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투자자는 운이 좋은 편이다. 금융위기 직후 우연히 알게 된 ‘리노공업’으로 주식 투자를 시작해 꽤 큰 부를 이뤘기 때문이다. 주위의 많은 이가 비법을 가르쳐달라고 할 때마다 그는 강조한다. “경제 지표 보지 말고 기업만 보세요.”

리노공업 주가 추이

자료: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

A투자자가 이런 자신감을 가진 것은 2019년 3분기 이후 주가 도약 구간의 경험 때문이다. 그때까지 리노공업은 연평균 13% 성장했는데 2019년 3분기 매출액이 전년 대비 17.4% 증가하자 주가가 위로 솟구쳤다. 그로부터 1년 이상 고성장하면서 부담이 쌓이고 2020년 4분기 성장률이 둔화되자 주가도 지지부진해졌지만, 그는 주주로서 회사를 믿었기에 기다렸다. 2021년 1분기,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역사적 최대 매출액이 전망되고 영업이익률 40% 이상을 달성하는 등 수익성이 개선되자 다시 상승세가 강화되었고, 이제 명실상부한 우량 기업이라는 인식이 확고해졌다. A투자자는 여전히 매도할 이유를 찾지 못했고 지금도 리노공업의 주주다.

반면 B투자자는 A투자자와는 다른 방식으로 리노공업에 접근해 큰 부를 얻었다. 과거에 비해 훨씬 접근하기 수월해진 데이터를 활용해 투자를 시작한 것이다. 전에는 인쇄물에 의존하거나 수기로 입력해야 접근 가능했던 경제, 금융, 특정 산업 정보를 이제는 마우스 클릭 한 번으로 얻을 수 있다. B투자자가 주목한 데이터는 지역 수출 데이터로, 과거 인천 연수구의 수출 데이터를 보면서 바이오시밀러 기업 투자에 성공했던 경험이 투자를 가능하게 했다.

생각은 단순했다. 새로운 IT 기기(VR, AR 기기 등)들의 R&D 물량이 확대되면서 리노공업이 수혜를 볼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이것의 근거를 거시경제(매크로) 데이터에서 추론했다. 리노공업의 수출 비중은 75~76% 수준으로 전사의 실적이 수출에 달려 있고, 부산 지역의 반도체 기업 중 리노공업의 규모가 절대적이라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B투자자는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서 품목별 수출입 실적(품목코드 853690)을 월별로 확인하면서 분기 실적을 가늠해왔고, 이를 근거로 2019년 2분기부터 리노공업에 투자해 여전히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다. 매월 15일 정도에 전월 수출 동향을 파악해 리노공업의 수출이 여전히 견조하게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하기 때문이다.

부산 지역 반도체 수출액 & 리노공업 매출액 추이

자료: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

A투자자를 바텀업(bottom-up) 투자자, B투자자를 탑다운(top-down) 투자자라고 이른다. 접근 방법은 달랐지만 두 사람의 투자는 성공적이었다. 투자에 ‘옳고 그름’은 없다. 좋은 수익률을 얻기 위해 가는 길은 다를 수 있다. 국내 증권 투자자는 대개 A투자자를 지향한다. 특히 주린이라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이 크게 유입된 시기가 2020년 가을에서 2021년 봄까지였고, 이 시기에 유입된 투자자는 사서 버티면 돈을 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주식 투자자에게 거시경제는 소음일 뿐이라는 조언이 넘쳐나면서, 탑다운 투자 접근은 정파에서 어긋난 사파 취급을 받을 정도였다.

하지만 탑다운 투자의 장점도 매우 많다. 변동성 지표와 서베이 지표를 통해 광기와 시장 심리를 파악했다면 2022년 1분기 급락 장세에서 피해를 줄일 수 있었고, 연준의 정책 변화를 추적해왔다면 섹터 전략에 활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연준이 돈을 풀 때에는 성장주 비중을 늘리고, 연준이 돈을 회수할 때에는 가치주 비중을 늘리는 방법이 그 사례다.

