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7월 20일 비공식 강연

오늘 강연 제목은 ‘실용적 사고에 관한 실용적 사고?(Practical thought about practical thought?)’입니다.

오랜 기간 살아오면서 나는 문제 해결에 유용하면서 지극히 단순한 일반 개념들을 터득하게 되었습니다. 이들 개념 중 5개를 지금부터 설명하겠습니다. 그다음에는 여러분에게 지극히 거창한 문제를 내겠습니다. 자본금 200만 달러짜리 신생 기업을 2조 달러짜리 거대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문제이므로, 의욕적인 사람에게는 도전해볼 만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이어서 나는 유용한 일반 개념들을 이용해서 이 문제를 풀어보겠습니다. 끝으로 이 강연이 주는 주요 교훈을 제시하겠습니다. 내 목표는 교육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오늘 나는 개선된 사고법을 탐색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 유용한 개념입니다. 대개 문제를 단순화하는 최고의 방법은, 중요하지만 ‘쉬운’ 문제부터 해결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 유용한 개념은 갈릴레오(Galileo Galilei)가 내린 판단과 비슷합니다. 수학은 조물주의 언어이므로 흔히 과학적 실체는 수학을 통해서만 드러난다는 개념입니다. 갈릴레오의 이러한 관점은 혼란스러운 실생활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숫자에 밝지 못한 사람은 대부분 상황에서 ‘엉덩이 걷어차기 시합에 출전한 외다리’의 처지가 됩니다.

세 번째 유용한 개념은, 순서대로만 생각하면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거꾸로 생각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자신이 죽을 장소만 알면 그곳에는 절대 가지 않겠다고 말하는 누구처럼 말이지요. 순서대로만 생각하면 풀리지 않는 문제가 실제로 많습니다. 그래서 위대한 대수학자 카를 야코비(Carl Jacobi)도 “뒤집어라, 항상 뒤집어 생각하라”라고 자주 말했습니다. 그리고 피타고라스학파도 뒤집어 생각하는 방식을 써서 2의 제곱근이 무리수임을 밝혔습니다.

네 번째 유용한 개념은, 가장 훌륭하고 실용적인 지혜가 기초 학문에 담겨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 지혜를 이용하려면 한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다학제적(multidisciplinary: 여러 학문 분야에 걸친) 관점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모든 기본 과목 1학년 과정에서 가르치는 온갖 기본 개념들을 일상적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이런 기본 개념들을 이용해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때, 어느 한 분야에 얽매여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관료제에 물든 학계와 기업계의 극단적인 영역 가르기 탓에 분야가 수없이 세분되었고, 다른 분야에 관심을 두는 행위는 절대적인 금기가 되었습니다. 그렇더라도 벤저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이《가난한 리처드의 달력(Poor Richard’s almanack)》에서 “진정으로 원하면 네가 가고, 원치 않으면 남을 보내라”라고 말했듯이, 여러분이 직접 다학제적 사고를 해야 합니다.

만일 다른 분야에서 문제가 생길 때마다 전문가의 유료 조언을 받는 등 남에게 전적으로 의지한다면 큰 불행을 겪게 됩니다. 그 문제는 조정 과정이 복잡해지는 선에서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가 작품을 통해서 말했듯이 “모든 전문가가 야합하여 일반인을 이용하므로” 전문가에게 의존하는 사람은 불행한 현실에 직면하게 됩니다. 실제로 쇼의 두려움은 작품 속 인물이 표현한 것보다 더 컸습니다. 심각한 문제는 전문가의 의식적인 부정행위보다 전문가의 무의식적인 편향에서 비롯됩니다. 고객의 이익과 충돌하는 금전적 인센티브 탓에 인식이 왜곡되는 전문가가 많습니다. 게다가 ‘망치 든 사람에게는 모든 문제가 못으로 보이는 현상’에 의해서 고객이 추가 피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다섯 번째 유용한 개념은 롤라팔루자 효과(Lollapalooza effect)로서, 여러 요소가 결합해서 큰 영향을 미치는 현상입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결핵을 치료할 때 세 가지 약을 결합해서 사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른 롤라팔루자 효과들도 항공기가 비행하듯이 비슷한 패턴을 따릅니다.


