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해도 포기하지 마십시오.”(버핏) “그리고 계속 학습하십시오. 학습이 성공 비결입니다.”(멍거) “계속 학습하십시오.”(버핏) “계속 학습하세요.”(멍거) “계속 학습하세요.”(버핏) 이는 2022년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 중 참석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준 대목 중 하나다. 두 거장은 이토록 학습을 역설했다. 또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택하라고 조언했다. 투자철학과 지혜는 버크셔 주총의 기본 선물이다. 인생을 사는 데 도움이 될 금언은 더 값진 덤이다.

‘자본주의의 우드스톡’이 3년 만에 다시 열렸다. 약 4만 명이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 운집했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주총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지난 4월 30일 토요일에 열린 주총에서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과 그의 투자 동반자 찰리 멍거의 투자와 인생에 대한 지혜에 귀 기울였다.

2021년 버크셔 해서웨이의 실적과 투자에는 논의할 점이 많지 않았다. 버크셔의 주가는 지난해 약 30% 상승하면서 S&P500 지수를 0.9% 포인트 앞섰다. 투자 포트폴리오에는 별 변화가 없었다. 버핏도 지난 2월 26일 공개된 주주서한에서 “시장에 흥미로운 기회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몇 주 지나지 않아 버핏과 버크셔가 태세를 전환했다. 버크셔는 3월 21일 보험사 앨러게이니(Alleghany)를 116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2월 말에서 3월 중순까지 옥시덴탈 페트롤리움 지분 14%를 73억여 달러 들여 인수했다.

당연히 두 투자 건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두 답변의 핵심은 간단했다. ‘연차보고서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버핏의 투자 의사결정은 방대한 독서에서 나오고, 그 대상 중 많은 부분이 연차보고서라는 사실을 확인해주는 답변이었다.

버핏과 앨러게이니 CEO 조셉 브랜던의 인연과 앨러게이니 인수 계기는 흥미로웠다. 버핏은 전에 버크셔에서 일한 적 있는 브랜던이 이 보험사의 CEO가 됐다며 처음 작성한 연차보고서를 자신에게 보내줬다고 말했다. 브랜던은 2001년부터 2008년까지 버크셔의 보험 계열사인 제너럴 리를 경영했다. 버핏은 앨러게이니를 인수할 요량으로 브랜던에게 만나자는 답장을 보냈다. 그는 “앨러게이니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면서 “60년 동안 유심히 지켜보면서 연차보고서를 읽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투자은행에 전화해서 인수에 관한 검토 보고서를 요청하지도 않았고 조언을 구하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옥시덴탈 페트롤리움 투자에 대해서는 “연차보고서를 읽어봤는데 CEO 비키 홀럽의 말이 타당했다”고 말했다. “비키가 설명한 옥시덴탈의 과거, 현재, 미래는 명확해서 모호한 점이 없었다.” 버핏이 본 옥시덴탈의 미래는 연차보고서에 다 쓰여 있다는 말이다.

외국 기업을 인수할 가능성에 대해 버핏은 “내일 독일, 프랑스, 영국, 일본 등 어느 나라에서든 전화가 와서 100~200억 달러짜리 기업을 매각하겠다고 하면, 우리는 인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버핏은 그러나 그런 규모의 기업을 외국에서는 찾기가 쉽지 않고 의사결정 과정도 번거로운 경우가 많다는 등의 제약도 설명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많은 투자자가 궁금해하는 버핏의 탁월한 매매 시점 선택(마켓 타이밍)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어떤 방법으로 매매 시점을 선택하나?”라는 질문의 답은 그러나 심심했다. 버핏은 “찰리나 나나 함께 일해온 기간 내내 시장 예측을 근거로 매매를 하자고 말해본 적도 없고 생각해본 적도 없다”고 답했다.

주총 문답은 예년처럼 장장 일곱 시간 동안 진행됐다. 1930년생인 버핏과 1924년생인 멍거는 정정했다. 특히 놀라운 기억력을 가동하면서 과거의 의사결정들에 대해 시점과 수치를 들어 들려줬다.

다른 질문 주제는 인플레이션 시기의 주식 투자, 경영진 교체 이후 버크셔 운영 방식의 변화, 중국 투자, 암호화폐 등이었다.

버핏은 “천직을 찾는 사람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겠나?”라는 질문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으라”고 답했다. “그 일을 하면서 인생의 대부분을 보내게 되는데, 왜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평생 하려고 하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나는 원하는 일을 발견했다는 점에서 매우 운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입을 모아 “실패해도 포기하지 말고 계속 학습하라”고 조언했다. 버핏은 계속 학습하다 보면 ‘깨달음의 순간’이 온다고 들려줬다. 주식에 관한 거의 모든 책을 읽었으나 헤드 앤 숄더 패턴, 200일 이동평균, 단주 공매도 비율 등 착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다 《현명한 투자자》 8장의 한 단락을 읽고 그런 분석이 번지수가 틀렸음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날 주총에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대주주로 있는 애플의 팀 쿡 CEO도 참석했다. 또 제이미 다이먼 JP모간체이스 CEO와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캐피털 회장 등도 왔다.

올해 행사에서는 주총 전날 쇼핑 데이와 주총 당일 바비큐 행사, 다음 날 단축 마라톤 대회도 치러졌다. 코로나19로 인해 2년간 온라인으로 진행되면서 중단됐던 행사들이다.


워런 버핏    이렇게 다시 주주총회를 직접 진행하게 되어서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3년 만이군요. 주주이자 소유주이자 동업자인 여러분을 실제로 보니 훨씬 좋습니다.

이제 찰리와 나의 나이를 더하면 190세입니다. 두 경영자가 98세와 91세라면 소유주인 여러분은 경영자를 직접 확인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절대 무리한 요구가 아니지요. 우리 자회사 한 곳의 경영자가 98세라면, 나라도 가끔 사람을 보내서 혹시 그가 종이 인형을 오리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을 것입니다. 우리가 하는 일은 종이 인형 오리기보다 훨씬 멍청한 짓일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이 일을 무척 즐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방문해주면 우리는 정말 즐겁습니다.

실제로 몇 년 전 버크셔에 치매를 앓는 경영자가 둘 있었습니다. 아마 더 있었겠지만 우리가 확인한 사람은 둘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중 한 사람은 찰리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캘리포니아에서 우리 자회사를 경영하고 있었는데, 찰리가 가끔 가보았지만 아무 문제 없어 보였습니다. 그러다가 그가 이미 오래전에 치매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찰리와 나에게 정말 훌륭한 친구였는데 말이지요. 그러나 사업은 잘 돌아가고 있었으므로 우리는 이 회사로 일종의 시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치매에 걸린 사람도 경영할 수 있는 신규 사업을 발굴하고 싶었거든요. 우리 경영자가 앉아서 종이 인형이나 오리고 있는데도 사업이 잘 돌아간다면, 그런 사업은 경쟁이 치열하지 않을 테니까요.

버크셔에서 실제로 일하고 있는 두 사람을 소개하겠습니다. 찰리 왼쪽에 있는 그레그 에이블은 대외 업무를 총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옆에 있는 사람이 아지트 자인입니다. 한때 나는 15년째 보험 사업을 경영했으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었는데, 토요일에 사무실로 찾아온 자인이 보험 사업을 경영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내가 “보험 사업을 경영해본 적이 있나?”라고 묻자 그는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나는 말했습니다. “나도 경영해본 적이 없어서 성과가 신통치 않다네. 그러니 자네가 해보게.” 아시다시피 자인은 버크셔를 탈바꿈시켰습니다.

여기 씨즈캔디 상자가 있습니다. 상자 덮개에는 1854년생 여인의 사진이 나오는데, 아마 이 여인의 사진이 미국 상품 중에서 가장 많이 등장할 것입니다. 200개가 넘는 매장에 걸려 있고 씨즈캔디 상자에도 빠짐없이 새겨져 있으니까요. 바로 1854년생 메리 시(Mary See) 여사입니다. 내가 여장(女裝)한 사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지만 내가 아닙니다. 분명히 닮긴 했지만 절대 내가 아닙니다. 경쟁자들이 퍼뜨린 소문이므로 절대 믿지 마십시오.

