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 멍거 특집 2] 세상을 살아가는 기본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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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서던캘리포니아대 경영대학원 강연

나는 오늘 여러분에게 다소 짓궂은 장난을 하려고 합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에 대해 논의하면서 주식 선정 기법도 다룰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는 매우 광범위하고도 중요한 주제이지만 요즘 교육계에서는 충분히 가르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나는 행동주의 심리학자가 말하는 이른바 ‘할머니의 규칙(grandma’s rule)’에 따라 강의를 진행하겠습니다. 아이가 당근을 먹은 뒤에야 디저트를 주는 할머니의 지혜에서 따온 말이지요. 먼저 논의할 당근에 해당하는 주제가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입니다. 현대 교육 이론에 의하면, 전문 교육을 받으려면 먼저 일반 교육을 받아야 하니까요. 그래서 여러분도 주식 선정 기법을 배우기 전에 먼저 일반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이제 몇 가지 기본 개념을 설명할 텐데, 내가 농담 삼아 ‘교정용 지혜’라고 부르는 개념입니다.

머릿속에 격자 모형이 들어 있어야 합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기본 지혜란 무엇일까요? 첫 번째 원칙은 분리된 사실을 억지로 짜 맞추는 방식으로는 사실을 제대로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사실은 격자 모형에 잘 들어맞을 때만 쓸모가 있습니다. 그래서 머릿속에 모형이 들어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직간접 경험을 이 격자 모형 위에 배열할 수 있습니다. 학생 중에는 무조건 억지로 암기하려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들은 학교에서도 실패하고 인생에서도 실패합니다. 우리는 경험을 머릿속의 격자 모형 위에 배열해야 합니다.

이 모형은 여러 개를 사용해야 합니다. 모형을 한두 개만 사용하면 사람들은 자연스러운 심리 과정에 의해서 현실이 모형에 잘 들어맞는다고 생각하거나, 그렇지 않을 경우 현실을 모형에 억지로 끼워 맞추기 때문입니다. 의료계의 얼간이인 척추 교정 지압사가 되는 셈입니다. 이런 속담이 있습니다. “망치를 든 사람에게는 모든 문제가 못으로 보인다(To a man with a hammer, everything looks like a nail).” 척추 교정 지압사가 하는 의료 행위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는 지극히 형편없는 사고방식이며 전적으로 재앙을 부르는 활동 방식입니다. 여러 모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그 모형을 여러 분야에서 가져와야 합니다. 특정 분야 한 곳에서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모두 찾을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시문학 교수는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가 매우 부족합니다. 머릿속에 모형이 많지 않기 때문이지요. 모형은 다양한 분야에서 가져와야 합니다.

‘야단났군, 벌써 너무 어려워’라는 생각이 들지 모르겠습니다. 다행히 그다지 어렵지는 않습니다. 주요 모형 80~90개에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의 약 90%가 들어 있으니까요. 물론 그중에서도 주요 모형 몇 개에 들어 있는 지혜가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이제 모두가 받아야 하는 일반 교육은 어떤 모형과 기법으로 구성되는지 간략하게 살펴봅시다.

첫 번째 모형은 수학입니다. 여러분은 반드시 숫자와 수량을 다룰 줄 알아야 합니다. 복리(複利) 다음으로 유용한 모형이 순열과 조합이라는 기본 수학입니다. 내 학창 시절에는 고등학교 2학년 과정에서 배웠습니다. 지금 유명 사립학교에서는 십중팔구 8학년에 배울 것입니다. 순열과 조합은 매우 단순한 대수학(代數學)으로 확률의 기초입니다.

파스칼과 페르마는 약 1년 동안 서신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우연히 확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배우기도 어렵지 않습니다. 우리가 매일 일상적으로 사용하기가 어려울 뿐입니다. 페르마와 파스칼이 발견한 확률은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과 놀라울 정도로 일치합니다. 근본적인 진실이지요. 그러므로 반드시 확률을 배워야 합니다.

확률이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한 교육 기관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1학년 과정을 하나로 묶어주는 수학은 이른바 의사 결정 분지도(decision tree)입니다. 고등학교 대수학을 실생활에 적용할 뿐입니다. 그런데도 학생들은 좋아합니다. 고등학교 대수학이 실생활에 잘 들어맞는다는 사실에 놀라면서 말이죠. 그러나 사람들은 확률을 무의식적으로 자연스럽게 사용하지 못합니다. 그 이유는 초급 심리학만 공부해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두뇌의 기본 신경망은 유전 및 문화 진화를 통해서 형성되었습니다. 그래서 페르마·파스칼과 달리 매우 조잡하고 손쉬운 어림셈을 사용합니다. 두뇌 신경망에도 페르마·파스칼 요소가 들어 있긴 하지만, 부실합니다.

우리는 이런 기본 수학을 매우 유용한 방식으로 배워서 일상적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골프를 제대로 치려면 내키는 대로 편하게 스윙을 해서는 안 됩니다. 골프채 쥐는 방법과 스윙 방법을 기초부터 배워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다소 불편하더라도 확률 등 기본 수학을 익혀두지 않으면 ‘엉덩이 걷어차기 시합에 출전한 외다리’처럼 평생 남보다 매우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됩니다. 내 오랜 동업자 워런 버핏도 생각할 때 의사 결정 분지도와 순열, 조합을 무의식적으로 사용합니다.

회계도 알아야 합니다. 회계는 실제로 기업에서 사용하는 언어로, 문명 발전에 매우 유용한 언어입니다. 한때 지중해 상권을 거머쥐었던 베니스에서 처음 회계를 도입했다고 합니다. 복식 부기는 정말 대단한 발명입니다. 게다가 이해하기도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회계의 한계도 충분히 알고 있어야 합니다. 회계는 출발점일 뿐이며 조잡한 근사치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회계의 한계를 이해하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제트기 등의 내용 연수(耐用年數)는 추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감가상각률로 깔끔하게 표시한다고 해서 제트기의 효용이 지속되는 기간을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회계의 한계를 논할 때 내가 즐겨 인용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CF 브라운 엔지니어링(CF Braun Engineering Company)을 설립한 위대한 사업가 칼 브라운(Carl Braun)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 회사는 정유 공장을 설계하고 건립했는데 매우 어려운 작업이었습니다. 브라운은 일정대로 공장을 건립하고, 효율성을 높였으며, 폭발을 방지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철저한 독일인 스타일이었던 브라운은 별난 점이 많았습니다. 그는 정유 공장 건립에 표준 회계가 적용된 방식을 보고 나서 “터무니없는 방식”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회계사를 모두 내쫓고서 엔지니어를 불러 모아 말했습니다. “정유 공장 건립에 적용할 회계 시스템을 이제 우리가 직접 개발해야 합니다.” 그리고 머지않아 칼 브라운의 개념 다수가 회계에 채택되었습니다. 그는 회계가 중요하지만 그 한계도 알아야 한다는 점을 입증한, 고집 세고 유능한 인물이었습니다.

브라운에게는 심리학에서 가져온 원칙도 있었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에 관심이 있다면 순열과 조합 등 기본 수학과 함께 익혀두시기 바랍니다. 그가 회사에서 소통에 사용한 원칙은 이른바 5하 원칙으로서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왜’를 명시하는 것이었습니다. 회사에서 누군가에게 서한이나 지시를 보낼 때 이유를 명시하지 않는 사람은 해고당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두 번 명시하지 않으면 해고당했습니다.

이유를 명시하는 것이 왜 그토록 중요할까요? 역시 심리학 원칙 때문입니다. 경험을 여러 모형 위에 배열할 때 이해가 더 잘되는 것처럼, 항상 이유를 명시하면 사람들이 더 잘 이해하고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더 잘 따르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이유를 이해하지 못해도 더 잘 따릅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얻으려면 매사에 이유를 물어야 하듯이 사람과 소통할 때도 항상 이유를 포함해야 합니다. 이유가 명백하더라도 항상 명시하는 편이 좋습니다.

자연과학 모형, 공학 모형, 생물학·생리학 모형이 믿을 만합니다

가장 믿을 만한 모형은 무엇일까요? (물리학·화학·생물학 등의) 자연과학 모형과 공학 모형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공학 품질관리 모형은 토대가 페르마와 파스칼의 확률입니다. 품질관리란 품질 향상에 일정 비용을 지출하면 고장 가능성이 일정 수준 감소한다는 개념으로, 고등학교 기본 수학입니다. 데밍(Edwards Deming)이 품질관리 개념을 다듬어서 일본에 전해주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확률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나는 푸아송 분포(Poisson distribution)는 발음도 자신이 없습니다. 하지만 정규 분포(Gaussian distribution = normal distribution)가 어떤 모습인지는 알고 있으며, 실제 사건 대부분이 정규 분포라는 사실도 알고 있습니다. 나는 정규 분포 계산을 대충은 할 수 있지만 소수점 이하 10자리까지는 하지 못합니다. 나는 페르마와 파스칼의 확률에는 통달하지 못했지만 포커는 꽤 잘하는 사람 같습니다. 그런데 그 정도로도 충분하답니다. 여러분도 정규 분포에 대해서 적어도 나만큼은 알아야 합니다.

