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자가 알아야 할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지식을 담아 ‘최소한의 주식 공부’를 연재합니다. 주식이라는 자산의 근본적인 실체에서 시작해, 의사결정의 주요 원칙과 피해야 할 함정에 대해 홍진채 라쿤자산운용 대표가 독자 여러분과 함께 고민합니다. ― 버핏클럽

Getting your Trinity Audio player ready...

자, 이제부터는 개별 산업을 하나씩 살펴보면서 가장 핵심이 되는 질문들을 던져보겠습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개별 종목에 대한 저의 선호도를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모든 투자 판단은 본인의 책임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본 콘텐츠의 어떠한 내용도 특정 금융 상품, 증권에 대한 투자 의견이 담겨 있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3회 차에 걸쳐 ‘프리미엄의 조건’을 이야기해보았습니다. 어떤 주식을 볼 때, 이 주식이 얼마나 비싸도 되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회사가 앞으로 벌 돈이 지금보다 더 많을수록, 그리고 불확실성이 적어서 먼 미래까지 예측 가능할수록 프리미엄을 더 많이 받을 수 있습니다. 한편, 그러한 프리미엄 요인을 실제 가격에 구현하는 것은 결국 투자자들의 마음이므로 투자자들의 상상력, 낙관과 공포 어느 쪽이든 강하게 자극할수록 프리미엄은 크게 높아질 수도, 낮아질 수도 있습니다.

프리미엄의 극단적인 변화의 사례로 엔터업종만큼 대표적인 업종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엔터업종은 영화, 드라마, 미디어 등을 포괄하는데요. 여기서는 KPOP 연예기획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겠습니다.) 잘나갈 때는 전 세계를 호령할 것처럼 꿈에 부풀어 오르다가도, 잘 안될 때는 “그래, 역시 사람 리스크가 커”라면서 회사가 하는 어떤 이야기도 안 믿으려 합니다.

흥행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엔터업종에 대해서 첫 번째로 던져야 할 질문은 이것입니다. 영화든, 드라마든, 게임이든, 엔터업종의 모든 세부 업종을 막론하고 가장 중요한 질문입니다. 엔터업종은 프로젝트 단위로 사업이 돌아가고, 사업을 론칭하기 전에는 흥행 여부를 판가름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아무리 인기 배우, 인기 작가, 인기 감독이 투입되더라도 흥행에 실패하는 경우가 다반사죠. 회사의 본업에 대해서 이렇게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면 프리미엄을 받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아무리 어떤 프로젝트가 대박이 나더라도 “그래 봤자 일회성이야. 이건 흥행 업종이라고”라면서 프리미엄을 받을 수 없습니다. 지속 가능성을 전망할 수 있어야 올해 100억을 번 회사를 1,000억, 2,000억짜리 회사로 취급해줄 수 있습니다.

엔터업종의 몇몇 세부 업종에서는 ‘흥행 리스크 관리 기법’이 발달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좀 더 안정적으로 흥행을 담보할 수 있는 방법’이죠.

가장 간단한 방법은 프로젝트의 라인업을 늘리는 겁니다. 게임회사로 치자면, 지금이야 믿기지 않겠지만 한때 ‘퍼블리셔 모델’이 개발사보다 더 각광받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퍼블리셔’란 다른 회사가 개발한 게임을 가져와서 마케팅, 서버 관리, 고객 관리 등을 덧붙여서 실제 서비스를 진행하는 겁니다. 좀 더 나아가서 회사의 유료화 모델이나 전반적인 개발 방향을 기획하는 쪽으로 향하기도 했습니다. 개별 게임이 흥행할지 안 할지는 알 수 없으나, 다수의 게임에 대해서 퍼블리싱 권한 및 퍼블리싱 역량을 가지고 있다면 다수의 게임을 론칭할 수 있고, 그중 하나만 대박이 나더라도 회사는 많은 돈을 벌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세상이 그렇게 쉽게 굴러가지는 않았는데요. 이건 나중에 게임업종을 이야기하면서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영화사로 치자면 영화 제작 편수를 늘리는 건데, 사실 그건 좀 쉽지 않고요. 드라마는 그나마 영화보다는 제작 기간이 짧아서 용이합니다. 스튜디오 체제로 한 회사에서 여러 팀이 한 프로젝트씩 맡아서 굴리면 한 해에 다섯 편, 열 편도 제작할 수 있습니다.

엔터(KPOP) 연예기획사로 본다면 ‘아티스트 라인업’을 늘리는 게 되겠지요. 한 아이돌을 론칭해서 성공했을 때에는 그 아이돌이 아무리 잘나가도 “원툴 기업 아니냐”라는 비판을 받는 반면, 두 번째 아이돌을 성공시키면 프리미엄이 급등합니다. “이 회사는 아티스트를 키워내는 역량이 있다”라는 거죠.

단순히 라인업을 늘리는 것을 넘어서, 연예기획사는 흥행 리스크를 관리하는 새로운 기법을 개발합니다. 바로 ‘오디션 프로그램’입니다. 기존의 오디션은 비공개로 진행되어, 오디션 합격자가 연습생으로 몇 년을 보내다가 데뷔합니다. 회사 입장에서든 아티스트 입장에서든 성공 여부를 모른 채로 투입 비용(돈뿐만 아니라, 어린 친구들 입장에서는 인생을 걸어야 하죠)이 커집니다.

그런데 만약 오디션 단계부터 대중에게 노출시킨다면 어떻게 될까요? 역량을 공개적으로 검증받는 건 당연합니다. 근데 그건 업계 내의 전문가들이 더 잘 검증합니다. 중요한 건 역량과 대중성 사이의 미스매치인데요. 그걸 그냥 대놓고 미리부터 노출시켜서 미리 팬층을 확보하고, 대중성이 있는 것이 확인된(검증된) 친구들을 (더 훈련시켜서) 데뷔시키는 거죠.

사람의 마음이란 참 미묘해서, 데뷔 전 시절부터 봐온 사람에게 애착이 생깁니다. 뭔가를 잘못하더라도, 그 힘들어하는 모습에 공감하고 더 응원하게 마련이죠. 그렇게 해서 계속 아티스트가 커나가는 모습을 보면 뿌듯해합니다. 스포츠 팀을 응원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이 자랑하는 연습생 시스템은 (이따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동종 업계의 글로벌 피어 대비해서 보자면 특출난 건 맞습니다. 그러나 동종 업계의 피어가 아니라 유사한 다른 업종과 비교해보자면 ‘제작 시스템’이라는 건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훌륭한 개발자와 기획자가 모여서 훌륭한 게임을 만들어내고, 훌륭한 디자이너와 생산업자가 모여서 옷을 만들어냅니다. 퀄리티 있는 아웃풋을 꾸준히 뽑아내는 시스템은 그 자체로는 그리 자랑할 만한 거리가 아닙니다. ‘흥행 확률을 높이는’ 시스템을 만들어냈다는 게 정말로 주목해야 할 일이죠. 연예기획사들은 엔터업종에서 그 힘들다는 ‘흥행 확률을 높이는 일’을 해내고야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