오늘 아침 인터넷에 우리 분기보고서(10-Q)를 올렸습니다. 이 분기보고서를 살펴보고 나서 질문을 받겠습니다. 1분기에는 놀랄 만한 사항이 전혀 없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실적이 매우 좋은 자회사도 있고, 어떤 이유에서인지 실적이 좋지 않은 자회사도 있습니다. 보시다시피 우리는 이른바 영업이익을 선호합니다. 정확한 실적을 절대 밝히지 않으려는 기업들과는 달리 우리는 감가상각비, 이자, 세금을 차감한 실적을 즐겨 사용합니다.

그리고 자본이득은 따로 구분해서 제공합니다. 그동안 거듭 말했지만 나는 향후 20년 동안 우리 자본이득이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하지만 미래 일을 누가 알겠습니까. 20년 뒤 과연 자본이득이 더 증가했는지 여러분께 내가 보고하게 되길 희망합니다.

보시다시피 1분기 우리 이익이 약 70억 달러입니다. 이는 우리가 실제로 벌어들인 70억 달러입니다. 분기 말이 지나면 우리는 이익을 대개 현금으로 보유합니다. 모든 분기에 그러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분기에는 실제로 약 70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버크셔 홍보영화에서 여러분이 본 경영자들이 바로 이 돈으로 찰리와 내가 전혀 생각하지 못한 일들을 하나씩 차근차근 해내고 있습니다.

1분기를 포함해서 지난 2년 동안 우리 다양한 사업에서 온갖 이례적인 일들이 발생했습니다. 2년 전인 2020년 5월 주주총회를 했을 때, 코로나 팬데믹으로 이후 경제가 어떻게 될지 우리는 알지 못했습니다. 안다고 생각한 사람들에게도 이후 온갖 뜻밖의 사건들이 발생했습니다. 그러나 2022년 우리는 다시 이곳에 모였고, 버크셔는 영업이익 70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우리는 수많은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으며, 그 임직원 36만 명이 여러분의 돈을 매일 활용해서 제품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이 돈은 여러분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맡긴 돈이므로, 우리는 좋은 성과로 여러분을 만족시켜야 마땅하며, 우리 역시 만족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돈에 영구 손실이 발생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합니다. 나는 무일푼이 되어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나는 내가 하던 일을 계속할 것입니다. 신문을 읽고 TV도 가끔 시청할 것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찰리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럭저럭 살아갈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를 믿고 맡긴 사람들의 돈에 영구 손실이 발생한다는 사실은 정말이지 상상하기도 싫습니다. 찰리의 좌우명은 “내가 어디에서 죽게 되는지를 알아내기만 하면, 그곳에는 절대 가지 않겠다”인데, 매우 건전한 말인 듯합니다.

찰리 멍거   그 좌우명이 지금까지는 유용했습니다.

버핏    지금까지는 유용했다고 방금 찰리가 말했습니다. 사람들의 돈을 많이 잃으면 우리는 정신적으로 사망하는 셈입니다. 우선 우리부터 이 사실을 용납하지 못합니다. 능력이 되지 않는데도 함부로 남의 돈을 맡아서 손실을 내는 것은 미친 짓이니까요. 나는 장래 우리 이익을 예측하지 못하며 우리 주가도 예측하지 못합니다. 향후 경제가 어떻게 될지 등도 전혀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여러분의 투자가 더 안전해지길 우리가 바란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큰돈을 벌지는 못하더라도 여러분에게 큰 손실은 입히고 싶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스스로 우리 동업자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약속은 믿으셔도 됩니다.

올해 주주서한은 2월 26일 토요일에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머릿속으로 1년 내내 서한을 씁니다. 버크셔에는 서한을 대신 써주는 직원이 없습니다. 이 서한은 동업자에게 보내는 서한이니까요. 나는 머릿속으로 내년 서한도 쓰고 있습니다. 글로 쓰고 있지는 않지만 동업자 여러분께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내 누이도 동업자이므로 나는 누이에게도 머릿속으로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오래전 세상을 떠난 누나도 동업자였으므로 누나에게도 머릿속으로 편지를 쓰곤 했지요. 나는 누이에게 사업에 관한 내 생각도 말해주고 싶고, 누이가 사업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등도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러므로 서한을 발표한 날짜는 2월 26일이지만 실제로 서한을 쓴 날짜는 2월 26일이 아닙니다. 나는 “요즘 진행되는 일이 많지 않으며, 자사주를 조금 매입했습니다. 좋은 기회가 보이지 않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보시다시피 1월 1일~2월 18일의 약 30영업일 동안 우리 지출액은 22억 달러이므로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후 약 3주 동안에는 400억 달러를 지출했습니다. 이 400억 달러 지출은 본사 직원 한 사람이 모두 처리했습니다. 그는 부하 직원 없이 혼자서 주식도 매수하고 국채도 매수합니다. 게다가 다른 일도 합니다. 그는 오래전에는 버크셔의 다른 부문에서 근무했지만 현재 맡은 업무를 좋아합니다. 그가 혼자서 업무를 매우 잘하고 있으므로 우리는 부서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이후 지출이 감소했습니다. 그리고 1분기에 그랬던 것처럼 자사주 매입에 31~32억 달러를 지출했습니다. 이렇게 할 일이 있었으므로, 찰리 표현을 빌리자면 술집에 갈 틈도 없었습니다. 우리는 버크셔에 가치를 더해주는 일이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가장 가치 있는 일이라고 판단될 때에만 자사주 매입을 합니다. 4월에는 자사주 매입을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우리는 다시 조용한 상태로 돌아왔지만 언제든 바뀔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변치 않는 사실 하나는 우리가 항상 거액의 현금을 보유한다는 점입니다. 내가 말하는 현금에는 기업어음이 포함되지 않습니다.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2009년, 우리는 어떤 기업어음도 보유하지 않았습니다. MMF도 보유하지 않았고요. 우리는 단기 국채를 보유했습니다. 현금을 보유해야 한다고 믿으니까요.

현금이 없으면 하루도 버티지 못하는 때가 있습니다. 과거에 몇 번 있었고 앞으로도 또 있을 것입니다. 현금이 산소와 같아지는 때입니다. 산소는 늘 존재합니다. 그러나 산소가 몇 분 동안만 사라져도 모두 끝장납니다. 우리 보유 현금은 3월 31일 감소했습니다. 단기간에 400억 달러를 지출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약 110억 달러에 앨러게이니를 인수하기로 약정했습니다. 그래도 항상 거액의 현금을 보유하게 됩니다.

우리 자회사 중 일부는 은행 여신한도를 받아두고 있습니다. 나는 우리 자회사들이 왜 은행과 거래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은행보다 나은데 말이지요. 필요하면 우리가 자회사에 자금을 지원할 수 있습니다. 아마 지역 은행들이 자주 찾아오니까 가만있기 어려웠겠지요. 다른 기업들도 모두 은행 여신한도를 받아두므로 그 자체로는 해롭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자회사들은 여신한도가 필요 없습니다. 버크셔가 은행보다도 튼튼하니까요. 방금 은행 사람들이 비명 지르는 소리였나요? 나는 아무도 고문하지 않았습니다.

돈은 흥미로운 존재입니다. 사람들이 내게 춤추는 방법은 물어보지 않지만 돈에 대해서는 물어봅니다. 20달러짜리 지폐를 봅시다. 위에는 ‘연방준비은행권’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미국은 이 돈으로 온갖 실험을 했습니다. 역사가 200년에 불과한 나라가 은행으로 수많은 실험을 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마침내 연방준비은행에서 화폐를 발행하게 했습니다. 지폐의 왼쪽 아래 구석에는 재무장관이었던 로지 리오스(Rosie Rios)의 서명이 있습니다. 아마도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지폐에 서명한 인물입니다. 그러므로 혹시 만나게 되면 친하게 지내십시오. 지폐에는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의 모든 채무를 상환하는 법정화폐’라고 적혀 있습니다. 그래서 돈입니다.

