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 멍거 특집 6] 실용적 사고에 관한 실용적 사고?

찰리 멍거가 1996년 7월에 실시한 비공식 강연. 버핏클럽이 국내 처음으로 번역본(이건 옮김)을 공개합니다. 멍거는 다양한 강연에서 다학제의 중요성을 설파해왔습니다. 이번 강연에서는 코카콜라를 예로 들어 다학제를 현실에 적용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합니다. 그동안 다학제의 중요성을 깨달았지만 어떻게 적용할지 막막했다면 이번 강연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 버핏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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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7월 20일 비공식 강연

오늘 강연 제목은 ‘실용적 사고에 관한 실용적 사고?(Practical thought about practical thought?)’입니다.

오랜 기간 살아오면서 나는 문제 해결에 유용하면서 지극히 단순한 일반 개념들을 터득하게 되었습니다. 이들 개념 중 5개를 지금부터 설명하겠습니다. 그다음에는 여러분에게 지극히 거창한 문제를 내겠습니다. 자본금 200만 달러짜리 신생 기업을 2조 달러짜리 거대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문제이므로, 의욕적인 사람에게는 도전해볼 만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이어서 나는 유용한 일반 개념들을 이용해서 이 문제를 풀어보겠습니다. 끝으로 이 강연이 주는 주요 교훈을 제시하겠습니다. 내 목표는 교육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오늘 나는 개선된 사고법을 탐색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 유용한 개념입니다. 대개 문제를 단순화하는 최고의 방법은, 중요하지만 ‘쉬운’ 문제부터 해결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 유용한 개념은 갈릴레오(Galileo Galilei)가 내린 판단과 비슷합니다. 수학은 조물주의 언어이므로 흔히 과학적 실체는 수학을 통해서만 드러난다는 개념입니다. 갈릴레오의 이러한 관점은 혼란스러운 실생활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숫자에 밝지 못한 사람은 대부분 상황에서 ‘엉덩이 걷어차기 시합에 출전한 외다리’의 처지가 됩니다.

세 번째 유용한 개념은, 순서대로만 생각하면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거꾸로 생각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자신이 죽을 장소만 알면 그곳에는 절대 가지 않겠다고 말하는 누구처럼 말이지요. 순서대로만 생각하면 풀리지 않는 문제가 실제로 많습니다. 그래서 위대한 대수학자 카를 야코비(Carl Jacobi)도 “뒤집어라, 항상 뒤집어 생각하라”라고 자주 말했습니다. 그리고 피타고라스학파도 뒤집어 생각하는 방식을 써서 2의 제곱근이 무리수임을 밝혔습니다.

네 번째 유용한 개념은, 가장 훌륭하고 실용적인 지혜가 기초 학문에 담겨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 지혜를 이용하려면 한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다학제적(multidisciplinary: 여러 학문 분야에 걸친) 관점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모든 기본 과목 1학년 과정에서 가르치는 온갖 기본 개념들을 일상적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이런 기본 개념들을 이용해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때, 어느 한 분야에 얽매여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관료제에 물든 학계와 기업계의 극단적인 영역 가르기 탓에 분야가 수없이 세분되었고, 다른 분야에 관심을 두는 행위는 절대적인 금기가 되었습니다. 그렇더라도 벤저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이《가난한 리처드의 달력(Poor Richard’s almanack)》에서 “진정으로 원하면 네가 가고, 원치 않으면 남을 보내라”라고 말했듯이, 여러분이 직접 다학제적 사고를 해야 합니다.

만일 다른 분야에서 문제가 생길 때마다 전문가의 유료 조언을 받는 등 남에게 전적으로 의지한다면 큰 불행을 겪게 됩니다. 그 문제는 조정 과정이 복잡해지는 선에서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가 작품을 통해서 말했듯이 “모든 전문가가 야합하여 일반인을 이용하므로” 전문가에게 의존하는 사람은 불행한 현실에 직면하게 됩니다. 실제로 쇼의 두려움은 작품 속 인물이 표현한 것보다 더 컸습니다. 심각한 문제는 전문가의 의식적인 부정행위보다 전문가의 무의식적인 편향에서 비롯됩니다. 고객의 이익과 충돌하는 금전적 인센티브 탓에 인식이 왜곡되는 전문가가 많습니다. 게다가 ‘망치 든 사람에게는 모든 문제가 못으로 보이는 현상’에 의해서 고객이 추가 피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다섯 번째 유용한 개념은 롤라팔루자 효과(Lollapalooza effect)로서, 여러 요소가 결합해서 큰 영향을 미치는 현상입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결핵을 치료할 때 세 가지 약을 결합해서 사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른 롤라팔루자 효과들도 항공기가 비행하듯이 비슷한 패턴을 따릅니다.