보완 시스템(backup system)이라는 공학 개념도 매우 강력합니다. 중단점(breakpoint)이라는 공학 개념 역시 매우 강력한 모형이고요. 임계 질량(critical mass)이라는 물리학 개념도 매우 강력한 모형입니다. 이런 모든 개념은 일상 현실을 바라볼 때 매우 유용합니다. 비용 편익 분석(cost-benefit analysis)도 고등학교 기초 대수학인데, 단지 근사한 용어로 포장되었을 뿐입니다.

그다음으로 믿을 만한 모형은 생물학·생리학 모형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사람의 유전자 구성은 거의 똑같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심리학으로 들어가면 훨씬 더 복잡해집니다. 하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얻고자 한다면 심리학은 지극히 중요한 주제입니다. 이 사실을 입증하기는 매우 쉽습니다. 이 방에서 평범한 마술사가 공연을 한다면, 여러분 모두 허상은 보지만 실상은 보지 못할 것입니다. 인간의 지각 기관에는 지름길이 있기 때문입니다. 두뇌는 회로를 무한정 많이 보유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마술사가 지름길을 이용해서 두뇌가 오판하도록 유도하면, 여러분은 허상을 보게 됩니다.

이번에는 지각 기능이 아니라 인지 기능을 생각해봅시다. 이번에도 여러분은 오판하기 쉽습니다. 인간의 두뇌는 회로가 부족한 탓에 무의식적으로 온갖 지름길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친구가 마술사처럼 의도적으로 당신의 인지 기능을 교란하면 당신은 ‘봉’이 됩니다.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은 도구의 한계를 알아야 하듯이, 인지 기관을 사용하는 사람도 인지 기관의 한계를 알아야 합니다. 이런 지식은 다른 사람을 통제하거나 자극하는 용도로도 사용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심리학 중 매우 유용하고 현실적인 내용은 지극히 중요합니다. 이런 내용은 똑똑한 사람이라면 1주일이면 배울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내게 심리학을 가르쳐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나는 노년에 하나씩 배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매우 힘든 일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매우 기본적인 내용이어서, 학습을 끝냈을 때 나는 바보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나는 캘리포니아공대와 하버드 법학대학원 등에서 교육받았습니다. 이렇게 탁월한 기관의 교육에도 문제는 있습니다. 심리학의 핵심 내용을 나는 ‘오판의 심리학’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대단히 중요하므로 반드시 배워야 합니다. 원칙은 약 20개이며, 상호 작용하므로 다소 복잡합니다. 하지만 핵심 내용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중요합니다. 이들 원칙에 유의하지 않으면 대단히 똑똑한 사람도 터무니없는 실수를 저지르게 됩니다. 사실은 나도 지난 2~3년 동안 중요한 실수를 여러 번 저질렀습니다. 실수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나는 파스칼이 사상의 역사에 길이 남을 만큼 지극히 정확한 말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말의 핵심은 ‘인간의 정신은 우주의 영광인 동시에 수치’라는 것입니다. 정말로 옳은 말입니다. 인간의 정신은 엄청나게 강합니다. 그러나 여러 오류 탓에 잘못 판단할 때가 많습니다. 또한 인간의 정신은 남에게 조작당하기도 매우 쉽습니다. 예를 들어 아돌프 히틀러 군대의 약 절반은 가톨릭 신자였습니다. 교묘하게 심리를 조작하면 인간은 무슨 일을 할지 모릅니다.

이제 나는 투 트랙(two-track) 분석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첫째, 이해관계를 실제로 지배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분석합니다. 둘째, 잠재의식 수준에서 두뇌의 작용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무엇인지 분석합니다. 잠재의식은 대체로 유용하지만 오류도 많습니다.

전자는? 교량 문제를 대하듯이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입니다. 실제 이해관계와 실제 확률 등을 평가합니다. 후자는? 잠재의식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 요소를 평가하는 방법입니다.

‘규모의 이익’이 중요합니다

이번에는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 중 신뢰도가 다소 낮은 형태인 미시경제를 살펴봅시다. 여기에 해당하는 생태계로는 자유 시장 경제를 생각하면 매우 유용할 것입니다. 자유 시장 경제는 매우 인기가 없습니다. 초기에 악덕 자본가가 다윈의 적자생존 이론을 내세우면서 “내가 가장 부자이므로 내가 최고다. 하느님은 하늘에 계시며 세상에는 아무 문제도 없다”라고 주장했기 때문입니다. 악덕 자본가의 행태에 화가 난 사람들은 자유 시장 경제를 생태계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자유 시장 경제는 생태계와 매우 비슷했으며 결과도 똑같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생태계와 마찬가지로 자유 시장 경제에서도 전문화를 추구하는 사람이 틈새시장에서 탁월한 성과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동물이 틈새를 지배할 때 번성하듯이 사람도 시장에서 전문화할 때 탁월한 성과를 달성합니다.

미시경제에 진입하면 ‘규모의 이익(advantages of scale)’이라는 개념이 중요해집니다. 이제 우리는 투자 분석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성패에 규모의 이익이 지극히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전 세계 모든 경영대학원에서 가르치는 규모의 이익 중 하나로 이른바 ‘경험 곡선(experience curve)에 의한 원가 절감’이 있습니다. 이는 누적 생산량이 증가할수록 효율성이 개선되어 생산 원가가 감소하는 현상입니다. 생산량이 많아지면 규모의 이익도 커지므로 기업은 성장할 것입니다.

규모의 이익 사례를 살펴봅시다. 간단한 기하학에서도 사례를 찾을 수 있습니다. 강철로 구(球)형 저장 탱크를 만든다고 가정합시다. 탱크의 규모가 커질수록 탱크 표면적 대비 저장 용량이 증가하므로 강철 단위당 저장 용량도 증가합니다. 따라서 탱크의 규모를 더 키우면 강철 단위당 저장 용량이 증가합니다.

이렇게 기하학에서 나타나는 규모의 이익은 다른 온갖 분야에서도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TV 광고에서도 규모의 이익이 나타납니다. 컬러 TV가 도입되자 TV 광고의 위력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강해졌습니다. 초기에는 3대 방송국이 시청자의 90%를 차지했습니다. 프록터 앤드 갬블처럼 매출이 막대한 대기업은 매우 값비싼 TV 광고를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TV 광고를 소량으로 구매하지 못했으므로 이 광고를 이용할 수 없었습니다. 매출 규모가 크지 않아 매우 효과적인 TV 광고를 이용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컬러 TV의 등장으로 이미 규모가 큰 유명 대기업이 훨씬 유리해졌고 그렇게 계속 번영했습니다. 그중 일부는 비대해지면서 분별력을 상실하기도 했지만요.

‘정보의 이익’도 규모의 이익처럼 작용할 수 있습니다. 해외여행 중에 껌을 사려고 하는데 리글리(Wrigley) 껌과 글로츠(Glotz’s) 껌이 나란히 있다고 가정합시다. 리글리 껌은 내가 잘 아는 좋은 제품인데 40센트이고, 글로츠 껌은 내가 전혀 모르는 제품인데 30센트입니다. 겨우 10센트 차이 때문에 내가 알지도 못하는 제품을 내 입에 넣게 될까요? 리글리는 단지 유명하다는 이유로 이른바 정보의 이익을 누리게 되는 것입니다.

규모의 이익은 심리에서도 나타납니다. 심리학자가 사용하는 용어 중 사회적 증거(social proof)가 있습니다. 우리는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다른 사람의 행동과 승인으로부터 영향을 받습니다. 모두가 어떤 제품을 사면 우리는 그 제품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외톨이가 되지 않으려고 합니다. 이런 생각은 무의식 수준일 때도 있고 의식 수준일 때도 있습니다. 때로는 의식적·합리적으로 이렇게 생각합니다. ‘에이, 나는 잘 모르겠어. 사람들이 나보다 잘 알 테니까 그냥 따라가지.’

심리학에서 말하는 사회적 증거 현상도 엄청난 규모의 이익이 됩니다. 예컨대 코카콜라처럼 매우 널리 유통되는 제품입니다. 코카콜라의 이점 하나는 세계 거의 모든 곳에서 구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어떤 청량음료를 세계 전역에 유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대기업이 오랜 기간에 걸쳐 세계 전역에 유통망을 구축하면 이는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줍니다. 이런 이점을 충분히 확보하면 경쟁자가 공격해도 끄떡없이 버틸 수 있습니다.

규모의 이익에는 다른 유형도 있습니다. 한 기업이 시장을 압도적으로 지배하는 방식입니다. 가장 전형적인 사례가 일간 신문입니다. 미국에서 거대 도시 몇 개를 제외하면 도시마다 일간 신문은 하나뿐입니다. 여기서도 규모의 이익이 작용합니다. 판매 부수가 가장 많은 신문은 광고도 가장 많이 차지합니다. 이렇게 한 신문이 판매 부수와 광고를 대부분 장악하면, 정보가 빈약해서 얄팍한 신문을 보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면 승자 독식 환경이 조성됩니다. 규모의 이익이 빚어낸 색다른 모습입니다.