여러분이 우리 씨즈캔디 매장에 들어가서 밀을 대량으로 제공하면 초콜릿 한 상자 정도는 줄 것입니다. 그러나 국세청에서는 돈만 받습니다. 그림 등 온갖 물건으로 세금을 납부하려고 해도 받지 않습니다. 미국에서 국세 채무는 돈으로만 상환됩니다. 요즘 여러분은 다양한 돈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듣고 있겠지만, 여러분 생애에 계속 보게 될 돈은 이 지폐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지폐에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의 모든 채무를 상환하는 법정화폐’라고 적혀 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다른 20달러짜리 지폐도 흥미롭습니다. 이 지폐에도 앤드루 잭슨 사진이 똑같이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지폐를 발행한 은행을 1969년 버크셔가 인수했습니다. 지폐에는 ‘일리노이 내셔널 뱅크 앤드 트러스트 컴퍼니 오브 록퍼드(THE ILLINOIS NATIONAL BANK & TRUST COMPANY OF ROCKFORD)’라고 적혀 있습니다. 지폐 왼쪽 아래 구석에는 유진 아베크(Eugene Abegg)의 사인도 있습니다. 우리는 유진 아베크로부터 이 은행을 인수했습니다. 우리는 이 은행이 발행한 20달러 지폐 전지(全紙)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종이 인형처럼 오려내면 우리 돈이 됩니다. 일리노이 내셔널 뱅크가 발행한 돈입니다. 미국 정부가 명시했듯이 미국에서 상환되는 법정화폐입니다. 바로 이것이 돈입니다.

이 돈은 구매력이 극적으로 감소할 수도 있습니다. 다른 여러 나라에서 그랬듯이 종이 쪼가리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온갖 새로운 형태의 돈을 발행하더라도 채무가 상환되는 돈은 이것뿐입니다. 2020년 3월에도 (우리는 많은 돈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2008년 이상으로 심각한 상황이 다시 발생할 뻔했습니다. 이곳 다른 행사장에는 우리 서점 북웜(The Bookworm)이 있는데, 그곳에서 《Trillion Dollar Triage(3조 달러의 선별적 분배)》라는 책을 판매합니다. 이런 사건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당시 연준과 재무부에서 진행된 일을 하루 단위로 훌륭하게 설명해주는 책입니다. 장담하는데 당시 연준이 그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면 곧바로 모든 일이 중단되었을 것입니다. 2년 전 나는 연준 의장 제롬 파월(Jerome Powell)의 당시 신속한 조처에 경의를 표했습니다.

19세기에는 은행 앞에 사람들이 몰려들어 장사진을 이루면 그 은행은 파산했습니다. 은행은 뭔가 반전을 기대하면서 돈을 최대한 천천히 지급했고, 역마차로 금을 실어 와서 사람들을 안심시켜 해산하려고 했지만 말이죠. 1931년 8월 오마하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그날 주법은행(state banks) 넷은 문을 열지 않았고 국법은행(national banks)들만 문을 열었습니다. 그러나 문을 연 국법은행들은 그날 모두 파산했습니다. 예금을 지급한 은행들은 단 하루도 버티지 못했습니다. 당시 버틸 수 있었던 은행은 연방준비은행 하나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장담하는데 버크셔 해서웨이라면 당시에도 버텨냈을 것입니다.

2008년에도 재무장관 헨리 폴슨, 연준의장 벤 버냉키, 대통령 조지 부시 등이 조처를 하지 않았다면, 사람들이 은행 앞에 몰려 장사진을 이루었을 것입니다. 시내의 두 은행 중 하나를 소유한 사람이라면, 이런 날 사람들을 고용해서 경쟁 은행 앞에 줄을 세우면 됩니다. 하지만 이 방법에도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잠시 후 당신 은행 앞에도 사람들이 줄을 설 것이고, 그러면 두 은행 모두 파산하게 됩니다.

그러나 연준은 파산하지 않습니다. 미국 연준은 필요하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온갖 규정을 이용해서 어떤 일도 해낼 수 있습니다. 1980년대에 연준 의장이었던 폴 볼커는 매우 정직한 사람이었습니다. 나는 그에게 물었습니다. “당신들이 하지 못하는 일이 무엇인가요?” 거구였던 그는 나를 내려다보면서 대답했습니다. “우리는 필요하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실제로 2008~2009년과 2020년에 그런 사례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장래에도 그런 사례가 반복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경제가 멈추더라도 버크셔 해서웨이는 잘 굴러가길 바랍니다. 그런 상황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습니다.

2월 26일 주주서한에서 당신은 시장에 흥미로운 기회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3월 10일경 앨러게이니를 인수한다는 발표가 나왔고, 그 후에는 옥시덴탈 페트롤리움과 HP 주식 매수가 공개되었습니다. 그사이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버핏    찰리, 자네가 먼저 대답하겠나?

멍거    단기 국채보다 더 마음에 드는 기회를 발견했습니다.

버핏    늘 그랬듯이 찰리가 완벽한 대답을 했습니다. 나는 실속 없는 이야기를 길게 하겠습니다. 실제로 2월 26일 서한에서 우리는 기회를 찾을 수가 없다고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바로 전날인 2월 25일 이메일을 한 통 받았습니다. 사실 나는 기계를 다루지 못하므로 내 비서 데비 보사넥이 가져다주었습니다. 그녀가 내 책상 모퉁이에 자료를 쌓아두면 나는 가끔 모아서 읽어봅니다. 오래전 버크셔에서 근무했던 내 친구가 보내온 몇 줄짜리 메시지였습니다. 그는 이제 앨러게이니의 CEO가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나는 60년 동안 앨러게이니를 유심히 지켜보면서 연차보고서를 읽었습니다. 흥미로운 회사여서 내 커다란 서류함 네 개에 연차보고서가 가득 들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나는 앨러게이니에 관해서 잘 알고 있었습니다.

조 브랜던(Joe Brandon)은 말했습니다. “연차보고서를 동봉합니다. 내가 CEO가 되어 처음 발간한 연차보고서입니다. 당신이 누이들을 생각하면서 서한을 쓰듯이, 나도 당신을 생각하면서 서한을 썼습니다.” 나는 조에게 답장을 보냈습니다. “보내준 연차보고서는 주말에 읽어보겠네. 3월 7일 뉴욕에 갈 예정인데 만날 수 있겠나? 보고 싶기도 하고 아이디어도 하나 있다네.” 이렇게 답장을 보낸 날이 2월 26일이었습니다. 나는 가격이 적절하면 앨러게이니를 인수할 생각이었습니다. 조의 이메일을 받지 못했다면 나는 3월 7일 만나자는 메시지를 절대 보내지 않았을 것이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겠지요. 이 모든 일은 조가 처음 발간한 연차보고서를 내게 보내주었기 때문에 진행되었습니다.

나는 투자은행에 전화해서 인수에 관한 검토 보고서를 요청한 것이 아니고 조언을 구한 것도 아닙니다. 나는 우리가 제시한 가격에 앨러게이니를 인수할 생각이었습니다. 앨러게이니가 그 가격에 관심이 있다면 좋은 일이지만, 관심이 없다면 어쩔 수 없었죠. 이메일을 받지 못했다면 우리는 앨러게이니에 인수 제안을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인수가 성사된 것은 조가 이메일을 보내준 덕분입니다. 이렇게 해서 110억 달러가 지출되었습니다.

이후 우리는 몇몇 주식에 큰 흥미를 느껴서 또 거액을 지출하게 되었습니다. 주식시장에 대한 이해는 정말 중요합니다. 주식시장은 항상 카지노 요소와 자본시장 요소로 구성됩니다. 간혹 시장은 건전한 투자를 중심으로 흘러갑니다. 흔히 책이나 학교에서 배우는 이른바 자본시장의 모습입니다. 그러나 다른 때에는 완전히 도박장이 되어버립니다. 지난 2년 동안은 주식시장이 심각한 도박장이 되었고, 월스트리트가 이런 분위기를 조장했습니다. 사람들은 1965년쯤 버크셔 주식을 사서 계속 보유했다면 경이적인 실적을 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랬다면 주식 중개인들은 굶어 죽었을 것입니다.

