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주식 공부 10] 프리미엄의 조건 ③인식

주식 투자자가 알아야 할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지식을 담아 ‘최소한의 주식 공부’를 연재합니다. 주식이라는 자산의 근본적인 실체에서 시작해, 의사결정의 주요 원칙과 피해야 할 함정에 대해 홍진채 라쿤자산운용 대표가 독자 여러분과 함께 고민합니다. ― 버핏클럽


지금까지 프리미엄을 줄 수 있는 조건으로서 ‘성장’과 ‘안정’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다루었습니다. 이 외에도 프리미엄의 조건은 많습니다. 주주환원이 될 수도 있고, 탄탄한 입지나 기술력 우위 및 원가 우위, 규모의 경제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하여 우리는 특정 기업의 이익 혹은 자기자본에 대해서 다른 기업의 그것보다 더 높은 가치를 매길 수 있습니다. 이 모든 요건은 결국 ‘얼마나 먼 미래의 현금흐름을’ ‘얼마나 가시성 높게’ 추정할 수 있는가로 귀결됩니다. 투자자가 먼 미래를 자신 있게 바라볼 수 있을수록 기업에 더 큰 가치를 매길 수 있습니다.

‘인식’과 프리미엄

결국 가치는 주관적이라는 것이고, 합리적이고 건전한 이성적인 투자를 주장하더라도 주관적인 넓은 범위의 가치를 매길 수밖에 없습니다. 가치 기반의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투자’를 지향한다 하더라도, 우리는 그 합리성의 범주 내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낙관적으로 합리적인’ 가치를 매길 수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비관적으로 합리적인’ 가치를 매길 수 있는지 파악한다면 투자에 매우 요긴한 무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본인이 합리적이라 생각하고, 옆에서 보기에 광기에 휩싸여 있는 것 같은 사람도 막상 본인은 합리성으로 무장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대부분 마음속에 정답은 정해져 있고, 그걸 합리화할 뿐입니다.

투자자의 ‘인식’이 가치 부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몇 가지 예를 들어봅시다.

넷플릭스는 엄청난 프리미엄을 받고 있습니다. 과거 5년 평균 PER은 50배를 상회합니다. 우리가 넷플릭스를 인지한 이래 늘 그랬습니다. 이익이 줄어도, 현금흐름이 마이너스여도, 코로나 수혜가 끝나도 말입니다. PSR은 무려 7배입니다. ‘주식으로서’ 넷플릭스의 가장 큰 강점은 전 세계 사람들이 그 서비스를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매일 스마트폰을 켜면 넷플릭스가 나에게 콘텐츠를 추천해줍니다. 얼마나 훌륭한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피부로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서비스’ → ‘주가 상승’의 연결이 쉽습니다.

넷플릭스의 PSR (출처: companiesmarketcap.com)

아마존을 볼까요. 적자였던 시절이 있으니 PER을 논하는 건 어렵고 PSR로 봅시다.

아마존의 PSR (출처: companiesmarketcap.com)

물론 아마존은 엄청난 성장주입니다. PSR 또한 3배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긴 하지만 넷플릭스에는 못 미칩니다. 아마존은 아직 넷플릭스만큼 전 세계에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합니다. 넷플릭스는 현재 190개국 이상 진출해 있고, 아마존은 100개국을 넘긴 수준입니다. 아마존의 미국 매출 비중은 약 70%에 달하지만, 넷플릭스의 미국 매출은 44%로서 이미 절반 이하로 줄었습니다. 또한 넷플릭스의 서비스는 일반 투자자가 피부로 접할 수 있는 반면, 아마존의 이익의 큰 축인 AWS는 개발자들만 접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물론 아마존이 훌륭한 회사라는 건 이견의 여지가 없습니다. 여기서는 투자자들이 얼마나 쉽게 그 훌륭함을 ‘인식’할 수 있느냐를 다루는 중입니다.)

