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어둔 길이라도 / 나 이전에 / 누군가는 이 길을 지나갔을 것이고,

아무리 가파른 길이라도 / 나 이전에 / 누군가는 이 길을 통과했을 것이다.

아무도 걸어가 본 적이 없는 / 그런 길은 없다.

나의 어두운 시기가 / 비슷한 여행을 하는 / 모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류시화 시인의 잠언시집에 실린 베드로시안의 ‘그런 길은 없다’이다.

최근 많은 사람들, 특히 2030 청년들이 부동산, 주식, 코인에서 큰 손해를 보고 있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사람들은 천성적으로 역사에서 제대로 배우지 못하는 것 같다. 미국의 경제학자인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는 금융 분야만큼 역사가 무시당하는 곳은 드물다고 지적하며 극단적으로 짧은 금융권의 기억을 탓한다. 사람들은 이전 사람들이 저지른 실수를 계속 반복한다.

세상이 우리에게 제시하는 문제 중에 완전히 새로운 종류는 없다. 시간과 공간이 달라지면서 배경이 달라지고 모양이 바뀌어 제시될 뿐이다. 세상에는 지혜로운 사람이 많고 우리는 독서를 통해 그들에게 배울 수 있다. 금융과 주식시장이 제시하는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대부분 벤저민 그레이엄과 워런 버핏이 이미 풀었던 유형이다.

올해에는 좋은 책이 정말 많이 출간되었다. 《포춘으로 읽는 워런 버핏의 투자철학》은 〈포춘〉의 기자로 버핏을 오랫동안 취재해온 캐럴 루미스가 지난 수십 년간 〈포춘〉에 실린 버핏 관련 기사를 엮은 책이다. 인수·합병, 자사주 매입, 파생상품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버핏의 견해를 읽을 수 있다. 지금 시기 가장 눈길을 끄는 기사는 1977년 5월에 실린 ‘인플레이션은 어떻게 주식 투자자들을 궁지에 몰아넣나’이다. 인플레이션이 주식시장에 정확히 어떤 문제를 야기하는지에 대해 이만큼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설명한 글은 찾아보기 어렵다.

흥미롭게도 이 내용 중에 추후 오류로 판명된 대목이 일부 있다. 버핏은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리라고 예상했는데, 당시 연준 의장 폴 볼커(Paul Volcker)가 인플레이션을 잡은 것이다. 한편 인플레이션이 예상되고 주식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했음에도 버핏은 여전히 주식에 투자했고, (적당한 가격에 산다면) 주식이 인플레이션 시대에 최선의 대체품이라고 조언했다. 실제로 버크셔 해서웨이는 인플레이션을 극복하고 계속해서 놀라운 수익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