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은 투자의 목표가 잃지 않는 데 있다고 말했다. 버핏의 스승 벤저민 그레이엄이 잃지 않는 투자를 위해 강조한 것이 안전마진이다. 안전마진은 내재가치와 가격의 차이에 해당한다. 그 차이가 벌어질수록 손실 위험이 작아진다. 안전마진을 바탕으로 자신의 방식을 개발해 매매해온 숙향의  ‘33년 가치투자 역정’을 전한다.


내가 주식 투자를 시작한 것은 1985년으로, 어느새 33년이 되었다. 당시 다니던 직장의 대표이사가 우리나라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최초의 외국인 펀드에 대해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조사하고 정리해서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상장기업 대부분이 가치에 비해 싼 가격에 거래되는 데다 미래 전망이 무척 밝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주식 투자를 도박과 같은 것으로 여기던 나는 충격을 받았고, 보고서 작성을 끝낸 다음 바로 증권회사를 방문해서 주식 계좌를 열었다. 생각해보면 나는 상업고교를 졸업하고 대학에서 회계학을 전공했고 회사에서도 회계·자금 파트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주식 투자를 위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실제 투자할 때도 거래하는 증권회사 직원이 추천하는 종목을 그냥 매수하지 않고, 반드시 그 기업의 재무제표를 살펴보고 가치에 비해 싸다고 판단되면 매수했으니 처음부터 가치투자자였다고 할 수 있다.

투자를 시작한 지 3년째 되던 해, 구입 대금의 절반 이상을 대출받아 아파트를 매입하면서 주식 투자가 중단되었다. 빚을 모두 상환한 3~4년 후 주식 투자를 재개했고, 벤처 투자 등 외도에 빠지기도 했다가 주식 투자가 최선임을 확신한 2004년부터는 거의 모든 여유 자금을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주식에 투자하면서 투자 관련 책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최준철·김민국 공저인 《한국형 가치투자 전략》이 시작이었고, 이 책을 통해 온라인 가치투자자 모임인 ‘아이투자’ 사이트를 알게 되었다. 워런 버핏, 벤저민 그레이엄, 존 템플턴, 필립 피셔, 피터 린치 등 생소한 투자의 구루들을 알게 되었고, 탐독했다고 표현할 정도로 구루들의 책을 열심히 읽었다.

독서를 통해 구루들의 투자법을 기본으로 배울 수 있을 뿐 아니라 투자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간접 경험은 투자할 때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실수에서 배우는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따라서 배움의 시간을 단축하는 동시에, 투자 실수에서 야기되는 금전적 손실을 줄이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그레이엄과의 만남과 나만의 방식 개발

흠모하는 벤저민 그레이엄과의 첫 만남은 그의 명저 《현명한 투자자》를 통해서였다. 아주 쉬운 책은 아니지만 책 내용이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느낌을 받았는데, 내가 그동안 해온 투자가 바로 그레이엄의 투자법이었기 때문이다. 그레이엄은 워런 버핏의 스승으로 더 유명하지만, 책을 통해 얻은 얕은 앎으로 나는 그레이엄을 버핏보다 훨씬 더 높은 자리에 두고서 본받을 스승으로 생각하고 있다.

투자할 종목을 선정하는 방법도 그렇지만 (그가 좋아했던 일에 대해서는 버핏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올랐지만)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이른 나이인 60세에 은퇴를 단행하는 모습이 그렇다. 인도 영화 〈세 얼간이〉에서 세 얼간이 중의 리더인 란초는 굉장한 천재인데, 친구들은 그를 ‘바람처럼 자유로웠던 친구’라고 부른다. 내게 그레이엄은 영화 속 란초와 같은 인물이다.

워런 버핏은 투자의 목표가 잃지 않는 데 있다고 했다. 버핏의 스승인 그레이엄이 잃지 않는 투자를 위해 강조한 것이 안전마진이다. 내재가치를 계산한 다음 현재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가와 괴리율이 큰 종목들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 잃지 않는 투자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나는 안전마진을 고려해 투자 종목을 선정하기 위해 대상 기업이 다음 4가지 조건에 부합하는지를 확인한다.