규모의 이익이 커질수록 회사는 더 전문화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직원의 업무 효율성이 개선될 수 있습니다. 잭 웰치는 GE에 부임하자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느 분야든 우리가 1~2위를 차지하지 못하면 모두 때려치울 작정이오. 몇 사람을 해고하고 무엇을 매각하게 되든 상관없소. 우리는 1~2위가 아니면 때려치울 작정이오.” 가혹한 결단이었지만 주주 이익을 극대화하는 매우 올바른 결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문명 발전에도 보탬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잭 웰치 덕분에 GE가 더 강해졌으니까요.

규모의 불이익도 있습니다

규모가 더 커야 항상 더 좋은 것은 아닙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캐피털 시티/ABC의 최대 주주입니다. 캐피털 시티/ABC는 업계 간행물을 발간하고 있었는데 더 전문화된 경쟁자의 공격을 받아 폐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는 출장 전문 여행 잡지를 발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기업의 출장 관리 부서를 겨냥한 여행 잡지를 만들어냈습니다. 생태계와 마찬가지로 업계에서도 전문화할수록 틈새시장에서 더 강해집니다. 경쟁자는 훨씬 더 효율적이어서 기업의 출장 관리 부서에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었습니다. 출장 관리 부서의 관심사가 아니라면 지면을 낭비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경쟁자는 더 깊이 생각해 우리 잡지를 물리쳤습니다.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The Saturday Evening Post)〉 등도 이런 식으로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 지금 남은 잡지는 〈모터크로스(Motocross, 오토바이를 타고 하는 크로스컨트리 경주)〉 정도입니다. 오토바이 공중제비 토너먼트에 참가하는 열광적 팬이 읽는 잡지입니다. 열광적 팬은 이 잡지를 좋아합니다. 이 잡지는 이들이 살아가는 목적에 해당하므로 절대적인 필수품입니다. 이 잡지의 이익률을 알게 되면 누구나 군침을 흘릴 것입니다. 이런 잡지는 특정 대상에게 철저하게 집중합니다. 이렇게 규모를 축소해서 대상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때 매우 유리해지는 면도 있습니다.

규모의 불이익에는 흥미로운 면이 있습니다. 규모가 커지면 조직이 관료화되므로, 규모가 크다고 해서 항상 승리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그렇습니다. 관료주의가 자리 잡히면 영역 다툼이 등장합니다. 영역 다툼 역시 인간의 본성입니다. 영역 다툼의 동기는 사악합니다. 한때 AT&T는 거대한 관료주의 기업이었습니다. 이런 기업에서 정말로 주주를 생각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관료주의에서는 내 서류함에 있던 업무가 남의 서류함으로 넘어가면 내 일은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개인이 아닌 AT&T라는 회사가 업무를 완수하지 않았다면 실제로 그 일은 끝난 것이 아닙니다. 비대한 관료주의는 어리석고 게으릅니다.

관료주의는 부패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업무상 관련된 두 부서 사이에 ‘네가 귀찮게 하지 않으면 나도 귀찮게 하지 않겠다. 그러면 서로 편하다’라는 불문율이 있습니다. 그래서 불필요한 관리 절차와 비용이 쌓이게 됩니다. 사람들은 이런 절차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일이 하염없이 지체됩니다. 의사 결정은 매우 느려지고 영리한 사람만 남을 앞지릅니다.

규모의 저주는 비대하고 어리석은 관료주의로 이어지며 그 최악의 형태는 유인(誘因)이 전혀 없다시피 한 정부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필요 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정부는 필요합니다. 하지만 비대한 관료주의는 끔찍한 문제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전략을 수립합니다. 소규모 분권 조직을 만들어 환상적인 유인을 제공하면서 훈련시킵니다. 예컨대 GE 같은 대기업은 놀라운 솜씨로 관료주의에 맞서 싸웠습니다. 천재와 광적인 운영자가 연합한 덕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젊은 직원을 충분히 확보해 장기적으로 대응했습니다. 그 주역이 잭 웰치입니다.

관료주의는 끔찍합니다. 관료주의가 지나치게 비대하고 강력해지면 정말로 심각한 기능 장애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웨스팅하우스가 그 사례입니다. 이 회사는 어리석게도 부동산 개발업자에게 대출을 제공해 수십억 달러를 날렸습니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회사는 냉장고 등으로 경력을 쌓은 사람에게 갑자기 대출 업무를 맡겼고 그는 부동산 개발업자에게 호텔 건설 자금을 대출해주었습니다. 그가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머지않아 회사는 수십억 달러를 모두 잃었습니다.

CBS는 파블로프의 조건 반사라는 심리 원칙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입니다. 사람들은 듣기 싫은 소리를 들으면 거의 자동으로 반감을 드러내게 됩니다. 우리는 이런 반응을 하지 않도록 스스로 훈련해야 합니다. 훈련되어 있지 않으면 우리도 자동으로 반감을 드러내기 쉽습니다.

초창기에는 CBS 방송국이 TV시장을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페일리(William Paley)는 신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듣기 싫은 말은 들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은 그가 듣고 싶어 하는 말만 했습니다. 그는 곧 허구의 세계에 갇히게 되었고 회사는 통째로 부패했습니다. 사업이 번창했는데도 말이죠. 경영자의 백치 행태에 의해서 회사가 통째로 부패했습니다. 페일리가 경영한 10년은 미친 모자 장수의 다과회였습니다.

CBS가 만든 사례는 또 있습니다. 중요한 사업에서도 심각한 실수가 있었습니다. 투자에서 심각한 실수를 저지르면 파급 효과가 매우 커집니다. 페일리가 투자은행, 경영 컨설턴트 등 조언자에게 두둑한 보수를 주면서 인수한 기업은 모두 지극히 형편없었습니다. 예를 들어 그는 CBS 지분 약 20%를 주고 TV 수상기 제조업체 듀몬트(Dumont Company)를 인수했습니다. 이 회사는 2~3년 만에 망했습니다. 그가 주식을 대량으로 발행하고 얼마 안 가서 문을 닫은 것입니다. 사장이 실상을 제대로 보고받지 못하는 비대하고 강력한 관료주의 조직은 실수를 남발합니다.

인생은 두 세력이 벌이는 끝없는 싸움입니다. 한쪽은 규모의 이익을 이용하려는 세력이고 다른 한쪽은 미국 농무부처럼 빈둥거리려는 세력입니다. 나는 농무부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만 이들이 하는 일 중 유용한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규모의 이익 측면에서 보면 체인점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체인점 개념은 매혹적입니다. 구매력이 막강해서 상품 구매 원가가 낮습니다. 체인점이라는 수많은 실험실에서 실험할 수 있고 전문화도 가능합니다. 또한 거대 체인점 본사에서 상품을 구매할 때는 상품 지식이 풍부하고 총명한 판매원의 조언을 받게 됩니다. 반면 소규모 매장에서 상품 27종을 구매할 때는 일반 외판원의 조언을 받으므로 판단이 부실해지기 쉽습니다. 한 사람이 모든 구매를 담당하는 소규모 매장의 실상을 알려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매장의 모든 진열대에는 소금이 쌓여 있었습니다. 한 손님이 매장에 들어와서 주인에게 물었습니다. “소금이 많이 팔리나 보죠?” 주인이 대답했습니다. “나는 몰라요. 소금 외판원에게 물어보세요.”

체인점은 구매력이 막강합니다. 효율적인 시스템을 이용해서 모든 사람의 생산성을 높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체인점은 환상적인 기업이 될 수 있습니다. 아칸소주 벤턴빌에서 단일 매장으로 시작한 월마트가 시어스(Sears)를 추월한 과정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돈도 많지 않았던 이 벤턴빌 사나이 월턴은 어떻게 시어스를 추월했을까요? 게다가 자그마한 단일 매장을 시작했을 때 그는 이미 지긋한 나이였습니다. 그는 체인점을 누구보다도 더 열심히 더 잘 운영했습니다. 실제로 월턴이 창안한 것은 없습니다. 대신 똑똑한 사람이 창안한 것을 모조리 복제해서 더 열정적으로 실행했고 종업원 관리도 더 잘했습니다. 결국 그는 경쟁자를 모두 추월했습니다.

월턴은 초창기에 매우 흥미로운 경쟁 전략을 사용했습니다. 그는 결승전에 올라가려고 기록을 쌓아가는 프로 권투 선수 같았습니다. 어떤 방법을 썼을까요? 그는 약한 선수 42명과 싸웠습니다. 그 결과 42회의 KO승을 거두었습니다. 판단이 빠른 그는 초창기에 소도시 경쟁 매장을 무너뜨렸습니다. 그의 시스템이 효율적이긴 했어도 당시 거대 경쟁자와 정면으로 맞붙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소도시 경쟁 매장은 손쉽게 무너뜨릴 수 있었습니다. 그는 계속 소도시를 돌아다니면서 경쟁 매장을 무너뜨렸습니다. 이후 규모가 커지자 대형 경쟁 매장들을 무너뜨리기 시작했습니다. 대단히 약삭빠른 전략이었습니다.

