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전 세계 투자자들은 워런 버핏의 말에 귀를 기울일까? 버핏이 투자에 대한 자신의 탁월한 통찰력을 일화나 비유를 들어 매우 쉽게 설명하기 때문이다. 그런 교수법은 ‘버피티즘(Buffettism)’으로 불리기도 한다. 버핏과 그의 평생 파트너 찰리 멍거의 답변에는 특유의 유머도 곁들여진다. 2018년 버크셔 해서웨이 주총에서 그가 내놓은 혜안을 요약, 정리했다. 야후의 버크셔 주총 동영상(https://finance.yahoo.com/brklivestream)을 포함해 다양한 매체의 자료를 활용했다. 더 자세하고 정확한 내용은 야후 동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워런 버핏    나의 과거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화면은 1942년 3월 〈뉴욕타임스〉 1면 기사입니다.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고 3개월이 지난 시점이지요. 우리가 태평양 전쟁에서 밀리고 있었으므로, 나쁜 소식을 전하는 기사가 넘쳤습니다. 당시에는 신문 1부가 3센트였습니다. 물론 주식시장은 이런 상황을 반영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시티 서비스(City Service, 1910년 설립된 석유 및 천연가스 유통회사-편집자 주) 우선주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전년도에는 주가가 84달러였고, 1942년 초에는 55달러였으며, 3월에는 40달러까지 내려갔습니다. 3월 11일 나는 아버지에게 3주를 사달라고 했습니다. 당시 11세였던 내가 가진 돈으로는 3주까지 살 수 있었습니다.

이튿날 확인해보니, 다우지수가 2.3% 하락하면서 100을 뚫고 내려갔습니다. 요즘 기준으로는 다우지수가 500포인트 하락한 셈입니다. 나는 학교에서도 주가가 궁금했습니다. 아버지는 그날 고가인 38.25달러에 매수해주었는데, 종가는 37달러로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이후 미드웨이 해전이 벌어질 때까지 미국이 고전하는 양상이었는데도, 시티 서비스 주가는 계속 상승해서 200달러를 넘어갔습니다. 그러나 주가가 27달러까지 내려가는 모습을 보았던 나는 겨우 주당 1.75달러를 남기고 40달러에 팔아버렸습니다. 이 사례에서 얻을 만한 교훈은 무엇일까요?

우리가 1942년 3월 11일로 돌아갔다고 상상해봅시다. 당시 미국인들은 누구나 우리가 전쟁에 승리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미국 시스템은 잘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이 시점에 1만 달러로 인덱스펀드를 사서 묻어두었다면 지금은 얼마가 되었을까요? 무려 5,100만 달러가 되었습니다. 다양한 미국 기업들의 일부를 사서 계속 보유하기만 하는 것으로 충분했습니다. 회계를 공부할 필요도 없었고, 주가 흐름을 지켜볼 필요도 없었습니다. 상승 종목을 가려낼 필요도 없었고, 매수·매도 시점을 선택하려고 애쓸 필요도 없었습니다. 장기적으로 미국 기업들이 난관을 극복하면서 성장하고, 미국이 계속 발전한다고 믿기만 하면 됐습니다. 가장 중요한 질문은 ‘내가 투자하는 평생에 걸쳐 미국 기업들이 좋은 실적을 낼 것인가?’였습니다.

