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단상] ‘통찰’했다면 ‘인내’하라!
시장에 난무하는 소음 속에서 중심을 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럴수록 기본에 집중하고 올바른 원칙을 지켜야 하지만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투자 단상’은 현직 펀드매니저가 시의적절한 고민을 함께 나누는 코너입니다. 투자 대가들이 역경을 이겨낸 방법을 소개하고 실패 사례에서 배우는 기회도 마련하겠습니다. ― 버핏클럽
투자에서 통찰(insight)은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지난 칼럼에서 설명했듯이 통찰은 시장보다 내가 더 잘 아는 부분이라고 정리해봅시다. 시장보다 더 잘 안다는 의미는 두 가지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어떤 기업에 대해 시장이 안 좋게 볼 때 나는 좋게 보는 역발상의 관점입니다. 다른 하나는 시장이 좋게 볼 때 나는 더 좋게 보는 관점입니다.
통찰을 가졌다는 것은 역발상 투자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장이 좋게 봐서 주가가 어느 정도 적정한 수준에 형성되어 있더라도, 그보다 더 좋게 볼 이유를 내가 갖고 있다면 충분히 좋은 투자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훌륭한 기업을 적정한 가격에 사는 것이 낫다는 찰리 멍거의 견해는 이런 부분을 반영합니다. 결국 프리미엄을 받게 될 것이라는 말이죠.
투자자는 먼저 시장이 보는 수준을 면밀하게 파악해야 합니다. 초보 투자자의 실수 대부분 이 지점에서 발생합니다. 투자 기업 리서치가 기업과 산업에 대한 질적 내용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투자는 나와 시장의 전쟁입니다.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하는데 적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거죠.
시장이 보는 수준을 파악한다는 말은 단순하게 현재 PER 배수가 몇 배인지 확인하는 것으로 정리되지 않습니다. 펀더멘털에 대한 판단 위에 멀티플의 역사적인 수준과 비교해야 합니다. 컨센서스가 있다면 컨센서스의 상황과 변화 추세 등도 파악해야 합니다.
시장이 보는 수준에 대해 정확하게 딱 떨어지는 결과를 얻을 수는 없습니다. 대략적인 수준을 판단할 수 있을 뿐이죠. 경험이 쌓이면서 조금씩 정교해지긴 합니다. 답답하게 느껴지더라도 반드시 선행해야 하는 작업입니다.
예를 들어 시클리컬 산업의 경우, 호황이 시작되면 일단 주가가 크게 오릅니다. 초기에는 이익 추정치가 바뀌면서 주가가 오르지만 시장이 기존에 부여한 멀티플까지 움직이지는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장은 그런 이익의 증가가 일시적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업황이 일시적이지 않고 생각보다 오래갈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얻은 투자자라면 이 시기를 낮은 멀티플에 진입할 기회로 삼을 수 있습니다. 내 통찰이 맞다면 시장은 결국 메가트렌드로 인식하면서 멀티플 리레이팅을 하게 될 테니까요.
최근 2~3년간 호황의 중심에 있던 시클리컬 산업들이 대부분 이런 궤적을 따랐습니다. 일반적으로는 호황이 오면 경쟁이 심화되면서 기업의 이익 수준이 줄어들기 마련입니다. 때문에 시장은 멀티플 리레이팅까지 반영하지는 않죠. 그러나 최근의 호황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중국의 경쟁 기업들이 경쟁에 뛰어들지 못하면서 과점화되어 길어지는 형국입니다. 과거의 호황과 다른 경쟁 양상이 펼쳐질 것이라 보고 뛰어든 투자자들은 그 통찰에 걸맞은 성과를 얻게 되었습니다.
항상 이런 통찰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으면 의구심이 생기게 됩니다.
과연 ‘통찰’만으로 성공적인 투자에 이를 수 있을까요?
정답은 ‘그렇지 않다’입니다. 현실이 그 통찰을 따라가거나 시장이 인정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그 시기까지 기다리지 못한다면 통찰에 의한 성과를 실제로 누릴 수 없죠. 때문에 ‘인내’는 성공적인 투자를 위한 필수 조건이 됩니다.

인내는 타고나야 하는 기질이 아니냐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심리학에서는 인내를 후천적으로 학습하고 단련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인간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빠른 이익을 원하고, 무리에서 벗어나면 불편을 느낍니다. 주가가 통찰을 반영하기까지 투자자는 충분히 외로울 수 있습니다. 시장과 다르게 보는 것은 무리에서 적극적으로 벗어나는 것이어서 본능에 역행하는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본성이 초래할 수 있는 리스크를 인지하고 의도적으로 인내하기 쉬운 환경을 조성한다면 훨씬 도움이 됩니다.
또한 소음에서 벗어나 신호에만 집중하면서 충분한 기간을 인내해야 충분한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앞서 예를 든 시클리컬 산업의 경우, 시장의 수많은 피크아웃에 대한 노이즈들을 견뎌야 합니다. 큰 폭의 주가 조정을 동반하면서 영향력이 큰 애널리스트가 소위 ‘꺾는다’면, 그에 반해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기가 쉽지 않습니다. 대부분 공포에 질리거나 이만하면 됐다는 심리로 팔아치우게 되죠. 투자자 본인이 생각하는 수준까지 버틴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투자가 과학이라기보다 종합예술이라고 하는 이유입니다.
성공적인 투자자를 꿈꾼다면 인간의 심리학적 한계와 오류를 깊이 공부해보세요. 의도적으로 본능적 한계에 빠지지 않도록 마음을 다스리고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버핏과 성공한 투자 구루들이 뉴욕 월가에서 벗어나 있는 부분에 주목해보세요.
‘통찰’과 ‘인내’.
성공적인 투자를 위해 꼭 기억해야 할 두 단어입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투자자가 통찰과 인내를 갖춰 성공적인 결과를 얻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