리지만, 펀드에 출자한 기금은 형편없는 실적을 돌려받습니다.

데이비드  벤처캐피털 펀드의 구조에서 특히 보수가 문제라고 생각하시나요?

찰리  두 이해관계자(여기에서는 무한책임 파트너인 벤처캐피털리스트와 유한책임 파트너인 기금 등 출자자)의 분열이 바로 거기에서 비롯합니다. 아주 이례적으로 뛰어난 실적을 내려는 때가 아니라면 그렇게 과다한 보수를 청구하는 일을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행동보다는 말이 쉬운 법이죠.
그 결과 엉뚱한 사람이 가담합니다. 투자의 표준이 통용되기를 원하는 사람은 투자금을 들고 저를 찾아왔지만, 벤처캐피털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버는 사람은 다음번 ‘핫’한 섹터를 찍어내는 투자은행가에 더 가깝습니다. 이들은 훌륭한 투자자가 아닙니다. ‘훌륭함’이라는 단어 자체가 그들에게 어울리지 않습니다.

데이비드  그렇다면 기금을 포함해 대규모 자금을 운용하는 사람은 어떡해야 할까요?

찰리  벤처캐피털업계가 그렇게 돌아가게 한 장본인이 그들입니다. 언젠가부터 기금은 운용보수 3%와 성과보수 30%를 요구하는 사람을 불러놓고 그 보수 구조를 용인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오히려 남들보다 더 많은 돈을 출자하려고 경쟁했죠. 출자금 중 절반은 결국 돌려받지 못합니다(보수를 지급하느라 사라진다는 뜻). 이대로라면 나머지 돈도 위험하고요.
수수료가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면 업계의 재미는 덜하겠죠. 보수 50% 삭감, 그것이 지금 미국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대규모 기금은 속았다고 생각하고, 방향성을 잃었으며, 짜증이 가득한 상태입니다. 수탁자(벤처캐피털)는 그들을 멍청이로 여겼음이 분명합니다.

데이비드  벤처캐피털에 한정한 말씀이었지만 전체 투자업계에도 통용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투자업계의 문제점 하나는 자본이 넘쳐나고 경쟁이 몹시 치열하다는 것입니다. 옛날 옛적 ‘담배꽁초’ 시대로부터 많은 시간이 흘렀고, 지금은 그때와 정확히 반대 상황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전히 투자 기회가 남아 있을까요?

찰리  누군가 몇 가지 기회를 찾기는 하겠지만 점점 더 줄어드는 것은 확실합니다. 역사상 성공 가능성이 가장 컸던 기회 하나는 홈디포(Home Depot)와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홈디포는 코스트코 모델을 모방해 주택 개조 분야에 적용했습니다. 아이디어 자체가 훌륭했습니다. 홈디포가 그간 벌어들인 돈을 한번 생각해보세요.

데이비드  버나드 마커스(Bernard Marcus: 홈디포 창업자)의 작품이죠.

찰리  코스트코를 대놓고 복제한 사례였습니다.

 코스트코를 복제해 적용할 분야가 아직 남아 있다고 보십니까?

찰리  네, 하나의 사례가 또 있습니다. 플로어 앤드 데코(Floor & Décor)는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복제 사례입니다. 모조 비닐 바닥재로 시작해서 코스트코 모델을 받아들여 여러 잡다한 상품을 계속해서 추가했습니다.

 결국 잡동사니가 모여서 일을 내는 법이죠.

찰리  그보다는 다른 재질의 바닥재로 확장하는 편이 더 간단했을 듯합니다.

데이비드  홈디포는 정말 좋은 성과를 냈지만, 그 성공 가능성이 당시에도 그렇게 자명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코스트코의 소구점 하나는 바닥이 경사 없이 평평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게 전부였을는지도 모릅니다. 고객이 여행지에서 방문하거나 대형 왜건(wagon)이나 트럭을 몰고 오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찰리  홈디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야말로 코스트코의 모든 것을 베꼈습니다.

데이비드  버나드가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솔 프라이스를 만나러 왔던 일화는 아주 유명하죠(그는 솔을 만나 자기 사업을 하라는 조언을 듣고 몇 년 후 홈디포를 창업했다).

찰리  네, 다 베꼈습니다.

데이비드  솔은 자기 노하우와 전략을 모두와 기꺼이 공유했습니다. 이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찰리  솔 역시 믿기 어려울 정도로 훌륭한 인물입니다. 독단적인 면도 있었지만 아주 똑똑했습니다. 하지만 홈디포나 코스트코 같은 기회는 이제 그리 많지 않습니다.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테죠.

 월마트가 코스트코와의 경쟁에서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한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찰리  월마트는 기존 아이디어에 지나치게 매몰되었다고 봅니다. 모두가 어느 정도 그런 문제를 겪습니다. 구식 아이디어가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기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월마트는 아무런 가치가 없는 도시에 진출해서 (당연히) 아무런 가치가 없는 부동산을 취득하는 짓을 반복했습니다. 따라서 점유비용(차지하는 공간 면적당 발생하는 비용으로 임차료와 관리비 등이 속한다)은 거의 제로(0)에 가까웠습니다. 월마트는 무에서 유를 창조해 효율적인 대형 매장으로 바꿔놓는 능력이 있었습니다. 그것이 월마트의 성공 방식이었죠.
따라서 교외 부촌에서 좋은 입지를 차지하려고 비용을 지출하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습니다. 코스트코는 그런 곳만 노렸습니다. 월마트는 오랫동안 보고만 있었고요. 치명적인 실수였죠.

데이비드  샘 월튼(Sam Walton: 월마트 창업자)과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였나요?

찰리  아니요, 만난 적도 없습니다. 아들 한 명과는 알고 지냈습니다. 월마트 대주주 지분이 여섯 명에게 분할 상속된 후 오랜 시간이 지났네요.

데이비드  네, 그 중심에 월튼 엔터프라이즈 유한책임회사(Walton Enterprise, LLC)가 있죠.

찰리  월튼가(家)는 증여세를 거의 내지 않았습니다.


 이제 자동차 제조사와 그 산업의 미래로 주제를 옮겨보겠습니다.

