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이프(Stripe) 공동 창업자이자 독서광으로도 유명한 존 콜리슨(John Collison)이 찰리 멍거의 로스앤젤레스 자택을 찾아가 진행한 ‘《Poor Charlie’s Almanack》 재판본 출간 기념 인터뷰’ 완역본입니다. 버핏클럽 필진 변영진(generalfox) 님이 1시간 40분 분량의 대담 전문을 번역하고 중간중간 파란색 글씨로 주석을 달아서 독자의 이해를 도왔습니다. 사후 마지막으로 공개된 이 인터뷰에서 멍거가 남긴 “구하지 않으면 얻지 못한다”라는 말씀처럼 독자 여러분도 그의 유산을 찾아서 학습하고 경험하는 일을 계속 해나가기를 바랍니다. 이번 인터뷰는 패트릭 오쇼너시(Patrick O’Shaughnessy)가 운영하는 팟캐스트 ‘인베스트 라이크 더 베스트(Invest Like the Best)’에 공개돼 있습니다. ― 버핏클럽



들어가기 전에

패트릭 오쇼너시  2023년 12월 5일 스트라이프프레스(Stripe Press: 결제 서비스 기업 스트라이프가 설립한 출판사)의 《Poor Charlie’s Almanack(가난한 찰리의 연감)》 재판본(reprint) 출시일에 맞춰 찰리 멍거 인터뷰를 공개할 계획이었습니다. 타마라 윈터(Tamara Winter) 편집자와 스트라이프프레스 팀은 그 무게만큼 금에 상응하는 가치가 있는 아름다운 책을 만들어냈습니다. 즉시 구매해야 할 책입니다. 지난주 찰리의 사망 소식을 듣고 우리는 모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의 가족과 상의한 끝에 찰리 역시 이번 인터뷰를 계획한 대로 공개하기를 바랐을 것이라고 모두의 의견이 일치했습니다.

특히 강인했던 그의 삶을 돌아보며 제 눈에 띄었던 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단순히 ‘호기심이 많다’라는 말로는 찰리를 온전히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그는 열렬히 진실을 추구했으며, 재미있고 현명한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그가 훌륭한 선생님이었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입니다. 그와 식사하며 많은 것을 배운 사람이 아주 많습니다. 그는 자기가 배운 교훈을 관심 있는 이들에게 기꺼이 공유했고, 이를 들은 사람의 사고방식과 삶이 변화했습니다. 이 팟캐스트를 듣는 여러분이 책을 들춰 보지 않고도 그의 지혜가 담긴 몇 마디 문장을 외우고 있다는 점이야말로 찰리의 엄청난 영향력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그는 이번 인터뷰에서 “구하지 않으면 얻지 못한다”라고 했습니다. 저와 여러분이 모두 그의 유산을 찾아서 학습하고 경험하는 일을 계속 해나가기를 바랍니다. 이번 인터뷰를 진행한 존 콜리슨(John Collison: 스트라이프 공동 창업자)에게 바통을 넘기기 전에 찰리의 말을 하나 더 전하고 싶습니다.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 다른 사람이 더 많은 것을 알도록 돕는 것이다.” 아멘. 이 세상에는 찰리 같은 사람이 더 많이 필요합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그에게 다시 한번 배울 수 있어 정말 고맙습니다. 두 사람의 대담을 즐기십시오. 찰리의 명복을 빕니다.

다학제적 접근법

존 콜리슨(이하 존)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은 찰리 당신이 지난 61년간 살아온 로스앤젤레스의 자택입니다.

찰리 멍거(이하 찰리)   네.

 방금 알게 된 사실인데, 이 집을 직접 설계하셨다고요?

찰리  네, 맞습니다.

 말하자면 당신이 평생에 걸쳐 창조한 것을 이야기하려고 그 창조물 중 하나에 들어왔군요. 정말 기대됩니다. 저는 스트라이프를 창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Poor Charlie’s Almanack》을 읽었습니다. 정확한 시점은 기억나지 않지만, 창업 후 몇 년 안 지났을 때였죠. 적어도 당시 저에게는 책이 독립적으로 사고하는 사람을 위한 헌시처럼 느껴졌습니다.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을 비롯해 온갖 사회적 통념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그중 일부에 진지한 의문을 제기하거나 자기만의 방식으로 접근하려면 어느 정도 자신감이 필요하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책에서 저에게 확실히 도움이 되었던 것은 다학제적 사고와 다양한 정신 모형이었습니다. 스트라이프를 창업해 사업하고 있는 저도 그것을 일부 적용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문 금융업에서는 사업의 영역과 거기에 속한 기업 수를 주로 논의하죠. 하지만 사업의 퀄리티 측면에서는 훌륭한 사업인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지가 훨씬 더 중요합니다. 따라서 일종의 ‘영역 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찰리  사실 그것보다 더 깊은 차원의 이야기입니다. 전기공학이나 자동차 운송 같은 영역에서 사업한다면 기성 금융업은 꽤 믿을 만한 파트너입니다. 하지만 사업이나 조직 운영과 관련한 실제 세계는 몹시 어수선합니다. 이때 기존 ‘종교’를 고수하면 멍청이가 될 뿐입니다. 처음부터 제 이론은 기존의 모든 어리석음을 제거하고 싶다는 생각에 바탕을 뒀습니다. 제거에 성공한다면 대다수 사람보다 앞서 나갈 것으로 예상했고요. 그래서 제가 피해야 할 어리석음의 유형을 최대한 모아왔습니다.