애플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음에도 PSR 6배, PER 25배에 달합니다. 애플은 전 세계에 탄탄한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고, 애플의 제품은 소비자가 직접 손으로 만져볼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하드웨어 완제품 회사가 받는 프리미엄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구글(알파벳)은 모두가 알고 있는 강력한 회사이고 여전히 20%가량의 이익 성장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PSR은 6배, PER은 29배로서, 매출액과 이익 성장률이 한 자릿수로 둔화된 애플보다 조금 높은 프리미엄을 부여받고 있습니다. 구글의 주력 사업은 광고업이고, 광고 집행 효율과 광고업은 해당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니면 피부로 느끼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번 돈은 무언지 알 수 없는 신사업에 엄청나게 쏟아붓고 있습니다. (물론 그러한 신사업에 대한 광범위하고 과감한 투자가 구글의 강점이긴 합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여기서는 투자자의 ‘인식’을 다루고 있습니다.)

인식의 변화

한편 투자자의 인식은 계속 변화합니다. 같은 기업이라도 상황에 따라 다른 프리미엄을 부여합니다.

테슬라는 과거 PSR 20배를 받을 정도로 프리미엄이 하늘을 찔렀습니다.

테슬라의 PSR (출처: companiesmarketcap.com)

그러나 현재는 PSR 5배 수준으로, 여전히 ‘제조업체’치고는 높은 프리미엄을 부여받고 있지만, 소위 ‘테슬람’이라 불리는 ‘광신도’를 만들어낼 정도의 과거 높은 위상에 비하면 격세지감입니다. 당연히 과거 대비 매출액과 이익의 성장 폭이 줄었고, 전방산업인 전기차시장이 과거만큼의 성장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금리도 높다는 게 일차적인 이유입니다. 하지만 과거 ‘테슬람’들에게는 우리 ‘머스크 형’은 그 모든 대외 악재를 뚫고 올라갈 수 있는 훌륭한 경영자라는 믿음이 있었지요. 테슬라에 조금만 비판적인 시각을 보여도 수많은 ‘감정적인’ 공격을 당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성장성이 수 년간 세 자릿수에 달하고 주가가 하늘을 찌를 때의 테슬라는 ‘단순한 제조회사로 보아서는 안 된다’, ‘에너지회사이자’, ‘자율주행 등 소프트웨어를 판매할 수 있고’, ‘로봇까지 만들어내는’, ‘플랫폼기업이자 기술기업’이라는 인식이었습니다. 이제는 어떻죠? ‘그냥 자동차회사’인가요?

사실 본질적으로 테슬라가 변했느냐는 질문에 꼭 ‘그렇다’라고 대답하기는 어렵습니다. 여전히 자율주행에서 선도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고, 테슬라의 충전 시스템을 활용하는 기업이 많아지고, 로봇도 점점 업그레이드되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더욱 강해졌다고 볼 수도 있지요. 그러나 이제 사람들은 일론 머스크의 행태를 ‘조롱’하는 데에 거리낌이 없습니다.

이런 식으로 같은 회사에 대해 인식이 오락가락하는 경우를 우리는 수없이 많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휴대폰 부품, 자동차 부품, 기계류 등 부품회사는 전통적으로 디스카운트를 받는 업종입니다. 특정 고객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고객사의 교섭력이 높고, 그 고객사의 전방산업은 정체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런 회사들도 프리미엄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앞서 자동차회사를 예로 들었으니 자동차 부품을 살펴볼까요. 카메라 모듈은 스마트폰에 주로 탑재되다가 자동차향으로 점점 진출합니다. 자동차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죠? 네. 자율주행 기능이 계속 붙고 있죠. 자율주행에서 라이다(LIDAR)나 레이더, 초음파 등 다양한 센서를 사용할 수 있는데, 무엇보다 필수적인 센서는 카메라입니다. 이미 스마트폰과 각종 산업 분야에서 많이 쓰이고 있어서 기술의 완성도와 원가 경쟁력이 뛰어나고, 소비자가 직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영상 정보를 전달하기 때문에, 자율주행이 어떤 방식을 채택하더라도 카메라와 병행하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카메라 채택 개수는 점점 많아지지요. 카메라가 많아지면 운전자는 전방뿐만 아니라 측방, 후방, 바닥, 심지어 실내 뒷좌석도 볼 수 있습니다. 카메라 채택이 늘어날수록 소비자가 직관적으로 느끼는 효용이 커지기 때문에, 회사 차원에서 마케팅 포인트를 위해서라도 카메라를 많이 채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뛰어난 하드웨어 스펙을 중시하지 않는 아이폰에서도 카메라 성능만큼은 지금까지도 주요 셀링 포인트입니다.)