월스트리트는 자본주의라는 식탁에 떨어지는 빵 부스러기로 돈을 법니다. 200년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방식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가만있으면 빵 부스러기가 떨어지지 않으므로 월스트리트는 돈을 벌지 못합니다. 이들은 사람들이 투자할 때보다 도박할 때 돈을 훨씬 많이 법니다. 그래서 슬롯머신의 핸들을 연거푸 잡아당기듯 사람들이 흥분해서 하루에 20번씩 매매할 때 훨씬 유리해집니다. 이들이 고객의 과도한 매매를 원한다고 말하지는 않겠지만, 실제로는 고객이 과도하게 매매해야 이들이 돈을 법니다.

시장이 도박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가 있습니다. 우리가 2주 동안 옥시덴탈 페트롤리움 지분 약 14%를 사 모은 사례입니다. 게다가 지분 40%를 보유한 블랙록 등 4대 인덱스펀드는 매매를 거의 하지 않아서 실제 유통주식은 60%에 불과한데도 우리가 14%를 시장에서 사 모았습니다. 나는 마크 밀러드에게 대량 매매도 상관없으니 옥시덴탈 지분 20%를 매수하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2주 만에 그는 유통주식의 60% 중 14%를 사 모았습니다. 이런 방식이면 투자가 아닙니다. 나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버크셔 주식이라면 불가능한 일이어서, 14%를 사 모으려면 매우 오래 걸릴 것입니다.

이제는 미국 대기업들이 모두 포커 칩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콜 옵션을 사고팔듯이 대기업 주식을 사고팝니다. 이렇게 슬롯머신의 핸들을 당기듯이 주식을 매매하는 사람이 증가할수록 월스트리트는 돈을 더 많이 법니다. 그러면 투자자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원래 수가 많지 않았던 투자자들은 빈둥거리고 있었고, 도박하듯 매매하는 사람들 덕분에 돈을 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덕분에 우리도 업력이 수십 년이나 되는 대기업의 지분 14%를 2주 만에 사 모을 수 있었습니다.

유통 물량의 40%가 이미 잠겨 있는 미국의 농장이나 아파트나 자동차 대리점의 14%를 사 모은다고 상상해봅시다. 찰리와 나에게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나는 미국 주식시장에서 이렇게 많은 거래가 이루어지는 모습을 본 적이 없습니다. 주식시장이 아니라 도박장의 모습이었으며, 돈을 버는 사람들은 도박장 직원들이었습니다. 이후 몇 주 전부터 거래량이 대폭 감소했습니다.

주말에 옥시덴탈의 연차보고서가 발표되었을 때 나는 보고서를 읽어보았습니다. CEO 비키 홀럽의 말이 타당해서, 나는 옥시덴탈이 훌륭한 투자 대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비키가 설명한 옥시덴탈의 과거, 현재, 미래는 명확해서 모호한 점이 없었습니다. 그녀는 내년 유가를 알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실은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그러고서 2주 뒤 우리는 옥시덴탈 지분 14%를 매수했습니다.

우리는 옥시덴탈의 우선주와 워런트도 이미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100억 달러에 인수했는데 2020년 3월 말에는 평가액이 55억 달러였으므로 45억 손실 상태였습니다. 그러다가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한때 유가가 배럴당 마이너스 37달러까지 떨어졌죠. 과거에 미국은 산업이 계속 돌아가게 하려면 외국에서 석유를 하루 1,100만 배럴이나 수입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하루 약 1,100만 배럴을 미국에서 생산할 수 있으니 매우 기쁜 일입니다. 찰리, 시장의 광기에 대해서 한마디 하겠나?

멍거   현재 시장의 모습은 거의 투기 광풍입니다. 컴퓨터가 다른 컴퓨터를 대상으로 알고리즘 트레이딩을 하고 있습니다. 주식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더 모르는 주식 중개인들의 조언을 받고 있습니다.

버핏    그래도 주식 중개인들이 수수료는 잘 알고 있지요.

멍거    믿기 어려울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상황입니다. 우리 시장은 도박에 해당하는 활동과 정당한 장기 투자가 뒤섞여 있는 기묘한 시스템입니다. 현명한 국가가 원하는 시장의 모습이 아닙니다. 여러분은 도박꾼들이 판치는 카지노 같은 시장에서 미국 주식이 거래되길 바라나요? 나는 시장이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이런 시장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버핏    뉴욕증권거래소는 1792년 플라타너스 아래에서 설립되었습니다. 이때 미국이 큰 깨달음을 얻었던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내 나이의 약 3배(91년×3 = 273년) 동안 미국이 거래소를 이용해서 이룬 성과를 보십시오. 믿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거래소는 자기도 모르게 큰 역할을 해냈고, 미국도 믿기 어려울 정도로 잘 굴러갔습니다.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을 정도입니다. 주주총회가 열리는 이곳 네브래스카는 1867년에 주州가 되었습니다. 1789년 헌법 제정회의를 마치고 나오는 벤저민 프랭클린에게 네브래스카주의 전망을 물었다면 어떤 대답을 했을까요? 그동안 네브래스카주가 이룬 성과는 믿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도박을 조장하던 사람들은 이 성과가 유동성 높은 시장 덕분이라고 말할 것입니다. 그러나 찰리라면 그걸 누가 알겠느냐고 되물을 것입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1952년 4월 19일 결혼한 우리 부부는 고모의 차를 빌려 서쪽으로 달렸고, 어느 날 밤 마침내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했습니다. 라스베이거스에는 유명 인물이 셋(에디 배릭, 샘 지그만, 재키 고헌) 있었는데 모두 오마하 출신이었습니다. 이들은 플라밍고 호텔 지분을 조금씩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벅시 시걸(Bugsy Siegel: 라스베이거스 개발을 주도한 마피아)은 몇 년 먼저 급사했습니다.

멍거    총에 맞았지요.

버핏    틀림없이 유탄이었을 겁니다. 아마 유탄이 5~6발이었을 것이고, 어쨌든 벅시는 죽었습니다. 샘 지그만은 현재의 내 집에서 두 블록 떨어진 곳에 살았습니다. 그는 나중에 40~50년 동안 버펄로 뉴스를 경영한 스탠 립시의 삼촌이었습니다. 세상에는 온갖 인연이 교차합니다.

우리는 다소 오래된 플라밍고 호텔 카지노로 들어갔는데, 당시 나는 21세였고 신부는 19세였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 잘 차려입은 사람들이었는데, 수천 마일을 비행기로 온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비행기가 지금처럼 빠르지 않았고 요금은 더 비쌌습니다. 이들은 잘 알면서도 명백하게 어리석은 짓을 열심히 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서둘러 주사위를 굴리면서 운을 시험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의 무리를 보니 자신이 수천 마일이나 날아와서 하는 행동이 명백히 어리석은 짓임을 모두가 알고 있었습니다. 나는 아내에게 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칠 리가 없으니 우리는 부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부자가 되려는 의지만 있으면 미국은 기회의 나라입니다.

이 사실은 지금도 변함없습니다. 플라밍고 호텔은 성장하여 훨씬 큰 호텔이 되었습니다. 오마하 사람들은 크게 성공한 재키를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는 1~2년 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는 라스베이거스의 정신적 지도자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샘 지그만의 조카는 나중에 우리가 인수한 버펄로 뉴스의 훌륭한 경영자가 되었습니다. 우리 사회에는 뜻밖의 인연이 매우 많습니다. 특히 금융 분야에서 뜻밖의 인연이 많았습니다.

아마도 주식시장의 작동 원리를 가장 잘 설명한 책은 경제사에서도 가장 유명한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1936)입니다. 케인스는 12장에서 시장의 핵심 원리를 아름다운 산문으로 설명하는데, 올해 3월 주식시장이 통째로 광풍에 휩쓸린 덕분에 우리가 옥시덴탈 주식 유통 물량의 4분의 1을 사 모을 수 있었던 과정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훨씬 더 사 모을 수도 있었는데, 투자에 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습니다. 투자는 장래에 더 많은 구매력을 받으리라 기대하면서 현재 구매력을 남에게 이전하는 행위입니다. 즉, 장래에 더 많이 소비하려고 현재 소비를 포기하는 행위지요. 이것이 교과서에서 배우는 내용이며, 투자가 발생하는 원리입니다.