자산운용업이나 자문업이 탄생한 과정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이처럼 IQ가 높은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모여서 그렇게 많은 어리석음을 행하는 분야는 없다는 점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멍청이가 되지 않으려는 저 같은 사람에게는 피할 것이 지천으로 널린 지상천국 같은 곳이죠. 다행히 저는 기질과 지역적인 이유로 제 개인 자금을 기민하게 투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돈이 별로 없었을 때도 저는 꽤 기민했습니다. 그래서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한 방식이 좋은 결과를 낸 덕분에 더 많은 일에 계속해서 적용하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저는 학문 간 경계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핵심 개념(big idea)을 배울 수 있다고 일찌감치 생각했죠.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찰리  꾸준히 개념을 활용하면 능숙해집니다. 이를 통해 저는 우위를 얻죠.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것을 ‘상식(common sense)’이라고 부르더군요. 혹자는 ‘늙다리 조(Joe)에게는 상식이 있기 마련이다’라고 말합니다. 사실 그런 사람은 드뭅니다(uncommon: ‘상식, 흔하다’라는 뜻의 ‘common’과 대비한 언어 유희). 자기가 하는 모든 일에서 즉시 사리를 분별할 수 있는 사람은 흔하지 않고, 비상식적으로 몹시 드뭅니다. 대다수 사람은 말도 안 되는 수준의 편견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다양한 학문의 핵심 개념을 학습하신 이유가 단순한 호기심이었나요? 아니면 일에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하셨나요?

찰리  둘 다입니다. 예컨대 파스칼(Pascal)이 수학 분야에 공헌한 업적과 기초 확률론을 처음 배우자마자 수학이 얼마나 중요한지 바로 깨달았습니다. 수학 선생님은 자기가 가르쳤던 내용이 수학을 넘어 모든 사람의 일반 세계에 아주 중요하다는 사실을 몰랐지만, 저는 바로 이해했고 완전히 통달했습니다. 나아가 실제로 활용했죠. 지금도 그렇습니다. 제 삶을 통틀어 늘 활용해왔습니다.

제가 설립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하게 되었을 때, 의사 결정 트리(decision tree) 이론이 주목받았습니다. 교수들은 특히 어려운 용어와 복잡한 형식을 갖춰 수많은 사례를 제시하며 그 이론을 모든 대학원생에게 가르쳤죠.

하버드 경영대학원은 의사 결정 트리 이론을 통해 사실상 파스칼 확률론이 실생활에서 통용된다는 점을 가르쳤습니다. 그래서 학교는 대다수 대학원생에게 고등학교 수준의 수학을 다루는 보충수업을 실시해야 했죠. 이는 터무니없는 결정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올바른 방식으로 확률론을 통달한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의사 결정 트리 이론을 가르친 결정은 옳았습니다.

고등학교 수학 선생님은 다른 것은 몰라도 이 내용은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고 가르쳐야 했습니다. 또한 순회 서커스 운영자와 카지노가 평범한 사람을 이용해먹는 방식을 설명해야 했습니다. 이런 내용을 반드시 가르쳐야 했지만 고등학교나 대학교에서는 다루지 않았습니다. 설령 가르쳤다고 하더라도 올바른 방식이 아니었고요. 그래서 하버드가 대학원생에게 고등학교 수학을 가르칠 수밖에 없었죠. 보충수업을 실시했던 이유가 제가 설명한 대로인지 어떻게 확인하느냐고 반문하실 듯한데요. 그만큼 초중등 교육이 비효과적이었습니다.

 《Poor Charlie’s Almanack》에서 다학제적 접근법과 다양한 학문의 핵심 개념을 학습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하셨죠. 제가 특히 좋아해서 아직도 기억하는 부분은 안정적인 생태계와 그에 속한 개체가 번영하는 방식에 관한 생물학 관련 내용이었습니다. 특히….

찰리  그 소멸에 관해서도 다루었죠.

 네, 특히 우리가 독점적 지대(rent)를 착취하는 ‘강도 남작(robber baron: 19세기 미국에서 과점이나 불공정 경쟁을 통해 산업을 지배하며 막대한 재산을 축적한 기업가와 은행가를 경멸의 의미를 담아 지칭하는 용어)’이 반드시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오랫동안 지속하는 기업은 사실 그와 정반대, 즉 착취하지 않는 기업이라고요.

찰리  글쎄요, 오랫동안 지속하는 ‘강도 남작’도 있습니다. 예컨대 행실이 추잡한 부동산기업이 아주 많죠. 그렇게 지저분한 일을 할 때만 자기 사업이 견고하다고 느끼는 때도 있더군요. 천박한 일을 하더라도 안심할 수 있는 우위가 있으니까요. 저는 정반대로 생각합니다.

저는 다른 사람에게 유익한 것을 팔아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도박이나 마약, 사이비 종교처럼 유해한 것을 파는 것보다 평균적으로 더 안전하고 수익성이 높다는 단순한 생각을 믿습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당연히 다른 사람에게 유익한 것을 팔겠다고 결정하는 것이 합당할 텐데요. 이 단순한 규칙을 무시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놀라울 지경입니다.