찰리  자동차 산업에 뛰어들어 큰 성공을 거두기가 얼마나 어려울까요?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까요? 물론 그것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전기차, 새로운 자본 소요, 새로운 판매 방식 등으로 인해 결말이 미궁에 빠졌습니다. 강성 노조 문제도 있고요. 자동차 산업을 애초에 쳐다도 안 보는 게 옳았을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전기차라는 파괴적 혁신 덕분에 자동차 산업의 투자 환경이 50년 전보다 더 나아졌다고 생각하시나요?

찰리  정말 좋은 전기차 제조사에 한해서는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다른 제조사에 모두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전기차는 쉽지 않습니다. BYD는 사실상 기적에 가까웠죠. 창업자 왕촨푸(王傳福) 회장은 지능지수가 높은 데다가 주당 70시간 일하는 사람입니다. 일반적인 사람과는 다릅니다. 다른 회사의 자동차 부품을 보고는 그 제조 방식을 바로 간파할 정도니까요. 확실히 차원이 다릅니다.

참석자   찰리, 현대차에도 투자한 적이 있지 않습니까?

찰리  네, 그 회사에도 똑똑한 사람이 많았습니다.

참석자   그 투자는 어땠습니까?

찰리  손실을 봤습니다. 제가 고집을 부리기도 했지만, 원금을 회복할 때까지 계속 기다리다가 매도했고요.

앤드루   최근 버크셔가 일본 상사에 투자한 것을 두고 많은 토론이 오가고 있습니다.

찰리  토론할 것이 뭐가 있나요? 워런 버핏만큼 똑똑하다면 한 세기에 두세 번 정도는 그런 투자 아이디어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일본의 금리는 지난 10년간 0.5%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일본 상사는 역사가 정말 오래되었고, 수많은 값싼 구리 광산과 고무 농장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금리가 그렇게 낮으니 버크셔는 10년을 내다보고 자금을 차입할 수 있었습니다(엔화 표시 회사채인 사무라이본드(samurai bond)를 발행했다). 1년 정도 예측 가능한 환경이었다면 아마 5% 배당을 주는 주식을 샀을 테죠. 그렇게 차입한 돈으로 추가 투자할 필요도 없고 경영을 잘할 필요도 없이 막대한 현금흐름을 확보했습니다. 이런 기회가 평생 한 번 정도 찾아오기나 할까요? 그렇다면 운이 아주 좋은 것입니다. 하지만 워런은 한 세기에 몇 번이나 그런 기회를 포착할 능력이 있습니다.
0.5% 금리 상황에서 일본 상사는 매력적인 투자 대상으로 여겨졌지만 당장 인수하는 것은 불가했습니다. 그래서 버크셔는 인내심을 갖고 차입금을 활용해 조금씩 지분을 매수했습니다. 총 100억 달러를 투자하는 시간은 영겁처럼 느껴졌습니다. 마치 신이 상자를 열어 돈을 쏟아붓는 것과 비슷한 심정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물론 그 돈이 이지 머니(easy money)이기는 했지만요.

 역설적이어서 더 흥미롭습니다. 버크셔도 자금을 차입했지만, 사실 버크셔 정도의 규모에서는 (돈이 모자라기보다는) 충분한 수익을 내기가 더 어렵기 마련이니까요.

찰리  그것은 사실입니다만 돈 벌기가 왜 어려우면 안 됩니까? 반드시 쉽게 돈을 벌어야 합니까?

데이비드  일본 상사의 (고무 농장) 이야기를 들으니 최근 에피소드에서 다뤘던 나이키가 생각납니다. 저는 이 회사가 훌륭한 기업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보시나요?

찰리  아주 다른 기업입니다. 유행을 타는 스타일 회사(style company)죠. 물론 저도 나이키를 분석한 적이 있지만, 좋아하는 유형은 아닙니다.

 유행이 순식간에 바뀌어서 그런가요?

찰리  에르메스(Hermès)를 아주 낮은 가격에 살 수 있다면 구미가 당기겠지만, 이를 제외하고는 그런 스타일 회사에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에르메스’, 다들 메모하셨나요?

앤드루   스타일과 관련해 어콰이어드에서는 LVMH도 다뤘습니다. 베르나르 아르노(Bernard Arnault)의 업적은 정말 놀랍습니다. 이 회사는 어떻게 보시나요?

찰리  LVMH가 지금까지 이룬 것만큼 무언가를 잘한다면 평생 그 일을 하는 게 옳습니다. 평생이 아니라 서너 번 환생하더라도 계속해야죠. 다른 럭셔리 브랜드가 언제든 등장하겠지만, LVMH를 뛰어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데이비드  에르메스는 현재 8대째 가족 경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찰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매일 회의를 하고 브랜드 정책도 결정하며 1년에 한 곳 정도 여는 신규 매장 입지도 결정해야 합니다. 진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진정한 일이라고 볼 수밖에 없겠네요. 에르메스나 LVMH 같은 세계 최고의 스타일 회사가 갖는 영속적인 가치는 무엇일까요?

찰리  사람들이 정말 신뢰하는 브랜드를 갖췄습니다. 이를 위해 한 세기라는 시간이 필요했고요.

 이번에는 커클랜드 시그니춰(Kirkland Signature: 코스트코의 자체 브랜드)를 하나의 브랜드로 에르메스와 비교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찰리  타이드(Tide)가 브랜드인 것처럼 커클랜드도 브랜드입니다. 에르메스는 차원이 다른 브랜드라고 해두죠.

 네, 페라리(Ferrari)가 세제를 만들지는 않으니까요.

찰리  그런 짓은 안 하죠.​

데이비드  저희는 여러 브랜드를 연구하는 데 많은 시간을 썼습니다. 브랜드의 가치는 어떻게 판단하시나요?