1. 주가순자산배수(PBR)가 1 이하
2. 주가수익배수(PER)가 10 이하
3. 배당수익률이 은행 정기예금 금리 이상
4. 순현금 기업

이 가운데 배당수익률에 가장 큰 비중을 둔다. 투자 기간에 관계없이 내재가치에 어울리는 주가까지 오르지 않으면 은행 금리 이상의 배당금을 받으면서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이런 조건을 충족하는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뒤, 보유한 기업보다 확연하게 더 나은 기업을 발견하면 교체 매매를 한다.

이와 같은 내 투자법은 큰 범주로는 그레이엄과 거의 같지만 실행 면에서는 꽤 다르다. 그레이엄은 (1) 투자한 종목에서 50% 수익이 발생하면 매도하고 (2) 매수한 지 2~3년이 지나면 주가에 관계없이 매도한다고 했다. 그 정도 기한 내에 주가에 반영되지 않으면 자신이 모르는 무언가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내재가치를 구하는 간단한 계산식

내재가치 계산을 어려워하는 분이 많다. 내재가치라는 말을 《증권분석》에서 처음 사용한 그레이엄도 명확하게 정의하기 어려운 개념이라고 했다니 어쩌면 당연하다. 나는 다음과 같이 간단한 공식으로 계산한다. 우리나라의 상속세법에서 비상장 주식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이다.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는 총발행주식에서 차감해 계산한다.

• 내재가치 = (BPS+EPS×10)/2
• EPS = [(최근 연도 EPS×3)+(전년도 EPS×2)+(전전년도 EPS×1)]/6

이렇게 간단한 방법으로 투자해서 얻은 수익률은 내가 정확하게 수익률을 계산한 2006년 1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12년 동안 연평균 23.6%이다. 같은 기간 연평균 7.4% 상승한 코스피에 비해 16.2%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앞에서 언급한 투자수익률은 다음 두 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1) 전통 있는 가치투자 사이트인 아이투자: 내가 아내 자금만 운용하는 펀드를 2007년 말부터 공개하고 있다. 2008년은 분기별로 올렸고 2009년 1월부터는 매월 매매 현황을 올리고 있다.

(2) 가장 많은 가치투자자 회원을 보유한 가치투자연구소: 10년(2013년 3월~2023년 3월) 운용을 목표로 친구와 내 자금 1.5억 원을 투자한 펀드의 매매 현황을 2013년 3월부터 지금까지 매달 한 번씩 공개하고 있다.

매월 반성문을 쓴다는 마음으로 작성하는 보고서인데, 평범해 보이는 종목을 매수한 다음 배당 받고 주가가 오르면 매도하는 단순한 투자법이지만 의외로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투자 각론: 종목 수, 현금 비중, 매도 시기

버핏을 비롯한 대가 대부분은 집중투자를 권한다. 투자 금액과 각자의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 경험으로는 10개 종목 내외면 충분하다. 투자에 열정적으로 몰입했던 젊은 시절에는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은 자금을 운용하면서도 20개 이상의 종목을 보유하기도 했으나, 지금은 이 정도가 적당하다고 판단해서 실제 운용에 적용하고 있다.

현금 비중 면에서는 2008년처럼 패닉에 빠질 때는 현금 보유의 필요성을 절감하지만, 내 성향상 대개 주식 100%를 유지하고 있다. 주가는 장기적으로 보면 어차피 우상향이기에, 현금 비중을 유지하다 그만큼의 기회비용이 발생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많은 투자자들이 좋아하는 피터 린치 역시 주식 100%를 주장했다.

나는 매도할 때 “나는 항상 남보다 일찍 팔았다. 그래서 부자가 되었다”라는 버나드 바루크의 말씀을 되새기며, 매도 후의 불만을 갖지 않으려고 한다. 매수 가격에 서 아주 작은 수익이라도 남기고 매도했다면 성공한 투자가 되겠고, 또한 내가 매도한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도 수익을 얻었으면 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훨씬 편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