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자가 알아야 할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지식을 담아 ‘최소한의 주식 공부’를 연재합니다. 주식이라는 자산의 근본적인 실체에서 시작해, 의사결정의 주요 원칙과 피해야 할 함정에 대해 홍진채 라쿤자산운용 대표가 독자 여러분과 함께 고민합니다. - 버핏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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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간에 예고드린 대로 오늘은 ‘수익률’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말 그대로 ‘수익률’, ‘내가 주식 투자로 얼마나 벌었는데?’라는 이야기입니다.

수익률 측정의 중요성

주식 투자를 하고 계시는 분들, 본인의 투자 성과가 얼마인지 아십니까? 물론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투자 원금 대비 지금의 평가액은 쉽게 알 수 있으니까요. 1억 원을 넣어서 지금 1억 5천만 원이 되어 있으면 5천만 원을 벌었죠.

좋습니다. 수익률은 얼마입니까?

아니, 뭘 ㅋㅋ 당연한 걸 묻느냐고요? 일단 함께 가봅시다.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최소한의 주식 공부’ 시리즈는 정말 중요한 이야기만 합니다.

원금 1억 원에 수익 5천만 원이니까 5/10 = 0.5, 50% 수익률입니다.

좋습니다. 중간에 돈 쓸 일이 있어서 1천만 원을 인출했다면 수익률은 얼마죠? ‘내가 번 돈’이 바뀐 게 아니니까 수익률은 50%여야 하죠.

그럼 원금은 얼마인가요?

흠… 내가 인출한 1천만 원은 원금인가요, 수익금인가요? 원금이라면 원금이 9천만 원으로 줄어들고 수익금은 5천만 원이니까 수익률이 55%(5/9)가 되나요? 수익금이라면 원금은 1억 원 그대로고 수익금이 4천만 원이 되었으니까 수익률이 40%(4/10)가 되나요? 애초에 자금을 인출하는 행위는 ‘수익률’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하는데 말입니다. 수익률은 50%여야 하잖아요.

자, 반대로 만약 5천만 원을 추가로 투자했다면요?

수익금이 늘어난 건 명백히 아니죠. 원금이 늘어난 겁니다. 근데 그럼 내 수익률은 얼마가 되나요? 원금이 1억 5천만 원이고 전체 평가액은 2억 원이니까 수익률이 33%[(20/15)-1]로 줄어드나요? 분명 그것도 아니잖아요. 투자금을 늘리고 줄이는 행위는 수익률 수치에 영향을 주지 않아야 합니다.

자금이 얼마가 들어오고 나갔든 간에 수익률은 50%여야 합니다. 그건 명백하죠. 별로 어려운 이야기는 아닙니다. 어제까지의 원금은 1억, 오늘부터의 원금은 1.5억, 수익금은 5천만입니다. 전체 평가액은 2억입니다.

자, 문제는 이제부터입니다.

여기서 1년이 지나서 추가 수익이 5천만 원 났다고 해봅시다. 누적 수익률은 얼마인가요? 평가액은 2.5억이고 원금은 1.5억이니까 67%[(2.5/1.5)-1]? 좀 이상하지 않나요? 1년 전에 2억으로 시작했고, 1년 동안 5천만 원을 벌었으니까 25% 수익이 났네요.

최근 1년 수익률 25%는 명백합니다. 그 전까지 50%를 냈죠? 거기에 25%를 또 한 거니까 단순 합산해도 75%가 되어야 하는데 ‘누적 수익률’이 왜 67%죠? [정확히는 (1 + 0.5) x (1 + 0.25) - 1 = 87.5%가 누적 수익률입니다.]

“아, 모르겠고 ‘내가 번 돈’은 변함이 없잖아”라고 하실 수 있겠습니다. 맞습니다. 번 돈 총액은 처음 5천만 원에 추가 5천만 원 해서 1억 원입니다. 변하지 않았어요.

중요한 건 ‘성과 평가’입니다.

“A라는 사람이 주식 투자로 1억 원을 벌었다. 잘한 건가, 못한 건가?”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나요? 이 질문은 답변하기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원금이 얼마였는지, 중간에 들어오고 나간 자금이 얼마인지, 어느 기간의 수익인지 알 수 없잖아요. 그러니 수익률을 계산할 수 없고, 수익률을 계산할 수 없으니 잘한 건지 못한 건지 판단할 수가 없습니다.