“좋은 방법은 아니잖아?”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자본주의는 원래 잔혹합니다. 그래도 나는 월마트 덕분에 세상이 나아졌다고 생각합니다. 소도시 생활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나는 소도시에서 꽤 오래 살았지만 장담컨대 월턴이 무너뜨린 매장은 전혀 이상적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월마트에는 훌륭한 직원이 많습니다. 자녀를 훌륭하게 키우는 쾌활한 사람들입니다. 나는 저급 문화가 고급문화를 무너뜨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 생각은 향수이고 착각에 불과합니다. 아무튼 규모의 이익과 열정이 결합하면 매우 강력해집니다.

엄청난 이점이 있었는데도 관료주의 때문에 무너진 시어스도 흥미로운 사례입니다. 시어스에는 불필요한 사람이 층층이 쌓여 있었습니다. 심각한 관료주의였지요. 의사 결정이 느리고 보수적이었습니다. 시어스 사람 모두 새로운 아이디어에 적대감을 드러냈습니다. 비대한 관료주의에서 나올 법한 문제는 모두 가지고 있었습니다. 물론 시어스에도 장점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월마트만큼 열정적이지도, 기민하지도, 효과적이지도 않았습니다. 얼마 가지 않아 시어스는 규모의 이익에도 불구하고 월마트 등 경쟁 업체에 밀려 큰 손실을 보았습니다.

틀림없이 브랜드 때문일 것입니다

모형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내용도 있습니다. 대부분 시장에서는 경쟁사 2~3개가 공존하며 5~6개가 공존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일부 시장에서는 아무도 돈을 못 벌고, 일부 시장에서는 모두가 돈을 법니다. 나는 그 원인을 파악하려고 오랜 기간 노력했습니다. 왜 일부 시장에서는 경쟁이 합리적인 방식으로 유지되어 모두가 돈을 벌고, 왜 일부 시장에서는 경쟁이 파괴적으로 치달아 모두가 돈을 벌지 못하는지 말이지요.

항공기 좌석 같은 동질 재료 시장이라면 아무도 돈을 못 버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항공 산업은 세상에 많은 기여를 했습니다. 안전한 여행, 훌륭한 경험, 연인과 함께하는 시간 등. 그러나 항공기가 등장한 이후 항공사 주주가 지금까지 기록한 투자 실적은 막대한 적자입니다. 규제 완화 때문에 경쟁이 격화하자 항공사 주주는 참혹한 피해를 보았습니다.

반면 시리얼 산업에서는 거의 모든 대기업이 돈을 벌고 있습니다. 중간 수준의 시리얼 회사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5% 수준입니다. 실적이 좋은 시리얼 회사는 ROE가 40%에 이릅니다. 시리얼 회사의 실적이 이렇게 좋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내 눈에는 이들도 미친 듯이 경쟁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말이지요. 나는 이해가 안 됩니다.

항공 산업과 달리 시리얼 산업에는 브랜드라는 요소가 있습니다. 틀림없이 브랜드 때문일 것입니다. 시리얼 회사는 과도한 시장 점유율 경쟁을 피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켈로그가 시장의 60%를 차지한다면 이익 대부분을 가져갈 수 있겠지만, 무리한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결국 파산하겠지요. 일부 시장에서는 기업이 미친 듯이 경쟁을 벌이고 일부 시장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내게는 이를 예측하는 모형이 없습니다.

예를 들어 청량음료 제조업체 시장을 살펴봅시다. 코카콜라 제조업체와 펩시콜라 제조업체가 함께 돈을 버는 시장도 많고 함께 돈을 못 버는 시장도 많습니다. 그 원인을 이해하려면 개별 시장의 특성까지 파악해야 합니다. 실상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관련된 사람까지도 파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미시경제에는 특허, 상표, 독점 운영권 등도 있습니다. 특허는 매우 흥미롭습니다. 젊은 시절 나는 특허 취득에 들어가는 돈이 특허로 버는 돈보다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판사는 ‘진정한 창안이냐, 기존 특허의 표절이냐’에 대한 논쟁을 바탕으로 특허를 자주 기각했습니다. 명확하게 판단하기가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습니다. 법이 개정되어 특허 소송은 모두 특허법원에서 전담합니다. 지금은 특허법원이 특허에 매우 우호적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사람들이 특허로 큰돈을 벌기 시작했다고 생각합니다.

상표는 항상 큰돈을 벌어주었습니다. 상표는 특히 대기업에 훌륭한 제도입니다. 독점 운영권 역시 훌륭한 제도입니다. 대도시에 TV 채널이 3개뿐이라면, 하루 광고 시간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방송사는 자연히 과점 지위를 누리게 됩니다. 공항에 하나뿐인 음식 가판대의 독점 운영권을 확보하면 고객을 모두 독차지하게 됩니다.

미시경제학이 주는 중요한 교훈이 있습니다. 기술이 우리에게 지원군이 될 때와 적군이 될 때를 구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람들 대부분은 구분하지 못하지만, 버핏 같은 친구는 구분합니다. 우리는 섬유 사업을 할 때 저급 섬유를 생산했는데, 끔찍한 동질 재료 시장이었습니다. 하루는 사람들이 워런에게 찾아와 말했습니다. “새 직조기가 개발되었는데, 기존 직조기보다 생산성이 두 배나 높아 보입니다.” 그러자 워런이 대답했습니다. “저런, 사실이 아니길 바랍니다. 만일 사실이라면 공장 문을 닫아야 하니까요.” 빈말이 아니었습니다.

버핏은 무슨 생각이었을까요? 그는 생각했습니다. ‘섬유 사업은 형편없다. 수익성이 수준 이하인데도 이 사업을 유지하는 것은 단지 고령 노동자에 대한 배려일 뿐이다. 형편없는 사업에 신규 자본을 대규모로 투입하지는 않을 것이다.’ 버핏은 새 직조기에서 나오는 생산성 향상 혜택은 모두 섬유 제품 소비자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섬유회사 소유주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전혀 없을 터였습니다.

섬유 산업에 지금까지 온갖 놀라운 발명품이 나왔지만 회사 소유주는 사업에 막대한 자본을 계속 투입해야 했을 뿐 수익성은 여전히 형편없습니다. 소유주는 계속 돈을 벌지 못합니다. 생산성 향상에서 오는 혜택은 모두 소비자에게 돌아갑니다. 반면 오시코시(Oshkosh)시의 유일한 신문사 소유주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신형 컴퓨터 등을 이용해서 신문을 더 효율적으로 제작하는 방법을 개발하면 절감되는 비용은 모두 신문사의 이익이 됩니다.

새 기계를 판매하는 사람과 이에 동조하는 내부 직원은 새 기계를 도입할 때 절감되는 비용 추정치를 제시합니다. 그러나 절감되는 비용 중 회사에 남는 몫은 얼마이고 고객에게 가는 몫은 얼마인지 구분하는 2단계 분석은 하지 않습니다. 나는 2단계 분석을 평생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대신 사람들은 항상 이렇게 말합니다. “새 기계로 막대한 비용이 절감되므로 3년이면 자본적 지출이 모두 회수됩니다.” 소유주는 이 말을 믿고 새 기계를 계속 구입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20년을 보낸 회사의 ROE는 연 4%에 불과합니다. 이것이 섬유 사업입니다.

새 기계의 성능은 확실히 개선되었습니다. 생산 원가도 확실히 절감되었습니다. 그러나 원가 절감 혜택은 기계 구입자에게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매우 단순합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이 사실을 자주 망각합니다.

‘파도타기’는 매우 강력한 모형입니다

매우 흥미로운 미시경제학 모형이 또 있습니다. 미국처럼 기술 발전이 빠른 나라에서는 이른바 경쟁적 파괴 현상이 나타납니다. 자동차가 등장하면 마차용 채찍 공장은 머지않아 문을 닫게 됩니다. 다른 사업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마차용 채찍 사업은 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현상은 계속해서 되풀이됩니다. 새로운 사업이 시작될 때 재빨리 움직이는 사람은 큰 이점을 누리게 됩니다. 이들에게는 이른바 ‘파도타기(surfing)’ 기회가 있습니다. 즉 파도를 타고 올라가 서 있으면 오랜 기간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것입니다. 파도를 타다가 넘어지면 곤경에 처하게 되지만 파도 꼭대기에 제대로 올라타는 사람은 장기간 성공을 누릴 수 있습니다. 초창기 NCR(National Cash Register)을 포함해서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등이 그런 사례입니다.