찰리  워런과 저는 브랜드를 사랑합니다. 우리가 (블루칩스탬프에서) 2,000만 달러를 내고 처음으로 인수한 기업이 바로 씨즈캔디였으니까요. 씨즈캔디의 제품 판매가를 매년 10% 인상할 만한 가격 경쟁력이 있다는 점을 빠르게 간파했지만, 우리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이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생산량을 늘리는 결정은 한 적이 없습니다. 지난 40년간 매년 10% 정도 판매가를 인상해 이익률을 개선했을 뿐입니다. 아주 만족스러운 기업입니다.
추가 자본이 필요하지도 않았습니다. 그것이 요점입니다. 인수 당시 생산 공장 두 개와 임차 매장 여러 곳이 있었는데요.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찰리 시(Charlie See: 씨즈캔디 창업자)는 바람둥이였고, 그의 형이 회사를 경영하며 완전히 지배했습니다. 찰리가 사망하면서 유산 관리인으로 형을 지정했기에, 형은 상속세를 내기 위해 큰돈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모아둔 돈은 없었고 상속세는 8~9개월 뒤에 내야 했습니다. 상속세를 내기 위해 씨즈캔디를 매각하고 싶어 했는데, 우리가 인수했을 당시 세전 이익이 400만 달러 정도였습니다.

 그들이 상속세를 낼 유동성을 확보하려 해서 워런과 당신이 씨즈캔디를 인수할 기회가 만들어졌다는 말입니까?

찰리  맞습니다. 찰리 시가 하와이 크루즈 여행을 갔을 때 워런과 제가 인수한 또 다른 회사인 블루칩스탬프의 투자위원회 소속이었던 사람의 고객과 우연히 만나면서 그 소식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사람에게 소개비도 지급했는데, 그 이후 누군가에게 같은 명목의 돈을 지급한 적은 없습니다.

앤드루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네요!

찰리  물론입니다. 하지만 소개비를 지급했다는 소문이 퍼져서 좋을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세상 모든 사람이 하루 종일 귀찮게 할 테니까요.

앤드루   정리하자면 씨즈캔디나 에르메스처럼 가격 결정력을 가진 브랜드 유형이 있다는 것일 텐데요.

찰리  그러한 브랜드를 인수할 가능성은 몹시 낮아서 이제 큰 기대는 안 합니다. 제가 발견할 수 있는 브랜드에만 초점을 두는 편입니다만, 그런 브랜드를 살 기회는 이제 아마 없을 것입니다.

 이득을 볼 수 없다면 호기심도 줄어드는 법이죠.

앤드루   예컨대 포장 식료품 같은 분야에 유명 브랜드가 많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찰리  브랜드 제품을 갖춘 기업만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대개 네슬레(Nestlé) 투자로 시작하죠. 평균보다는 나은 투자수익을 냈지만 그렇다고 대박은 아니었습니다.


이후 크래프트 하인즈(Kraft Heinz) 주제로 전환해, 하인즈는 가격 경쟁력을 갖출 잠재력이 있지만 크래프트는 그럴 가능성이 작은 이유에 관해 대화했습니다.

찰리  정말 재밌지 않습니까? 이 별것도 아닌 감자튀김에 케첩을 뿌려 먹으면서 맛을 느끼고 다른 브랜드로 기꺼이 바꾸려는 생각이 드니까요. 사람들은 하인즈를 원합니다! 그래서 하인즈는 가격을 인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크래프트 치즈 가격을 인상하면 최종 소비자인 주부를 포함한 모두가 다른 치즈로 돌아서겠죠. 이들은 치즈에 크래프트 상표가 붙었는지 그리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찰리  소스 맛에 무언가 다른 게 있지 않을까요? 다른 곳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의 소스시장은 단 하나의 회사가 지배한다고 들었습니다. 주요 소스에서 시장 점유율이 95% 이상입니다(리 루(Li Lu)를 통해 알게 된 오뚜기를 말한다).

 그 회사의 소스가 쉽게 모방하기 힘든 영업 비밀이 담긴 특별한 맛이 있기 때문인가요?

찰리  네, 그럴 듯해요.

 그래서 가격 결정력이 있고요.

찰리  사람들은 무언가에 익숙해지면 곧 좋아하게 됩니다.

참석자   코카콜라도 마찬가지죠?

찰리  네, 물론이죠.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현재 99세의 찰리는 믿지만 70세 때의 찰리는 의견이 달랐을 법한 것이 있나요?

찰리  일흔 살부터 투자가 어렵다고 느꼈습니다. 아주 힘듭니다. 이제 얼마나 힘든지 제대로 느끼는 중입니다. 운용보수 2%에 성과보수 20%, 아니면 3%에 30%를 외치는 사람들은 언제나 투자가 쉬웠다고 말합니다. 곧 자기 입에서 내뱉는 헛소리를 진짜 믿게 됩니다. 투자는 쉽지 않습니다. 몹시 어려워요.

데이비드  서른 살이나 마흔 살 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때도 투자 사업을 다시 하시겠습니까?

찰리  아마 그럴 것 같습니다. 제 성격에 잘 맞습니다. 하지만 저는 3%에 30% 부류의 사업에는 별로 흥미가 없습니다. 스스로 먹고살 만한 돈이 충분하다면 저는 제 돈만으로 투자하고 싶습니다. 타인의 요청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매도하거나 투자은행가나 투자 컨설턴트, 벤처캐피털을 상대하는 것보다는 훨씬 좋은 투자 방법입니다. 그런 업자가 어떻게 먹고살든 저랑 무슨 상관입니까? 제가 원한 것도 아닌데요. 다른 사람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부자가 되면 다른 사람을 신경 쓸 필요도, 어울릴 필요도 없습니다. 그것이 핵심입니다.

참석자   워런과 당신이 오늘 동시에 서른 살이 되어서 함께하기로 했다면, 지금의 버크셔와 비슷한 규모의 회사를 다시 만들 수 있으리라고 보시나요?

찰리  아니요. 그러기는 힘들 듯합니다. 실제로는 이례적으로 훌륭한 결과를 낸 사람들이 우리 곁에 있었죠. 그분들은 세 가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아주 똑똑했고 근면성실했으며 운이 아주 좋았습니다. 세 가지를 모두 충족해야만 진정 성공한 사람 목록에 이름을 올릴 수 있습니다. 비결은 무엇일까요? 일찌감치 시작해서 오랫동안 계속해서 노력하면 세 가지 중 한두 가지는 획득할 수 있습니다.