이제 문제를 낼 시간입니다. 무대는 1884년 조지아주 애틀랜타입니다. 당신은 다른 사람 20명과 함께 애틀랜타의 기이한 부자 글로츠(Glotz) 앞에 서 있습니다. 당신과 글로츠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첫째, 문제 해결에 위 5가지 유용한 개념을 일상적으로 사용합니다. 둘째, 1996년 현재 대학교 기본 과목에서 가르치는 기초 개념을 모두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초 개념과 관련된 발견 및 사례들은 1884년 이전에 나온 것만 알고 있습니다. 1884년 이후 나온 것은 두 사람 모두 전혀 모른다는 말입니다.

1884년 글로츠는 새로 설립되는 회사에 글로츠자선재단 명의로 200만 달러를 투자하되, 지분은 절반만 갖겠다고 제안합니다. 이 회사는 앞으로 영원히 비알코올 음료 사업만 하게 됩니다. 글로츠는 ‘코카콜라’라는 매력적인 회사명을 사용하고자 합니다.

새 회사의 나머지 지분 절반은 가장 타당한 사업 계획을 제시하는 사람에게 돌아갑니다. 그 사업 계획은 150년 뒤인 2034년까지 코카콜라가 매년 이익의 대부분을 배당으로 지급하는데도 글로츠자선재단의 지분 평가액을 1조 달러로 높이는 계획입니다. 즉 배당으로 수십억 달러를 지급하고서도 회사의 가치가 2조 달러에 이르게 해야 합니다.

발표 시간은 15분입니다. 당신이라면 어떤 말을 하겠습니까?

나는 유용한 개념들과 똑똑한 대학 2학년생이 모두 아는 지식을 이용해서 글로츠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겠습니다.

중요하지만 ‘쉬운’ 문제를 해결하여 단순화하려면 먼저 다음과 같이 해야 합니다. 첫째, 상표 없는 상품을 판매해서는 2조 달러짜리 기업을 절대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따라서 ‘코카콜라’를 법으로 보호받는 강력한 브랜드로 만들어야 합니다. 둘째, 새 음료로 2조 달러를 창출하려면 애틀랜타에서 사업을 시작하여 미국 전역에서 성공을 거두고 이어 전 세계에서도 빠르게 성공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강력한 기본 요소를 갖추어 전 세계인을 매료하는 제품을 개발해야 합니다. 그 강력한 기본 요소는 바로 학계의 기본 교과 과정에서 찾아야 합니다.

다음에는 구체적인 숫자로 우리 목표의 타당성을 확인해보겠습니다. 2034년에는 세계 음료 소비자가 약 80억 명에 도달할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평균적으로 이 소비자들의 실질 구매력은 1884년 소비자들보다 훨씬 클 것입니다. 소비자의 신체는 대부분 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매일 약 64온스(1.8ℓ)의 물을 섭취해야 합니다. 이는 8온스(230cc)짜리 캔 8개 분량입니다. 만일 세계 음료시장이 소비자들이 섭취하는 물의 25%를 차지하고 우리가 그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게 된다면, 우리는 2034년에 8온스 캔 2.92조 개를 판매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캔 1개당 순이익 4센트를 남기면 순이익은 1,170억 달러가 됩니다. 우리 회사가 계속 높은 성장률을 유지한다면 회사의 가치는 어렵지 않게 2조 달러에 도달할 것입니다.