금전 등록기는 문명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놀라운 일입니다. 작은 소매점 주인 패터슨은 돈을 벌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그는 방문 판매원에게 조잡한 금전 등록기를 사서 소매점 영업에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곧바로 돈을 벌기 시작했습니다. 종업원이 돈을 훔치기가 훨씬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패터슨은 흑자 전환에 안주하지 않고 ‘금전 등록기 사업을 시작해야겠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NCR을 설립했습니다. 그는 ‘파도타기’를 했습니다. 최고의 유통 시스템을 구축했고, 특허도 가장 많이 받았으며, 모든 분야에서 최고가 되었습니다. 그는 주요 신기술을 열광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내가 아직 보관 중인 초창기 NCR 보고서에는 그가 설명한 기법과 목표가 들어 있습니다. 그는 금전 등록기 사업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었으므로 NCR은 성공이 확실했습니다. 원숭이도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투자자는 바로 이런 기회를 찾아내야 합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얻으면 여러분도 대박 기회를 평생 몇 번은 잡을 수 있습니다. ‘파도타기’는 매우 강력한 모형입니다. 그런데 버크셔 해서웨이는 복잡한 기술 위에서 파도타기를 하는 사람에게 투자하지 않습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우리는 특이한 괴짜입니다. 워런과 나는 첨단 기술 섹터에 별다른 우위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실은 소프트웨어, 컴퓨터 칩 등의 기술 발전을 따라가기가 매우 버겁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기술 섹터를 꺼리는 편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파도타기는 매우 강력한 모형입니다. 그런데 사람은 누구나 능력범위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능력범위를 넓히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내가 음악가로 생계를 유지해야 한다면 어떨까요? 음악이 평가 기준이 된다면 내가 얼마나 낮은 수준으로 분류될지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은 자신의 적성을 파악해야 합니다. 적성이 맞지 않는 분야에서 적성을 갖춘 사람과 경쟁하면 패배할 수밖에 없습니다. 거의 틀림없습니다. 여러분은 자신이 어떤 분야에 우위가 있는지 파악해 자신의 능력범위에서 벗어나지 말아야 합니다.

당신이 세계 최고의 테니스 선수가 되려고 한다면 얼마 안 가 충격을 받고서 절망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베미지(Bemidji)에서 최고의 배관공이 되려고 한다면 여러분 중 3분의 2는 가능할 것입니다. 의지도 필요하고 지능도 필요하지만 여러분은 점차 배관 사업과 기술을 모두 파악하게 됩니다. 절제력만 있으면 달성 가능한 목표입니다. 체스 대회나 유명 테니스 경기에서 절대 우승할 수 없는 사람도 서서히 능력범위를 확대하면 인생에서 성공할 수 있습니다. 능력범위 중 일부는 타고난 재능에 좌우되지만 일부는 노력을 통해 서서히 개발되니까요.

일부 우위는 습득으로 차지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훌륭한 배관공이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대부분 그렇게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세계 체스 대회에서 우승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여러분 중 일부는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파도타기’를 하면서 기회를 발견할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첨단 기술 분야에 별다른 우위가 없어서 그동안 멀리했지만 여러분까지 멀리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른바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의 하부 구조가 되는 기본 미시경제 모형, 심리학, 수학에 대한 논의는 이 정도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이제 당근에서 디저트로, 즉 주식 선정 기법으로 넘어가겠습니다.

확실한 기회를 기다려서 거액을 걸어야 합니다

나는 신흥시장이나 채권 차익거래 등은 다루지 않을 생각입니다. 전형적인 주식 선정에 대해서만 논의하겠습니다. 주식 선정만 다루어도 매우 복잡합니다.

첫 번째 질문은 ‘주식시장의 특징은 무엇인가?’입니다. 나는 오래전에 법학대학원을 졸업했는데, 지금도 효율적 시장 이론이 논의되는 모습을 보면 무척 화가 납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 가설의 기초를 수립한,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경제학자 한 사람이 오래전부터 버크셔 주식을 상당량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는 교과서를 통해서 주식시장은 완벽하게 효율적이므로 아무도 초과수익을 낼 수 없다고 가르쳤습니다. 그러나 자신은 버크셔에 투자해서 부자가 되었습니다. 파스칼이 그 유명한 내기에서 했듯이, 그도 헤지를 한 셈입니다.

새뮤얼슨은 버크셔 주식을 6명의 자녀, 15명의 손주와 자선 단체에 물려주었는데, 지금까지 그대로 보유 중이라면 주식 가치는 1억 5,000만 달러가 넘는다. 그는 시장이 효율적이지만 일부 투자자는 시장보다 나은 수익률을 낼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주식시장은 매우 효율적이어서 아무도 초과수익을 낼 수 없을까요? 효율적 시장 이론이 대체로 옳다는 점은 확실합니다. 즉 주식시장은 매우 효율적이어서, 똑똑한 사람이 열심히 노력해 종목 선정을 해도 큰 초과수익을 얻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실제로 모든 사람의 실적을 더하면 평균 실적이 됩니다. 그러므로 모두가 초과수익을 낼 수는 없습니다. 내가 늘 인생의 철칙이라고 하는 말인데, 상위 20% 안에 들어가는 사람은 20%에 불과합니다. 세상의 이치가 원래 그렇습니다. 따라서 주식시장은 어느 정도 효율적이면서 어느 정도 비효율적입니다.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효율적 시장 이론의 광신자가 되었습니다. 이 이론은 일관성이 있어서 수학적으로 분석하기가 좋았습니다. 그래서 수학적 재능이 뛰어난 사람에게 매력적이었습니다. 문제는 이론의 근본적인 가정이 현실과 잘 맞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거듭 말하지만 망치를 든 사람에게는 모든 문제가 못으로 보입니다. 고등 수학에 능한 사람은 당연히 고등 수학을 이용하는 가설을 설정하려고 합니다.

나는 경마장의 패리 뮤추얼 베팅 시스템을 좋아합니다. 주식시장과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경마장에서는 사람들이 판돈을 걸면 이에 따라 배당률이 바뀝니다. 주식시장도 똑같습니다. 부담 중량이 가볍고 승률이 탁월한 말의 우승 가능성이, 부담 중량이 무겁고 승률이 형편없는 말보다 훨씬 높다는 점은 지독한 바보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배당률을 보면 나쁜 말은 100 대 1이고 좋은 말은 3 대 2에 불과합니다. 그러면 통계적으로 어느 쪽이 유리한지 확실하지가 않습니다. 배당률이 바뀐 탓에 초과수익을 얻기가 매우 어려워졌습니다. 게다가 경마장이 총수입에서 17%를 수수료로 가져갑니다. 따라서 다른 경마꾼을 큰 차이로 앞질러야 수수료 17%를 공제하고서도 돈을 벌 수 있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머리만 잘 쓰면 경마에서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을까요? 머리를 잘 쓰면 어느 정도는 유리합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채 행운의 숫자 등에 돈을 거는 사람도 많으니까요. 따라서 말의 실적 등을 정말로 열심히 분석해서 신중하게 걸면 매우 유리해질 수도 있습니다. 경마장이 떼어 가는 수수료를 제외하면 말이지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신중하게 거는 사람 역시 대부분 수수료 17% 탓에 손실을 피하지 못합니다. 단지 남보다 손실이 다소 적을 뿐이지요. 실제로 수수료 17%를 공제하고서도 돈을 버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젊은 시절 나와 포커를 하던 친구 하나는 마차 경주(harness race)만으로도 생활비를 충분히 벌었습니다. 마차 경주는 비교적 비효율적인 시장입니다. 마차 경주에서 사용하는 정보는 경마 정보만큼 심층적이지 않습니다. 내 포커 친구는 마차 경주가 자신의 본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도 가격 오류를 발견할 때만 가끔 돈을 걸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그는 수수료 약 17%를 공제하고서도 충분한 생활비를 벌었습니다. 17%나 되는 수수료가 없다면 경마에서 줄곧 돈 버는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시장이 대체로 효율적이긴 하지만 완벽하게 효율적이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열정적이고 기민한 사람은 일부 남보다 좋은 실적을 얻습니다.

수수료가 훨씬 적다는 점만 제외하면 주식시장도 똑같습니다. 거래를 빈번하게 하지 않으면 거래 비용(매수·매도 호가 차이 + 거래 수수료)은 많지 않습니다. 따라서 열정적이고 기민한 사람은 평균보다 훨씬 좋은 실적을 얻게 됩니다. 그래도 쉬운 일은 절대 아닙니다. 사람의 50%는 결국 하위 50%에 속하게 되고 70%는 하위 70%에 속하게 됩니다. 그러나 일부는 우위를 확보합니다. 그리고 거래 비용까지 매우 낮게 유지하면 이들은 초과수익을 얻게 됩니다.

어떻게 하면 승자가 될 수 있을까요? 이번에도 패리 뮤추얼 시스템을 생각해봅시다. 어젯밤 우연히 산타 아니타 경마장 회장과 저녁을 먹었습니다. 그의 말에 의하면 두세 사람이 경마장과 신용 거래로 장외 경마 도박(offtrack betting)을 하는데 이들은 실제로 초과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경마장은 수수료를 모두 공제하고서도 많은 돈을 라스베이거스로 보내고 있답니다. 이들 경마꾼은 경마처럼 예측이 어려운 분야에서도 통찰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패리 뮤추얼 시스템에서 승리한 모든 사람에게는 매우 단순한 공통점 하나가 있습니다. 좀처럼 돈을 걸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재능이 뛰어난 사람도 세상만사를 모두 파악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가격 오류를 찾으려고 항상 노력하는 사람은 가끔씩 그 오류를 발견하게 되고, 거액을 겁니다. 승산이 있을 때 크게 거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에는 돈을 걸지 않습니다. 아주 단순하지요.