앤드루   오늘 두 분이 다시 시작한다면 여전히 보험이 중요한 수단이 되리라고 보시나요?

찰리  기질에 따라 다를 것 같습니다. 보험은 특정 유형의 기질을 가진 사람에게는 이상적인 수단입니다. 인내심이 강한 사람이 보험업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큽니다. 성과를 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경쟁사를 이기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이 업계에서 돈을 벌기란 몹시 어렵습니다.

 보험에 들지 않고도 스스로 위험을 대비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적이 있지 않나요?

찰리  보험뿐 아니라 사실상 거의 모든 문제에서 그것이 정답입니다. 과음하고는 보험금을 청구하고 심지어 방화도 저지르는 세상 모든 인간쓰레기를 한번 생각해보세요.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 어리석음에 대한 대가를 내 호주머니에서 꺼내 치른단 말입니까?

 보험사의 간접비는 말할 것도 없겠죠. 물론 직원 모두에게 급여를 지급하는 것이 그들의 의무지만요.

찰리  네, 잘 생각해보면 미친 짓입니다.

 현재 보험비를 내시는 보험이 있나요?

찰리  화재보험은 가입한 적이 없습니다.

 자동차보험은요?

찰리  내고 있죠. 법적으로 의무화했으니까요.

 그런가요? 제가 보기에 당신은…(운전기사를 고용하면 자동차보험을 납부할 필요가 없지 않겠느냐는 질문).

찰리  아니요. 그래도 가입해야 하고, 가입했습니다.


앤드루   오늘 당신을 만나러 온 사람들은 테크기업에 중점을 두는데, 그렇지 않은 당신이 사뭇 신기하기도 합니다. 버크셔의 애플 투자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렇게 큰 규모로 투자할 만큼 확신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찰리  다른 회사보다 뛰어난 그 12개 테크기업에 투자해야 한다는 점을 이제는 모두가 깨달았으리라 봅니다. 적어도 두세 군데에는 투자해야 합니다. 이런 생각에 바탕을 두고 투자할 기업을 선정하면 애플이야말로 가장 논리적인 결론이었습니다. 좋은 실적으로 이어질 투자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것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았고요.

 그러한 기업 목록을 작성하는 것이야 어렵지 않을 듯합니다. 실제로 이들에 관한 FAANG이나 MAAMA 같은 약칭도 있지만, 그중에서 하나를 골라 10배 정도 가치가 상승할 것을 기대하고 수백억 달러를 투자하기는 몹시 어려울 듯하고요. 워런과 당신은 어떻게 하나의 기업으로 결론 내렸습니까?

찰리  워런과 저는 그것 말고 다른 것도 잘합니다.

데이비드  주가가 저렴했기 때문인가요?

찰리  네, 우리가 매수할 당시 저렴해졌죠. 워런이 매수했을 때 주가는 순이익의 10배 수준이었으니까요.

 제 기억에는 2015년에 처음으로 애플에 투자하셨던 듯합니다. (상업용 부동산을 두고) 부실채권 상황을 주시하라고 경고하셨던 것이나 (최근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 서한에서) 워런이 언급했던 정말 훌륭한 몇 가지 결정을 돌아보면, 정말 대단하시다는 생각밖에 안 듭니다. 대표적으로 멱법칙(power law: 극소수의 성공이 막대한 이익을 낳는 현상) 분포를 보이는 벤처캐피털의 상황도 그러하고요. 투자 경력을 통틀어 강하게 확신하는 몇 가지 생각에서 각 자산군에 대한 투자 결정이 비롯했습니다.

찰리  네, 정확히 그러한 과정이었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계속해서 좋은 성과를 내는 자산군은 존재하지 않죠.

찰리  멍청이를 위한 낮게 걸린 과일이 모두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과일 크기가 아주 작아졌습니다.

 좀 전에 애플을 이야기하면서, 투자했는지 아닌지에 따라 투자자의 전체 실적을 결정했던 중요한 기업 몇 개가 있다고 하셨는데요. 각종 연기금과 퇴직연금, 심지어 버크셔까지 그 빅테크기업 투자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빅테크기업이 승자로 등극했던 것이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하시나요? 이런 결말밖에 없었을까요?

찰리  당연한 귀결이었습니다. 그러니까 그렇게 되었죠.

 원인은 무엇일까요?

찰리  인간의 본성과 경쟁, 그것 말고 달리 설명할 것이 있겠습니까?

 앞으로 우리가 마주할 가능성이 큰, 당연해 보이는 결론이 또 있을까요?

찰리  벤처캐피털의 광기로 인해 결국 모두가 멍청이가 되는 것밖에 생각나지 않네요.

 20조 달러짜리 회사가 하나 생겨나면 그다음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찰리  세상이 어떻게 될지는 저도 모릅니다. 저는 세상이 지금처럼 많은 것을 갖게 될지도 예전에는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그냥 그렇게 되었죠.

참석자   중국 투자는 계속하실 생각인가요? 중국은 어떻게 보시나요?

찰리  중국에 관한 생각은, 우선 중국 경제가 향후 20년간 세계에서 전망이 가장 좋다는 것입니다. 나아가 중국의 선도 기업은 세계에서 가장 견고하고 우수하고, 게다가 주가도 훨씬 저렴합니다.
따라서 멍거가의 포트폴리오에는 어느 정도 중국 익스포저를 가져갈 의향이 있습니다. 중국의 위험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과학적으로 검증할 수는 없겠지만 18%든 뭐든 저는 그리 신경 쓰지 않습니다. 멍거가에서 다른 결정을 내릴 수도 있지만 어찌 되었든 저는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지정학적 위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현시점에서 TSMC 주식을 계속해서 보유해야 할까요?

찰리  제가 애플처럼 자체 브랜드를 갖춘 진정한 소비자 브랜드를 좋아하는 수준에 반비례해서 그런 기업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앤드루   아직 언급하지 않은 기업 중에서 그 우위를 공부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기업이 있을까요? 코스트코의 우위를 공부하는 것처럼요.

