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자가 알아야 할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지식을 담아 ‘최소한의 주식 공부’를 연재합니다. 주식이라는 자산의 근본적인 실체에서 시작해, 의사결정의 주요 원칙과 피해야 할 함정에 대해 홍진채 라쿤자산운용 대표가 독자 여러분과 함께 고민합니다. ― 버핏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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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식은 외국인이라는 수급 주체가 들어오고 나감에 따라서 등락이 심합니다. 물론 기업의 가치란 외부 수급과 독립적으로 존재하여, 누가 주식을 들고 있는지에 관계없이 좋은 주식이라면 장기간에 걸쳐서 주주에게 그만한 가치를 돌려주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한국의 특수한 상황 덕에, 외국인이 선호하는 주식은 가치의 저평가가 빠르게 해소되거나 외려 프리미엄을 받는 등 주가 측면에서 긍정적인 흐름이 있을 가능성이 높으며, 더 나아가 기업 가치 자체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외국인 투자자가 선호하는 주식의 유형을 파악해둔다면, 선호하지 않는 주식보다 좀 더 많은 비중을 실어서 더 큰 수익 기회를 노릴 수도 있겠습니다.

전통적으로 외국인이 사는 경우

우선 탑다운 관점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전통적으로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주식을 사는 경우는 크게 세 가지, 즉 1) 위험자산 선호 2) 중국 프락시(proxy) 3) 반도체 업황입니다.

1) 위험자산 선호

한국 주식을 사는 외국인 투자자는 정의상 글로벌 투자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최소한 리저널(아시아 지역 투자) 투자자는 되어야 하죠. 글로벌 투자자는 에쿼티(주식) 위주의 투자자, 자산배분 투자자, 롱숏 헤지펀드 등으로 나눌 수 있겠습니다. (사모펀드(PEF)도 있지만 여기서는 다루지 않겠습니다.) 이런 투자자들은 기본적으로 다른 여러 자산군 대비 ‘한국’ ‘주식’의 매력도를 먼저 판단하여 ‘한국’ ‘주식’ 비중을 정한 다음(탑다운 비중 조절) 그 안에서 어떤 주식을 살지를 정합니다(스탁 피킹).

한국은 글로벌에서 신흥국으로 간주되고, 주식은 채권보다 위험자산으로 간주됩니다. 그러므로 외국인이 ‘한국’ ‘주식’ 비중을 늘리기 위해서는 글로벌 자산배분에서 위험 선호 현상이 나타나야 합니다.

위험 선호라 함은, 선진국보다 신흥국 주식을 선호하고, 채권보다 주식을 선호하는, 즉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하고서도 더 큰 위험을 추구하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자산배분의 기본적인 의사결정은 위기 상황에는 안전한 채권과 안전한 선진국 주식 비중을 늘리고, 위험이 지나가면 주식, 그중에서도 신흥국 주식을 늘리는 것입니다. (물론 이게 좋은 의사결정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대체로 그런 움직임이 있다 정도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예를 들어 2008년 금융위기가 한창일 때, 혹은 그 이전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일 때, 혹은 2020년 코로나가 터진 직후, 2022년 코로나가 정리되고 금리를 인상할 때 등은 선진국 주식을 삽니다. 반대로 1990년대 냉전 종료 이후 자유시장이 확산될 때, 2000년대 중반 중국과의 무역이 흥하고 신흥국이 빠르게 성장할 때는 신흥국 주식을 삽니다.

2024년의 경우, 금리를 인하하면서 전통적인 관점에서는 신흥국 주식을 사야겠지만,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미국 기업들이 가장 안정적인 실적과 성장세를 보여주면서 오히려 미국 주식을 더 선호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미국이 보호무역을 강하게 외치면서, 자유무역의 수혜를 보는 신흥국을 더 이상 선호하지 않는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2) 중국 프락시

1972년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은 이후 중국은 수십 년간 엄청난 고속 성장을 했습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성장에 열광하는 건 투자자의 본성입니다. 중국의 기업이 성장세가 강하니 중국 주식을 사고 싶어 하는 투자자가 많았지만, 중국은 자본시장이 제한적으로 개방되어 있기 때문에 주식 투자로 이익을 거두기가 어려웠습니다. 이에 좋은 대안이 한국 주식이었습니다. 한국 기업들은 중국 익스포저가 크면서 시장도 중국보다는 훨씬 개방되어있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가 접근하기에 (중국보다는) 좋았습니다. 그래서 중국이 성장할 때, 2000년대 중반 혹은 금융위기 이후 2010년대는 한국 주식의 외국인 유입이 상당했습니다.

후강퉁 선강퉁 등의 정책을 시행하면서 해외의 개인 투자자가 상하이와 선전 거래소 주식을 직접 살 수 있게 되었지만 한도가 많지는 않아서 여전히 한국 주식이 중국 주식의 대안이었습니다.

이런 콘셉트로 한국 주식을 살 때는 중국에서 무언가를 생산하는 회사-휴대폰, 휴대폰 부품, 자동차, 자동차 부품 등- 혹은 중국에 무언가를 파는 회사- 음식료, 화장품, 의류 등-를 선호하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이런 주식들은 대체로 시가총액이 작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는 기본적으로 움직이는 돈의 단위가 크기 때문에, 그리고 세부적으로 기업 탐방을 다니기 어렵기 때문에 굵직한 콘셉트로 주식을 매매합니다. 그래서 위의 목록에 해당하는 주식 중에서도 시가총액이 1조 원 이상이어야 관심 목록에 들어올 수 있습니다. (가끔씩 외국인이 스몰캡을 사기도 하는데, 홍콩/싱가포르에 근무하는 한국인 직원이 매수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편 중국과 경쟁하는 산업은 매우 조심해야 합니다. 대표적인 업종이 화학과 철강입니다. 조선과 해운도 해당할 수 있습니다. 중국은 국가 주도로 개발하면서 전략적으로 몇몇 업종을 찍어서 보조금을 줘가면서 산업을 진작합니다. 산업 전체가 커지는 와중이라면 중국의 프락시로서 한국 주식을 살 수 있겠지만, 산업 성장이 정체되거나 공급 과잉 국면에 접어들었을 때는 산업 내 경쟁 기업 전체가 피해를 봅니다. 이런 주식들에 외국인 지분율이 의외로 꽤 높은 걸 볼 수 있는데, 그들도 물린 거죠….

최근 몇 년간 ‘중국 프락시’라는 콘셉트는 잘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중국이 공동부유(共同富裕)를 외치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중국 주식 신뢰가 떨어지고 중국 투자 자체가 약해졌습니다. 그러니 중국 주식을 사고 싶어도 못 살 때 한국 주식을 대안으로서 매수하는 메커니즘도 작동하지 않는 거죠. 또한 미국 주도로 중국을 글로벌 밸류체인에서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지난 정권들에서 진행되었고, 이번 정권에서도 그런 기조를 유지하리라고 겁을 주고 있습니다.

한편, 이런 콘셉트를 반대로 응용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진정으로 미국이 중국을 밸류체인에서 배제하고자 한다면, 중국과의 경쟁으로 피해를 입은 주변 기업들이 오히려 수혜를 볼 수 있고, 한국 기업들 중에 이런 기업이 많을 것입니다. 그리고 미국이 자국 중심주의로 강하게 나서면서 주변국의 반발을 산다면, 미국을 제외한 별도의 밸류체인이 형성될 수도 있고, 거기에 중국이 속하든 아니든 한국 기업이 수혜를 볼 수도 있습니다. 물론 낙관적인 기대이고,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는 지켜보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