투자은행이 파는 금융상품과 보상 컨설턴트(compensation consultant: 경영자 보수 패키지와 성과 평가 방안 등을 자문하는 전문가)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천박함의 좋은 예입니다. 저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 즉시 그러한 일은 하지 않겠다고 결정했습니다. 입장을 바꿨을 때 제가 기꺼이 살 의향이 있는 것만 팔기로 했습니다. 또한 제가 존경하는 사람들과 일하고 싶었습니다. 신뢰할 만한 사람을 찾아내서 그 사람을 보고 배우며 모두가 신뢰할 만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이 과정을 어릴 때 시작해서 평생 꾸준히 지속한다면 엄청난 우위를 얻습니다.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고등학교 때 배운 수학을 잊지 않고, 나쁜 사람이 아니라 좋은 사람과 어울리며, 사람을 현혹해 무언가를 파는 것이 아니라 입장을 바꿨을 때 기꺼이 살 의향이 있는 것만 팔면 됩니다. 이렇게 단순한 생각을 끈질기게 따르는 사람은 실로 놀라운 결과를 마주할 것입니다.

 실천하기가 쉽거나 단순한 조언이라고 해서 모두가 실천하지는 않는 법이죠.

찰리  그래도 단순한 조언일수록 실천할 가능성이 조금 더 커집니다.

 그 조언에 신뢰성도 추가하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찰리  신뢰하기 힘든 사람과 엮이고 싶은 사람이 있겠습니까?

 찰리 당신의 아버지에게 배운 교훈을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변호사에서 투자자로 전향한 이유의 하나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법조계에서 만날 가능성이 큰 상대방과 관련한 문제, 즉 역선택과 법정대리인을 선임할 일이 많은 부류의 사람에 관한 생각이었죠.

찰리  많은 문제를 겪거나 위법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사람이 있는 이유는 그러한 행위를 규제할 합당한 사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몹시 위험한 행위입니다. 예컨대 합법적인 진통제로 포장해 마약성 불법 약물을 판매한 새클러(Sackler) 가문보다 더 비윤리적인 방법으로 돈을 번 사람은 자본주의 역사에서 찾아보기가 힘듭니다(새클러 가문이 설립한 제약사 퍼듀파마(Purdue Pharma)가 판매한 마약성 진통제 옥시콘틴(OxyContin) 때문에 1999년부터 2019년까지 약 50만 명에 이르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러한 범법자를 도와주는 로펌과 자문사, 회계법인을 한번 둘러보세요. 사회에서 존경받는 명사의 이름을 아주 많이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새클러 가문 같은 고객을 받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결정입니다. 저는 그런 사람들에게 사무실이나 집 주소도 노출하고 싶지 않습니다. 사실 어떠한 방식으로든 엮이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법조계는 비윤리적인 일을 할 가능성이 큰 사람을 주로 고객으로 둡니다. 대형 로펌은 고객이 가진 돈이 아주 많다면 그런 사건을 맡고요. 저는 법조계의 기존 비즈니스 모델에 반대합니다. 고객을 상당히 신중하게 선별해서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옥시콘틴 같은 오피오이드(opioid) 사태에서 제약사가 제 역할을 다하게 할 사회적 차원의 해결 방안이 있을까요?

찰리  정말 심각한 문제입니다. 많은 사람이 마약을 파는 행위를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정당화합니다. 프랭클린 D. 루스벨트(미국 제32대 대통령)로 돌아가 봅시다. 루스벨트의 재산 대부분은 그의 조부가 중국에 아편을 팔아서 번 돈이고, 그 역시 중국 도적단에 아편을 팔았습니다. 나중에 미국으로 돌아왔을 때 그는 사회에서 존경받는 인물이 되어서 저택에 살았죠. 그런 상인을 상대하면서 처신을 아주 잘했으리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저는 중국에 아편을 팔아서 돈을 벌고 싶지 않습니다. 정말 끔찍하고 역겨운 돈벌이 방식입니다. 하지만 초기 하버드와 예일, 프린스턴 대학교에 거액을 기부한 사람 중에는 중국에 아편을 팔아서 돈을 번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렇게 전 세계 역사를 통틀어 끔찍한 행위를 정당화하는 일에 아주 많은 사람이 가담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삶에서 그러한 체계를 전부 제거하는 것이 훨씬 더 안전하고 불확실성이 적은 좋은 방법입니다. 나쁜 사람과 나쁜 행위를 무조건 배제하십시오.

“지도는 영토가 아니다”

 제가 《Poor Charlie’s Almanack》을 읽고 생각했던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지도는 영토가 아니다(The Map Is Not The Territory)”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는데요(폴란드 출신 수학자 알프레드 코르집스키(Alfred Korzybski)가 했던 말로서 ‘지도’는 지각한 현실을, ‘영토’는 실제 물리적 현실을 뜻한다). 기업은 손익계산서와 재무상태표 그 이상의 것입니다. 수치상 견고해 보이는 기업도 경영진이 정직한지, 제품이 구매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지에 관한 질문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손익계산서가 아주 유사한 두 기업도 지속 가능성 차원에서는 크게 차이 날 수 있습니다.

찰리  대다수 기업이 결국 사라진다는 점이 투자에서 문제가 됩니다. 진화와 똑같습니다. 시간 지평을 300년으로 두면 사실상 거의 모든 기업이 사라질 것입니다. 지난 100년간 그 모든 훌륭했던 유통기업의 90%가 사라졌습니다. 다른 분야로 시야를 돌려도 마찬가지입니다. 코닥(Kodak)도 사라졌죠. 영원할 것 같았던 수많은 거대 기업이 이제 존재하지 않습니다.

투자에서 성공하려면 기업을 무너뜨릴 가능성이 큰 요인을 예측해야 합니다. 예컨대 우리가 지금 여기 앉아서 인터뷰하는 것도 그런 요인의 하나입니다(팟캐스트가 대형 미디어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뜻). 지난 100년간 대형 브랜드를 소유한 사람들은 남들보다 적은 위험과 하방 위험을 감수하고도 안정적으로 높은 이익을 냈지만 이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브랜드를 말씀하시는지 사례가 있을까요?

