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상황에서는 개인이 신용위험이 없는 안정적인 채권에 투자하기에 수익률이 지나치게 낮았다. 그러나 2021년 하반기 이후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개인도 국고채와 공사채 같은 안정적인 채권에 투자할 만한 상황이 되고 있다. 예를 들어 한전채는 위험 대비 수익률 관점에서 국채 투자보다 나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채권 투자는 생소하게 여겨지지만 어렵지 않다. 금액도 10만 원 소액부터 투자할 수 있다.


가치투자의 대가 벤저민 그레이엄은 《현명한 투자자》에서 방어적 투자자의 포트폴리오 전략을 설명하면서, 우량등급 채권과 우량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주기적으로 비중을 조절해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채권시장 규모는 2022년 5월 말 기준 약 2,500조 원(발행잔액) 이상으로 주식시장의 시가총액 약 2,000조 원보다 더 크지만, 개인 투자자들에게 채권은 아직까지는 익숙하지 않은 투자 상품이다. 소액으로도 간편하게 매매가 가능한 주식에 비해 채권은 거래 단위가 크고 기관투자가나 돈 많은 자산가들이 투자하는 대상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개인도 안정적인 투자 포트폴리오를 위해서 채권에 투자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금리 상승기는 채권시장에 그리 좋지 않은 환경이다. 금리가 상승하면 채권 할인율이 높아지면서 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표면금리가 높아져서 이자수익이 더 커지는 장점도 있다. 따라서 금리 상승은 채권 투자자에게 기회가 된다.

최근 수년간 시장금리가 하락하면서 저금리 상황이 지속되어왔다. 이러한 저금리 상황에서는 절대금리 수준이 너무 낮아 개인들이 신용위험이 없는 안정적인 채권에 투자하기에는 수익률이 지나치게 낮았다. 그러나 2021년 하반기 이후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그동안 기관투자가의 전유물이었던 국고채나 공사채와 같은 안정적인 채권에도 개인 투자자들이 직접 투자할 기회가 생기고 있다. 이러한 금리 상승기에 개인 투자자에게 어떤 채권 투자 전략이 좋을지, 그리고 채권 투자 시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할지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채권의 종류

채권은 주로 누가 채권을 발행하느냐, 즉 발행 주체에 따라 구분되며 크게 국채와 지방채, 특수채, 회사채로 나뉜다.

국채란 국가가 발행하는 채권이다. 정부가 발행하기 때문에 신용도가 가장 높고 가장 안전한 채권이라 할 수 있다. 국고채권, 국민주택1종채권, 국민주택2종채권이 있다.

지방채는 지방자치단체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 발행하는 채권이다. 재정수입의 부족을 보충하거나 지하철 건설사업 등 특수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발행하며 도시철도채권, 지역개발채권, 공모지방채, 기타지방채 등이 있다.

특수채는 법률에 의해 설립된 법인이 발행하는 채권을 말한다. 예를 들면 한국은행이 통화량을 조절하기 위해 발행하는 통화안정증권, 특별법에 의해서 설립된 은행이 발행하는 금융특수채(산업금융채, 수출입은행채, 기업은행채, 농업금융채, 수산금융채), 그리고 특수은행을 제외하고 특별법에 의해 설립된 기관이 발행한 비금융특수채(한전채, 토지주택채, 도로공사채, 자산관리공사채, 예금보험공사채 등)로 나뉜다.

특수채는 정부의 직간접적인 지원이 있으므로 신용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특히 통화안정증권은 국채보다도 안전한 채권이라고 할 수 있다. 비금융특수채도 정부가 보증을 제공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해당 특별법에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안전성이 매우 높다. 비금융특수채는 시장에서 공사채 또는 공단채라고 불린다.

회사채는 상법상의 주식회사가 거액의 자금을 일시에 조달하기 위해 채무증서 형식으로 발행하는 증권이다. 회사채는 일반사채, 금융회사채, 주식관련사채로 구분된다. 일반사채는 회사가 발행하는데 발행 회사의 상환 능력을 기초로 하므로 신용도나 신용등급에 따라 금리 등 발행 조건이 다르다.

회사채 중에서도 일반은행, 카드 리스 할부 금융회사 등의 금융기관이 발행한 채권은 금융채로 별도 구분하고, 이를 다시 발행 주체의 업무 특성에 따라 은행채, 카드채, 리스채, 종합금융채, 할부금융채, 증권금융채, 기타금융채로 나눈다.

일반 기업이 발행하는 채권 중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교환사채(EB)와 같이 주식으로 전환하거나 신주 발행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붙어 있는 채권은 주식관련사채로 별도 구분한다.

회사채는 발행사별로 신용위험이 크게 다르다. 신용위험에 등급을 매긴 것이 신용평가등급이며 AAA, AA, A, BBB, BB, B, CCC, CC, C, D 등으로 표기한다. AAA부터 BBB- 등급까지는 투자등급이고 BB+ 이하는 투기등급으로 분류한다.

채권 금리와 가격

모든 채권의 금리는 정책금리와 스프레드(spread)로 이루어진다. 정책금리는 한국은행에서 결정하는 기준금리다. 스프레드는 기간스프레드(term spread)와 신용스프레드(credit spread)로 구성되는데, 기간스프레드는 국채기간물 금리와 국채1일물 금리, 즉 정책금리의 차이이고, 신용스프레드는 동일 만기의 신용위험이 있는 채권 금리와 국채 금리의 차이다.