사람들이 농장을 사면 대개 계속 보유하다가 마침내 자녀들에게 물려줍니다. 이들은 매일 15회씩 호가를 확인하면서 콜 옵션과 풋 옵션을 사고팔거나 스트래들(straddle)과 스트랭글(strangle) 거래를 하지 않습니다. 대신 농장의 가치를 높이려고 노력합니다. 아파트 소유자도 월세를 높이려고 개보수 등을 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40조 달러에 이르는 미국 기업들의 소유권(주식)을 포커 칩이나 슬롯머신처럼 취급합니다. 월스트리트는 사람들이 주식을 살 때보다 콜 옵션을 살 때 돈을 더 많이 법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3일짜리 콜 옵션도 살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사용법까지 가르쳐줍니다. 농장에 대해서는 콜 옵션을 사고파는 사람이 없는데도 말이지요.

이렇게 주식시장이 제정신이 아닌 덕분에 버크셔는 좋은 기회를 잡게 됩니다. 우리가 똑똑해서가 아니라 단지 제정신이기 때문에 기회를 잡는 것입니다. 이것이 투자에 필요한 핵심 요건입니다. 찰리?

멍거    엄청난 주식 거래량과 매일 벌어지는 도박, 도박자를 속이려고 흥분시키는 사람들을 보면 현재와 같은 광기는 유례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도박판에서 주사위를 굴리는 사람들과 다름없으니 자본주의의 자랑거리가 아니고 아름다운 모습도 아닙니다. 이런 모습이 세상에 무슨 보탬이 되겠습니까.

버핏    어떤 방식으로든 이런 시장 시스템을 이용하면 쉽게 부자가 될 수 있습니다. 때로는 직업이 사람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오래전 나는 월스트리트에도 온갖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내가 이런 식으로 말하기 시작한 이후 많이 감소했지요.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많은 결정을 합니다. 사실 미국 시스템이 전반적으로 보면 지극히 효과적이었지만 여러모로 매우 불공정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미국 시스템 덕분에 지금 나는 할아버지 시대보다 훨씬 뛰어난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나는 에어컨도 없고 이를 뽑기 전에 위스키를 들이켜야 했던 시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 이 세상은 전보다 훨씬 좋아졌습니다.

멍거    그 미친 도박 덕분에 우리가 더 잘살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수십 년 전보다 살기 편해졌습니다.

버핏    우리는 도박에 의존하고 있지요.

멍거    그렇습니다.

버핏    도박 덕분에 가격이 잘못 설정된 주식을 우리가 이용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오래전에 깨달은 사실이 있습니다. 투자에 필요한 것은 높은 IQ가 아니라 단지 올바른 태도라는 사실입니다.

외국 기업이더라도 인수 가능성이 있으면 주도적으로 인수를 시도할 생각이 있나요?

버핏    실제로 나는 해외 출장을 몇 번 갔고 한 번은 찰리와 함께 갔습니다. 20~25년 전이었는데 목적은 전 세계 버크셔 자회사들의 지분 추가 등이었습니다. 이 기간에 우리는 50억 달러 이상을 지출해 독일 기업 세 곳과 일본 기업 한 곳의 주식을 매수했고, 일본 기업 한 곳의 주식을 소량 추가 매수했습니다.

우리는 외국 기업도 기꺼이 인수하겠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습니다. 미국에는 내가 오랜 기간 지켜본 기업에서 이메일을 보내주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들은 내가 쉽게 만나볼 수 있고, 내 제안을 이사회에 전달해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외국에는 그런 사람이 없어서 외국 기업을 손쉽게 인수한 경험이 없습니다. 또한 미국은 기업들의 시가총액이 무려 40조 달러이므로 인수 대상 기업을 찾기가 더 쉽겠지요. 그렇다고 우리에게 외국 기업에 대한 편견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상대 기업에서 10분 만에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면, 우리도 10분 만에 그 기업을 인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국가에서는 기업을 인수하는 과정이 훨씬 복잡하며, 규제를 두기도 합니다. 이런 문제로 오래전 나는 우리 독일 자회사에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우리 독일 자회사를 훌륭하게 경영하는 두 친구였습니다. 내가 어제 만났으니 아마 여기 앉아 있을 것입니다. 오늘 아침 상영한 홍보영화에도 이들의 사진이 나왔습니다.

우리는 좋은 아이디어를 찾기가 매우 어려워서 어떤 제안도 무시할 수 없는 처지입니다. 그래도 이제는 기업의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이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규모가 큰 기업은 정말 많지 않습니다. 나는 독일에서 인수한 기업을 매우 좋아하며, 이들과 교류하게 되어 기쁩니다. 그러나 자릿수가 하나 더 늘어난 대규모 거래였다면 더 좋았을 것입니다. 규모가 작으면 버크셔의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우리는 독일 기업을 아끼고 사랑합니다. 여러분도 보고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가 기꺼이 보유하려는 유형의 기업이므로, 자회사로 두게 되어서 매우 행복합니다. 그러나 이제 이런 기업을 한 번에 하나씩 인수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자회사를 절대 매각하지 않습니다. 그레그, 자네를 보고 있네.

그러나 내일 독일, 프랑스, 영국, 일본 등 어느 나라에서든 전화가 와서 100~200억 달러짜리 기업을 매각하겠다고 하면, 우리는 인수할 것입니다. 2년 전 우리는 일본 5대 종합상사의 지분을 매수했고 이후에도 소량을 추가 매수해서 끝자리를 맞추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처음부터 5대 종합상사에, 우리는 지분을 대규모로 매수하지 않을 것이고, 그들의 승인 없이 지분을 대폭 변경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최근 자료에 의하면, 우리는 5대 종합상사의 지분을 각각 5.85%씩 보유하고 있습니다. 취득 원가는 수억~20억 달러입니다. 우리는 좋은 기업을 발굴할 수만 있다면 어떠한 난관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며, 어떠한 가격이라도 치를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기업이 제 발로 찾아오는 편을 선호합니다. 예컨대 몇 년 동안 만나지 못했던 사람에게 메일을 받고 나서 그 기업의 적정 인수 가격을 산정합니다. 그 기업 이사회가 그 가격에 만족하면 우리는 기꺼이 인수합니다. 거래가 마무리된 후에도 우리는 그 기업을 담보로 대규모 부채를 일으키지 않고 함부로 조직을 변경하지도 않습니다. 앨러게이니 이사회는 그 거래가 최선이라는 점을 의심하지 않았으므로 우리는 그날 110억 달러를 지출했습니다.

기회는 어디에서든 나올 수 있습니다. 예컨대 우리는 이스라엘에도 정말 훌륭한 기업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규모도 상당히 큽니다. 이런 기업을 하나 더 인수하고 싶으냐고요? 그럼요. 단지 그런 기업이 어디에 있는지 모를 뿐입니다. 찰리?

멍거    우리가 자사주를 600억 달러 매입한다고 생각해봅시다. 우리는 이 사업이 마음에 들고 주가도 마음에 듭니다. 간접비 등 다른 비용도 전혀 들지 않으며, 단지 이미 보유한 지분이 증가할 뿐입니다. 그렇다면 시간 낭비가 아닙니다.

버핏    자사주 매입에 관해서 이러쿵저러쿵 논하는 글은 수없이 많습니다. 그러나 자사주 매입은 그렇게 복잡하지 않습니다. 레모네이드 가판대 회사를 함께 운영하던 동업자 세 사람 중 하나가 자기 지분을 팔고 나가려 한다고 가정합시다. 회사에 지분을 인수할 자금이 있고 가격도 적당하다면 두 사람은 지분을 인수할 것입니다.

내가 매력을 느끼는 기업은 탁월한데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기업입니다. 20여 년 전인 1998년, 우리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주식 1억 5,000만 주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매수한 시점이 1998년경이었고 이 훌륭한 기업에 대한 우리 지분은 11.2%였습니다. 이후 우리는 분기마다 현금 배당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현재 우리가 보유한 지분은 20%입니다. 바로 자사주 매입 덕분에 이렇게 탁월한 실적이 나온 것입니다. 만일 주식이 고평가되었을 때 자사주 매입을 했다면 이렇게 탁월한 실적이 나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투자한 훌륭한 기업이 우리 지분을 높여준다면 경이로운 일입니다. 우리는 돈 한 푼 쓰지 않았는데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우리 지분을 11.2%에서 20%로 높여주었습니다.

