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표적인 2세대 가치투자자로 꼽히는 최준철 VIP 투자자문 공동대표. 그가 가치투자 전략을 시장에서 검증받아온 지 십수 년이 지났다. ‘리틀 버핏’으로 불려도 손색이 없는 최 대표의 투자철학과 성공 스토리, 요즘 관심 있게 보는 종목, 향후 장세 전망을 들어봤다.
서울대 주식 투자 동호회 출신 대학생들이 2003년 자본금 30억 원으로 창업한 회사가 운영 자금 1조 7,000억 원 규모의 투자자문사로 성장했다. 바로 ‘가치투자 개척자(Value Investment Pioneer)’인 최준철·김민국 공동대표의 VIP투자자문이다.
이 회사는 창업 이후 15년 동안 2008년 한 해를 제외하곤 손실을 낸 적이 없다. 2015년엔 노르웨이 국부펀드에서 5,000억 원 상당의 자금을 투자받았다. 자산 규모가 1조 달러가 넘는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위탁 운용사 선정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최준철(42) VIP투자자문 대표는 싼 가격에 좋은 기업을 담는 가치투자 철학을 지켜온 것을 성과의 비결로 꼽는다. 최 대표는 한국의 대표적인 1세대 가치투자자인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CIO)와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CIO)의 뒤를 잇는 2세대 가치투자자다. 이채원 대표는 “최 대표는 가치투자에 대한 믿음과 철학이 확고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가 자신과 같은 1세대와 달리 가치투자 문화를 투자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시장에 정착시켰다는 점에서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동업은 어렵다는 한국 사회의 통념을 깨고 16년째 동고동락 중인 최준철ㆍ김민국(오른쪽) 공동대표. 최 대표는 “가치투자 철학이 같다는 점이 동업의 가장 큰 근간이 됐다”고 말한다.
5월 9일 VIP투자자문 본사에서 최 대표를 만났다. 사무실은 금융사가 몰려 있는 여의도가 아닌 서울 강남구 교보타워 사거리 제일약품 빌딩에 있다. 사무실 입구엔 가치투자의 대가인 벤저민 그레이엄과 워런 버핏 사진이 명예의 전당에서처럼 장식돼 있다. 버핏 사진 아래 “남들이 두려워할 때 욕심을 내고, 남들이 욕심을 낼 땐 두려워하라”라는 투자 명언이 적혀 있다.
서울 강남에 자리 잡은 이유가 있나요?
“고객과 기업 탐방을 고려한 거죠. 기업 가치에 주목하기 때문에, 시장 흐름에 민감한 여의도에 있을 필요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거리를 두고 싶었죠. 특히 경부고속도로 인근이라 직원들이 지방으로 기업 탐방하러 다니기에 편리하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사무실에는 세련된 디자인의 테이블과 소파가 곳곳에 놓여 있다. 책을 읽거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1인 휴식 공간도 눈에 띈다. 휴게실 한편 주방엔 원두커피를 비롯해 다양한 종류의 음료수를 보관해둔 대형 냉장고가 있다.
사무실을 카페처럼 꾸미셨네요.
“일주일 중 가장 출근하기 힘들다는 월요일에도 가고 싶은 회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지난해 한 달 반 동안 직원 31명에게 ‘어떤 공간에서 일하고 싶은지’를 설문조사해서 디자인한 겁니다.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도 훌륭한 인재를 뽑기 위한 노력입니다.”
직원을 채용할 때 공통 질문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투자란 무엇인가’를 묻습니다. 투자 리스크를 낮추려는 의지와 철학을 갖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거죠. 최근 해외 인턴을 뽑을 때는 버핏을 사로잡을 수 있는 4페이지 분량의 기업 보고서를 작성해보라고 했습니다. 화려한 이력서보다 제대로 기업을 분석할 줄 아는 시각이 중요해요. 대학 시절 주식 투자 동아리에서 활동한 경험에도 높은 점수를 줍니다.”
가치투자란 무엇인가요?
“좋은 기업을 싸게 사는 것입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게 투자 리스크 낮추기입니다. 단기간에 높은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기업보다 싼 가격, 배당 등으로 리스크가 줄어든 기업을 선호합니다. 이 중에서도 비즈니스 모델이 뛰어난 기업을 찾는 데 가장 많은 공을 들입니다. 가치투자 이론의 창시자인 벤저민 그레이엄보다 워런 버핏식 투자에 더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죠. 버핏도 초기엔 스승인 그레이엄을 좇아 ‘돈을 잃지 않는 투자’를 했습니다. 예를 들어 기업이 청산되더라도 건질 수 있는 가치가 현 주가보다 큰 기업을 주로 담았죠. 그러다가 1970년 이후 리스크가 낮으면서도 기업 경쟁력이 뛰어난 기업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1988년 투자한 이후 현재까지 보유 중인 코카콜라가 대표적인 사례죠.”
비즈니스 모델은 어떻게 평가하나요?
“아무리 저평가된 기업이라도 한두 고객에 의존한다면 중장기적으로 사업에 차질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와 달리 다수의 고객이 선호해 제품 충성도가 큰 데다 진입장벽이 높은 사업을 하는 기업이라면 꾸준히 이익을 낼 수 있죠. (노트북과 커피 잔이 놓인 테이블을 가리키며) 이 중에서 비즈니스 모델이 가장 뛰어난 사업은 커피예요. 수많은 사람들이 반복적으로 찾고 제품 원가가 낮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도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