이런 요소가 주목받으면 카메라 부품회사의 주가는 훅 뛰어버립니다. 보통 부품회사는 앞서 언급한 이유로 디스카운트를 받아 PER이 4~6배 수준에서 머무르며 많아야 8~10배 정도를 받습니다. 그러나 이런 요소가 주목받으면 12배 이상까지도 뛰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그러다가 무언가 나쁜 일이 벌어지면 사람들의 마음은 다시 차가워집니다. “그래, 어쩔 수 없이 제조업체이고 부품 벤더일 뿐이야”라는 시각이 지배적이 되며 프리미엄은 원위치로 돌아옵니다.

이러한 인식 변화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는 엔터업종입니다. 엔터업종은 전통적인 사람 기반의 비즈니스입니다. 엔터사는 기본적으로 흥행사업이고, 사람들은 아티스트의 앨범 출시와 공연 일정 등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엔터사의 실적이 좋을 때에는 글로벌 인지도 확장, 아티스트 포트폴리오의 안정성, 소위 ‘트레이닝 시스템’의 우월함 등을 내세우며 PER 30~50배를 부여하고는, PER 20배만 되어도 싸다고 외칩니다. 그러다가 어떤 이슈가 터지면 “결국 이건 사람 비즈니스야” “팬들이 등 돌리면 끝이야” “K-POP은 아직 하드코어 팬 의존도가 커” 등등의 이야기를 하면서 프리미엄을 깎아내립니다.

업의 본질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인식’이 바뀌었을 뿐입니다.

브랜드

여기서 흥미로운 개념은 ‘브랜드’입니다.

브랜드는 대체 뭘까요? 똑같이 생긴 자동차에 삼각별이나 삼지창이 붙으면 더 멋있어 보이고, 같은 가죽 가방인데(심지어 가죽도 아닐 때에도) 명품 로고가 붙으면 가격이 천정부지로 뜁니다.

브랜드는 내가 이 정도로 비싼 가격을 낼 수 있는 사람임을 드러내는 과시 효과 덕분에 존재하는 걸까요? 물론 그럴 수도 있습니다만 그건 브랜드가 가지는 부수적인 효과일 뿐입니다.

브랜드의 본질은 ‘약속’입니다. 사람들은 어떤 제품을 살 때 그 제품으로부터 내가 어떤 만족을 느낄 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낯선 곳에 가서 음식을 먹더라도, 물 한 병을 사더라도 ‘잘못된 물건’을 사서 건강을 망치거나 기대하던 맛을 느끼지 못한 채 배만 채워서 아쉬운 한 끼를 날릴 가능성이 있죠.

모든 구매 행위, 거래 행위, 교환 행위는 어느 정도 리스크를 수반합니다. 행위가 있은 이후 그 리스크는 단기간에 소멸될 수도(식사가 맛있었고 며칠 이내에 배탈이 나지 않았으면 리스크 소멸), 몇 년이 걸릴 수도(펀드에 가입했는데 3년 동안 수익률이 좋다가 4년 차에 반토막이 났어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소멸하지 않을 수도(차량을 구매했는데 주행 중 바퀴가 빠졌어요) 있습니다.