매우 단순한 발상입니다. 내 경험에 비추어 보면 패리 뮤추얼 시스템은 다른 모든 곳에서도 옳은 방법입니다. 그런데도 자산 운용 분야에서 이 방법을 쓰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버핏과 나는 이 방법을 사용합니다. 물론 우리만 이 방법을 쓰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대다수 사람의 머릿속에는 이상한 생각이 들어 있습니다. 확실한 기회를 기다려서 거액을 거는 대신 엉뚱한 짓을 벌입니다. 조금 더 열심히 일하거나 MBA 출신을 더 고용하면 세상만사를 모두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보기에는 완전히 미친 생각입니다. 실제로 성공하는 방법은 열심히 노력해서 통찰을 얻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통찰이 얼마나 필요하십니까? 장담하는데 평생 필요한 통찰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버크셔는 막대한 부를 축적했지만 그 대부분이 최고의 통찰 10개로 얻은 것입니다. 매우 뛰어난 한 사람이 평생 헌신한 결과입니다. 워런은 나보다 훨씬 유능하고 절제력이 강합니다. 그가 얻은 통찰이 10개뿐이라는 말이 아닙니다. 그의 통찰 중 상위 10개에서 수익 대부분이 나왔다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패리 뮤추얼 승자처럼 생각하면 여러분도 매우 뛰어난 투자 실적을 얻을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광기에 휩쓸려 거액을 거는 게임에서 가끔 가격 오류가 발생한다고 상상해보십시오. 이런 기회를 여러분이 평생 수천 번이나 발견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따라서 이런 기회가 오면 거액을 걸어야 합니다. 이치는 아주 단순합니다.

워런은 경영대학원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여러분에게 주는 티켓을 이용하면 투자 실적을 극적으로 높일 수 있습니다. 이 티켓은 20번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평생 20번만 투자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즉 20번 투자한 다음에는 더 투자할 수 없습니다. 이 원칙을 따른다면 여러분은 투자를 정말로 신중하게 생각할 것이고 정말로 깊이 생각한 종목만 사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실적이 훨씬 좋아질 것입니다.”

이것도 내가 보기에는 지극히 옳은 발상입니다. 워런이 보기에도 지극히 옳고요. 그러나 미국 경영대학원 수업 시간에 이렇게 가르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이 발상은 사회적 통념이 아니라는 뜻이지요. 승자가 되려면 돈을 매우 선별적으로 걸어야 합니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이 발상이 확실히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자산 운용 업계가 멍청한 짓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낚시 도구를 파는 사내에게 내가 물었습니다. “저런, 미끼가 자주색과 녹색이군요. 물고기가 실제로 이런 미끼를 물어요?” 그가 대답했습니다. “물고기에게 파는 물건이 아니랍니다.” 펀드매니저는 미끼를 파는 사내와 같습니다. 이미 소금을 잔뜩 산 매장 주인에게 소금을 더 판매하는 외판원과도 같고요. 매장 주인이 사는 한 외판원은 계속 소금을 팝니다. 버크셔 해서웨이 방식으로 투자한다면 펀드매니저는 지금처럼 높은 보수를 받기가 어렵습니다. 펀드매니저가 월마트, 코카콜라 등의 주식을 잔뜩 보유한 채 가만있으면 고객은 부자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고객은 ‘주식을 사놓고 가만있는 펀드매니저에게 왜 매년 보수를 지급해야 하지?’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투자자에게 유리한 방식이 펀드매니저에게도 유리한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행동은 인센티브에 좌우됩니다. 인센티브의 위력을 설명할 때 내가 즐겨 인용하는 사례가 페더럴 익스프레스(Federal Express, 페덱스) 이야기입니다. 페덱스 시스템의 핵심은 매일 밤 모든 항공기를 한 장소에 집결시켜 소포를 모두 환적(換積)하는 작업입니다. 만일 환적이 지연되면 소포를 고객에게 정시에 배달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환적은 항상 지연되었습니다. 도무지 정시에 작업을 완료할 수가 없었습니다. 양심에 호소하거나 협박을 하는 등 온갖 방법을 동원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묘안을 찾아냈습니다. 그때까지는 야간 환적 작업에 대해 시간급을 지급했지만, 이후로는 환적 단위로 급여를 지급하고 작업이 끝나면 곧바로 퇴근할 수 있게 했습니다. 그러자 문제가 하룻밤 사이에 해결되었습니다. 페덱스는 여기서 올바른 인센티브가 대단히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게 됩니다. 이제 여러분도 인센티브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분명히 이해했을 것입니다.

이제 여러분도 깨달았듯이 주식시장 역시 경마장처럼 패리 뮤추얼 시스템입니다. 경마에서 내가 좋아하는 말에 돈을 걸면 승산이 없듯이, 주식시장에서도 단순히 내가 좋아하는 종목에 투자하는 방식으로는 우위를 확보하기가 어렵습니다. 주식시장에서 경쟁사에 밀리고 강성 노조에 시달리는 철도회사 주식은 PBR 0.3에 살 수 있습니다. 반면 IBM은 전성기에 PBR이 6이었습니다. 주식시장은 패리 뮤추얼 시스템이기 때문입니다. IBM의 사업 전망이 철도회사보다 밝다는 사실은 지독한 바보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주가까지 고려하면 어느 종목을 선택해야 더 유리할지 이제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패리 뮤추얼 시스템에서는 초과수익을 내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버크셔의 수익 대부분은 ‘훌륭한 기업’에서 얻었습니다

장기적으로 초과수익을 얻으려면 투자자는 어떤 스타일로 종목을 선택해야 할까요? 첫째, 사람들이 흔히 매력을 느끼는 이른바 ‘섹터 순환(sector rotation)’ 기법입니다. 예컨대 석유 섹터가 소매 섹터보다 유리한 시점을 찾아내는 식입니다. 이렇게 시장에서 인기 섹터를 찾아다니면 장기적으로 남보다 좋은 실적을 얻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섹터 순환 기법으로 부자가 된 사람을 나는 보지 못했습니다. 물론 섹터 순환 기법을 잘 쓰는 사람도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내가 아는 많은 사람 중에서 섹터 순환 기법으로 부자가 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두 번째 기법은 벤저민 그레이엄이 제시한 비상장회사 가치로, 비상장회사를 통째로 매각한다면 받게 될 금액에 관한 것입니다. 비상장회사 가치는 대체로 계산이 가능합니다. 주식의 시가총액이 비상장회사 가치보다 3분의 1 이상 낮다면 이 주식은 염가 종목이어서 매우 유리하다는 것이 그레이엄의 주장입니다. 심지어 주정뱅이 노인이 경영하는 따분한 회사여도 온갖 호재가 나올 수 있습니다. 이른바 안전마진(margin of safety)이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레이엄은 투자하던 중 1930년대 대공황의 충격을 경험한 사람입니다. 대공황은 영어권 국가에서 약 600년 만에 발생한 최악의 불황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대공황 이후에도 장기간 후유증에 시달렸습니다. 이때 그레이엄은 가이거 계수기를 이용해 무너진 주식시장 잔해에서 염가 종목(주가가 주당 순운전자본보다 낮은 종목) 등을 찾아냈습니다.

당시에는 운전자본이 실제로 주주의 몫이었습니다. 종업원이 불필요해지면 주주는 종업원을 모두 해고하고 운전자본을 가져갈 수 있었습니다. 당시 자본주의가 그렇게 작동했습니다. 물론 지금은 다릅니다. 이제는 사업이 축소되면 곧바로 자산이 대폭 감소합니다. 새로운 사회 규범과 법률에 의해서 종업원 복지가 대폭 강화되었으므로, 사업이 축소되는 즉시 재무상태표에서 적지 않은 자산이 사라집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소규모 자동차 대리점을 직접 운영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건강보험 등 종업원 복지를 제공하지 않으면서 사업이 악화할 때 운전자본을 회수하고 대리점을 폐업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IBM은 그렇게 할 수가 없습니다. 세계 기술 환경이 변하고 시장 지위가 약화해 사업 규모를 축소하기로 했을 때 IBM의 재무상태표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보시기 바랍니다. IBM은 대표적인 실패 사례이기도 합니다. IBM 임직원은 절제력을 갖춘 훌륭한 인재였고 60년 동안 파도타기에 성공했으나, 기술 환경 변화로 혼란에 빠져 파도 위에서 넘어졌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버핏과 나는 기술 섹터가 난해하다는 교훈을 얻었고 그 섹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잘 알지 못하는 섹터에서는 예상 못 한 일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이른바 벤저민 그레이엄 고전 기법의 문제점은 세상 사람이 점차 현명해지면서 확실한 염가 종목이 사라졌다는 사실입니다. 이제는 가이거 계수기를 이용해도 염가 종목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망치 든 사람에게는 모든 문제가 못으로 보이는 탓에, 그레이엄 추종자는 가이거 계수기의 눈금을 수정했습니다. 염가의 정의를 변경한 것입니다. 그동안 사용한 방식이 통할 때까지 정의를 계속 변경했습니다. 그러자 마침내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그레이엄의 시스템은 매우 훌륭했습니다.