이제 문제를 낼 시간입니다. 무대는 1884년 조지아주 애틀랜타입니다. 당신은 다른 사람 20명과 함께 애틀랜타의 기이한 부자 글로츠(Glotz) 앞에 서 있습니다. 당신과 글로츠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첫째, 문제 해결에 위 5가지 유용한 개념을 일상적으로 사용합니다. 둘째, 1996년 현재 대학교 기본 과목에서 가르치는 기초 개념을 모두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초 개념과 관련된 발견 및 사례들은 1884년 이전에 나온 것만 알고 있습니다. 1884년 이후 나온 것은 두 사람 모두 전혀 모른다는 말입니다.

1884년 글로츠는 새로 설립되는 회사에 글로츠자선재단 명의로 200만 달러를 투자하되, 지분은 절반만 갖겠다고 제안합니다. 이 회사는 앞으로 영원히 비알코올 음료 사업만 하게 됩니다. 글로츠는 ‘코카콜라’라는 매력적인 회사명을 사용하고자 합니다.

새 회사의 나머지 지분 절반은 가장 타당한 사업 계획을 제시하는 사람에게 돌아갑니다. 그 사업 계획은 150년 뒤인 2034년까지 코카콜라가 매년 이익의 대부분을 배당으로 지급하는데도 글로츠자선재단의 지분 평가액을 1조 달러로 높이는 계획입니다. 즉 배당으로 수십억 달러를 지급하고서도 회사의 가치가 2조 달러에 이르게 해야 합니다.

발표 시간은 15분입니다. 당신이라면 어떤 말을 하겠습니까?

나는 유용한 개념들과 똑똑한 대학 2학년생이 모두 아는 지식을 이용해서 글로츠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겠습니다.

중요하지만 ‘쉬운’ 문제를 해결하여 단순화하려면 먼저 다음과 같이 해야 합니다. 첫째, 상표 없는 상품을 판매해서는 2조 달러짜리 기업을 절대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따라서 ‘코카콜라’를 법으로 보호받는 강력한 브랜드로 만들어야 합니다. 둘째, 새 음료로 2조 달러를 창출하려면 애틀랜타에서 사업을 시작하여 미국 전역에서 성공을 거두고 이어 전 세계에서도 빠르게 성공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강력한 기본 요소를 갖추어 전 세계인을 매료하는 제품을 개발해야 합니다. 그 강력한 기본 요소는 바로 학계의 기본 교과 과정에서 찾아야 합니다.

다음에는 구체적인 숫자로 우리 목표의 타당성을 확인해보겠습니다. 2034년에는 세계 음료 소비자가 약 80억 명에 도달할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평균적으로 이 소비자들의 실질 구매력은 1884년 소비자들보다 훨씬 클 것입니다. 소비자의 신체는 대부분 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매일 약 64온스(1.8ℓ)의 물을 섭취해야 합니다. 이는 8온스(230cc)짜리 캔 8개 분량입니다. 만일 세계 음료시장이 소비자들이 섭취하는 물의 25%를 차지하고 우리가 그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게 된다면, 우리는 2034년에 8온스 캔 2.92조 개를 판매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캔 1개당 순이익 4센트를 남기면 순이익은 1,170억 달러가 됩니다. 우리 회사가 계속 높은 성장률을 유지한다면 회사의 가치는 어렵지 않게 2조 달러에 도달할 것입니다.