찰리  저는 딱 두 가지 유형의 기업만 공부합니다. 저는 벤저민 그레이엄의 열렬한 추종자입니다. 형편없는 기업이라도 주가가 정말 저렴하다면 매수할지 검토합니다. 한동안 공부하는데, 그리 자주 있는 일은 아닙니다. 한두 번 엄청난 성공을 거두기도 했지만, 하워드 막스와 달리 평생에 한두 번이 전부였습니다. 백 번 정도 시도한 것이 아닙니다. 말처럼 그리 쉬운 투자 방식이 아닙니다. 돈을 버는 난이도가 다른 것과 비교해 백 배 정도 낮은 상황은 실존하지 않습니다.

데이비드  ‘담배꽁초’ 유형의 기업을 말씀하셨네요. 다른 유형은 무엇입니까?

앤드루 사람들이 그 우위를 공부해보면 좋을 만한 기업이 있는지에 관한 질문이었습니다.

찰리  당연히 훌륭한 브랜드를 갖춘 기업이 좋은 후보입니다. 이들의 가격이 아주 저렴해지는 몹시 드문 상황, 곧 기회를 포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재 주가에 코스트코 주식을 매수해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지만, 예전과 비교해서는 좀 더 어려워진 상황 같습니다.

앤드루   코스트코의 미래, 곧 주가가 아니라 사업은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찰리  아주 좋은 실적을 내리라고 봅니다.

 찰리, 관련해서 하나 더 질문하고 싶습니다. 젊은이에게 가장 하시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찰리  저는 아무 젊은이에게나 조언하지 않습니다. 제가 직접 만난 사람 중 일부에게만 조언하죠. 저는 지금보다 젊은이에게 더 알려진 ‘구루’ 같은 것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세상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온갖 헛소리와 광기가 난무하고 있습니다. 삶은 그리 쉽지 않다고 조언하고 싶네요.

 매력적인 투자 기회는 이제 존재하지 않을까요? 세계적으로 모든 것이 비싸 보입니다.

찰리  비슷합니다. 당연히 기회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가능하기만 한 게 아니라 실제로 그런 상황이 일어난 듯합니다.

 이렇게 자본이 넘쳐나지만 투자 기회는 거의 없는데 어떻게 세계의 부가 창출되었을까요?

찰리  사물의 본질이 그러합니다. 생명 작용을 거쳐 우리 인류처럼 진보한 존재가 탄생했습니다. 저처럼 모든 주제를 두고 격식 있는 대화도 할 수 있잖습니까? 하지만 지금의 인류가 있기까지 잔인한 경쟁을 통해 모두를 죽이는 방식이 수십만 년간 반복되었습니다. 즉 자연은 진보를 위해 패자에게는 그리 달갑지 않은 방식을 사용합니다.

 지난 100년간 인류는 노동이 아니라 자본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거침없이 이동했습니다. 이제 그 자본도 아주 적은 기회를 두고 무한 경쟁하는 시대가 되었군요?

찰리  100년같이 아주 오랜 시간을 거슬러 가면 경쟁 강도가 그냥 낮은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훨씬’ 낮았죠.

 그렇게 경쟁 강도가 계속해서 높아진다면 자연스러운 귀결은….

찰리  불행한 일이 터지고야 말겠죠. 현대 민주주의에 그러한 일이 발생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신만 알 것입니다. 유럽 같은 수준에 이르면 상당한 기능 장애가 발생할 것입니다.

 좋은 후보를 물색하는 자본에 비해 세상에 좋은 아이디어가 부족하다고 말씀하시는 것은 지나치게 비관적인 관점 아닌가요?

찰리  좋은 아이디어는 원래 탄생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지금 더 어렵습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탄생하기까지 시간이 걸립니다. 투자하는 사람은 사람을 만날 때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좋은 투자 실적이라는 트랙 레코드를 원한다면요.

앤드루   기회가 전혀 없다고 말씀하시는 것은 아닌 듯하네요. 기대치를 낮춰야 하고, 대박은 없다고 생각해야 한다는 뜻일까요?

찰리  딱 한 번만 부자가 되면 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높은 산을 네 번이나 오를 필요가 없습니다. 한 번만 오르면 됩니다.

앤드루   좋은 기회를 포착하려면 인내해야 한다는 것이 당신의 철학이죠. 하지만 그러한 기회가 왔을 때는 이를 알아보고 즉시 낚아채야 합니다.


여기서부터 마이크를 끄고 식사한 후 코스트코에 관해 조금 더 이야기하고 인생에 관한 조언을 들었습니다.

 코스트코에 관해 여쭙고 싶었던 질문이 있습니다. 제한적인 SKU와 높은 재고자산 회전율 등 코스트코의 모든 퍼즐 조각이 정말 아름다울 정도로 딱 맞아떨어진다는 것인데요.

찰리  성공할 게 빤한 비즈니스 모델이었죠.

 그런데도 왜 다른 회사들은 그 방식을 택하지 않았을까요?

찰리  말보다는 행동이 어려운 법입니다. 탁월한 실행이 관건이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일종의 광기 어린 집중력을 갖추고 매일, 매주, 매년 실행해야 합니다. 40년 동안요.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죠.

 비즈니스 모델과 문화가 성공의 비결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찰리  네, 문화에 비즈니스 모델이 더해진 것이죠. 그렇고 말고요. 게다가 40년간 꾸준히 근면성실하게 실행한 덕분에 신뢰도 얻었고요.

데이비드  코스트코에 관한 이야기가 하나 떠오릅니다. 케첩 판매가를 3% 정도 올려도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할 텐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내용인데요. 만약 그런 방식으로 가격을 인상했다면 지금껏 쌓아온 것이 다 무너졌겠죠?

찰리  ‘가격을 올리지 말라’가 가장 중요한 원칙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최대한 낮춰서 영원히 유지하는 것이 이상적이죠.

데이비드  핫도그 이야기를 해보죠. 크레이그 제리넥(Craig Jelinek)이 CEO직을 넘겨받고 나서 핫도그 가격을 인상하려 했다는 소문이 사실인가요?

