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의 하이라이트는 주주들과의 문답이다. 장장 일곱 시간에 걸친 행사였지만,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는 시간이 갈수록 에너지가 솟아나는 것 같았다. 마켓 타이밍에 대해 버핏은 “나는 그런 걸 한 적이 없다”면서 “할 줄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가격과 가치와의 관계를 볼 뿐이며, 마음에 드는 투자 건이 많아졌을 때 우연히 시장이 바닥인 경우가 많지 않았을까? 문답에서는 인플레이션과 암호화폐 등에 대한 두 사람의 통찰도 들을 수 있었다. 다채로운 부대 행사는 푸짐한 보너스였다.


2년간의 온라인 미팅을 마치고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가 다시 오프라인으로 열렸다. 모든 내용이 생중계되기 때문에 한국에서 오히려 편안하게 양질의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긴 하다. 그러나 성지순례를 하는 구도자의 마음으로 먼 발치에서나마 버핏을 직접 보기 위해 오마하로 건너갔다.

기립 박수

주주총회는 ‘CHI 헬스센터’라는 곳에서 열린다. 오마하에서 수만 명의 군중을 수용할 수 있는 곳은 얼마 없으리라. 공연장(투자자들에게 버크셔 주주총회는 콘서트이므로 ‘행사장’ 같은 건조한 용어보다는 가급적 ‘공연장’이라는 용어를 쓰겠다)의 열기는 압도적이었다. 3년 만에 워런 버핏을 실제로 볼 수 있다는 기대에 다들 들뜬 상태였다. 늘 그렇듯 30분가량의 ‘영화’가 지나가고, 버핏이 등장했다.

이런 장관은 현장에서만 볼 수 있다.

버핏이 등장하자 주주들이 일제히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수만 명이 일제히 기립해 박수를 쳤다. 장관이었다. 유년기와 청년기 반평생 외로움과 싸워왔던 버핏은 이제 전 세계 수억 명의 투자자에게 사랑을 받으며 인생의 후반부를 보내고 있다. 행복한 삶의 모습은 다양하겠지만, 스스로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의 명단에서 그가 빠질 일은 없으리라.

Q&A 세션

여러모로 흥미로운 주제들이 오갔다. 장장 일곱 시간에 걸친 행사였지만, 버핏과 그의 동반자 찰리 멍거는 시간이 갈수록 에너지가 솟아나는 것 같았다. “오전 세션에서 질문을 일곱 개밖에 소화하지 못했습니다. 사상 최저네요. 누가 이렇게 말을 많이 해서 진행을 늦추고 있습니까?(And we only got seven questions, which is a new low, in the first half. So, we’ll try and move a little faster. I can’t imagine why it went that slowly. I mean, who’s — who’s doing all that talking?)” 오후 세션을 시작하는 버핏의 멘트였다. 전 세계 모든 버핏의 팬들이 그의 건강을 우려하겠지만, 오후가 될수록 더욱 여유로워지고 농담도 많아졌다.

주주와의 문답 영상은 다음 두 링크에서 볼 수 있다.

오전 세션

https://cnb.cx/3PNSkih

오후 세션

https://cnb.cx/3RSgSbf

위 사이트는 질문마다 챕터를 할당해서, 본문에 언급한 질문의 주석에 챕터 번호를 표시했다.

마켓 타이밍

가장 먼저 나온 질문은 최근의 주식 매수였다. 질문 이전에 버핏이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여기서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버크셔는 1분기에 103억 달러어치를 매도하고 519억 달러어치를 매수했다. 무려 416억 달러어치를 순매수한 것이다. 이미 보험사 앨러게이니, 전자회사 HP, 석유회사 옥시덴탈 등을 매수한 점은 언론에 많이 보도되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그 이전에 공개된 주주서한에서는 ‘시장에 별로 흥미를 끄는 일이 없다(We find little that excites us)’고 했는데, 그런 직후에 대량으로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