만일 그 무렵 비관론을 퍼뜨리는 사람들의 말을 듣고 1만 달러를 금에 투자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당시 1만 달러면 금 300온스를 살 수 있었습니다. 그 금은 지금도 300온스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금을 안전금고에 넣어두고서 들여다보거나 쓰다듬어도 산출물은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 이 금의 가치가 지금은 40만 달러입니다. 이렇게 생산적 자산(주식) 대신 비생산적 자산(금)에 투자했다면 차이는 100배 넘게 벌어졌습니다. 미국 기업에 투자한 사람들이 1달러를 버는 동안, 금 같은 ‘가치 저장 수단’에 투자한 사람들은 1센트도 벌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미국은 우리가 상상하지도 못할 만큼 엄청난 순풍을 받으면서 성장해 놀라운 수익을 안겨주었습니다. 주식 매수·매도 시점을 선택하려고 애쓰거나, 전문가에게 유료 자문까지 받아 비생산적 자산에 투자해서 얻은 수익으로는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만일 모든 사람이 주식을 사서 계속 보유했다면 주식 중개인들은 굶어 죽었겠지요. 우리는 회계나 전문 용어를 알 필요도 없고, 연준이 무슨 일을 하는지도 알 필요가 없습니다. 올바른 투자철학만 있으면, 쓸데없는 일에 애태울 필요가 없습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무역 전쟁이 벌어지지 않고 상생 관계가 유지될 수 있을까요?

버핏    8월이면 나는 88세가 됩니다. 올해는 8자로 끝나는 해이므로, 8월에는 중국인들의 행운의 숫자 8이 내게 넘치게 됩니다. 내가 인수할 만한 중국 기업이 있는지 찾아봐 주시기 바랍니다. 미국과 중국은 경제 부문에서 초강대국 지위를 오랜 기간 누릴 것입니다. 미국과 중국은 여러 면에서 상생 관계입니다. 물론 긴장 관계가 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무역에서는 상생 관계이며, 세계 무역의 흐름을 좌우하는 2대 국가입니다.

다행히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자유무역이 주는 혜택을 잘 알고 있습니다. 둘 사이에 의견 차이가 있긴 하지만, 자유무역이 주는 혜택은 너무도 크고 명백합니다. 세계가 발전하려면 무역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과 중국은 현명한 나라들이므로, 지극히 어리석은 일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다소 어리석은 일을 벌이면서 타협할 수는 있겠지만요.

1970년 미국의 수출과 수입은 국내총생산(GDP)의 5%였습니다. 지금은 수출이 GDP의 11.5%이고, 수입이 14.5%입니다. 나는 미국의 무역적자가 너무 커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미국이 원하는 상품을 수입하는 대가로 종이 쪼가리(채무증서)만 지급하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미국에 대한 외국의 청구권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런 청구권은 미국에 대한 외국의 투자로 바뀌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미국과 중국의 무역은 매우 훌륭하게 진행되었지만, 한쪽이 지나친 욕심을 부릴 때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러나 무역에 대한 견해 차이 때문에 세계 발전을 그르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찰리 멍거    두 나라 모두 발전하고 있으며, 중국이 더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오랜 기간 빈곤 상태에 머물렀으며, 높은 저축률 등 장점을 갖춘 덕분에 더 빨리 성장할 것입니다. 두 나라는 함께 잘 지낼 것이며, 서로 반감을 품는 일만은 절대 피해야 합니다.

사이버 위험에 대해 보장하는 상품을 고려해보셨나요?

버핏    나는 대재해로 인해 연간 손해액 4,000억 달러가 발생할 확률을 2%로 추정합니다. 그러나 사이버 위험에 대해서는 확률을 논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사이버 위험을 설명할 수도 없고, 이와 연관해서 어떤 사건이 벌어질지도 알지 못합니다. 우리가 사이버 사건에 대해 다양한 상상을 할 수 있겠지만, 마음이 비뚤어진 사람들에게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지진이나 허리케인의 발생 확률은 계산할 수 있지만, 사이버 위험은 계산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사이버 위험은 보험업계에서 미지의 영역이며, 그 위험이 더 커질 터이므로, 경쟁 상황을 고려하면 우리 진행 사항을 많이 노출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의 짐작이 더 정확할 수도 있습니다.

멍거    증권 트레이딩을 하던 컴퓨터가 고장 나면 누군가 하루아침에 망할 수도 있겠지요. 우리는 컴퓨터를 이용한 증권 트레이딩을 하지 않습니다.