물론 2034년에 캔 1개당 순이익 4센트 달성이 합리적인 목표인가가 중요한 문제입니다. 하지만 세계인을 매료하는 음료를 개발한다면 가능한 일입니다. 150년은 긴 세월입니다. 고대 그리스의 드라크마(drachma)와 마찬가지로 달러의 가치도 틀림없이 하락할 것입니다. 반면 세계 음료 소비자들의 실질 구매력은 대폭 증가할 것입니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갈수록 적은 비용으로 음료를 즐기게 될 것입니다. 그사이 기술 발전 덕분에 음료 제조원가는 (실질 구매력 기준으로) 하락할 것입니다. 이 네 가지 요소 모두 캔 1개당 순이익 4센트 달성 목표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입니다. 세계 소비자들의 음료 구매력은 150년 동안 (달러 기준으로) 40배 이상 증가할 것입니다. 뒤집어 생각하면 1884년에는 캔 1개당 순이익이 0.1센트에 불과하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우리 신제품이 세계인을 매료할 수 있다면 캔 1개당 순이익 4센트 목표는 초과 달성도 어렵지 않습니다.

이제 다음 과제는 세계인을 매료하는 음료 개발입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거대한 난제가 얽혀 있습니다. 첫째, 150년 동안 세계 음료시장이 소비자들이 섭취하는 물의 25%를 차지해야 합니다. 둘째, 우리가 이 시장의 절반을 차지해야 합니다. 모든 경쟁자의 시장을 더해도 시장의 나머지 절반에 그쳐야 한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롤라팔루자 효과를 이용해서 이런 결과를 얻어야 합니다. 따라서 모든 요소가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도록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즉 많은 요소가 강력하게 결합해야 우리가 원하는 롤라팔루자 효과가 발생합니다. 다행히 대학 1학년 교과 과정을 제대로 배웠다면 답을 찾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강력한 상표를 만들려면 먼저 중요하지만 ‘쉬운’ 문제부터 해결해서 문제를 단순화해야 합니다. 학계의 기본 용어로 우리 사업의 본질을 정리해봅시다. 심리학 개론에 의하면 우리 사업의 본질은 조건반사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일입니다. 이 조건반사에서는 ‘코카콜라’ 상표와 상품 외장(trade dress: 색채·크기·모양 등 제품의 고유한 이미지를 형성하는 무형 요소)이 ‘자극’이 되고, 우리 음료 구입 및 섭취가 원하는 ‘반응’이 됩니다.

코카콜라 상표

조건반사를 형성하고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심리학 교과서에서 제시하는 답은 두 가지입니다.

1. 조작적 조건화(operant conditioning)
2. 고전적 조건화(classical conditioning): 흔히 위대한 러시아 과학자의 이름을 따서 ‘파블로프 조건화’라고 부릅니다.

우리는 롤라팔루자 효과를 원하므로 두 가지 기법을 모두 사용해서 효과를 극대화해야 합니다.

조작적 조건화는 어렵지 않습니다.

1. 우리 음료를 섭취할 때는 보상을 극대화하고
2. 우리가 형성한 조작적 조건화가 경쟁 제품에 의해서 소멸할 가능성을 극소화합니다.

조작적 조건화에 대한 현실적인 보상 방법은 다음 정도에 불과합니다.

1. 칼로리 등 영양가
2. 맛, 질감, 향기를 이용해서 소비 자극(다윈의 자연선택으로 형성된 인간의 신경망을 자극)
3. 설탕이나 카페인을 이용한 자극
4. 더위를 느낄 때는 냉각 효과를 제공하고, 추위를 느낄 때는 온열 효과를 제공
5. 롤라팔루자 효과를 얻기 위해서 위 모든 방법으로 보상 제공

냉각 효과를 제공하도록 우리 제품을 설계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엄청나게 더울 때는 음료를 섭취하지 않고서는 버틸 방법이 많지 않습니다. 게다가 엄청나게 더울 때는 음료를 많이 섭취해야 합니다. (그러나 음료를 많이 섭취한다고 해서 더위가 완전히 가시지는 않습니다.) 설탕과 카페인을 첨가하는 것도 어렵지 않습니다. 설탕과 카페인은 차, 커피, 레모네이드 등을 통해서 이미 널리 소비되고 있으니까요. 우리가 제공하는 설탕과 카페인을 섭취하면서 사람들이 얻는 쾌감이 극대화되도록, 시행착오를 통해서 맛과 향기 등의 최적화에 광적으로 몰두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형성한 조작적 조건화가 경쟁사에 의해서 소멸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최대한 빨리 세계 전역에서 항상 우리 음료가 판매될 수 있도록 집요하게 노력할 것입니다. 소비자들이 경쟁 제품을 마셔볼 기회가 없다면 우리가 걱정할 일도 없습니다. 모든 배우자가 아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파블로프 조건화도 사용해야 합니다. 파블로프 조건화에서는 ‘연상(association)’만으로도 강력한 효과가 나타납니다. 파블로프의 개는 벨 소리만 듣고서도 군침을 흘립니다. 마찬가지로 남자는 매력적인 여자가 들고 있기만 해도 그 음료를 간절하게 원합니다. 우리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파블로프 조건화를 사용해야 합니다. 평판이나 품위에 오점을 남기지만 않는다면 말이지요. 사업을 지속하는 한, 소비자들이 좋아하거나 동경하는 모든 것에서 우리 음료가 연상되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파블로프 조건화로 제품 연상을 유도하라(사진 출처: 한국 코카콜라 홈페이지)

