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크셔 2025년 1분기 13F 분석] 하락장에서 빛난 투자 전략
분기마다 공개되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13F 공시에는 전 세계 투자자들과 언론의 관심이 집중된다. CEO로서 워런 버핏의 마지막 해이자 그레그 에이블이 공식 후계자로 낙점받은 후 처음으로 공개된 2025년 1분기의 포트폴리오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버크셔의 13F 공시 내용을 살펴봤다. ― 버핏클럽
지난 5월 초 버크셔 해서웨이의 연례 주주총회에서 워런 버핏은 올해 말에 버크셔 해서웨이의 CEO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버핏의 깜짝 은퇴 선언은 주주총회장을 가득 메운 주주들을 놀라게 했다. 이에 못지않게 지난 60년 동안 그가 이룩한 성과도 주목받았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가(BRK.A)는 1965년부터 2024년까지 무려 550만% 넘게 상승했지만 S&P500은 3만 9,000% 상승에 그쳤다. 60년 동안 연평균 20%의 수익률을 기록한 것이다. 오늘날의 버크셔를 만든 것은 기업의 내재가치를 기반으로 한 버핏의 가치투자 전략이다. 이런 투자 전략의 축소판이 바로 버크셔 해서웨이의 포트폴리오라고 할 수 있다.

신규 매수 중단, 포트폴리오 축소
2025년 1분기 버크셔 해서웨이 포트폴리오의 특징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포지션 축소’다. 버크셔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4분기 2,670억 달러에서 올해 1분기에는 2,590억 달러로 약 80억 달러 줄었다. 일부 종목의 시장 가치가 하락한 탓도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순매도 포지션이다.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버크셔는 약 31억 8,000만 달러 정도의 주식을 매수하고 46억 8,000만 달러어치의 주식을 매도하면서 10분기째 순매도 포지션을 유지했다.
2025년 1분기 버크셔가 보유한 종목은 36개로 이전 분기보다 2종목 줄었다. 새로 매수한 종목은 없었고 추가로 매수한 종목은 컨스텔레이션 브랜드 등 7개로 나타났다. 시티뱅크 등 2개 종목은 전량 매도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6개 종목은 일부 지분을 매도했다.

컨스텔레이션 브랜드 추가 매수, 시티뱅크 전량 처분
1분기 포트폴리오 비중 기준으로 가장 많이 매수한 5개 종목은 지난 분기에 새로 매수한 컨스텔레이션 브랜드로 0.39%, 약 640만 달러어치를 추가로 사들였다. 이 밖에도 베리사인, 옥시덴탈, 풀, 도미노피자 등이 이번 분기에 많이 매수한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이번에도 컨스텔레이션 브랜드, 풀, 도미노피자 등 소비재 종목의 지분을 늘린 점이 눈에 띈다. 또 에너지기업인 옥시덴탈은 지난해에 4분기 연속으로 매수한 데 이어 올 1분기에도 추가 매수하면서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06%로 1%포인트가량 증가했다.
반면 가장 많이 매도한 종목은 뱅크오브아메리카로 지난 분기보다 1%포인트 정도 줄었고 시티뱅크가 0.39%여서 두 번째로 많이 판 종목으로 밝혀졌다. 버크셔는 지난 분기에 이어 시티뱅크와 함께 누홀딩스를 연속 매도하면서 지분을 전량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장 투석 회사인 다비타(DVA)의 주식도 190만 주가량 매도했지만 매도 시점이 5월 8일이어서 1분기 상위 매도 종목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버크셔에 가장 큰 수익을 안겨준 애플(AAPL) 등 상위 5개 종목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버크셔는 2024년 1분기에 애플을 매도하기 시작하면서 상위 5개 종목의 비중이 크게 줄어들고 있지만 2025년 1분기에도 여전히 70% 정도를 기록하고 있다.
5개 종목 가운데 애플의 비중이 가장 많이 감소했지만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4분의 1 정도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에 보유 비중이 2위로 상승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AXP)는 15.77%로 여전히 2위 자리를 유지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BAC)는 매도가 계속되어 지난 분기보다 한 단계 떨어진 4위를 기록했다. 반면 지분 변동이 없었던 코카콜라(KO)와 셰브런(CVX)의 비중은 11.07%와 7.67%로 각각 3위와 5위를 기록했다.