무언가를 만들어서 고객에게 제공하는 사업자는 초기 구매 단계부터 우리 제품이 어떤 만족감을 제공할 수 있는지, 그 한계는 무엇인지를 잘 설명해야 하고, 고객이 불합리하게 기대한 만큼의 가치를 획득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적절한 보상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그러한 과정이 수년, 수십 년 쌓이면서 고객이 전반적으로 가지게 되는 ‘신뢰감’이 바로 브랜드입니다.

‘이 제품은 이런 만족감을 제공할 거야. 지난 수십 년 혹은 수백 년간 제공해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거야’라는 기대감이 형상화된 결과가 바로 ‘브랜드’입니다. (그리고 소비자로서의 나는 그러한 브랜드가 주는 가치를 계속 누리는 사람임을 주변에 드러낼 수 있고, 이 효과가 브랜드에 부수적으로 딸려오는 ‘과시 효과’입니다.)

고객이 ‘브랜드’를 인식한다 함은 그 ‘브랜드’가 달린 제품을 신뢰한다는 뜻입니다. 무엇을 내놓든 일단 관심을 가지고 구매를 고려할 확률이 높다는 뜻입니다.

자, 다시 투자로 돌아가서, 어떤 기업이 훌륭한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면 어떤 효과가 생길까요? 기업의 미래 현금흐름을 볼 때 브랜드가 없는 기업보다 훨씬 더 긴 기간을 안정적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게 바로 브랜드가 가지는 힘이니까요.

에르메스의 ROE는 30% 수준인데 PBR은 15배입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각광받는 기업 중 하나인 마이크로소프트의 ROE가 40% 수준임에도 PBR은 12배인 걸 감안하면 엄청난 브랜드력입니다.

에르메스의 PBR (출처: companiesmarketcap.com)

이에 조금 못 미치는 LVMH의 ROE는 25% 수준이고 PBR은 6배입니다.

LVMH의 PBR (출처: companiesmarketcap.com)

제가 《거인의 어깨》에서 썼던 ROE-PBR 공식에 넣어보면 지속가능기간 N을 역산할 수 있는데요. (할인율 10% 적용 시) 에르메스는 16.2년, LVMH는 14.0년, 마이크로소프트는 10.3년이 나옵니다. 역시 윈도와 오피스보다는 ‘에루샤’에 대한 신뢰가 더 큰 것 같습니다.

활용

그렇다면 이러한 ‘인식’에 따른 프리미엄 변화를 투자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요?

사람들의 인식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해서 주식을 샀다 팔았다 할까요? 뭐, 그것도 괜찮은 방법일 수 있겠습니다만 좀 더 마음 편한 방법이 있습니다.

기업을 볼 때 펀더멘털이 얼마나 튼튼하고 최근에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지 등을 파악하는 건 기본이지요. 그다음으로 보통 하는 일은 “그래서 적정가치가 얼마인데?” 하는 질문입니다. 소위 ‘싸냐 비싸냐’라는 거죠. 여기를 조금 비틀어봅시다.

단순히 ‘내가 생각하는 적정 가치’ 대비 싸냐 비싸냐를 따지기보다는, 사람들이 어디까지 긍정적으로 인식할 수 있을지를 파악합니다. 인식의 확장 가능성, 다시 말해 ‘광기를 얼마나 흡수할 수 있는가’를 살펴보는 거죠. (‘내가 생각하는 적정 가치’ 파악이 의미 없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그건 당연히 해야 하는 과정이고, 그 이후의 작업을 이야기하는 겁니다.)

광기를 많이 흡수할 수 있는 기업은 좋은 운때를 맞이했을 때 프리미엄이 엄청나게 상승할 수 있습니다. 실적 상승에 더불어 프리미엄 상승이라는 이중 주가 상승을 누릴 수 있는 거죠. 실적이 증가하면 그것만으로 돈을 벌 수 있고, 프리미엄까지 올라주면 더 좋습니다만 아니어도 별로 손해 볼 건 없습니다. 반면에 광기를 많이 흡수할 수 없는 기업은 잘해야 실적 성장만큼의 주가 상승을 누릴 수 있습니다. 혹은 실적이 증가해도 프리미엄이 하락하면서 주가 상승은 무미건조한 경우도 많이 봅니다.