이렇게 광범위하게 파블로프 조건화를 형성하려면 특히 광고에 막대한 돈이 들어갑니다. 그렇더라도 우리는 최대한 앞질러서 막대한 광고비를 지출해야 합니다. 이렇게 지출한 광고비는 충분히 효과를 낼 것입니다. 우리가 음료시장에서 앞질러 지출하는 광고비가 증가할수록, 우리 경쟁사들은 광고에서 규모의 불이익에 더 시달리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규모의 이익을 누리면서 세계 음료시장 점유율을 50% 이상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소비자들은 세계 전역에 흩어져 있으므로, 우리는 규모의 이익 덕분에 유통에서도 엄청난 원가 우위를 누리게 될 것입니다.

게다가 연상에 의한 파블로프 효과를 이용해서 우리 음료의 맛, 질감, 색상도 쉽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파블로프 효과를 고려하면 ‘설탕과 카페인이 첨가된 글로츠 음료’처럼 따분한 브랜드 대신 ‘코카콜라’처럼 이국적이고 고급스러운 브랜드를 선택한 것은 현명했습니다. 비슷한 이유로 우리 음료의 색상도 설탕물보다는 와인처럼 보이는 편이 나을 것입니다. 그래서 인공색소를 이용해서 선명한 색상을 띠게 할 것입니다. 또한 탄산음료로 만들어 샴페인이나 다른 값비싼 음료처럼 보이게 할 것이며, 그러면 맛도 개선될 터이므로 경쟁사들이 모방하기가 더 어려울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음료의 맛에 수많은 고급 심리 효과를 덧붙일 터이므로 기존 음료들의 맛과 전혀 다르고 경쟁사들이 모방하기도 매우 어려울 것입니다.

우리 사업에 유용한 개념을 심리학 교과서에서 더 찾아봅시다. ‘원숭이처럼 모방하는’ 인간의 본성을 심리학자들은 ‘사회적 증거(social proof)’라고 부릅니다. 남들이 소비하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사람들은 사회적 증거에 의해서 모방 소비를 하게 됩니다. 게다가 소비에서 얻는 만족감까지도 모방하게 됩니다. 이렇게 강력한 사회적 증거 요소도 항상 고려해야 합니다. 우리는 현재 및 미래 소비를 확대하려고 현재 이익까지도 포기하면서 광고 및 판매 촉진을 해야 합니다. 매출이 증가할수록 우리 판매력은 훨씬 더 강해질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다음 요소들을 결합하고 있습니다.

1. 파블로프 조건화
2. 강력한 사회적 증거 효과
3. 훌륭한 맛, 에너지, 자극을 제공하면서 조작적 조건화를 형성하는 냉음료

위 요소들이 결합했으므로 우리 매출은 장기간 빠르게 증가할 것입니다.

즉 화학에서 자가 촉매 반응이 나타나듯이 여러 요소가 결합하면서 우리가 원하는 롤라팔루자 효과가 시작될 것입니다.

우리 물류 및 유통 전략은 단순합니다. 우리 음료를 판매하는 방법은 두 가지뿐입니다.

  1. 시럽을 액체 저장 용기에 담아 음식점에서 판매
  2. 용기에 담은 탄산음료 완제품으로 판매

우리는 롤라팔루자 효과를 원하므로 두 가지 방법을 모두 이용할 것입니다. 강력한 파블로프 효과와 사회적 증거 효과도 원하므로 시럽 가격의 40% 이상을 광고 및 판매 촉진에 항상 지출할 것입니다.