물론 2034년에 캔 1개당 순이익 4센트 달성이 합리적인 목표인가가 중요한 문제입니다. 하지만 세계인을 매료하는 음료를 개발한다면 가능한 일입니다. 150년은 긴 세월입니다. 고대 그리스의 드라크마(drachma)와 마찬가지로 달러의 가치도 틀림없이 하락할 것입니다. 반면 세계 음료 소비자들의 실질 구매력은 대폭 증가할 것입니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갈수록 적은 비용으로 음료를 즐기게 될 것입니다. 그사이 기술 발전 덕분에 음료 제조원가는 (실질 구매력 기준으로) 하락할 것입니다. 이 네 가지 요소 모두 캔 1개당 순이익 4센트 달성 목표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입니다. 세계 소비자들의 음료 구매력은 150년 동안 (달러 기준으로) 40배 이상 증가할 것입니다. 뒤집어 생각하면 1884년에는 캔 1개당 순이익이 0.1센트에 불과하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우리 신제품이 세계인을 매료할 수 있다면 캔 1개당 순이익 4센트 목표는 초과 달성도 어렵지 않습니다.

이제 다음 과제는 세계인을 매료하는 음료 개발입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거대한 난제가 얽혀 있습니다. 첫째, 150년 동안 세계 음료시장이 소비자들이 섭취하는 물의 25%를 차지해야 합니다. 둘째, 우리가 이 시장의 절반을 차지해야 합니다. 모든 경쟁자의 시장을 더해도 시장의 나머지 절반에 그쳐야 한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롤라팔루자 효과를 이용해서 이런 결과를 얻어야 합니다. 따라서 모든 요소가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도록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즉 많은 요소가 강력하게 결합해야 우리가 원하는 롤라팔루자 효과가 발생합니다. 다행히 대학 1학년 교과 과정을 제대로 배웠다면 답을 찾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강력한 상표를 만들려면 먼저 중요하지만 ‘쉬운’ 문제부터 해결해서 문제를 단순화해야 합니다. 학계의 기본 용어로 우리 사업의 본질을 정리해봅시다. 심리학 개론에 의하면 우리 사업의 본질은 조건반사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일입니다. 이 조건반사에서는 ‘코카콜라’ 상표와 상품 외장(trade dress: 색채·크기·모양 등 제품의 고유한 이미지를 형성하는 무형 요소)이 ‘자극’이 되고, 우리 음료 구입 및 섭취가 원하는 ‘반응’이 됩니다.

코카콜라 상표

조건반사를 형성하고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심리학 교과서에서 제시하는 답은 두 가지입니다.

1. 조작적 조건화(operant conditioning)
2. 고전적 조건화(classical conditioning): 흔히 위대한 러시아 과학자의 이름을 따서 ‘파블로프 조건화’라고 부릅니다.

우리는 롤라팔루자 효과를 원하므로 두 가지 기법을 모두 사용해서 효과를 극대화해야 합니다.

조작적 조건화는 어렵지 않습니다.

1. 우리 음료를 섭취할 때는 보상을 극대화하고
2. 우리가 형성한 조작적 조건화가 경쟁 제품에 의해서 소멸할 가능성을 극소화합니다.

조작적 조건화에 대한 현실적인 보상 방법은 다음 정도에 불과합니다.

1. 칼로리 등 영양가
2. 맛, 질감, 향기를 이용해서 소비 자극(다윈의 자연선택으로 형성된 인간의 신경망을 자극)
3. 설탕이나 카페인을 이용한 자극
4. 더위를 느낄 때는 냉각 효과를 제공하고, 추위를 느낄 때는 온열 효과를 제공
5. 롤라팔루자 효과를 얻기 위해서 위 모든 방법으로 보상 제공