찰리  치약만 봐도 그렇습니다. 오늘날 마트에 가서 어떤 치약을 골라잡든 대부분 프록터 앤드 갬블(Procter & Gamble) 제품이죠. 하지만 나이가 많은 저는 아이패나(Ipana) 치약이 인기를 얻으며 빠르게 성장하던 때가 지금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하지만 이제 완전히 사라졌죠. 대형 브랜드는 지난 100년보다 앞으로 더 많은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코스트코(커클랜드 시그니춰(Kirkland Signature))나 다른 유통사의 자체 브랜드와 알디(Aldi: 독일에서 시작한 저가형 할인점으로서 아주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지난 4~5년간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유통기업) 같은 유통기업이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투자자라면 아직 가시적이지 않은 일을 두고서도 예측할 줄 알아야 합니다. 하지만 한때 적합한 투자 대상으로 여겨졌고 영원할 것만 같았으나 결국 사라진 그 모든 기업의 역사를 잘 모른다면, 현재의 대형 브랜드도 소멸할 위험이 있다는 점을 결코 깨닫지 못할 것입니다.

 그들이 이중의 압박에 처한 것처럼 보입니다. 한편에서는 월마트나 코스트코, 아마존 같은 초대형 유통기업이 존재하는데, 다른 편에는 인터넷을 활용해 유통망이 필요하지 않은 고객 직접 판매(direct to consumer) 방식을 채택한 기업도 있습니다.

찰리  그러한 측면도 있죠. 저는 모든 투자가 본질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빌어먹을, 정말 어렵습니다. 누가 봐도 훌륭한 아이디어에 투자하려면 더 높은 가격을 내야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위험한 이유는 자명합니다. 지불 가격을 계속해서 높여도 훌륭함이 훼손되지 않는 투자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고, 무한대의 가치가 있는 투자 대상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방금 말씀을 들으니 제가 궁금했던 질문 하나가 떠오릅니다. 당신과 워런 버핏의 유명한 말씀과 관련한 것인데요. 두 분은 투자 후보를 ‘예스’와 ‘노’, ‘판단하기가 몹시 어려움’의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는데, 마지막 유형은 첨단 기술을 다루는 기업을 포함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찰리  적어도 우리는 그렇게 느낍니다.

 네, 당연히 일리가 있는 말씀입니다.

찰리  하지만 현재 버크셔는 애플의 최대 주주입니다. 우리가 첨단 기술과 관련해 완전히 실패했다고 볼 수는 없겠죠.

 네, 동의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버크셔의 애플 지분율이 5%가 넘으니, 실패하지 않은 것을 넘어 아주 훌륭한 성공 같습니다. 하지만 버펄로이브닝뉴스(Buffalo Evening News)를 두고서도 기술에 관해 판단하지 않을 수는 없었습니다. 신문사는 상당히 훌륭한 ‘통행료 사업(한 번 투자하고 나면 발생하는 거래마다 수익을 올리는 유형의 사업)’이었지만, 인터넷이 등장하고 나서 모든 것이 바뀌었습니다. 이제 신문사의 경제성은 예전과 비교해 사뭇 달라진 듯합니다.

찰리  신문산업의 부(富)는 극소수 예외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모두 사라졌습니다. 천하무적의 독점 사업이자 금광이었으며 소유주가 200년간 안전하게 부를 축적하게 했던 신문산업의 영광은 이제 거의 사라졌습니다.

 중대한 기술 변화로 인해 산업의 경제성이 근본적으로 흔들릴 때는 기업의 퀄리티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궁금합니다.

찰리  기술 변화로 인해 새로운 기업이 번영하고, 난공불락처럼 보였던 기업이 실패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여러분이 이해해야 할 현실의 하나입니다.

 그렇다면 기술 변화가 코스트코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고 계실 것 같은데요. 그런 의미에서 당신을 비밀리에 활동하는 기술 투자자로 여겨도 될까요?

찰리  네, 맞습니다. 예컨대 제약산업을 봅시다. 미국 제약산업은 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합니다. 차상위 국가와 격차가 상당합니다. 미국은 과학기술 측면에서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동시에 의약품 유통 방식에는 상당한 추잡함이 존재합니다. 모두가 정부를 속여서 돈을 빼냅니다.

 약제급여관리기관(Pharmacy Benefit Manager, PBM: 미국 보험 체계에서 보험사와 제약사 간 결제 중간자 역할을 수행하는 민간 기업) 말씀이군요.

찰리  네. 이 체계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워런과 제가 제약사에 거의 투자하지 않았던 이유는 우리가 그 영역에서 우위가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생물학과 의학, 화학 관련 지식이 충분하지 않아서 어느 신약 개발 시도가 성공할지 추측하는 게임에서 우위가 없습니다. 그러한 지식을 갖춘 사람은 (물론 그 지식이 완벽할 리는 없겠지만) 저보다 훨씬 낫습니다. 저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것처럼 절박한 중요성이 있는 목적을 위해 투자라는 게임을 하고 있는데, 저보다 훨씬 나은 사람과 도대체 왜 게임을 한단 말입니까? 그래서 제약의 ‘제’ 자 근처에도 가지 않았습니다.