찰리  잘 모르겠습니다. 그 주제에 관해 대화한 적이 없습니다.

데이비드  짐 시네걸이 이를 막았다고 하던데요.

찰리  짐은 당연히 막았겠죠. 물론입니다.

데이비드  이사회에서 핫도그를 두고 논의한 적은 없나요?

찰리  없습니다. 짐과 크레이그 모두 핫도그 가격이 이사회에서 논의할 만한 주제가 아니라고 생각했을 듯합니다.

 코스트코는 자본 제약에서 자유롭기에 매년 10%만 성장해도 충분하다는 점이 아주 매력적이었습니다. 만약 이자를 내지 않고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이 많았다면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을까요?

찰리  제가 정확히 말씀드리죠. 매년 너무 많은 신규 매장을 열기는 어렵습니다. 새로운 매장과 매니저, 조직 구조를 포함해 새로운 모든 것이 어렵습니다. 많은 것을 다시 배우고 가르치고 시행해야 합니다. 수월하게 감당할 수 있는 수준보다 더 많이 성장하기를 원하지 않았습니다.

데이비드  신규 매장과 관련해서, 예전에 중국에 관해 언급하신 적이 있습니다. 코스트코가 중국 영업 허가를 받은 지 20년 정도 지났죠?

찰리  중국에 처음 매장을 열려고 했을 때 누군가 뇌물 3만 달러를 요구했습니다. 당시 중국의 문화였죠. 코스트코는 뇌물을 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짐 시네걸은 이 일로 중국에 관해 나쁜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후 30년간 중국 진출과 관련해서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죠.

데이비드  그렇다면 무엇이 바뀌었나요? 결국 중국에 진출했잖아요.

찰리  결국 이사회에서 중국에 진출하는 것이 좋겠다는 뜻을 내비쳤죠.

데이비드  이사회가 먼저 요구했다고요?

찰리  맞습니다.

 중국 시장에 흥분할 만한 사람이 이사회에 누가 있을까요?

찰리  그러게요. 그런 사람이 있나 봐요(리 루와 절친하고 BYD, 알리바바 등 중국 기업에도 여러 번 투자한 찰리 멍거가 주도했을 가능성이 크다).

데이비드  어찌 되었든 결과는 좋았네요.

 코스트코가 가능한 한 낮은 가격에 상품을 판매하는 곳인데도 고객은 부유층이 많다는 사실이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우연히 그렇게 되었나요, 아니면 시작할 때부터 알고 있었나요?

찰리  솔 프라이스가 알아냈죠.

 프라이스클럽 시절에 이미 알았다고요?

찰리  네. 그는 부유층 고객이 자기 매장에서 돈을 아끼기를 바랐습니다.

데이비드  고객이 그냥 부자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똑똑하기까지 하네요.

찰리  꽤 까다로운 부자들이죠.

데이비드  네, 까다로운 부유층이 고객이군요.

 코스트코는 이쯤 하고 다음 주제로 넘어가 보죠. 올해 데일리저널(The Daily Journal) 주주 총회에서 “젊은이는 규칙을 알고 노인은 예외를 안다”라고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찰리  네, 오래전 피터에게 들었던 말입니다.

 피터 코프먼(Peter Kaufman: 멍거의 오랜 친구이자 《Poor Charlie’s Almanack》 엮은이)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찰리  맞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유익하다고 생각하시는 ‘예외’가 있나요?

찰리  그 별것 아닌 코스트코 핫도그야말로 예외입니다. 다른 회사였다면 이미 오래전 핫도그 가격을 인상했을 것입니다. 실제로도 그랬고요. 하지만 코스트코는 인상하지 않았습니다. 그 핫도그가 이제 얼마나 유명한지 잘 아시잖아요. 아이들을 코스트코에 데려가면 돈을 더 주고 살 것이 아주 많은데도 핫도그를 빼고는 건드리지도 않습니다.

 고백건대 제가 아직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당신은 중국의 배터리 및 전기차 제조사인 BYD의 열렬한 팬이시잖아요.

찰리  열렬한 팬이기는 하지만 모자를 꼭 붙잡고 이 길을 걷고 있습니다. 저를 다소 불안하게 할 정도로 아주 공격적인 회사입니다.

 위험하다는 뜻인가요?

찰리  저를 긴장하게 하니 당연히 위험하죠.

 기업이 오랫동안 존속하려면 가능한 수준보다 낮은 비율로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찰리  그렇게 하는 편이 더 안전하고 수월합니다. 하지만 핫도그와 같은 극단적인 사례가 존재하는 코스트코는 한두 가지 항목에서는 기존 방식에 변화를 주는 것이 더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스펙트럼의 한쪽 끝에는 고성장하지 않는 코스트코가 있고(고성장이 기업의 본질과 일부 충돌하니까요), 다른 쪽 끝에는 미친 듯이 질주하는 BYD가 있네요.

찰리  올해 BYD의 자동차 판매량은 적어도 250만 대는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대다수가 전기차죠. 이 정도 판매량은 사상 최고 기록입니다. 메르세데스(Mercedes)의 전체 판매량보다 많습니다.

데이비드  테슬라보다도 많겠죠?

찰리  네, 어떤 자동차회사보다 많습니다. 많은 문제가 있었고 적자도 누적했습니다. 치명적인 문제에 봉착했죠. 잘못된 자동차를 생산하는 등 많은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BYD가 전기차 산업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점하게 된 것은 운이 좋았기 때문입니다. 대다수 자동차회사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합니다.
BYD는 대다수 사람에게 필요한 것보다 더 강력한 엔진을 탑재한 자동차를 선보였습니다. 마초적인 젊은 남성은 정말 날아다닐 것 같은 이 자동차를 구매합니다. 90도 회전을 포함해 전기차가 성능이 더 좋은 때도 꽤 많습니다. 평행 주차 공간의 바로 맞은편에서 바퀴를 움직이기만 해도 90도 회전해서 주차 공간에 들어갑니다. 지금껏 이러한 자동차는 없었습니다. 타이어에 펑크가 나도 나머지 세 개의 타이어로 160킬로미터를 주행할 수 있습니다.