잘한 건지 못한 건지 판단할 수 없다면, 향후의 의사결정을 어떻게 할까요?

다른 사람의 성과를 평가하는 건 차치하고, 최소한 나 스스로 ‘나는 투자를 잘하는 사람인가?’라는 질문에는 대답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내 수익률이 얼마인지 측정하지 않으면서 투자금을 늘리는 행위를 우리는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가족에게는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요?

인생은 자산배분의 연속입니다. 부동산을 사든 주식을 사든 예금을 하든 거기에서 기대하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고, (당연히 심리적인 안정감 등도 고려해야 하지만) 내가 얼마나 믿을 만한 분야에 내 자산을 배치하는지는 파악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주식 투자는 부동산이나 예금과 달리 꽤 정교한 믿음이 필요한 행위입니다. 부동산은 잘 안 되더라도 집이라는 실물이 주는 안정감과 효용이 있고, 예금은 가장 기초적인 자산 저장 수단으로서 국가가 상당 부분 보호해줍니다. 채권은 ‘돈을 빌려주었다’라는 명백한 계약관계로서, 위험하기는 해도 권리의무관계는 이해하기 쉽습니다.

주식 투자라는 행위에 나설 때는 ‘내가 이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인가? 남보다 잘할 수 있는가? 평균보다 잘할 수 있는가?’ 등등을 물어보고 대답을 내려야 합니다.

물론 ‘지금은 초보자라서 남들보다 못하는 게 당연하지만 열심히 노력해서 실력을 쌓아보겠어’라는 시도는 할 수 있고 해봄 직한 일입니다. 그런데 당장 6개월 동안 수익률이 꽤 잘 나왔다고 해서 ‘우와, 나는 정말로 실력이 좋은 사람인가 봐!’라면서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지고 투자금을 확 늘린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리고 수익률 측정은 단순히 ‘원금 대비 얼마 벌었네’ 이상의 많은 정보를 제공합니다. 투자는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습니다. 과거의 수익률 데이터를 쭉 나열해놓고 전반적인 시장 상황과 비교해보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나의 투자 스타일이 어떠한지 좀 더 명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성장주가 잘되는 구간에서 잘 먹는다든가, 매년 연초에만 수익률이 좋다든가, 시장 대비 변동성이 심해서 강세장에서 잘 먹고 약세장에서 세게 깨진다든가, 반대로 변동성이 낮고 약세장에서 잘 버틴다든가 등등 말입니다. 그렇게 분석해보면, 현재 내 성과가 상당히 높다 하더라도 이게 단지 ‘좋은 때에 좋은 자리에 있었을 뿐이다, 환경의 영향이 컸다’라고 겸손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현재 성과가 불만족스럽다 하더라도, 변동성이 낮은 운용을 해왔기 때문에 그다지 나쁜 수익률이 아님을 파악할 수 있다면, FOMO에 질려서 평소의 원칙을 버리고 남들을 쫓아가는 매매를 자제할 수 있게 되겠지요. 내가 얼마나 ‘잘하는’ 사람인지를 파악하는 일은 무슨 일을 하든 중요하고, 주식 투자에서도 당연히 중요합니다.

그래서 수익률을 어떻게 측정하는데?

서론이 길었네요. 수익률을 측정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기준가’라는 개념을 사용하면 됩니다.

주식에 비유하자면, 주식은 ‘주식 수’와 ‘주가’가 있습니다. 주식을 사면 내가 소유한 ‘주식 수’가 늘어나지요. 추가로 매매하지 않으면 ‘주식 수’는 변함이 없습니다. (무상증자나 액면분할 같은 이슈가 없다면 말입니다.)

주식의 ‘가격’은 시시때때로 변합니다. 수익률은 이 ‘가격의 변동’으로 측정되는 것이지요. 전체 포트폴리오를 평가할 때도 같은 방법을 사용하면 됩니다. 전체 포트폴리오를 어떤 주식이라고 생각하면, 평가액에 따라서 가격이 오르락내리락합니다. 내가 주식 계좌에 자금을 넣고 빼는 일은 이 포트폴리오의 전체 주식 수를 늘리고 줄이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