이 세계에서 성공하려면 두 가지를 실천해야 한다고 봅니다. 먼저 충분히 자신감을 가져야 합니다. 또한 자기가 아는 것이 무엇이고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자기 능력의 한계가 어디인지 알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 한계를 안다면 훨씬 더 안전한 사고자(thinker)이자 투자자가 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을 꾸준히 만나다 보니, IQ가 160인데 150이라고 생각하며 사는 것이 200이라고 생각하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후자는 자기 능력의 한계를 모른 채 마치 모든 것을 잘 안다고 생각하게 해서 결국 파멸로 이끌 것입니다.

워런과 저는 우리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 나아가 잘하는 것과 잘 못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잘 못하는 것 하나는 어느 신약이 성공할지 맞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예 관심도 두지 않습니다. 결국 이 거대한 세계에서 능력의 한계로 인해 특정 유형의 투자를 포기해야 한다는 뜻인데, 그것은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것은 괜찮습니다. 투자 기회가 무한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마존에 단 한 번도 투자하지 않으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운영 방식, 즉 규모의 경제 효과를 더 낮은 가격의 형태로 고객에게 환원함으로써 오랫동안 복리로 성장하는 점에서 코스트코와 아주 비슷해 보이는데요.

찰리  워런과 저는 한두 개 기업을 직접 설립했고, 규모가 작은 기업을 인수해서 큰 규모로 키우기도 했습니다. 벤처캐피털과 같은 일을 몇 번 했고 일부는 크게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평균적으로는 모멘텀과 능력 있는 사람을 모두 갖춘 기성 기업을 인수했을 때 더 큰 성과를 냈기에 그 방식을 반복했죠.

다시 말해 처음부터 새로운 사업을 만드는 것보다는 이미 잘 작동하는 요인을 발견한 기성 기업을 인수했을 때 훨씬 더 많은 돈을 벌었습니다. 넷젯(NetJets: 개인용 고급 제트기 회사)은 흥미로운 기업입니다. 인수 후 10~12년간 적자를 보거나 겨우 손익분기점을 달성했죠. 하지만 지금은 금광 같은 기업이 되었습니다. 넷젯 사례만 놓고 보면 워런과 저를 벤처캐피털리스트로 볼 수도 있겠네요.

 현재의 넷젯은 아주 좋은 기업인가요?

찰리  ‘좋다’라는 단어만으로는 넷젯의 훌륭함을 표현하기가 부족합니다.

 찰리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은 아주 성공한 기업을 관찰하면서 발견한 점이 하나 있는데요. 높은 자본 효율성을 내도록 특히 잘 설계된 것처럼 보였습니다. 예컨대 코카콜라는 하나의 브랜드로서 광고를 하고 시럽을 제조하지만, 자본 집약적인 보틀링(bottling)은 파트너 기업이 담당하고 자본적 지출도 그들의 몫입니다. 마찬가지로 넷젯은 항공기를 소유하지 않고, 소유권과 감가상각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모델을 개척했습니다.

찰리  정확한 관찰입니다. 많은 자본을 투입해서 돈을 버는 것보다는 자본을 거의 투입하지 않고도 큰 이익을 내는 기업이 당연히 우월합니다. 자명한 사실이죠. 자본 투입 없이 큰 이익을 내거나 투하자본에 비해 큰 이익을 내는 기업에 매력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론입니다.

 자본을 대신 투자할 파트너를 끌어들이는 데 능한 기업을 물색하실 때도 있나요? 도미노피자(Domino’s Pizza)가 좋은 사례일 것 같습니다.

찰리  모든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모형은 없습니다. 기업을 둘러싼 가혹한 현실을 어떤 관점에서는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집중하는 것은 기업이 사업하는 방식입니다. 지금껏 투자했던 기업은 꽤 사업을 잘 해왔습니다. 하지만 자본을 투입하지 않아도 큰 이익을 내는 기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요? 코스트코는 운전자본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죠?

찰리  회전율이 아주 높아서, 공급업체에 대금을 지급하기 전에 이미 판매하기 때문입니다.

 공급업체에 대금을 지급할 때쯤이면 이미 재고가 다 판매되었겠네요.

찰리  사실상 매입 대금을 다른 사람의 돈으로 지급하는 것이죠. 코스트코는 원한다면 모든 유형자산을 리스(lease)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전부 직접 소유하고 있지만요. 하지만 코스트코가 무자본으로 사업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자명합니다. 저는 평범한 기업보다는 코스트코 같은 기업을 훨씬 좋아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러한 기업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강박적으로 마진율에 초점을 두는 사람에 대해 사람들이 많이 오해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기업의 자본 효율성은 마진율과 재고자산 회전율이 결정하고 두 요인 모두 자본 효율성 증진에 기여한다고 생각합니다. 동의하시나요?

찰리  그러한 일종의 공식은 경영대학원에 다니는 사람은 누구나 이해하리라고 봅니다. 문제는 엉뚱한 문화를 배운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경영대학원은 90일 이내에 공급업체에 대금을 지급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30일 이내에 판매한다면, 지급기일까지 남은 기간에 다른 사람의 돈으로 운전자본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가르칩니다. 이때 대다수 유통기업은 공급업체가 어떻게든 되리라고 안일하게 생각하며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그들을 착취합니다. 저는 그러한 방식이 안전하거나 우수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소규모 공급업체와 관계 맺는 어리석은 방법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자기보다 규모가 작은 기업을 착취하는 기업은 신뢰할 수 없습니다.

