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주식 공부 27] 영원히 보유하라

주식 투자자가 알아야 할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지식을 담아 ‘최소한의 주식 공부’를 연재합니다. 주식이라는 자산의 근본적인 실체에서 시작해, 의사결정의 주요 원칙과 피해야 할 함정에 대해 홍진채 라쿤자산운용 대표가 독자 여러분과 함께 고민합니다. ― 버핏클럽

Getting your Trinity Audio player ready...

지난 칼럼에서 워런 버핏의 유명한 격언, “절대로 돈을 잃지 마라”에 대해 깊게 살펴보았습니다. 이어서 이번에는 장기 보유 원칙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흔히 ‘영원히 보유한다’고 알려진 워런 버핏의 장기 투자에 대해서 깊게 고민해보겠습니다.

워런 버핏은 일찌감치 ‘복리의 마술’을 깨달으며 어린 시절부터 차곡차곡 부를 쌓아 올렸습니다. 그는 다양한 성공적인 투자 사례를 보유하고 있는데 가이코, 씨즈캔디, 코카콜라, 애플, 뱅크 오브 아메리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을 장기간 보유하면서 막대한 수익을 올린 점이 인상적입니다. 특히 1988년 주주서한에서 코카콜라, 프레디맥을 매수한 이후 “제가 가장 좋아하는 보유 기간은 ‘영원히’입니다”라고 언급함으로써 극단적인 장기 투자자라는 이미지를 얻었습니다.

버핏의 실제 보유 기간

실제 워런 버핏의 투자는 어떠했는지 살펴볼까요? 버핏의 ‘매매 행태’를 연구한 재미있는 논문이 있습니다. 제목은 ‘Overconfidence, Under-Reaction, and Warren Buffett’s Investments’입니다. 2010년에 발간된 논문이고, 버크셔 해서웨이가 1980년부터 2006년까지 공시한 자료를 분석하여 얼마나 장기간 보유했는지를 기록했습니다. (논문의 목적은 버크셔 공시 자료를 보고 추종하는 매매를 하는 게 초과수익을 낼 수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었습니다. 이 결과 또한 흥미롭습니다.)

논문에 제시된 버크셔의 주식 보유 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John S. Hughes, Jing Liu, Mingshan Zhang, 2010, Working paper, UCLA

26년 기간 동안 230개 주식을 보유했는데요. 2분기 만에, 즉 6개월 이내에 팔아버린 주식이 전체의 30%에 달합니다. 5년 이상 보유한 주식은 전체의 16%(37개)에 불과했고, 10년 이상 보유한 주식은 4%(9개)였습니다.

10년 이상 보유할 생각이 없으면 단 10분도 보유하지 말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어땠나요? 그 버핏조차 실제로 10년 이상 보유한 주식은 4%랍니다.

종목 개수를 볼까요? 1980~1990년의 10년 기간 동안 포트폴리오의 종목 개수는 무려 95개에서 8개까지 널뛰었습니다. 그나마 변화가 적었던 2000~2006년도 최대 40개에서 최소 27개로 상당한 진폭을 보입니다. 그 정도로 포트폴리오 교체가 빈번했습니다.

버핏은 스스로의 원칙을 어긴 걸까요? 겉으로는 장기 투자를 강조하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단타꾼이었던 걸까요?

가치투자는 장기 투자인가

“가치투자를 하겠다”고 언급하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두 가지 실수가 있는데요. 하나는 ‘가치주 투자’와 ‘가치투자’를 동일시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장기 투자’와 ‘가치투자’를 동일시하는 것입니다. 워런 버핏은 “성장은 가치를 구성하는 한 요소이므로 성장주와 가치주의 구분은 무의미하다”라고 했습니다. 한편 “모든 투자는 가치 있는 대상에 대해 하는 것이므로 ‘가치투자’라는 용어는 동어 반복이다”라고도 했습니다.

그가 말하는 투자는 결국 가치보다 싸게 사서 제값에 파는 것인데요. 제값에 빠르게 도달하면 빠르게 팔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버핏의 변하지 않는 세 가지 관점 - 주식은 기업의 소유권, 미스터 마켓, 안전마진 - 에 장기 투자는 반드시 필요한 요소로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버핏의 투자와 장기 투자는 논리적으로 어떻게 이어지는 걸까요?