그레이엄이 제시한 가장 훌륭한 발상은 ‘미스터 마켓(Mr. Market)’입니다. 그는 시장을 ‘매일 찾아오는 조울증 환자’로 보았습니다. 어떤 날에는 미스터 마켓이 찾아와서 말합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내 지분을 팔겠소.” 그리고 또 어떤 날에는 말합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당신 지분을 사겠소.” 당신은 지분을 더 살 수도 있고, 팔 수도 있으며, 가만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레이엄이 보기에 조울증 환자와 거래하면서 이런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사실은 행운이었습니다. 이는 매우 의미심장한 사고방식이었습니다. 특히 버핏에게는 평생 매우 유용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그레이엄 고전 기법에만 머물렀다면 지금과 같은 성과를 절대 달성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우리는 그레이엄이 시도하지 않은 방법을 시도했습니다. 예를 들어 그레이엄은 경영자 면담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탁월한 스승이던 그는 누구나 배워서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내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그가 보기에 일반 투자자가 경영자 면담을 통해서 정보를 파악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경영자는 대개 정보를 교묘하게 이용해서 투자자를 오도한다고 보았습니다. 인간의 본성은 좀처럼 바뀌지 않으므로 지금도 실상은 다르지 않습니다.

초창기에 우리는 그레이엄 방식을 따르면서 좋은 성과를 얻었고 점차 통찰력도 높아졌습니다. 이후 일부 기업은 PBR이 2~3이어도 엄청난 염가 종목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비범한 경영자나 시스템 등을 갖춘 덕분에 성장세에 탄력이 붙었기 때문입니다. PBR이 그레이엄의 기준에서 크게 벗어난 기업도 염가 종목이 될 수 있다고 인식한 순간부터 우리는 새로운 관점으로 우량 기업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버크셔 부의 대부분은 훌륭한 기업을 통해서 축적되었습니다. 초창기에 벌어들인 2~3억 달러는 대부분 가이거 계수기로 찾아낸 염가 종목에서 나왔지만 이후 벌어들인 수익은 대부분 훌륭한 기업에서 나왔습니다. 초창기 수익에서도 일부는 훌륭한 기업에서 나왔습니다. 예를 들어 버핏투자조합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와 디즈니에도 투자해서 수익을 냈습니다.

펀드 고객 대부분은 펀드매니저가 세상만사를 모두 파악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따라서 펀드매니저는 그런 기대에 맞게 처신해야 합니다. 그런데 버크셔 주주는 아무도 우리를 해고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세상만사를 모두 파악하는 것처럼 처신할 필요가 없습니다. 대신 가격 오류를 발견했다고 확신할 때 거액을 투자합니다. 그러므로 우리 방식은 집중 투자에 가깝습니다. 나는 우리 시스템이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다른 펀드매니저가 우리 시스템을 사용하더라도 좋은 성과를 내는 사람은 많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연금 기금에 40년 동안 투자해서 만기에 좋은 성과를 거두게 된다면 그 과정에서 실적이 거칠게 오르내린다고 해서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변동성이 조금 더 높아도 별문제 없습니다. 하지만 현재 자산 운용 업계는 좋은 실적을 내고자 할 뿐만 아니라 연간 실적도 시장 지수보다 뒤처지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대단히 부자연스럽고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이는 중국의 전족(纏足) 풍습만큼이나 잘못된 자산 운용 업계의 악습입니다. 펀드매니저는 말합니다. “평가 방식이 그러하므로 어쩔 수 없습니다.” 펀드매니저의 말대로 현재 업계의 관행이 그럴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합리적인 고객의 관점에서 보면 시스템이 통째로 망가졌으며 수많은 인재가 자산 운용 업계에서 낭비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버크셔 시스템은 멀쩡합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매우 명석하고 근면한 사람들이 치열하게 경쟁할 때는 총명한 사람도 훌륭한 통찰을 얻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어쩌다가 어렵게 훌륭한 통찰을 얻게 된다면, 세상만사를 모두 파악하는 듯한 행세는 그만두고 과감하게 거액을 걸어야 합니다. 실현 불가능한 일은 접어두고 실현 가능한 일부터 해야 성공 확률이 높아집니다. 너무도 당연한 말이지요?

확신하는 아이디어 56개가 있는 사람은 손을 들어보십시오. 이번에는 확신하는 아이디어가 2~3개 있는 사람이 손을 들어보십시오. 내가 말한 대로군요. 버크셔 시스템은 투자 문제의 본질에 매우 현실적으로 적응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훌륭한 기업에 투자해서 막대한 수익을 냈습니다. 기업을 통째로 인수한 적도 있고 주식을 대규모로 매수한 적도 있습니다. 아무튼 실적을 분석해보면 막대한 수익은 훌륭한 기업에서 나왔습니다. 다른 사람도 막대한 수익은 주로 훌륭한 기업에서 벌어들였습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주식에서 나오는 수익이 해당 기업에서 벌어들이는 이익보다 훨씬 많아지기는 어렵습니다. 자본이익률이 6%인 주식을 40년 동안 보유하면 처음에 할인된 가격에 샀더라도 수익률이 6%를 훨씬 초과하기는 어렵습니다. 반면 자본이익률이 18%인 주식을 20~30년 보유하면 처음에 프리미엄을 지급했더라도 높은 실적을 얻게 됩니다.

비결은 훌륭한 기업을 사는 것입니다. 훌륭한 기업은 온갖 규모의 이익을 통해서 성장세에 탄력이 붙을 수 있습니다. 이런 훌륭한 기업을 어떻게 사야 할까요? 한 가지 방법은 규모가 작은 초창기에 찾아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샘 월턴이 처음 기업을 공개할 때 월마트를 사는 방법입니다. 이 방법을 시도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매우 매력적인 아이디어입니다. 다시 젊어진다면 나도 이 방법을 사용할 것입니다.

버크셔는 보유 자금이 너무 많아서 이 방법이 효과가 없습니다. 우리 규모에 걸맞은 기업을 찾을 수가 없으니까요. 게다가 우리 방식은 이미 굳어졌습니다. 하지만 절제력을 갖춘 사람에게는 이 방법이 매우 좋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시도해본 방법은 아니지만요. 대규모의 훌륭한 기업은 치열한 경쟁 탓에 사기가 어렵습니다. 지금까지는 버크셔가 어렵사리 훌륭한 기업에 투자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그럴 수 있을까요? 우리에게 제2의 코카콜라는 어느 기업일까요? 나도 모릅니다. 갈수록 더 어려워지는 듯합니다.

이상적인 것은 훌륭한 기업 중에서도 위대한 경영자가 이끄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입니다. 경영자가 중요하니까요. 우리는 이렇게 이상적인 투자도 많이 했습니다. 예컨대 웨스팅하우스를 인수한 경영자 대신 잭 웰치가 GE를 맡게 되자 GE는 크게 달라졌습니다. 경영자는 매우 중요합니다. 일부 경영자의 자질은 쉽게 알아볼 수 있습니다. 잭 웰치가 다른 기업의 경영자보다 통찰력 있는 경영자라는 것은 천재가 아니어도 알 수 있습니다. 마이클 아이스너(Michael Eisner)와 프랭크 웰스(Frank Wells)가 매우 비범한 경영자여서 디즈니의 성장세에 탄력이 붙었다는 사실 역시 천재가 아니어도 알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위대한 경영자가 운영하는 훌륭한 기업에 투자할 기회를 가끔 만나게 됩니다. 지극히 행복한 날이지요. 그런 기회에 거액을 투자하지 않으면 큰 실수를 하는 셈입니다.

보통 사람은 못 하는 일을 해내는 탁월한 인재도 가끔 나타납니다. 영국 마크스 앤 스펜서(Marks & Spencer)의 2세대 경영자 사이먼 마크스(Simon Marks)가 그런 인재였습니다. NCR 설립자 패터슨도 샘 월턴도 그런 인재였습니다. 이런 사람을 알아보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이들 경영자는 열정과 지능으로 기업에 크게 기여하는 매우 중요한 인물입니다. 그러나 평균적으로 보면 위대한 경영자보다는 훌륭한 기업에 돈을 거는 편이 낫습니다. 다시 말해서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위대한 경영자보다 훌륭한 기업이 낫습니다. 매우 드물지만 경영자가 너무도 훌륭해서 평범해 보이는 기업조차 감수하고 마는 때가 있습니다.