시럽 제조 공장은 몇 개만 있어도 세계 시장의 수요를 모두 충족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물까지 운송할 필요는 없으니 세계 전역에 병입(甁入: bottling) 공장 다수가 있어야 합니다. (초창기 GE가 백열전구로 막대한 이익을 거두었듯이) 다음 두 제품의 생산자 판매 가격(first-sale price)을 항상 우리가 정할 수 있으면 막대한 이익을 거둘 것입니다.

  1. 시럽(액체 저장 용기)
  2. 용기에 담은 탄산음료 완제품

이익을 극대화하는 최고의 방법은 독립 병입 회사들을 우리 하도급 업체로 삼는 것입니다. 그리고 시럽을 구입자들에게 고정된 조건으로 공급하는 영구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어서는 절대 안 됩니다.

우리 음료의 맛은 지극히 중요한데도 특허나 저작권으로 보호받을 수 없으므로 제조법을 철저하게 비밀로 유지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비밀을 요란하게 선전하여 파블로프 효과를 강화할 것입니다. 그러나 결국 식품화학공학이 발전하여 우리 음료의 맛이 정밀하게 복제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 시점에 우리는 강력한 상표와 완벽한 세계 유통망으로 훨씬 앞서 있을 터이므로, 맛이 복제되더라도 우리 목표는 달성될 것입니다. 게다가 식품화학공학과 더불어 냉장, 운송 기술도 발전하면서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며, 음료에 설탕을 넣지 않고도 단맛을 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또한 관련 음료로 추가 사업 기회도 잡을 수 있습니다.

끝으로 우리 사업 계획의 현실성을 확인해보겠습니다. 야코비처럼 뒤집어 생각해봅시다. 우리가 실패하지 않으려면 무엇을 피해야 할까요? 다음 네 가지가 분명해 보입니다.

1. 뒷맛에 질려서 소비를 중단하는 현상이 발생하지 않게 해야 합니다. 뒷맛에 질리는 현상은 인간이 유전자 복제를 강화하려고 음식 섭취를 절제하는 방향으로 진화하면서 개발된 심리입니다. 그래서 더운 날 소비자가 우리 음료를 여러 개 마시더라도 뒷맛 탓에 질리는 일이 없게 해야 합니다. 우리는 시행착오를 통해서 뒷맛 없는 훌륭한 맛을 찾아내어 이 문제를 해결할 것입니다.

2. 강력한 우리 상표가 조금이라도 손상되어서는 절대 안 됩니다. 우리 상표가 손상되어 예컨대 ‘페피콜라’ 등 다른 콜라가 판매되면 우리는 막대한 대가를 치르게 됩니다. 만에 하나 ‘페피콜라’가 등장한다면 그 상표를 우리가 소유해야 합니다.

3. 우리가 크게 성공하여 남들이 질투할 때 그 악영향을 피해야 합니다. 질투는 인간의 본성에 속하므로 십계명에도 명시되어 있습니다. 질투를 피하는 최고의 방법은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가 말했듯이 성공을 누릴 자격을 갖추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제품 품질과 제품 발표에 광적으로 노력할 것이며 합리적인 가격에 큰 기쁨을 제공할 것입니다.

4. 우리 음료가 맛으로 시장을 지배하고 나서 그 맛을 갑자기 크게 바꿔서는 안 됩니다. 새 맛이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더라도 새 맛으로 변경하면 어리석은 짓이 됩니다. 소비자들은 심리 효과에 의해서 우리 기존 음료의 맛을 깊이 선호하게 되었으므로, 맛을 변경하면 백해무익합니다. 소비자들이 ‘과민반응 증후군’(deprival super-reaction syndrome: 소유물 박탈 위험에 과도하게 반응하는 현상)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경쟁사가 우리 기존 음료의 맛을 복제해서 다음 두 가지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 과민반응 증후군에 의한 소비자들의 적대감
- 우리 기존 음료 맛에 대한 소비자들의 애정

지금까지 내 해결 방안을 설명했습니다. 수십억 달러를 배당으로 지급하고서도 자본금 200만 달러짜리 신생 기업을 2조 달러짜리 거대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방안입니다. 나는 1884년 이 발표로 코카콜라 지분 절반을 받았을 것이고, 여러분도 내 설명에 기대 이상으로 만족했으리라 생각합니다. 결국 기초 학문에 담긴 유용한 개념들을 이용할 때 정확한 전략이 수립됩니다.