이제 당신이 농장 640에이커를 소유했다고 가정합시다. 당신은 매년 즐겁게 농사를 지어 번 돈으로 계속 농장을 샀고, 약 20년 뒤 농장이 1,200에이커로 늘어났습니다. 오래 걸리긴 했으나 자본을 합리적으로 사용한 덕분에 놀라운 성과가 나왔습니다. 적정 가격에 실행한다면 자사주 매입보다 더 좋은 투자는 없습니다. 주주서한에서도 예를 들어 설명했지만, 애플이 연간 1,000억 달러를 벌 때마다 우리 지분은 0.1%씩 증가하고, 덕분에 우리 이익은 추가로 1억 달러 증가합니다. 이렇게 추가로 증가하는 이익 1억 달러는 우리가 가만 앉아서 버는 돈입니다. 애플이 발표한 1분기 실적을 보면 이익은 증가하고 유통주식 수는 감소했습니다.

1분기에 우리는 애플 주식을 조금 더 매수했습니다. 지분을 더 늘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만일 애플이 계속 자사주를 매입한다면 지분을 이보다도 더 늘릴 것입니다. 우리는 내부 정보가 전혀 없지만 이런 투자 방식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주식을 시장에서 매수했기 때문에 기분이 더 좋습니다. 그리고 애플이 보유 현금으로 다른 사람들의 주식을 매수했기 때문에 기분이 좋습니다.

자사주 매입은 세상에서 가장 단순한 투자 방법입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믿기 어렵습니다. 농장을 소유한 농부가 농사를 지어 돈을 벌면, 그는 그 돈으로 이웃 농부의 농장을 조금씩 계속 사들일 수 있습니다. 추가로 돈을 쓰지 않아도 됩니다. 이렇게 농사지어 번 돈으로 농장을 사면 기분이 매우 좋을 것입니다. 찰리, 보탤 말 있나?

멍거    현재 상황에 흥미로운 일이 있습니다. 인덱스펀드 운용사들이 주주 제안을 했습니다. 현재 우리는 이사회 의장과 CEO를 동일인이 겸직 중인데, 일부 교수는 두 자리를 분리하면 기업 경영이 개선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합니다. 워런을 둘로 쪼갤 수 있으면 두 자리에 절반씩 앉힐 수 있겠지요. 내가 지금껏 들어본 제안 중 가장 터무니없는 비판입니다. 트로이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오디세우스에게, 그가 싸울 때 창 잡던 방식이 마음에 안 든다고 비판하는 셈입니다. 아마 회사를 경영해본 경험이 전혀 없고 아는 것도 전혀 없는 사람이겠죠. 검토할 가치도 없는 제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버핏    나는 이번 주주서한 세 번째 단락에 “우리 방침은 모든 주주를 평등하게 대우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므로 1960년대 이래로 우리를 믿고 재산을 맡겨주신 주주들 역시, 운용자산 규모를 미친 듯이 확대하면서 자산 규모를 기준으로 보수를 받는 사람들과 동등하게 대우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람들도 잘 알겠지만 미국 정부가 가끔 밝히는 정책은 기업의 규모가 지나치게 커지면 내버려 두지 않겠다는 정도입니다. 어쨌든 나는 모든 주주를 평등하게 대우하겠다고 말했으며, 300만 주주를 모두 똑같이 대우할 것입니다.

주주서한을 발표하고서 약 한 달 뒤인 3월 25일, 우리는 버크셔 B주 1억 100만 주를 보유한 사람들로부터 서한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2022년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 이전에 당신을 만나 귀사의 지배구조와 지속가능성에 관해 논의하고자 합니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나는 모든 주주를 평등하게 대우하겠다는 방침을 이미 여러 차례 밝혔는데도 이 사람들은 도대체 왜 나와 따로 만나야겠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여기 주주총회장에 개별적으로 참석하면 되는데 말이지요. 나는 공화당을 강하게 지지하는 집안에서 자랐지만, 지금은 마치 극단적인 포퓰리스트(populist: 인기에 영합하는 정치인)가 된 기분입니다.

흔히 홍보 부서들은 전문가를 고용해 이사회 의장과 CEO를 분리하는 편이 형식상 바람직한지 조언을 받고, 이에 대해 이사회에서 논의하는 모양입니다. 물론 이사회 의장과 CEO의 겸임을 국회의원의 90%가 지지한다면 인덱스펀드가 그런 서한을 보내지 않겠지요. 왜 일부 기관(인덱스펀드)이 모든 미국 대기업 의결권의 10%를 행사하는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상황을 걱정하기도 바쁠 테니까요.

나는 인덱스펀드의 상품 개념은 마음에 듭니다. 그러나 인덱스펀드가 인센티브와 관료주의에 끌려가는 모습은 걱정스럽습니다. 내게 서한을 보내준 사람은 아마 좋은 사람일 것입니다. 담당 업무여서 그런 서한을 보냈겠지요. 어쨌든 우리는 이 사람들과 별도 면담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이 자리에 참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지트와 그레그에게 질문합니다. BNSF와 가이코가 주요 경쟁사 유니언 퍼시픽과 프로그레시브에 밀리는 듯합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유니언 퍼시픽은 가동률이 약 4% 더 높았고 정밀 일정 철도 운영(Precision Scheduled Railroading: PSR)도 앞서가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프로그레시브는 합산 비율을 더 낮게 유지하면서 더 높은 성장세를 유지했고, 텔레매틱스(telematics: 무선통신과 GPS를 결합해 자동차에서 제공하는 위치 정보, 안전 운전, 오락, 금융 등 다양한 서비스)도 앞서가고 있습니다. 버크셔의 대응 방안을 알고 싶습니다.

그레그 에이블    BNSF는 이례적인 독점력을 보유한 훌륭한 기업입니다. 우리는 가동률과 PSR 등 경쟁사의 운영 현황을 잘 파악하고 있습니다. 고객에게 초점을 맞추어 최고의 서비스를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제공함으로써 주주 여러분께 탁월한 실적을 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에게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않을 것입니다. BNSF는 훌륭한 경영진과 훌륭한 직원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개선에 노력할 것입니다.

우리가 서부 지역에 보유한 탁월한 일관수송(intermodal: 철도와 배 등 두 종류 이상의 운송 수단을 이용하는 수송) 프랜차이즈는 가치가 엄청나게 높습니다. 우리는 우리 사업에 크나큰 긍지를 느끼지만, 향후 업무 개선에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멍거   그레그, 경쟁사가 철도회사를 교환하자고 제안하면 교환하겠나?

그레그    절대 안 합니다. 우리는 독점력도 탁월하고 경영진도 뛰어납니다.

버핏    아시다시피 그레그는 우리가 에너지회사를 인수한 이후 약 20년 동안 소콜과 함께 회사를 경영했으므로 회사 경영 방식을 잘 아는 동업자입니다. 우리가 경쟁사의 영업 현황을 모르는 것이 아닙니다. BNSF를 맡은 완벽한 경영자 케이티 파머(Katie Farmer)가 책무를 훌륭하게 완수할 것입니다.

BNSF는 측선(대피선)과 복선 철로를 제외해도 보유한 철로가 2만 1,000마일에 이르며, 200년 전부터 건설한 철로여서 유지관리 업무가 많으므로 뜯어고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동안 도시들도 성장했고요. 1862년 오마하까지 연장되었을 때에는 철로가 강을 건너지도 못했습니다. 오마하가 서부로 가는 철도의 중심지가 되었는데도 말이지요.

100년 뒤에도 BNSF는 건재할 것이며 미국에 필수적인 핵심 자산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버크셔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입니다. BNSF는 무려 300여 철도회사가 결합해 구성된 회사입니다. 150년 전에 철로를 깔고 노선을 개통했습니다. 세상은 계속 변화하고 있으므로 우리는 적응해야 합니다. 하지만 철로 수천 마일을 몇 시간 안에 바꾸거나 운영 방식 등을 변경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버크셔 주주들을 위해서 이 자산을 운영하고 있으며 국가에도 이바지하고 있습니다. 누가 운영하든 철도는 국가에 매우 중요한 자산이며, 유니언 퍼시픽 역시 100년 후에도 존재할 것입니다.