앤드루   필요한 부품 수가 훨씬 적어서 경제성이 뛰어난가요?

찰리  구조도 훨씬 단순합니다.

 이전에도 BYD 같은 기업에 투자하신 적이 있나요? 2억 7,000만 달러를 투자해서 현재 평가액이 80억 달러에 이를 정도의 투자는 BYD 외에 없었던 듯한데요.

찰리  당시 BYD에 투자했던 사람이 거의 없기는 했죠. (중략) 벤처캐피털 유형의 투자였습니다. 당시 BYD는 거래량이 거의 없는 상장사였는데도 우리는 벤처캐피털 방식으로 주식을 매수했습니다. BYD는 계속해서 액셀을 밟으며 열심히 달렸죠.
그런데요. 우리는 자동차 산업에 진출하지 말라고 BYD를 열심히 설득했습니다. 하지만 파산한 자동차회사를 인수해서 결국 뛰어들었죠. 저는 거기가 바로 당신네 무덤이라고 경고하며, 왜 그렇게 자동차 사업을 하지 못해서 안달 났느냐고 책망했습니다. 왕촨푸 회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몰두했습니다.

 투자하고 나서 자동차 사업을 하겠다는 계획을 전해 들으셨나요?

찰리  네. 결국 엄청난 성과를 냈죠. 엄청나게 많이 실수한 덕분이죠. 초창기에 대리점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거의 파산할 뻔했습니다.

데이비드  그런데도 계속 보유하셨잖아요. 무엇이 매력적이었나요?

찰리  왕촨푸는 천재입니다. 공학박사 학위도 있고 무엇이든 보면 작동 방식을 알아차립니다. 아침에 무언가 쳐다보면 저녁에 다시 만들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러한 일이 가능한지도 몰랐습니다. 그런 사람은 처음 봤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천부적인 엔지니어이고 시작한 일은 끝을 보는 유형의 제조 전문가입니다. 이러한 조합은 아주 강력합니다. 여러 가지 능력을 동시에 발휘한다는 것은 아주 대단한 일입니다. 그는 전기차와 모터, 변속, 브레이크 등 모든 문제를 직접 해결했습니다.

데이비드  왕촨푸와 BYD를 일론 머스크(Elon Musk)와 테슬라에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찰리  왕촨푸는 필요시 직접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환상적입니다. 다시 말해 그는 무에서 유를 창조할 능력이 있습니다. 실제로 무언가를 만드는 면에서는 일론보다 BYD의 천재가 더 낫습니다.

 찰리, 곧 100번째 생일을 앞두고 있는데요. 그날 특별한 계획이 있나요?

찰리  파티에 갑니다.

데이비드  어디서 열리나요?

찰리  캘리포니아 클럽(The California Club: 100년 이상의 전통을 가진 세계 최고의 사교 클럽)이요. 하지만 참석자 명단이 꽉 차서, 여러분을 초대하기는 어렵겠네요.

 요즘 무엇에 흥미를 느끼시나요?

찰리  솔직히 말해서 모든 것이 다 재미있습니다. 심지어 옛날과 비교해 더 나아지지 않았는데도 정치 분야마저 재밌더라고요.

데이비드  워런과 함께했던 시간을 돌아보면 가장 행복했던 때는 언제였나요?

찰리  언제나 비슷한 수준으로 재미있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가장 좋았던 시절로 기억하시는 특정 시기가 있나요?

찰리  피땀 흘리며 죽을 둥 살 둥 일했던 때가 기억납니다.

 살로먼브러더스(Salomon Brothers) 시절(1991년: 살로먼브러더스는 1991년 국채 입찰 스캔들로 파산 위기에 처했다. 당시 최대 주주였던 버크셔 해서웨이는 워런이 살로먼의 회장, 찰리가 이사로 취임해 ‘살로먼 일병 구하기’에 성공했다)이죠?

찰리  네. 아슬아슬한 순간이 많았죠. 여러 문제를 안고 그 사건에서 헤쳐 나왔지만, 큰 손실을 볼 수도 있었습니다.

데이비드  살로먼의 적자뿐 아니라 더 큰 문제로 확장할 가능성이 있었다는 뜻이죠?

찰리  네.

 ‘어콰이어드’ 팟캐스트에서 버크셔 해서웨이를 다루면서 살로먼브러더스로 인해 버크셔의 명성과 미래 전망이 위험에 빠졌었다고 결론 내렸는데요. 동의하십니까?

찰리  별로요. 그래도 버크셔는 살아남았을 것입니다.

 살로먼 투자액이 제로(0)로 평가받더라도 괜찮았으리라는 뜻인가요?

찰리  모든 것이 날아가서 제로가 되었다면 해당 지분을 상각하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겠죠. 결과도 좋았을 것입니다.

데이비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요?

찰리  심각한 문제로 확대될 뻔했던 아슬아슬한 순간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예컨대 버펄로뉴스(Buffalo News) 사건이요.

 버펄로뉴스(버펄로이브닝뉴스)가 (쿠리어 익스프레스(Courier-Express)와) 싸웠던 일을 말씀하시나요?

찰리  맞습니다. 버펄로 지역에는 신문사가 두 개 있었죠. 버펄로뉴스가 먼저 일요판 신문을 발행하면서 대전(大戰)이 일어났습니다. 경쟁사는 결국 파산했죠. 이 일로 여론이 안 좋아질 수도 있었습니다.

 당신과 워런 모두 그때는 젊고 혈기 왕성했죠. 현재의 워런과 찰리는 아니었으니까요.

찰리  맞습니다. 특히 저는 훌륭한 일요판 신문을 만들고 싶어서 더 몰아붙였습니다. 당시 직전 50년간 일요판 신문을 발행하지 않은 신문사 따위는 소유하고 싶지 않았고, 경쟁사는 일요판을 발행했습니다.

 당시 신문 사업이 그렇게 매력적이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찰리  당시에는 신문이 그야말로 금광이었습니다.

 그 정도였군요.