버핏의 세 관점을 풀어서 쓰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주식은 기업의 소유권의 일부이며, 따라서 가치를 지니고, 시장은 그때그때의 기분에 따라 가격을 들었다 놓았다 하므로(미스터 마켓), 개별 투자자는 가치보다 싼 가격에 주식을 살 기회를 얻을 수 있고, 그럴 때에만 주식을 사야 한다(안전마진).

만약 가치보다 현저히 싼 값에 주식을 샀다면, 그다음은 몇 가지 넘어야 할 과제가 생깁니다. 현재의 가격이 가치보다 현저히 싼 것이 맞다 한들, 내가 주식을 산 이후에 가격이 곧바로 가치를 향해 반등해주지는 않을 겁니다. 내가 주식을 산 이후에도 가격은 여전히 오르락내리락할 겁니다. 미스터 마켓의 기분이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는 거죠. 내가 가지고 있는 건 단지 확률 우위, 내 생각이 옳을 경우 얻을 수 있는 잠재 이득이 틀릴 경우보다 상당히 크다(혹은 내 생각이 옳을 가능성이 틀릴 가능성보다 크다)는 점밖에 없습니다.

미래는 여전히 알 수 없고, 미스터 마켓은 여전히 변덕스러운데, 여기서 내가 할 일은 내가 옳은지 틀린지 판결될 때까지 기다리는 일입니다. 거꾸로 말해, 내가 옳은지 틀린지가 드러나지 않았는데 포지션을 청산해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합니다.

우리는 항상 그런 충동을 느낍니다. 주식을 산 직후에 주가가 하락하면 “아, 왜 샀지” 하고, 주가가 오르면 “역시 내가 옳았어” 하는 느낌이 듭니다. 이런 반응은 우리 두뇌의 자연스러운 기능입니다. 인간이라는 동물은 리스크에 노출된 외부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진화했습니다. 그리고 그 반응은 실제 내가 주식을 산 이유와는 별로 관계가 없습니다.

장기 투자와 관련하여 또 한 가지 아주 많이 인용되는 버핏의 구절이 있습니다. 1996년 주주서한인데요. “10년간 주식을 보유할 의사가 없다면 단 10분도 보유하지 말라.” 이 말로 인해 버핏 추종자들은 주식을 살 때마다 “난 10년 이상 이 주식을 보유할 거야!”라고 외치고, 그만큼 장기간 주식을 보유하지 못하고 매도하면 ‘철학’을 고수하지 못했다는 취급을 받습니다.

우리는 원문을 제대로 읽어야 합니다. 전체 원문은 이렇습니다.

Your goal as an investor should simply be to purchase, at a rational price, a part interest in an easily-understandable business whose earnings are virtually certain to be materially higher five, ten and twenty years from now. Over time, you will find only a few companies that meet these standards - so when you see one that qualifies, you should buy a meaningful amount of stock. You must also resist the temptation to stray from your guidelines: If you aren’t willing to own a stock for ten years, don’t even think about owning it for ten minutes. Put together a portfolio of companies whose aggregate earnings march upward over the years, and so also will the portfolio’s market value.

투자자의 목표는 단순하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사업이면서, 이익이 향후 5, 10, 20년에 걸쳐 확실히 의미 있게 늘어날 수 있는 사업의 일부 지분을 합리적인 가격에 산다. 시간이 지나면 이런 조건을 만족하는 회사는 극히 소수임을 깨닫게 될 것이므로, 그런 주식을 발견했다면 유의미한 규모로 주식을 사야 한다. 또한 다음과 같은 원칙에서 벗어나려는 충동을 억제해야 한다: 주식을 10년간 보유할 의사가 없다면, 단 10분도 보유해서는 안 된다. 이런 기업들로 구성한 포트폴리오 전체의 이익이 시간이 흐르며 꾸준히 늘어난다면, 포트폴리오의 시장가치도 이와 함께할 것이다.

무작정 장기 보유를 종용하는 게 아니라, 투자자가 장기적으로 좋은 성과를 올릴 수 있는 하나의 프레임워크를 구성하고, 그 안의 행동강령 중 일부로 장기 투자가 있습니다. 다양한 조건들이 붙어 있고, 독립변수로서의 장기 투자라기보다는 ‘충동적 단기 매매’를 억제하는 데에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투자의 기본은 ‘포트폴리오’입니다. 직전 글에서도 말씀드렸듯, 버핏의 핵심 세 관점은 세상의 불확실성을 근간으로 합니다. 불확실한 세상에서 이익을 창출해내는 기업의 힘을 믿고, 불확실하게 변동하는 시장의 심리를 이익의 기회로 활용하는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틀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다수의 투자안을 ‘포트폴리오’로 구성해야 합니다. 버핏의 투자 격언을 단일 투자 아이디어에 욱여넣으려고 하는 것은 버핏의 통찰을 상당히 협소하게 왜곡하는 일입니다.