그러면 실제로 코카콜라 회사의 역사는 내 해결 방안과 얼마나 일치할까요? 1884년 글로츠라는 가공인물이 200만 달러를 투자하고서 12년 후인 1896년, 실제 코카콜라 회사의 순자산은 15만 달러 미만이었고 이익은 거의 없었습니다. 이후 코카콜라는 상표권 절반을 상실했고 여러 병입 회사에 독점 사업권을 영구적으로 허용하면서 고정 가격으로 시럽을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병입 회사 중 일부는 매우 비효율적이었는데도 교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이런 시스템 탓에 코카콜라는 가격 통제력을 상실하여 좋은 실적을 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도 코카콜라는 내가 제시한 해결 방안 상당 부분을 따랐고 현재(1996년) 순자산가치가 약 1,250억 달러에 이릅니다. 향후 순자산가치가 연 8%씩만 계속 증가하면 2034년에는 2조 달러에 도달하게 됩니다. 그리고 과거 추세대로 판매량이 연 6%씩만 증가해도 2034년에는 연간 판매량 목표 2.92조 개를 달성하게 됩니다. 그 시점에도 물만 마시는 사람이 여전히 많아서 이후에도 코카콜라는 성장 잠재력이 풍부합니다. 만일 가공인물 글로츠가 최악의 실수들을 피하면서 이렇게 경영한다면 2034년 훨씬 이전에 2조 달러 목표를 손쉽게 달성할 것입니다.


이제 이 강연이 주는 주요 교훈을 말하겠습니다. 내가 제시한 해결 방안이 대체로 옳고, 심리학 교수들과 경영대학원 학장들을 포함한 교육계 박사들 대부분은 나처럼 간략하게 해결 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면 말이지요. 이는 코카콜라가 성공하는 과정을 평생 지켜보고서도 그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교육자가 미국에 많다는 뜻입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게다가 경영대학원과 법학대학원 졸업생을 무더기로 거느리고 최근까지 큰 성공을 거둔 명석하고 유능한 경영진마저 심리학 개론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탓에, 뉴 코크(New Coke)로 큰 실수를 저질러 회사를 위기로 몰아넣었습니다. 이렇게 유능한 경영진이 일류대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았는데도 실패했다는 사실은 이들이 받은 교육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뜻입니다.

학계 전문가와 재계 전문가 모두 이렇게 무지한 현상은 부정적 롤라팔루자 효과로서 학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나는 학계에 적어도 다음 두 가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심리학계가 실행하는 독창적이고 중요한 실험들은 칭찬할 만하지만 심리학계 내부에서 종합 연구는 부족한 실정입니다. 특히 여러 심리 편향이 결합할 때 나타나는 롤라팔루자 효과에 관한 관심이 부족합니다. 원주율을 편의상 3으로 반올림하는 시골 교사가 연상될 정도입니다. 이는 “모든 것을 더 단순화할 수 없을 정도로 최대한 단순화하라”라는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의 말을 위반하는 행위입니다. 현재 심리학은 패러데이(Michael Faraday) 이후의, 그러나 맥스웰(James Maxwell) 이전의 전자기학(electromagnetism)처럼 체계적 통합이 꼭 필요한 상황입니다.

둘째, 심리학과 다른 학문 사이의 종합 연구도 지극히 부족합니다. 코카콜라의 문제는 물론 학계의 문제도 다학제적 관점으로 접근해야만 현실적으로 정확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요컨대 심리학과는 다른 학과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유용합니다. 그러나 심리학과는 내부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엉망입니다. 물론 외부자들의 평가보다는 내부자들의 자체 평가가 더 너그러운 법입니다. 사실은 이런 문제 때문에 오늘 내가 강연하게 된 것이지요. 그러나 심리학과는 실제 심리와 터무니없을 정도로 동떨어져 있습니다. 그 괴리가 너무도 커서 한 탁월한 대학교(시카고대학교)는 심리학과를 아예 없애버렸습니다. 아마 나중에 더 개선된 모습으로 다시 개설하려는 뜻이겠지요.