그렇다고 해서 ‘광기를 흡수할 수 있는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서 무조건 좋다는 뜻은 아닙니다. 광기를 흡수할 수 있는 기업은 이미 그만큼 광기를 흡수해 있게 마련이죠.

여기서 중요하게 파악해야 할 2단계가 바로 광기가 얼마나 스며들어 있는가입니다. 과거 PER, PSR, PBR 등 대비해서 현재의 프리미엄이 얼마인가 등 정량적으로 체크할 수 있고, 주변에서 얼마나 이야기가 많이 들리는가, 투자자들이 얼마나 이 기업을 깊게 공부하고 있는가, 단기적인 악재나 호재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가 등 정성적으로 체크할 수도 있습니다. 둘 다 하는 게 물론 좋죠.

주가가 광기를 충분히 머금었을 때에는 위험합니다. 다른 훌륭한 똑똑한 투자자들과 아슬아슬한 통찰력 싸움을 해야 합니다. 잘됐을 때 30~40%, 혹은 두세 배를 벌 수도 있지만, 잘 안됐을 때 반토막, 세 토막이 나는 것도 일상적으로 감수해야 합니다.

반대로 ‘광기를 흡수할 수 있는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광기가 아직 스며들지 않은 기업을 발견한다면 엄청나게 좋은 기회입니다. 잘됐을 때 수 배, 수십 배를 벌 수 있고, 잘 안됐을 때에도 실적이 망가진 만큼 많아야 반토막 정도를 감수하면 됩니다. 아주 잘되지 않더라도, 그러니까 ‘광기가 스며들지’ 않더라도, 실적이 따박따박 성장하면서 연 20~30%가량 벌면서 마음 편하게 쭈욱 갈 수 있고요. (오히려 광기가 붙어버리면 ‘더 오래 갖고 가고 싶었는데 팔아야 하나’ 하고 마음이 심란해지기도 합니다.)

테슬라가 이러한 광기 흡수의 대표적인 사례였다고 볼 수 있고 현재는 엔비디아가 그 대표주자 자리를 차지하고 있겠지요. 현재 인공지능에 대한 열기는 서비스회사와 반도체회사만으로 차고 넘쳐서 전력기기와 냉각시스템까지 흘러가는 중입니다. 이에 따라 주요 반도체회사의 사소한 실적 미스에도 주가가 급락하고 ‘AI 대세는 끝났다’라는 이야기가 오갑니다. 잘나갈 때의 엔비디아는 ‘전 세계가 갈망하는 제품을 만드는 회사’이지만, 마음이 식었을 때의 엔비디아는 ‘어쨌거나 하드웨어회사’가 되죠.

거듭 말씀드리지만 중요한 건 인식 변화를 예측해서 샀다 팔았다 하는 ‘플레이’가 아닙니다. 비즈니스가 본질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광기’를 파악하면 확률적으로 미래의 프리미엄 범위를 추정할 수 있고, 현재 시장의 온도에 따른 ‘위험도’, 즉 미래의 주가가 확률적으로 어떻게 분포할지를 추론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면 거기에 따른 자본 배분, 포트폴리오 구성을 하고 나머지는 시장이 흘러가는 대로 기다리기만 하면 됩니다. ‘위험한 주식’이지만 ‘편안한 투자’가 됩니다.

과거 수천 년 역사에서 변하지 않는 진실은, 사람의 마음은 낙관과 비관을 오간다는 것입니다. 이 점만 잘 활용해도 우리는 충분히 좋은 투자자가 될 수 있습니다.


‘프리미엄의 조건’은 이번 3회로 마치고, 다음부터는 새로운 주제를 다루겠습니다.

※ 버핏클럽의 모든 글은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에 대한 모든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귀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