장기간에 걸쳐서 복리로 이익을 성장시켜나갈 기업들을 발견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묶음으로 사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면, 몇 개의 투자 건에서는 실패하겠지만 그 기업들 총체적으로, 즉 포트폴리오 전체에서 창출하는 이익은 늘어날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포트폴리오 전체의 가치도 증가하겠지요.

개별 투자 건은 실패할 수 있습니다. 내가 최초부터 틀린 아이디어로 투자했을 수도 있고, 상황이 변해서 예전에는 옳았던 투자 아이디어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혹은 주가가 급격하게 올라서, 더 이상은 가치보다 싸다고 도저히 말할 수 없는 수준이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 상황은 내가 투자하고 긴 시간 후에 벌어질 수도 있지만, 투자한 직후에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팔아야죠.

결과로서의 장기 투자

버핏은 케인스를 종종 인용하는데, 제가 좋아하는 케인스의 유명한 격언으로 다음 문장이 있습니다.

“상황이 바뀌면 저는 생각을 바꿉니다. 당신은 어떻게 하나요?”

“When the facts change, I change my mind. What do you do, sir?”

(사실, 케인스가 실제 이 발언을 했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그의 뜻에 부합하기에 다수가 그의 발언으로 ‘귀속시키고(credited)’ 있습니다.)

주식의 가장 큰 특징은 손익의 비대칭성이라고 수없이 말씀드렸습니다. 장기적으로 가치를 복리로 늘려나갈 가능성이 보이는 회사라면, 실제 그 과정을 달성했을 때 투자자에게 줄 수 있는 이익은 어마어마합니다. 투자액을 몇배, 몇십 배로 불려줄 수 있죠. 실패한다면(내 판단이 틀렸다면) 나에게 줄 수 있는 손해는 투자액의 100%가 최대입니다.

시간이 흐르다 보면 복리 가치 증진에 실패하는 회사들이 나오겠죠. 괜찮습니다. 포트폴리오에서 몇 개는 성공했을 테니까요. 엄밀히 말하자면, ‘성공’이라기보다는 ‘아직 실패하지 않은’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입니다. 현시점에서 재평가했을 때 여전히 가격이 합리적이고, 미래에 가치를 복리로 증진시킬 여지가 보이는 회사는 남겨두고, 그 외의 기업은 포트폴리오에서 제거하는 것이 합당한 의사결정일 것입니다. 그렇게 포트폴리오에서 제거해야 할 상황이 명백할 때, ‘편입한 지 얼마 안 됐는데’라는 이유로 포트폴리오에 남겨두는 일은 지양해야겠지요.

10년 이상 장기간에 걸친 이익 성장을 실제로 달성하는 기업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버핏 스스로도 밝히지 않았습니까. 회사의 문제든 나의 문제든 상황이 바뀌었으면 판단도 바뀌어야지요. 아닌 주식은 팔아버려야 합니다. 그렇게 깎고 깎는 과정을 거쳐야만, ‘현재의’ 내 포트폴리오는 ‘현시점에서 미래를 전망했을 때’ 여전히 유망한 기업들로 구성되어 있게 됩니다.

장기 투자는 목표가 아닌 결과여야 합니다. 버핏 스타일의 투자를 한다면, 기업에 대해 장기간에 걸쳐 복리 성장을 할 거라는 기대를 갖는 건 필수적입니다. 그 판단이 옳았기를 바라는 건 당연하겠지만, 모든 결정이 옳을 수는 없습니다. 내가 틀렸음이 드러났는데도 장기 투자 원칙을 고수하느라 틀린 주식을 팔지 않으면 성과가 나빠집니다.

10년간 보유할 생각이 없다면 10분도 보유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 판단의 기준선은 언제나 ‘지금 시점에서’입니다. ‘지금부터 10년간 보유할 생각이 없다면’ ‘지금부터 10분도 보유하지 말아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보유 기간’이 10년이 지났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더욱 풍부한 내용을 《워런 버핏 바이블 완결판》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 버핏클럽의 모든 글은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에 대한 모든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귀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