냉각 효과를 제공하도록 우리 제품을 설계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엄청나게 더울 때는 음료를 섭취하지 않고서는 버틸 방법이 많지 않습니다. 게다가 엄청나게 더울 때는 음료를 많이 섭취해야 합니다. (그러나 음료를 많이 섭취한다고 해서 더위가 완전히 가시지는 않습니다.) 설탕과 카페인을 첨가하는 것도 어렵지 않습니다. 설탕과 카페인은 차, 커피, 레모네이드 등을 통해서 이미 널리 소비되고 있으니까요. 우리가 제공하는 설탕과 카페인을 섭취하면서 사람들이 얻는 쾌감이 극대화되도록, 시행착오를 통해서 맛과 향기 등의 최적화에 광적으로 몰두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형성한 조작적 조건화가 경쟁사에 의해서 소멸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최대한 빨리 세계 전역에서 항상 우리 음료가 판매될 수 있도록 집요하게 노력할 것입니다. 소비자들이 경쟁 제품을 마셔볼 기회가 없다면 우리가 걱정할 일도 없습니다. 모든 배우자가 아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파블로프 조건화도 사용해야 합니다. 파블로프 조건화에서는 ‘연상(association)’만으로도 강력한 효과가 나타납니다. 파블로프의 개는 벨 소리만 듣고서도 군침을 흘립니다. 마찬가지로 남자는 매력적인 여자가 들고 있기만 해도 그 음료를 간절하게 원합니다. 우리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파블로프 조건화를 사용해야 합니다. 평판이나 품위에 오점을 남기지만 않는다면 말이지요. 사업을 지속하는 한, 소비자들이 좋아하거나 동경하는 모든 것에서 우리 음료가 연상되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파블로프 조건화로 제품 연상을 유도하라(사진 출처: 한국 코카콜라 홈페이지)

이렇게 광범위하게 파블로프 조건화를 형성하려면 특히 광고에 막대한 돈이 들어갑니다. 그렇더라도 우리는 최대한 앞질러서 막대한 광고비를 지출해야 합니다. 이렇게 지출한 광고비는 충분히 효과를 낼 것입니다. 우리가 음료시장에서 앞질러 지출하는 광고비가 증가할수록, 우리 경쟁사들은 광고에서 규모의 불이익에 더 시달리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규모의 이익을 누리면서 세계 음료시장 점유율을 50% 이상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소비자들은 세계 전역에 흩어져 있으므로, 우리는 규모의 이익 덕분에 유통에서도 엄청난 원가 우위를 누리게 될 것입니다.

게다가 연상에 의한 파블로프 효과를 이용해서 우리 음료의 맛, 질감, 색상도 쉽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파블로프 효과를 고려하면 ‘설탕과 카페인이 첨가된 글로츠 음료’처럼 따분한 브랜드 대신 ‘코카콜라’처럼 이국적이고 고급스러운 브랜드를 선택한 것은 현명했습니다. 비슷한 이유로 우리 음료의 색상도 설탕물보다는 와인처럼 보이는 편이 나을 것입니다. 그래서 인공색소를 이용해서 선명한 색상을 띠게 할 것입니다. 또한 탄산음료로 만들어 샴페인이나 다른 값비싼 음료처럼 보이게 할 것이며, 그러면 맛도 개선될 터이므로 경쟁사들이 모방하기가 더 어려울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음료의 맛에 수많은 고급 심리 효과를 덧붙일 터이므로 기존 음료들의 맛과 전혀 다르고 경쟁사들이 모방하기도 매우 어려울 것입니다.

우리 사업에 유용한 개념을 심리학 교과서에서 더 찾아봅시다. ‘원숭이처럼 모방하는’ 인간의 본성을 심리학자들은 ‘사회적 증거(social proof)’라고 부릅니다. 남들이 소비하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사람들은 사회적 증거에 의해서 모방 소비를 하게 됩니다. 게다가 소비에서 얻는 만족감까지도 모방하게 됩니다. 이렇게 강력한 사회적 증거 요소도 항상 고려해야 합니다. 우리는 현재 및 미래 소비를 확대하려고 현재 이익까지도 포기하면서 광고 및 판매 촉진을 해야 합니다. 매출이 증가할수록 우리 판매력은 훨씬 더 강해질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다음 요소들을 결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