잘못된 ‘종교’를 믿는 사람들은 워런과 제가 투하자본을 줄이려고만 하는 부류라고 매도합니다. 우리는 그저 서로 신뢰하고 사랑하며 맡은 바 일을 잘하는 극소수의 사람에게 돈을 쥐여주고 싶습니다. 그렇게 받은 신뢰와 사랑, 충실함을 다시 상대에게 돌려주지 않는 태도는 부적절하고 어리석습니다. 현명하지 않습니다.

 소규모 공급업체를 착취하지 않고서도 높은 자본 효율성을 구가하는 기업 사례가 있을까요?

찰리  물론 코스트코가 대표적입니다.

 재고자산 회전율을 높이는 방식으로요?

찰리  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SKU(상품 가짓수)가 훨씬 적고 운영 효율성이 높기 때문이고요.

 코스트코 이사회에 참여해오셨죠?

찰리  맞습니다. 이제 이사회에서 제가 나이가 가장 많은 편에 속합니다. 코스트코에는 훌륭한 문화가 있습니다. 회사와 매장 전체를 감도는 정말 미묘한 문화가 있고 승리를 거듭해왔습니다. 제한적인 SKU가 아주 빠른 속도로 회전하게 하는 방식은 정말 현명합니다. 회원제도 올바른 선택이었고요.

코스트코가 바라지 않는 세 가지 유형의 구매자가 있었습니다. 상품을 훔치는 사람, 부도 수표로 결제하는 사람, 매장에서 별로 돈을 쓰지 않고도 주차장만 이용하며 다른 고객에게 불편을 끼치는 사람이죠. 회원제를 도입해 특정 유형의 구매자, 즉 매장을 방문했을 때 아주 많이 구매하는 사람만 상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코스트코는 지금껏 세계에서 가장 낮은 도난율(shrink rate)을 계속 기록했습니다. 외부뿐 아니라 내부 직원 및 공급망 내의 도난도 포함한 기준인데요. 코스트코의 도난율은 매년 0.2% 미만입니다. 전례가 없는 기록이죠.

 회원제를 통해 주차장의 효율성이 향상한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

찰리  코스트코에 들러 요오드 한 병만 사고 나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매장에 들어가려면 회원비를 내고 가입해야 하므로 제정신인 사람이라면 겨우 요오드 한 병 사려고 회원비 100달러를 내지는 않겠죠. 코스트코는 회원비를 내고 많이 사 가는 사람을 원하고, 소액 구매자는 자연스럽게 코스트코에 발길을 끊습니다.

솔 프라이스(Sol Price: 회원제 창고형 할인점의 기원인 프라이스클럽(Price Club) 창업자)가 즐겨 했던 말이 있습니다. “기업은 원래 의도하지 않았던 일에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제 생각도 똑같습니다. 피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야 합니다. 코스트코는 도난과 횡령, 부도 수표로 인한 손실을 피하려고 했습니다. 소액 구매자로 인해 주차장에 자리가 없는 상황도요. 회원제를 통해 그 모든 것을 한꺼번에 피할 수 있었습니다.

 《Poor Charlie’s Almanack》의 첫 번째 강연 내용과 똑같네요. 하고 싶지 않은 일에서 출발해 거꾸로 돌아오면 된다고 말씀하셨죠.

찰리  네, 하지만 솔 프라이스의 말이 훨씬 단순해서 좋습니다.

 공급업체를 착취하지 않고서도 높은 자본 효율성을 구가하는 다른 기업은 없을까요?

찰리  꽤 많아요. 항공우주산업의 기업 대다수가 높은 자본이익률을 달성하는 방법을 터득했습니다.

 그 방법이 무엇이었나요?

찰리  특정 분야에 집중해 전문성을 쌓고, 돈을 내는 고객인 정부와 좋은 관계를 쌓는 것이었죠.

 트랜스다임(TransDigm: 1993년 설립된 미국 항공기 부품 제조사)을 살펴보신 적이 있나요?

찰리  물론이죠. 하지만 그들이 돈을 버는 방식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가격을 계속해서 인상했기 때문이죠?

찰리  몹시 악랄합니다. 트랜스다임은 국방부 규제로 인해 다소 독점력이 있는 분야를 알아낸 후 가격을 열 배로 올려버립니다. 그러한 방식으로 유명한 회사죠. 제가 보기에는 부도덕합니다.

 도미노피자를 살펴보신 적은 있습니까?

찰리  아니요.

 그래도 도미노의 투하자본이익률이 높다는 사실은 알고 계시죠?

찰리  네, 알고 있습니다. 소규모 기업에 투자했는데 규모가 커지고 인기를 얻으면 높은 투하자본이익률을 낼 수 있죠. 맥도날드(McDonalds)가 좋은 사례이고 다른 기업도 많습니다.

A Conversation with Charlie Munger & John Collison
Charlie Munger was the vice chairman of Berkshire Hathaway. In this conversation with Stripe’s John Collison, recorded last year, he shares the ingredients for long-term business success, his thoughts on American society writ large, and what makes Berkshire special.

독점 기업과 수익성 있는 산업의 규명

 《Poor Charlie’s Almanack》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두세 개 기업만 존재하는 산업에서도 이익이 높은 곳과 낮은 곳이 어디일지 예측하기가 언제나 쉽지만은 않다고요.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 개발에 성공한 후 항공사는 줄곧 적자를 냈지만 수많은 시리얼 제조사는 꾸준히 흑자를 냈습니다. 오늘날 두세 개 기업밖에 존재하지 않는 산업을 다시 분석한다면, 어떤 기업이 높은 이익을 낼지 어떻게 예측하시겠습니까?