막대한 현금, "기회 오면 언제든 투자할 것"
포트폴리오 변동 내용과 별개로 이달 초 주총에서 공개한 2025년 1분기 보고서를 보면 버크셔는 2022년 3분기부터 11분기 연속 현금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025년 3월 31일을 기준으로 버크셔가 보유한 현금과 현금성 자산(미국 단기 국채 투자 포함)은 무려 3,480억 달러에 달한다. 역대 최고인 2024년 4분기보다 100억 달러 이상 증가한 수치다.
버핏은 막대한 현금의 대부분을 미국 재무부 단기 국채에 투자하고 있다. 2025년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단기 국채(U.S. Treasury Bills)에 투자한 금액은 3,055억 달러에 달한다. 지난해 4분기 2,865억 달러보다 200억 달러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현재와 같은 고금리 상황에서 국채는 단기간 안전하게 자금을 굴리면서 일정 수준의 이익을 챙길 수 있는 훌륭한 투자 수단이다.
버크셔는 2025년 1분기에 미국 단기 국채 투자를 통해 25억 달러 정도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단기 국채 수익률이 여전히 4.3% 수준에서 고공행진하는 것을 고려하면 단기 국채의 위험 자산 대비 수익률은 매력적이다. 이런 점에서 버크셔 해서웨이는 막대한 현금을 전략적 자산으로 잘 활용한다고 볼 수 있다.

버크셔가 이처럼 지속적으로 현금을 쌓아가자, 일부 투자자는 버핏이 시장의 하락을 예상하고 투자하지 않는 것이라는 우려를 내비쳤다. 하지만 버핏은 지난 주주총회에서 “매력적인 투자 기회를 찾지 못해서 현금을 가지고 있을 뿐”이라며 시장 하락을 예상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버핏은 주주총회에서 “100억 달러의 잠재적 인수나 투자를 고려했지만 최종적으로 실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적절한 기회가 오면 100억 달러가 아니라 1,000억 달러의 투자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며 여전히 투자 기회를 엿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락장에서 빛난 버크셔 주가
버핏의 이런 신중하고 보수적인 투자 전략은 최근 하락장에서 더욱 진가를 발휘했다. 미국 경제 전문 매체 마켓워치(Market Watch)는 단기적인 시장 혼란에 흔들리지 않고 검증된 투자 원칙을 따르는 버핏의 전략이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관세 정책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진 시기에 더욱 빛났다고 평가했다.
버크셔 해서웨이 주가(BRK.B 기준)는 연초부터 5월 10일까지 17.54% 상승했다. 같은 기간 S&P500과 다우존스 지수는 각각 –4.51%와 -3.87%를 기록했다. 시장 평균을 20% 이상 앞선 놀라운 수익률이다. 마켓워치는 진정한 투자자의 실력은 시장이 불확실하고 변동성이 클 때 드러난다면서 버크셔의 최근 성과는 버핏이 투자 분야에서 ‘GOAT(Greatest Of All Time)’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입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버핏의 투자 전략은 변동성이 높은 시기에만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다. 장기적으로도 시장 평균을 크게 앞섰다. 비교 기간을 10년으로 늘리면 수익률 차이가 더 벌어진다. 2025년 5월 10일을 기준으로 과거 10년 동안 버크셔의 주가는 250% 넘게 상승했지만, S&P500은 167% 상승하는 데 그쳤다. 다우존스의 상승률은 126%에 불과했다.