버핏    우리는 그런 멍청한 방식으로 실수할 가능성이 낮지만, 그런 실수로 많은 회사가 망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초대형 재해가 발생해서 한 해에 120억 달러에 이르는 손해가 발생해도 어느 정도 이익을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초대형 재해가 발생하면 다른 보험사들은 대부분 파산할 것입니다. 대재해에 관한 한 우리는 다른 보험사들과 완전히 차별화되어 있습니다.

멍거    은퇴를 앞둔 사람이 한 발만 회사에 걸친 채 의사결정을 해서는 안 됩니다. 버핏은 전 재산을 버크셔 주식으로 보유하고 있습니다.

상습적으로 물이 새는 배에 타고 있다면, 새는 곳을 막으려고 애쓰기보다는 배를 갈아타는 편이 낫다고 말씀하셨는데, 웰스 파고는 물이 새는 배 아닌가요?

버핏    웰스 파고는 성과 보상 제도가 잘못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훨씬 더 심각한 문제는 성과 보상 제도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모르는 체했다는 점입니다. 버크셔에서 가장 심각한 죄는 잘못을 발견하고서도 방관하는 행위입니다. 이제 우리 종업원은 38만 7,000명에 이르므로, 모두가 성인군자처럼 행실이 바를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부당행위에 대해서는 보상하지 않을 것이며, 부당행위를 발견하면 즉시 대응할 것입니다. 이것이 핵심입니다.

하지만 살로먼과 웰스 파고는 즉시 대응하지 않았습니다. 1964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도 즉시 대응하지 않은 탓에 위기에 처했고, 덕분에 우리는 헐값에 대규모로 투자할 수 있었습니다. 1970년대 초 가이코는 월스트리트의 비위를 맞추려고 손해액 준비금을 과소 계상하면서 실적을 부풀리다가 파산 직전까지 몰렸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헐값에 가이코 지분을 절반이나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와 가이코 둘 다 위기에서 벗어나 놀라울 정도로 건실한 회사가 되었습니다. 다른 대형 은행들도 모두 많은 문제를 겪었습니다.

나는 어느 모로 볼 때, 웰스 파고가 다른 은행들만 못하다고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웰스 파고는 큰 실수를 저질렀고, 큰 대가를 치렀습니다. 그래도 나는 웰스 파고에 투자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며, CEO 팀 슬론(Tim Sloan)을 좋아합니다. 찰리는 항상 이렇게 말합니다. “예방 한 숟가락이 치료 한 바가지 정도가 아니라 치료 한 양동이보다도 낫다.” 우리는 모든 일이 잘 풀릴 때도 문제가 보이면 즉시 대응합니다.

멍거    웰스 파고는 장래에 더 좋아질 것입니다. 하비 와인스타인(Harvey Weinstein, 성추행 의혹으로 자신이 설립한 회사에서 해고된 영화 제작자-편집자 주)도 사람들의 품행 개선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웰스 파고는 분명히 잘못을 저질렀고, 그 잘못을 통감하고 부끄러워했으며,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웠습니다. 장래에는 웰스 파고가 가장 모범적인 은행이 될 것입니다.

버핏    1942년 〈뉴욕타임스〉 구인 광고를 보면 남성 섹션과 여성 섹션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멍청한 짓을 많이 저지릅니다. 가이코는 웰스 파고보다 훨씬 어리석은 잘못을 저질러 파산 직전까지 몰렸지만, 지금은 시장점유율이 13%에 이릅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가 샐러드유 스캔들로 위기에 처했을 때, 주주총회에서 한 주주가 감사에게 질문했습니다. “당신은 보수를 얼마나 더 받아야 베이온(Bayonne) 탱크 샐러드유 재고를 확인할 생각이었소?” 주주들은 제보를 받고서도 수수방관하다가 위기에 처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를 강하게 질타했습니다. 그래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회복해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장담컨대 우리는 앞으로도 실수를 저지를 것입니다. 그러나 관건은 실수에 즉시 대응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모르시겠지만, 찰리가 이런 문제 해결에 크게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