찰리  그러한 예측에서는 100% 정확하기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과거를 돌아보면 커피나 오트밀처럼 브랜드에 바탕을 둔 산업은 아주 높은 이익을 냈지만, 항공사는 사실상 아무런 주주이익도 창출하지 못했다는 점이 자명합니다.

 항공사도 브랜드에 바탕을 두지 않았나요?

찰리  하지만 모든 항공사가 거액의 장비를 소유했죠. 이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큰 폭의 손실이 납니다. 그래서 모두가 상황 논리에 천착해 파멸적인 경쟁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익을 내기가 몹시 어려운 구조가 영구적인 산업이 꽤 많습니다.

식당 같은 사업을 생각해봅시다. 대다수가 실패하고, 식당 소유주가 생계를 책임질 가능성을 논할 만큼 오래 버티는 식당은 소수입니다. 경쟁이 몹시 치열합니다. 그래서 대다수가 실패하죠. 어느 무인도에 사슴 개체 수가 아주 많은데 상위 포식자가 없는 상황과 비슷합니다. 사슴이 너무 많아서 모두가 고통받습니다.

 제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듯해서 다시 질문하겠습니다. 어떤 산업이 항공사와 시리얼 제조사 중 어떤 운명을 맞을지 어떻게 판단할까요? 결국 자본적 지출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까요? 항공사는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자본적 지출 수준이 높을 뿐 아니라 주기적으로 거액을 투자해야 합니다. 버크셔 본연의 사업이었던 섬유 공장처럼 말이죠.

찰리  항공사는 마치 큰 호텔을 지은 후 프런트를 지키며 객실이 채워질 때마다 조금씩 이익을 내는 숙박업자와 같습니다. 이미 호텔을 지었고 직원을 채용했다면, (몇 안 되는 객실이라도 채우는 것이) 전체를 비워두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그래서 비이성적으로 치열한 경쟁이 일어납니다. 하지만 시리얼 제조사의 상황은 이와 다릅니다.

 벌링턴노던산타페(Burlington Northern Santa Fe Corp., BNSF)는 버크셔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인수 거래였습니다(2010년 340억 달러에 인수했다). 외부자인 제가 보기에 당신과 워런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큰 성공을 거둔 듯한데요. 제 말이 맞습니까? 아니면 이렇게 성공할 것으로 예상하셨습니까?

찰리  철도회사는 형편없는 투자 대상이었습니다. 몇 안 되는 철도회사가 처음 설립되었을 때는 정부 관료를 매수하고 의원에게 뇌물을 먹이는 등 온갖 더러운 짓을 일삼으며 말 그대로 돈을 훔쳤습니다. 그런데도 대다수 철도회사는 항공사와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형편없는 투자 실력을 보였습니다. 결국 수년간 노조와 갈등을 겪고 여러 회사가 통폐합하면서 산업이 재편되어 대형 철도회사 소수만 남았죠.

이제 대규모 대륙 횡단 철도회사는 두 곳밖에 없고 버크셔는 그중 하나를 인수했습니다. 물론 철도회사가 100개 이상 존재했던 과거보다는 경쟁 강도가 분명히 낮아졌습니다. 경쟁이 극도로 치열했던 초창기 철도회사는 지독히도 형편없는 투자 대상이었습니다.

 앞서 다룬 항공사는 사업도 형편없었을 뿐 아니라 좋은 투자 대상도 아니었죠.

찰리  초창기 철도회사 역시 사업이 형편없었습니다.

 초창기 철도회사도 그러했군요. 하지만 지금도 철도회사는 계속해서 대규모 자본적 지출이 필요한 것처럼 보이는데요.

찰리  맞습니다. 하지만 과거와 비교해 지배력이 아주 강하죠. 이제 아주 높이 쌓은 선적 컨테이너가 철도를 통해 이동할 수 있습니다. 전국으로 재화를 옮기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의 하나입니다. 트럭 운송보다 훨씬 효율적이죠. 우연히 이러한 방식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컨테이너를 층층이 쌓음으로써 철도의 용량을 두 배로 늘리는 방법을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철도회사는 드디어 높은 효율성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 어떤 산업보다도 효율적이고 운영도 탁월합니다.

 이제 효율성, 즉 운송 비용과 그에 필요한 에너지 면에서 철도를 이길 수단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항공사와 비교하면 그 점이 더욱 자명합니다. 똑같은 노선을 두고 세 개의 항공사가 경쟁하지만 철도는 하나의 노선에 하나의 회사밖에 없는 때가 많습니다. 철도 외에 다른 형태의 운송 수단이나 인프라, 항구, 해운 같은 영역에 투자를 고려하신 적이 있나요?

찰리  실제로 그러한 영역에 투자했던 적이 있습니다.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데, 어떤 유료 교량회사 지분을 대량 매수한 적이 있습니다(1970년대 버크셔 해서웨이와 웨스코 파이낸셜(Wesco Financial)이 지분을 취득한 디트로이트 인터내셔널 브리지 컴퍼니(Detroit International Bridge Company)를 말한다).

 말 그대로 유료 교량을 운영하는 회사였나요?

찰리  네, 진짜 유료 교량이었습니다(미시간주 디트로이트와 캐나다 온타리오주 윈저를 연결하는 ‘앰배서더 브리지Ambassador Bridge)’를 말한다). 우리는 빌어먹을 독점 기업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분을 매도하고는 독점성이 덜한 다른 기업에 투자했습니다(실제로는 웨스코 파이낸셜이 디트로이트 인터내셔널 브리지 컴퍼니를 인수하려고 했으나, 센트럴 카티지 컴퍼니(Central Cartage Company)와의 경쟁에서 패배해 지분을 매도했다).