CNN의 분석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25년 5월 5일까지 비교 기간을 25년으로 늘렸을 경우 S&P 500은 5.1배 올랐지만, 버크셔의 주가는 13.5배나 올라 차이가 더 크게 벌어졌다. 결국 장기적으로 보면 버크셔의 투자 성과는 경제적 상황이나 시장의 소음에 휘둘리지 않고 평균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런 성과의 기반이 바로 버크셔의 포트폴리오가 가진 힘일 것이다.
워런 버핏 vs. 그레그 에이블, 버크셔의 변화는?
차기 최고경영자로 낙점받은 그레그 에이블 체제에서 버크셔는 어떤 변화를 겪게 될까? 미국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에이블은 버핏의 경영 방식을 대부분 그대로 이어받아 버크셔를 운영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특정 영역에서는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변화를 추구할 것으로 예상한다.

포천은 에이블이 기업 분석이나 위험 회피에 집중하는 버핏의 접근 방식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버핏은 기업을 분석할 때 손익계산서보다는 재무상태표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손익계산서는 조정이 쉽지만, 재무상태표에는 숨기거나 조작하기 어려운 ‘어떤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버핏은 무려 8~10년 치의 재무상태표를 보면서 부채 증가 없이 얼마나 순자산을 늘려왔는지를 본다고 한다. 따라서 버핏의 투자 방식을 보고 배운 에이블도 기업의 가치, 현금흐름, 자산, 부채 등 본질에 집중하는 가치투자 전략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반면 자회사의 운영에는 약간의 변화가 예상된다. 버핏은 자회사에 최대한 자율성을 제공하면서 사실상 완전한 독립성을 제공하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실무적 관리자 스타일인 에이블은 자회사에 운영 목표를 부과하고 목표 달성을 위한 ‘코치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버크셔의 자회사인 브룩스의 전 CEO 짐 웨버는 에이블이 전략회의를 위해 여러 차례 회사를 방문했고 시간을 주고 개선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포천이 전망한 또 다른 변화는 배당금 지급이다. 버핏은 1967년에 딱 한 차례 배당금을 지급한 이후 60년 가까이 배당한 적이 없다. 배당보다는 자사주 매입을 선호했다. 주식 수를 줄여 주당순이익을 높이고 장기적으로 주식 가치를 향상시키는 것이 일회성 배당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버핏은 최근 주주총회에서 버크셔의 주가가 자사주 매입을 중단할 정도 고평가됐고 세법 개정으로 자사주를 매입할 때 1%의 세금까지 내야 한다면서 앞으로 자사주 매입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천은 이런 여러 정황을 고려해 그레그 에이블은 버크셔에 대한 투자를 더 매력적으로 만들기 위해 자사주 매입 대신 배당을 실시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만약 배당금을 지급한다면, 처음에는 낮은 배당수익률로 시작하고 영업이익 성장에 따라 점진적으로 배당금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버크셔는 2025년 3월 31일 기준으로 전체 공개 주식 포트폴리오의 가치보다 더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서 재무 건전성을 해치지 않고도 안정적으로 배당금을 지급할 수 있다.
투자회사에서 복합기업으로 변하고 있는 버크셔의 조직 구조 변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버크셔는 현재 에너지 부문과 보험 부문을 포함해 189개 자회사(손자회사까지 합치면 800개 이상 추정)를 거느리고 있다. 이렇게 많은 회사를 혼자 관리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에이블은 자회사를 산업별 그룹으로 나누고 운영 부문 책임자를 임명해 효율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버크셔가 직면한 진짜 문제는 투자나 관리 능력이 아니다. 버핏은 투자자들의 사랑과 신뢰를 받았다. 버핏이 직접 의사결정을 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투자자들은 버크셔 주식을 샀다. 결국 버핏이 은퇴하게 되면 버크셔는 ‘가장 소중한 무형자산’을 잃는 셈이다. 이것이 앞으로 그레그 에이블의 버크셔 해서웨이가 극복해야 할 가장 큰 과제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