자산 운용업은 웃기는 사업입니다

거의 논의되지 않지만 무시할 수 없는 요소가 세금 효과입니다. 30년 동안 연 15% 복리로 증식되는 상품에서 만기에 세금 35%를 납부하면 연 수익률은 13.3%입니다. 반면 30년 동안 연 15% 복리로 증식되는 상품에서 매년 세금 35%를 납부하면 연 수익률은 9.75%에 불과합니다. 수익률 차이는 연 3.5%가 넘습니다. 연 3.5% 차이가 30년 동안 누적되면 최종 결과는 엄청나게 달라집니다. 따라서 훌륭한 기업에 아주 장기간 투자하면 세금 효과에서도 큰 이득을 볼 수 있습니다.

30년 동안 연 10% 복리로 증식되는 상품에서 만기에 세금 35%를 납부하면 연 수익률은 8.3%입니다. 반면 같은 상품에서 매년 세금 35%를 납부하면 연 수익률은 6.5%로 낮아집니다. 따라서 배당이 거의 없는 주식에 투자해서 과거 평균 수익률을 얻는다면 세후 수익률이 거의 연 2%나 상승합니다.

그런데 내 평생 경험을 돌아보면, 절세에 과도하게 집착하면 커다란 실수를 저지르게 됩니다. 워런과 나는 절세 목적으로 엉뚱한 사업을 벌이지 않습니다. 우리는 세금을 납부하면서도 지금까지 훌륭한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언젠가 누가 탈세를 제안해도 수용하지 마십시오.

누군가 200쪽짜리 투자 설명서를 건네면서 두둑한 보수를 달라고 하면, 거절하십시오. 이렇게 ‘멍거의 원칙’을 따르면 가끔은 틀릴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평생 남보다 훨씬 앞서갈 수 있습니다. 게다가 동료를 증오하는 비참한 경험도 다수 피하게 됩니다. 위대한 투자를 몇 건 하고서 편히 앉아 기다리면 개인은 엄청나게 유리해집니다. 증권회사에 지불하는 비용이 감소하고 허튼소리도 덜 듣게 됩니다. 게다가 세금이 절약되므로 연 수익률이 1~3% 포인트 더 올라갑니다. 그런데도 대부분은 투자 상담사에게 맡기는 편이 훨씬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연 1% 수준의 보수를 지급해야 하고 세금도 훨씬 많이 내게 되는데도 말이지요. 아무튼 행운을 빌겠습니다!

나의 투자 철학에는 위험이 없을까요? 있습니다. 인간 만사에는 위험이 있습니다. 훌륭한 기업에 투자하면 유리하다는 점이 너무도 확실하므로 가끔 시장이 끔찍하게 과열되기도 합니다. 니프티 피프티(Nifty Fifty, 멋진 50종목) 시절, 사람들은 어느 기업이 훌륭한 기업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자 이들 기업의 PER이 50, 60, 70까지 상승했습니다. 이후 IBM이 파도 위에서 넘어졌듯이 다른 기업도 넘어졌습니다. 결국 지나치게 높아진 가격 탓에 엄청난 손실이 발생했습니다. 이런 위험을 조심해야 합니다. 위험은 항상 존재합니다. 저절로 쉽게 이루어지는 일은 없습니다. 그러나 좋은 기회를 발견하여 훌륭한 기업을 적정 가격에 사서 계속 보유하면, 특히 개인은 대단히 좋은 성과를 거두게 됩니다.

성장주 모형과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평생 몇 번 발견하게 되는 훌륭한 기업 중에는 가격을 인상하기만 하면 실적이 엄청나게 좋아지는데도 가격을 인상하지 않는 기업이 있습니다. 막강한 가격 결정력을 보유하고서도 사용하지 않는 기업입니다. 디즈니가 그런 기업이었습니다. 손자를 디즈니랜드에 데려가는 것은 둘도 없이 소중한 경험이 됩니다. 자주 할 수도 없습니다. 미국 인구는 많습니다. 디즈니는 입장료를 대폭 인상해도 방문객이 감소하지 않을 줄 알고 있었습니다. 아이스너와 웰스가 놀라운 실적을 기록한 것은 이들의 탁월한 재능 덕분이기도 했지만, 디즈니랜드와 디즈니월드의 입장료를 인상하고 고전 만화 영화 비디오카세트 판매 가격을 인상한 것이 주효했습니다.

버크셔에서 워런과 나는 씨즈캔디 가격을 경쟁사보다 조금씩 더 인상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투자한 코카콜라는 가격을 인상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탁월한 경영자 고이주에타(Roberto Goizueta)와 키오(Donald Keough)는 가격 인상보다도 훨씬 많은 기여를 했습니다. 이렇게 가격을 더 인상할 수 있는 기업을 인생에 몇 번은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기업이 실제로 존재하니까요.

버크셔가 막대한 수익을 올린 투자 모형을 찾아보면 신문사를 발견하게 됩니다. 우리가 투자한 시점에는 그 도시에 신문사가 둘이었는데 이후 하나만 남았습니다. 우리는 일종의 베팅을 한 셈이었지요. 우리는 〈워싱턴 포스트〉 주식을 비상장회사 가치의 약 20%에 매수했습니다. 벤저민 그레이엄이 제시한 기준에 따라 매수한 것입니다. 게다가 신문사는 결국 〈워싱턴 포스트〉 하나만 생존할 것이 확실해 보였고, 경영자는 매우 정직하고 지성적이었습니다. 정말로 꿈같은 기회였습니다. 캐서린 그레이엄 가족은 매우 수준 높은 사람들이었습니다.

투자한 시점은 1973~1974년이었는데, 1932년과 매우 비슷한 상황이었습니다. 아마도 시장에는 40년마다 한 번씩 큰 기회가 오는 것 같습니다. 이 투자에서 우리는 약 50배 수익을 냈습니다. 내가 다시 젊어지더라도 평생 1973~1974년 〈워싱턴 포스트〉처럼 좋은 기회를 만날 것으로는 기대하지 않습니다. 물론 꼭 이렇게 좋은 기회를 만나야만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에는 다른 모형을 소개하겠습니다. 질레트와 코카콜라는 저가 제품을 만들어 세계 전역에서 엄청난 마케팅 이점을 누리고 있습니다. 질레트는 마이크로칩보다 훨씬 단순한 신기술 분야에서 계속 신기술 파도타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쟁사는 모방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질레트는 면도 개선 기술 분야에서 계속 우위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질레트는 거의 모든 나라에서 면도기 시장 점유율이 90% 이상입니다.

가이코도 매우 흥미로운 모형인데, 여러분이 기억해야 하는 100여 개 모형 중 하나입니다. 내 친구 중에는 기업 회생 사업을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들은 거의 모두 이른바 암 수술 공식(cancer surgery formula)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부문을 모두 제거해도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건전한 부문이 있는지 조사하는 방식입니다. 이런 부문을 발견하면 나머지를 모두 제거합니다. 이 방법이 효과가 없으면 회사를 청산합니다. 그러나 대개는 효과가 있습니다.

성공에 취한 가이코는 어리석은 일을 벌였습니다. 그래서 대단히 훌륭했던 가이코의 사업은 엉망이 되었지만, 그래도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한때 막대한 수익을 냈으므로 세상만사를 모두 파악했다고 착각했지만 이제는 막대한 손실을 냈습니다. 가이코는 그동안 벌여놓았던 어리석은 사업을 모두 정리하고 이전의 훌륭한 사업으로 돌아갔습니다. 생각해보면 매우 단순한 모형입니다. 그래서 계속 되풀이되는 모형입니다.

가이코는 원래 가만히 앉아서 막대한 수익을 내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훌륭한 사업에 어리석은 사업을 잔뜩 보태서 문제가 발생했으므로 어리석은 사업만 제거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부실 사업 제거에 적합한 기질과 능력을 갖춘 경영자가 책임을 맡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찾던 모형이었습니다. 여러분은 매우 훌륭한 기회를 평생 1~3회 발견할 것이며 적당히 훌륭한 기회는 평생 20~30회 발견할 것입니다.

끝으로 자산 운용업에 대해 한마디 더 하겠습니다. 자산 운용업은 웃기는 사업입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자산 운용 업계는 고객에게 아무런 가치도 창출해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배관 작업이나 의료 서비스는 가치를 창출합니다.

자산 운용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은 매우 독특한 상황에 직면합니다. 그래서 펀드매니저는 대부분 척추 교정 지압사와 마찬가지로 심리적 거부(psychological denial) 반응을 보입니다. 자산 운용업의 한계에 직면할 때 보이는 전형적인 반응이지요. 그러나 인생을 제대로 살고자 한다면 심리적 거부 반응을 보여서는 안 됩니다. 펀드매니저 중 극소수는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재능만으로는 어렵습니다. 좋은 기회를 찾아내 거액을 걸 줄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장기적으로 초과수익 달성 가능성이 극대화됩니다.

지금까지 나는 펀드매니저의 종목 선정에 관해서 이야기했습니다. 다른 분야는 전혀 모릅니다. 외환 등 다른 분야에는 대규모 자금으로 장기간 훌륭한 실적을 내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주식 분야에는 없습니다. 미국 주식에 대해서 하는 말입니다. 자산 운용 업계가 고객에게 많은 가치를 창출하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버핏클럽의 모든 글은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에 대한 모든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귀속됩니다.