이런 상황에서 여러 해 전 뉴 코크 대실패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경영진의 오판 탓에 세계에서 가장 값진 상표가 하마터면 사라질 뻔했습니다. 이 엄청난 사건에 대해 학계는 신속하고도 진지한 분석으로 대응했어야 옳았습니다. 한 주에 신형 항공기 3대가 추락했다면 보잉(Boeing)사가 보였을 만한 대응이 필요했습니다. 제품은 물론 교육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학계에서 보잉사와 같은 대응은 거의 나오지 않았습니다. 심리학 교수들은 여전히 분열된 상태로 심리학을 잘못 가르쳤고, 다른 학과 교수들은 이 사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 심리 효과들을 고려하지 못했으며, 전문대학원 교수들은 여전히 심리학에 대한 무지를 부끄러워할 줄 몰랐습니다.

이렇게 일상화된 학계의 무지와 무기력이 개선될 희망이 과연 존재할까요? 나는 개선될 희망이 있다고 낙관합니다.

예컨대 시카고대학교 경제학과의 최근 행태를 생각해봅니다. 지난 10년 동안 이 경제학과는 주로 ‘인간이 합리적이라고 가정하는 자유 시장 모형’을 이용해서 예측하는 방식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거의 독차지했습니다. 그러면 이 경제학과는 이후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노벨상 수상자가 넘치는 이 학과에서는 지혜롭고 재치 있는 코넬대 경제학자 리처드 세일러(Richard Thaler)를 영입했습니다. 그 이유는 이 학과에서 신성시하는 이론을 세일러가 심하게 조롱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세일러는 사람들이 대개 매우 비합리적이며, 이런 행태는 심리학으로 예측할 수 있으므로 미시경제학에서도 고려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나도 같은 생각입니다.

이 학과는 다윈(Charles Darwin)의 행동을 모방했습니다. 다윈은 그동안 자신이 어렵게 터득한 소중한 이론을 반박하는 증거를 찾으려고 ‘뒤집어 생각하면서’ 평생을 보낸 인물입니다. 학계 일부에서나마 다윈처럼 뒤집어 생각하면서 객관성을 추구하는 한, 카를 야코비가 예측했듯이 어리석은 학계 관행도 결국 개선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습니다.

다윈처럼 헤어 셔츠(hair shirt: 고행자가 입는 거친 모직 셔츠)를 입고 객관성을 추구하는 기법은 정말 강력하기 때문입니다. 아인슈타인 역시 자신의 성과를 뒷받침해준 네 가지 요소로 호기심, 집중력, 인내심과 더불어 자기비판(self-criticism)을 꼽았습니다. (여기서 자기비판은 자신이 지극히 아끼던 아이디어를 시험하고 폐기했다는 뜻.)

바로 이 자기비판의 위력 덕분에, 다윈은 지능이 탁월하지도 않은 학부 졸업생에 불과했는데도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안장되었습니다. 게다가 아마도 역사상 최고의 천재로 평가받는 아이작 뉴턴(Isaac Newton) 바로 옆에 안장되었습니다. (뉴턴의 묘비에는 매우 유려한 라틴어로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아이작 뉴턴 경의 유해가 여기 온전히 안장되다.”)

다윈을 이렇게 떠받드는 문명사회라면 결국 심리학도 더 현실적인 방향으로 발전하고 통합되어 모든 기법이 훨씬 더 강화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 과정은 매우 험난하므로, 이런 현실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힘을 보태야 합니다. 코카콜라처럼 세계적으로 성공한 제품을 전문가들조차 제대로 이해하고 설명하지 못한다면 다른 주요 사례들도 제대로 분석되고 있는지 우려됩니다.

여러분 중 일부는 이미 나처럼 생각하고서 코카콜라에 투자했을 것이며, 심리학에 대한 나의 분석이 지나치게 기초적이어서 쓸모없다고 무시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반응이 과연 현명한지는 의문입니다. 내가 매우 좋아하는 워너 앤드 스와지(Warner & Swasey)의 옛날 광고가 떠오릅니다. “신형 공작 기계가 필요한데도 아직 구입하지 않았다면, 그 회사는 이미 대가를 치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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