예를 들어 정책금리가 1.75%이고 국고채 3년물 금리가 3.0%이면 국고채 3년물과 정책금리의 기간스프레드는 1.25%(= 3.0% - 1.75%)다. 다시 말해서 ‘정책금리 + 기간스프레드 = 국채 금리’다.

회사채와 같은 신용채권의 신용스프레드는 해당 채권 금리에서 같은 잔존만기의 국채 금리를 차감해서 구한다. 예를 들어 잔존만기 3년의 LG전자 회사채 AA등급의 금리가 4.0%이고 잔존만기 3년물 국고채 금리가 3.0%이면 LG전자의 신용스프레드는 1.0%다.

신용스프레드는 신용위험과 유동성위험의 영향을 받는다.

채권의 가치는 해당 채권에서 발생하는 이자와 같은 미래 현금흐름을 할인해 계산하면 쉽게 구한다. 채권에서 나오는 현금흐름은 확정된 것과 마찬가지이니 할인율만 있으면 가격 계산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1년마다 이자로 4%를 지급하는 3년 만기 액면 100억 원의 채권이 있다고 가정하면 이 채권에서 나오는 현금흐름은 다음과 같다.

시장금리가 내려가서 할인율이 연 3%라고 가정하면 채권 가치는 다음과 같이 평가된다.

할인율은 정책금리, 기간스프레드, 신용스프레드로 구성되니 정책금리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잘 살펴보고 기간스프레드와 신용스프레드의 적정성 여부를 분석하는 것이 채권의 가치평가에 중요하다.

개인이 국고채권과 공사채에 투자하기

2001년 이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변동과 국고채권의 금리 추이, 기간스프레드 분석을 통해 현재 상황에서 투자 매력이 있는지 살펴보자.

이 기간 동안 국고채 장단기물 금리는 장기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를 이어오다가 2021년에 초저금리 시대를 마감하고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그림 1).

2001~2020년 기간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이 세 번이다. 첫 번째는 2005년 10월~2008년 8월 기간으로 3.25%에서 5.25%까지 인상했고, 두 번째는 2010년 7월~2011년 6월 기간으로 2.00%에서 3.25%까지 올렸으며, 세 번째는 2017년 11월~2018년 11월에 1.25%에서 1.75%까지 인상했다. 2005년과 2010년에 시작된 금리 인상 시기에는 상대적으로 경기 호조와 내수 회복이 견조했던 반면, 2017년 시작된 인상은 경기 호조보다는 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 완화와 금융 안정을 위한 성격이 강했다.

한국은행은 2021년 8월과 11월, 2022년 1월과 4월, 5월에 0.2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인상해 2022년 6월 현재 1.75%까지 올렸다(그림 2). 이번 금리 인상은 과거 인상기를 합쳐놓은 모습이다. 견조한 수출로 경기 회복이 이어지지만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소비 등 내수의 회복 속도가 계속 변해서 불확실성이 높다. 또한 물가상승률은 공급측 요인에 따른 물가 상승 압박과 수요측 압력까지 더해져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미국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 금리 인상 전망과 5%대에 달하는 높은 물가상승률에 따른 물가 안정을 위해 한국은행은 향후에도 기준금리를 몇 차례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

국고채 10년물 기간스프레드 추이를 보면 기준금리가 0.5%에 머무르던 2020년 하반기부터 급격히 오르고 있다(그림 2). 최근 10년간의 추이를 분석하면 최근 5년 평균 0.93%, 최근 10년 평균 0.77%인 데 비해 2022년 6월 15일 현재 기간스프레드는 2.0%로 과거 대비 2배 이상 높다(표 2).


한국은행이 향후 기준금리를 몇 차례 더 올리더라도 기간스프레드가 과거 평균 수준 정도로 회귀한다면 현재의 국고채 금리는 크게 오르지 않거나 오히려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현재보다 1.00% 더 올리더라도 기간스프레드가 평균으로 회귀한다고 가정하면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3.50%(정책금리 2.75% + 평균 기간스프레드 0.75%) 수준이 예상된다.

국고채 10년물 투자 예시

국고채 10년물을 매매 금리 3.5% 수준에서 매입해 1년 보유 후 매도한다고 가정할 때, 금리 변동에 따른 국고채 투자 수익률을 예상해보자. 참고로 국고채의 종목 명칭은 ‘국고표면금리-만기년월’로 표기된다. 오른쪽에 있는 ‘국고01375-3006’은 표면금리 1.375%이고 만기가 2030년 6월인 국고채를 의미한다.

채권의 투자 수익은 이자수익과 자본손익으로 구분해 추정한다. 이자수익은 매입 금리를 그대로 사용하고, 자본손익은 듀레이션(Duration)을 활용해 추정한다.

국고01375-3006(20-4) 채권의 매입 시점 듀레이션은 아래와 같이 계산했을 때 7.43이 나온다.

이 채권을 매입해서 1년이 지난 후 매도할 때의 듀레이션을 계산하면 6.55가 나온다.

이렇게 계산한 듀레이션을 가지고 금리민감도 분석 표를 작성하면 투자 종료 시점의 금리 상황별 투자 수익률을 파악할 수 있다(표 5).

위의 금리민감도 분석은 잔존만기 8년인 국고채 10년물을 매입 금리 3.5%에 투자해 1년 동안 보유한 후 매도하는 경우 1년간 투자 수익률을 나타낸다.

만약 1년 후 채권 금리가 현재의 3.5%를 유지한다면 연 3.5%의 투자 수익률이 발생하고, 채권 금리가 1% 하락하면 투자 수익률은 연 10% 수준으로 올라가며, 채권 금리가 1% 상승하면 투자 수익률은 연 -3.0% 수준으로 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