숲과 나무를 함께 봐야 한다. 주식 투자 경험이 적을 경우 더 그러하다. 특정 종목이나 이슈에만 집중한 나머지 주식시장 전반의 큰 흐름을 놓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하곤 한다. 잘 깨지지 않을 좋은 달걀을 고르고(종목 선정) 여러 바구니에 나누어 담는 것(분산 투자)도 중요하지만, 지금이 달걀을 담아야 하는 시점인지, 아니면 바구니를 최대한 비우고 가볍게 들고 가야 하는 시점인지를 파악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다수의 종목을 다양한 산업에 걸쳐 장기간 투자해본 전문 투자자라면, 기업 실적과 산업 전망뿐 아니라 거시경제와 경기 흐름을 판단할 줄 알아야 투자 성과를 도출하고 성공적으로 리스크 관리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 책 《브라질에 비가 내리면 스타벅스 주식을 사라》는 주식시장에 입문하는 투자자에게 큰 지침을 준다. 국내총생산(GDP), 인플레이션, 통화량 등 경제 변수가 주식시장과 어떻게 연계되는지에 대한 거시적 시각을 형성하고, 각종 경제 정책(재정 및 통화 정책)이 작동하는 원리를 이해하고, 금융시장에 미치는 시사점을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중앙은행(FRB)이 갑자기 기준금리를 올리면 왜 유럽과 아시아의 주식시장이 충격을 받는지,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대규모 감산을 결정하면 중국과 한국의 물가와 에너지 섹터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책의 제목 또한 브라질에 비가 내려 커피콩 수확량이 증가하면 커피의 도매 가격이 낮아지고 스타벅스와 같은 커피 소매업자들의 재료비가 낮아져 이익이 늘어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이 책은 꽤 오래전에 출간되었다. 매크로 투자자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져 있었지만, 절판된 후 구하기 힘들었다. 서점 판매대에 가득한, 재무제표에 기반한 투자 관련서와 달리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한 매크로 투자의 교과서는 그리 많지 않다. 기껏해야 경제 지표 해설 정도가 있을 뿐이다. 저자인 피터 나바로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에서 무역·제조업정책국 국장을 맡아서 대외 경제 정책을 진두지휘했던 분이다. 이 책 말고도 《웅크린 호랑이(Crouching Tiger)》, 《중국이 세상을 지배하는 그날(Death by China)》과 같은 책들을 발간했는데, 제목이 시사하는 것처럼 중국을 세계 경제의 위협 요인으로 보았고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시대를 앞서간 분이었다.

솔직히 거시경제 데이터는 구하기 쉽다. 반면 재무제표를 면밀하게 분석해 투자하는 방법은 공부하더라도 기업 분석 자체가 그리 쉽지 않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적합한 접근법은 오히려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한 탑다운 투자다. 효과적이고 직관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작이 쉽지 않다. 일단 용어가 낯설고, 적재적소에 필요한 지표가 무엇인지 정리하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의 진가가 여기에 있다. 필요한 지표와 활용법을 기초 단계에서 완벽히 정리했다. 책을 감수하면서, 책을 어떻게 활용하게 하는지를 알리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했다.

책은 크게 3부로 나뉜다. 1부에서는 매크로 투자의 의미와 기초를 다루고, 2부는 매크로 투자를 실제로 수행하는 데 기본이 되는 원칙을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3부에서는 실전적인 거시 투자를 실행하는 방법론을 제시한다. 1~3부에 걸쳐 전체 20장의 소주제가 구분되어 있어 독자들이 개별 이슈 및 이벤트와 관련해 핵심이 되는 개념을 단계별로 이해하기 쉽다. 해설 글에서 할 일은 하나였다. 이 책의 내용을 주린이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요약하는 것이다. 먼저 해설 글을 읽고 20장의 소주제를 상황에 맞춰 읽어나기기 바란다.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읽는 것보다는, 주기적으로 발표되는 경제 지표 기사를 보고 실제 적용 과정을 스스로 깨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투자는 누군가를 믿고 따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데이터에 기반해 선택하는 과정이다. 그럼 시작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