그리고 100년 후에는 BNSF가 지금보다 더 훌륭한 철도회사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몇 달 후 홍수 등이 발생하면 어떻게 될지는 나도 모릅니다. 많은 생명과 화물을 잃고 여러 계획이 무산될 수 있습니다. 철도 사업에 변화를 일으키는 마법의 지팡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개선을 위해서 매일 노력해야 합니다.

BNSF가 보유한 교량이 몇 개인지는 잊었지만, 몇 년 전 연간 자본적 지출이 30~40억 달러였습니다. 내가 전임 CEO 매트 로즈에게 철도 유지에 들어가는 비용이 막대하다고 말하자, 그는 계속 더 큰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래서 이 정도는 내가 감당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찰리도 감당할 수 있을지는 몰라서 이런 숫자를 설명해야 했습니다. 그러고서 다음에 세운 교량의 이름을 찰스 멍거로 지었습니다. 찰스 멍거 교량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여러분이 가서 확인해보십시오. 찰리도 10년 전 비슷한 질문을 했답니다. 아지트?

아지트 자인    자동차보험 사업의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렇긴 해도 가이코와 프로그레시브는 둘 다 이 분야에서 매우 성공적인 기업입니다. 물론 각자 강점과 약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질문자의 말대로 최근 이익률과 성장률 둘 다 프로그레시브가 훨씬 높다는 점에도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 원인은 여럿이지만 가장 중요한 원인은 질문자가 지적한 대로 텔레매틱스라고 생각합니다.

프로그레시브는 아마도 20년 가까이 텔레매틱스의 시류에 올라탔습니다. 그러나 가이코는 근래에야 텔레매틱스를 도입했고, 2년 전부터 비로소 위험 매칭률 산정에 텔레매틱스를 이용하려고 진지하게 노력하고 있습니다. 갈 길은 멀지만 결국 여정을 시작했고 초기 실적은 유망합니다. 나의 희망 섞인 예상으로는 1~2년 뒤 텔레매틱스 분야에서 가이코가 프로그레시브를 따라잡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우리 이익률과 성장률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버핏    자동차보험 산업을 연구해보면 매우 흥미롭습니다. 헨리 포드가 자동차 사업을 시작한 시점은 1903년이었습니다. 이후 오래지 않아 포드의 자동차 생산량이 연 200만 대에 이르렀습니다. 연 200만 대면 적지 않은 숫자입니다. 이후 보호 협회들을 통해서 해상화재보험업이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자동차보험은 상품이 이미 오래전에 나왔는데도 주요 산업으로 성장하지 못했습니다. 1936년 리오 굿윈(Leo Goodwin)이 가이코를 설립한 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오랜 기간이 지난 후 좋은 아이디어가 나왔고 대형 보험사도 다수 등장했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큰 자동차보험사는 스테이트 팜State Farm인데, 일리노이주에서 보험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설립했습니다. 이 회사는 상호회사(mutual company: 보험 계약자가 소유한 보험사로서, 모든 이익이 계약자에게 분배됨)로서, 자본주의에서 성공을 기대하기 어려운 형태였습니다. 경영대학원에서는 인센티브와 보상 등을 잘 활용해야만 기업이 성공할 수 있다고 가르칩니다.

스테이트 팜에서 큰 부자가 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리오 굿윈은 약 80년 전 보험업을 시작했고, 십중팔구 부자가 되고 싶었을 것입니다. 프로그레시브 사람들 역시 부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트래블러스(Travelers)와 애트나(Aetna) 등 수십 개 보험사가 등장했습니다. 경쟁에서 누가 승리했을까요? 상호회사가 승리했습니다. 지금도 스테이트 팜의 규모가 가장 큽니다. 버크셔를 제외하면 순자산이 압도적으로 가장 커서 약 1,400억 달러에 이릅니다.

프로그레시브는 매우 오래 전부터 대단히 똑똑한 사람들이 경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순자산은 이름도 모르는 일리노이주 사람들이 소유한 스테이트 팜의 6분의 1에 불과합니다. 똑같은 보험 상품을 미친 듯이 광고하면서 오랜 기간 판매했는데도 말이지요. 우리는 똑같은 광고를 하면서 70~80년 동안 매년 20억 달러를 지출하고 있습니다. 보험 상품은 바뀌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스테이트 팜의 판매 실적이 여전히 가장 많습니다. 자본주의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오늘날 당신이 스테이트 팜을 설립해서 프로그레시브와 경쟁하겠다고 하면 도대체 누가 자본을 투자하겠습니까? 이익을 분배받을 수 없는 상호회사에 말이지요. 타당성이 전혀 없습니다. 그런데도 스테이트 팜은 순자산이 약 1,400억 달러나 됩니다. 프로그레시브는 순자산이 200억 달러 정도 될 것입니다. 이들은 보험을 인수할 때 원칙을 매우 철저하게 준수합니다. 그러나 투자 부문에서는 1분기에 순자산이 감소했습니다. 채권을 대규모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프로그레시브는 다른 보험사들이 채권을 보유하기 때문에 자기도 채권을 보유한다고 말합니다. 아마 모든 보험사가 그렇게 말할 것입니다.

이 보험사는 사업의 절반에 대해서는 온갖 방식으로 모든 지역을 분석하고 세분해 보험료를 정확하게 책정하지만, 사업의 나머지 절반은 다른 보험사들이 하는 방식으로 하고 있습니다. 프로그레시브 회장을 역임한 피터 루이스(Peter Lewis)는 40년 전에는 내 사무실에서 함께 근무했는데 기막히게 똑똑한 인물이었습니다. 보험을 구석구석 알고 있었고 매우 총명했으므로 장차 버크셔의 주요 경쟁자가 될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투자 부문을 무시했는데 사실은 투자 부문도 인수 부문만큼 중요합니다. 흥미롭게도 어느 조직에나 맹점이 있습니다. 물론 우리에게도 온갖 유형의 맹점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남들의 맹점을 비판할 때에는 조심해야 합니다.

자동차보험은 경영대학원에서 마땅히 연구해야 하는 사업입니다. 현재 경영대학원에서 가르치는 내용에 오류가 많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경영대학원에 자동차보험 사업 연구를 제안합니다.

아지트가 막대한 가치를 창출한 덕분에 버크셔의 순자산이 프로그레시브보다 많아졌습니다. 이는 프로그레시브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아지트에 대한 칭찬입니다.

실적을 돌아보면 당신은 매매 시점 선택(market timing)이 탁월했습니다. 1969년과 1970년에 시장에서 빠져나와 주가가 정말 낮았던 1972년과 1974년에 다시 들어갔고 1987년, 1999~2000년에도 그렇게 했습니다. 지금은 주가가 하락 중인데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어떤 방법으로 매매 시점을 선택하나요?

버핏    당신에게 일자리를 제안하고 싶군요. 흥미롭게도 월요일 시장이 열릴 때 우리는 향후 주가 흐름이 어떻게 될지 전혀 알지 못합니다. 예측해본 적도 전혀 없고요. 찰리나 나나 함께 일해온 기간 내내 시장 예측을 근거로 매매하자고 말해본 적이 없고 생각해본 적도 없습니다. 우리는 향후 경제가 어떻게 될지도 알지 못합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모두가 시장을 비관하던 2008년 나의 낙관론이 적중했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나를 인정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어리석게도 매우 불리한 시점에 막대한 금액을 투자했습니다. 정정합니다. ‘우리’가 아니라 ‘나’입니다.

과거 우리는 3~4주에 걸쳐 리글리(Wrigley)와 골드만삭스에 약 150억 달러를 투자했는데, 당시에는 지금보다 엄청나게 큰 금액이었습니다. 그때 나는 유리한 시점인지 불리한 시점인지 알지 못했지만, 지나고 보니 정말 불리한 시점이었습니다. 나는 〈뉴욕타임스〉에 ‘미국을 사라(Buy American)’라는 제목으로 기고도 했습니다. 내게 시점 선택 감각이 있었다면 6개월 더 기다렸다가 시장이 저점에 도달한 3월에 기고했을 것이고 CNBC에도 출연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2000년 3월에 찾아온 저점 매수 기회를 완전히 놓쳤습니다.