 적어도 덜 독점적으로 보이는 기업에 투자하셨죠. 그 시절과 비교해 오늘날 투자가 더 어려워졌나요?

찰리  물론이죠. 훨씬 더 어려워졌습니다. 몹시 어려워져서 자산운용업계의 대다수는 누군가 운용하지도 않는 S&P500 같은 주가지수를 앞설 확률이 거의 제로(0)에 가까워졌습니다.

 더 어려워졌다고 느끼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찰리  버크셔만 해도 유가증권에 투자하는 자금 규모가 훨씬 더 커졌습니다. 그래서 운용자금 규모가 과거와 비교해 수십, 수백 배가 되었죠. 자금 규모가 크면 매수하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리고, 매도하는 데는 더 오래 걸리며, 관련 비용이 증가합니다. 자금 규모가 크면 높은 투자수익을 내기가 훨씬 더 힘듭니다. 나아가 과거와 비교해 업계에 똑똑한 사람이 더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경쟁이 미친 듯이 치열합니다.

심각한 조증을 앓는 듯한 사람도 아주 많아졌습니다. 인기만 있다면 무엇이든 관계없이 거의 미친 사람처럼 뒤를 쫓아 달려갑니다. 망상증 환자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그래서 투자가 더 어려워졌습니다. 제가 살아온 세월 동안 가장 훌륭한 기업의 보통주를 매수하고는 엉덩이를 깔고 앉아 기다린 사람은 인플레이션 조정 전 기준으로 연평균 10% 투자수익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인플레이션 조정 후 기준으로는 연 8% 정도가 되겠네요. 이를 표준적인 기대 투자수익률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지난 100년 동안의 미국은 아주 이례적인 시기와 지역이었습니다. 향후 100년간 기대 투자수익률이 과거 100년만큼 높을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100년간 연평균 10% 투자수익이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찰리  인플레이션 조정 후 연평균 8% 기준으로 말하겠습니다. 대공황으로 인해 모든 사람이 의기소침했고 그 시기를 기억 속에서 지우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대공황 덕분에 경제 체계가 대폭 개선한 측면도 있습니다. 나아가 투자 환경과 경제 상황 덕분에 투자하기에 특히 좋은 때였습니다. 1900년대 영국 부유층에서는 인플레이션 조정 전 기준으로 2.5% 이자를 지급하는 영구채(console bond)를 매수하는 것이 주요 투자 방법이었습니다. 당시 2.5% 정도면 투자의 안전성을 중시하는 사람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습니다. 그보다 이른 1880년대 영국 부유층은 8% 수익을 올리는 안전한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었고요.

그래서 지난 100년은 역사상 이례적인 시기였습니다. 이제 투자운용업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이 자기와 거래하면 인플레이션 조정 후 8%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고객을 설득합니다. 지난 100년간 과거 기록이 주요한 논거입니다. 하지만 지난 100년간 그래왔다고 해서 향후 100년간 그럴 것으로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지난 100년은 경제 고성장의 시대였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미국 주식시장은 압도적인 성과를 냈고요.

찰리  네. 미국은 국가 경제가 성장했을 뿐 아니라 온갖 호재가 동시에 일어나면서 아주 좋은 성과를 냈습니다. 하지만 과거와 똑같은 미래가 보장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오늘날 사회와 투자 환경 분석

 다음 주제로 넘어가겠습니다. 앞으로 50년간 투자하려는 올해 25세의 투자자가 있다고 해보죠. 《Poor Charlie’s Almanack》은 피할 수 있는 비교적 간단한 실수를 피하고, 기업의 기초사업과 그 퀄리티 및 지속 가능성의 기준으로 투자를 분석하며, 펀치카드(punch card) 접근법(평생 스무 번만 투자한다고 가정하고 투자할 기업을 분석 후 선정하는 방법)에 바탕을 두고 마켓 타이밍(time the market)이 아니라 소수의 투자에 집중하라는 가르침을 제시했는데요. 앞으로도 그 가르침이 성공을 낳을 비결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찰리  네, 하지만 상당한 자기 규율과 능력이 필요합니다. 대다수는 요구되는 수준에 미달합니다.

 어떤 규율이 부족합니까? 규율의 부족은 어떤 실패를 낳나요?

찰리  특정 시점에 다른 사람들이 믿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부적절한 유인에 지나치게 반응하고요. 그래서 바보 같은 기업에 투자합니다. 많은 수수료를 내면서 주가가 정점에 이르렀을 때 잔뜩 매수하는 등 온갖 잘못된 결정을 내립니다. 모든 사람이 자동으로 세후 8% 투자수익을 올리게 되어 있다는 운명론은 실존하지 않습니다.

 세후 8%는 꽤 훌륭한 성과입니다.

찰리  연평균 실질 수익률 8%는 엄청난 성과입니다. 평범한 투자자나 주식 중개인은 8%가 아니라 2% 정도 수익을 낼 것입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제가 ‘평범한’ 주식 중개인이 인류에 해가 되는 존재라고 말한 것입니다. 존경받을 만한 훌륭한 주식 중개인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잘못된 유인에 현혹되어 자기를 신뢰하는 투자자가 훌륭한 수익을 올릴 가능성을 제거하는 주식 중개인이 꽤 많습니다.

 찰리 당신은 과거에 금을, 최근에는 암호화폐를 강하게 비판하셨던 것으로 유명합니다.

찰리  암호화폐와 비교하면 금을 아주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