데이비드  버펄로이브닝뉴스(일간지)가 일요판 신문까지 낸다면 지역 독점을 달성하는 가장 좋은 전략이었을 것입니다. 당시에는 신문으로 그런 일을 해낼 수 있었죠.

찰리  물론이죠.

데이비드  신문사는 수십 년간 50~60%에 달하는 ‘이자 및 세금, 감가상각비 및 상각비 차감 전 이익(EBITDA)’ 기준 이익률을 기록했죠?

찰리  규모가 작은 신문사만 그랬습니다.

데이비드  그런가요?

찰리  네. 규모가 큰 신문사의 EBITDA 이익률은 25~40% 수준이었습니다.

데이비드  감히 누구 앞이라고 제가 EBITDA라는 용어를 사용했네요. ‘현금흐름’ 기준 이익률로 정정하겠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EBITDA가 과거 당신이 신랄하게 비판했던 방식으로 일종의 범죄를 저지른다고 생각하십니까?

찰리  네, 여전히 그렇게 생각합니다. 대형 트럭회사가 있는데 순이익을 계산할 때 감가상각비를 반영하지 않는다고 생각해보세요. 순이익을 두고 거짓말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EBITDA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하고 존 말론(John Malone)이 그의 회사 TCI 및 리버티미디어(Liberty Media)에서 이를 유행시킨 것을 직접 목격하셨죠. 어떻게 생각하셨습니까?

찰리  존 말론의 극단적인 (이익) 조작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처럼 위대한 조작자로 세간에 이름을 알리고 싶은 마음도 없고요. 그는 누구보다도 소득세를 적게 냈습니다. 그는 모든 것을 관념의 극단까지 밀어붙였습니다.

 여러 측면에서 볼 때 EBITDA는 지금으로 말하면 ‘커뮤니티 조정(community adjusted) 이익’에 해당했습니다. 위워크(WeWork: 2010년 공유 오피스를 시작해서 470억 달러 가치를 인정받았으나 2023년 11월 파산보호 신청)의 커뮤니티 조정 방식(임차료와 사무실 유지에 필요한 공과금 및 인터넷 등 관리비 차감 전 영업이익)은 들어보셨나요?

찰리  모릅니다.

데이비드  마지막 질문입니다. 지금까지 본 기업 중에서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기업이 있다면요? 실제 투자하셨든 아니든 관계없습니다.

찰리  훌륭한 기업은 아주 많습니다. 에르메스도 훌륭하죠. 전성기 시절에는 제너럴모터스(General Motors)도 훌륭했지만 서서히 나락을 향해 추락했죠.

앤드루   예측 가능성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처음 투자업계에 들어오셨을 때 앞으로 1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으리라고 판단하셨던 기업은 몇 개나 되었습니까? 지금도 그 수에는 변함이 없나요? 아니면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나요?

찰리  많은 지역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났고 그중에는 미래를 위협할 만한 요소도 많았습니다.

 50년 전과 비교하면 지금의 변화와 위협이 더 큰 규모일까요?

찰리  제가 ‘특수 산업재 기업(specialized industrial company)’이라고 부르는 부문에서는 과거와 현재의 변화 수준에 차이가 있습니다. 버크셔에는 그런 자회사가 많습니다. 이들은 치열한 경쟁과는 거리가 먼데요. 역사가 아주 오래되었고 역량이 뛰어나며 평판이 좋고 고가의 제품을 만드는 등의 이유 때문입니다.

앤드루   지금 기준에서 10년 후에도 여전히 훌륭한 기업으로 남을 가능성이 커 보이는 기업이 있을까요? 버크셔와 코스트코는 제외하고요.

찰리  훌륭한 회사가 많다고 생각하지만, 앞으로 일어날 일을 두고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죠. ‘아이거(Iger: 디즈니의 CEO로 복귀한 로버트 ‘밥’ 아이거(Robert ‘Bob’ Iger)를 가리킴)’라는 이름의 남자처럼 홍보 일만 잘하는 경영자가 부임할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현재 훌륭한 기업도 시간이 흘러 엉터리가 될 수 있습니다.


 찰리, 개인적인 질문이 있습니다. 데이비드는 두 살 난 아이가 있고 저도 한 달 뒤에 첫아이가 태어납니다. 가족을 꾸리는 것에 조언해주신다면요?

찰리  물론 모든 사람과 잘 지내야 합니다. 힘든 시기를 잘 헤쳐나가게 돕는다면 그들도 결국 당신을 도울 테고요. 하지만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결혼한 부부 중 절반은 행복하게 살고 있죠. 함정이 있기는 하죠. 그들 모두 각자 다른 사람과 결혼했어도 잘 지냈을 것입니다.

데이비드  훌륭한 배우자를 얻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기가 먼저 그런 배우자 자격을 갖추는 것이라고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부부가 서로를 보며 그렇게 느끼는 것이야말로 성공적인 결혼 생활의 비결이겠네요.

찰리  당연합니다. 자녀 교육을 비롯해 배우자가 서로 신뢰해야 합니다.

 정말 마음에 드는 조언입니다. 감사합니다.

데이비드  감사합니다, 찰리.

찰리  행운을 빕니다.

앤드루   많은 사람이 오늘 찰리 당신의 이야기와 지혜를 듣고 많은 교훈을 얻을 것입니다.

찰리  잠깐 멈춰서서 생각해보면 무언가를 진정으로 배우기가 몹시 어렵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평범한 사람에게 접근해 자신을 일종의 투자 자문가로 포장하는 사람은 모든 주제에 관한 모든 내용을 알고 있다고 말합니다. 연방준비제도를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등 헛소리를 늘어놓으면서요. 저에게서 그런 느낌을 받지는 않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데이비드  위대한 업적을 성취한 분들과 대화하면 모든 분이 ‘어렵다’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시더군요. 정말 어렵지만, 또 그러한 어려움을 겪지 않고서는 위대한 무언가를 만들 수 없는 법이죠.

 찰리, 팟캐스트 인터뷰를 수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찰리  즐거웠습니다. 여러분 앞에 흥미진진한 삶이 펼쳐질 것입니다. 각자 잘하리라 믿지만, 그리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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