우리는 시점 선택을 잘 해본 적이 없습니다. 우리가 투자한 돈에 대해서 충분한 가치를 얻는지는 상당히 잘 파악했지만 말이죠. 그리고 어떤 주식을 사기로 하면 우리가 그 주식을 더 살 수 있도록 주가가 한동안 하락하기를 바랐고, 심지어 매수를 완료해서 우리 돈이 바닥난 뒤에도 더 하락하기를 바랐습니다. 그 기업이 싼 가격에 자사주를 매입해서 우리 지분을 높여주길 기대했으니까요. 이는 초등학교 4학년이면 배울 수 있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절대 우리가 시점 선택을 잘한다고 칭찬하지 마십시오. 대신 우리가 매우 똑똑하다고 모든 사람에게 말해주십시오. 하지만 우리는 똑똑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시점 선택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경제의 흐름을 꿰뚫어 본 적도 전혀 없습니다. 나는 11세이던 1942년 3월 12일, 다우지수가 90일 때 주식을 매수했습니다. 오전에는 다우지수가 101이었고 종가는 99였습니다. 지금은 목요일보다 1,000 하락해서 3만 4,000입니다. 그러므로 미국 주식을 보유했다면 좋은 판단을 내린 것입니다. 하버드 기부금 펀드나 GM 연금기금 등이 당시에 투자했다면, 주식과 현금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아마 60% 정도를 주식으로 보유했을 것입니다. 그러고서 3개월마다 여러 펀드매니저의 말을 듣고 비중을 조정했겠지요. 그러나 50~100년 투자할 생각으로 다트를 던져 종목을 선정하고 채권 대신 주식으로 계속 보유했다면 실적이 더 좋았을 것입니다.

놀랍게도 증권계 사람들은 정말 단순한 게임을 매우 어렵게 만듭니다. 그러나 이 사람들이 모두에게 투자가 단순한 게임이라고 사실대로 말해주면 수입의 90% 이상이 사라질 것입니다. 그러므로 투자는 혼자 힘으로도 할 수 있고 증권계 사람들은 실제로 아무 보탬도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사람들이 이 사실을 말해주길 바란다면 인간 본성에 지나친 기대를 하는 셈입니다. 이런 예를 들기는 싫지만 원숭이에게 다트를 던지게 해서 종목을 선정하면 운용보수 등 온갖 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나는 원숭이를 선택하겠습니다. 그러나 나는 원숭이가 우월한 종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현재의 이웃 대신 원숭이를 이웃으로 두고 싶지는 않습니다. 찰리, 뭔가 유쾌한 이야기 없나?

멍거   투자자문업계가 돌아가는 방식이 있습니다. 투자자문사에 방문해서 나의 미래를 어떻게 대비해야 하느냐고 펀드매니저에게 물어보면 그는 말합니다. “지금 내게 5만 달러를 주십시오. 내가 당신의 미래에 기여하는 대가입니다.” 참으로 특이한 사업이지요.

버핏    부자가 되는 기막힌 방법이군요. 높은 IQ와 열정을 이용해서 큰돈을 벌고 싶어 하는 자녀가 있으면 월스트리트로 가라고 말해주십시오. 성직자가 되라는 말은 하지 마십시오. 정말로 돈을 원하면 스스로 선택하게 됩니다. 항상 그렇게 됩니다. 인간성에 대해 절망할 이유가 없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법이니까요. 시간이 흐르면 사리사욕을 버릴지도 모르지만, 그걸 누가 알겠습니까.

여기 강당에 있는 분들은 살로몬 브러더스 사건을 기억할 것입니다. 게리 코리건(Gerry Corrigan)은 당시 뉴욕연방준비은행장이었는데, 이 은행 위원회가 그에게 질문 공세를 퍼부었습니다. 위원회는 전년도 최고 연봉자가 누구였는지 물었습니다. 그는 이름을 밝혔고 1991년 연봉이 약 2,000만 달러라고 말했습니다. 위원회가 나이를 묻자 코리건은 그가 26세라고 답하면서 풋볼 공 던질 줄도 모르는 친구라고 털어놓았습니다.

이제는 풋볼 공을 잘 던지면 전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 수 있습니다. 나의 영웅인 테드 윌리엄스는 연간 수입이 2만~2만 5,000달러였습니다. 이제는 타율이 0.23~0.24인 선수가 메이저 리그에 진출하면 수입이 엄청나게 늘어납니다. 선수들은 TV 발명자에게 감사해야 합니다. 전에는 구단주의 수입원이 3~4만 명까지 수용되는 유료 관중뿐이었지만, TV 덕분에 수입이 엄청나게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돈을 벌게 해주는 관중이 누구인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자본주의는 매우 특이한 방식으로 후하게 보상해줍니다. 한동안은 월스트리트 증권인의 수입이 메이저 리그의 타율 0.22~0.23짜리 타자보다 좋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TV 등의 발전 덕분에 역전되었습니다.

이제는 정말 이상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보상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변덕스러워졌습니다. 신학자가 보기에도 그렇고, 한가한 시간에 찰리와 내가 보기에도 온 세상이 미친 듯합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세상이 매우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 변경된 시스템으로부터 혜택을 받지 못하는 (또는 불이익을 당하는) 사람들조차 형편이 전보다 훨씬 나아졌습니다. 그렇다고 변화를 위해서 노력할 필요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우리는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일의 한계를 인식해야 합니다. 찰리, 자네가 이 설교를 마무리해주겠나?

멍거   매우 흥미로운 현상이 있습니다. 투자자문업계 사람들 다수가 실제로는 자산을 거의 인덱스펀드처럼 운용하면서 높은 보수를 받고 있습니다. 운용 실적이 시장과 크게 다르면 아무도 버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운용보수를 잃을까 봐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모든 투자자문사가 똑같이 행동하고 있습니다. 다소 우스운 현상입니다. 실제로 세상은 다소 우습지요.

버핏    버크셔 홍보영화에서 찰리가 지적했듯이, 찰리와 나는 결혼 전에 두 젊은 여성에게 실제보다 더 매력적인 사람으로 보이려고 노력했습니다. 사람들이 사익을 추구하지 않으리라고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찰리와 내가 결혼 전에 약점을 모두 공개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합니다.

멍거   이제는 워런과 내가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버핏    네, 그렇습니다.

멍거   다소 실망을 안겨줄지 모르지만, 나는 17세 이후 조금 개선되었습니다.

버핏    그렇군요. 정말 흥미로운 주장입니다. 온갖 좋은 일이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행운을 잡았다면, 찰리가 인생 후반기에는 인생 전반기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마땅합니다. 이 정도라면 지나친 기대는 아니겠군요. 당신이 난소 복권(ovarian lottery)에 당첨되어 미국에서 태어났고 온갖 좋은 일이 발생했다고 가정합시다. 그런데 돌아보니 당신이 그동안 온갖 어리석은 일을 저질렀다면, 당신의 인생 후반전은 전반전보다 나아져야 마땅합니다.

이번에는 당신이 IQ나 능력은 나쁘지 않으나 흙수저 출신이라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고 가정합시다. 그래서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다고 가정합시다. 당신이 두 살이라면 그동안 세상에서 온갖 지식을 아무리 많이 습득했어도 머릿속에 든 지식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30~40년 동안 실제로 인간의 행동 방식을 체험하면서 계속 지식을 습득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그러면 인생 후반전에는 당신이 전반전보다 나은 사람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인생 후반전에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면, 인생 전반전에도 좋은 사람이었더라도 전반전은 잊어버리십시오. 후반전을 즐기세요. 찰리와 나는 긴 인생을 사는 호사를 누리고 있으므로 훌륭하고 희망적인 후반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무엇이 행복을 주는 요소인지 알게 되었고 사람들에게 불행을 주는 요소도 잘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인생의 전반전보다 후반전으로 평가받고 싶으며, 찰리도 그럴 것입니다.

멍거   네, 물론입니다. 나는 젊은 시절에 한 일은 돌이켜 보지도 않습니다. 부끄러우니까요.

버핏    나중에 누구든지 찰리에게 구체적인 사례를 물어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